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미결등코스를 거쳐 청하골 폭포 탐방으로 이어진 내연산 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14. 08. 22 (금)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경북 포항시 송라면 일원
☆ 산행인원 : 나홀로...
☆ 산행코스 : 보경사군립공원안내소-산령고개-문수봉-삼지봉-미결등-은폭-연산폭포-상생폭포-보경사-공원안내소 (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5시간 45분, 13.44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기준)
◈ 산행기
당직근무 마치고 산에라도 갈 요량으로 평소보다 일찍 결재를 끝내고 부리나케 차를 몰아 출근하기 전에 미리 챙겨놓은 배낭을 다시 한번 점검한 후 차를 몰아 영일만대로를 달려 청하 보경사를 향해 달려간다. 평일이라 하지만 언제나 통행량이 많은 7번 국도를 신나게 달려 보경사주차장에 당도하니 시간은 10시30분을 가리키고 있다.
조금은 늦은 시간이라 향로봉까지의 장거리코스는 힘들 것 같아 삼지봉 지나서 시간을 봐가며 미결등이나 밤나무등으로 하산하는 계획을 가지기로 하고 화장실부터 다녀온 뒤 배낭을 들쳐메고 보경사를 향한 걸음을 시작한다.
상가지역을 지나니 손님맞을 차비를 서두르고 있는 상인들의 모습에 삶의 활기를 느끼며 도착한 내연산 군립공원안내소 앞에서 GPS를 가동하며 오늘의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구글위성
들,날머리로 잡은 군립공원안내소에서 오늘 산행을 시작합니다.
내연산 보경사 일주문 입구입니다.
오늘은 산문을 거치지 않고
일주문 오른쪽으로 보경사를 끼고 진행을 할까 합니다.
입장료는 내지 않아도 되지만
문수봉 오름길을 온전히 걸어보고파 선택했지요.
보경사 옆으로 나있는
차 한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입장료를 내지 않고 무단 입산하는 사람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사찰에서 설치해놓은 펜스와 철조망이
산령고개로 이어지는 구비구비 고갯길과 나란히 하고 있네요.
예전 들머리로 사용하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출입문을 만들어놓고 자물통까지 채워놓았군요.
딱딱한 임도를 따라 계속 올라가려니
은근히 짜증도 나고 해서
그냥 철조망을 넘어 숲으로 들어갑니다.
곧바로 커다란 봉분이 있는 영천이씨묘를 지나
전날 내린 비에 불어난 물이
힘차게 노래를 하며 흘러내리는 계류를 따라
희미한 옛길의 흔적을 더듬으며
주능선을 향한 오름짓을 이어갑니다.
젖은 몸을 말리러 나온 뱀과 조우를 하고는
서로 깜짝 놀라 대치를 하는 순간도 겪어보고
시그널도 없는 희미한 흔적을 따라 유유자적 걸어갑니다.
가파른 숲길을 헉헉거리며 한바탕 쏘옥 땀을 빼고나면
철조망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곳이 나타납니다.
대전3리 마을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만나게 되지요.
철망을 넘어 좌측으로 진행해 나갑니다.
이후의 등로는 넒은 길을 따라 진행하게 되고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원진국사 사리탑이 있는
보경사부도에서 올라오는 지점과 만나게 됩니다.
자주 다녀본 곳이라 편안한 마음으로 우거진 숲속을 걸으며
오늘 걸어볼 코스를 머리속으로 그려봅니다.
문수암 갈림길입니다.
삼지봉에서 역으로 이곳으로 내려올 때는
대개 문수암 방향으로 진행하지요.
문수봉을 오르는 입구입니다.
좌측 우회로를 따라 곧장 가면
문수샘을 지나 무덤터에서 다시 합류가 되지만
문수봉을 가봐야겠기에 우측 오름길로 접어듭니다.
뙤약볕 아래 홀로 서있는 문수봉 정상석을 사진에 담고
하산길 도중 우측의 숨겨놓은 조망터를 들러
바로 앞 삼지봉과 멀리의 동대산을 담아봅니다.
동대산 가본지도 꽤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이 계절이 가기 전에 한번 가봐야겠네요.
한줌 바람이 온 몸을 휘감고 지나가는 널찍한 등로를 걷노라니
적어도 이 순간만은 신선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수리더미코스 갈림길입니다.
수리더미 코스는 길도 좁고 한쪽이 절벽이어서
계절에 상관없이 주의가 필요한 곳이랍니다.
조금 후에는 조피등코스를 만나게 됩니다.
아직 걸어보지 못한 미답의 구간이라 구미가 당기네요.
하늘을 가리는 우거진 숲길에 시원한 바람...
푹신한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한 낙엽길...
그야말로 웰빙 산길이 따로 없습니다.
은폭으로 내려설 수 있는 거무나리코스입니다.
하늘을 향해 키재기를 하듯 치솟은 소나무들의 경연을
즐거운 마음으로 구경하며 통과하니
동대산 갈림길을 만나게 됩니다.
또한 좌측으로 시그널들이 나부끼는 곳은
삼지봉을 오르지 않고 향로봉으로 갈수 있는 우회로가 있지요.
주말이면 이곳을 찾은 산객들로 인해
늘 붐비는 곳인데 오늘은 혼자 전세를 내었네요.
맞은편에 서있는 예전 정상석 위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셀카로 흔적을 남겨봅니다.
삼지봉 정상 옆 그늘에서 준비해간 빵과 과일로
간단히 점심 요기를 하고 향로봉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약간은 으시시하지만
홀로산행의 묘미에 빠진 탓에 앞뒤 가릴 것 없이 진군을 계속합니다.
등로 우측으로 널찍한 터에 무덤이 있는 곳으로
주의해야 할 곳에 도착하게 됩니다.
119 솔라표시등(02-6)이 있는 방향은
향로봉으로 곧장 갈수 있는 코스로
781봉을 넘어 마당기미에서 두 길은 만나게 됩니다.
좌측 길은 우회로이면서 미결등으로 가는 길입니다.
밤나무등코스로 가려고 잠시 생각했지만
오늘의 주목적은 청하골 폭포탐방이기에 좌측방향으로 진행합니다.
향로봉으로 산행을 하는 산객들은 대부분 781봉으로 직등을 하고
미결등코스를 이용하는 산객들만 다니는 코스라
평소에도 인적이 그리 많은 곳은 아니랍니다.
본인 역시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네요.
오랜만에 만나는 미결등갈림 삼거리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쓰러진 스텐레스 표지기둥은 그대로 누워있네요.
우측길은 781봉 우회로로 마당기미를 지나 향로봉을 향한 길이고
미결등으로 내려서는 길은 직진입니다.
오랜 세월 켜켜이 쌓인 낙엽의 바다를 보면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란 말이 생각납니다.
이 세상에 영원히 붉은 꽃도 없고, 영원히 강한 것도 없다는 말인데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유한한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짧은 찰나에 불과한 시간 동안 뭘 그렇게 많이 가지려 하고,
뭘 그렇게 얻으려 하며 아둥바둥 살아가는 건지...
그냥 내 한 몸 살아가는데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니겠나 싶은데 말입니다.
고대 로마시대에 네로황제에게 달걀버섯을 진상하면
그 무게만큼의 황금을 주었다고 하는 달걀버섯입니다.
식용으로 일명 제왕버섯, 황금버섯으로도 불린답니다.
인적없는 평일 산길에 오롯이 홀로 걸으며 맘껏 자유를 누려봅니다.
이끼가 잔뜩 끼어있는 소나무 밑둥치에
기생하고 있는 버섯이 예뻐서 담아봅니다.
버섯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이름은 모르겠네요.
무명묘가 있는 안부를 지나
인간의 발길을 거부하는 청정 숲속을 지나는 동안
들려오는건 오직 청하골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가는 물소리밖에 없네요.
멀리 청하골에서 들려오는 웅장한 물소리를 들으며
가파른 내림길을 지그재그로 내려서니
시명리에서 내려오는 등로와 합류가 되는
청하골에 발을 들여 놓게 되네요.
며칠동안 계속 내린 비에 청하골은 그야말로 물의 나라입니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교향곡을 듣는 듯
굉음을 울리는 거친 물살은
모든 것을 쓸어내릴 듯한 기세로 청하골 골짜기를 적시고 있네요.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출렁다리입니다.
조금 전 굉음을 울리며 쏟아지던 물줄기를 제대로 보고파
출렁다리를 건너 시명리 방향으로 잠시 올라가 보기로 합니다.
등로 우측의 조망터에서 바라본 풍광으로
이곳을 지날 때면 으례히 카메라를 들이대게 만드는 곳인데
수량이 풍부한 오늘은 여느 폭포 못지않네요.
굽이굽이 벼랑을 헤치며 떨어지는 물줄기는
작은 소를 만들어 심연의 깊이로 흘러 내립니다.
당장이라도 뛰어들어 타오르는 열기를 식히고 싶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기에 애써 억누르며 오던 길 되돌아갑니다.
큼지막한 바위를 통과해 출렁다리를 다시 건너와
청하골 맑은 계류를 우측으로 끼고
보경사를 향한 걸음을 시작합니다.
청하골에는 맑은 물만 있는게 아니라
눈길을 끄는 바위들도 제법 많지요.
은폭 상단에 있는 촛대바위 또한 그 이름이 높답니다.
오늘은 은폭 상단의 바위 위에 올라가 보기로 합니다.
올라선 바위 끝에서 내려다보는 물길의 웅장함은 실로 대단했네요.
한참을 머물면서 동영상도 찍으며 자연의 위대함을 온 몸으로 느껴봅니다.
계류에 내려서서 언제나 그랬듯이 사진 한장 남겨봅니다.
여성의 음부를 닮았다 하여 음폭포라고 하다가
상스럽다하여 은폭이라 고쳐 불렀다고도 하고,
용이 숨어 산다고하여 "숨은용치"라고도 하는 청하골 '은폭(隱瀑)"입니다.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어도
물의 나라 청하골에는 푸르른 숲과 맑은 물이 흐르는
시원하기 그지없는 별천지였네요.
이어지는 등로는 계류를 건너야 하는데
물길이 가로막고 있네요.
별수 있나요? 신발을 벗을 수밖에...
우척봉 하늬재로 연결되는 천령산 갈림길입니다.
잘 정비된 등로를 따라 끊임없이 들려오는 물소리를 음악삼아 진행하다
오늘도 변함없이 연산폭포를
위에서 내려볼 요량으로 비하대(飛下臺)로 올라섭니다.
학을 타고 내려온 신선이 청하골의 비경에 빠져
내려오지 않았다는 전설을 간직한
선일대(仙逸臺)가 우측에 자리를 잡고 있고,
비하대 좌측으로는 선일대에서 신선이 내려 오지 않자
신선과 같이 내려온 학이 자리잡았다고
전해오는 학소대(鶴巢臺)가 웅장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이렇듯 갖가지 숨은 비경과 전설을 품고 있는
내연산 청하골 계곡을 비하대 위에서 내려다보는
자신은 어느 덧 신선이 되고 겸재 정선이 되어버린 듯합니다.
아래 보이는 소(沼)는 '관음폭포 감로담'이고
좌측으로 보이는 다리는 청하골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는
연산폭포로 가는 구름다리인 '연산적교'입니다.
비하대 상단부에서 내려다 본 연산폭포입니다.
청하골을 구비돌아 내려온 많은 물이
좁은 바위 틈바구니를 비집고 내려가려니
세찬 물길의 속도와 굉음이 참으로 대단하다 싶네요.
'비하대(飛下臺)' 와 '학소대' 아래 형성된 폭포로
내연산 12폭포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관음폭포(觀音瀑布) 입니다.
조금 전 올랐던 좌측의 비하대(飛下臺)와
출렁다리 뒤쪽의 학소대를 좌,우로 두고
신선들이 노니는 곳같은 신비로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우측으로 수도승들이 기도처로 이용하던 관음굴(觀音窟)이,
그 곁으로 우렁차게 쏟아지는 폭포가 관음폭이며
그 아래 소(沼)가 곧 감로담(甘露潭)이라 불립니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살포시 숨어 있는 연산폭포를 만나게 됩니다.
그 웅장한 물소리에 온 몸이 서늘해질 정도랍니다.
내연산 12폭포 중 가장 규모가 큰 연산폭포입니다.
내연산에서 '내'자를 빼고 붙인 이름이지요.
이번 산행에도 변함없이 원경을 담아보기 위해 건너편에서 바라봅니다.
역시 멋진 풍광이네요.
관음폭포 바로 아래에 위치한 무풍폭포(舞鳳瀑布).
바람을 맞지 않는 폭포라는 뜻입니다.
규모가 작은 탓에 폭포라는 명칭 대신
무풍계(無風溪)'라는 이름을 쓰기도 한다네요.
잠룡폭포(潛龍瀑布)와 선일대(仙逸臺).
용이 숨어 살다가 선일대를 휘감으며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다고 합니다.
멋진 폭포를 구경하며 사진촬영에 열을 올리다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발바닥에 불을 붙여봅니다.
여간해선 보기 힘든 마른 계곡에도 유쾌한 노래소리가 들려오고
평소에도 접근이 쉽지 않았던 보현폭포 상단부에
오늘은 아주 조심조심 접근을 해보니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지네요.
코 앞에서 벌어지는 엄청난 굉음과 수량에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보현폭포의 실체를 제대로 느낀 오늘입니다.
늘 이곳에 서서 바위 뒤에서 조용히 흘러나오는 폭포수를 보았는데
오늘은 용기를 내어 상단부에 올라섰었는데 큰 보상을 받은 기분입니다.
쌍둥이폭포란 의미의 쌍폭(雙瀑)이라고 불리다가
지금은 '상생폭(相生瀑)'이라 불리워지고 있답니다.
상생폭포의 남서쪽으로 솟구쳐 있는 스무길 남짓의 바위 벼랑을 기화대(妓花臺)라 하는데, 폭포 아래 소(沼)는 기화담(妓花潭)이라고 합니다.
기화대에 전해져 오는 이야기로는 옛날에 한량들이 열 평 남짓한 공터가 있는 기화대에 올라 기생들과 함께 한껏 취해 가무를 즐기던 중 한 기녀가 실족을 해서 떨어져 죽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꽃같이 아름다웠다고 해서 기화대라 불리웠고 그 기녀가 떨어져 죽은 소를 기화담이라 부른다 한답니다.
그때 죽은 기녀의 원혼이 담겨 있어 이 폭포에서 해마다 사내들의 익사사고가 많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얼마 전 사고소식을 접했으니 이러한 전설을 믿어야 할지 안 믿어야 할지...
굽이쳐 흐르는 물줄기는
쉽게 사그러 들지 않을 기세로 청하골 계곡을 적셔가고
바라보는 마음은
더위도 잊은 채 계곡길 물길따라 잔잔하게 젖어옵니다.
계곡산행의 진수는 계곡을 가로질러 걸으면서
무더위를 잊고자 함인데 급한 물살 탓에 접근조차 어렵기만 하네요.
보경사는 점점 가까워지는데
유유자적 걷는 걸음은 자꾸만 느려지고
마음은 분주하지만 발걸음은
더 머물고만 싶어하는건 어찌된 연유일까요?
계곡은 이름난 폭포만 존재 하는것은 아닌가 봅니다.
작은 소에서 흘러내리는 물살의 세기도 만만찮아 보이네요.
결코 낮설지 않은 풍경들과
단아한 사찰의 모습에 평온함을 느끼고
무사히 산행을 마쳤다는 안도감이 저절로 묻어나옵니다.
보경사 대웅전을 찾아 부처님께 예경을 올리고
보경사(寶鏡寺)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송라면(松羅面) 내연산(內延山)에 있는 절.
602년 진나라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신라 지명법사가 진평왕에게 '동해안 명산에서 명당을 찾아 자신이 진나라의 도인에게 받은 팔명보경을 묻고 그 위에 불당을 세우면 왜구의 침입을 막고, 이웃 나라의 침입도 받지 않으며 삼국을 통일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에 진평왕이 지명법사와 함께 내연산 아래에 있는 큰 못에 팔면보경을 묻고 못을 메워 금당을 건립하고 보경사라고 했다.
경내에는 보경사원진국사비(보물 252호)와 보경사부도(보물 430호)가 있으며 조선 숙종의 친필 각판 및 5층석탑 등이 있다.
적광전 앞 오층석탑을 사진에 담고 감로수로 목을 축인 뒤
세월의 연륜이 묻어나는 노송들의 환송을 받으며 일주문을 빠져나와
산행출발점이었던 군립공원안내소에 도착하면서
오늘의 산길을 마무리 해봅니다.
지금으로부터 5년전 내연산 자락을 해부하듯 코스별로 엮어서 돌아본 이후 깊고 깊은 청하골을 제대로 걸어보질 못했는데 연일 계속 내린 비에 청하골 12폭에는 물이 넘쳐날 거라는 생각에 망설임없이 찾은 보람을 한껏 누린 하루였다. 비록 12폭 전체를 다 구경하지는 못했지만 이 름이 제대로 알려진 곳은 다 보았으니 아쉬움은 상쇄가 다 되었고 다음 기회에는 전처럼 온전히 12폭 전체를 돌아보기를 기대하며 애마를 세워둔 주차장으로 걸어간다.
왼종일 일광욕으로 달구어진 차 내부에는 후끈한 열기가 전해져 와 문짝 다 열어 젖혀놓고 에어컨 빵빵하게 틀고 신발도 갈아신고 땀에 절은 물건들을 챙겨 주차장을 빠져 나간다. 아직 해는 중천에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시간은 벌써 오후 5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고 있을 주말의 7번국도를 생각하니 마음은 벌써 바빠오지만 머리속은 아직도 청하골을 걷는 내내 환청을 듣듯 들려오는 물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맴돌고 가까이서 직접 들었던 폭포수의 웅장한 소리가 뇌리에 남아 틀어놓은 음악소리 또한 쉬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만큼 청하골의 폭포가 전해주는 감동이 큰 탓이리라. 온 몸으로 담아온 큰 감동을 고스란히 담고서 우려했던 대로 정체가 심한 7번 국도에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동안 반추하듯 담아둔 감동 하나하나 풀어내며 귓전에 맴돌던 폭포소리를 다시금 머리속으로 떠올리며 지루한 귀가길에 위안을 삼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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