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와 포항을 가르는 시 경계구간에 있는 안강 어래산을 찾아서...
♡ 산행일자 : 2019. 03. 24 (일)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경주시 안강읍, 포항시 기계면 일원
♡ 산행인원 : 집사람과 함께...
♡ 산행코스 : 안강읍 산대리 (주)신진 앞-흥덕왕릉갈림길-작은어래산(507.8봉)-너덜지대-봉좌산갈림길-어래산-옥산서원갈림길-잇단 체육시설-산대리 범이골-(주)신진
♡ 산행시간 및 소요시간 : 3시간47분, 8.45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지 소개 - 어래산(魚來山)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 산대리, 포항시 기계면 학야리의 경계에 면한 산으로 낙동정맥이 운주산을 거쳐 도덕산을 향해 나서다가 짧게 곁가지를 쳐 봉좌산~어래산의 단맥을 이루고 있다.
정상부 일대로는 짧은 억새밭을 이루고 넓게 펼쳐지는 안강들판을 바라보게 되면 가슴까지 시원함을 느낄 수 있고, 신라 제42대 임금인 흥덕왕의 무덤과 조선시대의 대학자인 회재 이언적을 모신 옥산서원이 산 정상을 기준으로 남동쪽과 남서쪽에 위치해 있는 유서깊은 산이기도 하다.
한가지 흠이라면 동사면 쪽으로 포사격장이 있어 민둥사면을 이루고 있다. 산행로는 단조로운 편으로 옥산서원에서 뒤로 난 능선을 타고 정상 오르는 길이 주로 이용되고 있는 편이고 인근의 자옥산~도덕산~봉좌산~어래산을 잇는 능선종주 산행을 시도해 볼 만하다. 특히, 정상에서 포항과 경주의 시경계능선을 따라 달성천으로 내려서는 길은 곳곳에 전망 반석이 펼쳐져 있어 기계들녘과 안강들녘을 번갈아 내려다 볼 수 있는 멋진 능선길을 제공하고 있다.
◈ 산행기
유수같은 세월은 마치 나이만큼 속도를 내고 달리듯 눈 뜨면 아침인가 하고 돌아서면 저녁이고 월요일인가 하면 벌써 주말이네요. 세월이 빠른건지 아니면 내가 급한건지 그도 아니면 삶이 짧아진건지...
어김없이 다시 맞은 주말... 오전근무가 잡혀있어 원지로의 산행은 갈수 없는 처지라 근무마치고 갈 요량으로 산행준비를 해놓으니 집사람도 따라나서고픈 눈치가 보여 준비해 놓으라 일러놓고 퇴근시간보다 30분 가량 일찍 집으로 돌아와 주말을 맞아 아들보러 내려온 사위와 딸을 두고 집사람과 함께 집을 나섭니다.
오후 반나절 산행으로 가볼 만한 곳을 고르다 안강의 어래산을 찾아보기로 하고 찾아가는 길이지요.
그동안 어래산은 흔히들 '자도봉어'라 일컬어지는 옥산지환종주 코스와 봉좌산과 어래산을 연계하는 산행으로 수 차례 걸어 보았지만 어래산 하나만 놓고 산행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짧게 다녀오기에는 괜찮다 싶어 선택한 산행지랍니다.
어래산은 주로 옥산서원 뒤쪽을 들머리로 많이들 이용하지만 원점회귀가 용이하지 않고 그렇다고 달성교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것도 마땅찮아 원점회귀 코스로 꾸며보고자 자료를 찾던 중 지인이 다녀온 궤적이 있어 참고를 하며 걸어보기로 하고 안강읍 산대리에 있는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공을 세운 조선 중기의 문신 매와(梅窩) 권사악(權士諤, 1556∼1612)을 배향하는 사당인 호계서사(虎溪書社)를 네비게이션에 입력을 하고 안강으로 달려갑니다.
풍산금속 안강공장을 지나자마자 우측으로 나있는 안강공설운동장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운동장을 지나 계속 도로를 따르게 되면 호계서사 입구를 알리는 작은 빗돌을 지나게 되고 잠시 후 호계서사 담장 옆의 공터 주차장에 애마을 세워놓습니다.
산행채비를 마치고 도로로 나와 어래산 방향으로 잠시 길을 따르다 자동차부품공장인 (주)신진 정문 앞에서 GPS를 켜고 마주난 길을 따르며 산행을 시작합니다.
산행궤적
(확대)
좌측의 (주)신진 공장 입구에서 오늘의 산행은 시작되고
맞은편 도로를 따라 3-4분 가량 걷다보면
도로가 우측으로 굽도는 지점 좌측으로
'제일종합중기' 간판이 보이고 그 앞쪽으로 난 도로로 진입을 합니다.
사나운 맹견들이 짖어대는 개사육장 앞을 조심스레 지나와
아늑한 솔숲이 반겨주는 숲으로 들어갑니다.
잠시 후 만나게 되는 임도갈림 오거리.
주변으로 분묘가 많은 걸 보니
모두 산소를 조성하며 만들어진 길인 것 같네요.
가야할 등로는 우측 두 번째 길입니다.
'청안 이씨' 가문의 선산인 듯
분묘의 비석을 보면 죄다 '청안 이씨' 집안이었네요.
소나무 우거진 숲길을 따라 살방살방 걷노라니
간간이 꽃망울을 터트린 진달래의 수줍은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군요.
꽃피울 준비를 하며 봉긋이 얼굴 내미는 작은 꽃망울들......
겨우내 얼었던 땅속에서 힘차게 밀어올리는 수액(樹液)으로
하루가 다르게 푸른 빛을 띠기 시작하는 나무들의 모습에서
봄 내음으로 땀에 젖은 이마를 스치는
차갑지도 않은 부드러운 바람으로 봄을 느낍니다.
'생강나무'
육통리에 있는 신라 42대 왕인
흥덕왕릉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합류가 되는 삼거리입니다.
약 10분 후 능선길과 허리길로 나뉘는 삼거리를 만나게 되는데
작은어래산인 507.8봉으로 오르고자 맞은편 된비알로 올라섭니다.
여느 산이 다 그러하듯 쉽게 정상을
내어주지 않는 것은 이곳 역시 마찬가지네요.
된비알을 오르며 바라본 서쪽 방향의 어래산 정상 모습입니다.
어느 무덤 주변으로 시야를 가리는 나무들을
시원스럽게 정리해 놓은 덕분에 두 눈이 즐거움을 누리게 되는군요.
넓은 안강 들녘 너머 운제산, 시루봉에서 토함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하늘금을 그리고 있습니다.
'노랑제비꽃'
어래산에서 달성교로 이어지는 시경계능선에 올라서게 되는데
예전 어래산 정상석이 잘못 설치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작은 팻말 하나만 걸려있는
작은어래산(507.8봉)에 당도하게 됩니다.
'작은어래산' 팻말을 카메라에 담고
주변 평평한 곳을 골라 자리를 잡고
준비해간 김밥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가기로 합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어래산을 향한 걸음을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너덜지대를 만나게 됩니다.
가야할 어래산이 한층 더 가까워져 있네요.
우측으로는 도덕산(좌), 봉좌산(우)이
그 뒤로는 천장산이 정수리를 드러내고 있네요.
마음속 염원을 담아 정성을 보태고 너덜지대를 통과해가면
무슨 영문인지 모르지만 고사목들이 즐비한 평지성 등로를 지나게 되고
봄 기운 가득 가득 온 몸에 느껴지는 산길따라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갑니다.
이젠 정말 봄인가 봅니다.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땅속 깊은 곳에서 꿈틀대며 시작하는 봄은
벌써 우리 바로 옆에 다가와 있네요.
나만의 한적한 코스를 찾아 즐기는 이 작은 행복마저 없다면
우리네 삶은 매우 허접할것 같다는 생각마저 드는 봄날입니다.
등로 우측으로 펼쳐지는 기계면 학야리의 풍경입니다.
봉좌산으로 갈라지는 삼거리네요.
작은어래산에서부터 함께 했던 시경계길과
작별을 하고 좌측 어래산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헬기장 하나를 지나고 걷기좋은 등로를 따르면
큼직한 바위들이 눈길을 끄는 곳을 지나게 되고
오래지 않아 철제 망루가 서있는 어래산 고스락에 서게 됩니다.
어래산(魚來山) 정상석.
정상부 일대로는 수목을 베어놓아
안강방면으로 시원한 조망을 제공해줍니다.
좌측 숲 너머로 포항시의 철강공단이 보여지고
그 우측으로는 운제산에서부터 토함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길게 뻗어있는 모습입니다.
정면 남쪽으로는 포사격장이 발 아래로 있고
풍산금속 뒷산인 무릉산과
그 너머 금욕산, 금곡산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좌측 멀리로는 토함산이, 가운데 먼 곳으로는
망부석의 전설이 담겨있는 치술령이 희미하네요.
서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딱실못(하곡지) 뒤로
관산-단석산-영남알프스를 잇는 낙동정맥이
물결치듯 유연한 파노라마를 펼치고 있고
그 주위로 겹겹으로 둘러쳐진 산줄기가
정맥을 호위하고 있는 모습이 볼 만합니다.
단석산 너머로 멀리 희미하지만
영알의 최고봉인 가지산과 운문산도 시야에 들어오네요.
며칠 계속되던 미세먼지가 오늘 만큼은
깨끗한 편이라 두 눈이 호강을 누리고 있습니다.
어래산 정상을 떠나 옥산서원 방향으로 진행하다
우측의 전망터를 찾아 들어가면
옥산지가 그림처럼 펼쳐지는 전망대를 만나게 되지요.
건너편 도덕산 너머로 천장산, 기룡산, 보현산이 성큼 다가옵니다.
그 우측으로는 봉좌산에서 운주산을 거쳐
침곡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길이 길게 뻗어갑니다.
이제 하산할 시간이라 내림길로 접어들어 7-8분 가량 내려서면
좌측 아래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오늘의 하산로입니다.
계속되는 등로를 따르게 되면 옥산서원으로 내려서게 되지요.
미답의 구간이라 등로상태를 몰라 조심스럽지만
산대리 주민들이 많이들 이용하는지 길은 훤하네요.
바짝 마른 등로에다 발 아래의 낭떠러지가 조금은 신경쓰이지만
계속되는 허리길을 조심스레 통과해 나가니
바알갛게 핀 진달래가 험로를 헤치고 나온 산꾼을 반겨주는 듯 합니다.
포사격장 민간인 출입금지 경고판을 보니 으시시한 기분이 드는군요.
또 다른 경고판이 서있는 삼거리에 서게 되는데
좌측은 사격장 방향이라 우측의 직진 방향으로 진행해 나갑니다.
마을주민들이 운동삼아 자주 찾는 등로는
봄 산이 주는 행복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은 산길입니다.
운동기구들이 갖춰진 체육시설입니다.
가야할 길은 좌측 아래로 내려서게 됩니다.
(← 우방아파트, ↑ 한동아파트)
경주시 안강읍 전경.
두 번째 체육시설을 지나 계속되는 등로를 따르면
이정표가 서있는 갈림 사거리를 만나게 되고
역시 우방아파트 방향의 좌측길을 따라 진행해 나갑니다.
약 4분 후 무덤 앞 뚜렷한 길을 따라도 되지만
숲으로 들어가는 길이 지름길인 것 같아 진행하니 역시 그러하네요.
임도사거리에서 10분 가량 소요되고 만나는 갈림길.
준비해간 궤적은 좌측 아래로 인도를 하는군요.
계속 등로를 따라도 될 것 같은데
발품을 조금 더 팔아야 할 것 같아 좌측 아래로 내려섭니다.
허름한 농원을 가로질러 계속되는 임도를 따라나오니
온통 초록색이 일색인 밭의 농작물이 두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군요.
이제 산행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어 목적지인 산대리 마을로 들어서게 됩니다.
'산수유'
출발지였던 (주)신진 공장 정문 앞에 다다르면서
간만에 걸어본 어래산 반나절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주중에는 주어진 책무를 열심히 완수하며 알찬 나날들을 보내다 도래하는 주말이면 나만의 한적한 코스를 찾아 즐기는 산행은 무엇보다 어느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아니하고 구속됨 없이 자유롭게 산행하면서 맘껏 보고 감상하고 느끼며 산이 주는 행복을 온전히 느낄 수 있으니 오로지 산에 가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축복이고 행복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도 역시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비록 반나절도 채 안되는 짧은 산행이었지만 코스를 달리해서 찾은 어래산 산정에서의 시원스런 조망은 맑은 날씨 덕분에 모처럼 두 눈이 호강을 누렸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네요.
가뿐한 산행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밝은 햇살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시간이지만 귀가를 서두르기 위해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며 포항으로 달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