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한풀 꺾인 더위속에 찾은 내연산 덕골-뒷골 트레킹 본문
♧ 산행일자 : 2016. 08. 20 (토)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포항시 북구 죽장면 하옥리 일원
♧ 산행인원 : 포항라푸마산악클럽 번개산행 (총 6명)
♧ 산행코스 : 마두교- 뒷터 합수부-막창폭포-이끼폭포-와폭(황금샘)-건천-무명폭포-주능선3거리-내연산 삼지봉-동자봉-동대봉산갈림길-계곡합류-뒷터-마두교
♧ 산행시간 및 거리 : 8시간 30분, 11.08km (물길따라 유유자적, 식사, 휴식, 알탕 포함)
◈ 산행기
기승을 부리던 더위도 한풀 꺾이면서 아침 저녁으로 제법 신선한 가을 바람이 불어 오기 시작한다는 처서가 이제 사흘 앞으로 다가왔으니 올해의 마지막 피서를 겸한 산행이 되지 않을까 싶어 미리 약속해둔 곳으로 출발한다.
월초 정기산행 때 친한 산우 몇몇 분들과 약속을 해둔 곳으로 가기 위해 북구청으로 달려가니 벌써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는 영식님 부부와 인사를 나누고 차를 몰아 먼저 출발한 일행과 만나기로 한 하옥계곡의 마두교를 향해 달려간다.
우현사거리를 지나 소태재를 넘어 7번 국도를 달리다 청하농공단지를 지나면 나오는 청하삼거리에서 좌회전, 기청산식물원 앞을 지나 청하교차로에서 이어져온 930번 지방도와 합류를 하게 되고 이어 서정삼거리에서 우측 방향의 유계리방향 68번 도로를 따라 해발 650m의 샘재를 오르면 우측 내연산 수목원을 지나 상옥에 이르게 되고 이후 상옥초등교를 지나 하옥방향으로 내려서게 되면 말끔하게 포장이 된 도로를 달리면 월사동을 지나 하옥교(구 향로교)를 건너 캠핑장이 설치되어 있는 마두교 입구에 닿게 된다.
아직도 교량교체 공사가 덜 끝난 탓인지 주위가 어수선하고 주변에 주차해 놓은 피서차량들이 많아 주차하기가 용이하지 않아 다리를 건너 '월월이청청'팬션 입구에 애마를 세워놓고 마두교 입구로 되돌아 온다.
다함께 간단히 몸을 풀고 GPS를 가동하며 마두교 아래로 나있는 등로를 따라 덕골을 향한 걸음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마두교 입구에서 주차해놓은 차량들 사이를 빠져나가며
우측 아래로 나있는 등로를 따라 내려섭니다.
계곡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피서객들의 텐트를 지나
넓게 형성된 초입을 지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계곡길을 따라 안으로 진입을 하게 되면
'궁궁이(천궁)'
눈에 띄게 줄어든 수량이지만
맑디 맑은 옥수가 흐르는 덕골계곡을 만나게 됩니다.
각양 각색의 암반 위로 흘러내리는 물길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계곡 좌우로는 협곡지대가 대부분이고
대부분 계류를 따라 오르게 되므로
비가 왔을 때는 진입이 거의 곤란한 곳이란걸 알게 됩니다.
계류를 거슬러 물길따라 진행하면
왼편으로 큼직한 계곡이 합수되는
뒷골 초입이 되는 갈림길을 만나게 됩니다.
뒷골은 동대산과 내연산 중간지점에서 형성된 골짜기로
오늘 내연산을 오른 후 하산루트로 이용되는 등로입니다.
뒷골 초입을 지나쳐 곧장 직진하여 덕골 본류를 따라 올라가면
덕골 최고의 비경인 바위대문이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좌우로 바위암벽이 도열한 협곡지대를 빠져나가게 되는데
잔뜩 이끼를 뒤집어 쓴 암반지대가 협곡에 위치해 있으므로
다소 통과하기가 까다로운 지점이랍니다.
하지만 청정계곡의 웅장한 바위를 보면서
감탄사를 늘어 놓다보면 긴장감은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때묻지 않은 덕골계곡의 비경에 푹 빠져 시간이 가는 줄 모를 지경입니다.
좌측으로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하는 등로지만
앞장서서 무작정 진행하고 있는
일행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뒤따릅니다.
골짜기 안쪽으로 사방이 바위벽에 막힌 막다른 곳에 닿게 되고
다들 감탄사를 터뜨리기에 여념이 없는 일행에게
막창폭포를 소개하면서 일일이 독사진을 남겨봅니다.
'며느리밑씻개'
막창폭포를 구경하고 되돌아나와
가느다란 밧줄이 걸려 있는 우회로를 타고 오른 후
막창폭포 상단부를 내려다보고서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사면길로 진행해 나가면
짧은 너덜지대를 지나고
지난 해에는 보이지 않던 부러진 수명을 다한 고목도 지나고 나면
계곡 한가운데에 큼직한 바윗돌 하나가
자리잡고 있는 이끼폭포에 닿게 됩니다.
부쩍 줄어든 수량이지만 푸른 이끼속을 흘러내리는
신비한 광경에 감탄해 마지않는 일행들을 세워놓고
다녀간 흔적을 남기느라 여념이 없었네요.
수량이 많을 때는 환상적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이지만
부쩍 줄어든 수량에 빈약함마저 드는 지금의 상황이지만
보기 힘든 이끼폭포의 신비스러움에 저마다 감탄사가 터져나옵니다.
부디 오래오래 훼손되지 않고 그 모습 유지되길 바라면서
갈길 바쁜 걸음 이어가기로 합니다.
순수한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숨은 비경인 덕골...
입맛이 까다로운 산꾼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보물 중의 보물 코스입니다.
포항 근교에 있지만 원시 그대로의 자연이
살아있는 곳으로 산꾼들만이 아는 이곳...
40여리에 걸쳐 사시사철 흐르는
하옥계곡의 지류를 형성하고 있는
덕골계곡은 오십천의 발원지이기도 하지요.
이끼폭포를 떠난지 30분 가량 경과후
두 계곡이 만나는 합수부에서는
뚜렷하고 넓은 본류를 따라 진행해야 합니다.
위급한 상황을 접하게 될 경우 잠시 머무를 수 있는
비박지로 손색이 없는 곳이라 눈여겨 봐둡니다.
티끌하나 없이 진주처럼 맑게 굴러가는 듯한 계류에
그냥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계속 셔터를 누르게 되는군요.
'애기물꽈리아재비'
물길따라 걷다가 바위와 물이 막아서면 산으로 오르고
계곡이 좋다하면 다시 계곡으로 내려가기를 반복하며
천연미가 가득한 덕골의 속살 깊숙이 들어갑니다.
천천히 걸으며 덕골의 멋진 풍치를 감상하며 걷다보니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50분 만에 황금샘 입구인 와폭에 닿게 됩니다.
부쩍 줄어든 수량에 폭포로서의 체면이 말이 아니군요.
와폭을 에돌아 계류로 다시 들어서서 몇 발짝 걸음을 내딛다보면
바위 밑에서 올라오는 맑은 물이
쉼없이 뿜어져 나오는 '황금샘'을 만나게 됩니다.
사철 물이 나오는데 여름엔 시원한 물이,
겨울엔 따뜻한 물이 나온다고 합니다.
바위틈이 붉은 것은
물에 철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곳을 처음 찾는 이들에겐 신비로움을 맘껏 선사하는데
정말 그 모양새가 범상치 않을만큼 화려합니다.
갑자기 물길이 뚝 끊어지고 마른 계류가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바짝 말라있는 계곡을 따라 거슬러 오르던 등로는 건너편 산길로 이어집니다.
몇년 전 까지만 해도 포항에서 산을 제법 탔다는 사람도
내연산 최고 오지계곡 중 하나인 덕골계곡을 모르거나
설령 알고 있더라도 계곡을 완주해 본 사람이 드물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다녀온 산꾼들이 저마다 올려놓은 산행기를 접하고
국제신문이나 부산일보에까지 소개된 바 있으니
예전과 달리 이곳을 찾는 많은 걸음들로 인하여
고속도로 처럼 길이 난 덕골...
사람의 걸음이라는 것이
참 무섭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며느리밥풀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네요.
비록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함께 모여 살고 있으니 외롭지 않은데다 아름다워 보이는군요.
위태로운 사면길을 조심스레 통과해 계류로 다시 내려서면
거짓말처럼 없던 물이 다시 나타나게 되고
덕골 가장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마지막 폭포 앞에 서게 되었네요.
폭포 옆 비스듬한 바위지대를 곧장 올라서면 만나게 되는
너덜지대에서 그늘이 진 평평한 바위에 둘러앉아
준비해간 먹거리로 산상 오찬을 즐기기로 합니다.
한시간 가까이 느긋한 식사를 마치고
마른 계곡을 따라 거친 돌밭길을 거슬러 오르면
하늘이 곧 열리고 계곡이 끝날 것같지만
계곡은 쉽게 그 자리를 내어줄 생각을 하지 않는군요.
끊어졌다 이어졌다를 반복하던 계곡길도
식사를 마치고 등로를 이은지 20분 남짓 지나고나니
그제서야 끝이 나고 머리를 풀어 헤친 채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흐느적거리는 푸른 초원을 지나면
삼지봉-동대산 주능선에 올라서게 됩니다.
나뭇가지에 달려있는 시그널들의 수효가 많은 걸 보면
그동안 덕골을 찾은 산객들이 많았음을 증명해 주고 있네요.
삼거리에서 지름길을 이용해 삼지봉을 다녀오기로 합니다.
'참당귀'
올들어 처음 찾은 내연산 삼지봉.
오늘 산행하면서 처음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군요.
간단히 인증샷 남기고 왔던 길 되돌아 내려갑니다.
내연산에서 덕골 갈림길까지 되내려 온 후
곧장 능선을 따라 올라 12분 가량 걸음을 이어가면
'780m 포항시 산악구조대'라는 표지판이
나무에 걸려 있는 동자봉(778m)에 올라서게 됩니다.
헬기장을 가로질러 잠시 길을 나서면
동대산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우측 아래로 나있는 길은 동대산으로 향하는 길이고
막대기가 놓여있는 좌측 방향이 뒷골로 가는 등로입니다.
약 3~4분 걸음을 이어가면
특이하게 정상부에 돌로 둥글게 담을 쌓아놓은
봉우리(778m봉)를 지나게 되고
여기서 능선 길로 3분쯤 이동하면 산길은 왼쪽으로 꺾어 내려서게 되고
선답자들의 흔적들이 남아있는 족적을 따라 내림길로 이어집니다.
간간이 나타나는 시그널을 등대삼아 진행해보지만
뚜렷한 등산로도 없이 길은 이어졌다 끊어졌다를 반복하는 동안
한 두군데에서 알바를 경험하면서 인간의 흔적이 없는 듯한
깊은 오지속 산길을 진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곳을 처음 찾았었던 5년전에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던
깊고 깊은 계곡의 위험성이 다시 찾은 오늘도 트라우마로 남아
함께 한 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어야했기에
궤적과 비교해가며 등로를 찾느라 시간을 많이 허비해야 했답니다.
동대산갈림길을 떠난지 근 한 시간이 경과될 즈음
약간의 물이 보이는 계곡에 내려서게 되고
계곡을 건너 오른쪽 오르막길로
잠시 계곡을 벗어나 산허리 길로 이어갑니다.
울창한 참나무와 아름드리 금강송이 어우러진
희미한 지능선의 갈림길에서
잠시 길을 잃어 짧은 알바를 경험하면서
새삼 뒷골의 위험스러움을 간접 경험하게 됩니다.
자칫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뒷골의 계곡을 거슬러 올라
덕골로 하산하는 산님들의 흔적을 접하다보면
용기인지 만용인지 헷갈릴 때가 더러 있더군요.
물론 여러 사람이 함께 행동하기에 다행이지만
워낙 험한 길이라 안전사고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어
많은 주의가 필요한 곳이기 때문이지요.
묵은 낙엽이 깔린 산 사면의 숲길은 깊숙한 골짜기를 만나게 되고
등로는 한동안 산허리를 에돌아 나가게 됩니다.
아름드리 나무가 쓰러져 등로를 가로막고 누워있는 오지의 숲길을 걷다보면
누구나가 한번씩은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싶은
두려움이 앞서기도 하는군요.
하지만 두려움이 지나쳐 자칫 일어나기 쉬운 안전사고로 이어질까 봐
일정한 간격을 두고 걷도록 일행들을 챙겨가며 걷다보니
약 30년 전까지 화전민이 거주했다고 하는
뒷터에 도착하게 됩니다.
5년전 이곳을 찾았을 때 보았던
금복주 소주병 3종 세트(됫병, 4홉, 2홉)가 생각이나
다시금 주변을 둘러보게 되는군요.
저마다의 사연 하나씩을 가슴에 묻고
이 척박한 땅에 밭을 일구며 나머지 삶을 묻었을
그들의 애환을 생각하면서 사면길을 잠시 따르다보면
노송과 바위가 어우러진 가파른 내리막이 이어지는
골짜기 아래로 등로는 떨어지게 됩니다.
뒷터를 지나 20여분 가량 급비탈을 내려오면
다시 뒷골 계류가에 닿게 되며
두 계곡이 합수하는 중간능선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이곳에서 잠시 방향을 잃어 좌측 비탈을 올라섰다가
다시 내려와 마주보이는 계곡을 따라 진행하게 됩니다.
총기있던 기억력은 이미 퇴색이 되었는지
오늘따라 그 기능이 작동이 잘 안되어
함께한 일행을 자꾸 고생을 시키게 되네요.
덕골은 뭐니뭐니해도 협곡 속으로 자연미가
그대로 살아있는 원시성이 가장 큰 매력일 것 같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오랜 가뭄 탓으로 줄어든 계류의 수량에
옥빛 맑은 물이 우렁차게 흘러내리던
오지 계곡의 진면목을 볼수 없음입니다.
예전 기억을 더듬어 주변을 둘러보며
사람 옆 얼굴 모양의 바위를 사진에 담고
덕골에서 흘러 내려오는 본류를 만나는 곳에 이르게 되면
산행하면서 흘러내린 땀으로 자반고등어가 되어버린
육신의 찌꺼기들을 말끔히 씻어낼 수 있는
널찍한 소(沼)에서 맘껏 헤엄치며 물놀이를 즐긴 후에
남은 여정 이어갑니다.
계곡을 끼고 나있는 산길을 따라 걸으며
제법 큰 규모의 너덜지대를 지나
막바지 피서를 즐기고 있는 행락객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계곡을 빠져나오면
아침나절 산행을 시작했던 출발지인 마두교에 이르게 됩니다.
한 달에 한번씩 함께 산행하며 정을 나누는 산우들에게 근교산에도 빼어난 곳이 있음을 알려주고파 서로의 바쁜 일정을 맞춰 함께한 오늘의 산행. 허물없이 오고가는 정감어린 대화속에 웃음꽃이 쉬지 않고 피어나고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주며 험난한 오지의 숲길을 긴 시간동안 걸었지만 무엇보다 다행이다 싶은 것은 안전하게 다녀왔다는 안도감 때문이다. 처음 찾는 이들에겐 신비로움을 맘껏 선사하고 그 모양새가 범상치 않을만큼 화려한 곳이지만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그것도 낙엽으로 덮혀있는 오지의 급경사 사면길을 걸을 때면 말도 붙이지 못할 만큼 신경이 쓰였던게 사실이었다. 경사도가 높은 사면길을 가로질러 걸을 때면 예전 대비지환종주 때 당했던 집사람의 안전사고가 트라우마로 남은 때문인지 늘 신경이 곤두서기 때문이다. 안전은 수 백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으니 만용은 금물이라는 생각을 늘 염두에 두고 오래오래 산과 더불어 지낼 수 있기를 바래본다. 다가오는 올 가을에는 꼭 다시 찾아 황홀한 정경을 확인해 보겠다는 굳은 약속을 하며 하옥을 떠나 포항으로 돌아와 먹거리가 풍부한 이동의 어느 고깃집에서 맛난 저녁으로 배고픔을 달래고 9월 정기산행 때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집으로 향한다.
-에필로그-
벌써 일주일 전에 다녀온 산행이지만 그동안 업무가 바빠 퇴근시간이 늦어져 산행기를 쓰는 시간이 줄어들어 매번 시간에 쫓기듯 하며 마무리를 하게 되니 스스로 생각해봐도 만족스럽지 못한게 사실이다. 오랜 시간 길들여진 탓인지 글의 구성이 좀처럼 변하질 않지만 뭔가 변화를 주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또다른 산행을 준비하기 위해 카메라와 GPS를 충전시킨다.
'◈ 산행이야기 > ☆ 2016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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