◈ 산행이야기/☆ 2008년도 산행

준비 부족으로 인한 반쪽 산행(베틀봉)

해와달^^* 2008. 3. 6. 23:56

산행일시 : 2008. 03. 06 (목) 맑음 나홀로 산행

산행장소 : 봉계리 마을회관기점 베틀봉-곰바위산 원점회귀산행 (당초 목표)

산행시간 : 5시간 40분(식사, 알바 포함)

 

당직근무 마치고 오늘도 어김없이 산으로 바람피러 간다. 며칠전 내린 눈이 아마도 올해 마지막 보는 눈이라 생각되어 설산으로 가자고 마음먹고 그동안 지나치기만 하고 한번도 가보지 못한 코스를 밟아보기로 하고 죽장면 봉계리에 있는 베틀봉으로 달렸다. 기계면 소재지를 통과하고 죽장면 소재지가 있는 입암리를 지나 청송, 도평방향 31번 국도를 따라 약 2.5km 정도 더 가게 되면 왼쪽으로 두마리와 무학사로 들어서는 이정표가 있는데 여기가 방흥리 날밑마을이다.

<면봉산, 베틀봉 입구 이정표>

<방흥리 당산나무>

 

방흥리에서 두마리로 이어지는 계류를 끼고 약 2km를 더 나서면 현내2교에서 갈림길이 나오는데 여기서 다리를 건너 직진하는 길은 무학사를 지나 두마리로 향하는 길이다.

<두마리, 봉계리 갈림길 이정표>

 

봉계리는 다리를 건너기 직전 우회전하여 약 2.5km 더 달려나가면 마을 당산목을 지나 봉계리 마을회관에 이른다.

<봉계리 마을회관>

 

마을에서 남서쪽 건너로 우뚝하게 솟아있는 암봉이 베틀봉이고, 베틀봉이란 이름은 이곳 봉계리에서 올려다 볼 때 산봉이 베틀모양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마을회관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본격적인 발품이 시작되었는데...

룰루랄라~ 신나게 몇 걸음 옮기다가 산행안내도를 찾으니 아뿔싸! 또 빠트려버렸네. 이 넘의 치매끼는 언제나 나으려나? 계속 진행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다가 그래도 그 전에 몇번 읽어본 기억이 있어서 멀리까지 온게 아까워 그냥 산행을 계속하기로 하고 진행한다. 전에도 이런 일이 있어 그때는 산행을 포기하고 꿩 대신 닭으로 다른 산을 찾았으나 이번은 다른 곳으로 바꿀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는 탓도 작용했다. 골을 파고드는 길은 넓은 경운기길이었는데 과수원을 끼고 5~6분 가량 나서자 자그마한 저수지를 지나 옛 산판로였는지 길이 제법 넓었으며 본격적으로 오름길로 변하기 시작한다.

<옛 산판도로>

 

한참을 오르니 어디서 개짖는 소리가 들려 의아해 했는데 길이 없어지는 곳에 부부 두사람이 고로쇠 체취작업을 하고 있었다. 베틀봉 오르는 길을 물으니 두 사람의 대답은 정반대라 약간 당혹했는데 그래도 눈이 없는 곳으로 안내해주는 남편의 이야기를 듣는게 나으리라 생각하고 고로쇠 한병 얻어서 올라가기 시작한다. 우측으로 길도 없는 된비알을 치고 올라가니 희미한 에길의 흔적이 나타난다. 가는 곳곳에 고로쇠 수액 운반용 호스가 깔려 있어 이정표로 삼고 올랐는데 내린 눈이 녹지않고 쌓여 있어 아이젠을 착용하고 진행한다.

<너무 깨끗한 처녀지에 발자욱을 남기려니 기분이 묘하네>

 

고로쇠 체취장을 지나 옛 산판도로를 따라 오르니 길을 점령한 수목으로 인해 더 이상의 전진이 곤란해진다. 옛길은 이미 수목이 들어차 헤쳐 나가기가 곤란하다. 그래서 무작정 능선을 향해 서쪽으로 곧장 치고 오른다.

<무지막지하게 두손 두발로 기어오른 급사면>

 

길없는 급비탈 사면을 산짐승마냥 두 손 두 발로 헤집어 오르며 내린 눈으로 인해 몇번이고 미끄러지고 오르기를 반복하며 조금씩 지쳐갈 즈음 주능선에 올라선다. 능선을 따라 눈밭을 헤쳐나가니 북쪽 사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꽤 차다. 어제가 경칩이었지만 이곳엔 아직 봄을 시샘하나보다. 아무도 걸은 흔적이 없는 길에 짐승 발자국이 선명한게 지나간지가 얼마 안된 모양인데 가는 내내 같은 방향이라 길라잡이 노릇을 톡톡히 한다.

사람이 다니는 등산로에 짐승도 같이 다닌다 하더니 그 말이 맞나보다.

 

<베틀봉 정상까지 길라잡이 노릇해준 짐승 발자국>

 

왼쪽 건너로 지나야 할 베틀봉, 곰바위산이 건너다 보이고 베틀봉 동쪽 사면은 온통 벌목과 산판도로로 인해 볼성 사나운 꼴을 하고 있었다. 그 벌목지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마을이 봉계리 두문마을이다. 이제 베틀봉까지는 외통수 능선을 잇는 길이고 이 능선은 포항과 청송을 가르는 시경계 능선이자 낙동정맥에서 곁가지를 쳐 보현산, 팔공산으로 흘러드는 낙동팔공기맥이다. 주능선에서는 군데군데 시경계 표지기들이 있어 길 잃을 염려는 없었지만 눈이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통에 체력 소진이 심했다.

<베틀봉 오르는 산판도로와 건너 곰바위산>

<"통정대부 함안조씨묘">

<862.1봉 삼각점>

<능선분기점이 되는 862.1봉>

<눈밭에서 셀카로 한컷!>

<쌍바위 암봉인 베틀바위>

<베틀바위 오름길>

<구름이 끼어 조망이 좋지는 않지만 내연산 향로봉을 비롯 괘령산, 비학산, 침곡산 등 주변의 산들이 훤히 보인다>

<베틀바위에서 본 베틀봉 정상>

 

이곳에서의 조망은 정말 탄성이 나올만큼 좋은 곳이었다. 바로 앞이 베틀봉이고 보현산, 면봉산, 곰바위산을 비롯하여 조망이 훤했다. 발 아래로 출발지였던 봉계리일대며 꼭두방재휴게소까지 잘 보이는 곳으로 봉계리에서 올려다 볼 때 베틀모양을 하고 있어 베틀봉이란 이름을 잉태한 바위라 할 수 있다. 베틀바위에서 3분만 올라서면 멧부리에 바윗돌이 차지하고 있는 베틀봉 정상이다.

<베틀봉 정상>

 

베틀봉 정상은 정상석도 없고 다만 부산 사시는 끝이름이 "준"이란 분이 달아놓은 팻말만 있을뿐이었다. 저 팻말에 있는 "준.희"란 이름은 영남지방의 정맥,지맥,기맥 길을 다니다보면 한번쯤 만나는 이름인데 그 이름에 애틋한 사연이 있다한다. 자세한 내용은 잊어버려 잘 생각이 나질 않지만 지금은 고인이 되신 부인의 이름 끝자가 "숙"이라 하는데 두분의 금슬이 아주 좋았다 하는데 부인을 기리며 달아놓았다는데 "준"이란 분은 부산지역에서 알아주는 산객이라 한다. 연세도 아마 60이 넘어셨다나?

<좌측 보현산(천문대), 우측 면봉산(기상관측소)>

<저 멀리 기룡산, 가운데 작은 보현산>

<수석봉 너머 희미하게 운주산이 어림되고 산 아래 봉계리가 보인다>

 

베틀봉에서  준비해간 김밥과 컵라면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따끈한 커피 한잔으로 몸을 녹인 후 남동쪽 건너로 우뚝하게 솟은 곰바위산을 겨냥하여 베틀봉을 내려섰다. 3~4분후 구멍바위 아래를 빠져나와 급한 내리막이 시작되었는데 차고있던 아이젠을 풀어버려 다시 차기가 귀찮아서 그냥 내려갔는데 두어번 미끄러져 엉덩방아도 찧었다.

<베틀봉 구멍바위>

 

그렇게 쉼없이 내리막길을 내려갔는데 이게 왠일? 낯익은 길이 나오는게 아닌가? 두마리에서 올라와 면봉산으로 오르는 갈림길인 곰내재가 나타나는게 아닌가? 에고~ 너무 내려왔나 보네. 중간에 갈림길을 못 본것 같은데 어찌 놓쳤단 말인가...

두마리로 내려가서 다시 봉계리 방향으로 가려면 너무 먼 거리라 할수없이 알바한 셈 치고 다시 올라갈 수밖에... 게다가 곰바위산까지 올랐다 가려면 시간이 부족할 것 같고 이래저래 꼬이는 날이구먼... 내려오는 길은 미끄러지며 내려왔건만 오르는 길은 숨이 턱까지 차는 된비알의 연속. 게다가 알바 구간이니 마음은 더 무겁고.. 유심히 살펴가며 올라오니 드디어 삼거리 갈림길이 나타났다. 어찌 모르고 지나쳤을꼬?

<베틀고개로 내려가는 갈림길-좌측, 직진은 두마리 곰내재로 가는길(면봉산 방향)>

 

왼쪽 비탈길로 내려서서 봉분이 제법 크고 넓은 터를 이룬 경주김씨묘역(무덤2기)을 지나고 20m 후 또 다른 무덤2기가 있는 "경주정씨묘역"을 지나니 아름드리 나무들이 쓰러져 뿌리를 드러내고 있는 곳을 지그재그로 내려서 능선에 당도한다. 이 갈림길에서 표지기가 안내하는 넓은 길을 따라 왼편(동쪽)으로 향했다.

<능선 갈림길 - 좌측 표지기 방향으로 진행>

 

또렷한 길을 따라 미지의 세계처럼 소복이 쌓인 눈을 밟으며 부지런히 표지기를 따라 진행하니 어느덧 4거리 갈림목을 이루고 있는 베틀고개에 당도하게 된다.

<베틀고개(망덕고개) 이정표>

 

 

<망덕할매바위 - 뒷쪽에 보이는 산은 수석봉>

 

왼편은 봉계리, 오른편은 두마리 두들마을로 내려서게 되고 곰바위산은 정면 능선을 이어야 한다. 고갯마루 우측 망덕할머니가 치마에 싸서 이곳으로 옮겨왔다는 망덕암 바위턱에 올라서서 잠시 주위 경관을 감상한 후 곰바위산을 계속 이어갈지를 고민했다.

시간은 이미 오후 4시 30분이 가까워 온다. 아무래도 힘들것 같아 다음을 기약하고 봉계리 방향으로 방향을 틀었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밭을 헤쳐나온데다 알바까지 하고나니 체력이 많이 소진되었고 시간도 허비한게 반쪽 산행의 원인이었다.

<고로쇠 채취 현장>

 

산판로를 따라 내려오다가 어느덧 길은 좁아지고 고로쇠수액 체취를 위해 설치해 둔 비닐자루가 사면을 삥 둘러가며 빼곡히 차지하고 있다. 비닐자루엔 고로쇠수액이 담겨 있었다. 도중에 몇번 길을 잃어버려 무조건 계곡으로 내려서서 고로쇠수액 운반 호스를 길잡이 삼아 무작정 내려오기를 반복했다. 계곡을 거의 다 빠져나와 계류를 건너는데 오늘의 마지막 행사를 치뤘으니...

계류 한가운데 돌 위에 서서 신발을 헹구는데 미끄러지면서 물구덩이에 빠져버렸다. 어이쿠~ 엉덩이를 흠뻑 적시고 손목까지 젖은 물을 짜내느라 쇼를 한판 한 후에 다시 나타난 임도를 따라 출발지인 봉계리 마을회관에 도착했다. 어느덧 산행 시간은 5시간 40분이 경과했다. 조금 늦게 출발한 탓에 서둘러 집을 나섰더니 빠뜨린게 한두가지가 아니어서 오늘처럼 큰 곤욕을 치룬 결과를 얻었으니 앞으로의 산행에 교훈이 되리라 생각하고 귀가길에 올랐다.

 

※ 산행 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