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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달이 사는 집

경주 벽도산의 밀림을 헤치고...(2008. 08. 02) 본문

◈ 산행이야기/☆ 2008년도 산행

경주 벽도산의 밀림을 헤치고...(2008. 08. 02)

해와달^^* 2008. 8. 4. 00:18

언     제 : 2008. 08. 02 (일) 맑음

어 디 로 : 경주 벽도산(424m) - 매봉(530m)

누 구 랑 : 늘 그랬던 것처럼...혼자

산행코스 : 광명마을 - 초소 - 활공장 - 벽도산(424m) - 철탑 - 404m봉 - 524m봉 - 매봉(530m) - 돌꼬지마을

              === 산행시간 : 5시간40분 ===

 

 

당직근무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여느 때와 같이 몽유병자처럼 이것저것 주섬주섬 챙겨넣고 집을 나선다.

그나마 오늘은 어제 비가와서 산행하기가 낫겠다 싶어 가벼운 마음으로 어디로 갈까나? 하고 잠시 생각해 본다.

원래 계획은 어림산-금곡산 코스였으나 들머리와 날머리가 달라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관계로 차시간이 맞아야 하는데 아무래도 맞아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아 코스를 달리 잡아본다.

늘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드나들면서 보이는 산 정상에 방송,통신 중계소와 기지국이 있어서 누구라도 금방 알아볼 수 있는 산으로 한번쯤은 꼭 가보고 싶었던 산. 바로 벽도산이다. 

<들머리 입구에 있는 "광명 5길 27" 가옥 - 가운데 길로 접어들어야...>

 

찾아가는 길은 지난 7월 11일 단석산 산행코스의 들머리였던 비지리로 가는 입구인 광명삼거리에서 경부선 철길과 고속도로 지하도를 지나서 만나게 되는 마을이 광명리인데 100미터 정도 진행하다가 길 좌측의 기와집 담벼락에 "광명 5길 27"이란 간판이 붙어 있는 좌측으로 진입하면 들머리가 나온다. 몰고 간 차는 적당한 곳에 주차하여 두고 장비를 챙겨 들머리로 향한다.(10:10) 

<닭의장풀>

<산초나무>

<반가운 분을 여기서 또 만났네요>

<곤충의 이름에 대해서는 무식이 탄로난다>

<짚신나물>

<고추나물>

<좀고추나물>

 

들머리로 들어서자마자 대나무 숲길이다. 안쪽으로 진행하니 곧 좌측으로 시그널들이 반긴다. 아는 표지기도 만나 반가움을 표하며 다시 한번 매무새를 고쳐놓고 길을 이어 나간다. 숲속에 빠져드니 바람마저 잠잠한게 오히려 더 덥다는 느낌이 든다. 길은 확연히 드러나는 길이라 산행에는 무리가 없어 좋다. 입구부터 피어난  들꽃들로 인해 시작부터 발걸음을 붙드는게 '오늘도 역시 예상보다 늦어지겠구나' 하며 습관적으로 카메라를 꺼내 든다. 요리조리 초보 사진사가 마구잡이로 찍어댄다. 무수히 찍은 것 중에서 행여나 괜찮은거 하나라도 건질수 있을까봐... 

<첫 전망터에서 바라본 구름이 내려앉은 단석산>

<단석산 능선 너머 보이는 사룡산과 우측의 오봉산> 

 <골등골나물>

<원추리꽃>

<산불감시초소>

<직진은 산불감시초소, 우측 시그널 방향으로 진행해야...>

 

이후 제법 가파른 오름길을 20여분 정도 올라 '곡강 공씨 묘'를 지나니 곧 산불감시초소가 나오는데 웃자란 잡풀로 인해 초소까지는 진행이 힘들다. 가까이 가서 사진 한장 찍은 후 되돌아 나온다. '경주산악회'의 시그널이 겨울철에 달아 놓은 탓인지 눈에 잘 띄질 않아 갈림길에 옮겨 달아놓고 길을 이어 나간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그런지 온갖 잡풀들로 인해 길 찾는데 여간 힘든게 아니다.

능선길을 따라 10여분 정도 오르니 앞이 확 트이는 곳에 도착하니 벽도산 정상인 것이다.(11:40) 

<탑꽃>

<무릇>

<단석산에서 오봉산까지 이어지는 능선라인>

<가운데 용림산, 구미산이 보이고 우측으로 운주산, 천장산, 도덕산, 봉좌산이 이어진다>

<바로 앞에 소태고개를 끼고 있는 갯보산(214m)이 보이고 경주 시가지 너머 소금강산과 금학산(296m)이 한눈에 들어온다>

<남북으로 걸쳐 있는 경주남산 너머로 토함산이 우뚝 서있다>

 

철책으로 둘러쳐진 중계소와 기지국이 나타나고 앞뒤로 전망이 탁 트이는게 올라온 보람을 느끼게 한다. 경주 시내가 멀리 보이고 동대산,토함산을 비롯하여 경주 남산이 남북으로 길게 드러누워 있고 등 뒤로는 단석산과 오봉산, 그뒤로 사룡산이 보이고 북쪽으로 눈을 돌리면 구미산, 관산, 운주산,도덕산 등 낙동정맥의 마루금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400m급 낮은 산이지만 전망이 탁월하여 힘들게 올라온 보상을 받은 것 같아 뙤약볕 아래 한참을 서 있으며 감상을 해 본다. 주변 풀밭에 피어있는 갖가지 야생화들을 사진에 담느라 제법 시간이 지체되어 서둘러 기지국 사이를 빠져 나간다. 

<메꽃>

<솔나물>

<큰뱀무>

<한떨기 외로운 코스모스>

<술패랭이>

<우측으로 꺾이는 지점 - 좌측으로 진행>

<임도 입구에 옮겨다 달아놓은 '경주산악회' 표지기>

 

건물 내에선 인기척은 전혀 없고 그저 기계 돌아가는 소리만 난다. 시멘트 임도를 만났는데 좌우 어디로 가야할지... 먼저 우측으로 한참을 가보니 아무래도 방향을 잘못 잡은 듯하여 되돌아 원위치하여 좌측으로 진행, TBC 방송국 중계소 철문 앞을 지나 우측으로 꺾여진 내리막길을 내려가면서도 헷갈린다. 이 길이 진행방향이 맞는지 반신반의하며 멀리 보이는 능선을 가늠해보며 한참을 내려간다. 안내도의 설명대로 우측으로 급히 꺾이는 곡각지점에 도착하니 좌측으로 45도 정도 북동방향으로 임도가 나오는데 주변을 둘러봐도 시그널이 하나도 안보인다. 주위를 둘러 찾아보니 표지기를 걸어 둘만한 마땅한 나무가 없어 그런지 수풀속에서 3장의 표지기를 발견하여 그 중 하나를 떼어내 알아보기 쉽게 옮겨 달아놓고 출발한다. 

<임도 갈림길 - 좌측 수풀 우거진 길로...>

<달맞이꽃>

 

임도를 따라 진행하다 얼마안돼 나타난 갈림길. 임도가 두갈래로 나뉘어진다. 우측으로 진행해보니 끝단에서 잡풀이 길을 막아 진행할 수가 없고 표지기도 없어 다시 원위치하여 좌측 오름길의 임도로 진행하니 좌측에 시그널이 하나 보인다. 인적이 드문 곳으로의 산행의 어려움이 이런건가 보다. 더구나 여름철 우거진 수풀을 헤치며 나가는 산행은 정말 힘들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제 고행의 연속은 지금부터 시작인 것을...

임도 끝부분에 도착하니 키보다 더 큰 억새가 길을 가로막는다. 설명서엔 '임도 끝지점에서 왼쪽으로 몇걸음 비켜 섰다 다시 직진'하라고 되어 있는데 엎드려 길의 흔적을 찾아보다 그냥 왼쪽 앞으로 수풀을 헤치고 돌진하니 그제서야 길이 나온다. 에구 힘들어~

가끔씩 나타나는 시그널들을 보면 아마도 가을이나 겨울 산행을 한 모양이다. 여름엔 정말 이곳은 다니기가 쉽지 않다. 지난 해 천장산을 오르면서 산딸기 가시에 바지 하나를 버렸는데 오늘 그 바지 입고 오길 정말 잘했지 하며 속으로 위안을 삼고 부지런히 걸음을 옮긴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거진 수풀>

<송장풀>

<영지버섯 - 집사람이 사진을 보더니 내일 다시 가서 따오란다. 흐미 미치~>

<383봉>

 

뚜렷하다 희미해지기를 반복하는 산길을 이리저리 헤메기를 몇번이나 했는지... 힘을 너무 쏟은 탓인지 허기가 몰려온다. 시계바늘은 1시 20분을 훌쩍 넘어가고 있다. 민생고부터 해결하고 가야겠기에 그늘에 퍼질러 앉아  준비해간 김밥과 수박으로 허기를 달래본다. 산이 좋아 습관처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온갖 잡풀로 인해 걸음을 더디게 만들고 진을 빼는 산행은 그동안 몇번 있었지만 이번 산행이 제일 힘든 것 같다. 앞이 보이지 않는 수풀속을 무작정 헤치고 나가면서 길을 찾아야하는 어려움에 누군가 이곳을 여름철에 찾는다고 하면 보따리 싸들고 따라가며 말리고 싶은 마음이다. 

<층층잔대>

 

능선따라 가는 길이지만 온갖 잡풀로 인해 시간은 자꾸 흘러만 가는데 걸음은 더뎌만 간다. 특히 거미줄과 산딸기의 가시가 애를 먹인다. 이럴 때 정글칼이라도 하나 있으면 좋으련만... 길의 흔적을 따라 진행하다가 헷갈리면 돌아나오고를 몇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가다보니 현재 위치와 방향도 모른 채 그저 간간이 나타나는 시그널에 이끌려간 산행길이 되어 버렸다. 멀리서 기계음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고속철도 공사현장이 가까이에 있나보다' 라고 짐작만 할 뿐 조망은 전혀 없다.

된비알이 있으면 숨을 할딱거리며 오르고 내리막길엔 미끄럼 타듯 조심조심 내려온다. 내일 장거리 산행을 계획하고 있던 차에 오늘은 근교 산행이라 헌 등산화를 신고 왔더니 바닥 브레이크가 안 잡힌다. 역시 등산화는 창이 생명이라는 진실을 다시금 느껴본다.

눈에 띄는 야생화도 보이지만 그동안 찍어둔 것들이라 그냥 지나친다. 사실 찍으려해도 귀찮을 정도의 몸 상태라 그저 습관적으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몇개의 봉우리를 오르고 내렸는지 기억조차 없고 그저 짐승처럼 온 산을 헤집고 다니며 넘어지고 깨지고 가시에 찔려가며 잡풀과 거미줄을 헤치고 다닌 끝에 밝은 햇살아래로 나오니 농로를 지나 돌꼬지 마을에 도착한다. 마을 어르신께 비지리 정류장 가는 길을 여쭈니 길을 가르쳐 주시며 쳐다보시는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에 옷은 가시에 찔려 엉망진창이 되어 몰골이 말이 아니었으니 아마도 측은하게 느껴지셨으리라...

하지만 산이 좋아 산에 미쳐 돌아다니는 산꾼에겐 오늘같은 일은 다반사인데 기 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포장길을 따라 음악을 들으며 주위 풍광을 구경하며 진행하던 중 마침 마을에서 나오는 트럭이 있어 무조건 세워 광명리까지 태워달라고 부탁을 드렸더니 흔쾌히 허락을 해 주시니 그나마 마지막 귀로는 편해서 힘들었던 하루를 위안삼아 본다.

<벽도산 정상에서 우측으로 지나온 능선 길>

 

<산행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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