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날씨 속에 세찬 바람 맞으며 짧게 다녀온 포항.영천 운주산
☆ 산행일자 : 2024. 12. 14 (토)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포항시 기계면, 영천군 자양면, 임고면 일원
☆ 산행인원 :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과 함께...
☆ 산행코스 : 상안국사 아래 공터주차장-상안국사-낙동정맥 합류(불렛재갈림)-797봉(삼면봉)-운주산-안국사갈림길1-안국사갈림길2-정맥길 이탈-691.6봉(무덤)-589.1봉-공터주차장
☆ 산행시간 및 거리 : 2시간35분, 6.2km (GPS기준)
▣ 산행지 소개 - 운주산(雲住山. 806.2m)
포항시 기계면의 너른 들판을 가로질러 난 우회도로가 끝날 무렵 왼쪽으로 품세가 제법 넉넉하게 올려다 보이는 산이 운주산(雲住山)이다. 고스락에는 항시 구름이 주위를 감싸고 있어 이름 그대로 "구름이 머물러 살고 있는 산" 처럼 올려다 보이기도 한다. 운주산은 포항과 영천의 경계를 이루는 낙동정맥의 산으로 고스락은 정맥의 마루금에서 200m 정도 살짝 빗겨나 영천땅에 속해 있다.
임진왜란 때는 산세 덕에 외적을 방어하기 좋아 김백암장군이 이곳에 성을 쌓고 진터를 설치하기도 했으며 이로 인해 산 남쪽아래의 영천군 임고면에는 수성리(守城里)라는 마을이 있고, 구한말에는 의병조직인 산남의진(山南義陳)이 이곳을 근거지로 일제에 대한 항쟁을 펼쳤으며 임진왜란과 6.25때는 주민들의 피난처가 되기도 했던 전흔의 역사를 품고 있는 산이기도 하다.
호젓한 주능선을 거니노라면 한여름 뙤약볕을 가려주는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고, 가을이면 발 아래로 두런거리는 낙엽을 밟는 재미가 솔솔하다. 특히 눈이 귀한 포항땅에서는 심심찮게 눈산행을 곁들일 수 있는 가족산행지로 적합하다.
운주산 고스락에 서면 사위조망이 시원스럽기 그지없다. 북으로는 주왕산을 지나온 산줄기가 가사령을 넘어 침곡산으로 이어지고 운주산을 넘어선 후 도덕산, 한티재로 달려나가는 낙동정맥의 모습이 굽이치며 맥을 잇고 있다. 그 외에도 남서쪽 어래산을 지나 기계들녘으로 잔뜩 고개를 낮추는 포항시 경계가 어림되고 다시 고개를 서서히 쳐들던 지맥은 비학산을 일궈내고 그 여세는 이어져 괘령산~향로봉까지 치닫는 모습이 아스라하다. 북서로는 기룡산 너머로 보현산 천문대, 면봉산, 베틀봉이 또렷이 조망될 만큼 사방 팔방으로 일망무제의 바로 그것이다.
또한 서쪽 아래 자양호의 푸른 호수를 내려다 보노라면 절로 마음이 평온해지고 물빛 만큼이나 청정해짐을 느낄 수 있다.
산행로로는 포항쪽 남계리, 인비리가 많이 이용되고 영천쪽으로는 수성리쪽이 주로 이용되지만 이리재 또는 한티재에서 이어지는 낙동정맥 구간도 권할 만하다.
◈ 산행기
특별한 일이 없으면 대부분 주말에는 산행을 떠나는 게 그간의 일과처럼 되어 있었지만 최근 새롭게 취미를 붙인 파크골프와 이러저러한 일들 때문에 조금은 뜸해졌었는데 이번 주말은 두 가지 다 해보자는 생각에 아침을 차려먹고서 먹거리를 갈무리하고서 집을 나섭니다. 근교의 짧은 산행지로 발걸음을 내디뎠다가 돌아와 오후시간에 여유가 생기면 혼자서라도 연습삼아 형산강변으로 가볼 생각으로 느지막히 집을 나서 차를 몰아 달려간 곳은 한동안 잊고 있었던 포항시와 영천시가 경계를 이루고 있는 운주산입니다.
운주산은 가까이 있다보니 그동안 수 차례 올라보았던 곳으로 가장 많이 찾는 남계리 방면을 비롯해 이리재와 불렛재 그리고 영천 땅 수성리에서도 올라보았는데 오늘은 짧게 다녀오기에는 괜찮은 곳으로 부근의 봉좌산과 저울질을 하면서 봉좌산은 종주산행으로 다시 올라보기로 하고 모처럼 안국사를 찾아보기로 마음먹고 집을 나서게 됩니다.
경주 방면 7번국도를 따르다 자명리방향으로 길을 들어 31번 국도로 갈아타고 기계면소재지 우회도로를 달리다 인비교차로를 지나면 나오는 남계리 입구 이정표석이 있는 지점에서 좌회전하여 얼마 가지 않으면 우측으로 오래된 정자(송와정) 하나가 있고 이 지점에서 왼쪽으로 시멘트포장 도로를 따라 3km를 더 진행하면 하안국사에 이르게 됩니다.
하안국사(下安國寺)를 관통하여 시멘트 도로를 따라 5~6분 가량 계속 올라가면 좌측으로 간이화장실이 있고 주변으로 차량 5~6대 정도를 주차할 수 있는 공터가 나오는데 이곳이 오늘 산행들머리로 잡은 곳입니다.
공터 우측으로는 계류가 흐르고 있어 여름철이면 피서를 즐기러 온 행락객들로 빈자리가 없었는데 오늘은 홀로 독차지를 하게 되는군요. 제법 세찬 바람에 쌀쌀해진 날씨에 옷깃을 여미고 배낭을 들쳐메고서 시멘트도로를 따라 상안국사를 향한 걸음을 시작합니다.
산행궤적
공터주차장에서 하산포인트이기도 한 계류 방향을 카메라에 담으며 오늘의 걸음을 시작합니다.
건기이다보니 수량이 부족해 계곡다운 면모가 조금은 부족하지만
푸르른 숲과 단풍이 들 때면 충분히 봐줄만한 곳이지요.
예전에는 민가로 있던 가옥이 지금은 용화사라는 사찰로 바뀌어 있어 세월이 제법 흘렀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도착한 상안국사 역시 예전 모습과 크게 달라진게 없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른 풍경에 낯설어 보이기도 하네요.
아니나 다를까 지금은 텅 비어버린 폐사찰이 된 모습에
예전 수도정진 하시던 스님의 모습이 생각이 납니다.
계곡 위에 터를 잡고 있던 불전도 굳게 닫혀있고
범종 또한 타종하지 말라는 경고문까지 붙어있으니...
찾아오는 신도가 없으니 운영하기가 어려웠으리라 짐작이 가는군요.
안국사를 지나자마자 왼쪽으로 지계류를 따라 올라가는 샛길 하나를 지나쳐 계곡을 좌측에 두고 오름을 이어갑니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계곡길을 따라 오르게 되면 가끔씩 표지기가 나타나 길안내를 해주고
주능선에 가까워지면서 계곡은 사면길과 거의 높이 차이를 두지 않게 됩니다.
안국사를 떠나 30분 가량 경과 후 불렛재에서 이어져 온 낙동정맥 마루금인 주능선에 올라서게 됩니다.
운주산 오름길에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기룡산, 보현산, 면봉산.
남쪽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 주릉을 따라 제법 경사를 높여가며 오르다
운주산 정상을 향한 지름길을 버리고 바윗길을 따라 올라가면
포항시 기계면과 영천시 자양면, 임고면의 삼면이 접해있다 해서 삼면봉으로도 불리우는 797.4봉에 닿게 됩니다.
삼면봉에서 바라보이는 시원스러운 풍경으로 구지리 들판 뒤로 기북 땅의 '은천지'가 내려다보이고
북서쪽으로는 한티재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이 고도를 낮추며 납짝 엎드려 있고
우측 멀리로는 신광면의 비학산도 눈에 들어옵니다.
797.4봉에서 서쪽방향의 내림길로 내려서면 만나게 되는 삼거리로
운주산을 다녀온 뒤 이리재 방향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정상 바로 직전에 있는 넓다란 헬기장을 지나 정상석이 3개나 있는
구름이 머물러 살고 있는 '운주산(雲住山)' 정상입니다.
영천시에서 조성해놓은 '제천단'이 눈길을 끄네요.
나뭇가지가 가리웠지만 그래도 겨울철이라 북서쪽의 산군들이 시야에 들어오는군요.
기룡산, 보현산, 면봉산, 수석봉, 베틀봉 등이 뚜렷하게 보이네요.
북쪽 방향의 조망은 가사령에서 침곡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이 훤하고
가운데 아래로는 기북면소재지가 보이는군요.
좌측 멀리로는 하산 때 낙엽에 미끄러져 발목을 다쳤던 아픈 기억의 자초산이
특유의 모습으로 솟아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정상을 내려와 다시 만나게 되는 삼거리에서 이번에는 이리재 방향으로 길을 들면
풍화에 바랜 커다란 비석과 문인석, 망주석이 나란히 세워져 있는
'절충장군 행용양위 부호군과 전주영장'을 지낸 오천 정공 정시심 장군과
부인인 치성송씨 숙부인(정3품 부인의 호칭)의 합장묘를 지나게 됩니다.
절충장군(折衝將軍)은 정 3품 당상관의 무신 품계로 국왕의 명의로 발급되었으므로 문서의 시작부분에 '교지(敎旨)'라는 문구가 있다. 절충장군은 정 3품 품계인데 비해 용양위 부호군(副護軍)은 종 4품 무관직이라 품계는 높은데 비해 관직이 낮아 행(行)을 붙였다. 용양위(龍驤衛)는 조선시대 중앙 군사조직인 5위의 하나로 좌위(左衛)라고도 한다.
또한 영장(營將)은 조선시대 선조대에 각 도에 있는 지방 군대를 관할하기 위하여 둔 진영(鎭營)의 장관(將官)으로 진영장(鎭營將) 또는 진장(鎭將)이라고도 한다.
정3품 관직으로 중앙의 총융청(摠戎廳)·수어청(守禦廳)·진무영(鎭撫營) 등과 각 도의 감영(監營)·병영(兵營)에 속한 지방군을 통솔하였다.
곧이어 797봉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꺾어
낙동정맥길을 따라 동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으로 나서게 됩니다.
잠시 후 안국사로 원점회귀를 할수 있는 첫 번째 갈림길을 지나고
5분 가량 후 또 하나의 안국사갈림길을 지나게 됩니다.
역시 오랜만에 대하게 되는 탁자바위(가-14지점)를 지나게 되고
좌측으로 갈라지는 또 하나의 희미한 갈림길을 지나 내림길로 등로를 이어가면
오늘 산행의 중요 포인트를 만나게 됩니다.
687봉을 우회하는 등로를 벗어나 좌측의 시그널을 따라 잔가지를 헤치고 들어서면
주변에 '경주 김씨'묘가 고스락을 지키고 있는 687봉에 닿게 됩니다.
687봉에서 북쪽 방향의 지능선을 따라 가파른 내림길을 이으면
희미한 옛길의 흔적은 남아있지만 잡목이 우거져 진행이 좀 힘드네요.
숲 사이로 보이는 인비리의 모습을 가늠하며 희미한 흔적을 따라 진행하니
스산한 바람만이 불어대고 잡목이 무성한 589.1봉에 도착하게 됩니다.
안국사 방향으로 원점회귀를 위해서는 북서쪽 방향인 좌측으로 내려서야 합니다.
두텁게 깔려있는 낙엽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며 사면길을 통과해 지능선을 내려가니
찾는 이가 없는 듯 묵묘 상태인 '유인 월성이씨'묘를 지나게 됩니다.
이후의 등로는 급내림길인데다 얼굴을 때리고 옷깃을 부여잡는
나뭇가지의 저항을 뿌리치며 끊어질 듯 이어지는 희미한 등로를 따라 걸으니
그제서야 공터주차장 한 켠에 있는 화장실 지붕이 내려다보이고
산행을 시작할 때 바라보았던 계곡 입구로 정확히 내려서게 되면서 산행은 끝을 맺게 되고
여전히 텅빈 주차장에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애마에 올라타고
형산파크골프장을 향해 서둘러 귀로에 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