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운제산 (홍은사-암시밭골-운제산-대왕암-홍은사)원점회귀 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14. 07. 23 (수) 날씨 - 맑고 더움
☆ 산행장소 :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항사리, 대송면 산여리 일원
☆ 산행인원 : 유유자적 나홀로...
☆ 산행코스 : 산여계곡 홍은사 입구-암시밭골-합수부 1,2,3-지능선-시경계길(운토종주길) 합류-화산지갈림길-홍계리갈림길-대각리갈림길-운제산-대왕암-홍은사
☆ 산행시간 및 거리 : 4시간, 8.6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내일 있을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병원 신임평가 수검과 격리병상 실사를 동시에 하게 되어 자리를 비우지 말라는 엄명을 받은 터라 당직근무를 동료와 바꾸어 어제 당겨서 근무하고 아침에 그에 따른 미팅을 하고 퇴근하여 집에 오니 시간은 벌써 10시 30분이 훌쩍 넘어 버렸다.
그저께 산행을 다녀왔지만 가까운 곳에라도 다녀올까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한줄기 소나기가 쏟아지는 바람에 나가려던 마음이 잠시 주춤해진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맑은 태양 아래 깨끗한 조망을 볼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안고 간단하게 행장을 꾸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린 끝에 집을 나서 철강공단을 지나 대각리로 향한다.
오늘 가고자 하는 행선지는 포항 시민들의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는 운제산이다.
자주 올라본 곳이지만 오늘은 좀 다른 코스로 엮어서 다녀올 요량으로 어렵게 구한 궤적 하나를 스마트 폰에 입력하고 산여농장이 있는 산여계곡을 찾아간다.
대각리에서 산여리로 들어가는 시멘트포장도로를 따라 진행하면 자장암 뒤쪽에 위치해 있는 자주 지나다녀서 눈에 익은 산여산불감시초소 앞을 지나게 되고 이후 산여농장, 정토사를 지나 홍은사 입구에서 우측으로 들어서니 홍은사 소속 백구 두 마리가 마중을 나와있다.
덩치가 꽤 큰 녀석들이라 차에서 내리기가 망설여져 지나간 뒤에 문을 열고 내리니 뒤를 돌아보는데 가만히 쳐다보기만 하는걸 보니 순한 녀석들인가 보다.
얼른 산행준비를 마치고 홍은사를 향해 걸음을 옮겨가면서 오늘의 산행은 시작되는데...
홍은사에 도착하여 합장 반배로 인사를 여쭙고 카메라를 꺼내 촬영을 하려는 순간 멀리서 아까 본 백구 두마리가 짖으며 달려나오는게 아닌가.
이런~ 뒷걸음질 치면서 홍은사 입구에서 우측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빠른 걸음으로 진행해 나가니 낯선 이방인을 쫓아낸게 무슨 큰 공이라도 세운 양 버티고 서서 가까이 오기만 해봐라는 식으로 쳐다보고 있다. 하는 수없이 하산해서 다시 사진을 찍기로 하고 도착한 개울에서 좌측으로 진행을 해 나간다.
산행궤적
구글위성
상수도보호를 위한 펜스가 쳐져 있는 울타리 옆의 공간에 주차를 해놓고,
홍은사를 향해 걸음을 시작하며 오늘의 산행은 시작됩니다.
홍은사 입구 옆으로 나있는 등로를 따라 진행하면
계곡을 만나게 되는데 좌측 암시밭골을 빠져나와
대왕암으로 산행을 하는 부부산객과 인사를 나누고
맑은 물이 흐르는 암시밭골 깊은 계곡속으로 진행합니다.
진행이 어려운 곳은 돌아가기로 하고
가급적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 볼 생각으로
트레킹 코스를 계속 진행합니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자연은 참으로 곱고 아름답습니다.
나이 들어 간다는 것이 그 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이고
모든 게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것일 겁니다.
비온 뒤 찾은 산속 숲길...
부풀어 오르듯 만물에 생기가 납니다.
저마다 소중한 삶을 살고 있는 듯 모두가 눈부시네요.
층층나무꽃이 진 자리에 열매가 맺혀 있는 모습입니다.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
새삼 제각각 존재의 의미를 느끼며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참 아름다운 세상을 나는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쌓아놓은 돌무더기가 사람이 살았던 흔적인 것 같네요.
깊고 깊은 암시밭골 계곡속으로 한없이 빨려들어 가다보니
첫번 째 합수부 지점을 만나게 되고,
가야할 진행방향은 좌측입니다.
수량은 많지 않지만 깨끗하고 맑은 물에는 물고기들도 제법 보이는군요.
두번 째 합수부 지점 입구인데 이곳에서 잠시 헤멨답니다.
처음엔 좌측으로 나있는 희미한 흔적을 따라 오르다가 궤적과 비교해보니
길이 어긋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리저리 헤메다가
원점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이곳으로 다시 돌아왔지요.
진행방향은 오른쪽 개울을 건너야 한답니다.
두번 째 합수부 지점인데 맞은편 계곡으로
잠시 헤메다가 되돌아와 개울을 건너 진행합니다.
계곡으로의 진행이 어려우면 산길로 올라섰다가
다시 계곡으로 내려서는 반복을 이어갑니다.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나무가 신기해서 담아 보았네요.
흔한 시그널도 하나 안보이고
오직 가져간 궤적에 의지해서 따라가는 계곡길에
질긴 생명력의 나무에 경탄을 금치 못하겠네요.
우리 인간의 삶 특히 민초들의 그것 또한
저러하리라 생각이 듭니다.
세번 째 합수부 지점인데 낡은 시그널 하나가 또 헤메게 만들더군요.
직진으로 진행해보니 등로의 흔적을 찾을 수 없어
다시 되돌아와 궤적과 비교해 가며 좌측으로 진행해 나갑니다.
바위 속으로 숨어버린 물길은 보이질 않고
발목 다치지 않게 조심스레 올라가다
좌측 바위 위에 앉아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계속 이어진 산행은 맞은 편 골짜기로 이어지지만
흔적도 없어진 등로를 버리고 산으로 무조건 치고 오르기 시작했지요.
준비해간 궤적을 비교해 가면서 가파른 산길을 올라서니
잡풀이 무성한 이름없는 분묘를 만나게 되고
무지 큰 버섯에게 큰 인심쓰듯 카메라에 한번 담아주고서
어긋난 궤적을 퍼즐 맞추듯 찾아 올라가니
좁지만 제법 뚜렷한 산길을 만나게 됩니다.
아마도 홍은사 뒷산에서 연결되는 산길 같은데
진행하는 동안 군데 군데 작은 구덩이가 파 헤쳐져 있는걸 보면
아마도 약초꾼들이 다니는 길이지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시경계길이자 운토종주길인 주능선과 접속을 하게 됩니다.
참고로 들머리에 시그널 하나가 달려 있더군요.
이후 등로는 달려도 좋을 만큼 널찍한 탄탄대로입니다.
이 길을 걸으면서 언제 운토종주를
다시 해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은 그때의 용기가 되살아날지... 글쎄요...^^*
화산저수지 갈림길입니다.
좌측은 지나온 시루봉 가는 길이고,
맞은편 길이 화산저수지로 가는 길인데
저 길을 걸어본 지도 제법 세월이 흐른 것 같네요.
홍계리갈림 삼거리이자 시경계길과 작별입니다.
올 초에 폭설이 와서 시루봉으로의 진행이 어려울 때
홍계리로 탈출했던 기억이 새삼스럽습니다.
운제산을 향한 걸음에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바라본 풍광으로
좌측엔 강동산단 뒤로 경주시 강동면이,
맞은편 멀리로는 포항시가 조망이 됩니다.
바람 한점 없는 산길에 가파른 오름이라 무척 힘이 드네요.
산불감시초소봉, 운제산 정상의 육각정,
또 하나의 정상석이 있는 476봉이 나란히 도열해 있는 모습입니다.
내리막으로 접어든 것도 잠시
다시 나타나는 가파름을 한고비 극복하고 나면
대각리 영일만온천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만나게 되는 삼거리에 도착하게 되고,
우측 운제산을 향한 걸음을 재촉해 갑니다.
누구의 전용 옹달샘인지...
설마 혼자 독차지하고 있지는 않겠지요.
산불감시초소봉 입구를 지나고
운제산 정상을 직등할 수 있는 곳에 닿았지만
찜통 더위에 접어버린 몰골을 씻어보려고
운재샘을 찾아가기로 합니다.
운제샘입니다.
날씨가 워낙 가물어서 그런지
콸콸 쏟아지던 물도 오늘은 영 신통찮네요.
앞쪽 홈통에 물을 받아서 세수를 하고 땀을 씻어냅니다.
땀을 씻고 시원한 물을 두 바가지나 들이키고 나니 한결 낫네요.
이어진 등로 끝에는 오어사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합류가 되고
우측으로 오르면서 정상을 향한 걸음을 이어갑니다.
해병대 출신이 아니라서...
운제산 정상의 육각정전망대.
전망대 아래에 자리잡고 있는 정상석.
전망대 위에 올라가 사방 탁 트인 조망을 구경합니다.
최근 산행 중에 가장 조망이 좋은 오늘인 것 같네요.
먼저 남쪽 방향의 시경계길과 호미지맥길인
무장봉, 함월산 등의 마루금이 하늘금을 그리고 있고
그 너머 토함산도 조망이 되는 눈이 즐거운 순간입니다.
바로 앞의 골짜기는 오전에 헤메고 다녔던 암시밭골의 깊고 깊은 계곡이고
그 너머 시경계구간의 시루봉 능선이 완만하게 이어지는 뒤쪽으로는
도투락목장의 작은 봉우리들이 고개를 삐죽 내밀고 있네요.
북쪽방향으로는 산불감시초소봉이 건너보이고
아득한 멀리로는 안강지역의 산들이 아련합니다.
동쪽방향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포항시가지와 영일만, 철강도시 포항의 상징인
포스코와 철강산업단지가 펼쳐져 있고,
그 우측으로는 해와달이 새로이 둥지를 틀고 있는
오천읍 시가지와 조성중인 광명산업단지가 보이고
멀리 영일만 쪽에는 동해면이 자리잡고 있답니다.
마음껏 시원스런 조망을 구경하고 내려와
대왕암을 향한 행보를 이어갑니다.
가까이 다가온 대왕암에 발걸음은 속도를 더하게 되고
대왕암 입구에 당도하여 먼저 눈인사부터 나누고
우측으로 돌아들면 또 하나의 정상석이 있는 대왕암에 이르게 됩니다.
대왕암에서 곧장 나있는 등로로 진행하면
우측 아래로 내려서는 길이 홍은사를 향한 걸음이지요.
예전에는 출입을 금하는 금줄이 있었는데 해제가 된 모양입니다.
가파른 내림길을 조심스레 내려서면서
홍은사가 빤히 바라보이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은 한참 남았네요.
정비가 안된 등로라 많이 거칠고 미끄러워
조심하지 않으면 안될 구간이랍니다.
많이 딱딱하고 거친 구간을 조심스레 내려오니
눈길을 끄는 소나무 삼형제를 카메라에 담고
잠시 딴 생각을 했는지 중심을 잃고 넘어져 360도 한바퀴 돌았지만
가까스로 나무를 붙잡은 탓에 큰 사고는 막아 다행이다 싶었던
된비알을 돌아보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내려오니
시작했던 암시밭골 초입을 다시 만나게 되고
산행 시작할 때 못 담았던 홍은사로 들어섰지만
백구 두 마리가 신경쓰여 더는 들어가지 못하고
멀찌감치에서 사진 한장 담고 돌아 나옵니다.
주차해 놓은 공터로 돌아오는 도중에
백구 두마리가 앞에서 나타나는데
이번에는 그냥 조용히 지나가기에
얼른 애마가 있는 곳으로 와서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당직근무 마치고 늦게 집에 와서 잦은 산행으로 인한 쌓인 피로를 푹 쉬면서 풀어볼까 생각했지만 갑작스레 내린 소나기 뒤의 맑은 하늘을 보니 그만 마음이 동해 훌쩍 떠난 산길... 스스로도 어쩔 수 없이 빠져든 산병에 약도 없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직 한번도 가보지 못한 운제산의 가장 깊고 은밀한 계곡으로 궤적 하나 달랑 들고 찾아 나선 겁없는 발걸음이었지만 인적없는 청정계곡에 홀로 빠져들어 보물찾기하듯 숨은 길을 찾아가며 계곡과 산길을 넘다들다가 물길이 합쳐지는 합수부를 세군데 지나고 길도 없는 급사면을 잡목을 헤쳐가며 치받아 올라 만난 시경계길부터는 눈 감고도 훤한 길이라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어가며 무더운 숲길을 유유자적 걷다 왔으니 이열치열을 진하게 경험하고 온 발걸음이었다.
물에 빠진 뭐마냥 후줄근해진 모습이었지만 미답의 구간을 무사히 돌아보고 온 기쁨에 형편없는 몰골은 개의치 않았지만 산행 말미에 홍은사를 향한 급내림에서의 한바퀴 굴렀던 기억은 오늘 산행의 옥의 티였다고 할수 있다. 오래도록 산을 찾을 수 있도록 늘 조심에 또 조심을 하면서 몸상태를 잘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을 스스로에게 다짐하면서 길고 긴 산여계곡을 빠져나와 집으로 향한다.
'◈ 산행이야기 > ☆ 2014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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