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신광 반곡지-비학산-기마등-괘령산-수목원-장구재-반곡지 원점회귀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10. 06. 19 (토) 흐림, 비 후 맑음
☆ 산행장소 : 포항시 신광면, 기북면, 죽장면 일원
☆ 산행인원 : 홀로 산행
☆ 산행코스 : 신광면 반곡리 반곡지-비학산-기마등-성법령 갈림길-괘령산-수목원-장구재-반곡지
☆ 산행거리 및 시간 : 도상거리 26km, 소요시간 9시간 30분 (식사, 휴식, 사진 240매 촬영 포함)
◈ 산행기
으례히 주말이 되면 습관적으로 산을 찾게 되는 생활이 지속된다. 주말에 비가 온다는 소식을 접하니 괜시리 몸이 근질근질해지는게 안절부절 못할 지경이 되는걸 보면 병에 걸려도 단단히 든 모양이다.
금요일 저녁 늦은 시간까지 직장 동료들과 회식을 하고 집에 돌아와 월드컵 축구까지 보고나서 인터넷을 뒤져 날씨정보를 찾아보니 비는 그치고 흐린 날씨에 오후엔 맑아지는 날씨란다. 옳커니~ 하고 배낭에 준비물을 챙겨놓고 잠자리에 들어 맞춰놓은 알람소리에 눈을 뜨니 6시를 가리킨다.
바깥을 내다보니 비는 오지않고 잔뜩 흐린 날씨에 조심스런 마음이 들지만 일단 출발해 보자고 마음 먹어본다. 설령 비가 올지라도 그 또한 운치있을거라 생각하니 준비하는 마음은 가벼워진다. 대충 한술 뜨고서 김밥집에 들러 김밥 몇줄 사서 챙겨넣고는 안강을 지나 달성사거리를 넘어 신광면 소재지를 통과하니 비학산 들머리중 하나인 법광사 입구를 알리는 간판이 반겨준다. 차를 몰아 계속 진행하다 만석리의 만석교를 지나자마자 나오는 신광온천 앞을 지나 좌측의 반곡리 마을을 빠져 나오니 반곡교에 도착하게 된다. 다리 입구 우측 가장자리에 주차해 놓고서 배낭을 들쳐메고 반곡교를 사진에 담는 것으로 산행을 시작한다.(08:25)
△ 산행지도
△ 산행 출발점인 반곡교 앞에서 좌측 불광정사 방향으로 발걸음을 시작합니다.
△ 시멘트도로를 따르다가 우측의 산죽이 있는 곳이 들머리입니다.
△ 들머리 입구에 달려있는 반가운 이름들...
오늘 산행코스는 마치 학이 하늘을 향해 날아오는듯한 형상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비학산(飛鶴山)의 오른쪽 날개를 타고 올라 비학지맥과 비-바 종주 구간인 성법령 갈림길을 지나 괘령산을 찾은 후 수목원이 있는 샘재를 지나 68번 도로를 따라 내려오다 다시 능선으로 진입하여 장구재를 지나 반곡리 마을로 되돌아오는 장거리 코스다.
마음속엔 늘 가보고 싶은 코스였지만 미답의 길이 있는데다 직장동료들도 중간에 알바를 경험한 곳이 있어 혼자 가기가 조금은 망설여져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지난 주말 '포항산친구들'의 번개산행 때 처음 만났던 옛길(향로)님과의 정보 교환 때 장구재 능선길의 알바 주의 구간에 나뭇가지로 막아놓고 시그널까지 부착해 놓았다는 소식에 용기를 얻게 되었고 곁에 있던 '아침꽃'님의 격려성 말 한 마디가 자극이 되어 모처럼 장거리에 산행을 나서게끔 하는 계기가 되었다. 동기가 부여되고 마음 속에 확고한 결의가 선다면 지체없이 앞을 보고 매진해 나갈 때 좋은 결실은 찾아오리라는 희망을 안고 비록 잔뜩 찌뿌린 날씨에 조망은 제로상태지만 반면에 홀로 걸으며 많은 생각들을 할수 있으니 그 또한 보람된 일이지 싶다.
반곡교를 지나자마자 좌측으로 '불광정사'를 알리는 입간판을 따라 시멘트도로를 걸어가니 이른 아침부터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좌측으로 나있는 조그마한 다리 입구의 민가에서 들려오는 유행가 한자락이다. 아침부터 크게 틀어놓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모양이다. 듣기에 괜찮아 속으로 흥얼거리며 몇 걸음 옮겨가니 우측 밭이 끝나는 지점에 대숲으로 시그널이 몇개 펄럭이는 들머리가 나타난다.
반가운 이름들이 눈에 띈다. 일주일 전에 만났던 옛길(향로)님, 그리고 무릉산 산행때 함께했던 솔바람님과 주변 근교산을 오를 때마다 빠짐없이 만나게 되는 '산따라 길따라'님의 시그널이 그것이다. 가는 내내 함께 하기를 기대하며 웅비하는 학의 오른쪽 날개를 타고 산정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몇 발짝 내딛자마자 이내 풀섶에 맺혀있는 습기로 인해 금새 옷은 젖어버린다. 할수없이 배낭에 레인커버를 덮어 씌우고 산행을 계속한다.
△ 이제 곧 화려한 변신을 앞두고 있는 '까치수영'이 물기를 머금은 채 인사를 합니다.
△ 368봉을 알리는 '오지리'님의 시그널도 만나게 되네요.
△ 좌측 내림길은 '불광정사'로 가는 삼거리입니다.
비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날씨라 조망은 기대할 수 없어 그저 묵묵히 정상을 향해 걸음을 옮겨갈 뿐이다. 등로는 그리 힘들지 않아 내쉬는 호흡도 아직은 괜찮은 편이다. 그저 흐리기만 하다던 일기예보가 어긋나는 순간이다. 나뭇잎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싶더니 비님이 내리기 시작한다. 이미 온 몸이 젖어버린 탓에 비옷을 꺼내입기도 뭣하고 그냥 내리는 비에 몸을 맡겨 버린다. 왼종일 비가 내린다면 산행 코스를 변경해야 될것 같은데 일단 비학산 정상에서 생각해 보기로 하고 천천히 등로를 오른다. 우중산행이라 그런지 영 속도가 붙지 않는다. 주능선에 올라서면 나으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쉼없이 오르막을 올라서니 법광사 갈림 이정표가 반겨준다. 이어 우측으로 기일리로 내려가는 갈림길도 지나고 오르막을 올라서니 오봉을 넘어서 은적골 갈림도 지난다. 이제 비학산 정상도 멀지않았나 보다.
△ 법광사로 가는 삼거리
△ '오봉' 지나 은적골을 거쳐 법광사로 가는 길입니다.
△ 비학산 정상에 올라서니 다행히 비가 그쳐 그나마 다행입니다.
사방이 온통 비구름으로 덮여 조망은 기대할 수 없는 비학산 정상에 도착하니 텅빈 헬기장만 물에 빠진 새앙쥐 마냥 후줄근한 산꾼을 반겨줄 뿐 아무도 없는 산정에는 적막강산이다.(10:15) 하긴 오늘같은 날 누가 산을 찾으랴? 하는 생각이 미치자 피식 웃음이 나온다. 낯익은 정상석에 배낭을 내려놓고 다녀간 흔적을 남기고서 바위에 걸터앉아 가져간 김밥 한 줄 내어놓고 요기를 해본다. 주능선을 내달리려면 체력 보강은 해둬야겠기에 게눈 감추듯 후딱 해치우고 괘령산 방향으로 걸음을 옮겨나간다.
비학산 서쪽 방향의 탑정리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니 몇번 다녀본 길이라 다시금 눈길이 간다. 둘레길을 한바퀴 해야할텐데 하는 생각을 하며 이정표 우측의 오름길로 등로를 이어간다. 비는 그쳤지만 비구름이 덮혀 있는 주능선에는 신비한 기운마저 든다. 마치 꿈속을 걷는 듯한 환상적인 풍경에 감탄해 하며 진행해 나가지만 이내 펼쳐지는 산딸기밭에 마음이 혹해 손이 저절로 산딸기에 가고 만다. 씨알도 제법 굵은 산딸기 하나를 따서 입에 넣으니 빗물을 머금은 탓에 수분도 적당하고 입안으로 전해오는 새콤달콤한 그 맛에 자꾸만 손이 간다. 가는 도중 목이 마르다 싶으면 수통을 꺼내는 것보다 산딸기 한웅큼 따서 입에 넣으며 걸으니 영양보충과 목마름을 한꺼번에 해결하게 되는 자연이 주는 혜택을 단단히 누리는 호사스런 산행이다.
△ 판타스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등로가 마치 꿈속을 걷는 기분이 듭니다.
△ 찬물내기 갈림길
△ 딱 한송이 발견한 '초롱꽃'에 정신을 빼앗겨 사진에 담느라 포복까지 했네요.
△ 이제는 부인 이름을 먼저 써놓았네요.(716봉)
△ 쥐똥나무
△ 우측은 기일저수지로 내려가는 길이라고 '향로'님의 시그널이 알려주네요.
△ 이번엔 최남준(국제신문 2대 산행대장)님의 이름이 먼저 있네요.^^*(665봉)
△ 물기를 잔뜩 머금은 '꿀풀'의 모습이 너무 매혹적입니다.
△ '기린초' 역시 고혹적인 몸매를 뽐내고 있네요.
△ 산딸기가 지천인 등로 덕택에 홀로 걷는 산길이 외롭지 않았답니다.
△ 조록싸리
△ '향로'님의 시그널이 있는 기일리 갈림길
△ 산골무꽃
△ 삼각점이 있는 679봉
△ 우측은 역시 기일리로 내려가는 길입니다.
△ 천남성의 꽃대가 말라가는 걸 보니 곧 씨를 맺으려나 봅니다.
비학산을 떠나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수없이 넘으며 만나는 갈림길은 모두가 기일리로 향해있다. 그때마다 만나게 되는 표지기들에는 빠짐없이 '향로'님의 시그널이 매달려 있는데 자세한 설명까지 곁들여 있으니 초보자라도 쉽게 산행을 할수 있게끔 배려해 놓은 자애로움이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흐믓해진다.
낯선 길을 가던지 아니면 방향을 잃어버려 산속의 미아가 되기 직전에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시그널은 한줄기 빛과도 같은 존재라는 것은 산행 도중 방향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느끼지 못할 일이다.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곳은 지양을 하고 중요 포인트에 하나씩만 달아두면 좋을텐데 마치 무당집의 만장처럼 나부끼는 수많은 시그널들은 오히려 보는 이로 하여금 짜증을 불러올수 있으니 자제를 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이다.
기온이 서서히 올라가면서 온 몸에 흐르는 땀 역시 정비례하고 있어 겨우 말라가던 겉옷이 다시 젖어든다. 길섶에 피어나는 들꽃을 만나면 어김없이 요모조모 뜯어보며 방향 맞춰 사진에 담으니 시간은 흐르는 물처럼 흘러만 가고 뱃속에서도 신호가 오기 시작한다. 성법령 갈림봉인 811봉까지 가서 요기를 할 요량으로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간다. 목이 마르면 산딸기로 대신하면서...
등로를 쉼없이 이어가던 도중 우측 시그널에 '기마봉 30m'라고 적혀있어 등로를 벗어나 무작정 봉우리로 오르기 시작한다. 입구에 '향로'님의 시그널이 있음은 물론이다. 올라선 정상에는 나무에 조그마한 팻말에 '기마봉 613m'라고 적혀있어 이곳이 기마봉 정상임을 나타내 주고 있다.(12:15) 특징없는 봉우리라 사진 한장 담고서 올라온 길을 되내려와 등로로 다시 합류하여 걸음을 재촉해 나간다.
△ 기마봉(613봉) - 등로 우측으로 30미터 위에 있습니다.
△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비치는걸 보니 날씨가 맑아진 모양입니다.
△ '꼭두서니'도 젖은 몸을 햇살에 말리려고 고개를 내밀고 있네요.
△ 한층 밝아진 숲길에 활력이 넘쳐납니다.
△ '백선'은 벌써 수정을 마치고 씨를 맺을 준비를 하나 봅니다.
△ 기마봉에서 20분 가량 지나 오른 무명봉(610봉)에는 시그널만 하나 달랑 매달려있어 조금은 을씨년스런 모습이네요.
△ 모처럼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바라보니 맨 끝의 비학산에서 걸어온 등로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 기북면 소재지가 내려다보이고 그 뒤로 낙동정맥 구간인 침곡산도 조망이 됩니다.
△ 잔뜩 물기를 머금은 낙엽길이 마치 물먹은 스펀지를 밟는 기분입니다.
△ 오늘따라 '엉겅퀴'도 더 예쁘게 보이네요.
기마봉을 지나 10여분 정도 진행하니 우회로와 산등성이를 치고 오르는 두갈래 길을 만나 능선을 치고 오르니 시그널만 달랑 하나 매달려있는 무명봉이다. 사진 한장 담고서 내려오니 다시 주등산로와 합류가 되고 7분 정도 진행하다 보니 갑자기 등로 좌측으로 시야가 트이는 곳이 있어 바라보니 기북면 소재지인 용기리와 그 너머 침곡산이 조망이 되는게 아닌가. 지금껏 그저 앞만 보고 때로는 들꽃들만 봐 오다가 주변 전경이 눈에 들어오니 반가운 마음에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셔터를 눌러댄다.
좌측 멀리 비학산에서 여지껏 걸어온 등로도 조망이 되고 멀리 침곡산도 눈에 들어오니 쉬면서 눈요기를 해본다.
가던 걸음 재촉하며 진행하다 쉬어가기 좋은 바위에 자리를 잡고서 요기를 하고 가기로 마음먹어 본다. 준비해간 김밥과 깎아놓은 과일을 내어놓고 허기진 속을 달래보니 시장이 반찬이라 꿀맛이다. 달려드는 개미들을 떼어내며 깨끗하게 비운 후 산행을 계속 이어간다.(12:50~13:15)
뱃속이 든든하니 내딛는 걸음 또한 힘차게 느껴지고 이어폰으로 전해오는 음악도 경쾌하게 들려온다. 역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닌가 보다.
부드러운 등로를 이어가다 '청주 한씨'묘를 지나게 되고 8~9분 정도 더 길을 이으니 제법 많은 시그널이 나부끼는 중요포인트에 당도하게 된다.(13:40)
비학지맥과 내연지맥의 분기봉인 811봉이다. 매달려 있는 팻말들이 알아보기 쉽게 달려있어 헷갈리지 않아 좋고 삐딱하게 걸려있던 오래된 나무 팻말이 반듯하게 달려 있는 모습이 더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어느 한 사람의 조그만 수고로움으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줄수 있다면 그 또한 괜찮은 일이지 싶다.
진행방향으로 좌측은 성법령으로 가는 길로써 낙동정맥으로 연결이 되는 길이고 우측으로는 괘령산을 지나 향로봉, 삼지봉, 동대산으로 연결되는 내연지맥길이다. 가고자하는 방향은 내연지맥길임은 불문가지인지라 망설임없이 빠른 걸음으로 진행해 나간다.
△ 비학지맥의 갈림길인 811봉의 모습입니다.
△ 성법령 방향에서 비학산 방향을 안내하는 팻말.
△ 괘령산을 가리키는 팻말이 한쪽이 떨어져 기우뚱해 있었는데 제대로 달려있네요.
△ 내연지맥의 분기점인 811봉에서 우측으로 진행해 나갑니다.
△ 촉촉히 젖은 낙엽길을 걷노라니 산꾼의 마음도 덩달아 차분해집니다.
△ 다시 찾은 괘재령(← 상옥 가는 길, ↑ 괘령산, → 상마북지 가는 길)
△ 세수를 마친 '민백미꽃'의 싱그러운 모습이 오늘따라 더더욱 돋보입니다.
△ 부드러운 등로로 근교 산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괘령산 낙엽길.
△ 머리를 풀어 헤친 풀밭에 쉬었다 가고 싶지만 괘령산 정상이 코 앞이라 지나쳐 버립니다.
△ 지난 번엔 셀카로 담아보았지만 오늘은 스틱으로 대신합니다.
성법령 갈림길을 지나 푹신한 낙엽이 깔려있는 호젓한 산길을 걸으며 작은 오르내림을 몇 번 반복하고서 내림길을 이어가니 낯익은 곳이 나타난다. 예전 상옥에 살던 주민들이 신광에 볼일이 있을 때면 넘나들던 괘재령(괘령)이다.(14:09)
다녀간지 얼마되지 않았으니 쉽게 구별이 되고 별반 달라진게 없어 보여 그냥 지나친다.
오름길을 치고 올라 낙엽이 잔뜩 깔려 있는 부드러운 등로를 올라서니 쌓인 먼지와 벌레들의 배설물들이 내린 비에 깨끗이 씻겨 순백의 화사한 모습을 자랑이라도 하듯 물기를 머금은 채 함초롬히 피어있는 '민백미꽃'이 다소곳한 모습으로 반겨준다. 얼른 카메라를 꺼내 고운 자태를 담아본다.
웃자란 풀들이 산발을 한 듯한 모습의 풀밭에는 자유로움이 느껴지고 올라선 괘령산 정상에는 인적이 끊어져 적막감만 넘쳐난다.(14:29)
△ 오른쪽은 마북골로 하염없이 떨어지는 계곡인데 가지 말아야 할 길이라 그 사이 누군가 나뭇가지로 막아 놓았네요.
△ 전망터에서 바라보니 오름길이었던 학의 날개를 따라 비학산 정상까지의 등로가 한 눈에 조망이 되네요.
△ 비학산을 떠나 기마봉을 비롯한 크고 작은 봉우리들을 쉼없이 걸어온 등로와
△ 성법령 갈림봉(811봉)을 지나 괘령산까지 이어지는 장쾌한 마루금을 바라보니 스스로에게 대견하다는 격려를 보냅니다.
△ 보름 전보다 훨씬 녹음이 짙어진 고랭지 채소밭
간단히 정상석만 사진에 담고서 물 한잔 들이키고 수목원을 향해 가던 길 재촉한다. 앞서 걸어본 길이라 눈에 익어 진행속도를 올려본다.
지난 번 산행때 약간의 알바를 경험했던 곳에 당도하니 누군가 나뭇가지를 꺾어 진입을 막아 놓았다. 마북지를 출발해서 괘령산을 거쳐 마북골로 내려오는 원점회귀산행을 하는 산님들에게는 주의해야 할 포인트다. 본인 역시 아무 생각없이 진행했다가 길도 없는 계곡길로 빠져 들어 힘겹게 다시 올라온 경험이 있으니 후답자들에게 조심하라는 당부를 남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비학산을 비롯하여 지나온 등로가 한눈에 조망이 되는 전망터에서 마북골을 내려다 보며 잠시 지난 산행을 돌이켜 보기도 하고 펼쳐지는 마루금을 따라 지나온 흔적을 더듬어 보기도 한다.
전망터를 내려서면 내림길이 이어지게 되고 어디선가 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는데 이어 좌측으로 고랭지 채소밭과 수목원 건물이 눈에 들어오는 안부에 도착하게 된다.(15:23) 우측 아래로 나있는 길은 마북골로 내려가 상마북지로 연결이 되는 이른바 괘령산 등산 원점회귀 코스이다.
△ 채소밭을 지나 오름길을 지나 만난 친구의 시그널이 참으로 반가웠지요.
△ 막바지 산행이라 오름길도 버거워지기 시작하네요.
△ 샘재 입구에 있는 무선통신 기지국 안테나를 보니 절로 힘이 솟아납니다.
△ 발목이 푹푹 빠지는 낙엽길을 부지런히 걸어 샘재를 향해 바쁜 걸음 이어갑니다.
△ 오랫만에 찾은 경북수목원에는 주말이지만 비가 온 탓인지 조용하기만 합니다.
샘재로 가는 등로는 채소밭을 끼고 나있는 직진 방향의 오름길로 연결되어 있다. 제법 가풀막이지만 마지막 고비라 생각하니 그리 힘들지 않게 올라선다. 평지성 등로를 조금 지나니 무덤이 있는 넓은 터가 나타나고 입구 나무에 매달려 있는 반가운 친구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시그널을 만나게 된다.
마치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기 그지없다. 사진에 담고서 등로를 이으니 계속 이어지는 오름길의 연속이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한걸음 한걸음 내디디니 이윽고 무선통신기지국의 철탑이 눈에 들어온다. 마지막 힘을 다해 비탈을 올라서서 철탑을 에돌아 내려가니 낙엽의 천국이다. 고랭지채소밭에서 수목원까지는 미답의 구간인지라 이리도 먼 거리인지 짐작도 못한게 사실이다. 장시간 산행에 힘이 빠진건 사실이지만 고개 하나만 넘으면 수목원인줄 알고 있었던 탓에 제법 먼거리를 진행했으니 지친 탓이리라. 낙엽을 밟으며 다시 찾아온 수목원은 주말이었지만 비가 온 탓인지 한산하기 이를데 없다.(15:50)
△ '붉은인동덩굴'이 68번 도로 철조망에 만개를 하고 있네요.
△ 비학산이 628봉 너머로 멀리 보이니 '참으로 멀리 돌아왔구나'하는 생각에 잠시 걸음을 멈춰봅니다.
△ 지나온 등로가 하늘금을 그리며 펼쳐지고 아래로는 마북골의 깊은 골짜기에 푸르름이 짙어만 갑니다.
△ 수목원에서 도로를 따라 내려오다 만난 위험 표지기 우측으로 시그널이 펄럭이는 곳이 장구재 방향입니다.
날씨가 좋았으면 수목원 팔각정에 올라 동해의 푸른 바다를 조망하고 매봉에서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내연지맥길과 천령산으로 연결되는 능선도 굽어볼 수 있을텐데 흐린 날씨라 포기하고 68번 국도를 따라 우측 청하 방면으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길가 산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설치해 놓은 철망에는 인동덩굴과 붉은 인동덩굴이 만개를 하여 힘 빠진 산꾼에게 용기를 북돋워준다.
아스팔트 길을 털레털레 내려가니 지나가던 버스 한대가 서행을 하더니 차문을 열고 타라고 한다. 웃으며 그냥 가라고 손짓을 하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넨다. 아마도 보기에 무척 딱해보였던 모양이다. 멀리 지나온 등로를 굽어보며 사진 몇장 담고서 나타난 위험 표지기 앞에서 시그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진입하여 장구재를 향한 걸음을 이어간다.(16:00)
△ 절개지 능선을 따라 올라서서 되돌아보니 수목원 팔각정과 우측 삿갓봉이 조망이 되네요.
△ 5분 만에 만난 폐헬기장
△ 이제 얼마 안 있으면 화려한 외모로 여름 산행의 눈요기꺼리를 제공해 줄 털중나리가 망울을 맺고 있네요.
△ 쭉쭉 뻗은 각선미를 자랑하는 전나무 숲을 낙엽을 밟으며 막바지 산행에 박차를 가해 봅니다.
△ '오지리'님의 시그널이 반겨주는 630봉
초입을 들어선지 불과 5분 만에 헬기장을 만나게 되고 이어지는 등로 역시 생각했던 것보다 부드럽기 짝이 없다. 예전 수목원으로 가는 68번 도로가 뚫리기 훨씬 이전부터 청하와 상옥 마을의 교통로였던 듯 뚜렷한 흔적의 등로는 호젓하기 이를데 없고 서쪽으로 기운 석양의 부드러운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파고들어 푸른 숲과 어우러져 멋진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홀로 산행을 다니면서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가운데 청정 공기속에서 한껏 나래를 펼치며 자연과 하나되어 즐기며 가는 산과의 데이트 길이 나에겐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한 시간이다. 술과 담배를 멀리하며 자연과 더불어 그 속에서 삶의 지혜를 배워나가는 지금의 생활이 내게는 만족스런 삶이다.
굴곡이 없는 등로를 쉼없이 이어가다 문득 머리를 스치는 게 있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시계를 들여다 본다. 동료인 '천산너머'님이 선답했던 자료를 들여다 보니 '향로'표지기가 있는 곳이 알바하기 쉬운 구간이니 주의하라는 내용이다. 한참 전에 땅에 떨어져 있는 표지기를 본 기억이 있는데 무심코 지나친데다 시간도 제법 흘러버려 잠시 망설여진다. 표지기 우측으로 가라는 내용을 상기 시키면서 지난 주말 만났던 표지기의 주인공인 '향로'님으로부터는 나무가지로 직진길은 막아놓았고 시그널까지 매달아 놓았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어찌 발견을 하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음악을 들으며 혼자 사색에 젖어 걷다보니 놓쳤나 보다 라고 생각하며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가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천산너머'님에게 전화를 넣어 본다. 송이밭 출입 금지구역임을 알려주는 노끈이 등로 옆으로 보인다고 했더니 집에서 방콕하고 있던 '천산너머'님으로 부터 계속 진행하라는 말을 듣고서 언뜻 생각나는게 있어 카메라를 꺼내 찍은 사진들을 되돌려본다. 역시 짐작대로였다. 이미 지나친지 한참 되었지만 나무로 가로막아놓고 우측 아래로 캔커피 깡통으로 나뭇가지에 꽂아놓은게 기억이 난다. 아마도 그 곳이 알바 주의구간이 아닌가 싶어 홀가분한 마음으로 등로를 이어간다.
△ 장구재 옛길의 모습이 오롯이 남아있는 산길을 걷는 발걸음은 과거 속으로 빠져 들어갑니다.
△ 오르내림이 없는 평지성 외길이라 지치기 쉬운 막바지 산행에 도움이 되네요.
△ 문제의 알바 주의구간인듯 직진 길은 막아놓아 우측 내림길로 유도를 하고 있고 '향로' 시그널은 보이지 않네요.
△ 어느 새 씨방을 만든 '백선'의 모습입니다.
△ 유일하게 등로 내내 함께해준 '향로'님의 표지기가 오늘따라 더욱 빛나 보입니다.
이렇듯 초행길에는 선답자의 조언이나 사시사철 외로이 나뭇가지에 홀로 매달려 있어도 길을 잃어버린 산꾼이 찾아들면 아스라한 저쪽 멀리로 한 개쯤 눈에 띄는 시그널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폭풍우 속 뱃길에서 길을 알려주는 등대인 것이고 몇시간을 목말라하다 만나는 샘보다 더 반가운 든든한 길라잡이인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등산로가 잘 정비된, 너무나 잘 정비된, 예를 들자면 서울의 북한산, 부산의 금정산 아니 멀리 갈 것도 없이 경주 남산처럼 넓다란 등산로 같은 곳에서 기분좋게 산행을 즐기다가 만나는 나뭇가지에 몇 십개씩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시그널들을 만나게 되면 그것은 마치 4차선 고속도로에서 신나게 달리다 갑자기 성황당 만나는 기분이 드는게 사실이다.
그것보다 더욱 더 한심한 것은 정상에 오르면 정상에 있는 표지석 옆에 조차 리본이 달려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런 곳에 달려 있는 시그널은은 꼭 무슨 무슨 산악회 아니면, 누구누구 기념 등산이 어떻고 하는 이름까지 적힌 시그널들이다.
그러면서 시그널에는 자연보호라는 글귀까지 새겨져 있으니 참으로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산이 좋아 산에 다니고 산을 보호해야 한다고 늘 외치는 사람들이 안 달아도 되는 고속도로 같은 등산로 곳곳에 자기 이름새긴 시그널을 쓰레기 흘리듯이 달고 다니는지 참으로 모를 일이다. 부끄러워 만류해야 될 일을 이름까지 새기며 스스로 자행하고 다니니 참으로 공명심이 대단한 사람들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무조건 시그널을 달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만 달아야 한다는 지론을 펼치면서 개똥철학을 마무리하고 가던 걸음 재촉하니 안내문에 나오는 너덜이 나타난다.(17:10) 우측으로 처음으로 조망이 터지는 곳으로 마북지가 발 아래 펼쳐지고 멀리 하늘금을 그리고 있는 지나온 등로가 수묵화처럼 펼쳐진다.
△ 너덜지대가 나오니 이제 목표점이 가까워지나 봅니다.
△ 너덜겅에서 바라본 마북지 뒤로 지나온 마루금이 펼쳐지고 있네요.
△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노루발풀이 너무 예뻐서...
△ 줌으로 좀더 가까이 당겨 봅니다.
△ 임도 삼거리 입구에 있는 '향로'님 표지기가 조금 헷갈렸지만 이내 이해하게 되었답니다.
너덜겅에서 멋진 전경을 사진에 담고서 등로를 이어가다 앙증맞은 모습의 노루발풀을 만나니 발걸음이 딱 멈춰버린다. 사진에 담으려고 엎드려 포복도 해보고 꿇어 앉아 보기도 하며 몇장 담아본다. 언제 보아도 예쁜 그 모습에 보는 이로 하여금 누구라도 반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을 지닌 우리의 들꽃이다.
이어 10여분 남짓 걸음을 재촉해 가니 널찍한 임도성 갈림길이 나타나고 우측으로 '향로'표지기가 매달려 있다.(17:27) 처음엔 표지기의 내용이 헷갈려 좌측 '뫼사랑' 표지기에 씌여있는 '엿재, 고주산' 방향으로 몇 발짝 진행하며 꽃이 핀 밤나무를 사진에 담고서 다시 '천산너머'님에게 텔레폰을 날려본다.
'향로'님이 오던 길을 거꾸로 역주행하며 매달아 놓은 것을 모르고('천산너머'님 역시 역주행도 했었다고 한다.) 괜히 애꿎은 시그널만 탓했으니 이 우매함을 어찌할꼬...
우측으로 나있는 임도성 도로를 따라 진행하니 잡풀이 점점 더 우거진다. 산행 초반에는 빗물을 머금은 수풀을 헤치며 걷다가 옷이 모두 젖어버리고 이어 내리는 비에 홀딱 물에 빠진 꼴이 되었다가 주능선을 달리며 땀으로 범벅이 되더니 햇살이 비치던 오후의 괘령산 숲길에서는 거의 말랐지만 쾌쾌한 땀냄새로 자극을 주었고 산행 말미에는 잡풀에다 가시덤불까지 경험하게 되었으니 인생살이의 전 과정을 다 겪은 듯하다.
△ 임도 삼거리(← 엿재,고주산 30.km → 반곡리 1.5km)
△ 피어있는 밤꽃을 보며 가을의 정취를 미리 느껴보기도 합니다.
△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급히 꺾어 진행한 임도는 잡풀들이 즐비한 길이었네요.
△ 산길을 빠져나와 고개를 들어보니 마북저수지 제방이 제일 먼저 반겨줍니다.
△ 농로를 따라 진행하다 바라보니 건너편으로 비학산으로 이어지는 오름길이 눈에 들어오네요.
△ 소리쟁이
△ 날머리인 반곡교 입구
숲길을 빠져나와 잘 꾸며진 무덤을 지나니 마북지 제방이 눈에 들어온다. 정면으로는 아침에 올랐던 비학산으로의 능선길이 올망졸망 펼쳐지고 모내기를 끝낸 무논에는 오와 열을 맞춰 심어 놓은 어린 벼가 보는 이로 하여금 펀암함을 느끼게 만든다. 시멘트로 된 농로를 따라 마을로 내려와 길가에 피어있는 '소리 쟁이'와 산형과의 이름모를 들꽃을 사진에 담고서 몇 발짝 나오니 출발지였던 반곡교 입구가 나오고 길 건너편 전봇대에는 '장구재 옛길 가는 길'이라고 씌어있는 '향로'님의 시그널이 먼 길 무사히 완주한 산꾼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고 있는 듯 펄럭이고 있다.(17:55)
최근 장거리 산행을 하지 못하고 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곳들만 골라 다녀서 그런지 조금은 안일한 생각이 들었는데 때마침 자극을 불어 넣어주신 '아침꽃'님과 산행내내 함께하며 헷갈리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나타나 미아가 되지 않도록 바른 길로 안내해준 옛길(향로)님께 감사한 마음 전하고 싶다. 아울러 미답의 길이었던 막바지 장구재능선길에서 원포인트 쪽집게 과외로 안전하게 하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직장 동료인 '천산너머'님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작년 여름 내연산 6봉 종주 이후 모처럼 장거리 산행을 해보니 그동안 체력이 많이 보강이 된것 같아 스스로에게 대견스럽기도 하고 앞으로도 부지런히 산을 찾으며 자연속에서 호연지기를 키워가며 세상을 즐겁고 활기차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며 하루종일 외로이 주인을 기다렸을 애마를 타고 땀에 절은 육신을 따뜻한 온천욕으로 씻어내기 위하여 신광온천으로 달려간다. 비록 몸은 피곤하고 나른해지지만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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