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청도 쌍두봉 한바퀴 본문
♣ 산행일자 : 2009. 11. 15 (일) 흐림
♣ 산행장소 : 청도군 운문면 삼계리
♣ 산행인원 : 언제나 홀로...
♣ 산행코스 : 삼계리-천문사-돌탑봉-쌍두2봉-쌍두봉-황등산(헬기장)-810봉-배너미재-천문사-삼계리 (산행시간 : 4시간)
▣ 산행기
3개월마다 가까운 친구들과 친목모임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 토요일엔 청도군 운문면 삼계리에 있는 지인의 별장에서 족구와 배드민턴도 치면서 주말 오후를 즐거이 보내고 한상 그득 차려놓고 3개월만에 다시 만난 반가움에 밤늦도록 놀다보니 시간은 자정이 가까워 오니 새벽 산행에 지장을 줄까 싶어 미리 잠자리에 들어 맞춰놓은 알람소리에 부시시 잠에서 깨어나 보니 새벽 5시40분이다.
행여 단잠자는 친구들을 깨울까봐 조심스레 고양이 세수 하는둥 마는둥 하고선 물을 끓여 보온병에 채워넣고 수통에 물을 채운 뒤 어둠이 내려앉아 있는 새벽을 가르며 길을 나선다. 손전등을 꺼내 들고서 삼계리 노인회관을 지나니 개 짖는 소리가 요란스럽다. 자는 사람 다 깨우는건 아닌지...
이어 69번 지방도로 나와 길을 건너니 천문사를 알리는 커다란 빗돌이 어둠속에서도 자못 당당하게 서있다.(06:15)
▲ 산행지도
▲ 산행궤적
▲ 어둠이 내려앉아 있는 삼계리
▲ 천문사 돌담을 따라 배넘이골로 들어가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됩니다.
(쌍두봉 가는 길은 좌측 오름길이고 직진은 배너미재 가는 길입니다.)
플래시를 터뜨리며 카메라에 담아보지만 영 신통찮다. 이전에 쌍두봉을 올라본 경험이 있어 찾아가는 길은 눈에 익어 한결 수월한 편이다.
원래 계획은 까치산 둘레를 한바퀴 돌아보려고 했었는데 산행시간이 5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아 친구들에게 민폐가 될 것 같고 별장 바로 뒤의 문복산을 찾으려니 이미 몇번 올라본 산이라 이왕지사 이곳까지 왔으니 다소 난코스인 쌍두봉을 찾아볼까 싶어 방향을 틀었다.
천문사 담장을 끼고 나있는 등산로를 따라 진행하여 쌍두봉 들머리로 올라서니 시작부터 된비알이다.(06:26)
▲ 드디어 돌탑봉(671m)이 눈 앞에 다가왔네요.
▲ 돌탑봉에서 바라본 건너편 나선폭포
▲ 가파른 오름길에 마른 낙엽길이 미끄러워 더 힘이 드네요.
▲ 암릉길이 시작됩니다. 우회로가 있지만 직등하기로 합니다.
▲ 정상 표식은 없고 시그널들만 바람에 펄럭이는 쌍두 2봉(862m) 정상의 모습입니다.
손전등을 앞세우고 지그재그 오름길을 올라서니 금새 숨이 차 온다. 아마도 정상까지 계속 이어지는 된비알의 연속이라 그리 만만한 산행은 아니리라는 생각이 든다. 마른 낙엽에다 급한 오름길이라 제법 미끄러운 등로여서 힘이 더 드는것 같다. 여명이 밝아올 무렵 하늘을 쳐다보니 잔뜩 찌푸린 날씨라 비라도 한줄기 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걸음은 더디지만 마음은 바쁘기만 하다.
헉헉거리며 한줄기 땀을 쏙 뺀 후에 돌탑이 세워져 있는 돌탑봉에 올라서니 들머리에서 정확히 25분이 소요되었다. 건너편 나선폭포를 바라보니 역시 건기라 흐르는 물을 기대하기란 무리였다. 카메라에 담은 후 잠시 숨을 고른 뒤 길을 떠나 오르니 역시 경사도가 심한건 매 한가지다. 제법 싸늘한 기운으로 불어오는 바람도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질 만큼 온 몸엔 흐르는 땀과 열기로 추운 줄도 모를 지경이다. 30분 가량 오르니 암벽이 가로막고 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암릉길 오르막이 시작되나 싶은 생각이 들어 긴장감이 감돈다. 밧줄이 드리워진 암벽을 올라서니 쌍두2봉이다. 표지석도 없고 시그널만 몇개 펄럭이는 그저 그런 봉우리지만 건너편 쌍두봉이 멋진 모습으로 다가오는 조망은 그런대로 괜찮은 곳이다.
▲ 쌍두 2봉에서 바라본 쌍두봉의 위용은 언제나 당당해 보입니다.
▲ 직벽에 가까운 암릉길을 밧줄에 의지한 채 올라야 합니다.
▲ 사진에 담아보면 너무나 멋진 풍경이라 이번에도 예외없이 잡아봅니다.
▲ 눈 앞에 다가왔지만 암벽을 오르려니 긴장감이 슬슬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주변 경관을 사진에 담고서 내림길을 이어가 소나무 한그루가 서있는 작은 암봉을 하나 올라서니 쌍두봉 정상이 바로 눈 앞에 다가온다. 지난번 산행 때 이곳에서 찍은 사진이 너무나 멋지게 나와서 흡족해 했었는데 오늘도 한장 담아본다. 등로를 이어가 정상 바로 아래 도착하여 허리길을 돌아드니 밧줄을 옆으로 매어놓아 매달리며 건너니 아래로는 역시 절벽이다. 지금부터 본격적인 정상을 향한 등반이다. 삼계리에서 올려다 본 쌍두봉의 뾰족한 모습은 언제나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모습이 당당하게 느껴져 그 위세에 자못 압도당하는 기분이었는데 다시 오르려니 벌써부터 다리가 후들거린다. 늘 안전에 유의하며 산행하고 있지만 오늘같이 흐린 날씨에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암릉길은 아예 포기하고 우회로를 이용해야 하는 것이 맞지 싶다. 아직은 비가 내리지 않으니 우회로는 별로 애용하지 않으니 직등코스로 올라볼까 한다.
▲ 밧줄을 잡고 허리길을 돌아들어
▲ 하늘을 향해 오르는 듯 밧줄이 드리워져 있어 힘껏 올라가보니
▲ 이번엔 밧줄없이 올라야 합니다. 손 떨리네요.^^*
하늘에서 내려온듯 드리워진 밧줄을 부여잡고 한발한발 조심스레 올라서니 찬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고개를 돌려 잠시 아래로 내려다보니 천길 낭떠러지라 아찔한 기분이라 더는 쳐다볼 엄두가 안난다. 세찬 바람에 잠시 주춤거리지만 올라본 경험이 있으니 수월하게 정상에 도착하니 대한백리산악회에서 세워놓은 아담한 정상석이 다시 찾아온 산꾼을 반겨주고 있다. 불어오는 바람은 여전히 차갑고 제법 세지만 동서남북 가릴 것 없이 시원스런 조망에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여전히 구름에 휩싸인 가지산과 운문산이 조망이 되고 서쪽으로는 운문사 입구의 지룡산이 특유의 모습으로 다가오고 북쪽으로는 옹강산과 문복산이 눈 앞에 펼쳐지고 그 너머로 경주 단석산이 연무속에서 희미하게 보인다. 동으로 눈을 돌리니 고헌산이 아침 햇살아래 빛나고 있다. 아침 일찍 산행할 때만 겪는 광경이리라. 다만 날씨가 화창하다면 일출까지 맛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작은 아쉬움이 남지만...
▲ 쌍두 2봉 뒤로 삼계리가 내려다 보이고 좌측엔 지룡산이 특유의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 고개를 돌려 북쪽을 바라보니 옹강산(좌측)과 문복산이 버티고 있네요.
▲ 구름사이로 아침햇살이 내리쬐는 모습 뒤로 멀리 고헌산이 눈에 들어옵니다.
▲ 운문산(좌측)과 범봉, 억산이 구름에 가려 멋진 모습을 볼수 없어 아쉬운 마음입니다.
▲ 배낭에 얹어놓고 셀카로 다녀간 흔적을 남겨봅니다.
이곳저곳을 사진에 담은 후 배낭을 내려놓고서 셀카로 다녀간 흔적을 남긴 후 내림길 역시 밧줄에 의지한 채 조심스레 내려서서 황등산을 향해 바쁜 걸음을 옮겨 나간다. 이후 등로 역시 된비알에다 낙엽의 바다라 조금은 힘들겠지만 이미 적응이 된 몸은 한결 가벼운 발걸음이다.
지금은 폐헬기장인 황등산(1038봉)에 도착하니 건너편 가지산 정상부는 구름에 가려있고 쌀바위와 가지북릉이 가까이 다가온다. 조만간 가지북릉을 찾아보기로 다시한번 마음을 다져본다. 주변 사진을 몇장 찍고서 서쪽 방향으로 내림길을 내려서니 이내 급사면길이다. 스틱 길이를 조정하고서 조심스레 내려가니 이번엔 암릉길의 연속이다. 배낭속에 컵라면과 빵도 준비하고 과일도 몇개나 챙겨넣고 보온병까지 준비했었는데 지금껏 물 몇 모금에다 귤 한알만 먹어서 그런지 공복감이 찾아온다.
하산길에 컵라면이라도 하나 먹으려니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귀찮은 생각도 들어 물 몇모금 들이킨 후 하산길을 재촉한다. 지금쯤 친구들이 일어나 아침준비를 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라 빠른 걸음으로 등로를 이어간다.
▲ 황등산(폐헬기장:1038봉)
(이곳에서 좌측 내림길은 상운산 방향, 우측은 배너미재 가는 길)
▲ 황등산에서 건너다 본 가지산이 구름에 휩싸여 있네요.
(좌측부터 쌀바위, 가지산 정상부, 가지북릉)
▲ 가지북릉 뒤로 구름에 덮인 가지산, 운문산과 아랫재가 보이네요.
▲ 소나무의 멋진 모습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사진에 담아봅니다.
▲ 죽어서도 멋진 모습의 고사목 뒤로 쌀바위가 조망이 됩니다.
▲ 구름에 가려있는 운문산, 범봉, 깨진 바위로 유명한 억산이 보이고 바로 앞 골짜기는 학심이계곡입니다.
▲ 오늘의 산행코스였던 쌍두2봉, 쌍두봉 뒤로 옹강산과 문복산이 조망됩니다.
810봉을 올라서니 시그널만 몇개 나부끼고 조망은 별로라 그냥 통과해 나가고 전망이 트이는 바위에서는 가지산과 운문산 그리고 구름에 휩싸인 억산을 사진에 담고 또한 단풍으로 물들어 있는 학심이계곡의 물마른 학소대폭포도 조망이 되는 멋진 모습에 한참동안 넋을 놓고 구경하고서 내림길을 이으니 이번엔 지나온 등로가 훤히 바라보이는 쌍두봉 방향이 눈에 들어와 카메라에 담아본다. 산을 다니면서 이런 멋진 풍경들을 바라보니 산을 찾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리라.
도중에 올라오면서 몸 컨디션이 별로라 몇번이고 내려갈까 생각했었지만 산행을 하면서 중간에 포기한 예가 없어서 오늘도 묵묵히 마음먹은 대로 산행하기로 하고 걸음을 옮겼었는데 나아진 몸상태라 역시 좋은 결정을 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육신을 움직이며 살아가지만 그 육신을 지배하는 것은 마음일 것이다. 세상사 마음먹기 달렸다는 유행가 가사처럼 긍정적이고 밝고 좋은 생각으로 살아간다면 세상사는 재미 또한 쏠쏠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 내림길 역시 급사면에 낙엽이 잔뜩 깔려있어 미끄럽기 그지없네요.
▲ 하산길에 올려다 본 쌍두봉과 황등산
▲ 810봉 정상의 돌더미
▲ 가파른 내림길을 내려서니 만추의 단풍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 배너미재(←학심이계곡, ↑지룡산, →천문사, 삼계리)
익어가는 만추의 숲길을 내려서니 배넘이재가 가까워오고 도란도란 얘기소리가 들려오니 배넘이재 위에 산행나온 산님들이 간단히 아침요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배넘이재는 등산 요충지라 할수 있다. 진행방향으로 직진 오름길은 운문사 입구인 지룡산으로 가는 길이고 좌측 내림길은 학심이계곡으로 연결되어 계곡의 명소인 학소대나 가지북릉, 운문사 사리암으로 갈수 있으며 우측 내림길은 천문사 방향으로 가는 길이다.
전해오는 얘기로는 큰 홍수가 났을 때 배가 이곳 배넘이재까지 올라왔었다고 해서 배넘이재로 불리워진다고 한다.
산 정상부는 단풍이 이미 다 떨어져 앙상한 나뭇가지가 대부분이지만 중턱 아래로는 비록 잎은 말라가고 있지만 아직은 아름다운 채색으로 어우러진 단풍들이 있어 눈이 호강을 하고 있다. 배넘이재를 내려오면서 가을을 노래하듯 저마다 울긋불긋 옷을 갈아입고서 한껏 모양을 내던 단풍들이 만추의 계절에 마지막 향연을 벌이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니 저절로 카메라에 손이 간다.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며 떨어지는 낙엽들을 바라보노라니 이제 겨울도 멀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세월의 유수같음을 느끼게 되고 무상함도 아울러 피부에 와 닿는다.
▲ 아름다운 채색의 산수화를 보는 듯한 모습 뒤로 쌍두봉이 올려다 보입니다.
▲ 늦가을의 마지막 단풍이 아직은 눈이 즐겁네요.
▲ 서서히 말라가는 단풍의 모습이지만 아직도 아름다움은 여전하네요.
▲ 울긋불긋 화려한 단풍의 모습을 잠시 감상해 보시겠습니다.
▲ 만산홍엽의 풍경이 너무나 보기 좋습니다.
새벽공기를 가르며 올랐던 산행길에 인기척이라곤 없더니 산행을 나온 산님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더니 숫자가 제법 많이 불어난다. 역시 이곳은 인기 산행코스라는게 여실히 증명이 된다. 아름다운 단풍과 적당히 깔려있는 낙엽으로 운치있는 산책길이 되어버린 등로를 따라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니 별안간 소리통이 울려댄다. 친구 전화였는데 어디쯤인지 궁금한 모양이다. 거의 다 왔다고 하니 아침 준비하고 있으니 얼른 오라는 전화다. 늦게가지 술 마시면서 놀더니 단체로 늦잠을 잔 모양이다. 시간이 아침 10시가 다 되었는데... 천문사 확성기에서 울려 나오는 목탁소리가 숲속의 아침을 깨우고 걸음을 내딛는 산꾼의 정신을 맑게 해주니 별로였던 몸 상태도 깨끗이 정화가 된것 같아 오늘 산행의 보람을 찾은 것 같다.
▲ 운치있는 호젓한 오솔길을 마냥 걸어보고픈 충동을 느낍니다.
▲ 분위기가 너무 좋아 오래도록 걷고픈 마음이 드네요.
▲ 물감으로 채색해 놓은 듯한 단풍의 아름다움에 매료가 됩니다.
▲ 천문사 약사여래불
▲ 천문사 대웅전
▲ 천문사를 나서며 올려다 본 쌍두봉의 위용
▲ 삼계리에서...
천문사 경내로 들어서니 지난번 찾아왔을 때 조성중이던 마애약사여래불이 다 완성이 되어 점안식과 봉안 법회를 가진다고 한다. 합장으로 삼배를 올리고 대웅전 주변을 둘러본 후 절집을 돌아나오니 이번엔 친구 부인으로부터 연락이 온다. 식사하러 빨리 오라는 전갈이다. 먼저 식사하라는 말을 남기고서 천문사 일주문을 빠져나오며 뒤돌아보니 아침 햇살에 밝게 빛나고 있는 쌍두봉 정상부의 모습이 오늘따라 한층 더 위풍당당하게 보인다. 꼬박 4시간 걸린 오늘의 산행길이 평소보다 힘든 코스였지만 개운한 마음으로 들머리였던 삼계리 빗돌 앞에 서서 마지막 촬영을 하고 길을 건너 별장으로 되돌아 간다. 흡족한 산행길이어서 그런지 뱃속에선 '꼬르륵'하는 배꼽시계는 울려대지만 내딛는 발걸음은 느긋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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