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해와달이 사는 집

직장 산우들과 함께 오붓하게 걸어본 안강 자옥산-도덕산 우중산행 본문

◈ 산행이야기/☆ 2014년도 산행

직장 산우들과 함께 오붓하게 걸어본 안강 자옥산-도덕산 우중산행

해와달^^* 2014. 3. 29. 23:41

♣ 산행일자 : 2014. 03. 29 (토)  날씨 - 비, 흐림

♣ 산행장소 : 경북 경주시 안강읍, 영천시 고경면 일원

♣ 산행인원 : 직장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 산행코스 : 독락당-산장식당-자옥산-안부사거리-Y자 갈림길-도덕산-도덕암-도화동-독락당(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4시간 40분, 6.51km 널널산행(식사 및 휴식 포함. GPS기준)

 

 

 

◈ 산행기

오늘은 직장산악회의 3월 정기산행일이다. 앞으로 얼마나 함께 산을 찾을 수 있을지 몰라 오랜 세월 쌓아온 동료로서의 정을 돈독히 하고자 한번이라도 더 산행을 하고 싶어 여건이 되면 무조건 참여하리라 마음먹은 터라 일찌감치 산행신청을 해 두었었는데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신경이 조금은 쓰이지만 우중산행도 나름 괜찮을거라는 미사여구를 동원하며 총무를 꼬드겨 강행하기로 한다.

일찌감치 일어나 전날 챙겨둔 배낭에 도시락이랑 먹거리를 챙겨넣고 부리나케 집을 나서니 하늘은 짙은 구름에 쌓여 오늘 조망은 '영 꽝이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비가 내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해야할 것 같다.

집결장소인 병원 현관을 출발한다는 총무의 전화를 받고 곧장 집을 나섰는데 안강 옥산서원을 지나면 나오는 독락당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하고 차를 몰아 외곽도로를 달려 안강읍을 우회하여 도착한 독락당주차장에는 산행을 나온 산객들이 몇몇 눈에 띈다.

평소 같으면 이곳을 찾는 많은 등산객들로 인해 주차장이 비좁을 지경인데 비 소식 때문인지 한산해서 훨씬 여유로운 마음이다.

뒤따라 도착한 동료들과 해후를 하고서 아침 일찍 자도봉어 종주를 시작한 두사람의 동료들과 통화를 하며 진행상황을 묻고 난 뒤 며칠 전 산악회에서 전 회원들에게 지급해준 방수,방풍 자켓을 시험해 보기라도 하는 양 때맞춰 내리기 시작하는 가는 빗줄기에도 아랑곳 없이 보무도 당당히 들머리인 산장식당을 향해 걸음을 옮겨간다.

 

 

산행궤적

 

 

회재 이언적선생이 벼슬을 그만 두고

고향에 돌아온 뒤에 거처한 유서 깊은 건물인

독락당을 사진에 담으며 산행은 시작됩니다.

 

 

실질적인 산행 들머리인 산장식당 입구 입니다.

좌측은 어래산을 오르는 들,날머리지요.

 

 

산장식당을 지나오면 나타나는

자그마한 공터 주차장에 시그널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곳이 자옥산 초입입니다.

 

 

가느다란 빗줄기를 온 몸으로 맞으면서도

함초롬이 섹시미를 자랑하는 연분홍 진달래를 사진에 담고서

우중(雨中)의 산 속으로 들어갑니다.

 

 

널찍한 오름길로 들어서게 되면 키 작은 소나무가 빽빽하고

마치 마을 뒷동산을 오르는 듯한 아담한 길이 이어지는데,

내리는 비는 차별 없이 모든 것을 골고루 적시고 있고,

초입부터 제법 심한 된비알이 이어집니다.

 

 

작은 소나무숲 지대를 빠져 나가면서부터

제법 깊은 숲으로 빠져드는 기분을 느끼게 되고

가뿐 숨을 몰아쉬며 가파름을 극복해가니

군데군데 피어나는 진달래가 힘찬 응원을 하고 있는 듯하네요.

 

 

등로는 계속 가파르게 이어지지만 쉼없이 오름을 극복하니

시원한 조망을 제공하는 넓다란 전망대바위에 이르게 됩니다.

전망대바위 상단부분은 평평한 반석으로 되어 있어 쉬어가기 딱 좋은 곳이지요.

 

낯익은 시그널 하나가 반겨주고 있네요.

대구에 사시는 '의산(宜山)'님의 시그널인데 대구지역 산을 찾아다닐 때

블로그에서 자료를 도움받은 적이 있어서 기억을 하고 있었답니다.

 

 

비가 내리고 있어 멋진 조망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옥산지 주변으로 비구름이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과일로 휴식시간을 가져봅니다.

 

어래산은 안강 쪽에서 보면 그저 펑퍼짐하게 보이고

동쪽 사면이 군사훈련장으로 되어 있어 볼썽 사나운 모습이지만

이곳 자옥산을 오르면서 건너다 보이는 모습은

뾰족한 삿갓 모양으로 제법 위엄세를 갖추고 있지요.

 

 

전망바위를 지나 조금만 더 나서게 되면

자옥산 정상에 당도하게 됩니다.

 

뚜렷한 지형지물이 없는 정상부에서

돌탑과 정상석을 배경으로 다녀간 흔적 하나 남기고

도덕산을 향한 걸음을 이어갑니다.

 

 

붉은 꽃밥과 연분홍의 꽃잎으로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인동덩굴과의 아름다운 나무로

이름은 '올괴불나무' 입니다.

 

언제 피었는가 싶게 금방 피었다 지기때문에

제대로 보기가 쉽지 않은데

오늘 그 행운을 누려보네요.

 

 

역시 자옥산은 올때 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눈을 즐겁게 해 주네요.

 

봄이면 온갖 야생화들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는 곳인데

현호색이 제일 먼저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며 유혹을 하고 는 모습입니다.

 

 

군락을 이루고 있는 현호색.

앙증맞은 그 모습에 발걸음은 저절로 멈춰서게 되네요.

 

 

자옥산에서 평평하게 내려서던 길은

오른쪽으로 무덤을 지나면서부터 급한 내리막으로 떨어지게 되고

도덕산으로 이어지는 잘록이 안부까지는 10~15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잘록이 안부는 두 군데가 나타나게 되는데

두 군데 모두 4거리입니다.

 

오른쪽(동)은 모두 옥산리 정혜사지 13층 석탑쪽으로 내려가는 길이고,

왼쪽(서)는 오룡리 오배마을쪽으로 내려서는 길인데,

첫 번째 안부는 오배마을로 내려서는 길이 희미하지만

두 번째 안부에서는 안강의 풍산금속산악회에서 설치한

스텐레스 이정표가 반듯하고 길도 또렷하답니다.

 

 

함초롬히 물기 가득 머금은 채 빗속에서 떨고 있는

'남산제비꽃'이 오늘따라 웬지 처연해 보이네요.

올봄 첫 대면인데 말입니다.

 

 

안부에서 도덕산 정상까지는 줄곧 오르막길로 이어지게 되지만

한발 한발 천천히 걸음을 떼어 가다보면

바람 한점없는 폭염속만 아니라면 그리 힘든 길은 아니랍니다.

 

 

'산괴불주머니'

 

 

시그널이 몇개 걸려있는 지점의 오른쪽으로 지릉과 합류하는

갈림길 하나를 지나치게 되는데,

이 길은 옥산서원과 도덕암을 이어주는

산판도로의 중간지점 쯤인

도화동마을이나 정혜사지 쪽으로 내려서는 길이랍니다.

 

 

이후 길은 잠시 완만해지다가 다시 경사는 다소 가파르지만

흐트러진 바위들 틈 사이로 조심해서 올라서게 되면

오늘 산행 중 만나는 최고의 전망을 제공해주는 바위전망대를 만나게 되지요.

 

올라갈 때는 바위 오른쪽 아래로 우회로가 있으므로

자칫 이 전망대를 지나치기가 십상이므로 잘 살펴야 합니다.

 

 

바위 전망대에 올라서면 막힘없는 조망으로 눈이 즐거웠던 곳인데

오늘은 지나온 자옥산에서 피어나는

비구름의 몽환적인 모습으로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전망대바위에 올라서면 서쪽 아래로

고경면 오룡리와 성산저수지가 한 눈에 들어오고

건너편으로 낙동정맥 구간의 삼성산이 지척입니다.

 

 

전망바위에서 불과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도덕산을 향해 얼마간을 더 나서면

왼쪽으로 만나게되는 널찍한 무덤터 위쪽이 도덕산입니다.

 

정상부의 바위로 올라서는 길 직전에

바위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있는데

이 길은 도덕암으로 내려서는 길입니다.

오늘의 하산로이기도 하지요.

 

 

산길로 오르는 동안 비는 계속 ‘내리다 그치다’ 를 반복하더니

도착한 도덕산 정상에는 짙은 구름 밖에 없었네요.
사방으로 거칠게 없는 정상 반석전망대에 서서

주변을 돌아보지만 평소의 뛰어난 조망은 당연히 없었지요.

 

사방 짙은 구름속에 갇힌 몸이라 조망은

기대하기가 어려워 정상석에서의 인증샷을 남기고

암반 위에 자리를 잡고 신선놀음 하듯 자리를 깔고

준비해간 먹거리로 식사시간을 가져봅니다.

 

 

도덕산 정상에서의 느긋한 오찬을 마치고

도덕암으로의 하산길에 나섭니다.

 

내림길은 올라올 때의 가파름 만큼이나

경사도가 있는 낙엽으로 뒤덮힌 미끄러운 길입니다.

 

 

지그재그로된 내림길을 내려와 도덕암 산령각 앞에서 담아본 풍광으로

탁 트인 전경이 어떤 세간의 찌든 고뇌도 모두 씻어줄 것만 같은 곳일 것 같네요.

 

지금쯤 어래산의 된비알을 열심히 오르고 있을

두 명의 동료들을 떠올리며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냅니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11교구 본사인 불국사의 말사인 도덕암.

 

주지이신 지공스님이 주석하며

관음보살의 기도도량으로 불향을 피우고 있는 곳으로

두손 모아 합장으로 인사를 여쭈니 반갑게 맞아주시더군요.

 

 

절벽 병풍을 둘러치고 넓은 반석 위에 세운 명당에

현재의 모습은 낡고 초라하지만 나름대로 맛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옛 산령각이 있던 편평한 암반 앞으로

근심을 풀어보라고 해우소가 새로이 들어서 있네요.

 

 

도덕암을 내려와 임도를 걷다가 좌측으로 급히 굽도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나있는 산길로 등로를 이어갑니다.

 

 

도덕산에서 내려오는 또다른 등로와 합류가 되는 삼거리.

이어지는 등로는 고갯마루에서 곧장 나있는 직진길입니다.

 

 

두껍게 깔린 낙엽을 밟으며

이미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봄기운을 만끽하며 걷는 내림길에는

 

 

젖은 몸을 말린 남산제비꽃이 다소곳한 모습으로

다시 찾아줄 것을 기약하며 환송을 하고 있고,

 

 

드라이기가 고장이 났는지 미처 못 말린 채로 나와 있어도

섹시한 모습은 감출 수가 없네요.

 

 

냉이와 더불어 들녘 어디에나

너무나 흔해서 대접 받지 못하는 꽃...

 

노란 금덩이가 많은 것을 노다지라고 부르는데 비유하여

노란 꽃이 한꺼번에 많이 핀다고 하여

'꽃다지'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하네요.

 

 

'유채꽃'

 

 

어느 전원주택의 앞마당에 활짝 피어난 '자두꽃'입니다.

 

 

사자의 갈기처럼 멋진 왕관을 쓰고 있는 '산수유' 꽃이네요.

 

 

도화동의 어느 전원주택 대문에 설치된 제주도의 '정낭'입니다.

 

 

국보 제40호인 '정혜사지13층석탑'

 

 

'광대나물'

 

 

 

 

아직도 짙은 구름속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도덕산을 바라보며

다시 찾아오겠노라고 무언의 약속을 남기면서

 

 

출발장소였던 독락당 주차장에 당도하면서 산행은 끝을 맺게 됩니다.

 

 

 

 

봄비가 내린다는 소식에 잠시 망설이다 우중산행(雨中山行)도 불사하고 직장 동료들과의 정기산행을 강행하기로 결심하고 떠난 산길...
고난을 이겨내면 삶이 풍요로워지듯이 빗속 산행은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 인상적인 산행이었다.
산을 오르는 일은 어찌 보면 인생의 축소판 같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능선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인생의 긴 여정에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듯이, 산도 마냥 맑은 날에만 탈 수는 없는 일이다.
산행하는 동안 계속된 비로 인해 산은 평소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숲길을 따라 흘러다니는 비안개 때문이리라.
안개는 마치 빼곡히 들어찬 참나무들이 뿜어내는 하얀 ‘입김’같았다. 그 차가운 입김이 허파 가득히 밀려 들어오고 안개 사이로 희미하게 드러나는 수목들의 실루엣도 신비롭게 느껴지곤 했다.
비 오는 날 산은 분명히 온전한 제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 듯 하다. 대신 비에 젖은 몸이 발산하는 야릇한 향기와 자태로 산꾼을 유혹하며 또 다른 산행의 묘미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자옥이와 도덕이와의 달달한 데이트를 마치고 산을 내려와 저녁 먹기에는 너무 이른 시각이라 옥산서원 주변에 있는 전통차와 동동주를 맛볼 수 있는 운치있는 카페에 자리를 잡고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를 들으며 동동주와 부침개로 비오는 날의 낭만을 즐기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잔을 기울인다.
먼 훗날 언젠가 그리울 봄날의 雨中山行을 추억할 수 있게끔 열심히 떠들고 마시며 진한 동료애를 느껴본다. 틈틈이 파안대소를 곁들여가며...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