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해와달이 사는 집

덕유산을 찾아서... 본문

◈ 산행이야기/☆ 2010년도 산행

덕유산을 찾아서...

해와달^^* 2010. 2. 7. 23:59

⊙ 산행일자 : 2010년 2월 7일 (일) 맑음

⊙ 산행장소 :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 안성면

⊙ 산행인원 : 직장 동료들 12명과 함께...(완주자: 3명)

⊙ 산행코스 : 삼공리 주차장~탐방지원센터~백련사~향적봉~중봉~오수자굴~구천동계곡~주차장(원점회귀)

⊙ 산행시간 : 7시간 20분 (식사 포함, 약 20km)

 

◈ 산행기

직장 내의 또 다른 동호인들 모임인 산악회에서 무주 덕유산으로 산행을 간다는 공지 벽보가 나붙고 이어 포항 라푸마 산악회에서 지리산 노고단을 거쳐 반야봉을 오르는 멋진 코스의 산행이 공지되면서 행복한 고민이 시작된다. 어디로 갈까나...

포항에서 5년동안 근무하고 경주로 돌아왔지만 이전부터 활동하고 있었던 직장산악회와는 한번도 함께 산행해 본 적이 없어 이번 기회에 직장 동료들과 돈독한 정도 나눠볼 겸 덕유산의 눈꽃구경은 힘들지라도 설원은 밟아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지리산으로의 산행을 아쉬운 마음으로 포기하고 산행신청을 한 후 기다린 끝에 D-day를 맞아 전날 저녁 아내의 배낭까지 꾸려두었다. 아내는 다른 산악회를 따라 친구들과 함께 산행을 가는 모양이라 이것저것 챙겨 넣어주며 잘 다녀오라고 미리 인사까지 해주고서 잠자리에 들어간다.

일찍부터 챙겨놓은 배낭을 들쳐메고 직장으로 달려가 파킹시켜놓고 대기해놓은 버스로 가니 먼저 도착한 동료들이 인사를 건네온다.

반갑게 맞아주는 젊은 친구들과 악수를 나누며 담소를 나누다 출발시간이 다 될 즈음 나타나던 동료들이 하나 둘 자리를 메워가니 어느 새 빈 자리가 군데군데 있긴 하지만 제법 많이 모인 모양이다. 가기로 했던 인원 중 2명이 빠진 탓에 29명 밖에 안되지만 즐거운 여행길이 되겠다 싶어 편안한 마음으로 의자를 뒤로 젖히며 모자란 잠을 보충하기 위해 깊숙이 몸을 기대어 본다.

오늘 산행에 참가할 인원은 12명이고 나머지 17명은 무주리조트에서 스키를 즐기기 위한 사람들이다.

다들 바쁜 업무속에서 열심히 생활하다 설원에서 마음껏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와 충실한 나날을 보내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서 나온 분들이라 보람되고 알찬 하루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산행코스

▲ 포장도로를 따라 힘차게 출발하는 동료들

 

오늘 산행코스는 삼공리주차장에서 구천동 계곡을 따라 진행하다 백련사에서 향적봉을 올랐다가 설천봉으로 내려가 곤돌라를 타고 내려가는 코스란다.

저으기 실망이 앞선다. 스키타는 일행들이 마치는 시각이 16시 30분은 되니까 늦어도 5시 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혼자서라도 걸어서 내려오겠다고 산행대장한테 이야기하니 그러라고 한다. 삼공리 버스터미널 앞에 산행을 나설 12명을 내려놓고 오후에 다시 만나자는 인사와 함께 버스는 떠나고 각자 신발끈을 조여매고 겨울날씨 답지 않게 따뜻한 아침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길을 나선다. 상가단지를 지나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하니 국립공원지킴이인 듯한 분이 찾아와 스트레칭을 하고 가라는 권유에 공터에서 다들 가르쳐주는 대로 가볍게 몸을 풀고서 산행을 시작한다.(09:30)

▲ 탐방지원센터 앞 공터에서 스트레칭으로 몸풀기 하고 있습니다.

▲ 소풍나온 아이마냥 마냥 즐겁기만 한 모습이 보기 좋으네요.

▲ 좌우로 도열해 있는 편백나무 숲길이 너무 예뻐서 질투가 나 흑백으로 샘통을 부려봅니다.^^*

▲ 입춘도 지난 따뜻한 날씨에 봄이 온줄 알았지만 아직은 아닌가 봅니다.

▲ 하지만 머지 않아 두껍게 언 계곡의 얼음 사이로 소리 소문없이 봄은 찾아 오겠지요.

▲ 덕유산 백련사 일주문에서 갖가지 포즈로 멋을 부려봅니다.

▲ 천왕문을 지나 대웅전을 오르며...

 

백련사 [白蓮寺]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雪川面) 삼공리 덕유산에 있는 절.

덕유산을 배경으로 그 중턱(해발 920m)에 고즈넉하게 자리잡은 백련사는 구천동 계곡에서 유일한 사찰이다.
구천동 계곡에는 전에 십여 개의 사찰이 있었다고 하나 모두 없어지고 지금은 오직 백련사만이 남아 있다. 백련사의 창건연대를 확인할 수 있는 고증자료가 없기 때문에 언제부터 사찰이 존재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구전을 통해 통일신라 신문왕 때 백련 스님이 초막을 짓고 수도하던 중 흰 연꽃이 솟아 나온 곳에 절을 창건했다고 한다. 경내에는 매월당 부도, 백련사 계단, 정관당 부도 등의 문화재가 있다.(네이버백과 참조)

▲ 백련사 대웅전

▲ 겨울날씨 답지 않은 밝은 햇살이 비치는 산사에는 평화로움이 가득합니다.

 

실로 오랫만에 찾아온 백련사로의 널찍한 도로를 오르며 옛 생각에 빠져본다. 30여년 전에 이곳 구천동 계곡을 찾은 후 그 이후 두어 번 정도 다녀간 기억밖에 없어  보이는 모든게 낯설기만 하다. 옛 선인들이 구천동 계곡 풍치가 빼어난 곳마다 이름을 붙여 33개의 명소를 만들어 놓았지만 지금은 얼음이 두껍게 얼어 맑디 맑은 청류를 구경할 수 없는게 아쉬울 따름이다. 게다가 고개를 들어 산등성이를 올려다보니 눈(雪)다운 눈(雪)은 눈(眼)을 씻어봐도 찾을 수가 없다.

약간은 쌀쌀하면서도 쾌청한 날씨에 밝은 햇살을 받으며 포장로를 따라 걸음을 옮겨나가지만 짧지 않은 거리라 뒤처지는 일행이 있어 두 그룹으로 나눠 진행해 나간다. 본인이 회원으로 있는 산악회의 구성원들은 사실 알아주는 산꾼들이 있는 모임이고 이곳의 회원들은 초보자들이 많은 곳인가 보다. 그런 관계로 향적봉 정상에서 곤돌라를 타고 내려가는 코스를 택한 탓인 모양이다.

1시간 10분 정도 포장로를 따라 진행한 끝에 백련사 일주문에 당도하게 되고 합장반배로 예를 표하며 천왕문을 지나 돌계단을 올라 대웅전을 향해 오름길을 이어간다.

적막감마저 드는 대웅전 앞마당에서 삼배로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서 널다란 뜨락에서 아직 도착하지 못한 후미조를 기다리며 절집 이곳저곳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백련사를 거치지 않고 바로 등로를 오르는 일행들을 따라 주말이라 전국에서 찾아온 산객들과 뒤섞여 본격적인 덕유산 산행을 시작한다.(10:58)

 ▲ 전라북도 기념물 제42호인 백련사 계단(戒壇)

▲ 워낙 찾는 이가 많은 곳이라 등로가 많이 훼손이 되었네요.

▲ 된비알을 올라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며 먹는 간식은 최고랍니다.

▲ 오름길이 힘든지 엎드려 몸을 푸는 모습이 재밌네요.

▲ 푸르른 나뭇잎이 무성할 때는 운치있는 멋진 등로였겠다 싶습니다.

 

초입부터 진행이 더딘 탓에 조금은 답답한 마음이 들어 추월을 해가며 앞서 나간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산이라 잘 정비되어 있는 이정표를 따라가면 길 잃을 염려는 없을테고 널찍한 등로를 불어오는 산들바람을 맞으며 진행하니 백련사를 떠난지 1km부터는 된비알의 시작이다. 경사도가 제법 심한데다 길도 거칠어 일행들 중에는 힘들어 하는 동료도 생겨난다. 쉴만한 곳을 찾아 쉬게 하고서 가져간 귤 한 알씩 꺼내 먹으며 숨고르기를 한후 다시 앞장서 등로를 이어간다.

정상까지 함께 가서 점심을 같이 먹고난 뒤 먼저 출발을 해야겠기에 마음은 바쁘기만 하다. 백련사를 출발한지 1시간 남짓 오르니 등로 바닥에 눈이 얼어 조금씩 오르기가 힘들어진다. 할수 없이 아이젠을 꺼내 착용하고서 오름길을 이어간다. 비록 보고팠던 덕유의 눈꽃은 못보는 아쉬운 상황이지만 발끝으로 전해져 오는 뽀드득 거리는 소리를 리듬삼아 한발한발 계단을 올라서며 향적봉을 향하여 전진을 계속해 나간다. 태백산에서 군락을 이루며 산꾼들의 눈을 즐겁게 했던 주목이 이곳 덕유에서도 볼수 있어 힘들게 올라온 보람을 느끼게 한다. 얼른 카메라를 꺼내 사진에 담고서 막바지 피치를 내며 올라서니 대피소와 향적봉으로 갈리는 삼거리에 도착하게 되고 목재데크를 따라 파아란 하늘을 향해 걸음을 옮겨가니 사방으로 훤히 터지는 조망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산다는 주목(朱木)의 모습에 경외감이 절로 듭니다.

▲ 막바지 피치를 올리며 정상을 향해 오르는 산님들의 모습에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 조망이 터지는 곳에서 바라보니 좌측으로 멀리 가야산이 보이고 우측으로 거망,금원,기백,황석산이 도열해 있습니다.

▲ 마치 하늘을 오르는 출입구 마냥 멋진 모습에 저절로 셔터를 누르게 만듭니다.

▲ 좌측에는 중봉이 다가오고 아래로는 대피소가 보이는 가운데 저 멀리 지리산의 마루금이 멋진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 덕유산(德裕山·1614m) 향적봉 정상에서...

▲ 향적봉 최상단부에서 폼 한번 잡아봅니다.

▲ 불교회 홍보부 멤버끼리...

▲ 정상부엔 인파로 북적이고 우측에는 망산, 시루봉이 조망이 됩니다.

 

정상부에는 이미 먼저 도착한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산객들로 만원이다. 정상석을 사진에 담으려니 밀려드는 산객들로 인해 사진 한장 담기가 곤혹스럽다. 순서를 기다려 가까스로 찍으려 들면 어느 새 새치기하는 얌체족들 때문에 죽을 맛이다. 겨우 독사진 한장 남기고서 설천봉이 내려다 보이는 정상부 바위 위에 올라앉아 두 손을 높이 치켜들고 만세 포즈로 사진 한 장 더 남긴다. 동서남북 어느 한 곳도 막힘이 없이 조망이 되는 말 그대로 꿈결처럼 펼쳐지는 산,산의 물결은 황홀하기 그지없다.

덕유산의 맏형인 향적봉은 사방팔방으로 펼쳐진 조망이 환상적이다. 산이 높은 데다 산하의 중남부에 위치해 있어 일대의 모든 산들은 다 조망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암봉, 무룡산, 삿갓봉, 남덕유산로 이어지는 덕유 주릉의 헌걸찬 산세는 물론 동쪽으로 수도산 너머로 햇불이 타오르는 듯한 모습의 가야산이 조망이 되고 거창의 금원, 기백, 거망, 황석산을 비롯한 뭇별처럼 많은 산봉들이 아찔하게 펼쳐진다. 그 우측으로 펼쳐지는 남쪽 방향의 지리산 천왕봉에서 우측으로 반야봉,노고단까지 이어지는 장대한 스카이라인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막힌 숨통을 일거에 틔워주는 듯 하다. 지난 9월 지리산 종주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걸었던 마루금을 바라보며 잠시 회상에 젖어 보기도 한다. 특히 지난 1월 중순 다녀온 북쪽의 민주지산을 바라보노라니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민주지산에서 바라본 덕유산의 스키장 슬로프를 보면서 덕유산으로 오라는 진한 유혹을 느꼈었는데 오늘 향적봉에서 민주지산의 능선들을 바라보니 다시금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꿩대신 닭'이라고 눈(雪)대신 맑은 조망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우리의 산하를 보는 것으로 만족하며 도착하지 않은 일행들을 기다리다 대피소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 약속이 생각나 먼저 올라온 일행들과 함께 대피소로 향한다.

▲ 무주리조트 슬로프가 있는 설천봉의 상제루가 보이고 그 너머 적상산이 조망이 되네요.

▲ 멀리 민주지산의 마루금이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 좌측 삼도봉부터 시작된 대간길이 눈 앞으로 펼쳐지고 멀리 수도산 너머로 가야산이 조망이 됩니다.

▲ 가운데 백암봉 너머로 삿갓봉과 남덕유로 대간길이 이어지고 좌측 멀리 금원,기백,거망,황석산이 펼쳐지고

우측 멀리로는 남한 제일봉인 지리산 천왕봉이 아스라히 조망이 되는 멋진 우리의 산! 산! 산의 모습입니다.

▲ 정상부에서 남쪽을 바라보니 곧 철거될 철탑 좌측으로 중봉이 다가오고 저 멀리 지리산의 주능선이 일대 장관입니다.

▲ 망산, 시루봉이 건너다 보이고 우측 멀리로는 팔공산, 성수산 등의 금남호남정맥 능선이 하늘금을 이루고 있습니다.

▲ 향적봉대피소 앞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 함께 찰칵!

 

내려오는 우리 일행들을 먼저 발견한 동료들은 자리를 잡고 앉아 점심식사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갈림 이정표에서 바로 대피소로 온 모양이다.

하긴 어차피 정상에 올랐다가 바로 설천봉으로 내려가면 될터이니 식사 후에 정상석을 만나도 되겠다 싶다.

바람 한점 없는 따뜻한 날씨가 식사하기에는 너무나 좋은 조건이다. 가져온 음식들을 꺼내놓고 오손도손 모여앉아 나눠 먹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이 된다. 특히 과메기에 소주 한잔씩 주고 받으니 웃음꽃이 떠나질 않는다. 게다가 라면을 끓여 나오니 인기 만점이다. 뜨끈한 국물에 쫄깃한 면발은 산행 나온 초보산꾼들에게는 잊지못할 추억이 되지 싶다.

거의 매일 만나는 직장동료들이지만 그저 눈인사로만 안부를 물을 뿐 대화가 거의 없는 사람들도 있어 다소 서먹한 사이들이었지만 함께 땀 흘리며 힘들게 산행을 하면서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하더니 옹기종기 모여앉아 식사를 함께 하며 남은 벽은 힘없이 허물어지고 만다. 젓가락 위로 올려진 음식은 하루를 살게 하지만, 가슴으로 나누어진 만남은 평생도 함께 하기 마련이다. 오늘을 함께 하는 만남이 있으니 이보다 더한 즐거움이 있을까?

맛난 점심을 든든히 챙겨먹고서 주변 산님에게 부탁하여 단체 사진 한장 남기고서 잠시 이별을 할 시간이 찾아온다.

중봉을 거쳐 오수자동굴로 내려와 백련사를 경유하여 구천동 계곡으로 다시 내려오는 당초 계획대로 진행하려하니 두 명의 동료가 따라 나서겠단다.

혼자 가는 것보다 덜 심심할 것 같아 흔쾌히 같이 가자고 권유한다. 다섯시까지 삼공리 주차장에 도착하기로 하고 중봉을 향해 걸음을 옮겨 나간다.(13:55)

▲ 주목군락지를 지나며...

▲ 바위와 뒤엉켜 '하여가'를 노래하고 있는 듯 합니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 고사목이 마치 이 산은 무슨 산, 저 산은 무슨 산 하며 가리키는 듯 합니다.

▲ 죽어서도 멋진 모습을 유지하는 고사목이 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자꾸 붙들어 맵니다.

 

중봉을 이어지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산행의 백미는 정상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이고 그 환희를 산행 끝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일 것이다.

중봉은 향적봉 대피소쪽으로 난 뚜렷한 길을 따라가면 만난다. 반대편 안성, 칠연폭포 방면에서 올라오는 산님들과 교행을 하다보니 어깨가 자주 부딪힌다. 우측통행을 하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가는 도중은 주목과 구상나무 군락지다. 하얀 설원에 고고히 서있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산다'는 주목이 멀리서 찾아온 산꾼을 반겨준다. 새하얗게 눈 덮힌 등산로 주변에서 쉽게 만나는 고사목(枯死木). 지금은 유령처럼 서 있지만 한때는 푸른 잎을 뽐내며 강풍과 매서운 추위도 견디어 낸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한쪽으로 펼쳐진 죽은 나뭇가지도 어디로 바람이 불었는지를 말하는 것 같다.

환경에서의 죽음이 갖는 경고를 넘어 고사목들이 서 있는 이곳은 고통도 새롭게 받아들이는 축제의 촬영장소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 쓴 고사목에 대한 글을 본 적이 있다. 고사목은 나이들어 무탈하게 죽은 호상(好喪)이라고...

그리 힘들지 않은 능선길을 주목과 구상나무들의 열병식을 감상하며 부지런히 걸어 정확히 17분 후에 나무데크로 만들어져 있는 중봉 전망대에 도착하게 된다.(14:12)

▲ 안성 방면의 너른 전경 너머로 멀리 금남호남정맥이 흐르고 있습니다.

▲ 중봉(제2 덕유산)에서 멀리 지리산 천왕봉을 배경으로...

▲ 중봉의 덕유평전을 넘어 향적봉을 바라보며...

▲ 백암봉을 비롯하여 남덕유산으로 이어지는 갈림길 이정표

 

중봉에서의 조망 역시 향적봉에 필적할 만하다. 동쪽으로 민주지산 삼도봉에서 내려온 백두대간 길은 백암봉에서 꺾어져 동엽령을 넘어 남덕유로 이어져 저 멀리 아득히 보이는 지리산 천왕봉까지 머나먼 대장정의 길로  뻗어가고 아래로는 칠연폭포가 있는 안성계곡이 펼쳐진다.

넓게 퍼진 무수한 산이 물결치는 모습은 장중하기 이를 데 없다. 첩첩이 산과 산이 발밑에 깔렸고, 산들이 앞뒤로 수십 겹이나 늘어서 있다. 높고 낮은 봉우리가 어깨를 겯고 뻗어나간 산세가 너무나도 화려하고 엄숙하다.

일망무제의 풍광 앞에 그저 할말을 잃고 말없이 감상만 하다 가야할 길이 아직은 멀기에 서둘러 길을 떠난다.
이윽고 삼거리 이정표를 만나니 우측 데크를 따라 내려가면 백암봉으로 해서 동엽령으로 가는 주능선길이다. 오수자굴로 가는 길은 당연히 왼쪽 내리막길이다. 내리막길을 내려와 이어지는 평지성 등로는 한없이 편한 길이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가하듯 부지런히 발걸음을 움직여 내림길을 이어가 계단을 내려서니 제법 커다란 동굴이 있는 곳에 많은 산님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른바 '오수자'라는 스님이 이곳에서 득도했다는 전설이 있어 붙여진 이름의 오수자동굴에 도착한 것이다.(14:46)

▲ 덕유평전에서 백암봉 너머로 삿갓봉과 남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대간길을 바라보니 가고픈 마음 굴뚝같습니다.

▲ 산죽과 어우러진 운치있는 등산로를 걸어 내려가니 썰매를 타고픈 유혹을 느낍니다.

▲ '오수자동굴'의 모습입니다.

▲ 동굴 천정에서 떨어진 낙숫물이 만들어 낸 작품이 멋지죠?

▲ 구천계곡 최상단부에는 아직은 동토의 계절이지만...

▲ 푸른 산죽을 헤치며 쉼없이 아래로 아래로 걸음을 옮겨나가며 만난 구천계곡의

▲ 얼음장 속에는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 펜스를 빠져 나오니 백련사 입구에 당도하게 되네요. 하산하는 산우님들로 붐비기 시작합니다.

 

중봉에서 이곳까지 정확히 31분 걸린 것 같다. 동굴 안을 들여다보면 천정에서 떨어진 낙숫물이 얼어 땅바닥에 종유석처럼 솟아오른 모습이 특이하다. 잠시 쉬면서 한숨 돌리고서 다시 등로를 이어간다. 더이상 아이젠은 필요없을 것 같아 벗어 배낭에 매달아 놓고 구천동 최상류지점인 계곡을 우측에 끼고 쉼없이 내림길을 이어간다. 계곡 아래쪽으로 내려올수록 등로에 내린 눈이 얼어붙어 미끄럽기 그지없다. 조심하지 않으면 안전사고 당하기 십상이다.

아이젠을 다시 착용하기 귀찮아서 주의하며 등로를 이어가며 함께한 동료에게도 조심하도록 일러준다.

계곡을 따라 10리 가까운 길을 쉼없이 내려오니 조금은 지루한 듯 하지만 얼어있는 등로에 조심하며 내려오느라 등줄기엔 땀이 흥건하다.

50분 남짓 계곡길을 내려오니 백련사 입구의 펜스가 나오고 쪽문을 빠져 나오니 향적봉에서 내려오는 산객들과 합류가 되다보니 금새 많은 인원들로 북적인다. 백련사 앞 광장에서 초콜릿을 꺼내 나눠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서 지루한 평지성 길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 구천계곡의 명소 중 제19경인 비파담(琵琶潭)을 배경으로...

 

무주구천동 [茂朱九千洞]

 

전북과 경남에 걸쳐 있는 덕유산(德裕山) 북쪽 사면에서 발원하는 남대천(南大川) 상류부의 계곡.

설천면(雪川面) 소천리(小川里)에 있는 나제통문(羅濟通門), 즉 신라와 백제의 경계관문이었던 석굴문(石掘門)에서 덕유산 상봉에 이르는 25km의 계곡으로, 33경(景)으로 꼽히는 계곡미가 뛰어나 덕유산국립공원의 중심부를 이룬다. 구절양장(九折羊腸) 9,000굽이를 헤아린다는 계곡에 학소대(鶴巢臺)·추월담(秋月潭)·수심대(水心臺)·수경대(水鏡臺)·인월담(印月潭)·청류동(淸流洞)·구월담(九月潭)·금포탄(琴浦灘)·청류계(淸流溪)·구천폭포(九千瀑布) 등 나제통문을 제1경으로 하여 덕유산 상봉을 제33경으로 하는 절경들이 줄을 잇는다. 덕유산 정상부 가까이에 있는 백련사(白蓮寺)는 구천동 골짜기에 있는 유일한 사찰로 주변경치가 매우 수려하다.(네이버백과 참조)

▲ 구절양장의 계곡마다 전설이 깃들어 있는 구천동계곡

 

하산하는 많은 산님들과 뒤섞여 빠른 걸음으로 걷다보니 따라오는 동료 여직원은 발바닥 통증을 호소한다. 6시간 가까이 산행을 했으니 다리가 아프기도 할텐데 지금껏 용케 잘 참아왔으니 힘내라고 격려해 준다. 평소에 사진찍기를 즐겨하는지라 산행도 가끔씩 다니는 모양이다. 직장 불교회의 같은 부서에서 활동하고 있어 호흡이 잘 맞는 편이다. 아직은 엄마 손이 필요한 아이를 둔 직장 여성이라 건강 잘 챙겨가며 일과 가정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를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산행 시작하면서 보았던 계곡 아래의 등로로 가보기 위해 비파담에 도착해서는 큰 길을 버리고 아래로 내려와 다리 위에서 얼음으로 뒤덮인 비파담을 배경으로 사진 한장 찍으며 다녀간 흔적을 남기고서 계곡으로 나있는 등로를 따라 진행해 나간다. 한결 운치있고 또 다른 분위기로 다가온다. 위를 쳐다보면 큰 길을 따라 걷는 산객들과 서로 눈길이 마주쳐 내려오라고 권하기도 한다. 얼음이 깨져 있는 곳에서 갈증이 나서 맑은 계곡물을 떠서 마셔보니 머리 끝까지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차가운 물이 얼마나 맛나는지 연거푸 세 컵을 들이킨다. 함께 한 동료도 덩달아 두 컵을 들이키며 연신 물맛 좋고 가슴속이 다 뚫리는 것 같다고 흡족해 한다.

▲ 흐르는 옥류를 떠서 마셔보니 세상에서 가장 맛난 물이더이다.

▲ 산행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편백나무 숲길

▲ 날머리에 도착하니 대기하고 있던 수많은 버스가 산꾼들을 기다리며 하산주를 준비하고 있었네요.

 

인월암 갈림길에 도착하며 다시 큰 길로 올라와 등로를 이어가니 편백나무 숲길이 다시 한번 산행 막바지의 어려움에 청량제 역할을 해준다. 올라올 때 보았지만 다시보는 지금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침에 스트레칭을 했던 탐방지원센터 앞을 지나고 스키팀과 향적봉에서 설천봉으로 하산했던 동료들과 통화를 시도하여 삼공리 버스정류장으로 데리러 오도록 얘기해 놓고 상가단지 앞을 지나 정류장에 도착하여(16:50) 배낭을 내려놓고 서로 수고했다는 격려의 말을 주고 받으며 뻐근한 몸을 스트레칭으로 풀면서 지친 몸을 싣고 갈 버스를 기다린다. 사랑하는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