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부모님을 국립묘지에 안장하던 날... 본문
★ 일시 : 2009. 09. 05 (토) 맑음
★ 장소 : 국립대전현충원
어머님께서 곁을 떠나신지도 벌써 55일이 지났다. 국립묘지 안장 심의위원회의 안장 결정을 통보받고 손없는 날을 택해 어제(4일) 아버님 묘소에 고한뒤 개장을 하여 경주시립화장장에서 화장 분골 처리한 뒤 어머님 계시는 보광사 납골당으로 가서 어머님까지 모셔와서 병원 왕생원에 하루밤을 유숙한 뒤 대전현충원으로 출발한다. 대구에 들러 어머님 사시던 동생 집을 한바퀴 둘러보고 곧장 현충원을 향하여 쉼없이 달려가니 이미 서울에서 숙부님을 비롯한 숙모님 두분과 사촌동생들이 와 계신다.
현충원 정문을 들어서 봉안관을 향하여 진행하니 홍살문 앞을 지나게 되고 곧이어 봉안관에 도착하여 접수를 하려하니 아이고~ 구비서류를 차에 두고 동생 차로 옮겨 타 버렸네... 벌써 이래갖고 우짤라꼬 카는지 모르겠네... 전후 사정을 얘기했더니 우편으로 부쳐달라고 하여 고맙다는 말과 함께 14시 20분까지 봉안관으로 다시 오라고 하며 부모님 유골함을 임시안치하란다. 맡겨놓고 나오니 아직 시간이 여유가 있어 날도 더우니 숙부님 묘소에 먼저 참배 다녀오자고 의견일치를 보고는 장교묘역으로 이동을 한다.
육군본부에 근무하시다 1987년 폐암으로 먼저 세상을 뜨신 숙부님 묘소를 3년 만에 다시 찾아뵙고 술 한잔 올리면서 참배를 한다. 남은 가족들은 다들 훌륭하게 장성하여 사회에서 큰 몫을 하고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는 말씀을 마음속으로 빌면서 참배를 마치고 그늘 쉼터에서 잠시 쉬고 있으니 소리통이 울려댄다.
안장식이 있으니 참석하라는 전화다. 다시 봉안관으로 이동하여 선도차가 이끄는대로 사병 제3묘역으로 차를 몰아가니 너댓집이 참석한 가운데 각자 가족장으로 안장식을 진행한다. 부모님 유골을 이미 파놓은 구덩이에 조심스레 안장하고 차례로 허토의식을 진행하니 마음이 괜스레 숙연해진다. 20년 먼저 세상을 떠나신 아버님을 따라 이제 어머님마저 곁으로 가셨으니 재회의 기쁨을 누리시고 다정하게 영면하시라는 소망을 빌어본다.
안장식을 마치고 각 세대마다 가정의례를 지내기 위해 준비해간 제물을 차려놓고 분향한 후 재배로 예를 올린다.
제사의식 순서대로 의례를 마친 후 비석이 세워지는 두어달 후에 다시 찾아뵈올 것을 약속하며 돌아서는 발길에 자꾸만 눈은 되돌아 보아진다.
가슴이 울컥해지며 눈시울이 붉어지니 이내 굵은 물방울이 흘러 내린다. 늘 마음속에 노심초사했던 안장문제가 시원스레 해결되어 두분을 영원한 안식처로 모셨지만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아쉬움이 큰 탓이리라.
나라의 존망 위기에서 구국의 일념으로 학도병으로 자원입대하여 적군과 싸우던 중 두번이나 전상을 입고서 국가유공자로 사회에 발을 내디뎠지만 워낙 어려운 시절이고 가난한 집안 살림에도 늘 이웃을 돌아보며 양로원이나 고아원에 남몰래 선행을 해오신 아버님을 생각하면 지금도 존경스럽고 자긍심으로 벅찬 감동을 누를 길이 없다.
수많은 감사패와 표창장으로 진열할 곳이 없을 정도로 많았고 수차례의 장관상을 비롯하여 대구시에서 수여하는 '자랑스런 시민상'과 대구매일신문사에서 주는 '매일보훈대상'을 받으시더니 결국엔 대통령 표창까지 수상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셨으니 가문의 영광이 아닐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일련의 공적들이 호국원이 아닌 대전현충원으로의 안장 결정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하니 자고로 사람은 든자리보다 난자리가 커야 된다는 말이 실감난다.
아직도 살아 생전에 아버님을 따라 다니며 학교마다 책을 수거하여 고아원에 도서관을 만들어 기증하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양로원에는 먹을거리를 사 들고 찾아뵙고 통합병원에 국화 화분 수십개를 차에 싣고 찾아가 전달하던 일 등등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장면들이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물질보다 우선하는 일은 바로 사람답게 사는 일일 것이다. 금력과 권력이 판치는 작금의 세상에 그나마 이 사회가 돌아가는 것은 말없이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들이 있기에 지탱해 나가는 것일게다.
작은 월급이지만 일한 댓가에 감사하고 항상 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들의 따뜻한 이웃들이 있기에 우리나라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아버님의 크신 뜻을 쫓아 열심히 이 세상을 살아가고자 다짐해 본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버지, 어머니! 이제 편안하게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길 간절히 비옵니다. 사랑합니다!
△ 홍살문
△ 호국분수탑
△ 현충문
△ 현충탑
△ 장교묘역
△ 숙부님 묘소
△ 숙부님 묘소 참배
△ 부모님 유골함을 마지막으로 들고서...
△ 20년 동안 떨어져 계시다 재회하셨으니 정겹게 잘 지내시길...
△ 허토의식
△ 다지는 작업중...
△ 가정의례
△ 손자가 올리는 잔을 받으시고
△ 자부의 잔도 받으시어 영면하시옵소서
△ 안장식을 마치고 쉼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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