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낙동강전투의 최대 격전지였던 유학산을 찾아서... 본문
♧ 산행일자 : 2012. 05. 26 (토)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경상북도 칠곡군 동명면과 가산면 일원
♧ 산행인원 : 홀로...
♧ 산행코스 : 다부동전적기념관 주차장-674봉-793봉-학상리갈림길(836봉)-V자형 소나무-837봉-신선대-유학산-유학정-도봉사-팥재주차장-유학산맥(79번 국도)
♧ 산행시간 및 거리 : 5시간 30분, 7.6km(GPS 기준, 쉬엄쉬엄)
▣ 유학산[遊鶴山]
경상북도 칠곡군 동명면과 가산면에 걸쳐 있는 산.
높이 839m이다. 유악산(遊嶽山)이라고도 한다. 동봉과 서봉으로 나뉘며 동서로 길다. 백악기에 형성된 중성화산암 지질로 되어 있고, 팔공산(1,193m)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산맥의 서쪽 끝에 솟아 있다. 서쪽으로 낙동강이 흐르며 중앙고속도로가 동쪽 산허리를 끼고 달린다.
산중턱에 어른키 높이로 50길이나 된다는 쉰질바위와 이 바위를 병풍삼아 들어선 도봉사가 있다.
6·25전쟁 중에는 다부동전투가 벌어진 격전지로서 산 남쪽 다부리에 다부동전승기념관과 기념비가 있다.
6ㆍ25전쟁 당시 왜관∼다부동을 잇는 방어선은 낙동강전선의 교두보이자 대구를 방어하는 최후의 보루였다.
전설에 따르면 가산면 학산리에 있던 은행나무 고목이 청일전쟁과 제2차세계대전, 6·25전쟁 등 나라에 난리가 날 때마다 며칠 동안 울었다고 한다. 이 은행나무는 1973년 겨울에 불에 타 버리고 지금은 밑둥만 남아 있다.
◈ 산행기
부처님 오신 날을 포함한 3일간의 황금연휴에 비박을 겸한 종주산행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서울에서 직장다니고 있는 아들녀석이 여자친구랑 친구 결혼식에 갔다가 경주에 내려온다고 연락이 와서 하는 수없이 종주산행은 물 건너 가버리고 당일치기로 주변 근교산을 다녀오기로 한다.어디로 갈까나 산행지를 물색하다가 친구들과 한번 찾아볼 계획을 갖고 있었던 칠곡의 유학산이 생각이 나서 대구를 향해 차를 몰아간다. 더구나 다음 달이 호국의 달이라 국가유공자셨던 아버님 생각도 나고 해서 6.25동란의 마지막 보루였던 낙동강 전선의 최대 격전지였던 유학산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도 한 몫을 하게 된다. 산행코스는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라 부산일보에 소개된 코스가 가장 무난하리라는 생각으로 다부동전적비가 있는 기념관 앞의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안내도를 훑어보고 GPS를 가동하며 산행을 시작한다.
중앙고속도로 다부 나들목쪽으로 진행하여 고속도로 밑을 통과하면 '유학산 839고지 4.7km, 674고지 1.56km'를 알리는 입간판이 서있는데 우측 아래로 나있는 시멘트도로를 따라 진행하면 등산로 초입을 알리는 입간판을 따라 산길로 오르기 시작한다.
산행지도
다부동전승기념관 앞에 있는 주차장에서 유학산을 올려다보며 산행을 시작합니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시멘트도로를 따라 진행하면
'유학산 가는 길'을 알리는 입간판을 따라 산길로 접어듭니다.
활짝 핀 찔레꽃을 보니 저절로 콧노래가 흥얼거려지네요.
제 철을 만난듯 활짝 핀 '땅비싸리'와 눈높이를 맞춰보고
2년전 청도 남산에서 보았던 '백선'을
이곳에서 딱 하나 다시 만나게 되니 반갑기 그지 없더군요.
꽃 핀 모습이 족제비의 꼬리 같다고 하여
'족제비싸리'라 이름 붙여졌다고 합니다.
널찍하지만 제법 오름이 지속되는
임도성 등로를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개옻나무'도 사진에 담고
철탑을 지나고 가파른 나무 계단길을 올라서면
분홍색 꽃이 아름다운 '엉겅퀴'가 반겨주는
6.25전쟁 당시 치열했던 674봉에 당도하게 됩니다.
'674고지'는 대구 북편관문 국도와 왜관방면 도로를 잇는 중요 방어지역으로서 국군 제1사단이 인민군 제13사단과 맞서 40여 일 동안 10여 차례나 고지의 주인이 바뀐, 그야말로 혈전의 현장이다.
처음으로 조망이 트이는 바위에서 출발지였던 다부동 방면을 내려다보고서
암릉지역의 바윗길을 헤치며 등로를 이어가니
삼각점이 있는 793봉에 당도하게 되네요.
벼랑 끝에 서있는 소나무가 아슬아슬해 보이지만
그 너머의 경치는 속이 다 시원할 정도입니다.
맨 끄트머리의 봉우리가 유학산 정상이고
그 아래가 쉰질바위인가 봅니다.
'삿갓나물'
'노린재나무"
'용둥글레'
학상리 갈림삼거리(836봉)에서 만난 기묘하게 생긴 신갈나무
이젠 제법 멀어진 다부동전승기념관을 바라보며 잠시 조망을 즐긴 후에
유학산의 새로운 명물이라는 V자형 소나무에서 잠시 쉬어갑니다.
원래 세 줄기로 뻗은 Y자형 소나무를 등산로를 위해 한 줄기를 잘라냈다고 합니다.
이어지는 능선길을 따라 잠시 진행하면
역시 격전지였던 '837봉'을 지나게 되고
837봉 역시 전쟁 당시 치열한 격전이 벌어졌던 곳이다. 당시 이 '837고지'는 대구 진입로를 방어하는 최고 요충지였다. 인민군 제13사단이 먼저 점령한 고지를 국군 제1사단 12연대가 1대3의 수적 열세를 딛고 탈환한 곳. 이 전투를 치르면서 매일 수백 명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아직은 철이 이른 듯 딱 하나 피어난
'은방울꽃'을 만난 반가움에 요모조모 뜯어보며 사진에 담고서
정상으로 향할수록 기암괴석들이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각도를 달리하며 심심하지 않을 정도로 나타나는 풍광을
암릉 위와 전망대에서 두 눈이 맘껏 호사를 누리고
거대한 바위덩이가 깎아지른 절벽 위에 솟아난 신선대에 당도하니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산님때문에 하는 수없이
각도를 달리해서 찍어야 해서 조금은 아쉬운 마음입니다.
가운데 멀리 도덕산이 아련합니다.
팥재 갈림길
(↑ 다부동, → 팥재, ↓ 유학산)
탁월한 조망을 자랑하는 조망터에서 눈요기를 한 후에 널찍한 폐헬기장을 지나
무인산불 카메라가 설치된 봉우리에 도착하게 됩니다.
유학산의 정상부이지만 조망이라곤 없네요.
팔각정 가기 전의 도봉사 갈림길
실질적인 정상 노릇을 하고 있는 팔각 모양의 정자인 '유학정'이 있는 839봉
유학정에서 바라본 왜관읍과 굽이치는 낙동강 그리고 구미시 전경입니다.
그리고 멀리 구미의 진산 '금오산'의 모습도 아련합니다.
우측의 금오산 뒤로는 지난 겨울 찾았던
영암산, 선석산, 비룡산 모습도 훤히 들어옵니다.
지나왔던 839봉(유학산 정상), 837봉 뒤로 멀리 팔공산이 눈에 들어오네요.
남쪽 방향의 황학산 너머 대구 앞산이 흐릿하고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육안으로는 비슬산도 눈에 들어오네요.
숲데미산(519m) 너머로 성주 지역의 수박, 참외 하우스 단지와 낙동강이 아련하게 보입니다.
유학정을 내려와 만난 헬기장에서 좌측 내림길로 등로는 이어집니다.
가파른 등로라 올라오는 등산객을 위해 쉼터를 마련해 두었네요.
목재데크를 내려와 만난 두번째 쉼터에서 좌측 내림길을 이어 진행하니
'천하대장군'은 어디가고 '지하여장군' 홀로 등산로 입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워 보입니다.
깎아지른 듯한 쉰질바위 아래 자리잡은 도봉사의 전경입니다.
천진동자상이 맨 먼저 반겨주는 도봉사 뒷쪽의 쉰질바위의 장엄한 모습이 눈길을 끄네요.
절벽 아래 고즈넉히 자리 잡은 작은 절...
바람 마저 쉬어 가고픈 곳이 아닐까 싶네요...
산신각
법당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주불로 모시고,
좌협시 보살로 약사여래를, 우협시보살에 아미타불을 모셨습니다.
독성각과 용왕단
(산중 사찰인데 용왕단이 있어 의아스럽네요.)
오층석탑
좁은 절터이다보니 비로전과 큰법당이 수평선상에 위치하고 있네요.
지권인(智拳印)의 수인(手印)을 하신 비로자나부처님입니다.
법고, 범종과 목어가 있는 종각입니다.
산새소리 바람소리가
더워진 여름날을 무디게 만들어서
절벽 아래 맴돌아
찾아온 길손의 맘을 겸손하게 만드는 곳...
도봉사를 벗어나 시멘트 길을 10여분 정도 내려오니
넓고 새로 지은 듯 깔끔한 모습으로 반겨주는
유학산 휴게소에 도착하게 됩니다.
유학산휴게소에서 좌측 아래로 나있는 도로를 따라 수십 미터 진행하면
우측으로 공터가 나오고 그 안쪽으로 이정표가 있는 산길이 이어집니다.
숲속으로 들어가기 전 올려다본 유학산 정상부와 쉰질바위의 모습을 담아봅니다.
숲속으로 들어선지 8분 만에 만난 갈림길에서 좌측 내림길을 따라 진행합니다.
'꿀풀(가지래기꽃)'
찔레꽃이 흐드러지게 핀 등로를 따라 내려오니
이번엔 여름꽃인 '개망초'가 반겨줍니다.
흑염소와 거위, 토종닭이 무리지어 놀고 있는 농장을 지나 내려오니
'유학산맥'이라는 입간판이 서있는 79번 국도상에 당도하며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다부동까지 이동할 방법을 찾다가
지나는 차량을 히치하여 수월하게 출발지로 돌아오게 되어
태워준 젊은이에게 다시금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네요.
시간의 여유로움에 다부동전승기념관을 찾아 보기로 합니다.
6.25전쟁의 영웅 중 한사람이었던 백선엽 장군의 호국목민비
다부동지구 전적비
때가 때이니만큼 먼저 가신 순국선열께 묵념을 올립니다.
다시 한번 걸었던 유학산 자락을 올려다보며 감회에 젖어봅니다.
바위 산이라기 보다는 육산에 가까운 곳. 곳곳에 된비알 길이 없지 않았지만 산행 초입의 나무 계단 길에서 무리하게 욕심내지 않으면 그리 큰 고생 없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능선 산행을 즐길 수 있고 남쪽으로 펼쳐지는 멋진 조망이 산행의 즐거움을 배가시켜 주어 유학산을 찾는 많은 산님들에게 만족을 주는 산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다가오는 유월이 호국보훈의 달이라 누란의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하기 위해 수많은 젊은이들이 산화한 현장을 걸어보며 그 분들의 나라사랑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 볼까 하고 떠난 산행이라 더 감회가 깊고 뜻깊지 않았나 싶고 산행을 마치고 히치를 허락해준 이름모를 젊은 운전자분에게 다시금 고마움과 함께 부처님의 가피가 늘 함께 하기를 빌면서 만족스런 마음 가득 담고서 경주를 향해 고속도로를 내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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