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이야기/☆ 2018년도 산행

억새와 폭포... 두 마리 토끼를 잡으러 찾아간 영남알프스 천황산

해와달^^* 2018. 10. 8. 21:09

♣ 산행일자 : 2018. 10. 07 (일)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경남 밀양시 단장면 일원

♣ 산행인원 : 집사람과 함께...

♣ 산행코스 : 표충사 - 금강동천 - 한계암 - 천황산 - 천황재 - 진불암 - 표충사(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6시간 42분, 9.04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기준)

 

 

 

◈ 산행기

남부지방을 강타한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주말인 토요일은 꼼짝없이 집안에서 발이 묶인 채 하루를 보내고 맞은 일요일...

오랜 시간 지속되는 감기로 인해 집사람과 함께 컨디션이 형편없어 무박으로 떠나는 설악산으로의 정기산행은 꿈도 못꿀 형편인지라 포기를 했지만 미세먼지 하나없는 깨끗한 날씨에 전형적인 파란 가을하늘이 유혹을 해대는 바람에 집안에 가만히 들어앉아 있을 수가 없어 집사람과 함께 배낭 들쳐메고 집을 나서봅니다. 시기적으로 조금 늦은 감이 들긴 하지만 가을산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단풍이요, 또 하나는 억새가 아닌가 싶네요.

단풍은 아직 남쪽지방에는 이른 시기인지라 억새의 향연을 구경하고 싶은데다 어제 쏟아진 많은 비에 폭포 구경까지 하게 된다면 금상첨화라 할수 있어 두 가지를 한꺼번에 만끽할 수 있는 곳을 찾아 가는 길입니다.

내비게이션에 입력한 목적지는 경남 밀양의 대표적인 사찰인 '표충사'. 재작년 집사람을 데리고 한바퀴 돈 경험이 있지만 코스를 조금 달리해서 하산길에 멋진 폭포를 보여주고파 다시 찾아가게 된 것이지요.

동해고속도로를 달려 울산 분기점에서 울산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다시 언양분기점에서 경부고속도로로 잠시 달리다 서울산IC를 빠져나와 20번 국도에 합류하여 가지산터널을 지나 도래재를 넘어 표충사 주차장에 당도하니 제법 차량으로 넘쳐나는군요.

산행준비를 마치고 높고 푸른 가을 하늘 아래 우뚝한 필봉과 매봉의 여전한 위용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표충사를 향해 걸음을 시작합니다.

 

 

'산행궤적'

 

 

주차장에서 올려다 본 감밭산과 매바위, 그리고 필봉.

 

 

표충사 일주문 앞의 홍제교에서 오늘의 산행은 시작됩니다.

 

 

잠시 후 효봉대종사 사리탑과 천진보탑비를 지나며 잠시 합장으로 인사를 드리고

 

 

오늘 걷게 될 마루금을 올려다보며 의지를 불태워봅니다.

 

 

내원암갈림길

 

 

전날 내린 많은 비는 골짝마다 물이 넘쳐납니다.

 

 

돌계단으로 이어지던 등로는 금강동천을 발 아래 두고 진행하게 되는데

 

 

얼마간 걷다보면 다시 계류를 만나게 됩니다.

 

 

힘차게 흘러내리는 계곡물의 합창소리에 화답이라도 하듯 포즈 한번 잡아보고

 

 

금강동천의 문지기인 기암도 카메라에 담아가며

 

 

금강폭포를 향해 한발한발 올라갑니다.

 

 

한계암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서 쏟아지는

은류폭포(좌)와 금강폭포의 위용이 참으로 대단합니다.

금강폭포 위에는 한계암이 자리잡고 있네요.

 

 

한계암 입구의 출렁다리에서 바라본 은류폭포.

 

 

한계암을 지나면서부터는 본격적인 된비알이 시작됩니다.

 

 

못 와본 사이에 새롭게 데크계단도 생겨났네요.

 

 

'까치고들빼기'

 

 

 

 

너덜지대에서 흐르는 땀을 식히며 잠시 쉬어봅니다.

 

 

 

 

시종 코가 땅에 닿을듯한 된비알의 연속인 오름길이 오늘따라 무척 힘이 드는군요.

아마도 추석 전부터 계속된 감기의 여파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한계암에서부터 주구장창 조망도 없이

오르막이 이어지더니 이제 시원한 풍광을 보여주는군요.

 

발 아래 금강동천 너머로 표충사가 보이고

 

 

허리를 펴고 고개를 들어보니 재약산과

문수봉, 관음봉이 우람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구요.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온 천황산 사자바위는

오늘도 변함없이 용맹스러운 모습 그대로입니다.

 

 

'꽃향유'

 

 

 

 

머리 위를 덮고 있던 숲길은 끝이 나고

키 작은 관목들이 주류를 이루는 정상부에 이르러니

막힘없는 조망이 눈을 즐겁게 해주는군요.

 

 

조망이 좋기로 정평이 나있는 억산과 문바위를 물끄러미 바라봐주고

 

 

큼직한 돌탑이 서있는 천황산 산정에 서게 됩니다.

 

 

한참을 뒤처져 시야에서 멀어진 집사람을 기다리며

사방을 돌아가며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천황산 정상

 

 

정상까지 올라오는 도중에 잠시 쉬면서

과일 하나 깎아먹은게 탈이 났는지

무척 힘들어하는 집사람을 쉬게 하고

 

 

안전한 하산을 위해 허기진 배를 간단히 채우고

서둘러 산을 내려가기 위해 자리를 털고 일어납니다.

 

 

 

 

재약산을 거쳐 층층폭포와 흑룡폭포를 구경하고자 했던

오늘의 산행은 천황재에서 하산하는 것으로 변경해야겠네요.

 

 

사자바위

 

 

 

 

'미역취'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반짝이는 은빛 억새는

일렁이는 바람에 몸을 맡긴 채 가을을 노래하고 있지만

 

 

천황재에서 하산 모드로 들어가야 하는 산꾼의 마음은 그리 밝지만은 않네요.

 

 

천황재

 

 

 

 

좀더 주변을 돌아보며 노닐다 내려가고 싶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표충사를 향해 하산을 시작합니다.

 

 

 

 

집사람의 상태가 궁금해 물어보니

속을 비웠더니 좀 낫다는 소리에 그만 딴 생각을 품게 되는데...

 

 

표충사로 곧장 내려가지 않고 진불암으로 발걸음을 들여놓게 됩니다.

 

 

조망바위에서 바라본 재약산

 

 

재약산 아래의 단애와 문수봉과 관음봉.

 

 

향로산과 표충사

 

 

그동안 재약산을 많이 찾았었지만

정작 진불암은 아직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라

발을 들여 놓았지만 찾아가는 길은 녹록지 않네요.

 

 

계속되는 오르내림에 볼멘 소리를 토해내는

집사람의 잔소리를 들으니 조금은 후회도 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기에 다독거려가며 앞서 나갑니다.

 

 

 

 

 

 

입구 삼거리에서 25분 걸려 도착한 진불암.

 

마치 6~70년대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한

진불암의 고즈넉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우측 아래로 나있는 등로를 따라 하산을 서두릅니다.

 

 

 

 

문수봉(좌)과 관음봉.

 

 

아직 내려갈 길이 요원하기만 하네요.

 

 

그래도 풍광이 좋은 곳에서는 어김없이 카메라를 들이대며

 

 

시종 쏟아지는 내림길을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발 끝에 힘을 주어가며 쉼없이 내려섭니다.

 

 

 

 

진불암을 떠난지 1시간 걸려 도착한 목교.

 

 

은은한 불교음악 소리만 들려오는

고즈넉한 산사인 내원암을 잠깐 들러보고

 

 

막바지 걸음을 옮겨 표충사 경내로 들어섭니다.

 

 

좌로부터 대광과 팔상전 그리고 관음전, 명부전.

 

 

밀양 표충사 삼층석탑 (보물 제467호).

 

뒤로는 필봉이 특유의 오똑한 모습이 올려다 보이는군요.

 

 

먼길 가야하는 처지라 간단히 경내 구경을 마친 뒤

 

 

 

 

합장 반배로 예를 올리고 표충사 일주문을 빠져 나옵니다.

 

 

 

 

장기간 지속되는 감기로 인해 최근 컨디션이 너무 안좋아 산행이 몸에 무리를 주는건 아닌지 하는 우려도 들었지만 산과 더불어 지내온 세월이 결코 짧지 않기에 망설임없이 나선 산으로의 걸음이었지요.

평소 때보다 훨씬 힘이 들고 못 느끼던 다리의 뻐근함도 느껴지지만 서두름 없이 천천히 오르는 길에서 여유와 낭만, 참 휴식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때론 가파른 계단도 어느 곳에선 좁은 바위사이를 지나야 하고 코가 땅에 닿을 듯한 된비알도 오르지만 그런 과정을 지나 정상에 도착했을 때의 기쁨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답니다. 오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지요.
저 아래 끝없이 펼쳐진 산하를 굽어보는 심정은 이 넓은 세상에서 자신이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만듭니다.

비록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바람에 일렁이는 은빛 억새의 춤사위와 풍부한 수량으로 보는 이의 시선을 즐겁게 해줄  멋진 폭포가 있는 영남알프스의 천황산과 재약산을 찾아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보려 했던 계획은 예기치 못한 집사람의 컨디션 난조에 반쪽에 그치고 말았지만 서걱거리는 억새의 소리와 하얗게 피어난 구절초를 비롯한 가을꽃들의 아름다움을 조금이나마 취할 수 있었고, 금강동천의 금강폭포와 은류폭포의 풍부한 폭포수를 볼수 있었음에 작은 위안을 삼고 해거름이 찾아드는 표충사를 떠나 집으로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