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내연산 최고의 청정계곡 덕골로 떠난 계곡 트레킹 본문
♡ 산행일자 : 2014. 08. 26 날씨 - 맑은 후 흐림, 그리고 비
♡ 산행장소 : 포항시 북구 죽장면 하옥리 일원
♡ 산행인원 : 나홀로...
♡ 산행코스 : 하옥계곡 마두교 - 뒷골 합수점 - 와폭 - 삼단 실폭포 (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3시간 45분, 7.16km (점심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당직근무 마치고 이런저런 잡무를 마무리하고 퇴근하는 차안에서 오늘도 산으로 떠나볼까 생각하고는 집에 도착하여 배낭을 꾸리기 시작한다.
냉장고를 뒤져 먹거리를 찾아보니 다행히 빵 몇개가 남아있어 갈무리하고 얼음물도 챙겨넣고 집을 나서 가까운 마트에 들러 과일 몇개 사서 차를 몰아 외곽도로를 달려간다. 행선지는 이미 머리속에 그려진 상태라 망설임없이 자명리로 내려서 기계방향 31번 국도를 달려 내단사거리를 지나고 기계삼거리에서 기북 방향으로 기수를 돌려 성법령을 넘으니 포항의 오지마을 죽장면 상옥리에 당도하게 된다. 오랜만에 찾은 곳이라 반가운 마음이 들어 주변을 천천히 돌아보며 진행한다. 이정표가 안내하는 대로 하옥계곡 방향으로 길을 들어서니 월사동 입구까지 포장이 되었지만 도로상태가 좋지 않았었는데 말끔히 재포장이 된 산뜻한 모습이어서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월사동의 양봉터 입구에 차를 세워놓고 장비를 들쳐메고 산행을 시작하여 닫혀있는 철대문 옆을 통과해 계곡 아래로 내려서니 지난 비에 불어난 물이 접근을 허락치 않는다.
건너는 것이야 신발 벗고 건너가면 될 일이지만 향로봉을 올랐다가 꽃밭등으로 해서 월사동 계곡으로 오려면 불어난 물이 세차게 흐르는 계곡을 통과해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일 것 같아 포기를 하고 아쉽지만 과감히 되돌아선다.
출발지까지 올라오면서 어디로 갈까나... 운주산이나 봉좌산으로 행선지를 바꿀까도 생각했지만 이곳까지 기름값 날려가며 찾아온게 아까워서라도 가까운 곳으로 다녀오자며 시간이 늦으면 중간에 되돌아 내려오면 되리라는 생각으로 영덕 옥계계곡 방향으로 차를 몰아간다.
향로봉을 직등하는 코스인 하옥교를 지나 마두교가 있는 야영장에 도착하니 텐트를 쳐놓고 막바지 피서를 즐기고 있는 행락객들이 제법 눈에 띈다.
이미 시각은 정오를 가리키고 있지만 가야할 목표는 내심 정해진 상태라 후퇴는 있을 수 없고 가다가 시간을 봐가며 되돌아 내려오기로 마음먹고 장비를 챙겨 아쿠아슈즈로 갈아신고서 마두교 옆 계곡으로 내려선다.
산행궤적
구글위성
마두교 입구의 야영장 주차장에 파킹을 하고
계곡으로 내려서면서 덕골로 진입을 시작합니다.
'닭의장풀(달개비)'
요란스런 물소리에 내려다보니 제법 많은 수량에
계곡트레킹이 원만히 진행이 될지 걱정이 되네요.
계곡 트레킹의 묘미를 만끽하기 위해
시작부터 계류 속으로 들어가 첨벙첨벙 거슬러 오르니
트레킹의 제맛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청하골이 내연산을 기점으로 남동쪽의 널리 알려진 계곡이라면
마실골과 덕골은 그 반대편 오지인 북서쪽의 숨은 계곡입니다.
'노루오줌'
덕골계곡은 40여리에 걸쳐 사시사철 흐르는
하옥계곡의 지류를 형성하고 있으며
오십천의 발원지이기도 하지요.
평소 같으면 쉽게 통과할 수 있는 곳이지만
불어난 계곡물이 쉬 접근을 허용하지 않아
계곡 가장자리로 조심스레 우측 계곡으로 진행합니다.
예전 마두봉을 올라 향로봉, 삼지봉으로 해서
뒷골로 내려섰을 때 만났던 바로 그 합수점이네요.
오늘은 덕골을 향하는 길이기에
사진만 한장 담고서 물줄기를 따라 계속 이어갑니다.
아쿠아슈즈를 신은 탓에 행여나
발목에 무리가 갈까 싶어 염려가 되곤 했는데
다행히 물속을 걷다보니
저절로 냉수찜질이 되어 아픈 줄도 모르겠네요.
드디어 덕골 최고의 비경을 자랑하는 곳에 도착을 했네요.
특이하게도 바닥은 화려한 붉은색을 띄고 있어
더 신비로움을 느끼게 하고
많은 수량의 계곡물이 폭포가 되어
우렁찬 울음소리를 내며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폭포 위로 올라서야 하는데 도저히 올라설 자신이 서질 않는군요.
하는 수없이 촛대바위 아래로 쏟아지는 폭포의 위용을
부지런히 카메라에 담고서 되돌아나와
좌측 가파른 오름길로 올라서서 우회로를 찾아 나섭니다.
가파르기가 그지없는 등로를
한발한발 올라서면서 북적이지 않아 좋고
자연과 한걸음 더 가까이 하는듯 하여 좋고
아무도 없는 이곳에 오롯이 홀로
쉼없이 흐르는 덕골의 계류소리를 들으며
급경사 오름길에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발끝에 힘을 주며 걷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숲속의 주인이 바로 나인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지만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오지계곡의
홀로산행임을 깨닫고는 잠시 두려움이 앞서기도 합니다.
덕골의 유명한 막창폭포는 불어난 계곡물에 빠트리게 되고
아쉬운 마음에 폭포 상류의 우뢰와 같은 급류의 아우성을 보고 있노라니
감히 저곳을 어찌 통과할 수 있으랴 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 봅니다.
'누리장나무'
좁디 좁은 토끼길 수준의 사면길을 걷노라니
오지속 산길을 홀로 걷는 산꾼의 마음에는 괜시리 긴장감만 더해갑니다.
'칡꽃'
'사상자'
약간의 두려움이 엄습해오는 가운데
아찔한 벼랑길을 가까스로 통과하고 나니
호젓한 산길도 나타나고 보이는 등로 끝에는
쉼없이 아래로 흘러내리는 계곡과 만나게 되고
뜨끈해진 발바닥을 시원한 물속에 주저없이 담궈봅니다.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며 쉼없이 펼쳐지는 비경에
카메라 셔터는 잠시도 쉴 틈이 없네요.
그렇게 물길따라 한참을 올라서니
시원스럽게 흘러내리는 폭포와 마주치게 되네요.
이른바 '와폭'이라 불리는 곳이지요.
제법 많은 수량이 흘러내리는 와폭에서
사진이라도 한장 남겼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지만
홀로산행이니 어쩔 도리가 없네요.
와폭 옆을 돌아올라 상단부로 진행하면
그 유명한 덕골의 황금샘이 있다는데...
물밀듯이 내려오는 계곡물에 잠겨버린 황금샘이
덕골을 처음 찾는 산꾼에게 눈에 띌리 만무하겠지요.
자세한 위치라도 사전에 알고 갔으면 모를까...
대체 산행지로 갑작스레 방문했으니
단번에 찾는다면 슈퍼맨이겠지요.^^*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아 볼수 없는 천연의 신비를 간직한
덕골의 모습에 어찌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고산의 심산유곡에나 있을법한 '관중'이 이곳에도 자주 눈에 띄는군요.
모퉁이를 돌 때마다 또 다른 비경이 이어져
이곳을 처음 찾는 산꾼에게 신비로움을 맘껏 선사하는
덕골의 깊고 깊은 계곡은
정말 그 모양새가 범상치 않을만큼 화려합니다.
사진으로 담아내기엔 너무나 부족한 실력이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비경의 연속이라
그저 두 눈과 귀가 호강을 누릴 뿐...
감탄사도 잊어버릴 지경이네요.
계곡을 따라가다가 바위와 물이 막아서면 산으로 올라
자연 그대로의 청정미를 간직한 덕골의 울창한 수림속을 걸으니
낯익은 시그널 두개가 나란히 맞아주네요.
이른바 근교산행의 길라잡이인
국제신문, 부산일보의 표지기입니다.
그 여파인지 다녀간 흔적이 꽤 많아진 것 같고
등로 또한 뚜렷하게 나있어 사람의 걸음이라는 것이
참 무섭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군요.
그렇게도 많던 물이 일순간 사라지고
어디선가 물 흐르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
바위속 아래로 숨어들었나 봅니다.
이곳에서 가져간 빵과 과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가기로 합니다.
허기를 메우고 다시 등로를 잇다보니
곧이어 사라졌던 물이 다시 나타는게
참으로 신기한 생각이 듭니다.
맑고 시원한 물속을 거침없이 헤쳐나가며
떠나가는 여름의 끝자락에서 원없이 피서를 즐깁니다.
개울을 건너 등로는 이어지지만
계속 물길을 따라 가보기로 합니다.
일순 걸음이 딱 멈춰지고 아! 하는 탄성이 절로 터집니다.
저절로 카메라에 손이 가게 되는 순간입니다.
폭포를 우회하는 바윗길이 위태해 보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저 멋진 풍광으로만 보이네요.
마지막 폭포 우측에 있는 삼단 실폭포입니다.
비가 온 뒤에나 볼수 있는 귀한 장면이지요.
너무나 환상적인 모습에 오늘은 여기까지... 하면서
한참을 머무르다 내려가기로 합니다.
물끼 잔뜩 머금은 이끼를 보면서 덕골의 또다른 명물인
'이끼폭포'를 못본 아쉬움을 달래보고
그냥 갈 수 없어서 바위에 카메라를 겨우 세워놓고 한장 담아봅니다.
마지막 폭포에서 되돌아 내려가는 길 역시
가급적 물길을 따라 내려가기로 하고
마두교를 향한 걸음을 시작합니다.
오지 중의 오지인데다
연간 강수량 또한 타지역에 비해 높은 곳이어서
숲이 내뿜는 자연의 향기가 가득하고
그 은혜를 인간에게 고스란히 베풀어 주는 곳이기에
언제 어느 때 다녀가도 좋은 곳으로 손에 꼽을만한 곳이랍니다.
시원스레 흘러내리는 물줄기 앞에 서면
물 속에 담근 발 뿐만 아니라
서늘한 바람이 머리를 휘날리고
각양 각색의 암반 위로는 맑디 맑은 옥수가 흘러내립니다.
'물봉선'
인간의 흔적이 없는 계곡엔
새소리, 바람소리는 온데간데 없고
온통 물소리만이 덕골을 점령하고 있네요.
계곡속으로 들어갈 때 못 찍었던 우회로를 사진에 담고
이름모를 예쁘고 앙증맞은 버섯도 눈높이를 맞춰가며 담아봅니다.
'이질풀'
적막하기까지 한 고요속에 가끔 들려오는
산새소리만 들려오는 깊은 숲 속 대신
요란한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내내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태고적 신비를 느낄 수 있는
덕골계곡의 비경 앞에 감히 발을 들여놓은
산꾼의 모습은 그야말로 미물에 지나지 않은 느낌입니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비가 내리기 시작하니
흐르는 물소리 또한 가속도가 붙는 모양이네요.
속이 훤히 보이는 저 깨끗한 물속을 걸어 왔었는데
우중산행이 되어버려 숲길로 진행하기로 합니다.
물길 대신 산길을 걷다보니 못 보았던 웅장한 너덜도 만나게 되고
다시 만난 물길속을 헤쳐가며
달아오른 발바닥을 식히며 걷는
계곡트레킹의 묘미를 제대로 느끼는 오늘입니다.
물 온도가 낮다보니 수면 위로는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오지에 속하는 덕골...
원시 그대로의 자연이 살아있는 곳으로
산꾼들만이 아는 곳...
참으로 탁월한 선택이었고
행복한 나들이었습니다.
마두교가 가까이 다가왔음에
차가운 물 속에 머리를 담궈 깨끗하게 땀을 씻어내고
올 여름 많은 피서객들이 더위를 피해
이곳에서 피서를 즐겼을 너른 공터를 지나
자욱한 물안개가 산등성이에 걸쳐있는 야영장에 도착하게 되면서
오지속 청정계곡 덕골 트레킹은 끝을 맺게 됩니다.
'흰이질풀'
'달맞이꽃'
마두교를 떠나 귀로에 오르던 중
하옥교 주변의 풍치가 뛰어남을 알고 있기에
일부러 길가에 비상등을 켜놓고 세운 뒤
하옥계곡의 멋드러진 풍광을 몇 장 담아봅니다.
불어난 계곡물이 골마다 폭포를 이루고
우뢰와 같은 소리로 옥계계곡을 향해 힘차게 달음박질하는
맑은 물을 보니 내리는 빗속에서도 쉬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네요.
흔히 내연산하면 보경사와 12폭포가 절경을 이루는 청하골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청하골이 내연산을 기점으로 남동쪽의 널리 알려진 계곡이라면 경방골, 마실골과 덕골 그리고 뒷골은 그 반대편 오지인 북서쪽의 숨은 계곡들이다.
나흘전 청하골로 폭포 탐방을 목적으로 한바퀴 돌아 보았으니 이번에는 그 반대편의 하옥계곡을 찾아보고자 나선 길이지만 월사동 계곡물의 양이 워낙 많아 포기를 하고 '꿩 대신 닭'인양 찾은 덕골 탐방은 그야말로 닭이 아니라 봉황이었다.
사시사철 청류가 흐르는 하옥리계곡의 지류 중 하나인 덕골은 기기묘묘한 암벽과 단애, 이름모를 무수한 폭포와 소, 하늘을 가릴 듯한 울창한 숲이 난생 처음 이곳을 찾은 산꾼의 발걸음을 곳곳에서 멈추게 하였고 촛대를 닮은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진 기암절벽과 앙상블을 이루고 발 아래로는 각양각색의 암반 위로 맑디 맑은 옥수가 흘러내리는 사람의 때가 덜 묻은 청정계곡 덕골의 속살 깊숙이 들어가니 통신불능의 상태로 나홀로 산행을 이어가는 산꾼의 마음에는 긴장의 연속이 되었지만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비경에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였다.
오래 전부터 벼르고 별러왔던 곳이지만 예기치 않게 갑작스레 찾게된데다 잦은 비에 불어난 계곡물이 촛대바위의 폭포 위로 통과를 허락치 않아 막창폭포, 이끼폭포를 우회하게 되었고 덕골의 또다른 명물인 황금샘 또한 빠르게 흘러가는 계류의 수면 아래로 숨어있어 정확한 위치를 못찾고 지나치는 우를 범하였지만 전국 어느 명산의 계곡 못지 않은 청정미와 한구비 돌 때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덕골의 비경에 푹 빠져 아쉬움은 금새 사라지고 내연산 삼지봉에 2회 연속 꼭지점을 찍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 또한 늦은 시각에 시작한 산길이라는 것에 애써 위안을 삼으며 다음 기회를 엿보기로 한다.
계곡물이 조금은 줄어들고 단풍이 무르익는 깊어가는 가을날 이곳을 꼭 다시 찾아 오늘 못 보았던 명소들을 하나하나 구경하면서 덕골의 진면목을 다시금 볼수 있기를 스스로에게 다짐하면서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야영장을 떠나 하옥계곡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하옥교(구 향로교) 일대의 빼어난 바위경관과 풍치를 감상하면서 쉬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옮기며 귀로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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