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근 7년 만에 다시 찾은 침곡산 근교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14. 01. 15 (수)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과 기북면 일원
♤ 산행인원 : 나홀로...
♤ 산행코스 : 기북면 용기리 노인회관- 용전지 남쪽능선-낙동정맥 합류-서당골재-침곡산-막실재-낙동정맥 이탈-약동지봉(631m)-행상바위-용전지-용기리 노인회관 (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4시간 30분, 11.6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지 소개
침곡산은 포항시 죽장면과 기북면을 경계하는 산봉으로 낙동정맥의 산이다. 대동여지도에는 사감산(士甘山)으로 표시되어 있으며 고스락엔 폐헬기장과 무명무덤이 자리하고 있을뿐 이렇다 할 조망은 제공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낙동정맥에선 당당히 제 이름을걸고 있는 산이다.
산이 높고 뾰족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기 보다는 서쪽 아래 죽장쪽 입암에서 이 산을 향해 뚫린 좁고 긴 바늘같은 골짝일대를 침곡리(針谷里)라 부르고 이에 연유하여 붙여진 이름이 아닐런지? 주위 경관을 그다지 내세울 만한 것이 없는 관계로 침곡산만을 목적으로 하여 찾는 이는 드문 편이고 지역의 애오라지 산꾼들만 간혹 찾는 정도이고 낙동정맥꾼들의 입에서나 오르내리고 있는 정도이다.
정상부는 그저 평범한 육산의 형태를 이루고 있으며 일단 계곡이나 능선에 붙게 되면 인간의 흔적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자연 그대로의 무공해 산으로 청정수림을 즐길 수 있다. 산행기점은 크게 기북쪽 용기리와 죽장쪽 침곡리를 들 수 있으나 도로사정이 편리한 용기리쪽의 접근이 쉬운 편이고 용전저수지를 중심으로 한 원점회귀에 알맞다. 침곡산 정상부를 중심으로 한 능선은 낙동정맥의 권역이라 등산로가 뚜렷하지만 계곡과 지능선들은 불확실하다.
◈ 산행기
오늘도 변함없이 당직근무 마치고 산으로의 나들이를 계획하고 몇 가지 업무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기가 바쁘게 배낭을 꾸려 사발면 하나에 보온병, 빵 몇개 챙겨넣고 물 한 병과 함께 집을 나서니 시간은 벌써 11시가 넘었다.
막상 집을 나서며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가 영알로 가보자 싶어 핸들을 꺾었지만 산행시간을 고려해보니 망설여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다시 행선지를 변경한다.
늘 마음속에 담고 있으면서 막상 찾아가는게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던 침곡산이나 봉화봉을 택해 찾아가기로 하고 기계 방면으로 차를 몰아간다.
기억속에도 가물가물한 그곳을 다시 찾아가는 길은 기계 달성사거리까지 간 후 죽장, 청송방면의 31번 국도로 좌회전을 한다. 이후 기계 우회도로를 따라 달리다 우회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기북, 내연산 수목원" 이정표가 있는 921지방도로 우회전하여 한참을 달려나가면 기북면 소재지에 이르게 되고 기북초등학교 직전에서 왼쪽 "기북농협" 앞으로 난 마을길을 따라 들어가 용기교를 건너면 좌측으로 용기리노인회관에 도착하게 된다.
주변 공터에 주차를 해놓고 싸늘한 바람에 한기를 느끼고 옷매무새를 다시 한번 여민 후 노인회관 옆으로 나있는 도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용기리노인회관에서 좌측의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산행을 시작합니다.
마을 끝을 벗어나면 나타나는 다리에서 좌측으로 진행합니다.
오른쪽은 용전지에서 걸어온 날머리입니다.
맞은편으로 보이는 능선길이 오늘 산행의 들머리랍니다.
시멘트도로를 따라 진행하면서 건너보이는
산불방지 현수막을 향해 진행합니다.
숲으로 들어서니 '징사 구암이씨 묘'를 비롯해
5기의 무덤이 있는 곳이 나타납니다.
'징사(徵士)'라는 말이 궁금하여 검색해보니
"학식과 덕행(德行) 혹은 절행(節行)이 뛰어난 산림(山林)의 유일(遺逸)이
천거(薦擧)되어 조정에 나아오는 것. 또는 그 선비를 말함."이라고 하네요.
솔가리가 푹신한 약간의 오름을 따라 진행하니
풀 한포기 없는 '청안이씨묘'를 지나게 되고
잡목을 헤치며 야트막한 봉우리를 내려서니
좌측으로 희미한 묵은 길이 있는 삼거리 안부를 지나게 됩니다.
이번에는 좀더 고도가 높아진 봉우리 하나를 넘어서니
역시 좌측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있는 또 하나의 안부를 만나게 되고
주능선을 오르는 가파른 오름을 헉헉거리며 올라서니
낙동정맥의 677봉을 에돌아드는 사면길로 진행합니다.
낙엽이 수북이 쌓여 조금은 위험스런 좁은 사면길을 헤쳐나가니
드디어 낙동정맥 종주길에 합류를 하게 되네요.
비록 개미 새끼 한마리없는 외로운 산길이지만
내리쬐는 햇살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나고 있네요.
등로 좌우로 늘어서있는 참나무들로 인해
주변 조망은 그리 원활하지 않지만
많은 생각을 하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귀한 시간임에는 틀림이 없네요.
609.9봉 직전의 무명묘입니다.
쉬어가기 좋은 곳인 것 같습니다.
종주꾼들의 시그널들만 펄럭이는 609.9봉입니다.
쏟아진다는 말이 어울리는 내림길을 내려서서 만난 서당골재.
(↑ 침곡산, → 기북면 용기리, ↓ 한티재)
지도 상의 '서당골재'가 아닌 '새작골재'라고
누군가 써 놓았는데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등 뒤로 내려왔던 609.9봉이
가파르게 솟아있는 모습에 고도차를 실감하게 됩니다.
등로를 조금 벗어나 있는 전망바위를 찾아
내려다 본 기북들과 용전지의 모습으로
오늘 산행 중 가장 멋진 풍경입니다.
등로 좌측 멀리 시야가 그나마 확보되는 지점에서 바라본
보현산과 면봉산의 모습을 담아봅니다.
그 사이로 두메 산골 두마리도 눈에 잡히네요.
죽장면 감곡리의 감곡지가 아래로 보이고
건너편 봉화봉 너머로 영천의 기룡산도 시야에 들어옵니다.
분명히 뿌리는 두 군데인데 몸은 하나를 이루고 있는
경이로운 모습에 잠시 걸음을 멈춰 사진에 담아봅니다.
가파른 오름을 극복하며 허리를 펴고 되돌아보니
지나온 609.9봉 뒤로 낙동정맥 상의 운주산이 희미하고
침곡산 정상부를 치받아 오르는 가풀막을 올려다보며
다시금 전의를 불태워봅니다.
등로 우측으로 하산 루트인 약동지봉(639.3m) 너머로
신광면의 비학산이 날개를 펴고 웅비하는 모습이 보이네요.
가파른 된비알을 올라서게 되면
해묵은 헬기장이 서너평 정도 되는
고스락을 지키고 있는 침곡산 정상에 도착을 하게 되고
근 7년 만에 다시 해후를 하니
반가운 마음에 정상석을 한번 쓰다듬어 봅니다.
정상에서 늦은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정상부 우측으로 자리잡고 있는 무덤 1기를 지나
완만한 능선을 따라 하산길에 오릅니다.
북동능선을 따라 10여분 남짓 길을 따르면
돌출된 바위가 멧부리를 지키고 있는 701.5봉을 지나게 되고
오른쪽으로 많이 치우치는 감이 들 정도로 꺽여 나가는
급한 내리막길을 따라 부지런히 발놀림을 해가니
우측으로 시그널들이 펄럭이는 안부갈림길에 닿게 됩니다.
우측 아래로 내려서는 길은 용전지로 가는 길이라
가야할 등로는 곧장 나있는 능선길이지요.
이곳은 예전에는 '침곡재'라고 불리웠는데
지금은 '막실재'로 불리는 곳입니다.
등로를 걷는 내내 시원스런 조망을 기대할 수 없어 아쉬웠지만
그나마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는
조금이라도 눈요기를 해볼 요량으로 담아봅니다.
건너보이는 661봉에는 산판도로가 어지럽게 나있고,
우측 멀리로는 비학,내연지맥의 분기점인 사관령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지도상의 628봉을 우회하며 평지성 등로를 따라 걸음을 이으니
'Y'자형의 중요한 갈림길을 만나게 됩니다.
왼쪽은 낙동정맥상의 배실재로 이어지는 길이고,
가야할 용전지는 우측으로 진행해야겠지요.
609.9봉 허리길을 지나고부터 줄곧 함께했던
낙동정맥과 작별을 하고서 해묵은 길을 따라 진행합니다.
등로 좌측 아래로는 덕동마을이 보이고
비학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걷는 모양새가 지속됩니다.
지난 가을의 추억을 가득 담고 있는
낙엽이 두껍게 깔려있는 약동지봉(639.3m).
아무 표식도 없는 그저 그런 봉우리라 황량한 느낌마저 드네요.
정면 방향의 남쪽으로 이어지는 산봉을 내려서면
커다란 봉분이 있는 "영천이씨묘"를 지나치게 되고,
사정없이 떨어지는 급한 내리막길을 미끄러지듯 내려지다가
유순해진 등로에 무거웠던 발을 풀어가며 솔숲을 지나오니
하늘이 뻥 뚫린 듯 파란 하늘이 반겨주는
'학성이씨'묘에 당도하게 됩니다.
무덤 뒤로는 듬성듬성한 바위 몇 개가
솟아있는 이곳이 '흔들바위'랍니다.
등로 주변으로 송이 채취구역을 알리는 빨간 비닐끈이 쳐져 있는
오붓한 오솔길을 따라 쉼없이 내려서면
소나무와 조화를 이뤄 뾰족히 솟은 '초당바위'를 지나게 되고,
'행상바위'에 올라서게 되면 지금껏 걸어왔던
산행여정을 한 눈에 꿸 수 있을 만큼
침곡산의 전모를 두루 살필 수 있을 만큼
시원스런 조망을 제공해줍니다.
화살표 방향의 좌측능선을 올라 낙동정맥을 따라 진행했던
마루금을 한 눈에 바라보며 새삼 발품의 대단함을 느껴봅니다.
바위 뒤편으로 뾰족하게 솟아오른 639.3봉이 그저 높아만 보이고
가파른 내리막 숲길이 여간이 아니었음을 다시금 실감합니다.
소나무 아래에 '기북면 새마을지도자 협의회'에서 제작한
아크릴판의 안내판이 '행상바위'임을 알려주고 있네요.
행상바위를 지나 5분 정도 더 내려서게 되면
송전철탑 아래를 통과하게 되고,
철탑을 지나면서부터는 오른쪽으로 많이 치우치며
등로는 굽돌아 내려서게 됩니다.
바로 앞으로 용전지를 정면에 두고 산자락을 돌아 내려서면
용전지 옆으로 나있는 시멘트 임도에 도착하게 되면서
실질적인 산행은 마무리를 맺게 됩니다.
얼음이 잔뜩 얼어있는 용전지를 앞에 두고서
다시 한번 지나온 마루금을 올려다보고
시멘트로 된 임도를 따라 용기리를 향한 행보를 이어갑니다.
산행 시작하면서 만났던 들머리의 다리를 지나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애마가 있는 노인회관에 도착하면서
침곡산 원정회귀 산행은 끝을 맺게 됩니다.
미완에 그친 남덕유산의 눈꽃산행이 사흘이 지나도록 뇌리에 아쉬움으로 남아 보상이라도 받고자 하는 마음으로 찾은 모처럼의 포항지역의 근교 산행.
늦은 시간 출발하는 관계로 일몰 전에 하산을 마치기 위해 봉화봉보다 가까운 침곡산을 택해 나선 산길에 혹여 이마에 불 켜고 내려오는 불상사를 겪지 않으려 부지런히 걸었더니 밝은 햇살이 남아있는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하산할 수 있어 다행이었고,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침곡산의 산등성이를 걸으며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많은 생각을 할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요즘 머리속이 복잡한데다 생각이 많아져 산길을 걸으면서도 깊은 상념에 빠지는 횟수가 늘어나는건 머지않은 장래에 다가올 새로운 세계로의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지는 때문이리라.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자위해 보면서도 한번씩 생각나는 일말의 불안감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하지만 현재의 생활에 충실하면서 새로운 청춘을 맞을 준비를 하고자 한다.
여기서 새로운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시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70, 80살의 노인에게도 열정이 있다면 마음은 언제나 청춘이라는 얘기다.
사람은 나이를 먹어서가 아니라, 열정이 사라지고 할 일이 없어지면 그때부터 늙기 시작한다고 한다. 마음이 가장 먼저 늙는다는 뜻일게다.
은퇴는 곧 젊음의 끝이 아니고, 또 다른 인생의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장차 다가올 새로운 청춘을 위해 스스로 준비된 자가 되도록 진정 자신이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지금부터라도 찾아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미치자 마음 속 깊은 곳에 또아리를 틀고 있던 응어리가 일순간 씻겨 내려가는 듯한 시원함이 온 몸을 감싸고 돌아 한결 가벼워지는 마음이다. 물질보다는 삶의 가치관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를 마음속 깊이 되새기면서 비록 기운은 떨어졌지만 포도(鋪道)에 쏟아지는 햇살이 유난히 밝게 느껴지는건 복잡한 심사를 홀로 가는 산길에 훌훌 털어버리고 온 행복감 때문일게다. 속세에 다시 묻혀서 지내는 동안 쌓인 고뇌는 다음 산행 때 풀어버리면 되리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귀로에 오른다.
'◈ 산행이야기 > ☆ 2014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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