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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왕봉 산행기 1 본문

◈ 산행이야기/☆ 2007년도 산행

지리산 천왕봉 산행기 1

해와달^^* 2007. 9. 17. 01:52
                                                                (지리산 천왕봉 정상 봉우리)
  
경남 산청 지리산 천왕봉을 등정하고
 

산의 제왕인 지리산 천왕봉을 만나러 간다. 가슴 벅차고 설레는 마음 이루헤아릴 수 없다. 마음은 웬지 선보러 가는 기분처럼 미묘함이 요동친다. 지리산은 갈수록 새롭고, 경험할수록 경이로움만 쌓이는 산이다.

 

천왕봉은 만나기가 그리 쉬운일도 아니지만, 쉽게 가고 올수도 없다. 해서 두눈 딱감고 집안 벌초도 건너 뛰었다. 뒷감당은 차후 일일테고, 다만 전날 늦게 잠자리에 든 탓에 컨디션에 지장을 가져와 어려움을 겪게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면서 집을 나섰다. 영화 "디워"에 나오는 흑룡의 머리처럼 위용을 번득이는 산중의 제왕, 하늘과 닿아서 하늘의 산인 천왕봉, 웅장하고 자연경관이 뛰어나며 쉽게 자기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항상 변함없이 그 자리에 버티고 서서 역사를 지켜주고 있다. 그래서 지리산은 땅을 알고 자연의 이치를 깨닫게 하고 속세를 깨우치게 하니 천상의 세계인 천왕봉 하늘을 오른다. 인간은 자연에 끊임없이 도전하여 문명의 역사를 발전시켜 왔다. 문제해결의 단초는 도전이다. 끊임없는 지혜로운 도전행위는 호기심, 모험, 성취감, 자신감의 발로이며, 자기를 알고 자기를 지배하며 자기를 이김으로써 인간의 행위나 인과, 성공과 실패, 행복과 불행, 인성의 선악이 뒤바뀌어 나타나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큰 꿈을 품고 있는 사람은 고비 때마다 산에 오른다. 전임 대통령이나 실세 정치인들, 대권후보들은 너나할것 없이 산에 오른다. 산에 오르면 천하가 보이고, 이해타산을 떠난 순수한 자연의 상태에서 인생사가 일목요연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오늘 산행하는 국립공원 1호로 지정된 지리산은 옛부터 백두, 금강, 묘향과 더불어 우리나라 4대 명산 중에 하나로 숭배 되어온 산으로, 백두대간의 최남단(시작점인 동시에 종착점이기도 한)에 있으면서 웅장하고 경치가 뛰어나며, 그 범위가 3개도, 1개시, 4개군, 16개면에 걸쳐있는 방대한 지역이다. 주봉은 천왕봉(1915m)으로, 반야봉, 노고단과 더불어 3대 주봉을 이루고 있고, 천왕봉에서 노고단(1507m)을 잇는 약 45km(110리)의 장대한 능선에, 반야봉(1751m), 제석봉(1808m), 촛대봉(1704m) 등 1500m를 넘는 10여개의 거봉들이 구름위에 솟아 있고, 이를 호위하듯 80여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있다.

지리산 10경으로는 노고운해, 피아골 단풍, 반야낙조, 섬진청류, 벽소명월, 불일폭포, 세석철쭉, 연하선경, 천왕일출, 칠선계곡이 있다.

깜깜한 새벽이라 산행버스를 식당촌과 상가가 밀집돼 있는 매표소 앞 주차장에 주차시키고 산행을 시작했다.(4 : 00) 이미 다른 산악회 산행팀도 산행을 시작하고 있어 새벽시장 처럼 사람이 와글거린다. 거기다가 사람마다 랜턴으로 불을 밝히고 있으니 불야성을 이룬다.

중산리에서 천왕봉을 오르는 코스는 제일 짧은 코스라 가장 대표적인 등로이며, 고전적인 산길이라 사람들이 많이 애용한다. 옛날부터 시인묵객들이 대부분 이길로 천왕봉을 올랐기에 곳곳에 애환과 사연을 많이 담고 있다.

(지리산 중봉 정상 봉우리)

 

구 매표소와 중산리 분소 왼쪽을 지나 중산리 야영장 입구를 올라가다 삼거리에서 야영장 관리사무소 왼쪽으로 오른다. 오른쪽은 자연학습원 가는 길이다.

길은 곧장 잘 정비된 숲속 시멘트 오름길로 이어진다. 한 10분쯤 오르면 중산리 계곡을 가로지르는 시멘트 다리를 지난다.

다리 위에서 하늘을 바라보니 깜깜한 하늘의 무수한 별들이 시원한 폭포수 같은 시린 빛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보석을 여기저기 마구 흩뿌리는 듯하다.

다리를 건너 완만한 숲속 돌밭길은 좌측에 계곡을 끼고 25분쯤 오르면 등산로 왼쪽에 칼을 세워 놓은 것 같은 날카로운 바위가 버티고 서있는 칼바위를 지난다. (4 : 48)

사찰 일주문 입구에서 출입을 통제하는 사천왕상의 칼처럼 서슬이 퍼렇고, 삼국지 관운장의 칼처럼 육중한 칼자루가 분위기를 압도한다. 칼바위에서 곧장 100m정도 올라서 쇠판 출렁다리를 지나면 삼거리 갈림길이다.(4 : 53)

출렁다리가 긴장의 끈을 조여 주는듯 하다. 왼쪽은 장터목 산장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법계사, 천왕봉 가는 길이다.

지금부터는 숲속으로 급경사 돌밭, 돌계단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길은 급속도로 가팔라지고 돌들이 무수히 많아 돌산처럼 느껴지는 길을 코가 거의 땅에 닿을 듯이 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 오르는데 다행히도 시원한 새벽산행이라 수월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범접하기 쉬운 산이 아님을 절실히 느끼게 한다.

여기서부터 망바위 구간과 개선문에서 천왕봉 정상까지가 최고로 가파른 구간인것 같다. 산행길은 처음 급경사 오르막길과 정상부근 급경사 오르막길이 제일 힘이 들게 된다.

어두컴컴한 산행길에 무수히 채이는 돌밭길을 걸으니 천왕봉의 블랙홀로 빠져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천왕봉의 위용을 절감하고, 자연의 품속이 얼마나 심오하고 다이나믹한지 절감하게 한다. 이제 밤잠 설치게 하며 지긋지긋하게 물고 늘어지며 기승을 부리던 찜통 더위도 가을의 사주를 받고 출몰하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가을을 재촉하는 소낙비에 혼비백산하여 소리소문 없이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인간이나 자연이나 회자정리처럼 떠나고, 보내는 것은 언제나 아쉬움과 허전함이 마음에 도사리고 남는다. 돌밭 급경사길을 23분정도 오르니 계곡이 멀어지고, 산죽을 끼고 돌밭길을 오른다.

(망   바   위)

 

여기서 12분쯤 오르면 큰바위 하나를 지나고, 급경사 나무계단 오르막길을 지치도록 오르면 요상하게 생긴 바위가 등로 왼쪽에 연달아 나타나는데 망바위다.(5 : 40)

지리산 천왕봉 산신령이 보낸 사자에게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는 사람들이 소원을 빌고 가라는 뜻의 바위라고 추측을 해본다.

망바위를 지나 가파른 돌계단 길과 철계단 길을 오르면 안부에 올라서고, 10분 정도 잠시 내리막 길을 걷다가 올라서면 거대한 벼랑을 이루고 높이 솟아있는 바위와 돌이 촘촘히 바닥에 깔린 넓은 공터가 있는데 문창대다.(6 : 10)

문수보살의 지혜가 햇살처럼 찬란하다는 뜻의 문창대는 신라시대의 최치원이 골품제도로 인한 신분상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고 파국으로 혼란에 빠져들던 신라를 등지고 속세를 벗어나서 명산대천을 유랑하며, 울분을 달래던 시절에 법계사에 머물면서 책을 읽고, 시를 짓고, 명상에 잠겼던 곳이다.

(법계사를 배경삼아 ........)

다시 7분정도 오르면 시야가 확 트이고 법계사 건물이 배경처럼 시야에 들어오는 너른 공터 안부가 있다. 잠시 휴식을 하면서 주위 풍광을 조망하고, 인생드라마의 한 장면인 추억을 카메라 속에 담으면서 갈길을 추스리기에 좋은 곳이다.

(써리봉에서 이어지는 암릉 능선라인)

동쪽으로 바라보니 써리봉에서 이어지는 암릉 능선라인의 굴곡이 톱날처럼 오목볼록하게 장관을 연출한다. 잠시 완만한 내리막길을 걷다가 오르면 로타리산장이다.(6 : 15)

(로타리 산장)

로타리산장에는 많은 등산객들이 붐비고, 휴식을 취하면서 주위 경관을 즐기고, 음식과 물을 보충하고 있었다.

로타리산장은 법계사 바로 아래에 있다. 부산로타리 클럽이 72년경 세운 산장으로 경남지역 산악인들의 낭만이 서린 곳이다.오늘은 여기서 아침식사를 하기로 했다.

산장에 도착하자마자 천왕봉 산에서 맞이하는 황홀한 일출이 시작되고 있었다. 비록 주위의 전망이 가려서 좋은 광경을 목격하지는 못하지만 천왕봉 정상에서 맞이하는 일출 못지않게 정말 장엄하고 성스럽다.

(천왕봉 로타리산장에서 일출광경)

아침햇살이 나무 이파리 표면에 반사되어 연출하는 광경은 이루 형언키 어렵고 보석을 흩뿌려 놓은듯 눈부신 광채가 현란한 무지개 쇼를 연출한다. 구름바다 위로 햇살이 펼쳐지니 잿빛 대기층의 표면은 태양의 붉은 기운과 만나며 기이한 빛의 조화를 보이는데, 청자색에 보랏빛이 뒤섞인 기나긴 띠 같은 것이 잿빛 바다 위를 뒤덮는다. 광채가 운해 아래로 뻗어내리니 하늘이 열리고, 인간세상이 열린다.

로타리산장을 지나면 왼쪽길로 하여 오르면 법계사 일주문이 나타나고, 법계사 건물이 시야에 들어오나 들르지 않고 일주문 왼편으로 지나쳐 오른다.

하늘아래 첫사찰인 법계사는 지리산 천왕봉 동쪽 중턱에 자리잡고 있으며, 신라 진흥왕 5년(544년)에 연기조사가 세운 절이라 전한다. 해발 1400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사찰이다. 법계사 법당 왼쪽 바위 위에는 보물인 제 473호인 삼층석탑이 있다.  법계사를 지나면서부터 산길이 더욱 급경사로 변해 철계단과 난간을 설치해 놓았다.

(너럭바위 벼랑지역 철파이프 울타리)

너럭바위 전망대를 지나(6 : 43) 너럭바위 벼랑지역에 철파이프를 박아서 난간을 설치해 놓은 지역을 지나고,(6 : 45) 장군의 투구같은 암벽을 지나서 오르면, 가까이 벼랑능선에 푸석한 검은바위가 탑처럼 쌓아 올려진 대형 바윗돌이 보인다.

(가파른 돌밭 오르막길을 오르고 ........)

나무계단을 오르고 다소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면 좋은 전망대를 지나면서 조망하니 손에 잡힐듯이 중봉이 천왕봉과 키재기를 하듯 고개를 쏙 내밀고 서있다.

(천왕봉이 고개를 쏙 내밀기 시작하고 ........)

급경사 나무계단 오르막을 지나서 오르고, 10분정도 잠시 내리막길 내려서다가 오르막길로 올라서면 거대한 암봉이 비석처럼 서 있는데 개선문이다.(7 : 47)

(개   선   문)

암봉 왼쪽으로 대문 지역을 지나서 본격적인 정상길이 시작되는 관문이다. 천왕봉은 동쪽으로 개선문(개천문)을 두고, 남서쪽으로는 통천문을 두어 경건한 마음으로 천왕봉을 오르도록 하였다.

(넓적넓적한 돌이 바닥에 박힌 돌밭길과 돌계단길을 오르고 ........)

25분 동안 넓적넓적한 돌이 바닥에 박힌 돌밭길과 돌계단길을 가쁜 숨을 내쉬며 급경사 오르막길을 오르고 대문처럼 서있는 2개의 돌기둥을 지난다.

(사찰의 당간지주 같은 돌기둥)

이름없는 바위는 사찰의 당간지주처럼 두개의 돌기둥이 서있는데 한쪽 돌기둥이 태풍으로 넘어져 기울어져 있고, 파손되어 있으니 모양새가 빛을 잃어가고 있다.

(사다리식 급경사 나무계단을 오르고 ........)

급경사 나무계단을 오르면 전망 좋은 바위가 나타나고(8 : 15), 한참 더 오르니 천왕봉 정상부분이 모습을 본격적으로 드러낸다. 천왕봉을 바라보며 오르는데 한량없는 폭포수 같은 희열을 뇌리에 쏟아붓고 있어 나르시시즘(자아도취)에 점점 빠져들게 한다.

(천왕봉 정상부분이 본격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악전고투하며 온 힘을 쏟아부으며 정신없이 돌밭길을 치고 오르는데, 또다시 기가찰 정도로 빼어난 전망대가 특별한 광경을 보여 주려는 듯이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하는 듯하다.

(광활한 능선과 계곡의 조망)

광활한 능선과 계곡의 조망이 거침없이 손바닥 들여다 보듯 펼쳐지니 꿈결을 헤매듯 현란한 풍경화에 눈을 의심케 한다.

천왕샘으로 오르기 직전의 능선안부가 최고의 전망대다. (8 : 18)

(천왕봉 정상부분의 장엄한 위용)
천왕봉 정상을 바라보니 진한 회색의 거대한 암봉이 탄력 넘치는 봉긋한 글래머 A컵을 이루고 천상을 유혹하듯 천상으로 솟아있다. 잠시후 왼쪽으로 반반한 절벽지대 아래에 있는 천왕샘에 도달한다.(8 :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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