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봄이 찾아온 사월에도 눈 속에 파묻혀 있는 울릉도 성인봉을 찾아서... 본문
♧ 산행일자 : 2025. 04. 05 (토) 날씨 - 흐림
♧ 산행장소 : 경상북도 울릉군 성인봉
♧ 산행인원 : 홀로...
♧ 산행코스 : 나리분지 버스정류장-신령수-알봉전망대-성인봉-안평전 갈림길-팔각정-KBS중계소 갈림길-봉래폭포 갈림길-울릉군 보건의료원
♧ 산행시간 및 거리 : 4시간 15분, 9.4km (간식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정년퇴직 후 새로이 제2의 인생으로 시작했던 직장생활을 매년 재계약을 거듭하며 10년차가 될 즈음 이제 끝을 맺고 마무리를 하게 되어 주변 정리를 하던 차에 한번 더 울릉도를 다녀오고픈 마음에 배낭을 꾸려 출근을 합니다. 다녀올 동안 해결해야 할 먹거리는 출항 전에 아내가 가져다주기로 하고 하루의 업무를 마감하고 아내가 준비해온 먹거리들을 갈무리해서 잘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승선을 하여 여장을 풀어놓고 가벼운 식사로 이른 저녁을 해결합니다.
갑판으로 나와 오는 시월 조기 개통 예정인 동빈대교 너머로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 하는 일몰을 감상하며 주변의 경관을 카메라에 담으니 출항시각이 된듯 분주히 움직이는 선원들의 발자욱 소리 뒤로 경적이 울리고 서서히 배는 울릉도를 향해 출발하기 시작하는군요.
선실로 돌아와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오는 침상에 누워 짧은 단잠으로 하루의 피로를 풀고나니 몸도 가뿐해져 산행준비를 위한 짐 정리를 점검하고 국민들의 마음을 졸이게 했던 탄핵뉴스를 TV로 보면서 시간을 보내다 일찌감치 잠자리에 듭니다. 맞춰놓은 알람소리에 눈을 떠보니 잔뜩 흐린 날씨에 울릉도가 시야에 들어오네요.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세수까지 끝내고 간단하게 준비했던 샌드위치로 아침을 해결하고 사동항에 입항을 한 배에서 하선하여 일등항해사에게 오후 3시까지 돌아오겠다고 얘기를 하고 곧바로 항구를 벗어나 일주도로변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천부행 버스를 기다리기로 합니다.
지난 해와 달리 버스시간이 변경되어 여유로운 마음으로 기다리다 7시 15분에 도착한 버스에 몸을 싣고 천부항으로 향합니다. 남양, 현포를 지나 도착한 천부정류장에는 나리분지로 갈 마을버스가 대기중이어서 승차를 하니 곧바로 출발을 하게 되고 구비구비 고갯길을 넘어 울릉도에서 유일한 평지가 있는 나리분지에 도착을 하게 됩니다.
아직도 눈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성인봉 마루금을 올려다보며 신발끈을 조이고 배낭을 들쳐맨 후 GPS를 가동하며 오늘의 걸음을 시작합니다.
산행궤적
공사중인 동빈대교 너머로 하루를 마감하는 석양이 길게 드리우고 있는 모습입니다.
출발하는 선미에서 바라본 영일대해수욕장 주변 풍경.
제철보국을 기치로 세워진 포스코. 예전만 못한 국내,외 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안타깝네요
밤을 꼬박 달려 도착한 울릉도는 짙은 구름에 쌓여 있는 모습입니다.
접안하기 위해 사동항으로 들어서는 뱃전에서 바라본 독도전망대가 있는 망향봉입니다.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울릉공항 현장의 모습으로 뾰족하던 가두봉의 모습은 그저 평범한 둔덕으로 변해버렸네요.
사동항의 풍경으로 독도유람선 선착장과 그 뒤로 두리봉이 올려다 보입니다.
사동항을 떠나 버스를 타고 도착한 나리분지 버스정류장.
우뚝한 나리봉을 카메라에 담고서 오늘의 산행을 시작합니다.
군 부대 담장을 끼고 나있는 등로를 따라나서면 울창한 원시림을 만나게 되는데
봄이 찾아왔다고는 하지만 아직 이곳은 먼나라의 얘기인 듯 삭막한 느낌이 드는군요.
아니나 다를까... 아직 녹지 않은 눈들이 제법 눈에 들어오는걸 보니 현지인의 정보가 틀리지 않네요.
신령수 약수터까지 거의 평지길로 이루어진 걷기에 너무 편한 등로는 발걸음을 가볍게 하지만
하얗게 덮힌 산정의 설원을 생각하니 오늘의 걸음이 결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울릉국화와 섬백리향 군락지에도 녹지않은 눈들로 덮혀있어 간단히 사진에 담고서 통과하기로 합니다.
천연기념물 제52호인 '울릉국화와 섬백리향' 군락지.
숲이 잠시 걸음을 멈춘 곳에는 넓은 개활지가 나타나는데
최고봉인 성인봉에는 구름이 머물러 있고
채 녹지 않은 눈들로 뒤덮혀 있는 모습들이 눈길을 끄는군요.
투막집 삼거리.
형제봉에서 미륵산을 거쳐 송곳산으로 흘러가는 능선.
나리분지 지역의 특성에 맞춰 지은 울릉도 고유의 재래식 가옥으로
울릉도의 흙냄새, 풀내음이 물씬 풍기는 향수어린 '투막집'.
제법 쌀쌀한 바람과 녹지 않은 눈들이 있는 곳이지만 계절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나 봅니다.
'신령수 약수터'
부족함 없이 콸콸 흘러나오던 약수가 오랜 가뭄 때문인지 끊어진 모습입니다.
두텁게 깔린 눈밭을 조심하며 지나 본격적인 오름길이 시작되는 데크계단 입구에 당도하게 되지만
당연히 보여야 할 계단이 보이질 않아 이리저리 헤메다
앞을 가로막는 눈이 덮힌 둔덕을 올라서니 이럴 수가...
눈사태가 났는지 계단은 온데 간데없고 심지어 휩쓸려 떠밀려 내려온 나무들이
부러진 채 널부러져 있는 모습에 아연실색하게 되는군요.
포기를 해야 할지 잠시 머뭇거리다 빙하의 모습을 이루고 있는 눈밭에 올라서니
얼어붙은 곳은 다행히 디딜수 있어 조심스레 한발한발 올라 진행해 나갑니다.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경사진 골짜기 아래로 쏟아져 내린 모습에 새삼 눈사태의 위력을 느낀 오늘입니다.
능선으로 올라붙는 끊어진 데크 계단에는 허리까지 차오른 눈이 얼어붙어 녹지 않은 채 진행을 더디게 하더니
급기야 안전말뚝만 머리를 내민 채 다 덮혀버린 눈밭의 모습이네요. 그나마 말뚝이라도 눈에 띄니 다행이다 싶습니다.
힘겹게 도착한 알봉전망대 역시 허리춤까지 덮힌 눈으로 접근이 쉽지 않네요.
알봉전망대에서 바라본 나리분지 전경.
잘 못 디디면 허벅지까지 그냥 빠져버리는 눈밭을 헤쳐나가니
형제봉삼거리에 닿게 되는데 못가본 형제봉이 유혹을 하지만
언감생심 오늘은 꿈도 못 꿀 일이기에 성인봉을 향한 주능선으로 접어듭니다.
속을 다 비워버린 채 주검이 되어 지나치는 산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 주는
포토존으로 남아있는 고목들은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네요.
눈이 얼마나 내렸는지 단층을 이루고 있는 눈밭을 힘겹게 올라서다 고개를 들어보니
맞은편에서 두명의 여성산객이 아이젠도 없이 말뚝의 밧줄을 붙잡고 힘겹게 내려오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성인봉에서 KBS중계소로 하산을 하려던 모양인데 방향이 잘못 되었음을 알리고
두 사람을 데리고 성인봉으로 되돌아가려는데 깊고 깊은 골짜기 가까이까지 내려간
부부등산객도 길을 잃고 헤메고 있는 모습에 큰 소리로 소리치며 올라오게 한 뒤
KBS중계소 가는 길을 안내를 해주겠다며 앞장서서 진행해 나갑니다.
급사면을 내려갔다가 되올라오는게 많이 힘들겠지만 조난을 당하지 않으려면 어쩔 도리가 없으니
뒤따라오는 산님들은 고역이 아닐 수 없었으리라 생각이 드네요.
성인봉 정상 직전에 하산을 하는 울릉도 주민인 산님을 만나 KBS중계소 갈림길까지 안내를 부탁드리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네 분과 작별을 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섬에 있는 산 가운데 한라산 다음으로 높은 해발 986.7m 성인봉.
산의 모양이 성스럽다 하여 성인봉(聖人峰)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성인봉 정상에 도착을 하고보니 천지 사방 분간이 어려운 지경이라 간단히 사진 몇 장 남기고 하산길로 내려섭니다.
정상에서의 짧은 머무름을 끝내고 대원사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하니 내려가는 길 역시 눈이 가득 쌓여 있습니다.
자욱한 안개속에 나아갈 방향이 헷갈리게 하지만 앞서간 이들의 흔적을 좇아 발걸음을 재촉해 나갑니다.
안평전갈림삼거리에는 젊은 산꾼들이 단체로 산행을 와 쉬고 있는 모습인데
정상 직전에 길 안내를 부탁했던 산객을 만나 함께 했던 네 명의 근황을 물으니
부부산객은 대원사 방향으로 내려갔고 또다른 여성 2명은 안평전 방향으로 내려갔다는데
가지말라고 했다는데 듣지 않더라고 하네요.
안평전 코스는 평소에도 위험한 코스인데 배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다급한 생각이었겠지만
모쪼록 아무 일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대원사방향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갑니다.
단체 산객들과 함께 천천히 사면길을 따라 내려가면
팔각정 정자 쉼터를 만나게 되는데 저동항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지만
사방이 오리무중이라 지금은 복원중이어서 폐쇄가 된 옛등로를 따라 내려섭니다.
앞서가던 부부산객을 도중에 만나 함께 내려와 정상 등로와 합류를 하게 되고
얘기꽃을 피워가며 허리길을 가로질러 나아가면 평상이 있는 쉼터를 지나게 되고
곧이어 출렁다리를 만나게 됩니다. 도중에 올라오는 산객들에게
정상부의 상황을 설명하고 주의를 당부하고 등로를 이으니
KBS중계소로 갈수 있는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도동항에서 출발하는 독도행 유람선을 타야한다는 부부산객에게
대원사방향이 곧장 도동으로 갈수 있다며 함께 가기를 권했더니
선뜻 따라나서 발걸음을 재촉하며 하산길을 이어갑니다.
봉래폭포갈림길에 있는 쉼터입니다.
쉼터를 지나며 바라본 풍경으로 케이블카가 운행되고 있는 독도전망대가 있는 망향봉이 살짝 보이는군요.
솔가리가 떨어져 한없이 폭닥한 솔숲길을 따라 남은 등로를 이으니
시멘트포장도로로 올라서게 되면서 등산로는 끝이나고
추운 계절에 홀로 피어 사랑을 듬뿍 받는 동백꽃의 환영을 받으며 급하게 쏟아지는 포장도로를 내려섭니다.
울릉도에서 가장 번화가인 도동항 전경. 우측 봉우리가 망향봉으로 독도전망대가 있는 곳이지요.
대원사 입구의 이정표.
어느 가정집의 담벼락에 할짝 피어난 목련이 참으로 탐스럽습니다.
도동항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며 부부산객과 작별을 하고 울릉군보건의료원 앞에서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도동에 있는 맛집으로 소문난 독도짬뽕집을 찾아가니 반갑게 맞아주는 사장님과 해후를 하고 시그니처 메뉴인 해물짬뽕으로 배를 채우니 그 맛이 일품이네요. 얘기꽃을 피우며 식사를 마치고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고 업무협의 차 만난 거래처 사장님과 동행하여 사동항까지 이동하여 카페리에 올라 샤워를 끝내고 환복을 한 후에 갑판으로 나와 사동항 주변을 구경하며 출항전까지 시간을 보냅니다.
평소보다 조금 늦은 4시경 힘찬 뱃고동을 울리며 사동항을 출발한 카페리는 육지를 향해 쉼없는 항해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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