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반나절 산행으로도 충분히 웰빙의 즐거움을 맛본 도음산 나들이 본문
♣ 산행일자 : 2014. 03. 02 (일) 날씨 - 흐림, 가끔 비
♣ 산행장소 : 포항시 북구 흥해읍과 신광면 일원
♣ 산행인원 : 홀로...
♣ 산행코스 : 산림문화수련장-팔각정-공원묘지-수음산 기지국-도음산-362봉-철탑(No.16)-축산농가-산림문화수련장 (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2시간 40분, 7.9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지 소개
383m 높이인 도음산(禱蔭山)은 유서깊은 흥해의 진산으로.. 동쪽 맑은 골 숲에는 불국사의 말사로 자장율사께서 창건하였다는 천년 고찰 천곡사(泉谷寺)를 품고 있다.사바세계에 불국토가 건설 될 당시 신라시대 큰 절에는 《사람의 지혜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신령스럽고 기묘하다》는 영묘할 '영(靈)' 字가 많이 등장하는데 처음에는 영곡사(靈谷寺)라 불리어 졌는데 어느 날 선덕여왕께서 행차하시어 석정(石井)에서 솟아나는 샘물을 마시고 고질인 피부병이 낳았다고 하여 샘천(泉) 字를 쓰서 천곡사라 불리어졌다고 한다.
선덕여왕대에 건립된 천곡사는 오랜 세월을 거치며 외침에 의한 소실과 제건을 반복하며 그렇게 쇠락을 거쳐왔는데 최근에는 6.25동란의 치열한 '기계-안강지구 전투와 '포항 지구 전투'를 거치며 또 한번 화마에 소실되는 아픔을 겪기도 하였지만 아홉기의 부도탑과 사적비, 석주 등의 유물을 간직하고 있어 천년고찰의 흔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기도 하다.
더욱이 도음산은 6.25 발발 후 낙동강 방어선중 '기계-안강 지구 전투'의 격전장으로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한 남한 수도사단과 무력 적화통일을 하려는 북한 12사단이.. 밀고 밀리는 그야말로 피비린내로 얼룩진 격전장이었으며 야산 도처에 전사자 유해발굴 흔적들이 있고 총알과 폭탄에 산화해간 넋의 현장을 지나칠 때면 왠지 마음이 숙연해 지는 그런 곳이기도 하다.
◈ 산행기
모처럼 쉬는 휴일인 오늘. 느지막히 일어나 늦은 아침을 죽으로 때우고 나서 창밖을 내다보니 비가 내렸는지 흐린 날씨에 스산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왼종일 집안에만 틀어 박혀 있어야 하나 싶어 괜스레 마음이 무거워져 오는데 조금 있으니 밝은 빛이 거실창으로 들어오는게 보인다. 얼른 커튼을 젖히고 하늘을 바라보니 한결 밝아진 하늘이 먼곳에서부터 시야로 들어온다. 이미 늦은 시간이지만 가까운 곳으로 짧게 다녀오리라 생각하며 얼른 배낭을 꾸린다. 사발면 하나에 빵 조각 몇개와 바나나 두개 챙겨넣고 물 한병 달랑 메고 카메라를 챙긴 후 밖을 나선다. 임곡의 달봉산을 갈까나.. 하다가 너무 짧다는 생각이 미치자 행선지는 도음산으로 바뀐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지만 비학지맥이나 시경계종주 산행을 꿈꾸고 있으니 답사 겸 찾아보는 길이다. 포항외곽도로를 달려 흥해읍 달전사거리에서 삼도아파트 단지 방향으로 좌회전, 학천리 마을 쪽으로 약 3.5km를 달려가면 도음산 산림문화 수련장이 나타난다.
입구의 공터에 파킹을 하고서 수련장 안으로 들어서며 도음산 산행을 시작해본다.
산행궤적
포항 산림문화 수련장 입구의 모습입니다.
'도음산 산림문화수련장'은 지난 2005년 조성되었는데 도심생활권 주변에 위치해 있어 멀리 가지 않고도 녹색숲 공간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면서 쾌적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어 시민들로 부터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이랍니다.
더불어 포항시에서는 산림휴양지의 차별화, 전문화를 위해 하천의 수질오염 및 산불화재예방을 위해 취사는 물론 화기사용을 금하고 있으며, 각종 문화행사를 계획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로 도시근교의 명실상부한 산림휴양소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합니다.
수련관 내는 아담하게 조경 시설이 잘 다듬어져 있어
근린시설에 공원으로 산책삼아 다녀올만한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가까운 시기에 방영 예정인 휴먼드라마, 꿈과 열정으로 포항제철소를 건립해 우리나라 경제의 초석과 영일만신화를 창조해낸 고 박태준회장의 불굴의 의지와 도전정신을 재조명하는 '철강왕 박태준'의 드라마 세트장이 이곳 수련장 내에 건립이 된다고 하니 드라마가 촬영되고 나면 이곳은 관광명소로도 각광을 받게 되리라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도 입장료가 없을 뿐 아니라 넓은 주차장에서는 주차료까지 받지 않으니 서로서로를 사이좋게 만들어 놓으면서 한결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곳이기도 하네요.
주차장에서부터 나있는 길로 유모차나 휠체어를 타고 다니기에도 좋은 데다
넓은 잔디밭, 생태체험을 위한 수변공간과 사방댐 등
볼거리가 많아 가족이나 연인들이 많이 찾고
아이들의 교육의 장으로도 손색이 없는 것 같습니다.
구름다리를 지나면 나무데크로 만들어진 편안한 생태숲길이 열리는데,
완만하게 이어지는 지그재그의 데크 경사로는 장애우들을 위한 배려인 것 같아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미소를 짓게 만드네요.
생태숲길에서 ‘천유정’이라는 정자까지는
완만한 길이 이어져 산림욕을 즐기기에 그만이지만
산행이 목적이기에 정자로 곧장 올라서는 계단길로 진행합니다.
이마에 땀이 채 맺히기도 전에 다다른 천유정(泉遊亭).
늦게 일어나 죽으로 아침을 때우다보니 쉬이 허기가 몰려오네요.
시간도 점심시간이라 이곳에서 준비해간 사발면으로 요기를 하고 가기로 합니다.
'천유정'을 나서면 바로 나타나는 등산로 입구입니다.
시원시원하게 뻗은 솔가지 나무사이로
불어오는 솔향을 가득담은 바람을 맞으며 걷노라면
도심의 속세에서 묻은 모든 찌꺼기들이
한꺼번에 씻겨 내려가는 듯 시원해져옴을 느끼게 됩니다.
눈길을 끄는 누운 소나무도 사진에 담고
팔각정에서 20분 가량 오르니
널찍한 공터와 함께 벤치가있는 뫼골 갈래길이 나옵니다.
이후 10분 정도 넓은 길로 잘 조성이 되어 있는 산길을 따라 진행하면
무덤들이 즐비한 포항공원묘원 정상부에 다다르게 됩니다.
포항시 창포동, 장성동쪽 아파트단지와 호미곶으로 이어지는 호미지맥길 등...
이곳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그야말로 시원하기 그지없어
망자(亡者)들이 외롭진 않겠다 싶은 생각이 드네요.
공원묘원 정상부를 따라 나있는 길을 따라 진행하니
수음산기지국이 건너보입니다.
뒤쪽의 송신탑까지 진행해야 한답니다.
비학지맥 갈림 삼거리.
언젠가는 걸어보아야 할 길이기에 눈여겨 보아둡니다.
이곳에서 도음산으로 가는 길은 우측입니다.
등로 좌측으로 조망이 터지는 곳에서 바라본 안계저수지와
양동마을을 비롯한 강동지역의 들판이 펼쳐지고,
조금 더 우측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좌측의 어래산에서부터 도덕산, 천장산, 봉좌산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모습이 들어오네요.
대구-포항간 고속도로 뒤로 안강들이 펼쳐보이고
그 뒤로는 안강읍내가 자리잡고 있는 모습입니다.
곧이어 포항근교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양의
"도음산 안내판" 철제표지판을 만나게 됩니다.
잠시 안내판 내용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도음산은 옛 흥해군(興海郡)의 진산(鎭山)이다. 전설에 의하면 이산 동쪽자락 천곡령(泉谷嶺) 아래에는 소문만 영천(靈泉)이 있었는데, 신라27대 선덕여왕(善德女王)이 이곳에서 목욕하고 피부병을 완치하고는 자장율사(慈裝律師)에게 명하여 천곡사(泉谷寺)를 창건하였다 하며 조선조 19대 숙종(肅宗)은 이 절에 붓과 먹을 하사하여 보관되어 오다가 6.25전쟁의 병화로 12동(棟) 규모의 거찰 천곡사는 소실되고 천곡사지(泉谷寺地)의 영천자리에는 석정(石井)이 다듬어져 있다.>
도음산 정상 직전의 쉼터에 서있는 표지목.
천곡사를 구경한 뒤 원점회귀를 하려면 도로 방향으로 내려서야 하지만
도로 건너편 능선으로 가기 위해서는 냉수리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도음산 정상.
정상에서 주변을 돌아보고 냉수리 방향으로 내려서서
5분 만에 만나게 되는 정자 쉼터.
정자 쉼터에서 바라보는 조망 또한 일품이었네요.
좌측의 흥해의 너른 들판에서 장성동, 창포동까지...
영일만의 푸른 바다 너머로 호미지맥이 흐르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서
속세의 찌든 때를 말끔히 씻어내는 기분이랍니다.
잠시 등로를 이으면 도로에 내려서게 되고,
내려온 등로를 사진에 담고 냉수리 방향의 오름길로
4분 가량 포장도로를 따라 걸어가면
반사경이 있는 곳에서 시그널이 있는 오른쪽 산길로 올라섭니다.
짧은 오름을 극복하고 나니 좌측 멀리로 운주산이 구름을 이고 있고,
그 우측 멀리로 기룡산이 시야에 들어오네요.
사진에는 잘 나오지 않지만 보현산과 면봉산도 흐릿하게 보이더군요.
좌측 아래로 떨어지는 임도급 갈림길을 지나
주목을 끌만한 표식이라고는 없는 362봉을 지나쳐
1분 만에 만난 비학지맥 갈림길입니다.
눈여겨봐야 할 곳이라 사진에 담고서
마주 보이는 직진 길로 들어섭니다.
이후의 등로 역시 소나무가 울창한데다
걷기 좋은 부드러운 산길의 연속이라
걷는 내내 '참! 좋다"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간간이 흩뿌리는 비에도 아랑곳 없이
피톤치드로 가득찬 마음은 풍요로워져 갑니다.
연일 계속되던 폭설에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꼬꾸라진 소나무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어 안타까운 마음이 드네요.
계속되는 등로를 따라 걸음을 재촉하니
소를 키우고 있는 축산농가를 만나게 되고,
농가 끝 지점을 지나오니 우측 아래로 내려서는 시멘트 길이 있어
무작정 내려섰더니 멀리 산림문화수련원이 보이는데,
가고자 했던 등로가 아니어서 되올라와서 마주보이는 길로 진행을 합니다.
곧이어 만나는 갈림길.
선답자의 안내대로 우측 아래로 등로를 이어갑니다.
달전에서 천곡사로 이어지는 지방도로 내려서면서
숲길 걷기는 마무리가 되고,
도음산산림문화수련원 정문에 도착하면서
웰빙 산행은 끝을 맺게 됩니다.
짧은 코스부터 다시 시작한 산으로의 나들이가 오늘로써 세번 째지만 근교산행이 주는 호젓한 맛에 당분간 주변의 야산들을 부지런히 다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해에는 영알을 비롯한 대구 주변의 산들을 많이 찾은 탓에 포항 지역의 근교산들은 발길이 뜸했던게 사실이라 이제 포항으로 이사를 왔으니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주변 근교산을 부지런히 찾아봐야 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을 남겨본다.
이 시대 화두는 건강하게 늙어주는 것이 가족과 자식들을 위하는 길이 된다고 한다. 운동은 중독성이 있다고 말들을 하는데, 내가 건강병 환자가 아니라 내 자신에게 긴장의 끈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정신건강의 수단으로 걷고 또 걷는 것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챙겨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교훈 삼아 틈날 때마다 앞으로도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 산을 오를 예정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부여되는 많은 숙제들을 다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그저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지만 가끔은 수많은 골치, 아픔에서 일탈해 산길을 걸으며 재충전하고 마음을 비우는 시간들이 필요하리라는 생각이다.
온 몸으로 산림욕을 즐기면서 느림의 미학에 빠져들어 부드럽기 그지없는 등로를 걸었던 오늘의 '고품격산행'.
산행을 위한 장소라기보다 일반시민들의 심신수련과 산림욕을 하기 위한 구간으로 포항 시민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는 도음산 산림문화수련장을 가운데 두고 한바퀴 돌아본 오늘의 산길은 '웰빙'이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산행이라 귀로의 차안에서도 숲속을 걷고 있는 듯한 푸르른 마음으로 가득차 있는 착각이 든다.
다음 기회에는 '또 다른 코스로 엮어서 돌아봐야지' 하는 마음이 들 정도니 더 말할 나위가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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