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늦가을에 떠나본 억새군락지 민둥산 본문
♣ 산행일자 : 2011. 11. 07 (일) 날씨 : 맑음, 연무 잔뜩 낌
♣ 산행장소 : 강원도 정선군 남면 문곡3리 일원
♣ 산행인원 : 포항라푸마산악클럽과 함께...
♣ 산행코스 : 증산초교 - 임도쉼터 - 민둥산 - 1105봉 - 지억산 - 1105봉 - 1049봉 - 불암사 - 화암약수
♣ 산행거리 및 소요시간 : 약 14Km, 4시간 57분
◈ 산행지 소개 - 민둥산
높이는 1,117m로, 산의 이름처럼 정상에는 나무가 없고, 드넓은 주능선 일대는 참억새밭이다. 능선을 따라 정상에 도착하기까지 30여 분은 억새밭을 헤쳐 가야 할 정도이다. 억새가 많은 것은 산나물이 많이 나게 하려고 매년 한 번씩 불을 질렀기 때문이다.
억새에 얽힌 일화도 있다. 옛날에 하늘에서 내려온 말 한 마리가 마을을 돌면서 주인을 찾아 보름 동안 산을 헤맸는데, 이후 나무가 자라지 않고 참억새만 났다고 전한다. 억새꽃은 10월 중순에서 11월 초순까지 피며, 해마다 10월 중순에 억새제가 개최된다. 산 자락에는 삼래약수와 화암약수가 있다.
산행은 증산초등학교에서 시작하여 해발 800m의 발구덕마을에 이른 다음 왼쪽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억새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주능선을 따라 정상에 오른 뒤 발구덕마을을 거쳐 증산마을로 하산한다. 약 9㎞ 거리로, 4시간 정도 소요된다.
하산은 정상에서 억새군락을 지나 북쪽의 지억산(1,117m)을 오른 뒤 불암사를 거쳐 화암약수로 내려오는데, 14㎞ 거리로, 5시간 정도 소요된다. 자동차로 발구덕마을 입구에서 산행하면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주변에는 가리왕산(1,560m)과 아우라지 나루터 등의 명소가 있다. 민둥산역(증산역) 주변에 숙박 시설이 있고, 화암약수 부근에 야영장이 있다.
▣ 산행기
깊어가는 가을날 싸늘한 새벽공기를 가르며 매월 첫번째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찾아가는 포항라푸마산악클럽과 함께하는 정기산행에 동참하기 위하여 새벽잠 설치며 달려가 한달만에 만나는 반가운 분들과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하고서 정해진 좌석에 앉으니 히터를 틀어놓아 적당히 따뜻해진 실내온도에 스르르 잠이 들어 곤히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7번국도 영덕휴게소에 당도하게 되고 간단히 국밥 한그릇씩 뚝딱 해치우고 출발한 버스 안에서 또다시 잠에 빠져든다.
간간히 실눈을 뜨고 내다보니 아직 갈 길은 먼 탓인지 일행을 태운 버스는 쉼없이 내달린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햇살 가득한 동해 바다의 눈부심과 울긋불긋 단풍이 만발한 주변의 가을 풍경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다시 찾은 태백시를 통과하며 친구들과 찾았던 올 초의 기억을 떠올리며 낯익은 풍경들을 감상해 간다. 풍력발전기가 웅장한 매봉산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추전역, 그리고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터널인 두문동재터널을 지나 하이원리조트 입구를 통과해 나가 민둥산 산행의 초입인 증산초등학교 앞을 지나니 경향 각지에서 찾아든 산님들로 인해 왕복 2차선인 도로의 한쪽 차선은 만원사례이고 들머리인 탐방안내소 입구에는 온갖 형형색색의 차림으로 한껏 멋을 낸 산꾼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주변 적당한 공터에서 일행 모두가 둘러 모여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고서 천천히 억새산행의 지존이라 일컬어지는 민둥산으로의 산행에 나서본다.(10:46)
△ 산행지도
△ 민둥산 등산안내도
△ 초입부터 만원사례인 등로에 산행시간이 꽤 길어지나 싶네요.
△ 시작부터 아담한 이정표가 눈길을 끄는 산길에
△ 평지성 등로를 줄지어 오르는 산님들의 다양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걷다보니
△ 이내 갈림길을 만나게 되니 완경사길로 접어들어 진행하면
△ 억새축제가 벌어진 주차장이 한 눈에 조망이 됩니다.
△ 등로는 정체로 인해 속도는 더뎌만 가니 답답한 마음 그지없지만
밀려드는 산님들로 인해 과속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천천히 한발한발 내딛으며 가파른 산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억새풀 우거진 민둥산...
가을을 좀 더 깊이 느끼기 위해 새벽 길을 멀다 않고 한 달음에 민둥산을 찾았지만 전국 각지에서 찾아든 수많은 산님들로 산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으니 고즈넉한 가을의 억새밭 정취를 온 몸으로 느끼며 바람 따라 은빛물결 출렁이는 억새를 감상하고팠던 애초의 목적이 흐려지는건 아닌지 하는 우려감도 있지만 가을바람에 부서지는 억새의 홀림을 떠올리며 애써 태연하게 가을 속을 따라간다.
역동적으로 흐르는 찬 기운이 하늘을 뒤덮고 있다. 산등성이에서 머무는 가을빛이 가을 길을 따라 유유히 흐르고 있다.
산중의 맑은 기운이 얼굴을 스친다. 부서지는 빛에 그을린 잎새의 번득임에 산목들은 힘찬 기지개를 펴고 있다. 수수한 숲속의 아침 창이다. 휘어져 오르는 등로는 구릿빛 색감으로 물들은 채 가을을 채색하고 흩날리는 낙엽을 모아 풍성한 길을 안내하고 있다.
△ 황금빛깔 단풍으로 맞아주는 숲길에 울적함은 눈녹듯 사라져 버립니다.
△ 곱고 멋진 황홀경에 가던 걸음 절로 멈춰서게 됩니다.
△ 임도의 간이 매점 앞에서 잠시 쉬고서 계단 길을 올라 정상을 향해 오름짓을 이어갑니다.
△ 까까머리 민둥산은 가을이 되면 흰꽃으로 피어납니다.
△ 곱게 빗질해놓은 머리카락이 햇빛을 받아 은빛으로 터지고
△ 파란 가을빛 아래 한줌 바람에 하늘거리는 억새 탐방로를 따라.....
민둥산, 이름부터가 우습다.
산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정상에 나무 한 그루 없는 산으로 수십만 평에 달하는 주능선 일원이 온통 억새풀밭으로 큰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유는 예로부터 나물이 많이 나게끔 매년 한 번씩 불을 질러왔기 때문에 나무 한그루 제대로 자라지 않는 까까머리가 됐다고...
가을의 산정이 조용하고 안정감을 준다. 아침햇살을 받으며 찬연하게 드러나는 억새는 태양을 먹으며 황금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비록 조금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온 구릉을 덮고 바람에 몸을 맡기며 금빛 바다를 이루고 있는 모습은 꿈속에서 펼쳐지는 진중한 가을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마치 거대한 왕릉처럼 생긴 능선에 펼쳐진 은빛의 억새 바다가 가을바람에 몸을 내맡긴 채 하늘거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요, 끝없이 이어지는 평야같은 억새밭은 가을산을 찾는 등산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 정상에 가까워지자 억새는 더욱 촘촘해지고 민둥산 억새들의 합창소리는 장중한 오케스트라의 음악으로 귓전을 때리고 있네요.
△ 일찌감치 도착하여 정상석에서의 인증샷을 남기고 후미의 일행들을 기다립니다.
△ 민둥산 정상(1,119m)
△ 정상석 주변에는 조망 감상을 돕기 위해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지만 짙은 연무로 인해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네요.
△ '아아 ~ 으악새 슬피 우니 ~ 가을인가요’ 정말 그리 우는지 조용히 귀 기울여 봅니다.
억새밭길을 거닐며 가을의 구도를 이루는 겹겹의 산 능선과 수평선의 구도인 억새바다에 촉촉이 젖어들은 그 수려한 풍경에 나도 모르게 심취하여 억새밭에 빠져들고 있었다. 내리쬐는 가을햇살이 뜨겁다. 바람도 없이 조용히 흔들리는 억새 사이로 파고드는 가을빛의 따스함이 저 광활한 은빛 초원에 열리고 있다. 유장하게 흐르는 산 능선 따라 하늘길이 열려있고 붉은 노을 같은 색감에 푸른 기운이 감도는 청람 빛 산정은 풋풋한 가을이 채색되어 있다. 허공에 떠있는 유정한 흰 구름도 겹겹이 둘러친 산 능선을 감싸며 마냥 가을을 즐기고 있다.
드디어 민둥산 상봉이다. 커다란 정상석 주변엔 다녀간 흔적을 남기려고 기를 쓰며 정상석을 향해 자리 다툼을 하는 산님들을 보며 야단법석이 따로 없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순서를 기다리며 함께 간 일행들을 한 명씩 인증샷을 남긴다. 단체사진을 찍는 것으로 마무리하고서 주변 조망터로 자리를 옮겨 민둥산의 가을을 만끽하기 시작한다. 한껏 펼쳐지는 가을의 비경이 찬란하기만 하고 사위의 풍광이 하늘아래 수수하게 열려져 있다.
짙은 연무에 어렴풋하게만 보이는 함백산과 하이원리조트의 스키장 방면을 바라보며 잠시 지난 추억을 돌이켜보고 백운산, 매봉산을 찾으려 작은 두눈 크게 뜨고 두리번거려 보지만 방향조차 잡을 수 없어 이내 마음 고쳐먹고서 마음을 비우고 생각없이 한동안 사방을 둘러보며 억새들의 무희가 들판에서 끝없이 길게 길게 펼쳐지는 모습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 사이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가을의 소리가 감미롭게 귓전을 때리고 지나간다.
△ 함백산 방향을 조망하며 두 눈을 비벼가며 쳐다보지만 어렴풋하기만 해 아쉬움만 가득합니다.
△ 뒤이어 도착한 일행들과 함께 단체사진으로 마무리하고서
△ 후미조를 위해 시그널을 달아 놓고서 화암약수 방향으로 걸음을 옮겨가니
△ 정상에서 지억산 쪽 능선 저 너머까지 펼쳐진 억새는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하네요.
억새밭길을 거닐며 가을의 구도를 이루는 겹겹의 산 능선과 수평선의 구도인 억새바다에 촉촉이 젖어들은 그 수려한 풍경에 나도 모르게 심취하여 있었다. 가을햇살이 뜨겁다. 바람도 없이 조용히 흔들리는 억새 사이로 파고드는 가을빛의 따스함...
저 광활한 은빛 초원이 열린다. 급하지 않고 느릿하게 흐르는 산 능선 따라 하늘길이 열려있다. 붉은 노을 같은 색감에 푸른 기운이 감도는 청람 빛 산정은 풋풋한 가을이 채색되어 있다.
허공에 떠있는 흰 구름도 겹겹이 둘러친 산 능선을 감싸며 가을을 즐기고 있고 한 겹 두 겹 뭉쳐진 산정 위에 살짝 낀 운무가 햇살을 받으면서 더욱 흐리게 한다.
하늘을 향해 늠름하게 치솟은 고산준봉, 깊고 장대한 계곡의 아름다움, 드라마틱하게 드러나는 산악미, 광활한 억새의 초원... 그야말로 자연다운 자연으로 눈이 부시다.
파스텔톤 엽서 속 풍경 그대로를 간직하며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러 먼길 마다않고 달려온 산꾼에게 그야말로 감동의 드라마로 다가온다.
△ 정상을 비롯한 일대의 주능선은 모두 억새천지입니다.
△ 소슬히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휘휘 휘어져 흔들리는 억새허리,
△ 금새라도 꺾어질 듯 휘청거리는 그 아찔한 유혹.
△ 가을산 능선마다 바람에 출렁이는 억새의 물결에 부딪혀 잘게 부서진 햇살은 눈이 부셔 쳐다보지도 못할 지경입니다.
△ 그리고 바스락거리며 부르는 억새떼의 합창소리 들으며 산 속의 바다도 깊어만 갑니다.
△ 가을빛과 억새의 색채가 어우러지는 가을날의 공간속에서 작은 행복을 누리며 두 눈이 호사를 누립니다.
△ 끝없이 펼쳐진 자연의 위대함과 깊고 넉넉함을 느끼고 느끼면서 억새와 이별을 합니다.
△ 억새밭을 지나 잣나무 숲길에 들어서니 또다른 멋스러움에 탄성이 절로 납니다.
△ 삼내약수와 화암약수 갈림 이정표
물오른 가을향기에 감싸인 산정을 따라 아무런 속박을 받지 않고 마음껏 즐기며 발길을 옮긴다. 서편의 완곡한 능선과 맞닿아 있는 연봉들은 은은한 광채를 받으며 점점 변해가고 있다.
계곡에도 어느새 가을의 잔영이 뒤덮여지며 찾는 이 뜸한 음지로 바뀌고 있다. 가을과 이별이 다가오는 중이다.
완연한 가을빛이 물들은 산길에 서서 기운찬 바람을 맞으며 장연하게 펼쳐진 장쾌한 전망과 가을의 아련함을 동시에 접한다. 그리고 거대한 가을 앞에 새긴 여기 민둥산의 찬연한 풍광을 만추의 느낌을 살리면서 가슴속 깊이 새겨놓고 화암약수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 걸음을 옮겨나간다.
낙엽이 깔린 운치있는 하산길 사실 억새꽃을 제외하면 민둥산은 산행 그 자체로는 매력이 없다. 허나 주위를 둘러보면 절정으로 치닫는 주위의 단풍산들을 볼 수 있다. 산정을 에워쌌던 희미한 안개가 맑은 풍경소리와 함께 서서히 걷히고 선연한 가을의 창이 충만하게 열리고 있다.
저 산정에서 피어오르는 붉디 붉은 추색의 향기가 구름 곁을 지나 빠르게도 묻어나온다.
△ 추색 완연한 숲길을 배경으로 임도에 둘러앉아 맛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합니다.
△ 작은 화장실과 벤치가 있는 지억산 밑 임도 오거리.
이곳에서 지억산은 임도 건너 시그널이 있는 곳으로 올라야 합니다.
화암약수 까지는 아직 먼 길을 남겨 두고 있다. 도상거리로 보았을 때 아직 1/3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갈 길이 아직 멀다.
민둥산을 내려와서 지억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대체로 평탄하게 이어진다.
이렇게 50분 정도를 가다 보면 임도를 만나게 되는데 간이화장실과 쉼터가 마련되어 있고 임도 반대편에 지억산으로 오르는 들머리가 있다.
바로 하산길로 나선 일행들이 있어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가파른 길을 따라 부지런히 10분 정도 헉헉거리며 올라서니 무선기지국 건물이 있고 조그만 정상석이 놓여 있는 정상에 당도하게 된다. 지억산 정상으로 알고 왔더니 비석에 새겨져 있는 이름은 "몰운산"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아마도 화암 10경 중의 하나인 '몰운대'에서 따온 이름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국립지리원이나 정선군에서는 지억산으로 안내하고 있어 찾는 이로 하여금 헷갈리게 하는 것 같아 앞으로도 많은 홍보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뒤따라 올라온 산님들과 개인 사진을 곁들여 가며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사진들을 남기고서 다시 임도를 내려와서 화장실을 들른 후 이정표가 가리키는 화암약수를 향해 바삐 걸음을 옮겨 나간다.
△ 지억산(몰운산) 정상에서...
△ 1049봉을 향해 마지막 오름짓을 해 봅니다.
△ 약용으로 쓰이고 있는 겨우살이가 나뭇가지에 붙어 기생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산그늘의 잔영이 계곡 쪽으로 짙게 타들어온다. 연이어져 있는 능선사이로도 잔잔히 퍼져나간다.
쓸쓸히 시들어가는 초록물결에도 번져 흑갈색의 산형으로 변화시키며 가을의 덧없음을 알리는 듯하다. 그러나 그 가을 무림 속을 타고 흐르는 잔영의 물결엔 가을의 순박함이 들어서 있다. 이 산정과의 만남이 멀어져간다.
화암약수로 가는 길가엔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다. 아름다운 산골의 풍경이 펼쳐진다.
조용한 산길을 지나 당도한 숲속은 오후의 빛에서 생성되는 영롱한 가을의 이미지가 잠시나마 우리에게 시각적, 감각적 황홀감을 선사한다. 초록 잎은 붉은색으로, 붉은 단풍은 갈잎으로 변해 고즈넉한 산길에 소록소록 쌓인다. 소슬한 바람이 갈 길속을 맴돈다. 숙연한 그 길을 하염없이 밟고 지나보련다.
△ 파아란 하늘과 어우러진 샛노란 단풍이 너무나 환상적입니다.
△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낙엽송과 떡갈나무, 단풍나무 등이 울긋불긋하게 치장을 한 채 멀리서 온 산꾼을 맞아주고 있네요.
△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조금도 소흘함이 없는 임도를 따라 걷는 산길은 어느 때보다 행복했답니다.
장중한 구름속에 의연히 드러나는 산정의 흐름이 요원하다. 빠른 시간 앞에 점점 멀어지는 가을풍경이 아쉽기만 하다. 앞뒤, 옆으로 겹겹이 싸인 산등성이엔 분명 가을이 닿아 있지만, 언제 변할지 모를 그 시간은 눈으로 감지되지 않는다. 무한한 허공에서 쏟아지는 선명한 긴 그림자가 중후한 내림을 시작한다. 끝 가을에 대한 상념이 촉촉이 젖어든다.
터벅터벅 산길을 내려오다 불암사계곡에 발품이 멎는다. 능선위로 걷혀진 햇발은 힘차게 자기 몫을 다하며 가을을 안고 있다.
물 오를 대로 오른 홍조 띤 단풍잎의 색깔에 취해 마음을 내려놓고 우리를 태우고 갈 버스를 기다리며 불암사의 견공들이 뛰노는 모습을 바라보는 가을 기운은 차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푸근함이 느껴진다.
△ 구슬동 날머리 이정표
발갛게 달아오른 산봉우리와 그것을 어머니 품처럼 감싸고 있는 억새의 모습은 스산한 가을의 서정이 긴 여운으로 남아 아직도 그 여운이 손끝에 잡히는 행복한 산길이었다.
시작이 있어 드디어 끝을 맺었다. 아득히 멀고 넓은 창공속에 기댄 마지막 가을안개가 스친 아름다움과 신비감이 일듯 자연스레 펼쳐지는 광대한 풍광은 끝이 있을 것인데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자연의 부분적인 시간속에 머물렀던 짧은 영화는 긴 시간으로 이어질 때만 행여 다가오는 것인가 기대를 걸어보지만, 자연 속을 걸어왔던 그 길은 우리 앞에 계속 머물러 있을 것이다. 끝 가을의 저편에서서 민둥산정과의 교감을 나눈 이날이야 말로 정녕 행복한 시간이었다. 포근한 날씨와 여리디 여린 가을빛의 도움으로 따스했던 그 미소를 다같이 돌아본 그 시간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정겨운 산님들과 함께한 그 시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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