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경주 봉좌산-어래산-달성교(안강대간 종주) 산행 본문
♣ 산행일시 : 2009. 03. 17(화) 맑음, 황사 심함
♣ 산행장소 : 경주시 안강읍, 포항시 기계면
♣ 산행인원 : 봄바람 맞으며 외톨이로...
♣ 산행코스 : 봉좌산 기도원-봉좌산-동자방안부-암릉구간-임도-어래산-444봉-칠성현-기계천 달성교
♣ 소요시간 : 7시간 30분 (쉬엄쉬엄 사진 찍어가며 밥 먹고 ...)
◆ 산행기
▲ 산행 흔적
당직근무 마치고 나니 혼자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가 뭣해 뭔가 해야할 것 같은데 따뜻한 봄바람에 취해 습관처럼 산으로의 나들이에 나선다.
한동안 산행을 하지못한 아쉬움을 만회라도 하듯 집에 도착하자마자 행장을 꾸려 애마에 올라타고 무작정 길을 나선다. 머리속엔 주변 근교산의 이름들이 복잡하게 맴을 돈다. 안강 방면으로 길을 들어 기계면의 봉좌산을 향하며 코스를 잡아본다. 봉좌산은 그동안 자주 가본 곳이라 이곳에서 어래산을 돌아 옥산서원까지 가거나 시경계 구간인 달성교까지 내달려도 좋을 듯하고 아니면 도덕산까지의 왕복산행도 좋은 곳이라 언제든 찾아와도 괜찮은 곳이다.
오늘은 조금 장거리 코스로 잡아 시경계구간인 봉좌산에서 어래산 입구에서 달성교 방면으로 잡아볼까 한다. 달성교 방면 코스는 한번도 가보지 못한 미답의 길이라 소요시간이 얼마나 될지 알수 없지만 느긋하게 쉬엄쉬엄 가보리라 마음 먹으며 봉좌산기도원 입구에 차를 주차 시켜놓고 기도원 입구 좌측 시그널이 반겨주는 오름길로 발걸음을 내딛는다.(10:43)
▲ 들머리인 봉좌산 기도원(좌측 입간판이 있는곳으로...)
그사이 많은 등산객들이 찾은 탓인지 오랫만에 찾아온 산꾼의 눈에는 등로가 반들반들해지고 길도 제법 훼손된 것 같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 있으면 좋으련만 인간의 손때가 묻고나면 반드시 표가 나는 법이라 현재 상태에서 더 이상의 훼손은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오늘 일기예보에는 맑은 날씨에 기온이 23도까지 올라가는 늦은 봄날씨가 되리라는데 벌써부터 더워지는 느낌이지만 등로에 피어있는 생강나무를 사진에 담으며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발걸음에는 콧노래가 절로 나올만큼 가볍기만 하다.
▲ 한사람의 정성으로 시작된 돌 쌓기가 어느새 커다란 탑으로 변했네요
▲ 생강나무가 노랗게 꽃을 피워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네요
▲ 올들어 처음 대하는 현호색이 빼꼼이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 안부 능선에 있는 봉좌산 갈림 이정표(우측은 도덕산 가는 길)
봉좌산(鳳座山)(630m)은 정상부에 마치 봉황모양을 한 바위인 봉좌암이 있는 관계로 붙여진 이름으로 포항시내에서 가까워 시민들의 가족산행지로 많이 찾는 곳이다. 예전에 돌로 만든 정상석이 있었으나 누군가 깨트려버려 한동안 없어진 채로 있어 안타까움이 더했는데 자그마한 정상석이 제자리를 잡고 있어 반가운 마음이 든다. 정상석에는 표고 600m로 표시되어 있지만 최근 수정된 지형도엔 630m쯤으로 표기되어 있는 탓인지 누군가 630으로 새겨놓았다.(11:48)
▲ 봉좌산 정상부에서 바라본 기계 들녘과 대구-포항간 고속도로
▲ 봉좌산에서 남쪽 방향의 어래산(좌)과 도덕산,자옥산이 조망된다.
▲ 봉좌산 정상석을 끼고...(뒷편 운주산이 살짝 보인다)
정상 암봉에서 보는 조망은 언제나 시원스럽기 그지없는 곳이지만 오늘따라 황사가 심해 먼곳까지 볼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다. 북서쪽으로 운주산이 위용을 자랑하는가 하면 남서쪽 건너로 천장산, 도덕산, 자옥산이 뾰족하게 고개를 내밀고 있고 이어가야 할 어래산에서 단구리로 길게 뻗어 내리며 고개를 낮추고 있는 시경계구간이 멀게만 느껴진다. 평온한 기계들녘 너머 저 멀리로 비학산이 황사에 가려 보일락말락 희미하게 느껴진다.
봉좌산에서 사위조망을 즐긴 연후에 마침 올라온 산님 한 분에게 부탁하여 사진 한장으로 흔적을 남기고 어래산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 가야할 어래산이 멀리 보이고 오지마을인 민내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암봉을 내려서게 되면 왼쪽 아래로 암봉을 돌아 내려서는 길을 만나게 되는데 북릉을 타고 치동마을로 내려서거나 봉좌산 기도원 쪽으로 내려설 수 있는 길이다. 동으로 이어지는 좁다란 날등을 따라 진달래 나무가 거치적거리는 길로 15분 가량 나서게 되면 갈림길이다.
시경계는 오른쪽 아래로 뚝 떨어진 후 다시 순탄해지는 능선길을 이어가야 한다. 정면으로 반듯하게 난 능선길은 왼쪽으로 휘어 돌며 동자방마을로 내려서는 길이다. 우측 아래 가파른 내리막을 따르면 작은 안부에 이르고 바로 앞 야트막한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돌아 나서는 오붓한 길이 펼쳐진다.
이후 왼쪽으로 무덤 1기를 지나친 후 다시 5분만에 "창녕조씨" 무덤 3기가 나란히 있는 지점을 통과하게 된다. 내림길이 끝나는 널널한 4거리 안부에 이르면 오른쪽으로 "창녕 조씨" 무덤 1기가 또 나타난다.(12:25)
우측 아래로는 안강쪽 옥산저수지 상단의 민내마을로, 왼쪽은 계곡을 타고 곧바로 동자방마을로 내려서거나, 산허리 쪽으로 난 넓은 오솔길을 타고 고지리로 내려설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근교산행시 주로 이용되는 코스이기도 하다.
▲ 동자방 안부 사거리(← 어래산, → 봉좌산, ↑ 옥산저수지,민내리, ↓학야리)
▲ 깔끔하고 편안한 오솔길
여기서 정면 울창한 소나무 숲을 들어서게 되면 길이 오른쪽(남쪽)으로 꺾이게 되는데 깨끗하게 이어지는 오솔길이 전개된다. 완만한 오름길을 이어 다시 능선마루에 서게 되면 건너편 남쪽 아래로 민내마을로 내려서는 짤막한 지능선으로 희미한 족적을 찾아 볼 수도 있다.
여기서 50m 후가 389.9봉이다. 389.9봉은 그저 펑퍼짐한 둔덕을 이루며 왼쪽 귀퉁이에 걸터앉기 좋은 바위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그렇게 콧노래를 부르며 한가히 걷는 사이 안부에 이르고 오른쪽으로 민내마을로 내려서는 희미한 길이 나타나고 바로 코앞으로 고개를 바짝 치켜든 봉우리가 앞을 가로막는다. 갈수록 급하게 치솟아 오르는 길에서 몇 번이나 숨을 고르고서야 겨우 시야가 트이는 봉우리에 올라설 수 있었다.
▲ 암릉길에서 본 학야리 일대와 가야할 능선길이 우측으로 펼쳐진다
▲ 암릉길에서 바라본 우측의 봉좌산
여기서부터 전후좌우로 시야가 확 트이며 짤막하게 이어지는 암릉길이다. 가파른 오름길 이후에 나타나는 전망 좋은 암릉이라 조망을 핑계로 한참을 쉬어간다. 약 40~50m 가량으로 이어지는 암릉 날등에는 바위손이 말라붙은 채로 다닥다닥 붙어있다.
건너편으로 넘어서야 할 455.3봉, 439.7봉이 고만고만하게 뾰족이 솟아올라 키재기를 하고 있고 뒤돌아본 봉좌산은 거무튀튀한 모습으로 벌써 저만큼 멀어져 있다. 바로 아래로 민내마을의 빨간 지붕들이 내려다보이고 그 건너로 도덕산, 자옥산의 기세가 제법 위엄을 갖추기도 한다.
동쪽 아래의 골안지, 학야지를 비롯하여 기계면 일대의 들판이 시원스레 펼쳐지고, 보고 또 봐도 정겨운 풍경들이다.
시간도 어지간히 된듯 해서 그늘진 곳을 찾아들어 준비해간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커피까지 곁들여 마시고 난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길을 나서며 발길을 재촉한다. 완만하게 올라선 후 455.3봉에 이른다. 455.3봉에서는 왼쪽으로 꺾어 들어야 한다. 정면 남서방향으로 나서는 능선길이 있으므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이후 짧은 내리막에 이어 잠시 올라서면 삼각점이 반듯하게 설치되어 있는 439.7봉에 이른다. 오른쪽 아래로 옥산지가 내려다보이고 이어온 암릉길 저 너머엔 봉좌산이 벌써 가물가물 해지기 시작한다.
439.7봉을 올라선 후 오른쪽으로 약간 치우치는 듯한 희미한 족적을 쫓아 잠시 내려서게 되니 무덤 1기가 나타나고 다시 그런 대로 나 있는 길을 따르게 된다. 길은 다시 또렷해지기 시작하는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언뜻 왼쪽 옆 숲사이로 무덤이 보이고 무덤으로 진입하는 듯한 희미한 길을 지나친다. 뚜렷한 내리막 지릉을 따라 5분을 더 내려서니 절개지를 지나 임도에 다다른다.(13:55)
▲ 임도 갈림길(← 학야리, → 안강 옥산리, ↑ 어래산 허리길 임도)
이 고갯길은 포항쪽 학야리에서 안강쪽 옥산리를 넘어서는 길로 지형도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차량통행이 가능할 정도로 잘 닦여져 있다.
임도에서 남쪽 어래산을 향하는 가파른 날등으로 접어든다. 고갯마루에는 옥산리로 이어지는 차도 외에 남쪽 어래산 방면으로 어디까지 이어지는 임도인지는 몰라도 또 다른 임도가 시작되고 이 임도를 따라 10m 가량 나서게 되면 왼쪽으로 능선 오름길이 시작된다. 이 길은 어래산 오르는 주등산로 인양 초입부로 몇몇 표지기들이 걸려있다.
▲ 무덤 4기가 연이어 나타나는 지점에서 바라본 어래산
서서히 오르막이 시작되는 길을 얼마 접어들지 않아 비석도 없이 봉분이 약간 깎여 내려간 무덤4기가 차례로 있는 지점을 통과하니 어래산이 비로소 가까이 모습을 드러낸다.(14:03) 다시 5분만에 상석에 이끼가 다닥다닥 낀 "안동권씨묘"를 지나치게 된다. 이 무덤은 바로 앞 414.4봉의 전위봉쯤 되는 곳이다. 이후 5분 가량 밋밋한 길을 쭉 이어가게 되는데 414.4봉은 특별하게 어디가 정점이라 단정짓기 어려울 정도로 그저 평평하게 이어진다.
본격적인 어래산 오름길이 시작되는 안부에 이른다. 소나무 몇 그루와 억새풀이 자라고 있는 안부 오른쪽으로 옥산지쪽에서 올라오는 희미한 길이 보인다. 꼿꼿이 고추 선 가파른 오름길에서 숨이 턱까지 찬다. 등로 좌우측에 갓 올라오는 노루귀가 다소곳한 모습으로 숨이 차 헐떡거리는 산꾼을 격려라도 하는 듯 하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방향을 바꿔가며 연신 카메라에 담는다. 올들어 처음 대하는 노루귀는 언제 보아도 앙증맞고 귀엽기 그지없다. 대부분이 하얀 색인 녀석들 중에는 간혹 분홍노루귀도 발견되어 눈을 즐겁게 해준다.
▲ 이른 봄철 산야를 수놓는 노루귀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냅니다
▲ 분홍노루귀
▲ 노루귀
▲ 어래산 입구 된비알을 오르며 되돌아본 지나온 능선길(멀리 봉좌산이 조망된다)
된비알로 이어지는 길에 밧줄이 매어져 있는 바위틈을 통과하여 7~8분 가량 가쁜 숨을 몰아 쉬게 되니 시그널이 펄럭이는 시경계 갈림 삼거리에 도착한다.(14:42) 달성교 방면은 좌측 길로 접어들어야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어래산을 안 둘러볼 수 없어 우측 오름길로 진행해 나간다. 곧이어 반듯한 헬기장에 도착하게 되고(14:43) 10분 정도 더 진행하면 새롭게 단장된 정상석이 반겨주는 어래산(563m)에 이른다.(14:53)
▲ 시경계 갈림길(← 달성교, → 어래산 정상)
▲ 깨끗한 모습으로 새로이 세워진 어래산 정상석
남쪽 아래 안강 산대리쪽에서 사격소리가 요란하다. 어래산은 안강들녘을 가로지르는 국도변에서 남사면을 올려다 볼 때는 곳곳에 포 사격장 표적으로 볼썽 사나운 모습이고, 서쪽 자옥산 오름길에서 볼 때는 촛불처럼 뾰족하게 건너다 보이기도 하지만 정작 산 정상부는 밋밋한 봉우리를 이루고 있다.
키 큰 억새 너머로 안강들판이 가뭇가뭇 내려다보이는 어래산(魚來山)은 예전에 기우제를 올리는 단이 있었고 어을암(於乙庵)이라는 암자가 있었다고 한다. 옛날 해일이 넘쳐 바닷고기가 이 산까지 왔으므로 어래산이라는 전설이 있고 지금도 산정엔 조개껍질이 발견된다는데 이는 지반의 융기현상이라는 추측이며 일명 어을산(於乙山), 구피산, 어래산(於來山), 어지어산(於之於山)이라 불려 지기도 했다. 옛 기록엔 경주의 삼산(三山)중의 하나로 꼽혔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 어래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안강 방면 전경
어래산 정상석을 카메라에 담고서 옥산서원 방면으로 50여 미터 진행하다보면 우측으로 멋진 전망터에 닿게 되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조망 또한 일품이다.
좌측 자옥산을 시작으로 삼성산,도덕산,천장산과 멀리 운주산이 보이고 우측으로 봉좌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과일 한알 깎아 먹으며 멋진 조망을 즐긴 후에 오던 길을 되내려와 헬기장을 지나 삼거리 갈림길에 도착, 동쪽 능선을 타기 시작한다.
▲ 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본 건너편 자옥산,도덕산과 그 사이 삼성산
▲ 옥산지가 내려다 보이고 멀리 천장산과 운주산이 조망된다
▲ 운주산과 봉좌산이 눈에 들어오고 우측 골짜기엔 민내마을이 보인다
6분 가량 길을 이어 어래산 동쪽 끝 봉우리에 이르게 되니 무덤 1기가 자리하고 있다. 여기서 방향은 왼쪽으로 살짝 휘어 돌며 완만하게 내려선다. 어래산을 지나면서부터는 또렷한 외길능선이 이어진다. 이 길은 이리재부터 봉좌산을 거쳐 이어지는 경주시 안강읍과 포항시 기계면의 경계를 이루는 시경계길인 동시에 안강에 살고있는 직장동료가 명명한 소위 '안강대간' 길이다. 그동안 많은 종주 산꾼들이 다녀간 탓인지 시그널들이 안내를 하고 있고 등로 또한 뚜렷해서 쉽게 길을 잃을 염려는 없을 것 같아 저으기 안심이다.
어래산에서 20분 가량 나서게 되니 잡풀이 널널한 안부에 이른다. 옛날에 집터라도 있을 법했던 너른 터로 약간의 돌무더기 흔적도 보인다. 어쩌면 여기가 예전에 있었다는 어을암(於乙庵) 터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안부를 지나 5분 가량 올라서게 되니 약 30m 가량 이어지는 짧은 너덜밭을 만나게 된다.(15:42) 너덜밭 한쪽의 생강나무에는 노란 꽃이 화사하게 피어있어 바쁜 걸음을 옮기는 산꾼의 발목을 붙든다. 카메라를 꺼내 몇 컷 담은 후 오름길을 이어간다.
▲ 겨우내 움추렸던 양지꽃잎이 낙엽 사이로 몸을 일으키며 봄을 몰고 오고 있네요
▲ 고깔제비꽃
▲ 노랗게 핀 탐스런 생강나무꽃
▲ 너덜지대를 올라서며 되돌아본 어래산의 가파른 오름길
15시 49분, 예전에 이곳에 탑을 세웠던 듯한 콘크리트 기초 4개가 있고 '어래산 593m'의 정상석이 세워져 있는 507.8봉에 이른다. 오래전 지금의 어래산 정상부가 군사보호시설로 출입이 금지되었을 때 어래산 정상의 역할을 대신했던 곳이라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의 진행방향은 정상석 뒤로 나있는 능선길은 달성교로 가는 길이고 우측 내림길은 흥덕왕릉으로 가는 길이다.
▲ 한동안 어래산 정상부를 대신했던 507.8봉의 정상석
발걸음을 재촉하며 완만한 내리막 능선을 따르기 시작한다. 507.8봉을 지나면서부터는 왼쪽으로 풍광 좋은 암반지대가 간간이 나타나고 저멀리 봉좌산이 황사에 가려 뿌옇게 보이고 그 아래 학야리의 너른 들판이 내려다 보이는 멋진 조망에 나도 모르게 자꾸 카메라에 손이 간다.
평평하게 이어지는 능선에서 왼쪽 아래로는 급준한 단애를 이루고 오른쪽으로는 소나무 숲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아마도 어래산을 내려와 444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전망대가 오늘의 하이라이트가 아닌가 생각된다. 간간이 나타나는 널찍한 암반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기계면 일대의 들판이 풍요롭기 그지없다.
묘 주위로 돌아가며 아담하게 돌담을 쌓아올린 "월성손씨묘"를 지나치고 7분 후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어서게 된다.(이 봉우리 직전에 우회로 있음) 결국 왼쪽 아래로 골안지가 빤히 내려다보이는 무덤가 암반에서 펼쳐지는 기계들녘의 전경에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또다시 발걸음을 멈추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기계면 일대를 이렇게 넓은 시야에서 내려다보게 되니 내 마음까지 넉넉해진다. 면소재지를 비롯한 크고 작은 마을들이 바로 발 아래에 있다.
▲ 풍광좋은 암반지대에서 바라본 봉좌산에서부터 지나온 능선길
▲ 학야리 일대와 기계 들녘 너머로 희미하게 비학산이 조망된다
444봉을 지나면서부터는 짧게 짧게 나타나는 굴곡있는 능선으로 인해 예상외로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편이다. 444봉을 내려선 안부에선 오른쪽 아래 노당리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치게 되고 잠시의 오름짓에 봉분 위로 산구절초가 흐드러지게 핀 무덤이 있는 409.1봉에 이른다. 이후 내림길을 이어 건너로 288.1봉과 칠성현으로 추측되는 잘록이 너머의 186.3봉이 또렷하게 보이는 바위턱에서 또 한참을 쉬어간다. 길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솔가리를 밟으며 편안하게 이어지는 길을 따르는 편이다.
왼쪽 아래로 이인골로 내려서는 잘록이에 도착하고 마치 건너편에서 볼 때 죽순처럼 뾰족하게 솟아있던 288.1봉을 크게 힘들이지 않고 올라서게 되는데 멀리서 볼때 그저 하얗게 보이던 것이 막상 도착해보니 온통 파헤쳐져 있는게 아마도 현재 안강읍민들이 격렬히 반대하며 온통 읍내를 현수막으로 수놓고 있는 '어래산 철탑 설치 공사' 현장인가보다. 개발논리와 환경보호론 사이에서 원만히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공사관계로 개설해 놓은 임도를 따르다가 등로를 발견하게 되면 다시 숲으로 길을 잇는 형태가 반복이 되어진다.
▲ 낙엽이 푹푹 빠질 정도로 쌓여있는 등로
▲ 시경계 종주산행 때 달아놓은 직장산악회의 시그널
▲ 청동기시대 때의 고인돌
288.1봉을 지나면서부터는 줄창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곧 칠성현이 나타날 것 같았지만 10분 가량을 내려서서야 거대한 고인돌이 있는 칠성현에 이른다.(17:30) 고갯마루 왼편으로는 거대한 고인돌이 자리하고 있고 이 고인돌 옆으로 안내판이 붙어 있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큰 바위(높이 4.8m, 둘레 15m)는 청동기시대에 살았던 우리 조상의 무덤으로 8개의 받침돌(고인돌, 지석) 위에 큰 덮개돌(개석)을 올려놓은 남방식 고인돌이다. 이 칠성고개 고인돌은 영남지역에서 가장 큰 것으로 여겨지며 부근에 5기가 더 있다. 또한 고개 남쪽 노당리로부터 북쪽 성계리, 문성리, 인비동까지 30여기의 고인돌이 줄지어 있기도 하다.
=== 2000.11.11 경주 문화연구 교사모임 ===
칠성현의 고인돌은 과거에 칠성바위라고도 불리었으며 왼쪽 고갯마루 북쪽 아래의 성계리도 예전엔 칠성마을이라 불리어졌다고 한다. 칠성(七星)은 바위의 개수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의 매장풍습에서 시신을 올려놓은 칠성판과 같은 맥락에서 해석되며 무덤자리라는 뜻으로 칠성이란 말이 쓰였으며 북쪽에 영혼이 머문다는 북두칠성의 준말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고 보면 이 고갯마루 좌우의 성계리, 노당리 일대에서 거석들을 본 기억이 있다. 무심코 지나친 그 바윗돌들이 고인돌이었다니...
어쨌든 아끼고 보존해야 할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임에 틀림없다. 한편으로 이 거대한 바위를 어떻게 옮겼을까 하는 의구심은 끝내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칠성현은 경주 쪽에선 일명 노당재라고도 불리우며 포항쪽에서 본다면 당연히 칠성고개라 부르는게 수긍이 간다.
▲ 아직은 몸매를 드러내기가 부끄러운 듯 나무 옆에 숨어있네요
▲ 임도를 오르며 되돌아본 석양(멀리 봉좌산이 뿌연 모습으로 보입니다)
칠성현을 지나 작은 봉우리를 향하여 올라서니 철탑공사를 위한 임도가 다시 나타난다. 임도를 따라 진행 해 나가다 좌측으로 크게 꺾여나가는 지점에서 우측 능선 내림길로 접어들어 길을 이어간다. 임도를 따라 오르막을 오르며 뒤를 돌아보니 희뿌연 하늘위로 석양이 빛나고 멀리 봉좌산부터 걸어온 능선길이 눈에 들어온다. 현재까지 봉우리를 구비구비 몇개나 넘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하염없이 지나온 것 같다. 이제 남은 마지막 힘을 쏟아 부어 한 차례 오름짓 후에야 철탑기초공사가 완료되어 있는 186.3봉을 지나친다.
이제 더 이상의 오르막이 없다는 안도감에 배낭을 벗어 던지고 남은 식수를 마음껏 들이켜 보기도 한다.
▲ 기계천을 끼고 펼쳐진 광활한 들판
기계천을 향하여 내려서기를 시작하고 1분 정도 내려서게 되니 지능선이 둘로 갈라지는 갈림길이다. 왼쪽이 뚜렷하지만 이 길은 성계리 기도원 쪽으로 내려서는 길이고 오른쪽 내리막으로 시그널들이 여럿 걸려있다. 오른쪽 내리막을 따라 희미한 안부를 지나 142.8봉 올라서는 길에서 안강쪽 들판이 끝간데 없이 펼쳐지고 있다.
기계들녘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광활하다. 가까이로 안강-기계간 도로의 차량 지나가는 소리가 지척이다.
17시 48분, 지형도상에는 표기되어 있지 않은 삼각점이 있는 142.8봉에 이른다. 정상부엔 "안동 권씨 묘"가 자리하고 있다. 기계천으로 내려서는 능선으로는 큰 나무가 없이 밋밋하게 이어지는 완만한 내리막이 펼쳐진다. 오른쪽으로는 안강의 드넓은 평야지대, 정면으로는 달성4거리의 분주한 차량 움직임, 왼편으로는 기계면 일대가 한 눈에 조망된다.
▲ 좌측에 용산이 조망되고 우측으로는 날머리 입구인 헬기장이 보인다
▲ 진달래
▲ 날머리인 달성교 입구
왼쪽 바로 아래로 성계리쪽 베델기도원이 내려다보이고 저 멀리 비학산 방면의 능선이 뿌연 황사 속으로 희미하게 보인다. 완만한 내리막이 끝나고 헬기장을 지나고 무덤 2기가 있는 곳을 지나 급하게 떨어지는 사면길로 내려서니 경사도가 장난이 아니다. 한참을 조심스레 내려서니 도로가 내려다 보이는데 달성교가 우측으로 보이는게 아닌가. 아뿔싸! 잘못 내려왔구나 싶어 다시 되돌아 오르기 시작한다. 힘겹게 정상부까지 헐떡거리며 무덤있는 곳까지 올라오니 그제서야 무덤 좌측으로 시그널이 펄럭이는게 보이는게 아닌가. 어찌 못 봤을꼬? 하며 표지기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내려서니 그제서야 뚜렷한 등로가 나타난다. 크게 급하지 않은 내림길을 10여분 진행해가니 자동차 소리가 들려오고 달성교가 눈에 들어온다. "월성이씨 묘"를 지나쳐 10m 정도 후에 성계1리(이인골) 버스정류장 바로 옆 숲을 빠져 나오게 되니 성계리로 들어가는 기계천 옆 도로변에 이른다.(18:15)
달성교를 털레털레 건너 도로 우측의 철물점에 들어가 물 한사발 얻어 마신 후 개인택시를 불러달라고 부탁한 후에 기다리다 도착한 기계 콜택시에 몸을 싣고 봉좌산 기도원으로 향한다.(요금:15,000원)
택시 뒷좌석에 앉아 몸을 길게 누이며 차창 밖으로 보이는 오늘의 산행코스를 바라보며 오랫만에 제대로 된 산행을 했구나 싶은 생각에 피곤한 몸이지만 마음만은 한결 가볍고 뿌듯하게 느끼며 잠시 눈을 감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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