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몸과 마음이 지쳐 힘들었던 안계댐환종주 본문
♤ 산행일자 : 2013. 03. 23 (일)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경북 경주시 강동면, 포항시 연일읍 일원
♤ 산행인원 : 홀로...
♤ 산행코스 : 유금2리 경로당-안계봉-대미산-설창산-문중산-시경계 접속/이탈-매봉산-유금2리 경로당 (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6시간 49분, 18.56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쉬는 토요일이라 오늘은 조금은 긴 산행을 하고 싶어 떨어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 이것저것 배낭에 쑤셔 넣는다. 행선지는 이미 정해져 있으니 고민할 필요는 없고 스마트폰으로 오늘의 날씨를 검색하면서 봄산행에 맞게끔 그리고 근교 야산을 헤쳐가려면 조금은 헌옷을 입고 가는게 나으리라는 생각에 넣어 두었던 헌등산복들을 꺼내 입고서 간단하게 아침을 챙겨먹고 외곽도로를 달린다. 가야할 곳은 강동면에 위치하고 있는 안계저수지다.
지인인 '푸르네'님이 다녀와 올려준 궤적을 따라 한바퀴 돌아보고픈 마음에 나서는 길인데 성큼 다가온 봄을 느끼며 우리네 들꽃과도 눈을 맞춰보고픈 생각도 한몫을 한다. 자동차로 몇번 가보아 낯설지 않은 곳인데 가는 도중에 울산, 포항간 복선화 전철공사를 하고 있어 공사차량들로 인해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유금2리에 도착하여 경로당 입구의 공터에 주차를 하고 산행준비를 하니 봄바람이 얼굴을 부드럽게 두드리고 지나간다. GPS를 가동하고 경로당 앞을 지나 마주보이는 야산의 능선을 바라보며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강동면 유금 2리 경로당 앞을 지나
마주보이는 대나무숲 방향으로 진행해 나갑니다.
숲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돌계단을 따라 올라 진행합니다.
상큼한 모습으로 반겨주는 '생강나무'를 보노라니
정말 봄이 찾아왔음을 실감하게 되네요.
지난 주보다 좀더 활짝 피어난 진달래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니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있는 '가는잎그늘사초(산거울)'가
자기도 좀 봐달라고 한껏 고개를 치켜뜨고 쳐다보고 있네요.
안계봉 입구 삼거리.
이곳에서 우측의 안계봉을 다녀온 후 좌측으로 등로를 이어갑니다.
무덤이 있는 정상부에는 시그널 한장 만이 덩그러니 매달려 있네요.
앙상한 나뭇가지에 새순이 돋고
초록빛 새생명이 돋아나는 모습에 완연한 봄내음을 만끽하며
걷기 좋은 동네 야산의 부드러운 솔숲길을 유유자적 걸어갑니다.
대미산 갈림길인 임도급 삼거리입니다.
대미산을 갔다 와야겠기에 좌측으로 길을 듭니다.
대미산 역시 표식도 없는 평범한 봉우리이지만
무덤 옆에 삼각점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네요.
조망이 트이는 오른쪽을 바라보니 강동면 인동마을이 보이고
그 뒤로 좌측의 경주공원묘원이 있는 산발봉이,
우측 멀리로는 곤제봉이 오똑한 모습으로 시야에 잡히네요.
다시 삼거리로 되돌아와 좌측으로 진행해 나갑니다.
널찍한 등로에 소나무 우거진 숲길을 지나
우측으로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잠시 헷갈려 주변을 돌아봅니다.
직진길은 양동마을로 곧장 내려서는 길이고
우측은 양동삼거리로 내려서는 길이네요.
양동삼거리.
경주 양동마을은
월성 손씨(월성 孫氏)와 여강 이씨(驪江 李氏)의
두 가문에 의해 형성된 유서 깊은 양반마을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마을입니다.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잠시 진행하면
시그널 몇 개가 펄럭이는 산길로 접어듭니다.
호젓한 산길을 걷다가 우측으로 조망이 트이는 곳에 이르러
안계댐의 일부분이지만 사진에 담아봅니다.
뚜렷한 등로에 걷기 좋은 푹신한 길이지만
오늘은 왠지 자꾸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느낌입니다.
그나마 간간이 나타나는 주변의 풍광을 바라보면서
애써 힘든 걸음을 떼어봅니다.
우측의 곤제봉 너머로 황수등산이
연무에 흐릿한 모습으로 다가오네요.
설창산 정상부에 반가운 이름들을 만나게 되니
한결 기분도 나아지는 느낌입니다.
오래 전 환종주를 하고서 지금은 구미로 떠난 '오지리'님과
그 뒤를 이어 같은 길을 걸었던 '푸르네'님의 흔적을 만난 때문이지요.
설창산 정상입니다.
양동마을의 진산이랍니다.
또 한 명의 반가운 이를 만났으니
오래 전부터 맥을 찾아 다니며
후답자들에게 길을 밝혀주는 '퐝다리'친구랍니다.
생강나무
별 특징없는 등로를 걷다보니 크기가 남다른 나무도 사진에 담게 되네요.
희미한 흔적을 찾느라 이리저리 헤메다 폭 좁은 도로를 만나게 됩니다.
이어지는 등로는 고갯마루 좌측으로 연결됩니다.
고갯마루에서 좌측으로 접어들면
곧바로 친구의 시그널이 길 안내를 해줍니다.
원래의 등로는 125.5봉을 올랐다가 내려서야 하는데
뚜렷한 길을 따르다 만난 6기의 무명묘가 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올랐다가 등로를 따라 내려갑니다.
안계댐 일주도로를 지나 건너편 철문 사이로 진행을 합니다.
텃골산을 다녀오기 위함이지요.
이후 다시 이곳으로 나와서
성황당고개까지 도로를 따라 가야 한답니다.
'봄까치꽃(큰개불알풀)'
제멋대로 자라 볼품이 없을지라도
우리 땅에서 자라고 있는 우리의 소나무입니다.
널찍한 등로 한 귀퉁이에 자리잡고 있는 삼각점을 담고
등로를 잇기 위해 도로까지 되돌아 나갑니다.
포장도로를 따라 제선충에 병든 소나무들을 솎아내는
벌목꾼들의 작업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털레털레 걷다보니 성황당고개 입구에 도착하게 되네요.
이어지는 등로는 마주보이는 '불조심' 현수막 뒤쪽입니다.
오늘 걷는 등로에는 근교산의 큰 특징인 무덤이 무척 많고,
제선충에 병들어 명을 다한 소나무들의 무덤 또한 부지기수네요.
울창한 숲길을 걷다가 시야가 트이는 곳에서
바라보니 눈에 익은 풍광이 펼쳐집니다.
좌측부터 다음 주말 찾아갈 자옥산과 도덕산이 고개를 내밀고 있고,
어래산이 길게 드러누워 있는 모습이 반갑게 느껴집니다.
경주 이씨 가족묘를 우측으로 올라서면
삼거리가 나오고 바로 우측으로 109.7 삼각점이
납골묘와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등로를 따라 걸으니 이번에는
좌측으로 기계면 단구리가 보이고
그 뒤로 용산이 특유의 뾰족한 모습으로 서 있고,
우측 멀리 비학산도 흐릿하게 시야에 들어오네요.
요주의 지점입니다.
좌측으로 포항러셀산악회의 표지기가 있는 곳으로 가야하는데
직진길로 들어섰다가 알바만 겪고 왔네요.
알바를 겪었지만 그래도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오늘 산행중 몇 안되는 눈이 즐거움을 누리는 기쁨을 맛봅니다.
안계댐이 무척 큰 저수지라는 사실을
오늘에야 제대로 알게 되네요.
막상 걸어보니 둘레길이 무척 길고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가야할 길이
아직 요원하다는 걸 실감합니다.
알바를 경험하고 삼거리까지 되돌아나와
등로를 이으니 31번 국도와
삼괴정마을로 연결되는 임도를 만나게 됩니다.
시간은 오후 1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라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갈까 하다가
입맛이 땡기질 않아 좀더 걸어보기로 하고
맞은편 산길로 올라섭니다.
약간의 오름을 극복하며 잡목이 우거진 숲을 헤치고 들어가니
친구의 시그널 한장 만이 펄럭이는 문중산에 도착합니다.
문중산을 지나와 평평한 곳을 골라잡아
준비해간 먹거리로 요기를 하고서
조금 더 진행하니 삼각점(145.1)이 반겨주네요.
양지바른 어느 무덤가에 활짝 피어난 진달래꽃이 탐스럽네요.
봄볕과 봄바람이 틔운 걸작품이지요.
아직도 가야할 산길이 아득해 보이지만
한걸음 한걸음 가다보면 결국엔 도착하게 되겠지요.
"눈은 멀고 걸음은 가깝다"는 말이 있듯이 말입니다.
'창녕 조씨 헌납공파' 시조묘를 지나오니
임도와 합류가 되고
'여주 이씨 현감공파' 종중산임을 알리는 빗돌을 지나
무덤있는 곳으로 등로는 이어집니다.
포항 연화재와 기계면으로 이어지는
31번 국도상에 있는 (주)동양 경포공장이 보이고
저 멀리 끄트머리에는 도음산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번엔 가야할 등로를 가늠해보니
시경계길인 2001.1봉이 건너보이고,
우측 멀리 오늘 산행의 최고봉(?)인 매봉산이 보이네요.
31번 국도에서 안계리로 들어가는 도로를 가로질러
'출입금지' 표식이 있는 쇠사슬을 넘어 진행해 갑니다.
두 세번 갈 곳을 잃어 숲속에서 방황을 거듭하다가
무작정 치고 올라가 도착한 능선에는 낙엽만이 수북이 쌓여있었네요.
어찌하여 모양새가 저리 되었는지...
지곡아파트 단지와 그 너머 포스코의 굴뚝도 시야에 들어옵니다.
드디어 시경계길과 합류를 하게되네요.
언제 걸어볼 기회가 주어질지...
등로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삼각점(236.2)을 지나
10여분 함께 했던 시경계종주길과 작별을 하고서
우측으로 등로를 이어가야 합니다.
좌측의 시경계길은 제산을 거쳐 형산강변의 중명리로 이어지지요.
올 봄 처음 대면한 '양지꽃'을 만나
요모조모 뜯어보면서 눈높이를 맞춰봅니다.
매봉산 직전의 갈림길.
바로 앞의 매봉산을 갔다가 이곳에서 하산을 해야합니다.
매봉산 정상.
유일하게 정상을 알리는 표식이 있네요.
뒤로는 형산이 보이는군요.
그래서 제산(弟山)과 형산(兄山)을 한꺼번에 담아봅니다.
앞이 휜히 트이는 전망터에서 지나온 흔적들을 되돌아 봅니다.
올망졸망한 산들을 쉼없이 내달리며 걸어온 마루금을 바라보니
오늘의 발품도 결코 작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입니다.
좌측의 설창산이 안계댐 푸른 물 위로 떠있고
어래산, 그 뒤로 자옥산, 도덕산이 실루엣으로 다가옵니다.
쏟아지는 가파른 내림길을 조심스레 내려오니
바알갛게 홍조를 띠고 있는 참꽃이
긴 산행의 수고로움을 위로해 주는 듯합니다.
위덕대학교 후문으로 연결되는 체육시설이 있는
삼거리에서 잠시 다리쉼을 하고서
소나무 무덤들이 줄을 잇고 있는 모습에
제선충의 무서움을 새삼 느끼며 막바지 등로를 이어갑니다.
울산-포항간 철도 복선화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모습이
눈에 들어오니 이제 거의 다 왔음을 알 수 있네요.
숲을 빠져나와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마을 어귀의 밭을 지나
담장 위로 고개를 치켜들고 사자갈기처럼
폼을 재고 있는 산수유꽃을 사진에 담고
그에 뒤질새라 요염한 포즈를 잡고
산꾼의 발걸음을 붙잡는 매화의 손도 한번 잡아주고나니
아침 나절 산행을 시작했던 유금2리 경로당에 도착하면서
오늘 산행의 일정은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됩니다.
지인들이 앞서 다녀와 그 흔적들을 보면서 언젠가는 한번쯤 걸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늘 품고 있었는데 모처럼 쉬는 주말을 맞아 한바리 해보고자 행장을 꾸려 나선 오늘의 산길. 근교산이 주는 아기자기한 맛을 몸소 체험해 보려고 떠난 산길이었지만 일주일 내내 바삐 움직이느라 누적된 피로에다 산행 시작 전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에 맥이 빠져 산행 내내 피곤함을 느끼며 짧지 않은 먼 길을 걷느라 무척 힘이 들었던 오늘의 산행이었다.
봄기운이 봉우리마다 피어있고 가는 길마다 봄볕이 닿아 향기 가득한 봄나들이가 되기를 바랬던 오늘의 나들이었건만 산길을 걷는 동안 문득 문득 떠오르는 복잡한 심경 탓에 여느 때보다 발걸음이 무거워지고 장딴지도 팽배해져 홀로 가는 산행의 여유로움 속에 산이 주는 즐거움을 맘껏 누리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새로운 한 주간을 위해 재충전의 기회를 삼으려 했던 애초의 목표는 미완의 숙제로 남겨둔 채 오히려 피곤함을 잔뜩 지고 내려온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에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매번 산행 때마다 좋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스스로에게 위로를 하면서 비록 말끔히 털어내지 못한 마음의 찌꺼기를 애써 지워가며 밝은 햇살이 남아있는 도로를 달려 집으로 향한다.
'◈ 산행이야기 > ☆ 2014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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