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잘못된 첫 단추가 망쳐버린 남덕유산 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14. 01. 12 (일) 날씨 - 흐림
☆ 산행장소 : 경남 거창군 북상면, 함양군 서상면, 전북 장수군 계북면 일원
☆ 산행인원 : 직장산악회 동료들과 함께... (총 20명)
☆ 산행코스 : 영각사 입구 - 탐방지원센터 - 영각재 (back) <수많은 인파로 인한 정체로 정상적인 산행이 불가하여 하산>
☆ 산행시간 및 거리 : 4시간, 5.2km (식사 포함)
◈ 산행기
직장산악회의 갑오년 첫 산행지로 잡은 남덕유산으로 떠나는 날이라 새벽 일찍 행장을 꾸려 출발지인 직장으로 향한다.
현관 입구에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올라타고 잠시 기다리니 속속 도착하는 산우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출발한 버스의 좌석 깊숙이 몸을 기대고 부족한 잠을 청해본다. 아침 식사할 휴게소가지는 한참을 가야하니 그 사이 눈이라도 좀 붙여놔야 겠다는 생각에서다. 안내방송을 하는 총무의 마이크 소리에 눈을 부비며 일어나니 추풍령휴게소란다. 이상하다 싶어 왜 이리로 왔냐고 물으니 운전기사가 이쪽이 덜 복잡하고 빠르다고 한다나...
암튼 휴게소에서 우동 한 그릇씩 후딱 비우고 다시 출발한 버스는 영동에서 무주로 방향을 틀어 달린다. 차창 밖으로 올려다보이는 적상산의 웅장함을 보면서 저 곳도 한번 올라봐야 할텐데... 하는 희망을 갖고 부지런히 달려간 버스는 덕유산국립공원 남덕유분소가 있는 송계사 입구에 도착을 한다.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다시 총무를 불러 확인해 보니 운전기사와 서로 제대로 된 소통이 안된 모양이다. 남덕유산 영각사로 가자고 분명히 말했다는데 운전기사는 덕유산 남덕유분소로 알아들은 모양이다. 그래서 입력한 네비게이션 또한 그러했으니... 참 난감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다시 영각사를 향해 부지런히 달려간다. 이미 제법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산행코스도 변경해야 할 처지가 되어 삿갓재까지 가기로 했던 당초의 코스도 월성치에서 하산하는 것으로 급수정하고 영각사 부근에 도착하니 도로변은 주차장으로 변해 있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겨우 도착한 곳에는 전국 각지에서 산행을 온 차량들로 2차선 도로가 편도 1차선으로 변해 있고 버스에서 토해내는 알록달록 옷차림의 등산객들로 가을이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버스에서 내려 시간을 보니 오전 11시가 다 되어 간다. 2시간 가량을 허비해 버렸으니 오늘 산행은 제대로 할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산행경력이 많은 동료들이야 걱정이 안되지만 경력이 일천한 초보들까지 함께 가야하는 산길이기에 수많은 인파속에서 흩어지지 않도록 소규모로 팀을 만들어 행동하기로 하고 영각사 입구의 버스정류장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영각사 입구의 37번 국도에서 탐방지원센터로 가는 도중에 바라본 남덕유산.
영각사 입구
영각탐방지원센터 앞의 많은 산객들을 보면서도
장차 벌어질 최악의 정체를 예상할 수 없었네요.
줄지어 늘어선 산객들의 뒤꽁무니만 보면서
추월하기도 어려운 산길을 꾸역구역 따라갑니다.
등로에 쌓인 눈을 보면서 아이젠을 착용하고 계속 등로를 이어갑니다.
눈꽃과 상고대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려 아쉬움이 남지만
정상부에는 볼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팀을 이룬 동료들을 챙겨가며 천천히 올라선 끝에는
보시는 바와 같이 데크길을 꽉 막고 움직일 줄 모르는
산객들을 보면서 초조해져가는 마음은 커져가기 시작합니다.
영각재
늦은 점심을 먹으며 반주삼아 한잔 술을 나누며 아쉬움을 삭여봅니다.
중도 포기하고 내려가는 산님들을 바라보면서 '설마~' 하는 마음이었지만 영각재에 올라서고보니 그 심정은 곧바로 이해가 된다.
시간은 이미 12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어 철계단을 오르기 위해 줄을 지어 서있는 군중속을 빠져나와 매섭게 불어대는 찬바람을 맞으며 빵과 김밥을 뜨거운 물과 함께 선 채로 요기를 한다.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다시 늘어선 줄 속으로 들어가 20여 미터 올라서니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앞으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포기하고 내려오는 산님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1~2시간은 족히 더 소요될 것으로 판단이 되고 일행 중에 맨 앞에 있으니 나머지 동료들은 어디쯤 있는지 알 수도 없는 상태라 '이건 아니다' 싶어 과감히 그 자리를 벗어나 되내려가기 시작한다.
하산을 하면서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 동료들을 보면서 '포기하고 먼저 내려간다'고 하고 한참을 내려가 잠시 쉬고 있는데 얼마 뒤 뒤따라 내려온 동료의 말에 다들 하산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그제서야 안심이 된다.
악조건 속에서 무리하게 산행을 고집하다보면 안전사고 내지는 일몰 전에 하산을 할수 없는 상황이 우려되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아쉬운 마음은 크지만 전체의 안전을 위해서 총대를 메고 결정했는데 다음 기회에 다시 찾을 구실은 충분히 마련되었으니 미안해 하는 산행대장과 총무를 다독이며 오후 2시가 넘도록 점심식사를 못한 동료들을 위해 등로 주변의 평탄한 곳을 찾아 각자 준비해온 먹거리로 점심을 해결하고 주고 받는 한잔 술에 아쉬운 마음은 하얀 눈밭에 묻어버리고 하산을 서두른다.
겨우 5.2km 진행하는데 4시간이나 소요되어 버린 오늘의 산길... 오늘의 일은 두고두고 얘기꺼리로 회자 될것 같고 좋은 교훈으로 남아 되풀이 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하리라.
미리 점검하지 못한 실수에 2시간 가량 허비가 되어버린 데다 한꺼번에 몰려든 산행 인파들 틈바구니 속에서 산행을 끝까지 마치지 못하는 불명예를 안고 귀로의 버스 안에서 피곤에 지친 육신을 쉬게 한 뒤 도착한 경주의 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직장으로 돌아와 왼종일 잠자고 있던 애마를 깨워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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