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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달이 사는 집

옆지기와 함께 청도 선의산-용각산을 찾아서... 본문

◈ 산행이야기/☆ 2010년도 산행

옆지기와 함께 청도 선의산-용각산을 찾아서...

해와달^^* 2010. 5. 5. 23:37

♧ 산행일자 : 2010. 05. 05 (수) 맑음 (짙은 연무에 조망은 별로...)

♧ 산행장소 : 청도군 매전면과 경산시 남천면 일원

♧ 산행코스 : 두곡리 마을회관-암자골 별장-선의산-706봉-용각산-너덜지대-임도-두곡리 마을회관(원점회귀)

♧ 산행시간 : 약 6시간 남짓(식사, 사진 촬영 240매, 나물 채취 포함)

 

*찾아가는 길

경주에서 →건천 →20번 국도이용 산내,운문,매전 방향으로 진행 →매전3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청도방면으로 →상평주유소 지나 경산방면 갈림길(925지방도)에서 직진 →1.2km후 <덕산리,두곡리> 버스정류장에서 우회전 →1km후 산행 출발지인 두곡리마을회관 도착.

 

▲ 산행지도

 

▣ 산행기

주말에 다녀온 도봉산 산행기를 늦은 시간까지 마무리해 놓고 잠자리에 들었더니 휴일인 어린이날은 늦잠을 좀 자야겠다고 이불 속에서 밍기적거리고 있는데 빨리 일어나라고 보채는 아내의 채근에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니 쉬는 날 방콕만 하지말고 산에 가자는 말에 5시간 넘는 곳으로 가도 좋겠냐고 물었더니 오케이 사인을 보내온다.

어럽쇼? 일요일 전남 보성으로 산행 다녀오더니 자신이 붙었나 보네? 하며 속으로는 반가운 마음이 든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마트에 들어 과일 몇 가지 사서 챙겨넣고 김밥에다 숭늉까지 보온병에 넣고서 한여름이 무색하리만큼 더운 도심을 탈출한다.

고향 땅인 운문댐을 지나 금천면 소재지인 동곡리를 지나 동곡재를 넘으니 오랫만에 찾아온 동창천유원지가 산뜻하게 꾸며져 있어 저으기 놀랍다.

매전면소재지를 지나 하평리, 상평리 마을을 차례로 지나치고 덕산리,두곡리를 알리는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하여 진행하니 아담한 두곡리마을 회관 앞에 도착하게 되고 울산에서 온 등산객이 타고온 것으로 보이는 차량 1대 만이 평화로운 봄을 맞고 있는 시골 마을회관 마당을 차지하고 있었다.

배낭을 들쳐메고 마을회관을 사진에 담는 것으로 산행을 시작하니 들머리에 있는 한적한 농가 몇몇이 포근한 봄 햇살에 나른한 기지개를 펴고 있다.(11:37)

▲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두곡리마을회관

▲ 흐르는 물소리도 정겨운 시골길을 걷는 발걸음도 덩달아 가벼워 보입니다.

▲ 산괴불주머니

▲ 탱자나무꽃

▲ 저만치 앞서가는 아내를 따라 잡으랴~ 내딛는 발걸음에 가속도가 붙습니다.

 

인적이라곤 전혀없는 시멘트도로를 따라 진행하니 도로 좌우엔 우리네 들꽃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초입부터 발걸음을 붙들면 산행은 어찌하라고... 쪼그려 앉아 사진에 담다보니 아내는 벌써 저만치 가버리고 헐레벌떡 따라 붙다보니 등줄기가 후줄근하다.

날씨가 더운 탓인지 농부들도 집안에서 지내다가 해거름이 다가오는 선선한 시간에 들로 나올 모양이다. 예전처럼 죽기살기로 농사 짓는 사람은 요즘 보기 드문 일이니 쉬엄쉬엄 먹고 살 만큼만 힘을 쓰며 지내는 모양이다.

참 오랫만에 조용한 시골길을 걸어 본다.

도시 속의 모든 길은 바쁨으로 다 연결되어 있다.

단 1초 기다림의 여유도 없이 경적 소리가 울리고 누가 지나치는지 옆을 돌아볼 새 없이 앞만 보며 제각기 자기 길만 바쁘게 고집한다.

길 위의 모든 사람들은 마치 강력한 체면에 걸린 양 잠시 동안의 멈춤도 없이 서로의 바쁜 몸 동작으로 뒤엉켜져 있다.

정작 어디로 가는지도...? 또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면서...?

도시 속의 삶은 왜 그렇게 바쁘지 않으면 안될까?

눈에 띄는 유일하게 봄볕을 등에 지고 땅을 일구는 시골 아낙의 손길이 여유로와 보여 부럽기만 하다.

문득 송곳 꽂을 땅이라도 있으면 시골가서 살겠다는 친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 사과나무꽃

▲ 미나리냉이와 애기똥풀이 지천으로 깔려 있네요.

▲ 탐스럽게 피어있는 조팝나무를 바라보니 어린 시절 시골 할머니댁이 생각나네요.

▲ 제법 긴 시멘트도로를 걷다보니 돌틈을 헤집고 쏟아지는 맑은 물에 발이라도 담그고 싶은 마음이 절로 납니다.

▲ 참꽃마리

▲ 본격적인 등산로의 입구는 두 집 사이로 나있는 길로 올라서면 나온답니다.

▲ 골담초(약재로 쓰인다네요)

▲ 잘 지어진 별장 같은 집에 온갖 꽃들이 만개하여 마치 그림속 풍경같아 보기가 참 좋았네요.

 

자칫 지루해질 시멘트 길을 야생화 구경을 하면서 걷다보니 그리 힘든 줄 몰랐는데 아내는 꽤 진이 빠진 모양이다.

산에 오르기전에 벌써 힘이 다 빠져 버렸다고 타박을 한다. 어깨를 주물러주면서 힘내자고 다독거리며 손을 잡고 푸르름이 더해가는 시골길을 타박타박 걸어간다.

40분 가량 계속되는 임도가 실타래 풀어 놓듯 길게 늘어서 산의 무릎까지 차고 올라간다.

임도 끝에 별장인지 팬션인지 모를 제법 그럴싸하게 지어 진 집 두 채가 산자락에 안겨 멀리서 찾아온 산꾼을 반갑게 맞이해주고 있다.

첫번째 집을 지나 두번째 집 사이로 나있는 길을 따라 오르니 두번째 집 뒤켠으로 대나무가 줄지어 서있는 방향으로 소나무 한 그루가 내려다 보고 있다. 가지 끝에는 시그널 하나가 불어오는 바람에 펄럭이며 들머리임을 알려주고 있다. 대나무 숲을 통과하니 두번째 집의 마당이 눈에 들어오는데 커다란 도사견 몇 마리가 나른한 봄볕에 잠이 쏟아지는 듯 게으른 눈길로 낯선 산꾼의 발걸음을 세며 물끄러미 올려다보고 있다.

혹여 쫓아올까 싶어 내딛는 발걸음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12:25)

▲ 뽀리뱅이

▲ 줄딸기꽃

▲ 개별꽃

 

솔잎과 갈참나무잎이 수북히 쌓여진 숨은 길을 헤집고 숨가쁘게 오르니 채 30분도 안돼 배낭을 벗고 땀을 식히게 한다.

숲속의 그늘이 시원한 산바람 가득 몰고 와 등 뒤를 타고 내리는 땀방울을 개운하게 훔치고 있다.

아! 기분좋다!

오래간만에 산같은 산을 오르고 있었다. 

도시 여성의 화장기 짙게 꾸며진 아름다움으로는 도저히 연출해 낼 수 없는 사시사철 맨발인 시골 아낙의 볕 그을린 순박한 아름다움 그대로 간직된 소박한 진짜 우리 산이다.

곱게 갈아지지 않아 투박하게 콩알 서걱서걱한 시골 할머니의 촌 된장처럼 더하고 덜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정겨운 어머니 자궁 속처럼 편안하다.

어쩌다 불어오는 산바람은 된장찌개 속에 다져놓은 땡초처럼 알싸하게 정신을 가다듬게 만든다.

▲ 연초록 이파리가 숲이 살아있음을 알려주듯 산길을 걷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삶의 즐거운 시간이랍니다.

▲ 광대수염

▲ 벌깨덩굴

▲ 산자고

▲ 가파른 오름길에 눈이 즐거운 풍광에 잠시 걸음을 멈춰봅니다.

 

다시 산을 오른다.

가파름은 여전하게 이어져 금새 입이 반 쯤 벌어진 채 바쁜 호흡을 하게 했다.

우리 두사람 외에는 산을 찾은 이가 없어 조용하기 그지 없는 산을 오르며 내뱉는 거친 호흡소리가 물기 머금고 올라온 연초록 나뭇잎에 눈처럼 쌓여간다.

또 다시 휴식... 하지만 눈은 주변 야생화에 눈이 꽂혀있다. 마치 야생화 천국이 따로 없는 듯 하다. 개체수가 얼마나 다양한지 도대체 사진을 얼마큼 찍어댔는지 기억조차 못할 지경이다.

▲ 풀솜대

▲ 천남성

▲ 현호색이 아직도 피어 있었네요.

▲ 날이 더운 탓인지 '둥글레'가 벌써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 삿갓나물

▲ 홀아비꽃대

▲ 양지꽃

▲ 주능선에 올라서서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봅니다.

(우측은 잉어재, 대왕산, 삼성산 방향의 비슬지맥길입니다.)

▲ 밧줄로 오르던 시절은 온데간데 없고 아담한 목재데크가 마련되어 있네요.

▲ 한반도의 정기를 끊어 놓기 위해 일제가 쇠말뚝을 박아놓은 자리입니다.

▲ 선의산 정상에서 다녀간 흔적을 남겨 봅니다.

 ▲ 건너편 706봉 우측으로 가야할 용각산이 조망이 됩니다.

▲ 들머리인 두곡리 마을과 매전면 상평,하평리 너머로 학일산도 조망이 됩니다.

▲ 선의산 정상에서 내려서자마자 만나는 이정표

 

10분쯤 오르니 주능선에 당도하게 되고 시그널이 펄럭이는 좌측 오름길을 올라 진행하니 5분 만에 선의산 정상에 도착하게 된다.(13:30)

먼저 도착해 있던 대여섯명의 산님들과 인사를 나누고서 주변 산군에 대해 질문도 하고 기념촬영도 부탁하여 다녀간 흔적도 남겨본다.

전망데크에 서서 사위로 펼쳐지는 조망을 즐기기 시작한다. 옅은 가스로 인해 비록 흐릿하긴 하지만 남쪽 바로 건너로 가야할 용각산이며 그 뒤로 청도 남산,화악산을 비롯한 청도의 이름모를 산봉들이 저마다 키를 세우고 있다. 동으로는 영남알프스의 가지산, 운문산, 억산을 잇는 능선도 시야권 안으로 들어온다. 그냥 이대로 자리 잡고 앉아 종일토록 가깝고 먼 산자락을 꼽아보고 싶은 욕심이다.

청도산악회와 경산시에서 세운 표식이 각각 서 있는 정상부에는 일제강점기시절 산의 정기를 끊기 위해 박아 놓았다던 쇠말뚝을 뽑은 자리를 알리는 표식이 절대 잊지 말라는 듯 햇볕을 받아 반짝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뼈아픈 역사를 교훈 삼기 위해 세운 표식인 듯하다.

한참동안 주변 조망을 즐기면서 다리쉼을 한 후에 다시 방향을 돌려 용각산으로 내려오기 위해 정상에서 목재계단을 내려와 '용각산 5km' 이정표를 따라 등로를 이어간다.

▲ 딱총나무

▲ 각시붓꽃

▲ 산복사나무

▲ 나뭇가지에 걸려버린 구름이 따가운 햇살에 아우성을 치고 있습니다.

▲ 가까이 다가온 용각산의 모습을 보며 발걸음도 빨라져만 가네요.

 ▲ 준.희 님의 596봉 표식을 만나니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곳곳에 표지기들이 훤히 걸려있는 완만한 능선이 한동안 이어진다. 정상에서 10분 가량 나서면 바로 앞으로 706봉을 두고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706봉 우회로다. 곧장 능선을 타고 3분만 올라서면 숲에 가려 조망이 없는 706봉이다. 사진 한장 남기고서 진행할 등로가 없다는 듯 누군가 나무가지로 막아놓아 우측 아래로 내려서서 걸음을 재촉해 나간다. 얼마 후 우회로와 다시 합류가 되어 진행해 나가니 시간이 어지간히 된듯 배고픔이 찾아온다. 애기나리가 지천으로 갈려있는 풀밭을 골라잡아 자리를 깔고 준비해간 숭늉과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과일로 후식을 마치고서 가던 걸음 재촉하여 준.희님이 달아놓은 596봉 팻말을 지나니 하늘을 가릴 정도의 빽빽한 소나무 군락지대가 이어진다. 솔가리가 쌓인 호젓한 오솔길은 큰 오르내림 없이 진행하니 자연 걸음도 경쾌하다. 절로 콧노래가 나올 정도로 여유로운 길이다.

▲ 솔가리가 융단처럼 깔려있는 호젓한 산길을 걷다보니 콧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 금붓꽃

▲ 나물 한봉지 따서 손에 들고 가는 발걸음이 웬지 경쾌해 보이네요.

▲ 평지성 등로를 쉼없이 걸어도 맑은 공기 탓인지 힘겨워 하질 않으니 다행입니다.

 

 

주말 도봉산으로의 장거리 산행의 아직 여독이 덜 풀렸지만 그리 힘들지 않은 산길을 유유자적 걸으며 휴대폰에 담겨있는 mp3 음악을 따라 부르면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산길을 인생의 동반자인 옆지기와 함께 걸으니 세상 부러울게 없다.

그동안 건강을 핑계 삼아 산에 오르기 시작했지만 실은 바쁘게 사는 가운데 이런 낙이라도 없으면 억울할 것 같은 보상 심리 때문에 습관처럼 산에 오르는지도 모르겠다.

가끔씩 사람들은 나보고 혼자 산을 다니면 무슨 재미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난 그동안 끊임없이 산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산에다 쉼없이 넋두리 하고...하소연하고... 또 잘 하겠다고 다짐하고...

그러면 산은 아무리 쓴소리라도 묵묵히 다 들어주고,  또 가끔씩 묵직한 침묵으로 대답해 주고...

이러한 나만의 산과의 데이트 길을 사람들은 잘 모를터이지만 오늘은 혼자가 아닌 둘이라 사색을 할 틈은 없고 틈틈히 눈에 띄는 산나물을 채취하는 재미에 자꾸 쳐지는 아내를 채근하기 바쁜 시간의 연속이다. 

▲ 선의산 정상이 1시간 거리라고 안내 해주는 파란 이정표

▲ 고깔제비꽃

 

세상 사는 이야기를 섞어가며 평화롭기만 한 산길을 걷고 있는데 이름모를 새가 나무 뒤에 숨어서 지지배배하며 수줍게 봄날 오후를 즐기고 있다.

급한 오르막 없이 완만한 송림 숲길이 차분하게 자신을 돌아보며 세상에 대해 너그러운 마음을 준비할 수 있게 충분한 안식을 준다.

완만한 오름길을 올라서자 <용각산 30분, 선의산 1시간>을 알리는 파란색 이정표를 연이어 만난다. 여기서 10분쯤 더 올라서니 좌우로 족두리풀이 지천이다. 커다란 이파리 아래로 족두리꽃이 솔가리속에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다.

작년 6월 청량산을 찾았을 때 이후 처음 만나는지라 얼마나 반가운지 한참을 머물며 요모조모 뜯어보며 연신 사진에 담기 바쁘다. 곁에서 지켜보던 아내 역시 신기한 듯 구경에 열을 올리며 감탄사를 내 뱉는다.

▲ 족두리풀

▲ 조심스레 솔가리를 헤치며 삐죽이 고개를 내민 족두리풀의 모습에서 끈질긴 삶의 지혜를 배웁니다.

선의산 갈림길

(→용각산 정상 0.2km/곰티재 4.1km, ←남성현재 6.3km/용암용천. 상설투우장 6.0km, ↗선의산 정상 4.2km/잉어재 7.5km)

▲ 진달래군락지에서...

 

길을 떠나 5분 뒤쯤 갈림길을 만나니 용각산 0.2km를 갈림길 이정표다.

이정표에서는 좌측으로 직진하며 올라선다. 정상 직전으로 송림숲을 빠져 나와 하늘이 열리는 지점에 당도하니 눈이 휘둥그래지며 탄성이 절로 터져나온다.

진달래 군락지가 펼쳐지는데 벌써 잎이 돋아나는걸 보니 성수기는 지난 모양이다. 그렇더라도 아직은 충분히 눈요기감은 되는지라 바위 위에 올라서서 사진도 찍으며 막바지의 진달래를 눈에 담기 시작한다. 만개시점에 찾아오면 불바다가 펼쳐지리라는 생각에 꼭 다시 찾고픈 마음이 든다.

꽃길 가름을 타고 큼직한 자연석에 용각산을 알리는 표석이 있는 정상에 서니 발 아래 펼쳐지는 분홍빛이 아직도 충분히 눈을 즐겁게 해줄만하다.(16:05)

▲ 용각산(697.4m) 정상석

▲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 셀카로 담아보지만 각도가 영...

▲ 청도읍내 뒤로 청도남산이 떡 하니 버티고 있네요.

 ▲ 남은 먹을거리 내어놓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에 하산길로 접어듭니다.

 

역시 선의산만큼 뛰어난 조망을 보여준다. 동서남북 어디를 보아도 첩첩이 산이다. 청도, 대구, 밀양, 창녕의 산들이 아스라이 펼쳐진다. 정상석 건너편 바위 위에 배낭을 내려놓고 돌까지 받쳐놓고 셀카로 담아보지만 신통찮다.

"이 소리가 아닙니다. 이 소리도 아닙니다. 용각산은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목 감기에 좋다는 옛날 어느 제약회사의 광고문안이 귓가를 간지럽힌다.

아내더러 확인차 한번 흔들어보라고 농을 던지니 정상석을 흔드는 시늉을 하면서 '까르르' 웃어 제낀다.

희뿌연 연무 아래로 멀리 청도읍내가 조망이 되고 그 뒤로 청도의 진산인 청도남산이 눈에 들어온다. 2주 뒤에 산친구들과 찾게될 산이라 다시 한번 바라보며 좌측으로 눈을 돌리니 곰티재 방향의 20번 국도가 청도읍 방향으로 길게 뻗어있다.

사방으로 열리는 화려한 조망을 뒤로 하고 아쉬운 걸음을 산 아래로 내려 놓는다. 하산은 이정표가 가리키는 곰티재 방면이다.

▲ 진달래가 만개할 무렵이면 산상화원이 따로 없을 것 같네요.

너덜지대

(이정표: ←임도 0.8km/곰티재 3.2km, →용각산 정상 0.7km/선의산 정상 5.1km)

 

터벅 터벅 터벅..... 올라올 때 보다는 그래도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오늘 산 위에서 본 풍광들을 가슴 속에 한장씩 한장씩 새겨 넣고 있는데 조그만 스텐 컵이 달그락 달그락.... 걸음마다 워낭소리처럼 정겹게 귀에 들어 붙는다.

10여분 급하게 내려서던 길은 무명무덤을 만나면서 잠시 숨을 죽이는가 하더니 그것도 잠시. 다시 연속되는 급내리막이다.

무덤 지나 5분 후 이정표가 서 있는 짤막한 너덜이 나타난다.(16:45)

여기서부터 길은 완만한 솔숲 길로 이어지고 기독교인 무덤 5기와 달성서씨무덤을 지나면 곧 이정표가 서 있는 임도에 닿게 된다.(16:58)

임도에서는 왼편 곰티재방면으로 내려선다. 6분 후 다시 운곡리, 두곡리 갈림길 이정표가 서 있는 4거리 갈림길이다.(17:06)

임도4거리에서는 왼편 아래 두곡리 방면으로 내려선다.

 

▲ 조개나물

▲ 임도 갈림길

(이정표: ←곰티재 2.4km, →산불감시초소. 정상 2.47km, ↓용각산 정상 1.5km)

▲ 운산리, 두곡리 갈림길

 (이정표: ←두곡리, ↑곰티재 2.0km, →운산리, ↓용각산 정상 1.9km)

 

출발지인 두곡리 마을회관까지는 줄곧 내리막 임도를 따라 산허리를 굽이굽이 돌아가는 찻길이라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길이지만 도로 주변의 시원스런 소나무들을 바라보며 편한 길을 따라 아내와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탈방탈방 걸어 내려가다 보니 그리 싫지만은 않다. 과수원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지역을 지나 마을로 들어서니 갈물을 들인 옷감을 널어놓은 '산내들'이라는 상호가 눈에 띄는지라 얼른 사진에 담아본다.담장을 지나 모퉁이를 돌아드니 두곡리마을회관이 눈에 들어오고 장시간 주인을 기다린 애마가 뙤약볕아래 지친 듯 길게 늘어져 있다.(17:43)

▲ 운치있는 임도를 따라 탈방탈방 걸어가니 오전에 올랐던 선의산이 눈에 들어옵니다.

▲ 모과나무꽃

 미나리아재비

▲ 솜방망이

▲ 동구밖 과수원길을 내려가니 들머리였던 마을회관이 눈에 들어 오네요.

 ▲ 갈물을 들인 옷감들이 빨랫줄에서 저마다 현대무용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 오늘 산행의 기착점이자 종착점인 두곡리마을회관입니다.

 

하루종일 데워진 차 내부를 환기시키고서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흥겨운 가요를 틀어놓고 모처럼 오붓한 산행을 즐긴 감흥을 즐기려는 듯 절로 콧노래가 터져 나온다. 건천 입구의 염소고기 전문점에 들러 저녁을 해결하고 어둠이 짙게 깔린 도로를 질주하며 경주로 돌아오는 길은 비록 몸은 나른하지만 주변 산들을 하나 하나 오르는 재미에 만족스런 기분은 최고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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