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낙동길따라 걸어본 사룡산 - 숲재 - 오봉산(주사산) 원점회귀 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11. 11. 14 (일) 날씨 : 흐린 후 맑음
♣ 산행장소 : 청도군 운문면, 영천시 북안면, 경주시 서면 일원
♣ 산행인원 : 나홀로...
♣ 산행코스 : 천촌리 전통문화체험학교 - 사룡산 낙동정맥능선 - 사룡산 - 우라리생식마을 - 숲재(숙재) - 부산 고랭지채소밭 - 주사암 - 오봉산 - 천촌리 전통문화체험학교 (산행시간 : 5시간 20분)
◈ 산행기
어제 포항산친구들과의 즐거웠던 산행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 미소를 짓게 만들지만 휴일인 오늘 방콕만 하고 있을 수 없을 것 같아 저녁에 있을 당직근무 전까지 간단하게 다녀올 곳을 물색해보니 언뜻 떠오르는 곳이 있어 냉장고를 뒤져 빵이랑 컵라면 등 몇 가지 챙겨넣고 차를 몰아 서면 아화 방면으로 차를 몰아간다.
새로이 개설된 신경주역 진입도로를 지나 건천읍내를 통과하여 아화농협 사거리에서 좌회전, 철도건널목을 지나고 고속도로 굴다리를 지나 만나는 갈림길에서 우라리, 천촌 방향으로 진행하여 서오리를 지나 곧게 뻗은 농로를 따라 달려가니 네비게이션에 설정해 놓은 천촌리마을회관 마당에 당도하게 된다.
장비를 챙기고 지나온 길을 따라 돌아 나오다 멀리 보이는 전통문화체험학교를 바라보며 프린터로 뽑아온 산행지도를 꺼내놓고 대조하니 하산 후에 차량 회수를 하러 이곳까지 걸어 와야하는 것 같아 체험학교 담벼락에 주차를 해 두는게 더 나을 것 같은 생각에 다시 마을회관으로 돌아가 차를 몰아 전통문화체험학교 울타리 옆에 차를 세워두고 '포항산친구들'카페의 회원인 "오지리"님의 산행지도를 보며 산행을 시작한다.(09:00)
△ 산행지도
△ 경주전통문화체험학교인 '놀자학교'
△ 서쪽 방면에서 처음 바라본 오봉산의 정상부가 아침 햇살에 반사되어 눈이 부실 지경입니다.
△ 전통문화체험학교를 떠나 서쪽으로 나있는 농로를 따라 끝까지 가면 만나게 되는
△ 영천시에서 세워놓은 이정표를 만나게 되니 바로 낙동정맥 구간에 접속하게 됩니다.
△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겨오는 단풍이 아직도 남아 있어 찾아온 발걸음을 가볍게 해 주네요.
△ 낙동정맥 종주꾼들이 달아놓은 많은 시그널들이 바람에 펄럭이는 495봉의 모습입니다.
(이곳에서 간단히 빵으로 아침 요기를 합니다.)
△ 수북이 쌓인 낙엽을 보며 겨울이 멀지 않음을 느낍니다.
△ 영천시 북안면 용계리 갈림 이정표
△ 마치 사룡산 입구를 지키는 수문장처럼 버티고 있어 공손한 마음으로 틈새를 통과해 나갑니다.
낙동정맥길을 따라 잘 나있는 등로를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발걸음도 가볍게 옮겨가니 사각거리는 낙엽길이 그렇게도 정겨울 수가 없다.
아무도 없는 고즈넉하기 그지없는 등로를 홀로 걸으며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무상무념의 세계로 빠져들어 갈수 있으니 홀로산행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
가파른 가풀막을 올라치면 씩씩거리는 콧바람을 내뿜으며 아무 생각없이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이 있을 뿐이다. 숨이 턱에 차 오르고 장딴지에 힘이 들어가 주저앉고 싶을 만큼 힘이 들어도 극복해 나가면 반드시 멋지고 좋은 쉼터나 전망터가 기다리고 있으니 '신은 우리에게 견디어 낼수 있을 만큼만 고통을 준다'는 말이 새삼 피부에 와 닿는다. 제법 많은 시그널이 펄럭이는 495봉에 도착하여 잠시 쉬면서 공복으로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준비해 간 빵으로 요기를 하고서 다시 진행을 계속해 나가니 한결 걸음에 힘이 난다. 다시 고도를 높이기 시작한 등로는 팍팍한 오름길 연속이다. 한발한발 내딛는 발걸음에 생활속에서 얻어지는 각종 스트레스를 한 걸음에 하나씩 내치며 부지런히 오름길을 이어가니 멋진 소나무 몇그루가 반겨주고 시그널들이 펄럭이는 조망터에 당도하게 된다.(10:30)
영천 북안면 방면으로 훤히 트이는 멋진 조망터에서 바라보는 구룡산의 마루금과 그 아래 영천 북안면 상리마을과 경부고속철도가 시야에 들어온다.
때마침 쾌속음을 울리며 달려오는 KTX열차가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을 가로질러 지나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차례 지나는 열차의 굉음소리가 꽤 신경이 쓰일법 한 것 같다.
골짝마다 자리잡은 크고 작은 저수지에는 물이 가득 차있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넉넉하고 풍요로운 느낌이다.
상리에서 출발해서 이곳 사룡산을 올랐다가 밤재를 경유하여 구룡산을 돌아 상리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산행을 직장동료들과 해보았던 지난해의 기억이 새삼 떠올라 내려다 보이는 풍광들이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산골마을을 감싸고 돌아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에 한기를 느끼며 폐부 깊숙이 맑은 공기를 맘껏 들이 마셔 본다.
산을 오르지 않는 사람은 결코 느낄 수 없는 상쾌함이 온 몸을 싸고 돈다.
구석구석 사람이 살지않는 곳이 없다. 산비탈에 일구어놓은 논과 밭, 옹기종기 모여앉은 시골집들...
산은 예로부터 우리가 기댈 언덕이자 삶의 터전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산비탈에 기대어 있는 정겨운 마을풍경과 멀리 영천 시내의 아파트 숲은 또 다른 세상으로 보인다.
우리는 그 삭막한 세상에서도 서로 부대끼며 살아간다. 그래서 산이 더 그리워지는지도 모를 일이다.
)
△ 첫 전망터에서 건너다 본 천촌리의 평화로운 모습과 오봉산입니다.
△ 좌측 멀리 작년에 찾았던 구룡산이 보이고 고속철도가 지나는 용계리가 내려다 보이네요.
△ 가야할 사룡산 정상부가 눈에 들어옵니다.
△ 비슬지맥 분기점으로 사룡산 전위봉인 656봉.
△ 가을의 전령사인 억새가 끝물이지만 그래도 볼만하네요.
△ 좌측은 생식촌으로 내려가는 길이고 사룡산은 직진길을 따라야 합니다.
멋진 조망터를 떠나 아래로 떨어지는 등로를 내려가니 밧줄로 난간을 설치해 놓은 안전지대를 지나 오름길을 한번 치고 오르니 밀양지맥 분기점이 씌어있는 스텐이정표와 낙동정맥 656봉임을 알려주는 돌기둥과 이정표가 서있는 갈림길에 당도한다.(10:38)
낙동정맥에서 비슬지맥 갈라지는 분기점으로 사룡산의 전위봉인 셈이다. 배낭을 내려놓고 사진 한장 담은 후 사룡산 방향으로 걸음을 옮겨나간다.
7분 가량 진행을 하고서 당도한 삼거리에서 좌측 방향은 우라리 생식마을로 내려가는 길이고 직진 방향은 사룡산과 구룡산 무지터로 가는 길이다.
잔뜩 깔린 낙엽을 밟으며 다시 7분 정도 진행하니 정상석이 즐비한 사룡산에 도착한다.(10:52)
근 20개월 만에 다시 찾은 정상에는 그 사이 반듯한 정상석이 하나 더 세워져 있었다.
배낭을 세워놓고 셀카로 찍어보니 이런~ 마음씨가 삐뚤어서 그런지 삐딱이가 되어버렸다. 지난번 이곳을 찾았을 때 정기산행 때마다 비가 와서 제발 비 좀 오지말게 해달라고 정상석 앞에 제물 차려놓고 절을 올리던 생각이 떠올라 씨익 미소가 지어진다.
이 참에 구룡산을 향한 비슬지맥길을 시작해볼까 하는 만용을 부리려다 이내 생각을 고쳐먹고 오던 길 되돌아 내려가 등로 우측으로 시그널이 펄럭이는 마루금으로 진행하니 노란 시그널이 펄럭이는 것을 발견하곤 들여다보니 '오지리'님 시그널이 아닌가.
반가운 마음에 스틱을 세워놓고 인증샷을 남기고 다시 널찍한 등로를 내려가 만나는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생식마을로 들어선다.
준비해간 지도 역시 오지리님이 올려놓은 것을 업어와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으니 남은 등로에도 등대불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다시 찾은 사룡산을 셀카로 흔적을 남겨 봅니다.
영천시에서 세운 정상석이 하나 더 늘었네요.
△ '오지리'님이 달아놓은 677봉이라 적어놓은 시그널을 인증샷으로 담아봅니다.
△ 정맥길을 따르려면 능선길을 이어야 하지만 생식촌을 구경하기 위해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봅니다.
△ 우라리 생식촌 전경
△ 쑥부쟁이와 고들빼기
△ 생식촌 입구 전경입니다.
△ 정문을 빠져 나와 주차장으로 길을 들어 숲길로 접어듭니다.
△ 수북히 쌓인 낙엽길이 미끄러워 두어번 넘어졌네요.
생식마을로 내려서는 도로를 따라 내려오니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어디선가 음악소리도 들려온다.
생식마을은 지형이 시루모양을 닮았다하여 『시루미기』란 이명(異名)을 갖고 있고 또 마을 주민들은 생식(生食)을 주식으로 하여 살아가고 있다한다.
그리고 종교는 기독교를 많이 신봉하고 있는 것 같다.
곧바로 우측에 경주시 산내면 우라리 생식마을 집단거주지가 나오는 생식마을(시루미기)안을 지난다.
주변에 종교신앙 석비, 집단기도처 등이 많이 있고 생식마을유래 간판도 세워져 있다.
시멘트도로를 따라 조금 내려오면 생식마을 입구(정문)가 나오고 정문을 빠져 나오니 주차장을 알리는 이정석을 끼고 돌아 주차장 방향으로 돌아드니 정맥길임을 알려주는 시그널들을 뒤로 하고 오름길을 재촉한다. 10여분 정도 숲길을 따라 진행하다 내려오니 놀러나온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한창 먹자판이 벌어진 숲재에 내려선다.(11:40)
경주시 서면 천촌리와 산내면 우라리의 접경이고 편도 1차선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잘 나있는 숲재(약400m)를 가로질러 시멘트 임도를 따라 올라선다.
△ 숲재(숙재)를 건너 임도를 올라서며 카메라에 담아 봅니다.
△ 도솔암 입구에서 다시 숲속으로 등로를 이어갑니다.
△ 특이하게 생긴 소나무를 그냥 지나칠 수야 없지요.
△ 다시 만난 임도에서 길라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준 '오지리'님의 시그널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네요. 땡큐~^^*
지도에는 '숲재'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이곳 주민들은 고개가 아화쪽으로 급하게 숙진다하여 '숙재'라고 부른다고 한다.
절개지 위에서 아화쪽으로 내려다보니 길이 급하게 곤두박질 친다. 숙재?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건천목장으로 오르는 임도를 따라 조금 오르다 우측으로 임도를 보내고 좌측으로 돌려 산속을 파고 들어간다.
서서히 오름이 시작되며 고도를 100m 정도 한차례 올라서니 힘을 쏟아낸 탓인지 공복감이 찾아든다. 걸터앉기 좋은 바위에 앉아 빵과 과일을 내어놓고 배속을 든든히 한후 출발하니 이내 숲재에서 잠시 헤어졌던 임도와 만나게 되는데 잠시 헷갈리게 한다.
시그널이 펄럭이는 직진 숲길로 가야할지 아니면 임도를 따라 좌측으로 진행해야 할지 망설이다 좌측 나뭇가지에 매달려있는 시그널을 살펴보니 바로 '오지리'님의 시그널이었고 오봉산 방향을 알리는 글씨가 쓰여있는게 아닌가. 곧바로 나도 모르게 "O.K"라는 소리가 저절로 터져 나온다.
더 망설일 것도 없이 다시 임도를 따라 진행한다. 조금 후에 차단기를 만나 밀고 진행하니 지도상에 나타나는 파란 물통이 두개 있는 곳에서 좌측 내림길인 고랭지 채소밭을 따라 멀리 보이는 오봉산을 향해 신나는 발걸음을 진행해 나간다.
▲부산성 북쪽 울타리를 이루는 오봉산 줄기
△ 고랭지채소밭에서 노부부가 열심히 바쁜 손놀림으로 일을 하고 있는 평화로운 모습입니다.
△ 가까이 다가온 주사암
삼국통일의 정신이 깃든 부산성(富山城)
사적 제25호로 지정된 부산성(富山城)은 백제가 멸망한 3년후인 663년 정월에 착공하여 3년뒤에 완공하였다.
신라는 승리에 자만하지 않고 도성을 더욱 굳건히 지키기 위해 이곳에 城을 쌓았다.
그러한 정신이 어쩌면 삼국통일을 이루게 한 신라의 원동력이었을지도 모른다.
성의 둘레는 7.5km에 이르고 넓이는 100만평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부자산성이다. 부산성 축조당시 의상대사가 예언하기를, 성 안에다 '주사암'을 두면 신라는 영원히 망하지 않을 것이라 하였으나 주사암을 밖에 두고 산성을 쌓았다. 결국 대사의 예언대로 신라는 망하고 말았다.
△ 송선리에서 이어져 오는 능선에는 늦가을의 정취가 잔뜩 묻어납니다.
△ 채소밭을 지나 들어온 숲속엔 아직도 가을의 끝자락이 남아 있어
△ 다시 밟아보는 등로의 낭만을 맘껏 느껴봅니다.
△ 우측은 임도로 해서 오봉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고 좌측은 주사암 방향이라 그 길로 따라 진행합니다.
△ 신월대선사 사리탑
△ 주사암 종각
△ 주사암(朱砂庵) 영산전
△ 주사암 입구의 모습
△ 오봉산 정상
△ 마당바위에 새로이 설치되어 있는 드라마 '선덕여왕' 포토존
그동안 오봉산은 자주 찾는 근교산이라 빠짐없이 이곳 마당바위를 찾았었지만 올 때마다 느끼는건 정말 조망이 멋진 곳이다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인터넷의 영향으로 이곳을 소개하는 산행기가 봇물이 이룬 탓에 각지에서 찾아오는 등산객들로 늘 붐비는 곳이라 오늘도 예외없이 마당바위에는 단체로 산행을 온 산님들이 점심식사를 하느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다. 조그만 틈새를 뚫고 들어가 마당바위 끝자락에 서서 눈에 익은 주변 풍광을 눈에 담으며 촬영에 열을 올린다.
오봉산 '주암'아래에는 '주사암'이 위치해있고 그 중간의 바위가 마당바위로 얼마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선덕여왕"의 주인공인 선덕여왕이 숨을 거두는 장면을 촬영하였다고 한다.
마당바위는 지맥석이라고도 하며 100명 정도 쉴 수 있는 너럭바위로 김유신이 술을 빚어 병사들과 함께 나누어 마셨다는 전설이 전하는 곳이다.
△ 마당바위에서 건너다 본 주사암 방향
△ 지나왔던 사룡산이 조망이 되는 중턱에 생식촌이 보입니다.
△ 광활한 부산성(富山城)의 둘레를 한 눈에 조망해 봅니다.
△ 조망바위에서 건너다 본 오봉산 정상부
△ 서면 아화리 일대 너머로 낙동정맥의 구간인 관산이 보입니다.
△ 길게 드러누운 구미산 뒤로 안강 방면의 명산들이 아련합니다.
△ 오봉산 암릉 끝에서 내려다 보니 천촌리 일대와 출발지였던 전통문화체험학교가 우측에 보이네요.
마당바위를 떠나 오봉산 서쪽 끝 방향으로 진행해 나간다. 예전 이곳을 찾았을 때 한번 끝자락까지 진행하여 천촌리 일대 너머로 영천 시가지까지 조망되는 시원스런 풍광을 맘껏 구경하고 암릉 아래로 드리워진 밧줄을 본 기억이 있었는데 오늘 '오지리'님 덕분에 끝자락 아래로 암릉길을 이어보려고 산행을 나선 것이다. 다시 찾은 암릉 끝에서의 풍광은 여전히 시원스럽기 그지없다.
고도가 100m인 아화고개에서 송전철탑따라 겨우 맥을 유지하는 낙동마루금... 분수령이 맞나 할 정도로 땅바닥에 바싹 엎드려 있다.
하산로인 능선 끝에는 애마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전통체험학교가 내려다 보이고 천촌리 마을의 파란 지붕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평화롭기 그지없는 모습들이 연출이 되고 있다. 암릉 끝에서 내려다본 등로는 그저 아찔하다는 표현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어디로 내려가야 할지 몰라 밧줄을 잡고 내려가다 아닌듯 싶어 이내 돌아서 올라오다 내려간 흔적이 보이는 쏟아지는 급경사를 나뭇가지를 부여잡고 내려서 주위를 둘러보니 가야할 능선이 아닌듯 싶어 도로 올라오려니 힘이 배는 더 든다.
직벽에 가까운 오름길을 겨우 올라서서 다시 밧줄을 부여잡고 내려서니 이번엔 붙잡을 밧줄도 없이 암벽을 내려서야 한다.
이 길을 선택한 것이 후회될 만큼 험난한 코스였지만 달리 선택할 방법도 없고 선답자들도 내려 갔을테니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조심조심 바위들을 붙잡고 내려서서 두번째 나타난 로프를 잡고 내려서니 어제의 갓바위 산행이 문득 떠오른다.
함께했던 산님 중에 가장 막내였던 '초보산꾼'님이 익살스럽게 노적봉에서 관봉 가는 암릉길에서 유격훈련 받는 신병처럼 구호를 외치며 하산하던 생각이 떠올라 빙긋이 웃음이 지어진다. 따라하듯 마음 속으로 외치며 밧줄을 부여잡고 암벽을 내려서니 비바람과 햇볕에 낡아진 밧줄 가루가 손이며 옷에 묻어 마치 밀가루를 만진 듯하다.
내려선 지점의 나뭇가지엔 '오지리'님의 시그널만 불어오는 바람에 속절없이 흔들리고 마음먹고 빨리 내려섰더랬으면 지체하는 시간을 줄였을텐데 하는 생각이 앞서 경사도가 심한 내림길을 빠르게 내려선다.
△ 멀리 영천시가 눈에 들어오고 철탑이 서있는 낙동정맥 구간 사이로 만불사의 대형 불상도 조망이 됩니다.
△ 서쪽 끝 암릉에서 밧줄을 잡고 내려서 암벽을 타고 내려서는 짜릿한 구간이 시작됩니다.
△ 밧줄도 없는 암벽을 내려서려니 도무지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네요.
△ 후들거리며 내려선 암릉길을 올려다 보니 '오지리'님의 시그널은 바람에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 고도를 낮출수록 단풍은 땅바닥까지 내려왔네요.
5시 30분까지 출근해야 하는 당직근무라 집에 가서 씻고 옷을 갈아입고 가야 하는 관계로 마음은 급해지고 발걸음은 괜시리 바빠진다.
부지런히 급내림을 내려서고 나니 솔가지가 푹신한 양탄자같은 등로를 걸어가며 쌓였던 발의 피로를 풀고 땅바닥까지 내려앉은 끝자락의 단풍을 사진에 담으며 막바지 산길을 이어간다.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목적이 될 수 있는 그런 길을 오늘은 걸어본 것 같다.
걸어 보고팠던 사룡산으로의 반복되는 오르내림을 걸으면서 시간을 압도하는 아득한 세월의 알 수 없는 깊이...
거대한 암봉들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면서, 오랜 세월 견뎌온 그 위압감의 본질은 물론 그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늠할 수 없는 세월의 깊이 때문이리라...
내딛는 발길 보내는 눈길마다 산의 풍경이 바뀌어가고 당연히 자신이 선 자리도 바뀌고 같은 장소 같은 풍경은 지나고 나면 다시 복원이 안되기에 순간순간의 행복을 사진으로 남기며 걸어온 지난 자취를 돌이켜 생각해보며 내려오다보니 어느덧 주변 고도는 눈높이와 같아진다.
△ 솔가리가 잔뜩 깔려있는 푹신한 등로를 걸으니 쌓인 피로가 싹 가시는 듯합니다.
△ 오봉산에서 내려온 가을이 자그마한 저수지에도 내려앉은 운치있는 풍광입니다.
△ 출발지였던 전통문화체험학교 울타리에는 애마가 목을 빼고 주인을 기다리고 있네요.
산길을 빠져나와 만난 이름모를 작은 호수에 비친 단풍이 든 수목이 너무나 환상적이라 여지없이 카메라를 들이대 보고 올려다 본 오봉산의 암릉은 잘 해냈다는 격려를 보내주는 듯하다. 지도 한장 달랑 들고 무작정 떠나본 사룡산으로의 산길에 한번은 걷고팠던 오봉산 끝자락의 암릉길을 긴장의 연속에 떨며 내려왔지만 무사히 하산을 완료했다는 안도와 함께 해냈다는 자부심이 가득차 올라 마음이 가볍고 특히 가야할 등로를 선택해야 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빛을 발한 '오지리'님의 시그널이 산꾼에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새삼 깨닫게 된 하루라 다시 한번 지면으로나마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겨본다.
언젠가는 함께 산길을 걸어볼 그날을 기대하면서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돌아본 사룡산 정상부엔 산너머로 비추이는 햇살로 빛이 나고 있었다.
마치 영화 '모세'에서 후광이 너무나도 멋졌던 시내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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