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다정하고 편안한 정서를 갖고 있다. 특히 가을 길은 여유와 감성이 뚝뚝 흐르는 낭만의 공간이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걷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아름다운 길을 걷는다면 마음의 풍요로움을 얻으면서 건강까지 챙길 수 있지 않을까. 올가을 끝없이 걷고 싶은 서울과 전국의 아름다운 길을 소개한다.
Part 01 지하철로 찾아가는 서울 도심의 아름다운 길
상쾌한 공기, 넓은 산책로
남산공원길
서울 시내 중심부에 자리한 남산공원. 추억의 데이트 장소로 떠올리는 이곳은 서울 사람들이 즐겨 찾는 휴식과 운동 공간으로 ‘도심 속푸른 정원’이라 불린다. 아침 남산공원에 오르면 가볍게 맨손체조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남산은 산이라 하기에는 그리 험난하지 않고, 산책로는 적당히 가팔라서 걷는 묘미가 있다. 걸을 수 있는 길도 여러 가지다. 자동차가 통제돼 걷기 편한 순환도로를 따라 걷거나 잘 다듬어놓은 돌계단으로 오를 수도 있다. 또한 깊은 산 속에라도 들어온 것 같은 숲 속 길을 걸어도 좋다.
남산공원은 진입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하다. 그중 즐겨 찾는 경로는 장충동 국립극장과 남산식물원을 통해 올라오는 길이다. 둘 중 어디로 올라가도 정상인 서울타워까지는 1시간 30분 안에 닿을 수 있다. 남산의 대표적인 산책로는 국립극장에서 남산타워를 향하는 남쪽 순환로 3.1km 구간과 케이블카 탑승장을 향하는 북쪽 순환로 3.2km 구간이다.
신선한 공기를 공급해주는 ‘서울의 허브(Herb)’라 불리기도 하는 남산길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더욱 쾌적한 운동할 수 있도록 입구에서부터 차량 통행을 제한한다. 대신 순환버스가 자주 다니니 공원입구나 지하철역에서 버스를 타면 편리하다.
북측 순환로에는 조깅이나 걷기에 좋도록 탄성포장로가 조성되어 있다. 또 보행자 편익을 위해 제한된 차량만 들어오는 찻길을 줄이고 대신 산책로를 넓혔다.
>>> 가는 길 지하철 3호선 동국대입구역에서 하차, 남산 순환버스로 갈아탄다.
서울 시내 중심에 자리한 보석 같은 길
정동길
이문세의 노래 ‘광화문 연가’에도 등장하듯 덕수궁 돌담길로도 불리는 정동길은 오랜 시간 많은 세대에 걸쳐 사랑을 받은, 서울 시내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힌다. 시청 앞 덕수궁부터 시작되는 이 길은 고궁을 끼고 있어 오랫동안 그 빛이 바래지 않았다.
정동길은 돌담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작은 원형 분수 모양의 중심부로 향한다. 이 중심부에서는 미국대사관을 거쳐 광화문 사거리로 이어지는 길과 정동극장을 거쳐 경향신문사로 이어지는 길, 서울시립미술관으로 올라가는 길 등으로 나뉜다. 이 중 어떤 길을 선택해도 좋다. 돌다리로 이어져 있는 미술관 가는 길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샛길로 나 있는 흙길도 운치 있다. 미술관에서 유명한 작품전을 관람하는 것도 좋지만 아름답게 가꾸어진 미술관 주변 경관을 둘러보는 것도 눈이 즐겁다.
경향신문사로 이어지는 길은 드라마 촬영지로도 인기 있는 길이며 정동극장, 예원학교, 이화여고 등이 자리해 있는 문화의 거리이기도 하다. 이화여고 돌담 아랫부분은 파스텔로 벽화가 그려져 있고, 맞은편 정동극장 앞에는 라디오가 나오는 벤치가 놓여 있다. 예원학교 담벼락에는 정동의 역사를 각 나라의 언어로 설명해주는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다. 특히 이 거리에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카페가 곳곳에 자리해 있다.
미국대사관을 거쳐 광화문으로 나가는 길은 차량 진입을 통제하기 때문에 걷기에 좋다. 조용하고 깨끗하며 잘 다듬어져 있어 방해받지 않고 걷기에 더없이 좋다.
>>> 가는 길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하차한다.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서울숲길
골프장, 승마장이었던 뚝섬 일대는 2005년 대대적인 공원 조성 사업으로 누구나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서울숲으로 탈바꿈했다. 총면적 1,156,498㎡(약 35만 평)인 이곳은 크게 다섯 개의 테마 공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화예술공원, 자연생태숲, 자연체험학습원, 습지생태원, 한강수변공원이다.
서울숲은 어디든 걷기 좋은 길로 이어져 있다. 가을이면 코스모스 만발한 오솔길을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서울숲길은 평길이 많아 걷기에 편하며 콘크리트 포장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흙길이다. 롤러스케이트나 자전거, 유모차 등이 다니기 쉽게 되어 있다. 한강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한강과 연계해 걸어도 좋고, 청계천과 연결돼 청계천을 따라 걷다가 서울숲으로 올라올 수도 있다. 걷기대회로 인기가 많은 길이다. 공원 안의 시설을 둘러보고 즐기는 것만 해도 따로 걷기가 필요 없다.
자연생태숲은 과거 실제 한강 물이 흘렀던 곳으로, 한강과 중랑천을 연계하는 숲으로 재현했다. 방사장에는 꽃사슴 40마리, 고라니 10마리, 다람쥐 30마리, 다마사슴 8마리 등이 있으며 연못에는 원앙 6마리, 청둥오리 8마리, 흰뺨검둥오리 8마리, 쇠물닭 4마리 등이 살고 있다. 야생의 모습 그대로를 재현한 생태숲이기 때문에 입장은 안 된다. 대신 보행가교를 설치해 다리를 건너면서 동물들을 관찰하도록 했다. 이 다리를 따라가면 한강으로 나갈 수 있다. 다리가 전망대 역할도 한다.
>>> 가는 길 2호선 뚝섬역에서 내려 15분 정도 걷는다.
강남 지구의 꽃
양재천길
도곡동, 개포동 등을 가로지르는 양재천은 강남지구의 꽃이다. 총 하천 길이 15.6km에 달하는 양재천은 관악산, 청계산에서 시작해 과천 구간을 거쳐 서울 강남에 흐르는 한강 지류 중 하나다.
양재천은 걷기에 매우 편하게 설계되어 있다. 높낮이가 다른 세 개의 길로 나뉘어 있는데, 물가 옆 가장 낮은 길은 자전거 도로이며 그보다 높이 위치한 두 개의 길은 보행자를 위한 것이다. 자전거 길과 보행자를 위한 길이 나뉘어 있어 사고 날 염려가 없다. 특히 잘 다듬어진 자전거 도로는 양재천이 탄천과 한강 등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자전거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길이다.
높이가 다른 두 개의 길을 각각 걸어보는 것도 묘미다. 도로변에 가까운, 가장 높은 길을 걸으면 양재천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보다 조금 낮은 길을 걸으면 높은 길에서 본 것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주변 풀과 나무, 꽃 등이 가깝고 나무가 우거져 있어 좀 더 아늑한 느낌을 준다.
양재천의 매력은 긴 구간별로 풍경과 시설이 다르다는 점이다. 매봉역 부근의 제1구간에는 물놀이장이나 생태학습장이 있으며, 대치역과 도곡 역 사이의 제3구간에는 자연학습원, 물놀이장, 벼농사학습장 등이 있다. 대치역과 학여울역 사이의 제4구간에는 자연학습원, 생태관찰원이, 학여울역 부근 제5구간에는 예쁘게 조성된 꽃길이 유명하고 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철새도래지도 함께 즐길 수 있다.
>>> 가는 길 지하철 3호선 도곡·개포·학여울역에서 내려 각각 진입할 수 있다.
캠퍼스에서 즐기는 낭만의 길
서울대학교 내 ‘걷고 싶은 길’
관악산을 끼고 있는 서울대학교는 자연 환경이 좋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복잡한 도로 상황 때문에 미처 관악산의 아름다움과 맑은 공기를 온전히 누리기 힘들었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보행자를 위한 보도블록을 깔아 걷기 좋은 길을 만들었는데, 바로 ‘걷고 싶은 길’이다.
서울대학교 정문으로 들어가면 왼편에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작은 숲과 특이한 모양의 건물이 있다. 이 건물이 바로 서울대학교 미술관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가 설계한 이 건물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 ‘걷고 싶은 길’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서울대학교 미술관 앞 순환도로를 건너면 대운동장이 눈에 들어오고, 그 위에는 경영대가 있다. 여기서 음미대 방향의 길을 걸어보자. 점점 녹음은 짙어가고, 주변은 조용해진다. 음대생들의 연습 소리도 들려온다.
길 중반부에는 자하연이 있다. 아름다운 자하연은 주변부를 나무 데크로 만들어 연못으로 접근성을 더 좋게 했다. 나무 데크로 만들어진 계단을 내려가면 더 가깝게 연못에 닿을 수 있다. 걷고 싶은 길은 도서관 앞까지 이어진다.
서울대에는 ‘걷고 싶은 길’ 이외에도 걷기 좋은 코스가 많다. 서울대 미술관에서 관악산공원 입구까지는 최상의 산책 코스다. 좀 더 걷고 싶다면 관악산을 가볍게 등반하는 것도 좋다. 굳이 등산로를 따라가지 않더라도 자유롭게 걸을 수 있기 때문에 기분 좋은 걷기 운동이 가능하다.
>>> 가는 길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하차, 서울대로 가는 버스를 탄다.
Part 02 전국의 아름다운 길
청주 가로수길
청주의 관문인 진입로 가로수길은 경부고속도로 청주 인터체인지에서 가경천 죽천교까지 6km에 걸쳐 펼쳐진다. 1,527그루의 플라타너스가 마치 터널을 이루듯 장관을 연출하고 있어 전국의 진입로 중 가장 아름답고 운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나 드라마 배경지, 사계절 전경 사진으로 유명한 이곳은 포장이 잘된 4차선 도로 양쪽으로 싱그럽게 어우러진 플라타너스가 사계절마다 특색 있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 2001년에는 ‘전국 아름다운 숲 대회’ 거리 숲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청주의 대표적인 얼굴이다.
부산 달맞이길
부산 달맞이길에서 오솔길을 거쳐 달맞이 어울마당까지 이어지는 2.2km 구간이다. 바다를 끼고 펼쳐지는 길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바다 위 산자락에 안겨 있는 야경도 예술이며 늘어서 있는 나무와 부서지는 파도가 그려내는 풍경은 걷기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길도 아름답지만 예쁜 레스토랑과 카페가 많아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다.
‘달맞이’라는 이름처럼 ‘달빛 아래 명상 걷기’ 행사인 ‘문탠로드’가 정례화되어 있다. 문탠로드는 매달 음력 15일 전후 주말에 열린다.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한국대나무박물관에서 15번 국도를 타고 나오기 시작하면, 동화 속 같은 아름다운 가로수길이 나온다. ‘메타세쿼이아’라는 가로수가 만드는 이국적이며 환상적인 풍경이다. 2002년 산림청과 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본부가 ‘가장 아름다운 거리 숲’으로 선정한 곳이기도 하다. 초록색 동굴과도 같은 이 아름다운 길은 꿈의 드라이브 코스이기도 하지만 잠시 내려서 걷기에도 좋은 길이다. 특히 메타세쿼이아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향기로 마치 삼림욕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문경새재 과거길
조선시대 영남과 한양을 잇는 고갯길로,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이 지나던 길이다. 현재 3개소 850m가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역사의 향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제1관문을 지나 제2관문까지는 비교적 완만하고 평탄한 오솔길이 펼쳐진다. 제3관문에는 ‘책바위’ 등 장원급제를 바라는 사람들이 쌓아놓은 돌탑이 있어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조선시대 영남대로 중 남아 있는 유일한 옛길이다. 인근 KBS 드라마 촬영장, 민속박물관과 사계절 썰매, 자연생태공원 등도 함께 즐겨보자.
■글 / 두경아 기자 ■사진 / 이성원(프리랜서) ■사진제공 / 담양시, 청주시, 문경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