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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달이 사는 집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삼척 무건리 이끼계곡 트레킹 본문

◈ 산행이야기/☆ 2014년도 산행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삼척 무건리 이끼계곡 트레킹

해와달^^* 2014. 7. 29. 20:57

★ 산행일자 : 2014. 07. 27 (일)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무건리 일원

★ 산행인원 : 포항 제이캠프 등산여행클럽의 일일회원으로...

★ 산행코스 : 태영석회탄광 - 소재말 - 국시재 - 우물 - 이끼폭포 - 성황골 - 산기리마을회관

★ 산행시간 및 거리 : 6시간, 10.8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쉬는 날이면 으례껏 떠나는 산길에 사적인 볼 일이 있어 산행계획을 평일 당직근무 뒤로 미루었는데 갑자기 취소가 되어버려 휴일날을 방콕으로 지낸다는게 용납이 되지 않아 평소 자주 방문해보는 포항 제이캠프등산여행클럽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일요일 삼척 무건리 이끼계곡 트레킹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빈자리가 있는지 전화를 했더니 다행히 합류가 가능하다는 소리에 예약을 하고 새벽같이 일어나 포항MBC 앞에서 기다린 끝에 도착한 버스를 타고 새벽을 달려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북상을 한다.

비몽사몽을 오가는 동안 도착한 어느 휴게소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삼척을 거쳐 태백으로 이어지는 38번 국도를 따라 진행하다 도계읍 고사리에 당도하게 되면 좌측으로 산기교를 건너 계속 들어가면 산기3교를 지나게 되는데 대개는 이곳에서 산행이 시작되지만 버스는 좀더 안쪽으로 진입을 하여 석회암 채굴장이 있는 곳까지 가서 우리를 내려놓는다. 무슨 광산 같은데 덤프트럭 같은 대형트럭이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 다니는게 고역이 아닐 수 없다.

가이드의 안내를 따라 채굴장 앞을 지나 산행을 시작하지만 GPS를 켤 여유도 없다. 먼지 때문에 가만히 서 있기가 쉽지 않아 코를 가리면서 빠른 걸음으로 탄광을 통과해 나간다. 알고보니 태영석회석탄광이라는데 석회석 탄광을 직접 보는건 처음이다.  인근의 길도 하얗고 계곡도 하얗고 나무들도 석회가루에 온통 뿌옇다.

갱도같아 보이는 굴속으로 덤프트럭이 드나드는게 신기해 보이지만 가만히 서서 구경할 여유가 없어 탄광 상단부를 통과해 시멘트임도를 따라 진행하면서 GPS를 가동하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출발지점인 탄광사진은 찍지 못하고

시멘트임도를 따라 걷는 걸음에 한장 담아봅니다.

 

 

소재말 마을입니다.

마주보이는 깃발 우측으로

차량출입을 통제하는 바리케이트를 지나 진행해야 합니다.

 

 

바리케이트를 지나면서 시멘트포장 임도 끝까지

꾸준한 오름길의 연속입니다.

 

콘크리트의 길은 숲길보다

확실히 피곤한 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바람 한점 없는 후덥지근한 날씨가

연신 땀을 쏟아내게 만들고 있네요.

 

그나마 그늘 아래 들어서면 훨씬 사정이 나아져

가급적 그늘로만 걸어보려 하지만

그게 어디 내맘대로 되는 일이겠습니까...

 

 

'국시재'라 불리우는 고개에 올라서면서 부터

완만한 비포장길로 접어들게 되는군요.

 

 

완만한 임도를 따라 산자락과 금강송을 바라보면서

느긋하게 걸음을 이어갑니다.

 

 

시야가 뚫린 우측으로는 육백산 산줄기가 줄곧 따라붙고

아래쪽 깊은 계곡은 오늘 걸어야 할 성황골이랍니다.

 

 

건너보이는 산등성이에는 붉은 표피가 생동감 넘치는

금강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입니다.

 

 

주차해 놓은 차들로 인해 사진에 담지는 못했지만

도로 왼편에 시멘트블럭으로 만든 우물이 있는데

'큰말약수터'라 불리는 곳이 있더군요.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기에 예까지 왔으니

물맛을 안보고 갈수는 없는 일이라

한바가지 들이켜보니 차가운 물맛이 너무 좋았답니다.

 

바로 앞 오른쪽 계곡길로 내려서면서 이끼폭포를 만나러 갑니다.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은 그야말로

급경사에 미끄럽기 그지없어 궂은 날엔 위험천만한 구간입니다.

 

 

오솔길은 가파른 내리막길인 데다

습기를 머금어 무척 미끄럽답니다.

 

가느다란 로프와 나뭇가지에 의지해

조심스레 내려가면 물소리가 들려오고,

마침내 하늘이 열리면서 푸른 빛이 감도는 소(沼)와 함께

첫번 째 이끼폭포가 녹음 속에서 신비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초록 융단을 깔아놓은 모습의

이끼폭포는 높이가 7~8m에 이르는데,

가느다란 물줄기가 연초록 이끼바위를 흐르다

산산이 부서지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네요.

 

 

수량이 부족하여 아쉬운 감이 없지 않지만

바짝 말라 있을 때를 생각하면 감지덕지라 해야겠지요.

가뭄에도 끊임없이 내려오는 물줄기가 반갑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하단폭포 좌측에 설치된 로프를 잡고

상단 폭포로 올라섭니다.

노약자는 올라서기가 쉽지 않은데

사실 내려오는게 더 힘들겠더군요.

 

 

절벽에 가까운 바위를 타고

폭포 위로 올라서자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숲에 가린 하늘, 어둑한 절벽 아래

이끼 무성한 바위 사이로 물줄기가 이어지고 있네요.

 

 

수량이 적어 물줄기가 너무 약하지만

처음 보는 신비경에 넋이 나갈 지경입니다.

 

다만 자리를 선점한 진사님들 때문에

사진 찍을만한 곳에는 올라설 수가 없어

충분한 구경을 못하고 돌아서야만 했네요.

 

 

수량이 부족해 용소로 떨어지는

폭포수를 볼수 없음이 아쉽지만

암반을 뚫고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에

신비함과 오묘함을 느끼게 되네요.

 

 

눈앞에 펼쳐진 태고적 자연이 마냥 신비로울 따름입니다.

 

 

한참을 아무 말도,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넋을 놓고 마냥 쳐다만 보다가

비켜달라는 주변의 소리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되돌아 나옵니다.

 

 

순서를 기다려 조심스레 내려선 폭포 아래에서

준비해간 먹거리로 점심을 해결하고

앞장서는 가이드의 뒤를 따라 성황골 트레킹을 시작합니다.

험로가 많아서 개인행동은 일체 허용되지 않는 구간입니다.

 

 

'병조희풀'

 

 

계곡트레킹은 몇년 전 아침가리 계곡 외에는

별로 해본 기억이 없어서 푸른 이끼가 잔뜩 끼어있는

성황골을 내려서는게 기대반 설렘반의 마음입니다.

 

 

물기가 있는 바위에는 제법 미끄러운 곳이 있어

많은 주의를 요구하는 곳이 많아 보입니다.

 

 

이끼폭포를 떠난지 15분 가량 계곡을 따라 내려서니

또 하나의 비경이 기다리고 있었네요.

바로 하단의 이끼폭포입니다.

 

너댓 갈래의 하얀 물줄기가 많은 수량은 아니지만

석회석이 녹아내려 희뿌옇게 보이는

푸른 소와 어우러져 신비감을 더합니다.

 

 

차가운 물 속에 들어가 다녀간 흔적 하나 남겨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종착지를 향한

기나긴 계곡 트레킹 모드로 들어갑니다.

 

 

줄어든 계곡물에 이끼도 말라 그리 미끄럽지 않답니다.

하지만 발목이 부실한 본인으로선 조심해야만 했네요.

 

 

도저히 진행이 어려워 우회로를 따라 진행하다가

가이드가 확보해준 밧줄을 부여잡고 내려서야만 했지요.

 

 

'뱀딸기'

 

 

이런 협곡에 폭우가 쏟아져 물이 넘친다면...

피할 곳이 없는 만큼 사전 정보는 필수입니다.

 

 

 

 

가느다란 밧줄 하나에 의지한 채 유격훈련 하듯

내려서야 하는 위험구간이 곳곳에 산재해 있어

지나오면서도 내내 마음속으로는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었답니다.

 

 

지도상 무건굴로 호칭이 되어 있는데요~

삼척의 주요 유명 동굴에 비해

전혀 뒤쳐지지 않는 미개발 동굴이라고합니다.

 

 

물길을 걷다보면 계곡의 물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사실을 알게 됩니다.

 

 

석회암지대라 바위 아래 지하로 스며들어 흐르고 있겠지요.

 

 

고인 웅덩이에 쌓인 낙엽이 썩어 탁해진 물속을 통과해야 하는데

허리까지 빠지는 깊이인데다 냄새까지 나는 것 같아

비라도 많이 내려 물갈이 한번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네요.

 

 

마음껏 수분을 들이키며 숨 쉬고 있어야 할 이끼들이

목이 말라 푸석해져가는 모습이 애처롭게 보입니다.

 

 

물이 많을 때는 급류가 흐른다는 바위 틈새길을 지나고 나니

 

 

어느 샌가 나타난 물길은 목마름을 호소하던 이끼들을 깨우고

 

 

생명을 얻은 바위들은

살아 움직이는 듯 생기가 넘쳐납니다.

 

 

그런 바위들 사이를 유유히 흐르는 청류

이곳은 오로지 자연만이 숨쉬는 낙원입니다.

 

 

숲 어디선가 들려오는 산새소리가 물 흐르는 소리처럼 들려옵니다.

 

 

사람들이 이런 오지를 좋아하는 것은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루소'의 원초적 본능 때문이 아닐까요?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사의 빠름속에서

느리고 여유있게 유유자적하려는 사람들이

이런 오지에서 마음의 안식을 찾아보려는 것인 지도 모를 일이지요.

 

 

'돌돌돌~' 소리를 내며 흐르던 물소리가

 

 

느려지는 물길속에 잦아들더니

 

 

'벌개미취'

 

 

이름없는 동굴 앞을 지난 후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립니다.

 

 

석회암 지대 특유의 모습입니다

그렇게 많던 물이 순식간에 지하로 스며들어

완전히 건천을 이룬 모습입니니다.

 

 

뙤약볕 아래 돌밭을 걷다보니

발목의 통증이 약간 전해져 오네요.

평소 부실하던 발목이 오늘따라 애를 먹이는군요.

 

 

석회암층 물구멍 여기 저기에서 스며 나온 용출수가 하나 되어

다시 계곡 바닥을 시원하게 채우며 물길을 만들더니

 

 

이렇게 멋진 무릉도원의 와폭을 만들었습니다.

 

 

밟으면 푹신푹신한 이끼를 걷기도 하면서

강원도의 깊고 푸른 오지 숲길을 걸어 물길 따라 마냥 걸어갑니다.

 

물이 차갑다 못해 시릴 정도라

시큰거리는 발목의 통증이 일시적으로 완화되는 효과가 있네요.

 

 

숨어있던 계곡의 물이 다시 힘차게 흐릅니다.

계곡을 흐르는 물과의 숨바꼭질을 하면서...

 

 

태고적 비경을 간직한 원시림 성황골을 걸으며

참! 좋다... 아름답다...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네요.

 

 

계곡과의 아쉬운 작별을 하고서 산길로 올라섭니다.

 

 

경사가 급한 사면길을 지나 출입을 금하는 펜스를 통과하니

성황골 트레킹의 종점이 나타나네요.

 

 

산기리 마을회관에 도착하면서 오늘 일정을 마무리 합니다.

 

 

 

갑작스레 예약을 마치고 사전 정보없이 계곡트레킹 준비만 하고 새벽같이 먼길 달려 도착한 삼척의 무건리 이끼계곡.

갱도에서 서늘한 냉기가 흘러나오는 석회암 광산을 지나 가파른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바람 한점 없는 길을 몇 구비 돌아 땀 한바가지 쏟아낼 즈음 도착한 국시재.

이어지는 비포장임도는 완만한 길에 칡꽃 향기가 코끝을 자극하고 금강송으로 산수화를 그리고 있는 그윽한 숲길을 4km 가량 걸어 다시 가파른 내림길을 미끄러지듯 내려서고서야 만남을 허락해준 신비의 땅.

초록 융단을 깔아놓은 모습의 이끼폭포를 본 모습은 비록 적은 수량으로 예전만 못하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난생 처음 보는 본인으로서는 황홀경 그 자체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무건리 이끼계곡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훼손되지 않도록 통제를 하던지 아니면 폭포 가까이 접근을 막고 전망대라도 만들어서 구경만 할수 있게 해놓고 개방을 하던지 해야 할것 같다는 생각이다. 벌써 탐방객들이 많이 드나든 탓에 바위 곳곳에 이끼가 밟혀 훼손 정도가 심하게 진행중이라 원시적인 자연 그대로 남아있는 몇 안되는 장소 중 하나인 이곳 무건리 이끼계곡을 오래도록 보존해야 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하면서 성황골로의 트레킹을 시작했지만 이 또한 언제든 안전사고의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험로여서 시종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하산길이었다.

안전시설이 제대로 없는데다 가이드가 준비해온 밧줄 하나로 많은 인원이 경사도 심한 벼랑을 통과해야 하는 관계로 시간도 많이 소요가 되고 제때 자일이 설치되지 않아 기존의 가느다란 밧줄에 의지한 채 내려서야하는 벼랑 구간은 전문교육도 받지 않은 여성 산님들에겐 아마도 공포의 연속이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일반 산악회에는 남성회원들이 여럿이 자일이나 안전 장구를 준비해서 여성회원들을 보호하며 진행하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가이드 산행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 오늘의 트레킹에 결국에는 한명의 여성 산님이 갈비뼈가 골절되는 불상사를 겪게 되었는데 바로 아래에서 남자분이 받아주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더 큰 사고로 이어졌으리라는 생각에 불행 중 다행이라 해야할까...

결국에는 하산 시간이 늦어져 선두에서 내려와 땀에 절은 몸을 씻고 여벌의 옷으로 갈아 입고 한 시간이 훨씬 넘도록 기다린 끝에 도착한 후미조를 태우고 귀로에 오른다.

비가 많이 내린 뒤의 풍경은 그야말로 선경이 따로 없다하니 언제 다시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성황골로의 하산 트레킹의 위험천만한 구간을 겪고나니 고개가 절레절레 돌아간다. 더구나 평소에 좋지 않던 발목의 인대가 가파른 벼랑을 오르내리며 충격을 받았는지 계속 통증의 신호가 찾아온다. 아무래도 당분간 산행을 쉬라는 신호로 알아듣고 신청해 놓은 응봉산 용소골 트레킹을 취소해야 할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오래도록 산행을 하려면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겠기에 떠나는 버스의 의자에 길게 누우며 힘들었지만 아름다운 계곡 성황골과 작별을 고한다.

두툼한 이끼이불 위로 쉼없이 깨끗하고 차가운 물줄기가 녹색융단을 수놓으며 흘러내리던 이끼폭포의 환상적인 모습이 한참 동안 눈 앞에 어른거려 쉬 잠이 들지 못하는 불면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일행을 태운 버스는 쉼없이 남으로 남으로 달음박질을 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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