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배내봉-간월,신불,영축-죽바우등-시살등-청수우골 본문
♠ 산행일자 : 2010. 08. 12 (목) 맑고 더움
♠ 산행장소 : 울주군 상북면, 양산시 원동면, 하북면 일원
♠ 산행인원 : 오늘도 홀로 산행
♠ 산행코스 : 배내고개 - 배내봉 - 간월산 - 신불산 - 영축산 - 함박등 - 죽바우등 - 시살등 - 한피기고개 - 청수우골 - 청수골산장
♠ 산행시간 : 10시간 남짓 (휴식, 식사, 세족 및 사진촬영 295매 포함)
◈ 산행기
친구들과 설악산 봉정암 적멸보궁 순례차 가기로 하고 휴가를 잡아뒀으나 여건이 여의치 못해 9월초로 미루어지고 대신에 장거리 산행이나 다녀오자고 마음 먹고 미리 준비를 해둔 배낭을 새벽녘에 일어나 들쳐메고 자주 가는 김밥집에 들러 아침 한 그릇 챙겨먹고 김밥 두줄 갈무리하고서 고속도로를 내달려 배내고개로 향한다.
도착한 배내고개 정상에는 넓디 넓은 주차장은 입구부터 막아놓고 무슨 용도로 쓸지 모를 건물들을 짓고 있다. 아마도 팬션이나 행락객들을 위한 시설물들이리라. 할수 없이 사자평 가는 도로 옆에 주차를 해두고서 산정에 구름으로 덮혀있는 재약산 사자봉을 사진에 담는 것으로 산행을 시작한다.(07:25)
△ 산행 흔적
△ 배내고개에서 바라본 재약산 수미봉과 사자봉엔 구름으로 휩싸여 아직 얼굴을 보여주질 않고 있네요.
△ 배내고개 도로공사에다 건물까지 짓고 있어 부산스럽기 그지 없었답니다.
△ 목재데크를 오르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합니다.
△ 태양이 구름에 가려 희뿌연 모습이지만 밝게 빛나는 모습 볼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 오두산 갈림길
건너편 배내봉 들머리 역시 배내고개가 워낙 꼬불꼬불한 오름길이라 그런지 터널공사를 하고 있어 진입로를 파헤쳐 놓아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겨 나간다.
잠시 영남알프스 산행 안내도에서 사진 한장 남기고 임도따라 오르다 이윽고 나타나는 목재데크를 따라 어제 내린 많은 비의 영향으로 습기가 잔뜩 배인 숲속을 오르니 습한 한여름 무더위를 이겨보려는듯 굵은 땀방울 쏟아내기 시작하고 주변 풍광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곧 햇살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면 수증기도 덩달아 하늘로 날아오르며 조망 또한 좋아지리라는 기대를 안고 한발한발 내딛는 발걸음에 속도를 더해본다.
휴가까지 내면서 나선 산행이라 영남알프스 남릉 전부를 돌아볼까도 생각했었지만 본인의 산행실력으로는 1박 2일은 해야 가능할 것 같아 포기를 하고 대신 배내고개에서 시살등까지 걸어보고자 내심 생각을 하고 즐기며 가는 나만의 산길이 되기를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산과의 데이트길을 나선다.
△ 층층잔대
△ 타래난초
△ 배내봉 정상 뒤로 구름에 덮혀 있는 간월,신불산의 모습입니다.
끝없이 이어진 굴곡진 나무계단을 타고 얼마나 올랐을까 하늘이 열리면서 민둥산의 형태를 이루고 있는 오두산 갈림길 이정표가 보이면서 본격적인 영알의 동알프스 능선길이 시작된다. 우측 배내봉을 향해 조금 더 전진하자 금새 배내봉 정상석이(966m)반겨준다.(08:11)
오두산쪽 능선과 앞으로 올라야 할 간월산쪽 능선을 디카에 담고 서쪽으로 능동산과 사자봉 그리고 수미봉을 바라보지만 산정에는 아직도 구름이 가려 있어 조금은 아쉽기만 하다.
다시 고개돌려 동쪽을 바라보니 아침 햇살에 옅은 연무가 끼어 있는 울주군 언양읍 그리고 상북면 일원과 멀리 울산광역시의 문수산, 남암산이 특유의 뾰족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멋진 풍경이 연출되고 있어 찾아온 보람을 느낀다.
△ 건너편 재약산 수미봉과 사자봉 역시 그 모습을 쉽게 보여주질 않네요.
△ 가지산 방향 역시 구름으로 가려져 있어 아쉽습니다.
△ 등억리가 아래로 보이고 멀리 울산의 문수산, 남암산이 오똑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 배내봉 정상에서 바라본 잠시 후 가야할 능선길과 간월산 ~ 신불산 풍경...
한동안 지체하며 주위 풍경을 살펴본 후 다시 912봉을 향해 상쾌한 발걸음을 옮겨본다.
급할것도 없고 서두를 이유도 없이 그저 즐기며 푸른 초원을 만끽하자고 마음 먹으니 더욱 여유로운 발걸음이 되어 간다.
다만 이슬을 머금은 등로의 우거진 억새와 잡풀들이 내딛는 발걸음을 따라 물방울을 등로에 뿌리며 바지와 신발을 적시고 있어 조심스레 진행하니 쉽지 않은 종주 산행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짧은 순간일 뿐, 912봉 까지 이어지는 능선길에 피어있는 야생화에 눈이 꽂혀 옷이 적든말든 연신 사진에 담기 바쁘다. 다양한 종류의 우리네 들꽃들을 카메라에 그리고 두 눈에 담으며 보기만 해도 아찔한 저승골의 깎아지른 듯한 벼랑과 간월산과 신불산의 공룡능을 관망하며 걷는 등로는 '시간아 저만치 가거라~'며 다독거려 놓고 유유자적 유람하듯 산행을 이어간다.
△ 등골나물
△ 기름나물
△ 꽃며느리밥풀
△ 닭의장풀
△ 천길바위 갈림길인 912봉과 간월, 신불공룡능선이 조망이 됩니다.
△ 물양지꽃
△ 산박하
△ 조록싸리
△ '닭의장풀'이 무리지어 피어 있는 모습도 괜찮네요.
△ 절벽 끄트머리에 피어있는 '복분자꽃'
△ '산부추' 역시 벼랑 끝에 도도한 모습으로 피어있네요.
△ 천길바위 아래로 등억온천단지가 시원하게 펼쳐지는 모습입니다.
△ 가는장구채
놀며 쉬며 사진 찍고 진행하다 보니 산행 속도는 붙질 않는다. 그래도 완주할 수 있다는 자신만의 무언의 자신감이 있기에 서두를 필요는 없다.
우거진 잡풀을 헤치며 능선을 이어가니 간월산의 뾰족한 암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서 있고 그 봉우리 좌측으로 간월 공룡이 그 무서운 등뼈를 드러내며 너무나 당당한 모습으로 아침 햇살을 받아 산객을 유혹하고 있다.
간월굿당에서 출발하여 천길바위를 지나 올랐던 912봉 입구에서 젖은 몸을 말리러 나온 뱀 한 마리와 조우하게 되어 한동안 씨름을 해본다. 그냥 가면 될 일이었지만 호기심이 발동하여 카메라를 들이댄다. 망중한을 즐기며 몸을 말리던 뱀이나 무심코 지나치던 본인 또한 서로가 놀란 탓에 혀를 날름거리며 고개를 한껏 치켜든 채 빤히 쳐다보는 그 녀석을 사진 몇 장 담고서 스틱으로 툭툭 건드려 보았더니 상대가 강하다는 걸 알았는지 한번 대드는 것 같더니 이내 죽은 척 웅크린다. 스틱으로 등로 주변 숲으로 던져넣고서 가던 걸음 이어간다. 오늘같이 비가 내린 다음날엔 일광욕을 즐기러 나온 뱀이 많이 보여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은 날이다.
지나온 능선과 올라야 할 능선을 추억속에 담은 후 된비알 치고 한동안 오르니 좌측으로 간월굿당 하산 갈림길이 나타나고 그곳을 지나쳐 오르던 길 이어가니 드디어 두 개의 정상석이 반겨주는 간월산 정상(1068.8봉)에 도착하게 된다.(09:53)
△ 912봉에서 돌아본 지나온 등로 너머로 고헌산이 우뚝합니다.
△ 영알의 맏형 노릇을 하고 있는 가지산~운문산을 잇는 스카이라인도 그 헌걸찬 산세에 비해 상당히 부드러워 보입니다.
△ 잠시 능선길에 서서 간월서봉 너머 건너편에 위치한 재약산 마루금을 감상해 봅니다.
△ 모싯대
△ 산꿩의다리
△ 꽃며느리밥풀
△ 간월산(1,083m)
배내고개를 출발한지 2시간 30분 가까이 걸린 느림보 걸음이었지만 온갖 기화요초들을 만나며 지나온 행복한 산길이어서 그런지 전혀 지루하지 않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쏟아지는 땀 훔쳐가며 만난 간월산의 포근한 품에 안기는 순간이라 아침햇살도 유난히 밝게 빛나는 것 같다.
두개의 정상석 사이에서 다녀간 흔적 만들고 주변 경관을 맘껏 담고서 암봉을 돌아 유유자적 간월재로 향하니 지나온 912봉이 잡목사이로 우뚝 솟아 잘가라 손 흔들고 지리산 반야봉을 닮은 모습의 신불산이 더욱 거대한 모습으로 어서 오라 손짓하고 있다.
잠시 등로를 따라 진행하니 높은 하늘 아래 은빛 물결을 이루던 가을날의 억새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드넓은 초원 위에 파아란 양탄자를 깔아 놓은듯 푸른 억새잎이 온 세상을 파랗게 물들이고 있다.
계절의 변화에 따른 자연의 색 변화에 경외로움을 느끼며 잠시 더 진행하니 발 밑에 너무나 아름다운 간월재와 임도가 아침 일찍부터 찾아온 산꾼을 반기고 있다. 가을의 은빛 억새밭과 초봄의 갈색 들판을 보아왔던 모습이 푸르름으로 변해 맞이하는 이 순간 또 다른 새로운 풍경에 그저 벌어진 입 다물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 향로산(좌측)과 재약봉이 반겨주고 재약산 수미봉과 사자봉이 가까이 다가옵니다.
△ 능동산 너머로 좌측 북암산, 문바위로부터 운문산, 가지산 쌀바위까지 이어지는 시원스런 마루금입니다.
△ 마타리
△ 간월공룡의 모습입니다.
△ 무리지어 피어난 '산오이풀'
△ 보아도 보아도 질리지 않은 멋진 풍경 구경하는데 돈 드는 것도 아니고...
△ 옛날 아날로그 필름처럼 제한을 받는것도 아닌데...맘껏 즐기자구요...ㅎㅎㅎ ^^*
△ 간월재
간월재로 이어진 작은 암봉을 지나자 로프와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는 등로와 마주하고 발밑 저만치 헬기장과 그 옆으로 나무데크로 만든 전망대가 나타난다.
그곳에 들러 펼쳐지는 시원스런 전망을 맘껏 구경하고서 다시 나무 계단을 타고 이번에는 우측에 있는 나무데크로 만든 전망대에 들려 좀 더 가깝게 보이는 간월재를 담아본다. 그동안 홀로이거나 가족과 함께 몇 번 올랐던 이곳에서의 조망은 그야말로 일품이라 할수 있다.
배내고개에서 이곳까지 오는 동안 단 한명의 사람도 만난 적이 없었지만 간월재에는 차를 타고 올라온 사람들이 몇 명 보이기 시작한다. 똑같이 하얀 티셔츠를 입고 온 모양새를 보니 아마도 어느 단체에서 온 일행들인 모양이다.
다시 나무 계단 타고 조심하며 내려오니 드디어 간월재, 좌측 동해안쪽으로 홍류폭포 이정표가 가리키고 우측으로는 신불산 자연 휴양림 그리고 북쪽으로 간월산과 남쪽으로 신불산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 있다.
뜨거운 태양열이 가득 피어오르고 그 열기를 피해 잠시라도 몸을 숨기고픈 시간들, 어찌보면 이 한여름에 간월, 신불 그리고 영축산을 산행한다는 자체가 무모한 계획이였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나 와서 볼수 없는 광활한 푸른 초원이기에 그 나름의 산행에 대한 의미를 찾아본다.
나무벤취에 잠시 앉아 푸른 하늘 올려다보며 지난 추억 되새겨보고서 가져간 자두 한알 깨물어 보니 입안 가득 전해오는 상큼함에 마음마저 개운해진다.
△ 간월산 오름길을 다시 한번 조망하고서...
△ 간월재 돌탑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신불산을 향합니다.
△ 물레나물
△ 신불산 오름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간월재와 그 너머 산군(山群)들의 전경입니다.
다시 무거운 배낭 짊어메고 나무 데크를 벗어나 계단을 타고 오르니 자꾸 간월산과 간월재가 등줄기를 붙잡고 놔주질 않고 자주 뒤돌아 보며 떠나는 시간을 아쉬워 해 본다. 많은 사진으로 남기고 다시 굵은 땀방울 흘리며 가빠오는 숨결 몰아쉬니 나무계단이 끝나면서 좌측으로 홍류폭포 하산길이 나타나지만 위험 구간이라 등산로를 폐쇄한다는 안내표가 붙어 있다.
아쉬운 마음에 마지막으로 간월재와 간월산을 보고자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니 깨끗하고 광활한 대초원의 푸른 물결이 춤을 추고 있다.
지나온 등로가 한 눈에 펼쳐지고 능동산 너머 운문지맥길인 문바위에서 영알의 맹주 가지산과 상운산, 문복산으로 이어지는 하늘금이 파노라마를 이루고 있는 너무나 아름답고 환상적인 광경에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본다.
쉽게 볼 수 없는 황홀한 광경이기에 디카에 담은 후 거친 돌길따라 흘러내리는 전날 내린 빗물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등로를 이어가니 덩달아 거칠어지는 숨을 몰아쉬며 신불산 정상을 향해 줄기차게 걸음을 이어간다.
이어 앞이 훤히 트이는 삼거리가 나타나고 우측으로 파래소 폭포로 하산하는 갈림길에 도착한다.(11:17)
△ 빨치산지휘소로 해서 파래소폭포 가는 삼거리 이정표
△ 얼마 남지 않은 거리의 신불산이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합니다.
△ 영축산에서 특유의 뾰족한 모습인 죽바우등(투구봉)까지 가야할 등로가 한 눈에 조망이 됩니다.
그 우측 능선 저 멀리 그 옛날 빨치산 지휘소가 있던 969봉이 빛나는 햇살을 받아 너무나 깨끗한 자태를 드러내고 다시 한번 나도 품어 달라 조르고 있다.
이정표를 사진에 담고서 바로 앞쪽의 전망데크에 올라 멀리 보이는 가야할 영축산, 함박등, 죽바우등을 바라보며 전의를 다져보고서 동쪽 신불산 정상에 우뚝 솟아 있는 돌탑을 향해 진행한다.
조금 더 완만한 오르막 치고 오르니 거대한 돌탑이 서 있는 신불산 정상(1159.3m)이다.(11:28)
이곳에는 5군데의 신불산 정상을 알리는 이정표와 이정석이 있는데 그 첫번째가 돌탑 꼭대기에 작은 석판으로 정상을 알리는 정상석, 두번째는 거대한 영남알프스 조감도, 세번째는 석면 화강암 위에 그려 놓은 태극기 밑은 작은 신불산 정상 글씨, 네번째가 검은 석상에 큰 글씨로 정상을 알리는 정상석과 마지막으로는 신불재로 하산하는 길목에 서 있는 2000년도에 세운 거대한 신불산 이정석이다.
△ 신불산 정상
△ 신불산의 돌탑
△ 다시 만난 신불공룡능선(신불릿지)
△ 신불산 빗돌
△ 신불재와 다음 목적지인 영축산이 반겨주네요.
△ 파아란 억새 위로 유유히 흐르는 구름이 마냥 평화로워 보입니다.
△ 신불재
(← 삼남면 가천리, → 신불산휴양림)
동쪽으로는 우람한 신불공룡이 칼바위를 앞세워 산객을 부르고 있지만 오늘은 가야되는 길이 아니기에 가슴에만 묻어 본다.
다시 바위 능선을 타고 조금 내려오자 신불재로 향하는 나무 계단이 예쁘게 줄지어 나란히 서 있고 그 아래 신불재가 쉬어가라 부르고 있다.
이곳에서도 많은 사진을 남기고 천천히 여유롭게 내리막길 내려가 본다.
좌측 동해쪽으로 삼남면 가천리 하산길과 우측 서쪽으로 신불산 자연 휴양림 하산 이정표가 서 있고 넓은 나무데크 위에 잘 정돈된 많은 벤취에서 다시 쉬면서 이른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11:45)
준비해간 김밥과 얼린 수박을 내어놓고 비록 따가운 햇살이지만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온 세상을 파아란 물감으로 덧칠해 놓은 듯 푸르게 변한 산하를 음미하며 먹는 점심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즈음 신불산 내려올 때 만났던 젊은이를 다시 만나 남은 수박 내어놓고 권하니 스스럼없이 다가온다.
울산에서 직장 다니며 쉬는 날 산을 찾은 모양이다. 남김없이 비운 그릇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으며 챙겨넣고서 먼저 길을 떠난다.
신불평원쪽 능선을 바라보며 다시 나무 계단을 타고 드넓은 신불평원의 대초원을 만나기 위한 마지막 체력을 시험해 본다.
△ 신불재에서 바라본 신불공룡능선
△ 점심 요기를 마치고 영축산으로의 오름길을 이어갑니다.
△ 삼봉능선의 모습입니다.
△ 광활한 신불평원 억새군락지 뒤로 영축산이 손짓을 하며 유혹을 합니다.
이제 영축산은 단숨에 오를 것같은 착각이지만 거리가 말해주듯 생각만큼 선뜻 다가서지 않는다.
마지막 나무 계단을 타고 오르자 지나온 신불산이 또 다시 춤추는 안개의 춤사위에 덩달아 신이난 모습으로 흥을 돋구고 앞으로 가야 할 등로 위엔 너무나 광활한 억새 초원이 펼쳐지기 시작하고 막혔던 가슴이 탁 트이는 올 때마다 느끼는 너무나 멋지고 시원스런 광경이다.
보고 또 보고 찍고 또 찍어도 모자라고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깊게 남아 있는 억새평전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신불평원이다.
가을날 바람에 휘날리는 억새가 눈이 부실 만큼 만발할 때면 찾아오는 수많은 등산객들로 장관을 이루는 그 멋진 풍경을 머리속에 떠올리니 벌써부터 가슴 속 저 깊은 곳에서 잔잔한 흥분이 일어난다.
그 억새밭 저 편 너머로 긴 띠를 풀어놓은 듯한 석성터를 볼 수 있는데 임진왜란 당시 왜군의 북상을 저지하던 단조성(丹鳥城)이다.
이곳 지형이 단지모양을 이룬다 하여 단지성(丹之城)이라고도 하며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취서산고성(鷲棲山古城)으로 기록되어 있다. 당시 이 성을 지키던 의병들은 왜군의 기습을 받아 수많은 인명이 전사하였고 그들이 흘린 피가 못을 이룰 정도였다고 한다. 의병은 끝내 성을 내주고 최후의 항전을 벌였던 곳이 시살등이고 이 등성에 올라 활을 쏘았다고 하여 "시살등"이라 부르고 있다 한다. =출처:삼남면지=
잠시 더 진행하자 좌측으로 금강폭포 하산길이 희미하게 나 있지만 군 부대 명(命)으로 적힌 표지판 하나가 그 하산길을 막고 있다.
바로 에베로릿지로 내려서는 길이다. 저 아래 하산길에 군 사격장이 있으니 이곳으로의 하산은 금한다는 안내문이다.
다시 등로를 따라 눈길을 돌리니 동쪽은 삼남면 가천리 일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고 서쪽으로는 광활한 푸른 초원의 억새풀밭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다.
눈앞에 펼쳐진 대평원과 습지를 배경삼아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며 소중한 추억을 남기고 청수좌골 하산길이 열려있는 먼 옛날 국경을 맞대고 영토를 지키기 위해 치열한 다툼을 이어왔던 단조산성의 바위선을 바라보며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간다.
이제 남쪽 저 멀리 정상에 화살촉 모양을 한 거대 이정석을 품고 있는 영축산의 모습도 뚜렷이 나타나며 그 뒤로 오늘 올라야 할 아주 멋스런 암봉들이 줄지어 도열해 부르고 있다. 늘 동경해 오고 가보고 싶었던 암봉들이기에 더욱 쿵쾅거리는 가슴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다시 드넓은 신불평원을 가로질러 영축산 오름길로 달려간다.
△ 단조산성 너머로 가야할 함박등, 죽바우등이 조망이 됩니다.
△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은빛 억새의 향연을 기다리는 마음은 벌써 가을을 향해 달려 가고 있네요.
△ 개발나물
△ 드디어 도착하게 된 영축산 산정의 모습입니다.
△ 원추리
좁게 나 있는 등로 따라 오르니 서서히 암릉이 나타나며 영축산 정상부가 눈앞에 어른거린다.
암릉길에 다소곳이 홀로 피어있는 원추리를 사진에 담고서 우로 돌아 오르니 커다랗고 멋지게 생긴 정상석이 반겨주는 영축산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13:10)
요란스레 울려대는 소리통을 꺼내 장거리산행을 염려해주는 아내와의 통화를 끝내고 주위 산군들을 조망한 뒤 때마침 통도사 방향에서 올라온 산님에게 부탁하여 증명사진 한장 남겨본다. 다시 찾은 영축산 정상에서의 조망 또한 신불산의 그것에 못지않게 시원스럽기 그지없다.
가야할 함박등, 죽바우등, 시살등으로 이어지는 영축지맥 길과 서쪽 방향의 향로산에서 재약봉을 지나 재약산 수미봉과 사자봉으로 이어지는 영남 서알프스의 스카이라인이 펼쳐지고 그 우측 북쪽으로는 운문산과 가지산이 아득하고 지나온 신불산 앞자락엔 산악인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삼봉능선과 아리랑릿지가 푸르름속에 암릉의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신불재에서 잠시 만났던 젊은 산꾼과 다시 재회를 하고 건네오는 인사에 미소로 화답하며 통도사로 하산하는 산행이 안전하게 이어가길 바라는 덤담을 건네며 낙동정맥과의 이별을 하고서 이제부터 미답의 구간으로 남아 있던 영축지맥 암릉을 타고 시살등을 향해 진행해 본다.
△ 영축산 정상에서...
△ 가야할 영축지맥길입니다.
△ 지나온 신불산과 삼봉능선, 아리랑릿지가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 재약산 수미봉, 사자봉 우측으로 멀리 운문산과 가지산이 아련합니다.
△ 향로산에서 재약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을 다시 걷고픈 충동을 느끼게 합니다.
△ 정족산과 내원사가 있는 천성산 너머로 대운산도 조망이 되네요.
△ 통도사 비로암 갈림길이 있는 이정표
△ 멋진 암봉과 다시 한번 천성산을 담아봅니다.
잠시 영축산 정상에서 암릉을 타고 내려와 잡목 그늘로 들어서서 조금 더 진행하니 좌측으로 통도사 비로암 하산 갈림길에 이정표가 서 있고 시살등까지 약 3.9 Km의 거리가 남아 있다고 씌여있다.
아무리 준족이라도 저 거대 암봉을 넘어 약 4 Km를 가려면 족히 2시간은 넘게 걸릴만한 거리. 하지만 영축산 정상에서 만난 산객이 약 1시간이면 갈 수 있다는 잘못된 정보로 인해 마음의 긴장은 많이 해이해지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암봉이란 암봉은 모두 올라가며 진행하다 보니 많은 시간을 흘려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갈수 있는데까지 가보자는 마음이고 힘들면 중간에서라도 탈출하기로 마음먹은 터라 느긋하게 등로를 이어간다.
지나온 영축산의 풍만한 봉우리와 우측으로 깎인 듯한 절벽이 묘한 흥분을 일으키며 가을의 억새를 노래해 주고 그 봉우리와 연결된 푸른 초원속 등로가 저 멀리 신불을 지나 간월산으로 이어지며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해 준다.
앞으로 지나야 할 구간을 바라보면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거대 암릉이 자리잡고 평범한 능선에서 오는 지루함을 한꺼번에 날려 버리려는듯 아기자기한 산행의 묘미를 불어 넣어주고 있다.
한참동안 멋진 전경들을 추억으로 남기고 가슴으로 그 많은 아름다운 조망을 담으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옮겨 내려오면 이번에는 원시림 같은 풍요로운 등로가 그늘을 만들며 붉게 상기된 얼굴을 식혀주고 있다.
다시 앞에 서 있는 거대 암봉에 올라 다녀간 발자취를 남기고 내려갔다 올라오기를 세번째, 정확한 봉우리 이름이나 알아보고자 산행지도를 꺼내 확인하니 아직도 함박등에 도착하지 못하고 앞으로 올라야 할 봉우리 세개가 차례로 함박등과 채이등 그리고 죽바우등(투구봉)임을 알게 된다.
다만 죽바우등에 가려 보이지 않는 시살등의 모습을 마음으로 그리며 다시 가던 걸음 부지런히 진행해 나간다.
△ 청수좌골 갈림 삼거리 이정표
△ 지나온 등로를 되돌아 보면서...
△ 함박등 뒤로 채이등, 죽바우등이 차례로 다가옵니다.
△ 벼랑 끝에 피어난 비비추를 보니 그냥 갈수 없었네요.
△ 함박등에서 되돌아 본 지나온 암릉길
등로 좌측 아래 동쪽 방향으로 언양 신시가지가 곧게 뻗은 도로를 뒤편에 두고 놓여있고 뜨거운 한여름 태양열기를 식혀 주려는듯 이곳 저곳 이름모를 저수지가 산재해 있다.
남동쪽으로는 양산 시가지가 박무속에 가물거리는 모습을 드러내고 언양과 양산 사이에 많은 암자들이 자리잡아 이곳이 얼마나 산세가 험하고 불심을 기르는데 안성맞춤인지 알려준다.
그 중에 대표적인 사찰인 불보종찰 통도사의 수많은 건물들이 산상에서 내려다 보는 산꾼의 마음을 평정시키며 무탈한 산행을 빌어주는 듯 하다.
함박등과 채이등 그리고 죽바우등을 가기 위해 앞선 세개의 암봉이 시험을 치르듯 앞을 가로막고 나를 넘어야 저 아름다운 암릉을 탈 수 있다며 시위를 하는 듯하다.
한 봉우리 넘으며 우회길이 있지만 언제 다시 오를수 있을지 기약없는 등로이기에 가파른 된비알 올라 모든 봉우리에 발자국을 남기기로 해 본다.
하나의 봉우리에 올라 사방을 살펴보니 일망무제, 거칠것 없는 조망이 지금껏 쉼없이 걸어온 산꾼의 정성이 갸륵한지 보상이라도 해주듯 드넓게 펼쳐지고 건너편 정족산과 천성산이 길게 드러 누워있고 그너머 대운산도 조망이 된다. 또한 부산의 금정산도 저 멀리서 희미하게나마 그 자태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이제 함박등을 눈앞에 두고 우측으로 청수골산장으로 이어지는 청수좌골과 좌측으로 백운암 하산길을 지나 암릉을 타고 오르니 오늘 오르는 첫번째 암릉 함박등 정상이다.(14:28)
지나온 푸른 초원과 암릉들이 병풍처럼 길게 늘어져 이어져 있고 올라야 할 투구봉(죽바우등)이 특이한 투구모양으로 찾아온 산꾼을 압도하고 있다.
자세히 등로를 살펴보면 우측 서쪽으로는 완만한 산세가 이어지며 푸른 초원과 전형적인 육산의 형태를 보이다가도 이 등로를 따라 좌측 동쪽을 바라보면 깎아지른 절벽이 금새라도 암봉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위압감을 주고 있다.
△ 함박등의 기암
△ 함박등 내림길에서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암릉길이 멋져 다시 한번 담아봅니다.
△ 함박재
△ 채이등 갈림길
(← 죽바우등, 시살등, 오룡산. → 청수골 중앙능선)
△ 드디어 눈 앞에 나타난 죽바우등(투구봉)
다시 많은 사진 남기며 쉬었다 그 암봉 내려가니 이정표가 하나 서 있는 함박재에 도착한다.(14:38)
좌측으로 백운암 가는 하산 갈림길이 보이고 시살등까지는 아직도 2.0 Km가 남아 있다는 이정표이다.
암봉을 S자 라인으로 오르듯 돌고 돌아 오르니 채이등에 안착하고 그곳 정상에서 다시 내려와 등로를 10분 가량 이어가니 목재 이정표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삼거리에 도착하게 되는데 근처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플래카드에는 오룡산 가는 방향을 좌측으로 안내하고 있다.
좌측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가야하니 우측 길은 물어보나마나 청수골중앙능선이리라.
우측으로 청수중앙능선이 저 멀리 청수산장쪽으로 이어지고 좌측으로는 절벽 낭떠러지 저 멀리 제각각 특이한 모양을 한 수많은 암봉들이 예쁘게 치장하고 찾아온 산꾼을 맞이하고 있다.
드넓은 초원을 지나 원시림 같은 나무 그늘 그리고 간간이 나타나는 아름다운 암봉들, 아마도 지금까지 다녔던 산행 중에 가장 완벽하게 산행의 묘미를 살려주는 등로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불러 일으키는 산행이다.
△ 죽바우등을 오르는 암릉에서...
△ 죽바우등(투구봉)에서 바라본 지나온 등로
다시 조심스럽게 우측으로 잠시 우회하다 투구봉 바로 밑에서 암릉을 따라 오르니 절벽 끝을 손으로 잡고 천길 낭떠러지인 바위 난간을 따라 걷노라니 오금이 다 저려온다. 아래를 내려다 볼 엄두는 꿈도 못 꿀 일이라 떨리는 두 다리를 후들거리며 올라선 산정에는 그저 거대 투구봉을 앉혀 놓은 넓찍한 터가 보이고 여느 산 정상처럼 멋진 조망을 선물하고 있다.
전국에는 산도 많고 산에 오르는 중간에 위치한 봉도 많은데 이곳의 높은 봉우리는 모두가 등(登-오를 등)으로 되어있다. 함박등, 채이등, 죽바우등, 시살등으로 이어진다. 이곳 등(登)의 지형 특징은 능선에서 바위나 언덕으로 조금 높아 보이는 곳이다.
죽바우등은 큰 바위 덩어리로 되어 바위를 우회전하여 오르는 곳을 찾아야 오를 수 있다.
대도시 근교 산이었다면 저 투구바위에도 수많은 산객들의 손때가 묻어 있는 릿지코스가 되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그래도 사람 손 하나 허락하지 않은 이 투구봉의 자연미에 감사하는 고개를 숙인 뒤 암릉을 타고 오르니 다시 온 세상이 열리며 보이는 모든 사물이 이 발 아래 놓여 있다.
시원하게 불어주는 바람이 있는 죽바우등 정상.(15:08) 세상을 향해 가슴으로 외쳐보며 잠시 사색에 잠긴 후 허기를 달래기 위한 간식을 준비한다.
저 멀리 가야 할 시살등과 오룡산의 봉우리들이 톱날을 거꾸로 세워 놓은듯 장쾌하게 서 있고 그 위에 비추는 햇살에 반사되어 더욱 멋스런 능선으로 각인시켜 주고 있다.
시살등까지는 어림잡아 20여분의 시간이면 족할 거리, 조심스레 투구봉을 내려와 나무 그늘 등로를 타고 그저 밋밋한 산행을 이어나가 진행하니 스텐기둥만 덩그러니 서있고 행선지를 가리키는 스텐판은 땅에 떨어져 있지만 그나마 누군가 제각각 방향에 맞춰 놓아두어 알아볼 수 있게끔 해놓은 갈림길에 당도하여 가만히 살펴보니 영축산에서 3.6 Km 지난 지점인 소위 한피기고개에 당도하게 된다.(15:28)
청수골에서 양산으로 넘어가는 고개인데 높기도 높거니와 거리도 멀어 옛날 이 고개를 넘는 이의 피맺힌 한이 서려있는 고개가 아닌가 싶다.
한피기고개에서 이제 시살등까지는 약 300여 미터, 잡풀이 등로를 덮고 있는 좁은 길을 따라 완만한 능선을 오르니 드디어 오늘 마지막 봉우리 시살등에 안착한다.(15:36)
△ 일망무제의 조망을 보여주는 죽바우등에서의 전경
(재약산 수미봉, 사자봉, 운문산, 가지산이 아련히 조망이 됩니다.)
△ 우측 끄트머리에 시살등이 보이고 영축지맥의 한 축인 오룡산이 멀리 조망이 되네요.
△ 한피기고개
(← 통도사 자장암, ↑ 시살등, 오룡산, → 배내골 청수우골)
△ 시살등(981m) 정상
△ 마지막으로 재약산 방향을 한번 더 잡아봅니다.
△ '지율스님'의 도룡농이 생각나는 천성산을 다시금 바라봅니다.
△ 한피기고개로 되돌아와 배내골로 하산길로 접어듭니다.
시살등 정상에서 다녀간 흔적을 남기고 주변 풍광을 돌아보니 사방 탁 트인 전망에 꽤나 멀리 왔는지 영알의 고봉들이 한층 더 멀어져 있다. 그 대신 재약봉과 향로산이 가까워져 있고 동쪽 방향의 천성산이 손에 잡힐 듯 다가와 있다. 남쪽으로 솟아있는 오룡산의 준봉들을 따라 가고 싶지만 시간상으로 맞지 않을 것 같아 하산길로 접어든다.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가 한피기고개에서 사진 한장 더 담은 후 길고도 먼 청수골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15:45)
약 1시간 40여분 정도 걸린 하산길이 경사도는 그리 심하지 않으나 돌밭길에다 길고도 지루한 길이라 발목과 무릎에 약간의 무리가 오는 것 같아 지금까지의 산행보다도 더 많은 수고와 힘이 들어 감을 느낀다.
그래도 쉬엄 쉬엄 내려오니 청아한 계곡 물소리가 들려오고 내려갈수록 물소리는 요란스러워지기 시작하니 작은 징검다리가 놓여져 있는 계류에서 체면불구하고 윗통 벗어제친 후 머리도 감으며 세수를 해 본다. 전해져오는 차가운 기운에 온 몸이 짜릿할 정도로 차가운 물이라 정신이 번쩍 든다. 빗물처럼 흐르던 땀과 온 몸을 뒤덮던 열기가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등로를 이어갈수록 이내 몸은 더워지기 시작한다. 작은 무명폭포라도 만날라치면 등로를 이탈하여 어김없이 카메라를 들이대며 하산을 하니 시간은 자꾸 지체되어만 가고 가도가도 끝이 없는 하산길이 지루하다고 느낄 때쯤 작은 소가 있는 계곡으로 달려가 한여름 찜통 더위보다 더 뜨거워진 발을 시원한 계곡물에 담궈본다.
이 시간 오후 4시 25분. 이곳에서 알탕이라도 하고픈 마음 간절했지만 내려가야할 길이 아직도 만만치 않은 거리이기에 꾹 참고 단지 계곡물을 받아 얼굴과 손이 닿는 부분만 축여본다. 그래도 이 깨끗하고 시원한 계곡물에 발이라도 담그고 나니 좀 살것 같다는 생각이다.
△ 전날 내린 비에 불어난 계곡물이 골짝마다 흘러내려 쉴새 없이 꿈틀대며 고함치며 흐르고 있네요.
△ 바위들이 모인 틈바구니 속을 하얀 물줄기 굽이굽이 휘감고 돌아 초록과 조화를 이루며...
△ 조용히 잠자던 청수골 숲속의 정적을 깨우며 우렁차게 흐르고... 힘차게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 굽이굽이 돌고 돌아 맑은 물줄기 굽이치며 어지럽게 흐르니 물소리 요란합니다.
△ 흐르는 물소리에 지친 심신 달래며 쉼없이 내림길을 이으니...
△ 넓은 계류의 물줄기가 유유히 흐르는 모습에 한층 정겹게 느껴집니다.
청수골 골짝골짝마다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물이 합류가 되어 더 큰 물길을 이루며 내려오던 계곡물은 점점 더 큰 소리를 내며 빠른 속도로 산 아래로 내려보내고 있다. 그에 따라 골짜기는 더 깊어지고 등로와는 멀어지기 시작하니 벌써 계류와의 거리는 80여 미터는 족히 넘어 보인다. 저만치 아래로 굉음을 울려대며 과속 질주하는 계곡물을 구경하면서 막바지 하산길을 이어가니 그나마 지루함이 덜해져 속도도 조금은 빨라진다.
그렇게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음악이라 생각하고 즐기며 내려가다 보니 큰 계류에 당도하게 되고 건너편에 건물이 보이는걸 보니 이제 다온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수량이 많은 계류를 조심스레 돌다리를 건너 평평한 바위에 걸터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며 세수를 하고서 하나 남은 굵은 자두로 입을 즐겁게 한다.
건물 주변으로 철조망을 쳐놓아 안으로 바로 진입은 되지않아 철조망을 따라 올라서니 청수좌,우골을 알리는 낡은 간판이 나타나고 좌측으로 나있는 시그널을 따라 진행하니 계속 이어지는 철조망 길이다. 건물은 자그마한 암자인 것 같은데 등산객들의 출입을 막으려고 철조망을 쳐 놓은 것 같다.
△ 차단기 좌측 옹벽 오름길이 들머리입니다.(시그널 有)
△ 청수골산장
(파래소폭포는 좌측 휴양림 방향, 청수좌,우골과 중앙능선은 산장 안으로 진입해야 합니다.)
△ 길가의 벌개미취가 먼길 걸어온 산꾼을 반겨줍니다.
좁은 등로를 빠져나와 진행하니 낯익은 청수골산장이 나타나고 산장을 통과하니 휴가를 왔는지 수명의 피서객들이 음악을 틀어놓고 유흥을 즐기고 있다.
산장을 빠져나와(17:17) 주변 풍광을 몇 장 담은 후 10여분 가량 걸어서 파레소유스호스텔을 지나 많은 물이 흘러내려 가고있는 단양천을 건너 69번 지방도에 올라서니 시간은 17시 32분. 입구에 있는 종점상회에 들러 버스 시간을 물으니 막차가 10여분 전에 이미 출발했다고 한다.
아뿔싸! 차 시간을 잘못 알고 있었으니 이 노릇을 어이할꼬... 하산길을 조금 더 서둘렀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배어 든다.
배내고개까지 족히 6km는 될터이고 게다가 오름길이라 다리에 힘이 쭉 빠진다. 택시비는 얼마 정도 되느냐고 물으니 삼만원이라고 한다. 워매 징한거...
할수 없이 히치라도 할 요량으로 지나가는 차에다 대고 손을 들어보니 다들 그냥 지나쳐 버린다. 터벅터벅 아스팔트 길을 걸어 오르며 지나가는 차에게 손짓을 하니 차 한대가 멈춰서길래 배내고개까지만 좀 태워달라고 하니 타라고 한다. 부녀지간인 듯 다정한 모습에 우리 딸내미가 생각나고 오가는 대화를 미소를 머금은 채 들으며 오름길을 올라가니 어느 덧 배내고개에 당도하게 되고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작별을 하고서 주차해둔 애마에 몸을 싣는다.
지루하고 길었던 하산길에 발목이 조금 시큰거려와 슬리퍼로 갈아신고 물이 잔뜩 배인 복숭아 한알 베어물며 배내고개를 내려와 석남사를 지나 경주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금 오늘 걸었던 간월, 신불, 영축산 마루금을 올려다보면서 꽤 길었던 산행이었지만 언제 보아도 시원스럽고 멋들어진 영남알프스의 풍경을 감상한 것만으로도 행복한 감정을 충분히 챙긴 아주 유익한 산으로의 나들이었다고 할수 있다.
끝으로 다시 한번 차를 태워준 이름모를 고마운 분께 감사한 마음 담아서 부디 성불(成佛)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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