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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달이 사는 집

지리산 천왕봉 산행기 3 본문

◈ 산행이야기/☆ 2007년도 산행

지리산 천왕봉 산행기 3

해와달^^* 2007. 9. 17. 01:47
(암릉 바위지대-고사목 -노송-하늘의 아름다운 천년지우 앙상블)
써리봉을 내려서서 치밭목 산장으로 향하면 본격적인 써리봉 암릉능선이 펼쳐지는데, 기암괴석과 기암절벽이
고사목과 노송과 한데 어우러져 한폭의 동양화처럼 절묘한 선경을 연출한다.

(써리봉에서 치밭목산장 가는 길의 암릉봉우리)

써리봉에서 이어지는 암릉능선에는 들쭉날쭉하게 솟은 암봉이 산봉우리처럼 연이어 나타나는데 암봉을 오르고 내릴 때마다 절벽같은 바위지대를 거의 수직으로 내려서고 수직으로 오르기를 수없이 반복하고, 군데군데 계단식 수직 철사다리도 설치되어 있다. 암릉지대를 벗어날 즈음 저멀리 산능선이 안부로 고도를 낮추는 지점에 별장같은 치밭목 산장이 아담하게 모습을 나타낸다.

 4km 정도의 들쭉날쭉한 톱날같은 써리봉 능선이 끝나면 치밭목 산장까지는 숲속의 부드러운 흙길 능선이 펼쳐지고, 20분가량 내려서면 치밭목 산장(1425m)이다. (11 : 20)

(치밭목 산장)

치밭목 산장은 해발 1425m나 되는 높은 곳에 조개골과 장당골이 경계를 이루며 분수령이 되는 능선평지에 자리잡고 있다. 외벽이 통나무로 만들어 졌고, 식수대도 있으며, 숙박도 30명 정도 가능하다.

천왕봉-대원사 등산코스에서 유일하게 식수를 공급 받을 수 있고, 간단한 인스턴트 식품도 판매되고 있어, 산행인들에게 쉼터이자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하는 중요한 곳이다. 산장 주위에 온통 참나무가 울창하고 무성하여 고풍스럽기까지 하지만 등산객이 많이 찾는것 같지 않고 다소 한적한 기분이 들었다.

치밭목은 예전에 각종 취나물이 밭을 이룰 정도로 많이 자라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은 신갈나무, 참나무 등의 숲이 짙게 우거져 있어 명성에 걸맞는 취나물을 찾아볼 수 있을지 의문이 간다.

치밭목 산장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12 : 00에 무재치기 폭포로 향해 출발했다. 치밭목 산장에서 참나무와 단풍나무가 숲을 이루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20분정도 내려서면 (12 : 23) 계단식 나무사다리를 내려서는데 이때부터 길 양쪽에 키작은 산죽이 무성하게 울타리처럼 줄을서서 이어진다. 고도가 어느 정도 낮아진 모양이다.

한참 내려서면 계곡바닥인지 길바닥인지 구분이 안되는 하천같은 길바닥이 온통 돌투성이로 널부러져 있는 숲길을 10분정도 내려서고, 하천길이 끝나고 얼마되지 않아 갈림길이 나타난다.(12 : 35) 이정표에는 왼쪽으로 무재치기 폭포, 오른쪽은 대원사라는 방향표시가 있다.

치밭목 산장에서 삼거리에 이르는 중간 지점에 있고, 많은 사람이 찾고 있는 무재치기 폭포는 등산로에서 따로 떨어져 있고 폭포까지 갔다가 되돌아 나와야 하는데 산행시간이 워낙 길어지다 보니 시간관계상 산행동료들이 지나치기로 해서 들르지 않았다.

무재치기 폭포는 3단폭포로 투박한 암괴가 인상적이며, 물이 떨어져 일으키는 물보라가 햇살에 반사되어 만들어지는 형상이 무지개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지리산에서 불일폭포 다음으로 크고 장관이다.

계곡을 건너서 내리막길로 내려서면 계속 키작은 산죽이 발끝에 채이고, 오른쪽에 장당골 계곡을 끼고 하산한다. 무재치기 폭포에서 15분쯤 내려서면 삼거리 고개에 다다른다. 왼쪽길(북쪽)은 윗새재로 가는길이고, 오른쪽길(서쪽)은 한판골로 해서 유평리로 내려간다. 갈림길에서 평탄한 길이 산허리를 감돌아 가는데, 길게 협곡을 이루고 있는 장당골과 들쑥날쑥한 암봉인 써리봉이 멀리 돌아다 보인다. 이 산길은 장당계곡을 오른편에 끼고 산허리를 계속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감도는 특징이 있다. 삼거리에서 능선아래 한판골로 다시 내려서는데 키큰 수림이 우거져 있어 싱그럽기는 하지만 급경사의 오르막과 내리막 길이 수없이 되풀이 된다.

(수림속의 수려한 한판골)

이후 하산길은 계곡과 가까워지고 멀어지고 하면서 아무 볼거리도 특징도 없는 숲속길의 끝을 향해 너절한 돌밭길을 그냥 무작정 수없이 오르고 내리면서 지겹도록 끝도없는 산행길이 2시간정도 이어진다. 이 길로 천왕봉을 오른다면 아마 별로 재미없을 것이고, 엄청난 시간과 체력만 소모될 것이다.

유평리 가까이 도착하면 철조망으로 된 문을 빠져나오고 지리산 품에서 벗어나는 느낌이 든다.

무릉도원이라는 민박집이 바로 보인다. (14 : 20) 직진하여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밤밭골 마을과 유평초등학교를 지나치고 대원사 계곡과 만나는 삼거리 지점에 내려서고 (14 : 25), 빨간 벽돌로 지은 아담한 민가집이 있다.

삼거리는 대원사 계곡을 끼고 윗새재로 가는길과 대원사로 내려가는 길이 일직선으로 뻗으면서 시멘트 포장도로가 되어 있다.

여기서 대원사-대원사 일주문-대원사교로 해서 평촌리 매표소 주차장에 도착하여 장장 31km에 달하는 대장정의 산행길을 가슴뿌듯한 자부심을 안고 접었다.

(최고의 선경을 자랑하는 대원사계곡의 상류지역)

대원사 계곡은 산청군 삼장면 새재에서 부터 평촌까지 약 8.7km에 이르는 계곡에는 용이 하늘로 승천하였다는 용소를 비롯하여 선녀탕, 세신탕, 세심탕, 옥녀탕 등 아름다운 담(潭), 소(沼)가 있는 계곡 경관과 청정한 계곡수가 천하절경을 이룬다.

하늘높이 치솟은 울창한 거송 사이로 보이는 천지를 진동하는 우렁찬 물소리와 흰 물줄기가 한없이 시원스럽고 피안의 세계처럼 감탄사가 절로나고 현란하기까지 하다.

대원사 계곡바닥의 스펙터클하고 역동적인 모습은 설악산 천불동 계곡에 버금갈 정도로 대단하다.

천불동 계곡은 넓은 계곡도 있지만 협곡과 계곡을 끼고 허공에 걸려있는 철사다리 계단과 계곡을 가로지르는 철다리에서 바라보이는 현란한 계곡 풍광과 계곡을 끼고 좌우로 펼치는 암릉능선과 암봉능선에 펼쳐지는 만물상의 조각전시품들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선계를 연출하지만, 대원사 계곡은 아주 깊고, 폭이 어마어마하게 넓고, 광활한 강줄기에다가 설악산 천불동 계곡의 비선대 같은 선경이 계속 이어지고, 수많은 집채같은 바위가 조화롭게 널려있고, 담과 소가 풍부한 청류와 어울려 천지를 진동시키며 펼치는 장엄하고 수려한 광경에 눈이 뒤집힐 듯한 충격과 전율로 다가선다.

대원사는 지리산 천왕봉 동쪽에 위치한 고찰로 신라 진흥왕 9년(서기 548년) 에 연기조사가 창건하여 평원사라 하였다. 그후 임진왜란때 소실되었던 절을 조선 숙종 11년(서기 1658년)에 회암운권 선사가 복원 중건하여 대원사라 불렀다. 사찰에는 여스님들만 있고, 여스님들의 해맑은 청정 미소가 천년의 미소처럼 아름답다고 한다. 경내에는 지방문화재 30호인 9층석탑이 있다.

대원사는 아름드리 노송이 우거져 계곡의 선경과 사찰건물이 어우러져 그림처럼 아름답다.

중산리에서 산중의 제왕 천왕봉을 오르고 중봉-써리봉-치밭목 산장을 거쳐 대원사에 이르는 장장 31km 구간의 11~12시간에 달하는 대장정 산행길에서 속세의 모든 고뇌를 토해내고 청정무구한 심산의 공기와 계곡물에 심신을 씻어내리고, 지리산 천왕봉의 정기를 마음껏 들이마셨다.

숨이 막혀오는 듯한 경이로움 그 자체였으며, 천상을 휘어잡고 군림하는 듯한 천왕봉의 위용에 인간의 초라함과 무력감을 느꼈으며, 주체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을 가슴에 아로새기며 지그시 눈을 감고 북받치는 희열을 느꼈다.

오늘 산행을 끝까지 함께한 산행동료 분들, 장장 31km 구간의 11~12시간에 달하는 오랜시간의 대장정 무박 산행길에 지치기도 하고, 엄청난 힘이 들었지만 지리산 천왕봉 산행을 무사히 다녀와서 너무나 뿌듯하고, 성취감과 희열에 마음껏 젖어보는 길이 추억에 남을 수 있는 행복한 하루였다.

                                                             2007년       9월        9일

     

                                                                   경남 산청 지리산 천왕봉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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