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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잡으러 설악으로 떠난 세 남자의 산행 이야기 - 2 본문

◈ 산행이야기/☆ 2010년도 산행

공룡잡으러 설악으로 떠난 세 남자의 산행 이야기 - 2

해와달^^* 2010. 10. 13. 01:21

☆ 설악산의 척추격인 공룡능선

 

공룡능선은 자체의 아름다움이 일품인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공룡의 기괴한 등뼈를 연상시키듯 험봉이 줄기차게 솟아 이어져 있는 설악산 최대의 암릉으로서 산행하는 이를 압도하고도 남는다. 
공룡능선은 기묘한 암봉들이 용트림 하듯 화강암 봉우리들로 내설악과 외설악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공룡능선의 가파른 등줄기는 빼어난 경관이 밀접한 대표적 능선이다.
천화대와 일곱봉우리 칠형제봉이 천불동을 향해 내리꽂혀 있고 설악골, 잦은 바위골 등 깊은 계류를 형성하고 있다.

설악산의 척추격인 공룡능선은 내·외설악의 면면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로 손꼽힌다.
서쪽으로는 용아장성의 기암연봉이 뒤따르며 공룡능선에서의 발걸음을 제왕의 그것처럼 장엄하게 만든다. 
공룡능선 산행은 많은 체력이 필요하고 겨울등반 때는 길을 잃기 쉬운 전문코스로 계절의 매력을 더한다.
공룡능선의 별미는 1275봉을 지나 연거퍼 오르내리며 닿는 1184봉에서 조망이나 이곳에서 지나온 능선을 뒤돌아보면 하늘에 걸린 마등령이 시야를 가로 막는데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새벽 3시 30분에 맞춰놓은 알람에도 아랑곳 없이 시간마다 눈이 뜨여지는게 여간 신경이 쓰이는게 아니다. 험하기로 소문난 설악의 공룡을 잡으러 가야 하는데 혹여 부족한 잠이 방해가 되지는 않을런지 은근히 걱정이다. 게다가 대피소에 뒤섞여 자다보니 코 고는 소리에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어 눈이 따가울 지경이다.

그렇다고 동료들에게 내색을 할 수는 없는 일. 알람이 울리자마자 다른 사람들이 깰새라 부랴부랴 끄고 살그머니 일어나 동료들과 공룡능선을 함께 산행할 '준석'님 친구와 그 동료들도 깨워서 산행 준비하라고 독려한다.

살그머니 대피소를 빠져나와  신발끈을 조여매고 허리를 펴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칠흑같은 어둠에 어젯밤 그렇게도 많던 별이 보이질 않는다.

아마도 구름이 짙게 깔린 흐린 날씨인가 보다. 희운각대피소에서 아침을 챙겨먹고 신선대에서 일출을 보고자했던 계획이 차질을 빚게되니 한쪽 어깨가 내려앉는다.

하지만 가야할 목적은 분명하니 마음 다잡아 먹고 외로운 불빛 하나 반짝이는 적막감이 가득한 대피소를 사진에 담는 것으로 작별을 고하며 소청봉 방향으로 헤드랜턴의 불빛에 의지한 채 발걸음을 옮긴다.(04:00)

 

△ 소청 갈림 이정표

△ 희운각대피소에서의 아침 식사

(자연송이의 향긋한 냄새를 음미하며 먹는 라면 맛이 일품이었답니다.)

△ 응급환자 항공기 수송을 위한 시설이라고 하네요.

△ 무너미고개 이정표(공룡능선의 들머리입니다.)

 

한시간 가량 어둠을 뚫고 바윗길에 내림길 경사가 심한 등로를 내려와 희운각대피소에 당도하니 아직 불빛 하나없는 짙은 어둠속이다.

버너와 코펠을 꺼내 물을 끓여 햇반과 라면을 넣고 보글보글 끓이다 엊저녁에 '준석'님 친구로부터 얻은 자연산 송이를 꺼내 함께 끓여내 맛을 보니 걸죽한 국물에 맛이 그저 그만이다. 싸늘한 새벽공기에 한기가 들었지만 뜨거운 라면 국물에 금새 온 몸이 덮혀온다.

김치를 곁들여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서 커피까지 챙겨먹고 시간을 죽이다보니 어느새 1시간이나 지나버렸다.

짙은 안개가 자욱해 일출을 보는 것은 애시당초 포기한 일이라 자꾸 밍기적거리다 보니 시간은 저만치 가버린 버스처럼 훌쩍 지나가 있다.

갈길이 멀기에... 험준하다고 소문이 난 탓에 지레 겁을 먹고 잔뜩 긴장을 했으니 스틱은 아예 배낭에 꽂아놓고 무너미고개를 향해 출발한다.(06:10)

△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공룡릉으로 빠져 들어갑니다.

△ 가파른 암릉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공룡 사냥길이 시작되네요.

△ 이 지점에서 바라보는 대청,중청,소청봉의 전경이 일품인데 짙은 운무로 인해 분간이 가질 않네요.

 

4분만에 도착한 무너미고개에서 그동안 설악산을 찾을 때면 어김없이 찾았던 천불동계곡 방향을 버리고 좌측 공룡능선, 마등령 방향으로 새벽공기를 가르며 들어선다.

잠시 평지성 등로를 이어가나 싶더니 앞을 가로막는 암릉을 쇠줄로 된 난간을 붙잡고 올라서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많은 양이 아니라 개의치 않고 그냥 진행해 나가기로 한다.

희미하게나마 밝아오는 새벽 등로에 내리는 비로 인해 설악산의 척추 같은 존재인 공룡능선의 멋진 조망을 볼수 없다는 사실에 내딛는 발걸음은 왠지모를 섭섭함에 무거워져 온다.

외설악과 내설악을 나누는 기준인 동시에 속초시와 인제군의 경계를 이루는 공룡능선!

마치 공룡의 기괴한 등뼈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어쩌면 오각형의 등뼈가 인상 깊었던 스테고사우루스를 연상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희운각대피소의 무너미고개는 공룡능선을 타기위한 시작점이자 종점이 되는, 기준점 같은 곳으로 어찌 보면 오늘 산행의 진정한 시작은 이제부터인 셈이다.

함께한 동료에게 폐는 끼치지 않아야 할텐데 하는 걱정이 앞서지만 산이 갖고 있는 우직함과 성실함, 꾸준히만 오르면 어떤 산이든 오를 수 있다는 점 역시 잘 알고 있었기에 산행 경험이 훨씬 더 많은 동료들과 함께 즐겁게 산행준비를 할 수 있었다.

 

△ 비록 우중산행이지만 아름답게 물든 단풍을 배경으로 사진 한장쯤은 남겨야겠지요.

△ 비와 안개와 기암이 어우러져 신비감이 들 정도의 등로에 자꾸만 카메라를 들이대 봅니다.

 

 

신선대에 당도할 즈음 어제 함께 오색에서부터 산님을 다시 만나 반갑게 인사부터 나눈다. 홀로 산행을 온 턱수염이 멋지고 풍채 듬직한 분이라 멀리서도 금새 알아볼 정도다. 느릿느릿 쉬어가며 즐기며 가는 산행인듯 하여 무척이나 부러운 마음이 든다. 혼자 멀리 떠날 수 있는 용기 또한 경의를 보내고픈 마음이다.

신선대에서 주변 경관을 안내하는 커다란 안내판을 보면서 방향을 가늠해 보지만 짙은 안개로 인해 시계 제로인 상태라 아쉬운 마음은 커져만 간다.

어제 대청봉을 오를 때와는 판이한 상황이라 아마도 공룡의 등뼈를 지날 때마다 진한 아쉬움을 계속 느끼게 되리라.

심한 오르내림을 열 번은 해야 마등령에 당도할 수 있다는 말에 전의를 불태우며 첫번째 내림길을 이어간다.

 

△ 하늘을 향해 오르듯 암벽을 힘차게 올라서니

△ 거대한 바위들의 전시장이 열리고 있었네요.

 

△ 공룡의 등뼈를 가장 닮은 듯한 바위의 위용에 자꾸만 눈이 가네요.

△ 곱게 물든 빨간 단풍을 보면 힘들게 올라온 보상을 받는 듯 합니다.

△ 기묘한 바위와 짙은 운무와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 비가 내려 미끄러운 암릉을 쇠줄에 의지한 채 조심스레 올라야 합니다.

△ 거대한 암봉을 만날 때마다 시선은 그대로 멈춰버리고 셔터는 저절로 눌러집니다.

 

비록 용아장성릉이나 범봉, 울산바위도 보이지 않는 미로속의 행군이지만 눈 앞에 나타나는 공룡능의 기암들의 위세에 작은 위안을 삼고 가뿐 숨을 몰아쉬며 오르고 또 오른다. 빗방울은 점점 굵어지고 공룡의 등뼈를 걸어가는 등로는 험해지지만 마등령을 향해 진군을 계속해 나간다.

반대편 마등령에서 공룡능선을 타고 오는 산님들과 교행을 할때 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반가운 인사와 함께 안전산행을 기원하는 덕담도 나누며 격려성 멘트를 건넨다. 기상청 예보를 철석같이 믿었던 탓에 배낭 무게를 줄여보려고 우의를 챙겨오지 않아 고어텍스 자켓만을 걸쳐입고 걸어보지만 끊임없이 내리는 빗방울에 송골송골 맺힌 이마의 땀방울과 범벅이 되어 급격한 오르내림이 심한 등로에 불편함이 가중된다.

△ 웅장한 바위군을 올려다보며 정신없이 넋을 놓고 있는 모습들입니다.

 

 

 

△ 짙은 운무속에서도 아름답게 물든 단풍이 보기에 좋은데 맑은 날이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 기암과 어우러진 만산홍엽을 머리속에 그려가며 걷는 발걸음이 웬지 무겁게만 느껴집니다.

 

△ 비가 오지 않는다면 봉우리마다 올라가 사방 둘러보며

△ 천하절경을 굽어보는 신선놀음을 즐길수 있을텐데...

△ 덕을 많이 베풀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내년 다시 찾을 때까지 복 많이 지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 오세암 갈림 이정표

 

 

육중한 몸매를 드러내는 이름모를 암봉들의 웅장한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니 맑은 날씨에는 더 말할 나위 없을 정도임은 불문가지리라.

방수 팩도 빠트리고 가져오질 않아 똑딱이를 우중에도 셔터를 눌러대니 LCD에 물이 들어갔는지 화면이 흐릿해져 온다.

그렇다고 사진으로 남기지 않을 수 없는 일이라 이곳저곳을 담느라 혼자 바쁘기만 하다.

다행히 동료들이 앞서 나가지 않고 사진 찍기를 기다려주고 또한 앞서나가다 처진다 싶으면 먼저 길을 내어주는 세심한 배려에 셋이 돌똘 뭉쳐 한치의 틈새도 없는 팀웍을 이뤄 공룡의 심장부를 헤쳐 나간다.

하지만 설악산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죽어도 준치라 하지 않던가.
한고비를 넘었다고 해서 모든 길이 수월해질 수는 없는 법. 또다른 오름길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렇게 굽이굽이 고갯길을 오르내리며 걷다보니 1,275봉 안부에 당도하게 되고 잠시 쉬면서 준비해간 행동식을 꺼내 나눠먹고서 마등령을 향해 마지막 오름짓을 해본다. 이윽고 오세암 갈림 삼거리가 나타나고(10:04) 이어 10분 후에는 공룡능선의 또다른 시작점이자 종점인 마등령에 당도하게 된다.(10:14)

△ 마등령 정상

△ 목재데크를 내려가 본격적인 하산길로 접어듭니다.

 

 

공룡의 등뼈를 닮아 공룡능선이라 불리워지는 설악산 희운각에서 마등령까지의 암릉길을 네시간에 걸쳐 무사히 돌파하고 도착한 마등령 정상에서의 기분은 지금부터 시작될 비선대까지의 쏟아지는 내림길을 걱정할 겨를이 없이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가슴 가득 벅차오르는 희열로 가득하다.

가을날 내리는 비에 기온도 떨어지고 체온마저 내려갈 날씨지만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은 그 양을 가늠할 수 없었고 배낭을 짊어진 등허리는 축축함을 넘어 따뜻한 온기를 내뿜고 있었다.

깊은 심호흡으로 기운 한번 차려보고 눈앞에 나타난 계단을 내려서며 스틱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는 설악의 단풍을 눈요기하면서...

△ 짙은 운무속에서도 아랑곳없이 우뚝 솟아있는 암봉의 위용이 참으로 대단해 보입니다.

 

△ 다음 주가 아마도 이곳 공룡능선의 단풍이 절정기가 아닌가 싶네요.

△ 아름다운 산하를 형형색색으로 물든 가을의 상징인 단풍이 쉼없는 하산길에 크나큰 위안이 되어 주네요.

△ 샘터 이정표

(비가 오는 관계로 생수 맛보는 것은 사양합니다.)

△ 암봉과 단풍

 

 

 

 

오르내림의 큰 차이가 없는 내림길을 걷노라니 한결 발걸음이 수월하지만 내리는 비는 그칠 줄 모른다.

똑딱이의 LCD는 이미 습기로 가득차 물체의 구분이 힘들 정도지만 서비스센터에 맡길 각오를 하고 부지런히 사진에 담는다.

희운각에서 함께 출발했던 '준석'님의 친구와 그 동료들은 이미 한참 처진데다 비가 계속 내리는 가운데 마냥 기다리기가 뭣해 비선대에서 올라오는 산님에게 일행들 인상착의를 설명하고 먼저 하산하니 조심해서 내려오라는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일행 중에 다리가 불편하여 내리막 길에 부담을 가진 분이 있어 속도가 늦어진 탓이다. 세존봉의 멋진 모습을 올려다보며 감탄을 하고 이름모를 기암들이 눈 앞에 다가오면 어김없이 카메라를 들이대며 등산화 속으로 물이 들어와 양말을 적시는 줄도 모르도록 쉼없이 내림길을 이어가는 동안  등로 주변을 수놓고 있는 만산홍엽의 단풍이 다채로운 모습으로 최면이라도 거는 듯 나의 시선을 자꾸 끌어당긴다.

가파른 오름길의 연속이었던 공룡능의 급한 불은 한풀 꺾었지만 세존봉을 지나 금강굴로 향한 내림길 역시 만만치 않았다. 비록 무릎보호대와 스틱에 의지하는 하산길이지만 다리에 쌓인 피곤과 층층이 쌓인 허기는 내 발걸음은 더욱 잡아끌어 당기고 있다.

△ 공룡능선을 종주한 산님들의 산행기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기암괴석들인데 오늘의 모습은 이러하니 착잡합니다.

 

△ 금강굴 입구 이정표

 

남은 과일과 행동식인 떡으로 요기를 해가며 걷고 쉬기를 반복하며 기나긴 걸음을 옮긴다. 금강굴 입구에 당도하여 올라볼까 잠시 망설여보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비선대를 향한 걸음을 계속해 나간다.

계곡이 가까워지는 탓인지 물소리가 제법 크게 들려오고 금강굴을 찾으러 올라오는 운동화 차림의 관광객들이 헉헉거리며 금강굴까지의 시간을 물어온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된다고 하니 역시 산악인들은 못 믿겠단다. 하나같이 5분 만났다고 그러더란다. 유쾌한 웃음을 터트리며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인사를 건네고 돌아서는 얼굴엔 빙그레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점점 물소리가 크게 들려오니 비선대가 가까워진 모양이다. 돌계단을 따라 흘러내리는 작은 물줄기는 아래로 흘러내려 돌틈 사이를 돌아 계곡으로 쉼없이 흘러 내리고 있다.

여기서 시작된 몇 방울의 물이 모여 시내, 계곡, 바다를 이루리라. 소소한 일상의 위대함이랄까.
터무니없이 작아 보이는 물방울이 모여 산을 찾는 이들의 목을 축이고, 백두대간의 수목을 우거지게 한다. 그리고 바다로 흘러 우리 생명의 근원을 이루었다.

얼마 남지 않은 물을 들이키니 목구멍을 넘어 나에게 흘러든 생명수는 전신을 흐르며 세포를 일깨운다.

비선대 입산통제소에 당도하여 천불봉 갈림 이정표를 사진에 담고 다리를 건너 비선대휴게소로 걸음을 옮겨 휴게소 한가운데를 관통해 지나와 소공원을 향해 막바지 등로를 잇기 위해 내딛는 발걸음에 마지막 힘을 불어넣는다.

△ 마등령, 천불동계곡 합류지점

 

△ 천불동계곡

△ 천불동계곡 비선대의 삼형제봉

△ 비선대(飛仙臺)의 청류(流)

 

△ 소공원을 향해 막바지 산행을 잇고 있는 오늘의 주인공들입니다.

△ 잠수교를 지나 삼림욕하기 좋은 산책로가 신흥사 입구까지 이어집니다.

△ 운무 가득한 권금성에 케이블카는 운행이 되고 있네요.

△ 신흥사 통일대불

△ 설악산 신흥사 일주문

△ 소공원에 당도하며 설악산 공룡능선 종주산행을 무사히 마무리합니다.

 

'비선대', '와선대' 수학여행 때부터 접해왔던 친숙한 이름의 절경들은 그동안 몇 차례 설악을 찾으며 눈요기를 해온데다 굵어지는 빗줄기에 하늘을 향해 올려다 볼 엄두가 나질 않아 빠른 걸음으로 소공원으로 향한다.

잠수교를 지나 되돌아 본 운무 가득한 천불동의 암봉이 신비롭게 보여 사진 한장 담는 것으로 실질적인 산행을 마무리 하고서 산책로 같은 숲길을 승리의 감흥을 가득 느끼며 개선장군처럼 보무도 당당히 걸어 내려간다.

몰골은 비에 젖은 새앙쥐마냥 후줄근하지만 내딛는 걸음마다 힘이 넘쳐난다.

비록 우중의 산행이라 비경중의 비경이라 일컬어지는 공룡능선에서의 풍광을 제대로 구경조차 못한 산길이었지만 등락이 심한 등로를 탈없이 완주한 오늘의 땀과 노력은 결코 헛수고는 아닌 셈이다.
앞으로도 어려움은 많겠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잘해 내리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세상으로 돌아가자.
뒤로 보이는 풍경만이 모두가 아니듯 더 높은 곳을 찾아, 더 먼 곳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길을 떠나기 위해 일상으로 돌아가리라.
모든 길에는 마침표가 있겠지만 거기엔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 있었기에 통일대불을 참배하고 신흥사 일주문을 지나 소공원광장을 빠져 나와 서로에게 수고했다는 덕담을 나누며 애마가 기다리고 있는 속초시외버스터미널로 우리를 태우고 갈 버스에 몸을 싣고 "내년에 꼭 다시오마"며 설악산과의 아쉬운 작별을 한다.

속초 시내를 다니며 어렵사리 찾은 사우나에 들러 따뜻한 물에 몸을 녹이고 산뜻하게 준비해간 옷으로 갈아 입고서 속초의 명물 곰치국을 곁들여 늦은 점심 겸 이른 저녁을 해결하고서 경주로 향한다.

내년 이맘 때쯤 다시 찾게될 설악으로의 여정을 위해 좀더 복을 많이 지어야겠다는 농담을 해가며 7번 국도를 달리는 달구지에 박차를 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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