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을 타고 걸어본 비학지맥 첫걸음 본문
♤ 산행일자 : 2014. 04. 13 (일) 날씨 - 약간의 비, 흐림.
♤ 산행장소 : 경북 포항시 신광면, 기북면 일원
♤ 산행인원 : 변함없이 홀로...
♤ 산행코스 : 낙동정맥(709.1봉) - 성법령 - 679봉 - 비학산 - 활공장 - 347봉 - 원고개
♤ 산행시간 및 거리 : 7시간 5분, 18.4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비학지맥
비학지맥은 낙동정맥 가사령 2.1km의 남쪽지점에 있는 709.1봉에서 분기하여 성법령-비학산-도음산-연화재-소태재를 거쳐 봉화산(78m)이 있는 우목리 바닷가에서 맥을 다하는 44.4km의 줄기를 말한다.또한 비학지맥은 형산강의 남쪽 줄기인 호미(형남)지맥과 더불어 온전히 형산강의 물길을 가두는 북쪽 수계가 되며, 선답자들로 부터 형북기맥으로 불리기도 한다.
◈ 산행기
지난 주에 이어 쉬는 일요일이라 푹 쉬면서 늦잠이나 실컷 잘까 싶은 생각이 들지만 눈만 감으면 떠오르는 그 넘의 산병(?)이 도져서 누워있을 수가 없다. 물에 밥 말아서 후딱 한 그릇 해치우고 사발면 하나에 과일 하나 그리고 빵 좀 챙겨서 아내더러 뒤따라 오라고 하며 집을 나선다.형산강을 남북에 두고 수계를 가르는 지맥길인 호미지맥과 비학지맥 중에서 호미지맥(형남기맥)은 이미 오래 전 직장 동료들과 마치고 비학지맥 종주를 차일피일 미루어 왔던 게 벌써 6년이란 세월이 흘러버려 새삼 유수같음을 실감하게 된다.
종주산행은 홀로 가는게 쉽지 않은게 들,날머리가 달라 차량회수 문제가 가장 고민거리인 점이 선뜻 산행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일게다. 자꾸 미루다보면 더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아 그나마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비학지맥부터 걸어보자 마음먹고 미루어두었던 과제물을 꺼내 실행에 옮겨보자고 나서는 길이다.
차를 몰아 신광면 흥곡2리 마을표석이 있는 삼거리 주변에 애마를 세워놓고 뒤따라 온 아내의 차로 갈아타고 기계, 기북을 거쳐 성법령을 향해 달려가 도착한 시간이 9시 20분.
조심해서 돌아가라는 말로 아내를 떠나보내고 성법령 쉼터 한쪽 구석에 배낭을 내려놓고서 화장실을 다녀온 뒤 스틱과 카메라만 들고 낙동정맥 분기봉인 709봉을 향해 걸음을 옮겨간다.
도로변 건너 철망 사이로 시그널들이 바람에 흩날리는 지점으로 들어서서 뚜렷한 등로를 따라 10여분 남짓 오름짓을 하고 나니 헬기장이 있는 709봉에 올라서게 되고 '내연,비학지맥 분기점'이라는 팻말과 종주꾼들이 달아놓은 표지기들의 물결을 사진에 담고서 우목리 바닷가까지 44.4km의 비학지맥 답사의 첫걸음을 내딛는다.
산행궤적
구글어스
내연지맥, 비학지맥 분기봉인 낙동정맥의 709.1봉입니다.
낙동정맥 709봉의 삼각점.
약간은 차갑게 느껴지는 바람에도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우리네 들꽃들이
종주길을 환영해주듯 피어나 있는 등로를
서걱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신나게 내려서니
기북면 성법리와 죽장면 상옥리를 잇는
921지방도인 성법령에 당도하게 됩니다.
마주보이는 계단길을 따라
본격적인 종주산행길에 오릅니다.
초입부터 제법 가파른 계단길이 이어지고
그에 비례해서 숨소리는 거칠어져 가네요.
조망터에서 건너다 본 낙동정맥과 성법령 고갯길.
우측 소나무숲이 있는 봉우리가 분기봉인 709.1봉입니다.
급경사 길을 호흡을 가다듬으며
계단길을 올라 능선에서 잠시 진행하니
811봉 조금 못 미친 지점에 산불초소가 나타납니다.
산불감시초소에서 바라본 기북면 일대 전경입니다.
이번에는 성법령 너머 북쪽의 죽장면 상옥 지역의 조망입니다.
사방이 산지로 둘러싸여 있는 전형적인 산골마을이지요.
내려다보니 구릉이 제법 커 보입니다.
피어난지 얼마 안된 '개별꽃'의 예쁜 모습이
눈길을 끌고있는 등로를 따라 진행하면
산불초소에서 3~4분 좌측 길로 진행하여
좌,우에 리본이 많이 달린 괘령산갈림길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지맥길은 이어집니다.
물론 좌측길은 괘령산을 지나 수목원으로 이어지고
향로봉으로 연결되는 내연지맥길이지요.
여기서 우측 내림길로 내려 걸음을 옮겨가면
‘통정대부청주한공지묘’를 지나니
진달래가 좌우로 도열하며 반겨주는 폐임도로 접어들게 되고
등로 좌측으로 괘령산이 나뭇가지 사이로 건너보이네요.
안부에서 잠시 오르니 전망이 트이는 곳에서
저만치 앞으로 678.8봉과 비학산이 기다리고 있고
우측 계곡 아래에는 '성법리'가 내려다 보입니다.
'줄민둥뫼제비꽃'
워낙 종류가 다양하니 쉬~ 알아보기가 쉽지 않네요.
나뭇가지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마북지.
꽃의 색깔이나 잎의 모양이 워낙 다양해서 제각각의 이름이 있었지만
'현호색' 하나로 통일이 되어 부르고 있으니 저 또한 그렇게 하고자 합니다.
반곡저수지(기마등길)로 가는 길 임을 알려주는
'옛길'님의 시그널이 어느 때보다 반가웠던 삼거리를 올라서니
오늘 산행의 대박 3종 세트 중 두개를 한꺼번에 만나게 되네요.
그중 하나는 '홀아비꽃대'입니다.
꽃말이 "외로운 사람"인 홀아비꽃대는
한 개의 꽃 이삭이 홀로 서 있기에 그렇다고도 하고,
꽃잎 없이 꽃술만 먼저 핀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는데
어느 것이든 적당한 표현이라 생각이 드네요.
또 하나는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꿩의바람꽃'이랍니다.
꽃잎이 나오는 모습이 꿩의 발톱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꽃이 활짝 필때의 꽃받침 모습이 꿩의 목 깃털모양과 닮았다고도 하며,
연약한 꿩의바람꽃 줄기가 가늘어 바람이 불면 휘기는 하나
꺾어지지 않는 모습이 아름다워 '꿩의바람꽃'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는 '꿩의바람꽃'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바람의 신 제프로스는 꽃의 여신 플로라의 시녀 아네모네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
플로라의 연인 바람의 신이 아네모네를 사랑하게 되자 질투를 느낀 플로라는 아네모네는 한송이 꽃으로 만들어 버렸는데 바람의 신은 아네모네가 너무나 안타까워 언제까지나 아네모네를 어루만지며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고 한다. 이 꽃이 지금의 '꿩의바람꽃'으로 서양에서는 바람꽃류를 '아네모네'라 부른다고 한다.
꽃말은 덧없는 사랑. 금지된 사랑. 사랑의 괴로움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가늘프고 어여쁜 '꿩의바람꽃'에
무슨 사연이 있길래 이렇게 슬픈 꽃말을 가지고 있을까요??
귀한 야생화와 아쉽지만 헤어져 안부에서
급경사 오름 짓을 한바탕 치루고 나니
폐헬기장이 있는 '기마봉' 사면을 지나다가 잠시 들러봅니다.
친구들과의 딸기산행이 새삼 기억에 새롭네요.
'옛길'님이 달아놓은 기마봉 표식이 떨어져 있어
매달아놓고 인증샷 하나 남기고서 다시 길을 떠납니다.
꽃은 왜제비나 고깔제비꽃 같고,
잎은 남산제비꽃 같은데...
교잡종인가 봅니다.
묵은 헬기장에 삼각점이 있는 678.8봉 입니다.
'고깔제비꽃'
산딸기가 지천으로 있는 군락지를 보니
몇년 전 장구재 종주산행 때
목마름을 해결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남산제비꽃'
우측으로 능선이 분기되는 폐헬기장이 있는 655봉에서
이어지는 등로는 좌측으로 연결됩니다.
대박 3종 세트 중 마지막 남은 하나를 만나게 됩니다.
꽃말이 '바람난 여인'인 '얼레지'를 이곳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개체수는 많지 않지만 본인도 모르게
고함이 저절로 터져 나오더군요.
산마루 양지녘에 자주색 꽃잎을 한껏 뒤로 제친
도도한 모습의 얼레지가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옛길'님의 시그널이 달려있는
'찬물내기' 갈림길을 지나
약간의 오름을 극복하고 나면
탑정리에서 올라오는 갈림길이 있는 716봉을 지나게 되지요.
이어 기일리 방향으로 '찬물내기' 이정표가 있는 날등 갈림길이 나오고,
약간의 오름을 지나 내려서면 탑정리로 연결되는
뚜렷한 길이 있는 이정표삼거리를 지나게 되니
진홍빛 진달래가 한껏 멋을 부리며 산꾼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곧바로 도착한 비학산 정상에는
많은 산님들이 둘러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어
먼저 주변을 돌아보며 멋진 조망을 감상하면서 사진에 담아봅니다.
우선 남서쪽 방향으로 시야를 돌려보면
어래산, 봉좌산, 도덕산, 자옥산 등
이름만 들어도 눈에 선한 지역의 이름난 산들이 한 눈에 들어오네요.
이번에는 조금 더 우측으로 옮겨보면
가운데 익말봉 너머로 멀리 운주산이 기세좋게 서있고
대구-포항간 고속국도가 지나가는 임고터널이 보이고
그 뒤로 천장산(우), 도덕산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침곡산을 비롯한 낙동정맥이 정면으로 흐르고
그 뒤로 멀리 면봉산, 보현산, 기룡산 등의 고봉들이 줄을 지어 있고
다시 우측으로 시선을 옮기면
걸어왔던 성법령에서 부터 이어져 온 마루금이 늘어서 있고
북쪽 방향으로 다시 기수를 돌리면
샘재, 수목원전망대와 삿갓봉이 우뚝하고
내연산 향로봉도 아득하게 보입니다.
포항지역의 해맞이 장소로 이름난
비학산 정상에서의 조망은 시원하기 이를 데 없지요.
오늘은 비록 흐린 날씨로 동해바다의 푸르름을 볼수 없지만
드넓은 신광들을 내려다보면서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비학지맥의 최고봉이자
사방팔방 최고의 전망을 제공하는 비학산 정상입니다.
큼직하게 새로운 모습으로 세워진
정상석 앞에서 흔적 하나 남겨봅니다.
비학산(飛鶴山) 안내도
*위 치 : 경북 포항시 북구 신광면 상읍리
*높 이 : 762m
*유 래 : 이 산은 학(鶴)이 알을 품고 있다가 하늘로 나르는 형상과 같다 하여 산의 명칭을 비학산이라 했다. 산 정상 동편 중턱에 등잔혈의 바위 봉우리가 있는데, 이곳과 정상 어느 곳에 묘를 쓰면 자손이 번창한다는 속설이 있어서 몰래 묘를 쓰거나 여름철 가뭄이 극심할 때는 묘를 파헤치는 일로 송사가 자주 일어나기도 한다. 정상의 동남쪽 중턱 구릉지에는 기우제단(祈雨祭壇)이 있는데, 일명 무제등이라고 하며 이곳에 기우제를 지내면 영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산 아래쪽에는 신라 26대 진평왕(眞平王)대에 절의 규모가 525간으로 창건했다는 법광사지(法廣寺址)가 있다.
주위를 둘러보고 사진도 찍고…
점심식사 시간이 조금 지난 시각이라
정상석 주변 한 귀퉁이에 자리를 깔고
사발면과 빵으로 간단히 점심요기를 하고서
비학산을 내려와 두릅바위를 향합니다.
무제등으로 곧장 내려서는 급경사 구간인 갈림길을 지나면
얼마 후 우측으로 탑정리 자연휴양림으로
내려서는 갈림길도 지나게 되고
완만한 내림길인 삼거리 갈림길을 만나게 되지요.
주로 법광사로의 하산길로 이용되는 길입니다.
뚜렷한 등로를 따라 곧장 진행하면 우측 탑정리로 내려서는
희미한 갈림길을 두어 군데 지나 오르니
눈에 익은 바위가 나타나는데
이곳이 628봉이고 '두륙봉'이라 불리는 곳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다가 갑자기 눈에 확 들어오는 잎이 있어 들여다보니
'족두리풀'이 꽃을 피워 낙엽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게 아닙니까...
특이하게도 '족두리풀'의 꽃은 잎에 살포시 감춰져
땅바닥에 붙어 있다시피 해서 눈에 잘 띄지 않지요.
사진에 담아 보려고 때아닌 포복을 해야만 했네요.
두릅바위에 올라 지나온 비학산을 돌아보고
탑정리 방향의 조망도 한번 담아보고서
학의 날개 끄트머리에 해당하는 익말봉도 바라본 후에
628봉 전망터로 자리를 옮겨
속이 다 시원할 정도의 조망을 마음껏 즐겨봅니다.
너른 신광들 뒤로 용연저수지가 보이고
그 뒤로 흥해 땅의 들판도 다 들어오네요.
남쪽으로는 달성사거리 방향의
가야할 빨래판 능선이 줄지어 서있고
좌측으로는 다음 구간인
도음산 방향의 능선들이 달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628봉 전망터를 돌아나오면
익말봉 방향으로 나뉘어지는
삼거리에서 좌측 아래로 진행을 해야 합니다.
'제비꽃'
파스텔톤의 산색(山色)이 너무 아름다워
한참을 서서 물끄러미 바라만 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돌아서는 발걸음에
아리따운 '현호색'이 봐달라고 조르는 통에 눈길 한번 주고 나니
이번에는 눈높이에 딱 맞게 하고서 '산벚꽃'이 길을 막네요.
갈수록 태산입니다.
벌써 양지 바른 곳에는
'연달래'가 활짝 피어 눈을 즐겁게 해주며 봄을 노래하고 있네요.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구간이지만 심심할 겨를이 없네요.
'줄딸기꽃'
'양지꽃'
'이스라지'라 불리우는 '산앵도나무'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녀석인데 오늘따라 무척 화려해 보이네요.
반가움에 꽃단장하고 기다렸나 봅니다.
'쇠물푸레나무'
기계면 미현리 방면의 산색 또한 신광면 못지 않네요.
운주산을 비롯한 봉좌산, 천장산, 어래산 등이
커다란 장벽을 이루고 있는 모습입니다.
신광면 일대의 너른 들판과
용연저수지가 시원스레 조망되는 활공장에서
다시금 눈요기를 하고서 가던 걸음 재촉하니
역시 오랜만에 대면하는 '긴잎제비꽃'이 반겨주네요.
계단을 따라 내려서니 좌측에 포장된 길이 있는
넓은 공터 안부에 도착을 하게 되고,
페러글라이더들이 비행을 마치고
장비를 갈무리하는 광경을 접하게 되네요.
색깔이 너무 고와서 임도를 따라
잠시 내려와 사진에 담아봅니다.
붉은 홍조를 띤 '복숭아꽃'이 너무 요염합니다.
안부를 가로질러 오름을 극복하고 나니
우측 사면으로 희미한 길이 이어지지만
직진 능선으로 올라가 좌측으로 내렸다가
무명봉 하나를 더 넘어 다시 능선으로 올라 339봉을 지나
잡목이 우거진 곳에 삼각점이 있는 347봉에 이르게 됩니다.
스틱을 모델삼아 흔적을 남기고
347봉 팻말 역시 사진에 담고 가던 걸음 재촉해 나갑니다.
347봉에서 10분 가량 등로를 이으니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에 도착합니다.
인기척을 내며 인사를 건네니
사람 만나기가 쉽지 않은 듯 무척 반가워해 주시네요.
'조개나물'
산불감시초소봉답게 이곳 역시 탁 트인 조망을 자랑하네요.
지나온 두륙봉을 먼저 바라봐주고
익말봉도 한번 눈길을 줘봅니다.
한층 가까워진 경주쪽 산들이 제대로 보이네요.
어래산, 봉좌산, 운주산이 앞줄에
자옥산, 도덕산, 천장산이 뒷줄에 포진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화봉리의 기동저수지를 당겨보니
덩달아 안강대간이라 일컬어지는
어래산 줄기의 마루금이 성큼 다가서네요.
지나온 산불감시초소를 돌아보고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주변 풍광을 담고서
'산조팝나무'
신광면 흥곡리와 기계면 화봉리를 연결하는
차량통행이 가능한 넓은 임도를 만나게 됩니다.
여기서 좌측으로 50m 정도 진행하여 우측 사면 오솔길로 오르니
'오지리'님의 시그널이 반겨주는 널찍한 등로를 따라 진행합니다.
우측으로 신광면과 기계면의 경계능선이 분기된 290봉의 좌측으로 내려서니
소나무가 있는 부드러운 길을 따라 작은 봉우리 하나를 지나오니
좌,우가 뚜렷한 소로 길이 나오는데,
좌측 흥곡마을과 우측 마조마을을 있는 고갯길 인듯 하네요.
'둥글레'
이어지는 등로는
소로길을 곧장 올라서서
희미한 흔적을 따라가니 222봉에 당도하게 되고,
잡목사이로 이리저리 빠져나와 만난 186봉.
별 특징없는 봉우리라 그냥 지나치기로 합니다.
이제 거의 다온 듯 원고개가 내려다보이고
나뭇가지 사이로 주인을 기다리는 애마가 시야에 잡히네요.
하지만 막바지 하산길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답니다.
이리저리 가시덤불을 헤치며 약간의 알바를 겪고서야
출입금지 쇠사슬이 있는 이름모를 농원입구를 만나게 되네요.
68번 국도를 털레털레 2분 가량 걸어와 만난
원고개 삼거리에 도착하면서 1구간 산행을 마칩니다.
산행을 다니면서 찾아 가고파 서랍속에 차곡차곡 모아 두었던 숙제들을 하나하나 꺼내 과제물 해결하듯 찾아 나서는 산길에 함께 할 산벗을 찾아보지만 서로의 스케줄이 맞지않으니 어쩔 수 없이 홀로가는 산행이 되어버려 차량회수 문제가 고민거리가 되지만 잘 해결되겠지 하는 낙관론으로 오늘도 하염없이 산길을 걸어보았다.
첫 걸음을 내디딘 비학지맥 첫 구간이 산행 말미에 가시와 잡목이 후려쳐대는 사나운 등로에 잠시 고생은 했지만 동네 야산 어디에서나 쉽게 겪을 수 있는 일이니 다음에는 좀더 헌 옷으로 갈아 입고 가야겠다는 소중한 체험을 하고 1구간 종착지인 원고개에 당도하여 다음 2구간의 들머리를 잠시 돌아보고 귀가 준비를 서두른다.
비록 몸은 혼자지만 결코 혼자가 아닌... 지난 가을의 추억을 되새기듯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걷는 산길에 찾아온 봄을 노래하는 우리네 들꽃들의 향연을 감상하면서 자연의 품에 안겨 온전히 하루를 보냈다 것이…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작은 행복이라면 누가 이해를 해 줄런지...
타오르는 목마름을 해결하고자 벌컥거리며 마셔대는 냉수의 시원함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그 순간도 작은 행복이라는 사실... 산행을 마친 뒤의 또 다른 기쁨이리라...
더불어 산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산행하면서 찍은 사진과 GPS의 궤적을 컴퓨터에서 작업을 해야하는데 그동안 보유하고 있던 지도 만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아 아쉬움이 컸었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부처님께서 큰 가피를 내려주셨는지 산행 카페에서 만난 인연으로 큰 도움을 주신 귀인을 만났으니 지난 달 그동안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만들어 놓은 지도와 구하기 힘든 소프트웨어를 기꺼이 내어주시면서 사용법까지 교육을 시켜주시는데 그 크신 배려와 고마움에 몸둘 바를 모를 지경이다. 두어번 찾아뵙고 궁금한 점을 여쭈어보고 내어주신 지도와 매칭을 하니 전보다 훨씬 맵매칭하기도 수월하고 시각적으로도 훌륭하여 만족감은 배가 되고 있다. 이제는 어느 산을 가더라도 미리 궤적을 만들어서 갈수 있으니 초행길이라 할지라도 알바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 같고 다녀온 뒤의 맵 매칭 작업도 자유롭게 할수 있게 되었으니 자고로 사람의 인연을 중히 여기고 늘 겸손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나 뿐만이 아닌 주변도 돌아볼 줄 아는 인간이 되기를 다시금 다짐해 본다. 이 자리를 빌어 크신 사랑 베풀어주신 '산내산'님께 무한한 감사의 말씀 전하면서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면서 힘을 잃어가는 석양의 전송을 받으며 귀로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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