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동안 열심히 근무에 충실하며 바쁘게 보내고 맞은 주말... 다시 산을 찾기 위해 산행지를 물색해보지만 연일 하늘 높은 줄 모르도록 치솟고 있는 유가(油價)에 원거리 산행이 자꾸 망설여지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산행을 할라치면 경제적일 수는 있지만 오가는 교통시간이 길어 아침 일찍 집을 나서야 하고 귀가시간 또한 늦을 수도 있지만 일단 한번 시도는 해보자는 생각으로 그동안 말로만 듣던 죽장면 하옥행 버스를 타보기로 합니다. 전날 저녁에 미리 배낭을 꾸려놓고서 잠자리에 든 후 새벽 일찍 알람에 맞춰 일어나 집을 나선 시각이 오전5시 40분.
하루 한번 있다는 하옥행 버스 출발시간이 6시 30분이라는 소식에 늦지 않기 위해 약 5분 거리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가장 먼저 도착한 131번 버스에 몸을 싣고 죽도시장에서 하차하여 잠시 걸은 후 농협포항시지부버스정류장에 당도합니다.
정류장 안에 비치된 버스시간표를 보니 하옥행 버스는 580번.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어디 물어볼 데도 없고 해서 대기 의자에 앉아 마냥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출발시간인 6시 30분이 되어도 버스는 나타나질 않네요. 하루 한번밖에 없는 교통편이니 시계처럼 제 시간에 오지는 않는가보다 하고 조금더 기다려보자는 마음으로 30분이 더 흘렀네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인터넷 검색으로 버스 회사 영업소로 전화를 넣었더니 버스가 출발을 했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양덕차고지에서 오는 시간이 있으니 좀더 기다렸지요. 그렇게 또다시 3~40분의 시간이 흘러 다시 영업소에 전화를 했더니 아까는 제대로 알려주지 못한 것 같다며 죄송하다는 말을 하며 6시 30분발 버스는 양덕차고지에서 곧바로 청하환승장으로 떠나고 오거리 포항농협시지부 버스정류장에서는 11시에 있다고 하는게 아닙니까. 결국에는 하옥행 버스를 타려면 포항 시내에서 청하행 버스를 타고 가서 청하환승장에서 7시 10분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는 것이었답니다.
기가 찰 노릇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버스는 떠나 버렸으니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네요. 하는 수없이 다시 죽도시장 버스정류장으로 이동을 하여 때마침 얼마 뒤 도착한 5000번 급행버스를 타고 보경사로 향합니다.
1시간 20여분을 달려가는 동안 차안에서 잠시 잠이 들었는지 눈을 떠보니 버스는 보경사주차장으로 들어서고 있어 얼른 배낭을 들쳐메고 하차를 하고서 상가 입구에서 산행준비를 마친 뒤 상가지역을 가로질러 보경사로 향합니다.
산행궤적보경사주차장 상가 입구에서 산행준비를 마치고 오늘의 발걸음을 시작합니다.주말 내연산을 찾아올 관광객들을 위해 장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상가지역을 지나 느티나무 고목이 있는 내연산군립공원안내소 앞을 지나면'내연산보경사'라는 현판이 걸려있는 일주문에 서게 되는데 신도증으로 간단히 매표소를 통과를 하게 되고,곧바로 나타나는 해탈문을 지나며 합장 반배로 부처님께 예경을 올리고서 사시사철 언제보아도 멋진 노송들이 즐비한 보경사 경내로 들어섭니다.오늘 산행코스는 지난 해 걸어보았던 코스를 참조하여 보경사에서 시작해 승탑에 참배하고 문수봉을 거쳐 삼지봉을 올랐다가 시간이나 몸상태를 봐서 코스를 정해 하산하기로 하고 대략 13~15km 가량 예상하면서 내연산의 너른 품으로 들어갑니다.먼저 좌측의 해우소를 들러 근심부터 해결을 하고 종각 옆의 벤치에 앉아 준비해간 삶은 계란으로 곡기를 때우고 가기로 합니다.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서 보경사를 나와 담장 끝을 지날 즈음 우측 원진국사부도 방향으로 들어섭니다.보경사의 뒷모습.원진국사 부도탑의 문화재 명은 '포항 보경사 승탑(僧塔).
포항 보경사 승탑(浦項 寶鏡寺 僧塔) 1965년 9월 1일 보물 제430호로 지정되었다. 높이 4.5m이다. 8각 원당형(圓堂形)을 기본으로 하였으며, 하대석(下臺石)은 3단인데 아래쪽 2단은 무문(無文) 8각이고 상단(上段)은 세장(細長)한 단판복련(單瓣覆蓮) 32엽(葉)을 새긴 복련석(覆蓮石)이다. 중대석(中臺石)은 각 우각(隅角)에 우주형(隅柱形)만 있으며, 상대석(上臺石)은 윗면에 높직한 받침이 있는 32엽의 앙련석(仰蓮石)이다. 탑신(塔身)은 8각의 석주(石柱)와 같은데, 각 우각에 우주가 표시되고, 1면에 문약형(門鑰形)만 모각(模刻)되어 있다. 옥개석(屋蓋石)은 아랫면에 우각으로 뻗은 융기선(隆起線)이 있으며 전각(轉角)에는 귀꽃이 솟아 있다. 상륜부(相輪部)는 8엽 연꽃을 새긴 앙화(仰華) 위에 복발(覆鉢)이 놓이고 다시 앙화형 1석(石)을 놓아 보주(寶珠)를 받고 있다. 이 승탑은 탑신이 지나치게 장대(長大)하여 더욱 고준(高峻)한 감을 주고 기본 조형에 있어 폭이 좁아서 안정감이 없다. 1224년(고종 11)에 건립되었다.
원진국사부도 뒤쪽의 철조망 울타리를 넘어 옛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가파른 등로를 따라 올라갑니다.무성한 소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어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운 부드러운 등로를 잠시 걷다가또다시 이어지는 가파른 오름길을 꾸역구역 올라서면 철조망이 드리워진 곳이 나타나는데 산령고개에서 이어져 온 임도급 등로와 만나는 곳입니다.비록 나무들이 가려 시원스러운 조망은 볼수 없지만 청정 숲길을 걷는 것도 기분 좋은 일입니다.문수암 갈림삼거리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삼지봉을 오르기 위해 찾는 코스이기도 하지요.약 5분 가량 지난 후에 문수봉의 초입에 서게 되는데 곧장 나있는 널찍한 임도를 따르면 문수봉을 거치지 않고 문수샘을 지나 무덤터에서 다시 합류가 되지만 문수봉을 오르기 위해 우측 오름길로 접어듭니다.문수봉을 찾은 전국 각지의 산악회 표지기가 만장처럼 달려있네요.내연산 문수봉.하늘을 가리는 울창한 숲길은 초록이 가득 머무는 청량함으로 넘쳐납니다.소나무와 참나무가 군락을 이룬 작은 숲속은 끊임없이 부드러운 산길이 이어져 더없이 좋으네요.수리더미코스 갈림길... 수리더미 코스는 길도 좁고 한 쪽이 절벽이어서 계절에 상관없이 주의가 필요한 곳이지요.조금 후에는 조피등코스를 만나게 되는데 산사면을 휘돌아 진행하다 나중에는 거무나리코스와 합류가 되어 조피등을 타고 내려가게 됩니다.편안한 산자락 숲길따라 여유로운 마음으로 걸으며 일상에서의 피곤함을 말끔히 씻어내보고자 걷는 산길 끝에는은폭으로 내려설 수 있는 거무나리코스가 기다리고 있네요. 삼지봉을 다녀온 뒤 이곳으로 되내려와 청하골로 가는게 가장 합리적이지 않나 싶네요.울창한 소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맘껏 들이마시며 걷는 산길... 행복함이 뚝뚝 묻어납니다.삼지봉과 동대산으로 나뉘어지는 갈림길.두 개의 정상석이 있는 삼지봉.
예전엔 내연산이란 이름을 가졌던 주봉이었으며 향로봉, 문수봉, 동대산으로 갈라진다 하여 삼지봉이라 불린답니다.
삼지봉 정상의 숲그늘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왔던 길 되돌아 내려와 바삐 걷는 발걸음을 자꾸 멈추게 만드는 명품 소나무들과의 눈맞춤을 애써 달래가며 진행하니 때맞춰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은 포만감에 가벼워진 발걸음을 더더욱 가볍게 만들어 주는군요.거무나리코스 갈림길.
은폭과 연산폭 사이의 계류로 내려설 수 있는 거무나리코스로 들어섭니다. 조피등코스도 생각했었지만 결국은 다시 조피등에서 다시 합류가 되기에 그냥 예전처럼 진행하기로 합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거무나리코스보다 조피등코스가 더 맞다는 생각이 드네요. 초막골과 거무나리골 사이의 조피등을 따라 내려서는 산길을 조피등코스라 부르는게 당연하다고 생각이 드는데 청하골을 얼마남지 남겨두지 않은 곳의 갈림길에서 우측 거무나리골로 내려 은폭을 지나게 되면 거무나리코스로 부르는게 맞는 것이고 좌측으로 내리게 되면 조피등코스가 맞는게지요.
여름 향기가 가득한 유월의 숲길따라 걷다보면 숲은 세상의 모든 초록을 다 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끔 하는 것 같습니다.조망이라곤 없는 산길이라 앞만 보고 부지런히 걷다보니 삼지봉 가는 도중의 조피등 이정표에서 이어지는 등로와 합류가 되는 삼거리를 만나게 되고청하골 계류로 이어지는 조피등의 등줄기를 타고 아래로 아래로 내려갑니다.유월의 햇살로 뜨거워진 회색 도심을 벗어나 내연산 숲길을 걷고 있는 이 순간...시원한 한 줌 바람이 온 몸을 휘감고 지나가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는걸 느끼게 되는군요.오늘 산행에 있어 처음으로 제대로 된 조망을 보여주는 전망바위에 서게 됩니다. 천령산(좌)과 향로봉의 여러 골짝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모여드는 청하골의 깊고 깊은 속살이 끝없이 펼쳐지는 것 같습니다.가파르게 쏟아지는 내림길을 조심스레 내려서면 청하골의 본류로 내려서게 되고,며칠 전 내린 비의 양도 어림도 없는 듯 청하골을 적시는 물의 양이 너무 줄어든 모습에 연산폭포, 관음폭포 구경은 다음에 하기로 하고계류를 건너지 않고 좌측의 소금강전망대로 향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수리더미코스로 오르는 갈림길을 지나게 됩니다.푸르른 잎새가 너울 너울 녹음이 짙은 유월의 산길을 걷노라면 내 마음은 온통 푸른 빛깔로 가득 채워지는 것 같습니다.우측의 산줄기가 내려왔던 조피등이고 멀리 바라보이는 줄기가 781봉에서 뻗어내린 미결등이랍니다.복사열로 뜨겁게 달아오른 아스팔트를 벗어나 시원한 바람 살랑이는 보드라운 흙길을 따라 걷고 있으니일상에서 얻어지는 온갖 시름을 말끔히 걷어낼 수 있는 위안을 늘푸른 유월의 숲에서 얻게 되는 것 같네요.선일대가 바라보이는 전망바위에 서면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을 만큼 멋진 풍경이 펼쳐집니다.선일대에 정자를 세워놓은 것은 신의 한수가 아닐까 싶네요.나뭇가지 사이로 바라보이는 소금강전망대를 보면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깊고 깊은 청하골 계곡에 자리잡고 있는 비하대와 학소대. 그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연산폭포와 관음폭포, 무풍폭포, 잠룡폭포까지... 겸재 정선의 화폭에 담겨진 내연삼용추(內延三龍湫)의 풍광이 고스란히 내려다보이는군요. 우려했던 대로 연산폭의 수량이 많이 빈약한 모습에 안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선일대와 겸재 정선의 내연삼용추(內延三龍湫)의 화폭에 담긴 관음폭포, 연산폭포, 비하대, 학소대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소금강전망대.이곳에 오면 늘 느끼게 되는 것은 그야말로 절경이 따로 없는 풍경에 '소금강'이라 이름 붙인 연유를 알수 있을 것 같습니다.보경사 방향의 동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멀리 동해바다가 시야에 들어오는군요.등로는 학소대와 칠성등 사이의 계곡을 따라 나있는 계단길로 내려서게 되고약 5분 가량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수국이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보현암으로 들어서게 됩니다.절집이라기보다 산 속의 소박한 민가를 연상케 하는 보현암. 바깥에서 합장 반배로 예경을 올리고 조용히 빠져나옵니다.바위에 가려 보이지 않는 보현폭포.빈약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으로 뙤약볕 아래 찔끔찔끔 물을 내려보내고 있는 상생폭포.내연산을 찾은 탐방객들은 그늘이 있는 물가에서 탁족을 즐기며 더위를 식히고 있네요.문수암 입구 삼거리.땀에 절은 몰골로 버스를 탈 수는 없기에 청하골 맑은 물에 발 담그고 머리도 감으며 산행의 피로를 잠시 풀어내고은은한 독경소리가 울려 퍼지는 보경사 경내로 들어갑니다.보경사에서 가장 오래된 전각인 적광전(보물 제1868호)과 오층석탑(경상북도 시도유형문화재 제203호).보경사 대웅전 (경상북도 시도유형문화재 제461호).대웅전 뒤쪽에 있는 전각들... 팔상전과 산령각.그리고 원진각, 영산전, 명부전, 원진국사비.수령이 300년이 넘는 보경사의 명물이기도 한 반송(盤松).보경사의 전각들을 두루 둘러보고 멋스러운 적송들의 환송을 받으며 일주문을 빠져나와산행에서 묻어온 찌꺼기들을 말끔하게 털어내고서 당산나무가 반겨주는 상가지역을 지나오니아침에는 보이지 않던 관광버스들이 늘어서 있네요. 주차장을 가득 메운 차량들을 보면서 새삼 내연산의 인기를 다시금 실감하게 되는군요. 시동을 걸어 놓은 채 출발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5000번 버스에 몸을 실으니 곧바로 보경사 주차장을 빠져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