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경주 단석산에서의 알바 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08. 11. 16 (일) 맑음, 옅은 구름
♠ 산행장소 : 경주 단석산(건천읍 천포리 - 단석산 - 절골)
♠ 누 구 랑 : 晩秋의 낙엽길에 그리움을 가슴에 품고...
♠ 산행코스 : 건천읍 천포리 (햇님슈퍼)버스정류소~천포교~장군봉~전망바위~알바(11분)~마애불~진달래능선~배바위~
단석산~신선사(마애불상군)~(북쪽)능선길~알바(1시간34분)~505봉~안부~절골~버스정류소
♠ 산행시간 : 7시간 40분 (1시간 45분 알바, 식사 40분, 휴식 포함) <09:33 - 17:13>
▲ 산행 코스
☆ 산행기
지난 번 산행때 먼저 계획했던 코스였는데 대중교통편 시간대가 안 맞아 부득이 변경했던 곳을 오늘에야 결행하기로 마음먹고 당직근무 마치고서 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 고수부지에 차를 주차시켜놓고 고속버스터미널 앞으로 이동 09:10경에 도착한 산내행 350번 좌석버스에 몸을 싣고 20분 정도 걸려 건천 천포리 햇님슈퍼 앞에서 하차하여 본격적인 산행준비를 한다.(09:33)
차에서 내려 버스 진행 방향 정면을 보면 전방에 고속도로 굴다리가 보이고 그 왼쪽을 보면 약간 뾰족하게 솟은 봉우리가 있는데 바로 산행에서 만날 초입 부분의 봉우리다.
정류소 앞 횡단보도를 건너 굴다리 아래까지 진행하여 굴다리 입구에서 등산화 끈을 조여매고 '강산식당' 간판을 끼고 좌측으로 나있는 시멘트도로로 진입한다.
들머리는 고속도로 다리 아래 작은 하천인 건천을 건너 오른쪽 산자락으로 열려 있다.
▲ 들머리인 강산식당 입간판
(간판 뒤 좌측 시멘트 소로로... 고속도로 너머 산행 초입의 장군봉이 보인다.)
▲ 건천 입간판 우측 교각 밑으로 진행
다리 아래 하천으로 내려서면 가을 가뭄이라 물 한방울 없는 이름 그대로 건천을 건너 교각 아래를 통과하니 우측으로 '부산일보'표지기가 나풀거리며 반갑게 맞이한다.
이후 전망이 시원한 장군바위까지 오름길의 마루금만 따르면 된다.
공동묘지를 지나 전망바위에 올라서니 올라왔던 건천 천포리 일대와 경부고속도로 건천톨게이트 내려다 보이고 건너편 오봉산이 가까이 눈에 들어온다.
좌측에 보이는 장군바위까지 이동하여 다시 한번 시원스런 조망을 즐겨본다. 갈길이 바쁜 여정이라 바쁜 걸음을 옮겨 계속 등로를 이어간다.
산행 내내 '부산일보' 표지기가 길라잡이를 충실히 해 주어 길 찾기엔 큰 불편없이 산행을 계속해 나간다.
▲ 첫번 째 만난 갈림길-표지기를 따라 우측으로...
▲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들머리인 천포리 일대와 고속도로 건천톨게이트
▲ '여근곡'의 전설이 있는 오봉산이 저 멀리 눈에 들어온다.
▲ 장군바위 주변에는 무덤이 자리잡고 있다.
▲ 밝은 햇살이 비치는 숲길을 걷다보면 저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 농로 수준의 안부 사거리 - 우측으로 진행해야...
아침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비추며 연출되는 낙엽의 바다는 환상적이다.
가을을 화려하게 물들였던 단풍도 거의 끝나고 말라버린 낙엽이 사각사각 노래를 하니 아무도 없는 산중을 홀로 걷는 산꾼에게 사색에 잠겨보기엔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양탄자처럼 푹신한 낙엽길을 상념에 젖어 걷노라니 새삼 산이 가져다주는 즐거움을 온 몸으로 느끼며 뚜렷하고도 깨끗한 길을 쉼없이 이어나간다.
개념도상 장군봉은 이름이 주는 이미지와 달리 별다른 특색이 없어 지나치게 된다. 조망도 안 되고 아무런 표식도 없다.
장군봉을 내려가면 산세는 마루금이 무색할 정도로 구릉지대를 이룬다. 하지만 길은 잘 나와 있어 그대로 따르면 된다.
그렇게 10분쯤 진행하면 좌우로 농로 수준의 제법 너른 길이 나 있는 안부사거리에 닿게 된다.(10:37)
▲ 곧이어 나타나는 갈림길. 무덤 직전의 좌측 소롯길로...
▲ 끝없이 이어지는 낙엽의 바다
▲ 전망터에서...
▲ 전망터에서 바라본 방내리 일대와 우측엔 벽도산이 보이고 가운데 멀리 선도산이 어렴풋하다.
▲ 끝물의 단풍이 마지막 안간힘을 쏟으며 산객을 반긴다.
▲ 떠나가는 가을이 아쉬운듯 마지막 몸짓으로 빨갛게 치장을 했나 보다.
여기서부터 등로는 능선을 따르지 않고 산허리를 오른쪽으로 휘휘 돌아가는 사면길로 이어간다. 따라서 가야 할 방향은 오른쪽의 넓은 길이다.
안부에서 오른쪽 너른 길로 진행하면 곧 무덤을 보게 되는데 등로는 무덤 직전의 왼쪽 작은 길로 이어진다.(10:39)
무덤 앞 왼쪽의 작은 길로 들어서 행로를 이어가니 이곳 역시 푹신한 낙엽길이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사면길을 낙엽과 함께 걸으며 18분 정도 경과하니 앞이 훤히 트이는 전망좋은 곳에 도착한다.(10:57)
방내리 일대가 훤히 내려다 보이고 벽도산과 선도산이 연무에 희뿌연 모습으로 다가온다.
전망바위를 떠나 4분 정도 지나니 길은 우측으로 휘어지고 반가운 표지기도 만난다.
이곳은 단풍이 아직 남아 있어 그런대로 봐줄만 하다. 단아한 모습의 조선 여인네처럼 다소곳하기도 하고 화려한 무희처럼 빨갛고 노란 드레스 차림으로 유혹하며 멀어져가는 가을을 아쉬워하는 듯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있다.
▲ Y자 갈림길. 좋은 길을 버리고 좌측 지능선 길로...
▲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우측 사룡산에서 당고개 방향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 마루금
▲ 날머리인 송선저수지가 내려다 보이고 우측 저멀리 오봉산과 사룡산이 눈에 들어온다.
▲ 들머리부터 지나온 능선길 너머 건천읍내가 눈에 들어온다.
▲ 또 다른 전망좋은 바위에 걸터앉아 사과 한알 깎아먹으며 셀카 한컷!
▲ 암봉 우측 아래로 진행해야...
(반드시 우측 내림길로 진행!)
지능선에 올라서면 Y자 갈림길이다. 등로는 당연히 왼쪽의 오름길이다. 또렷한 길을 따라 이어가니 연이어 전망바위가 나타난다.
3분에서 5분 간격으로 나타난 바위마다 올라가 시원스런 조망을 즐기고 사진도 찍으며 끝물의 가을 산하를 마음껏 눈에 담아본다.(11:24~11:44)
건천 들녘이 보이는 곳의 전망터에서 셀카에 자신의 모습을 담고 출발한지 10여분 후에 나타난 커다란 암봉을 좌측에 끼고 내려가니 암봉 뒤로 돌아오르는 길과 우측 내림길이 있었는데 여기서 잠시 헷갈린다. 시그널도 여기에서 끊어져 할수 없이 일단 윗쪽으로 치고 올라가본다. 건너편 암봉을 넘어 내림길을 내려가며 마루금을 확인해보니 아무래도 방내리 모시각단으로 내려가는 길인듯 하여 되돌아와 암봉에서 우측의 내림길로 내려가니 그제서야 시그널이 보이고 좌측으로 잠시 길을 이으니 둥근 얼굴에 육계가 뚜렷하며 결가부좌를 취하고 있는 마애불을 만나게 된다.(12:05)
▲ 암봉을 돌아 내려와 만난 마애불
▲ 마애불 상단 암벽에 자리잡고 있는 말벌 보금자리
▲ 천주암, 방내지에서 올라오는 갈림길 이정표
학술조사차 방문한 듯한 두 사람이 마애불에 측정용 자를 갖다대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마애불을 사진에 담고 암벽 사이에 둥지를 틀고 있는 말벌집도 카메라에 담아본다.
마애불 이후 등로는 불상 앞으로 난 사면길을 이어가면 된다. 곧이어 공동묘지를 지나고 다시 만나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아래로 내려서니 방내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안부사거리가 나타나는데 좌측 방내리로 내려가는 길은 누군가가 막아놓았다.(12:13)
안부사거리에서 등로는 오른쪽의 편안한 길로 가도 되고 정면의 오르막 마루금을 따라도 된다.
이 길은 나중에 합류한다. 진달래는 이 능선에서부터 터널을 이룬다.
안부사거리에서 12분후 천주암, 방내지에서 올라오는 사거리 갈림길을 만나게 되고 등로는 진행 방향 정면의 오름길이다.(12:25)
▲ 좌측은 배바위, 우측 오름길이 단석산 가는 길
▲ 배바위에서 바라본 전망(건천 모량리 들판 너머 구미산이 보입니다)
▲ 배바위에 뿌리내리고 있는 소나무와 함께...
▲ 진달래 군락지를 지나며...
▲ 진달래 군락지를 빠져나오며 바라본 단석산 정상부
▲ 단석산 입구 갈림길
(좌측은 비지리,백석암 가는 길. 정상은 우측으로..)
여기서부터가 진달래능선이다. 등로 곳곳이 진달래로 터널을 이룬다.
작년까지만 해도 진달래가 필 무렵엔 천주암 코스가 입산금지가 되어 늘 안타까웠었는데 올해는 단석산 진달래 축제가 열렸다고 하니 내년 봄에 다시 찾아와 봄의 전령사인 진달래의 붉은 유혹을 맘껏 느껴봐야겠다.
12분 정도 걸려 능선에서 왼쪽으로 올라 일대를 전망할 수 있는 배바위에 도착하니 시원스런 주변 경관이 발걸음을 붙들어 맨다. 재작년 아내와 함께 이곳을 찾아 기념촬영을 하던 기악이 새롭다.
마침 대구에서 산행을 온 젊은이들과 서로 찍어주기 하면서 다녀간 흔적을 남기고 먼저 길을 떠난다.
진달래 군락지 입구는 된비알이라 가뿐 숨을 몰아쉬며 키보다 훨씬 더 큰 진달래의 미끈한 가지들을 감상하며 길을 이어가니 건너편에 단석산의 정상부가 눈에 들어온다. 육안으로도 정상부의 등산객들이 보일 정도로 지척이지만 마지막 오름길이 남아있어 피치를 올려본다.
정상 70미터 전에 있는 이정표에서 우측으로 꺾어 오르니 정상석 주변엔 단체로 산행을 온 등산객들로 붐비고 있었다.(13:15)
▲ 김유신 장군의 단석설화의 현장 깨진바위
▲ 단석산 정상 빗돌에서...
▲ 정상에서 내려다 본 걸어온 능선과 건천 들판
대구에서 온 산악회 회원들이라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만 너무 소란스러운게 옥의 티랄까. 식사하랴 사진 찍으랴 연신 이어지는 소음이 귀에 거슬린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정상석 앞에 서서 사진 한장 찍고 그 뒤에 자리잡고 있는 김유신 장군 단석 설화와 관련이 있는 쪼개진 바위도 카메라에 담은 후에 주변 적당한 곳에 앉아 때늦은 점심 식사를 한다.
사실은 어제 당직근무 선 뒤에 집으로 가지않고 바로 산행길에 나선터라 점심준비를 못했는데 아침에 직원식당에 가서 가지고 간 보온밥통과 찬통에 밥이랑 반찬을 얻어다가 담아왔던 것이다. 사전에 미리 계획했던 음모(陰謀)였지만...^^*
혼자 여유로운 오찬을 즐기면서 따끈한 커피한잔으로 후식까지 마친 후에 일어서서 길을 나서는데 안면있는 분을 만난다.
포항의 산꾼들 모임인 '산으로 가는 길 친구들' 카페에서 산행기로 접했던 닉네임 '호젓한 오솔길'님이 아닌가. 다행히 금방 알아볼 수 있어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근황을 여쭌다. 내외가 함께 하는 산행이 늘 보기 좋았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함께 한 모습이 참 보기좋다. 건강이 회복되면 데리고 다녀야 할텐데 하는 생각을 하며 즐산,안산하시라는 인사를 남기고 먼저 자리를 뜬다.(14:03)
▲ 신선사 방향 내림길의 전망바위
내림길은 신선사 방향의 북쪽 방면이다.
곧 만나게 되는 헬기장을 지나 왼쪽 아래로 떨어지는 반반한 길을 따라 내려오니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 우중골에서 오를 때 자주 만났던 전망바위에 올라가 우중골 오덕선원 방향의 전망을 다시금 구경하고 늦은 시간임에도 산을 올라오는 한 무리의 산객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조심스레 내려오니 신선사 50미터를 알리는 이정표에서 우측으로 급히 꺾이는 길을 따라 진행하니 강화유리로 지붕을 덮은 마애불상군을 만나게 된다.(14:25)
▲ 국보 제199호 단석산 신선사 마애불상군
('ㄷ'자 형태의 신라 최초 석굴사원이다)
▲ 북쪽면의 미륵보살입상(彌勒菩薩立像)
▲ 역시 북쪽면의 보살반가상(菩薩半跏像) 1구와 보살입상(菩薩立像) 3구
지정번호 - 국보 제199호
소 재 지 - 경북 경주시 건천읍 송선리 산89
규모양식 - 본존입상 8.2m, 여래입상 1.05m
보살입상 1.02m, 보살반가상 1.1m
재 료 - 화강암
시 대 - 신라
동남북 세 쪽에 나란히 솟은 높이 12∼15m의 화강암 자연암벽에 새겨진 불상군(佛像群)으로서 두쪽으로 갈라진 동쪽바위의 오른편에는 거대한 미륵보살입상(彌勒菩薩立像)이 양각되어 있고, 왼편에는 보살반가상(菩薩半跏像) 1구와 보살입상(菩薩立像) 3구와 함께 그 밑으로 공양상(供養像) 2 구, 또 그 아래로 작은 입상(立像) 1구가 새겨져 있다.
남쪽 바위에 새겨진 「신선사작미륵석상(神仙寺作彌勒石像)」이라는 명문으로 이들 불상군이 미륵하생신앙(彌勒下生信仰)에 의하여 조성된 미륵불임을 알 수 있는데, 본존 미륵불은 당당한 거불로서 둥근 얼굴에 밋밋한 머리 위로 육계가 2중으로 우뚝 솟았고, 목의 삼도(三道)는 나타나지 않았다.
앞가슴을 열고 묵중하게 양어깨에 걸쳐 입은 법의(法衣)의 U자형 옷깃 위에는 군의(裙衣)를 졸라맨 띠매듭이 보인다.
수인은 오른손과 왼손 각각 시무외인과 여원인(與願印)을 맺었고 아랫몸의 옷주름은 크게 반원을 그리면서 흘러내렸다.
오른쪽 정면을 보는 반가상은 갸름한 얼굴에 머리에는 삼산보관(三山寶冠)을 썼으며, 두광(頭光)은 큼직한 원형이다. 삼도가 보이지 않는 목에는 짧고 단순한 목걸이가 걸려 있다.
만개한 연꽃무늬의 높고 둥근대좌(圓形臺座)에 왼발을 내리고 오른손을 들어 턱을 받치고 앉은 윗몸은 알몸에 허리가 잘룩하며, 천의자락이 대좌를 덮고 있다.
이 반가상은 마애불(磨崖佛)이기 때문에 원위치에서의 이동이 없어 신라시대에 조성된 반가상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일 뿐 아니라, 마애불로서의 반가상은 그 예가 드물어, 서산 용현리마애삼존불(瑞山磨崖三尊佛像)의 백제 미륵보살반가사유상(彌勒菩薩半跏思惟像), 중원 봉황리의 반가사유상과 함께 오직 세 군데 뿐인 희귀한 작품이다.
▲ 신선사 경내의 단풍
▲ 단석산 신선사
▲ 산령각 입구 좌측으로 능선을 갈아타야...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반야심경'의 독경소리와 함께 어우러진 기암에 새겨진 천년의 미소들이 정겹기 그지없다. 삼면의 부처님을 일일이 카메라에 담고 마애불 왼쪽의 신선사로 발걸음을 옮긴다.
가운데 큰 당우가 대웅보전이고 그 왼쪽에 약수터가 있다. 송선리 절골로 가는 길은 여기서 능선을 갈아타야 한다.
물을 보충하고 약수터 옆에 있는 목재 이정표가 가리키는 대로 산령각 방향으로 길을 이어 철제 간이다리를 건너 우측의 산령각 방면으로 올라가다가 산령각 바로 못미처 왼쪽으로 난 비탈길을 따라 능선으로 오른다.(14:34)
▲ 문제의 삼거리 갈림길
(반드시 좌측으로 진행해야... - '부산 개인택시 참사랑 산악회'표지기를 참고하시길...)
자칫 잘 나있는 직진 길로 가면 조립식 건물있는 곳으로 가기 쉬운데 능선으로 치고 오르면 만나게 되지만 오름길을 유의해서 잘 살펴봐야 할 곳이라 생각된다.
비탈길 입구엔 보이지 않았으나 좀더 올라가니 산악회 리본이 제법 달려 있어 쉽게 찾은 것 같다. 능선 위까지 조금 급하게 올라가는 된비알이다.
약수터 앞에서 10분쯤 걸린다. 능선에 올라서면 등로는 왼쪽의 마루금이다.
마루금을 따라 진행하니 곧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늘 알바 산행의 원인이었던 문제의 지점에 도착한다.(14:46)
'부산일보' 산행팀의 산행안내도에는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가라고 안내가 되어 있고 시그널 또한 좌우에 다 달려있어 한치의 망설임없이 오른쪽으로 길을 이어간다.
<독도유의지점은 마루금을 4분쯤 따라가다 만나는 갈림길이다. 가야 할 등로는 당연히 오른쪽. 조금 더 뚜렷하게 보이는 왼쪽은 오덕선원으로 향하는 길이다. 봉우리를 거치지 않고 우회하기 때문에 잘 살펴보고 가도록 한다. 이후 등로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아 조금은 희미하다.> - 부산일보 안내도 발췌 내용 -
▲ 다닥다닥 붙어 있다시피한 표지기를 따라 신바람나게 따라갔으나... 나락으로 떨어질 줄이야...
희미한 길을 따라 오르니 곧 좌측으로 시그널들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진행해 나간다. 몇 미터 간격으로 달려있는 이름없는 시그널들을 따라 희미한 길을 10여분 이어가니 능선 안부에 도착(14:59)하게 되고 지금껏 무수히 달려있던 시그널들이 온데간데가 없어진게 아닌가! 안내지도를 펴놓고 나침반을 대조해보니 북서쪽 방향이라 능선 좌우를 돌아다니며 길을 찾기 시작한다. 마침내 북쪽 능선으로 이어지는 길을 발견하고 기쁜 마음으로 내림길을 이어가니 온 천지에 낙엽으로 뒤덮여 있는 사거리 안부를 만난다.(15:13)
▲ 나무가지 끝에 매달려 있는 말벌집
▲ 능선 안부를 넘어 직진으로 난 내림길을 내려가 만난 안부사거리
표지기도 없어 먼저 좌측으로 진행하여 한참을 나가보니 골짜기로 떨어지게 되어있어 안내도와 사뭇 다르다. 다시 안부사거리로 되돌아와 이번엔 우측으로 길을 나선다. 하지만 이내 길은 없어져 다시 되돌아 올라온다. 할수 없이 곧장 직진 방향으로 진행하기로 하고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낙엽의 바다속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한참을 진행하니 집채만한 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다. 혹시 안내도에 나오는 그 봉우리가 아닐까 싶어 안부에서 좌측 내림방향으로 옛길 흔적의 희미한 길이 있어 진행해보니 골짜기로 떨어지는데 길은 온데간데가 없다. 가시덤불을 헤치며 무작정 네발로 기다시피하며 능선으로 치고오르니 진이 다 빠진다.
시계는 오후 4시를 향해서 가고 있고 해는 서산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하는데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든 듯하다.
잠시 긴장감이 몰려온다. 119 응급구조대에 신고라도 해 볼까하는 생각도 들면서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수신상태도 불량이다.
할수 없이 멀지만 왔던 길을 되돌아가 우중골 오덕선원 방향으로 하산하는게 나을 듯 싶어 능선에서 안부사거리 방면으로 방향을 틀어 있는 힘을 다해 걸음을 옮긴다. 집채만한 바위를 우회하여 온 길을 되돌아 능선안부에 도착하니 시간은 오후 4시 6분. 오던 길을 밝혀주던 무수히 달려있던 시그널들을 따라 진행하면서 곰곰히 생각해 본다.어디서 부터 잘못 된 것이며 이 많은 시그널들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능선 안부에 2기의 무덤이 있었는데 상석에 새겨진 내용을 보면 '통정대부 ㅇㅇㅇㅇ 지묘'라고 적혀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벌초하면서 조상 묘소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많은 시그널들을 달아 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의 삼거리 갈림길로 되돌아 온 시각이 오후 4시 20분. 자그마치 1시간 34분이나 알바를 한 셈이다.
▲ 우여곡절 끝에 만난 안내도 상의 봉우리
앞서 마애불 입구에서의 알바까지 포함하면 오늘 산행 중에 1시간 40분 넘게 헛돈 셈이다.
안내도에 오덕선원 가는 방향이라고 되어 있는 그러니까 신선사를 지나 능선상의 마루금으로 올라 좌측으로 난 '부산 개인택시 참사랑 산악회'의 시그널을 따라 길을 이어가니 길은 뚜렷해 종종걸음으로 빠르게 통과해 나간다. 그런데 이곳에서 '부산일보'표지기를 만난다. 등로 계속 등대불처럼 행로를 밝혀주던 표지기가 순식간에 사라진 뒤 모진 알바를 겪고나서 다시 눈에 띄니 반갑다기보다 화부터 먼저 난다. 그렇다면 안내도 자체가 문제가 있었단 말인데 집에 와서 확인에 또 확인을 해봐도
마찬가지였다. 다음 기회에 신선사에서 문제의 갈림길까지 확인 등반 꼭 해볼 작정이다. 오류가 맞다면 이런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정 요구를 할 작정이다.
등로를 이어가며 그제서야 터지기 시작하는 휴대폰에 불이 난다. 가까운 이들로부터 산행 무사히 마치고 내려왔느냐는 질문에 조난 상태라 다시 못 볼지도 모른다는 둥 농담도 해 가면서 길 왼쪽으로 조금 떨어진 전망대를 지나 부지런히 걸음을 옮기니 그제서야 안내도에 나오는 바짝 일어선듯한 봉우리가 나타난다.(16:45)
▲ 안부에서 좌측 시그널이 가리키는 내림길로...
▲ 절골 송선리와 건천-산내간 20번 국도가 보이니 반갑기 그지 없네요.
▲ 절골 마을에서 올려다 본 날머리 능선
직전 안부에서 좌측으로 시그널들이 방향을 알려준다. 이후 등로는 안부 앞 봉우리를 왼쪽으로 우회한 뒤 마을로 떨어지는 지능선을 따라간다.
부드럽게 이어지던 내림길이 급경사길로 변하면서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여 종종걸음을 내딛는 산꾼의 발목을 붙든다. 봉우리 직전 안부에서 25분 정도 걸려 내려오니 절골마을 상단부다.(17:10)
마을에 다 내려와서 만나는 T자형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 20번 국도상에 올라서서 건천방면으로 걸음을 옮기니 버스정류장이 나타나고 17시 20분에 도착한 350번 버스에 몸을 싣고 경주로 돌아와 차를 회수한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귀가길에 오른다.
그동안 많은 산을 찾으면서 크고 작은 알바도 경험했지만 이번처럼 힘들었던 경우는 유례가 없었던 것 같다.
앞으로는 좀더 치밀하게 준비를 해서 다시는 이런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다짐에 또 다짐을 해본다.
비록 누구의 잘못이라고 따지기 전에 나부터 먼저 고쳐야겠다는 겸허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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