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한달 만에 재개한 산으로의 나들이... 운제산 심설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14. 02. 18 (화) 날씨 - 흐림, 눈
♠ 산행장소 :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항사리, 대송면 산여리 일원
♠ 산행인원 : 아내와 둘이서...
♠ 산행코스 : 오어지 원효교-자장암-산여산불감시초소-대각리갈림길-대왕암-운제산-시루봉갈림길-홍계리갈림길-송전탑-홍계리마을회관
♠ 산행시간 및 거리 : 5시간 40분, 9.5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그동안 개인사정으로 산을 찾지 못한지 정확히 한달이 되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나니 산을 찾고 싶은 욕구가 되살아나 하루 쉬려고 휴가를 낸 오늘 가까운 운제산으로 산행을 나선다. 이십년 가까이 정 붙이고 살던 경주를 떠나 포항으로 이사를 와서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부담감이 있지만 아주 낯선 곳은 아니어서 그런 대로 지낼만 하다. 따라나서는 아내를 앞세우고 오어사 방향으로 차를 몰아가니 주변 산에는 하얗게 눈으로 덮혀있는 모습에 보기만 해도 한기가 느껴진다. 오어지의 짙은 회색 빛 물을 바라보면서 도착한 원효교 입구에 주차를 하니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눈이 귀한 포항, 경주 지역에 폭설이 내려 온통 설국이 펼쳐져 눈꽃산행을 다녀와 저마다 카스에 올려 자랑을 하던 지인들의 사진을 보면서 산을 찾고픈 마음을 대리만족하면서 지냈었는데 눈꽃 대신에 하얀 설탕가루를 맞으며 산행을 할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치기어린 생각에 발걸음은 가벼웠지만 산행 후반의 심설 속 러셀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짐작조차 못했으니...역시 한치 앞도 못보는 필부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각설하고 미리 스패츠를 착용하고 원효교 옆 등로로 들어서며 운제산 산행을 시작해 본다.
산행궤적
원효교 입구의 들머리
눈발이 흩날리는 가운데 바라본 오어지의 모습
선답자들이 다져놓은 등로는 다닐 수 있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그냥 빠져버리네요.
하얀 솜사탕을 보고 싶었지만 며칠 전부터 날씨가 풀려 다 녹아버려 아쉬운 마음입니다.
하지만 시종 눈밭이 이어지는 등로에 원없이 눈밭을 걸을 수 있겠네요.
사거리갈림길
가야할 등로는 직진입니다.
좌측으로 중간쯤에서 빠져나온 등로에 이곳까지 내려와서
사진에 담고 다시 자장암으로 향합니다.
오른쪽 임도는 산여농장, 홍은사로 가는 길입니다.
오늘 계획하고 있는 코스는
운제산, 시루봉을 거쳐 원효암으로 내려오는 산길인데,
일단 운제산까지 오른 후 아내의 체력을 확인해보고 진행할까 합니다.
하얀 눈 위에 등산화 발자국을 남기며 도착한 자장암입니다.
자장암에서 내려다 본 오어사와 오어지의 절경.
발이 푹푹 빠지는 설원을 헤쳐 도착한 산여산불감시초소.
오랜만에 보는 낯익은 풍경입니다.
약간의 오름길을 치고 올라서면 쉼터가 있는 깔딱재에 도착을 하게 되고,
이후 계속되는 등로를 따라 눈밭을 헤치고 올라서니
대각리 온천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을 하게 됩니다.
삼거리에서 바라본 철강공단과 그 너머 포항시 전경이 눈에 들어오네요.
쌓인 눈을 보니 정말 눈이 많이 왔다는 걸 실감하게 되네요.
힘이 드는지 가뿐 숨을 몰아쉬는 모습에 잠시 휴식시간을 가져 봅니다.
'바윗재'라는 안내판이 붙어있지만 유래를 모르니 무심코 지나칩니다.
포항 지역에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린 기억은 없었는데...
운제산 정상 직전의 갈림삼거리.
계획했던 코스대로 진행하려면
대왕암부터 다녀와야 하기에 좌측 길로 진행합니다.
대왕암으로 가는 길은 쌓인 눈이 더 많아
장딴지까지 푹푹 빠져 진행하기가 힘드네요.
운제산에는 정상석이 세군데 설치되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이곳 476봉에 있지요.
우회로가 있지만 아내에게 보여주고 싶어
눈밭을 헤치고 올라보았습니다.
경사진 내림길은 그야말로 허리까지 차오르는 험로의 연속입니다.
운제산 입간판이 있는 헬기장(475m)입니다.
헬기장에서 바라본 지나온 476봉 뒤의 운제산 정상부에 있는
육각정이 빨리 오라는 듯 손짓을 합니다.
아래의 산여계곡 뒤로 원효암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에도 온통 백색의 향연입니다.
가까이 다가온 대왕암.
대왕암 유래 안내문.
운제산 대왕암.
이곳에도 정상석이 하나 있지요.
산여계곡에 자리잡고 있는 홍은사.
예전에는 '설선암'으로 불리워졌는데 절 이름이 바뀐 모양입니다.
운제산을 향해 되돌아 가는 걸음에 바라본 풍광으로
헬기장(475봉), 또 다른 정상석이 있는 476봉,
그리고 육각정이 있는 운제산 정상(481봉)을 한꺼번에 담아봅니다.
강원도의 고산준봉에서나 맛봄직할 심설산행을
따뜻한 남쪽지방에서도 만끽을 하고 있으니...
오랜만에 나선 산길의 만족감과 겹쳐
행복함이 배가 되는 즐거움을 누리며 걸어갑니다.
마치 먹으로 터치하듯 그려놓은 수묵화 한 폭을 보는 듯한 절경입니다.
저멀리 구름모자를 쓰고 있는 곳이 무장산과 동대봉산인 것 같네요.
오랜만에 다시 찾은 운제산 정상의 육각정.
육각정 아래 자리잡고 있는 정상석.
늘 그늘에 가려있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육각정에서 바라본 철강공단 너머로 새로이 둥지를 튼 오천읍,
그 너머 동해면과 영일만도 시야에 잡히네요.
조금 좌측으로 시야를 돌리니
연무에 가려있는 포항시내 전경이 펼쳐지네요.
건너편 산불감시초소가 보이고
좌측으로는 가야할 등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계절 관계없이 바라만보아도 멋지기만 한 풍광입니다.
아득한 저멀리 토함산까지 다시 걷고픈 충동이 불현듯 솟아나네요.
건너편 시루봉 뒤로 경주 땅 도투락목장이
하얀 눈밭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잡히네요.
육각정에서 운제샘을 거치지 않는 지름길인 급내림길로 내려서서
정상등로와 합류를 한뒤 시루봉을 향한 등로를 이어갑니다.
시루봉 갈림삼거리.
직진 길은 대각리 혜림이네 집으로 내려서는 길이고,
가야할 시루봉 방향은 좌측 방향으로 4.7km입니다.
소나무 위에 하얀 곰 한마리가 엎드려 있는 모습입니다.
산불감시초소봉을 올려다보며
무릎까지 빠지는 눈밭을 헤쳐나가기 시작합니다.
이후의 등로는 그야말로 심설산행을 만끽하는 고난의 길입니다.
경주와 포항 경계지점에 조성되고 있는 강동산업단지.
악전고투 끝에 도착한 홍계리갈림삼거리.
쌓인 눈이 많아 이정표도 나지막하게 보입니다.
좌측이 시루봉 가는 길로 몇 걸음 걷다가 이내 포기를 합니다.
이때가 오후 3시가 조금 넘었는데, 시루봉까지 남은 거리가 2.5km...
하산까지 하려면 도저히 무리일 것 같아 홍계리 방향으로 탈출을 시도합니다.
홍계리 방향으로 진행하는 아내의 뒷모습에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해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홍계리 방향의 등로는
그야말로 순백의 눈밭에 인적이라곤 없는 러셀구간입니다.
무릎까지 빠지는 설원을 헤쳐나가는게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지만
가야할 길이기에 한발한발 다져가며 등로를 개척해 나갑니다.
부조정 갈림삼거리.
(연일부조정 11.3km, 대송 홍계리 3km)
연일 소형산의 부조정으로 가는 길로 걸어봐야할 구간이라 눈여겨 봅니다.
홍계리 방향은 오른쪽입니다.
눈 속에 묻힌 등로를 찾아 러셀하며 진행하기란
고도의 설산 노하우와 엄청난 체력이 요구됩니다.
괜히 까불다간 낭패 볼 수도 있으니
이럴땐 얌전하게 주변을 잘 살피며
등로를 잃지 않도록 조심하며 진행하는게 상책이겠지요.
쉼없이 이어지는 눈밭을 헤쳐나오다보니
땀으로 범벅이 된 몰골이 말이 아니지만
사진 한장 담아보는 여유도 부려봅니다.
자꾸만 뒤처지는 아내를 다독거리며 힘든 여정을 이어가다가
좌측으로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경주지역의 금욕산과 무릉산을 바라보며 잠시 다리쉼을 해봅니다.
우측으로는 삼성산, 자옥산, 도덕산도 흐릿하게 잡히네요.
다리 통증을 호소하는 아내를 쉬게 하고
따뜻한 물과 행동식을 섭취하게 하며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에
다시 이어지는 내림길을 부지런히 걸어갑니다.
폭설로 대나무가 부러지고 쳐져 등로를 헤쳐나가느라 더 힘들었지만
홍계리 마을의 파란지붕을 보면서 긴장되었던 마음이 그제서야 풀어지네요.
젖은 양말을 갈아 신게 하고 아이젠과 스패츠를 벗어 갈무리하고서
도착한 홍계리마을회관에서 산행을 마무리 합니다.
한달 만에 재개한 산으로의 나들이에 원없이 걸어본 눈밭을 헤메다 와서 그런지 홀가분한 마음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무리를 했다 싶은 반성도 든다. 오어사에서 운제산까지 다녀오는 코스가 짧다 싶어 함께 했던 아내의 체력을 감안하지 않고 시루봉으로 해서 원효암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추진했다는 사실이다.
예상치 못한 적설량으로 시루봉으로 향하다 중도에 포기를 하고 탈출을 했지만 홍계리갈림삼거리까지 가는데도 무척 힘들었던 구간이었는데 내색없이 잘 버텨준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과 수고했다는 격려를 남기고 싶다.
따뜻한 봄날 야생화 구경하면서 어울렁더울렁 다시 걸어보기를 다짐하면서 텅빈 홍계리 버스종점에 도착하니 버스가 언제 도착할지 몰라 대송면소재지인 송동까지 걸어가기로 하고 십여미터 진행하니 길 모퉁이에서 버스가 이마에 불 밝히며 나타나는게 아닌가.
고생한게 안쓰러웠는지 제때에 도착한 버스가 얼마나 고맙던지... 게다가 집까지 곧장 간다는게 아닌가. 집 부근 버스정류장에서 하차를 한후 주차장에 서있는 아내의 차를 타고 오어사로 다시 향한다. 홀로 추위에 떨고 있을 애마를 찾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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