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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달이 사는 집

서해안 최고봉 오서산을 찾아서... 본문

◈ 산행이야기/☆ 2010년도 산행

서해안 최고봉 오서산을 찾아서...

해와달^^* 2010. 12. 7. 00:15

♠ 산행일자 : 2010. 12. 05 (일) 맑음, 구름

♠ 산행장소 : 충청남도 보령시 청소면과 청라면, 청양군 화성면, 홍성군 광천읍 일원

♠ 산행인원 : 포항라푸마산악클럽과 함께...

♠ 산행코스 : 홍성군 광천읍 상담주차장-정암사-전망대-오서산 정상-시루봉-보령군 천소면 성연리주차장 (소요시간 : 약 4시간)

 

 

◈ 오서산 [烏棲山] 790.7m

오서산은 충남 홍성군 광천읍과 보령군 청소면의 경계에 있다.
장항선 광천역에서 불과 4㎞의 거리에 있어 열차를 이용하여 산행하기에도 편리하다.
옛부터 까마귀와 까치가 많아 오서산이라 불려졌다. 하지만 요즘 산행에서는 까마귀를 찾아보기 힘들다.
천수만 바닷물이 산 아래 깔리고 정상에 오르면 서해바다가 막힘없이 보여 일명 「서해의 등대산」으로 불리기도 한다.정상을 중심으로 약 2㎞의 주능선은 온통 억새밭으로 이루어져 가을의 정취를 한껏 누릴 수 있다.
오서산은 정상까지 바위가 발달되어 있어 악산의 성격을 띠다가 하산코스에서는 완만한 곡선이 이어져 바위지대가 흔하지 않은 육산으로 되어있다.
오르는 길에 기암괴석이 즐비하고 단풍길도 이어져 있다. 산의 능선이 용의 머리 같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용허리나 줌방바위, 대문 바위, 은폭동 폭포, 신랑신부바위, 농바위가 눈길을 끈다.
산 정상에 오르면 석각으로 된 4각형의 우물 맛도 그만이다. 오서산 정상 일대는 가을이면 온통 억새천지가 된다. 정상에 서면 허리춤을 훨씬 넘는 억새사이로 군산 일대의 서해바다가 보인다.

등산로 초입인 광천읍 담산리에 있는 황보광산은 일제 때부터 금광으로 유명한 광산이다.
또한 광천은 김과 어리굴젓 산지로 유명한데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싼 값에 사올 수 있다.

 

 

▣ 산행기

백호의 해인 경인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포항라푸마산악클럽의 송년산행일인 오늘.

매월 첫번째 맞는 일요일엔 어김없이 새벽을 깨우는 알람소리에 용수철처럼 튕기듯 발딱 일어나 보온도시락에 따끈한 밥을 퍼 담고 냉장고 속에 갈무리해둔 준비물들을 배낭속에 차곡차곡 챙겨넣고서 행여 아내가 잠에서 깰새라 조심스레 집을 나선다.

가는 도중 태우고 가야 할 동료인 '산이랑'님에게 소리통을 때려보지만 전원이 꺼져 있다. 어찌된 영문인지 다른 동료인 '파발마'님에게 연락을 하니 어제 해인사로 템플스테이 지원나갔단다. 이런~~~. 하는 수없이 홀로 북구청 주차장에 애마를 내려놓고 육거리에 도착하니 태우고 갈 버스는 시동을 켜 놓은 채 새벽 찬바람 맞으며 달려온 산꾼을 반겨준다. 지정된 좌석에 앉아 잠시 기다리니 안면있는 분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하고 따뜻한 온기를 주고받는 악수를 나누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비어있던 좌석은 어느 새 가득차게 되고 목적지를 향해 기나긴 여정을 떠나기 시작한다.

오늘의 산행지는 충청남도 홍성과 보령에 걸쳐있는 오서산이다. 처음 접하는 이름의 산이라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억새산행지로 5대 명산에 들어갈 정도로 그 지역에선 꽤 알려진 산인듯 하다.

대구-포항간 고속도로를 달려 경부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다시 당진고속도로를 지나 홍성군 광천읍에 들어서 오서산을 알리는 이정표를 따라 진행하니 잘 조성된 주차장에는 오서산 산행안내도가 세워져 있는데 오서산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타고 온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버스에서 내려 화장실도 다녀오고 나서 간단한 몸풀기로 스트레칭을 마무리하고 개울에 걸린 외나무다리처럼 생긴 좁은 철판다리를 건너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며 산행을 시작한다.(10:57)

 

△ 산행지도

△ 산행 시작하기 전 간단히 스트레칭으로 몸풀기부터...

△ 상담마을을 들어서며 산행을 시작합니다.

△ 날씨가 따뜻한 지역이라 그런지 꽤 많은 소나무들이 참나무들 사이에  자라고 있었답니다.

△ 정암사 입구 삼거리 이정표

△ 등산안내도를 보면서 어디로 가야할지 갑론을박하는 모습입니다.

 

 

산행 입구는 비교적 차가 지나다닐 수 있도록 넓다. 송림과 묘지가 어우러져 있는 길을 지난 삼거리에서 정암사 방면으로 오르니 낙엽송은 마치 환영하는 양 노오란 솔잎을 길바닥에 켜켜이 깔아 놓아 기분은 한층 고조되었다. 싸늘한 12월의 아침공기를 마시면서 보무도 당당하게 걸으니 간이주차장이 있는 삼거리가 나타나는데 좌측은 쉰질바위와 내원사로 가는 길이고 우측의 시멘트 길의 오름길이 정암사로 가는 길이다. 등산안내판을 보며 갑론을박을 논하다가 정암사로 가는 길이 맞다는 판단을 하고서 등로를 이어가니 일주문이 나타났고 정암사 옆으로 '오서산' 이정표가 보기 좋게 서 있다. 정암사 까지는 차가 다닐 수 있었다.
고려 때 창건했다는 설과 백제 무왕 때 창건했다는 설이 있어 정확한 연대는 알 길이 없지만 고찰임에 분명하다.

오서산 정암사(烏棲山 淨巖寺)라고 새겨진 현판이 걸려 있는 일주문 안으로 들어가 뒤돌아보니 같은 건축물에 범종각이라는 현판이 또 걸려 있다.
그동안 산행을 하면서 전국에 산재해 있는 여러 사찰을 보았지만 일주문과 범종각이 동일한 것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정암사(淨庵寺)는 오서산 아래턱에 있는 사찰로 백제 26대 성왕 3년, 사치화상이 여러 나라의 각 지방을 교화하다가 오서산에 이르러 산이 아름답고 웅장하여 만대에 폐하지 않을 땅임을 보고 왕께 고하여 10여 채의 큰절을 지었고, 그 후 조선 35대 철종 2년 대운대사가 중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 고찰로 절 주변에는 수 백년 된 느티나무가 숲을 이루어 보기가 좋다(자료 : 충남도청 홈페이지). 
정암사 경내에는 대웅보전 대신 극락전(極樂殿)이 자리잡고 있고 돌무더기 뒤의 산비탈에는 산신각이 찾아온 산꾼을 말없이 굽어보고 있다.
경내의 정화수로 목을 축이고 절집을 나와 오른쪽으로 이어진 나무계단을 따라 올라선다.

△ 건기라 물이 바짝 말라버린 수로 위로 일주문이 보이네요.

△ 일주문과 한 몸을 이룬 정암사 범종각

△ 정암사 극락전

△ 절집 우측으로 나있는 된비알을 오르며 본격적인 산행으로 접어듭니다.

△ 팍팍한 오름길이 쉼없이 이어지는 계단길을 힘겹게 오르는 모습에 힘찬 격려를 보내봅니다.

△ 첫 전망터에서 내려다 본 광천읍 일대

△ 아차산, 던목고개 갈림 이정표

 

 

정암사에서 정상까지 구간은 가파르면서도 군데군데 바윗길이 자리해 약 한 시간동안 산행 기분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어 동호인들이나 가족 등반객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소개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가벼운 나들이 차림으로 운동화를 신거나, 심지어 어린아이까지 어른의 손에 이끌려 산을 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들도 힘에 부친 듯 능선 곳곳에는 줄줄이 쉬고 있는 모습들이다.
다시금 경사가 급한 날등의 오르막을 통과하는데 계단의 높이가 너무 커 발걸음을 옮기기가 불편하기 짝이 없다.

다리가 짧은 여성이나 아이들은 오르내리기에 쉽지 않아 보여 큰 고역이 되지 않을까 싶은 노파심이 든다.

오르막 된비알이 계속 되더니 잠시 후 우측의 전망터에 올라서게 된다. 시야가 탁 트이면서 멀리 광천읍이 보이고 우리가 올라오기 시작한 주차장도 한눈에 보였다.

우측 던목고개에서 올라오는 능선과 합치는 곳에 올라서니 아차산(424m)가는 길임을 이정표는 말없이 안내하고 있다.
이때부터 주능선으로 향하는 길은 넓어지고 오르막도 가파르지 않아 편하게 산행을 하게 되는데 설렁설렁 걸음을 옮겨가니 전망바위가 나타난다.
전망바위에 올라서니 산행 들머리로 이용한 상담마을과 주차장이 내려다보이며 넓은 들판을 지나 멀리 서해바다가 펼쳐져 있는 멋진 모습이 나타난다.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듯 십년묵은 체증이 싹 내려가는 것 같다. 함께 동행하는 산우분들과 기념사진도 찍어가며 멋진 조망을 한껏 담기에 바쁘다.

△ 전망바위에서 함께한 산님들과...

△ 하산 지점 부근에 있는 성연저수지(일명:용못)이 산행 내내 함께 하며 걸어본 등로였네요.

△ 날씨가 좀더 쾌청했으면 바램도 있지만 이 정도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일 만큼 멋진 조망에

△ 힘들여 올라온 보람은 충분히 보상을 받았답니다.

△ 배경이 멋진 전망바위에서...

△ 억새군락지가 펼쳐지는 능선에 멋진 하늘금을 그리고 있는 멋진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옵니다.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니 주차장 쪽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전체적인 오서산의 안쪽 모습이 펼쳐지고 오르는 아래 지능선에는 대여섯 군데의 암봉이 널려 있어 단조로운 육산의 오서산 산행을 더욱 운치있게 해 준다.
이들 작은 암봉에는 소나무가 같이 어울려 더욱 보기가 좋아 보인다.
암봉과 암봉 사잇길에는 키 작은 신갈나무들이 빽빽히 자라고 있어 수목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작은 암봉들을 올라 설 때마다 고도를 높이면서 내려다보이는 천수만 해역과 멀리 길게 가로로 뻗어있는 안면도의 모습이 검은 실루엣으로 눈에 들어오는데 마치 남해의 아름다운 다도해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옅은 연무 때문에 조망이 먼곳까지 명확하지 않은 것이 무척 아쉬운 마음이다.

△ 클럽장과 당진에서 환영나오신 '도아지'님과 함께...

△ 목재계단을 한발한발 올라서니 마치 하늘문이 열리는 듯 합니다.

△ 지나온 등로 뒤로 홍성 땅의 너른 들녘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해발고도가 낮은 해안가라 그런지 내륙에서는 낮은 축에 낀다고 할수 있는 790미터 정도의 높이인 오서산 오름길은 1,000미터 이상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산 자체가 뾰족해 오르고 내리는 길이 경사가 심해서 높은 산 못지않게 힘이 든다.

집을 나설 때 베란다 창을 강하게 두드리는 바람소리에 지레 겁을 먹고 내의를 꺼내 껴입고 왔는데 오는 도중 차안에서 틀어놓은 히터에 땀까지 흘린데다 산행 초입에는 괜히 입고 왔다는 후회가 들어 투덜대며 산행을 시작했지만 막상 능선에 올라서니 불어오는 차가운 해풍에 느끈히 견딜 수 있어 탁월한 선택이었다느니 하며 자화자찬을 늘어놓으니 역시 사람의 마음은 간사하기 짝이 없다 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깨닫는다.
능선에 자라고 있는 소나무들이 한결같이 난쟁이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바람이 세게 불어오는 고산지역에는 키가 큰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해발 높이가 얼마 안 되는 이곳도 해풍이 매우 강한 모양이다.
전망바위에서 한숨을 돌린 후 험준한 바위능선을 오른쪽으로 우회한 후 말라버린 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길을 따라 목재계단을 오르니 전망대가 조성되어 있는 데크에 도착하게 된다.(12:40) 듣기로는 이곳이 예전 오서정이라고 하는 팔각정이 있던 자리라고 하는데 태풍으로 파손되어 없애고 대신 목재데크를 설치하여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 올라선 능선에는 목재데크를 따라 홍성 오서산, 그리고 저 멀리 보령 오서산 정상까지 등로는 이어집니다.

△ 다시 한번 지나온 풍광을 아쉬운 듯 뒤돌아보며 사진에 담아봅니다.

△ 홍성군에서 세운 정상석

△ 정상석 뒷면에는 광천읍 JCI에서 오서산을 노래한 글귀가 새겨져 있네요.

 

 

본래 까마귀와 까치가 많다해서 오서산이라 불리워졌다고 하는데 그렇게 많았다던 까마귀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으니 오서산이란 이름이 무색해진다.
인간이 자연을 얼마나 황폐하게 만들었는지 산행에 앞서 한번쯤 되새겨 볼 일이다.

해안을 접하고 있는 산들이 대개 암산으로 이루어져 험준하기 마련인데 오서산은 부드러운 산세를 지니고 있다.
짠내음이 물씬 느껴지는 바람을 맞으며 데크에서 내려다 보는 드넓게 펼쳐진 서해바다는 그야말로 시원스럽기 그지없다. 비록 지금은 때가 늦었지만 억새가 눈부시게 춤을 추는 계절이면 주변의 경치와 잘 어우러진 능선길을 걷는 산꾼들에겐 피로를 싹 가시게 할 만큼 멋진 풍광과 시원한 바람으로 힘겨운 산행으로 흘린 땀방울을 말끔히 씻어주리라는 확신이 든다. 그만큼 만족감이 큰 탓이리라...

데크 전망대를 지나서 해발 791미터의 홍성 오서산 정상에 이르는데 정상표지석에 음각된 ‘억새풀에 스며드는 서해의 낙조’라는 절묘한 표현은 간결한 시구로 인근 주민의 오서산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억새가 가득한 가을산의 쓸쓸한 정취를 절실하게 묘사해 주고 있는듯 하다.

홍성군에서 세운 오서산 정상임을 알리는 기념석을 배경으로 찰칵, 찰칵........ 부지런히 셔터를 눌러댄다.
능선을 따라  계속 전진을 계속해 나간다. 평탄하고 넓은 능선길, 약 2km, 대략 40분 정도 걸으면 바로 하산길이지만 그 능선을 타면서부터 감탄과 환희를 만끽하면서 걸을 수 있는 길이라 자부한다.
서해바다 쪽 우측 능선으론 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부드러운 산자락 소나무 숲 속엔 농가 마을이 숲을 정원 삼아 옹기종기 정겹게 모여있고 눈을 조금 들어 바라보면 작은 저수지들이 아름답게 보인다. 약 2KM에 달하는 능선을 걸으면서 좌우 아래 경치를 내려다 보면 모든 시름이 한 순간에 달아나 버린다.
좌측으로는 깊은 산 속의 최고봉에 올라선듯 마치 지리산의 어느 봉우리에 서있는 듯한 느낌이다.

△ 쉰질바위 갈림 삼거리

△ 탁 트인 멋진 전망을 바라보며 억새 능선을 걷다보니 어느 새 오서산 정상이 눈 앞에 다가옵니다.

 

 

능선을 따라 조금 가니 오른쪽으로 청소성연(용못) 이정표가 나오고 헬기장을 지나자 이곳을 찾은 각지의 산악회에서 흔적을 남겨놓고자 달아놓은 시그널들이 바람에 흩날리고 좌측으로 쉰질바위로 가는 이정표가 서 있는 삼거리에 도착하게 된다.(12:47)

시간도 어지간히 된듯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쉰질고개 방향의 임도 주변에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하고 가기로 한다.

자리를 깔고 각자 가져온 도시락을 꺼내놓으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김장철이라 그런지 김장김치가 넘쳐난다. 특히 이곳 홍성에서 이웃한 당진에서 멀리서 산행나온 일행들과 함께 하려고 일부러 찾아주신 '도아지'님이 담궈온 김치는 그야말로 일미 중의 일미였다. 포항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부군을 따라 이사를 한 탓에 카페에서만 매일 만나던 사이였는데 처음 만났으니 다들 반가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산행 내내 얘기꽃을 피우며 즐거운 시간을 가지며 올라왔는데 맛난 김치에 뱅어포까지 준비해와 입맛을 돋구워 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따끈한 커피에 과일까지 곁들여 후식을 즐기고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정상을 향하여 바쁠 것도 없는 걸음 옮겨나간다.(13:23)
능선길 우측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청소성연'은 이곳의 행정구역이 보령시 청소면 성연리이므로 이를 따라 이름을 지은 것 같으며, 쉰질바위라는 이름도 매우 특이하지만 그 뜻은 알 길이 없다. 능선에서 좌우로 빠지는 등산로가 여러 가닥으로 조성되어 있고, 산행 내내 하산할 방향인 오른쪽에 위치한 용못이 잘 조망된다.
급할 것 없이 느긋한 마음으로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기며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를 멋진 풍광을 맘껏 즐기며 사진에 담다보니 함께 가던 산우들은 벌써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저만치 앞서가는 님 뒤로 그림자 길게 드리우고..."라는 유행가 가사가 불현듯 떠오른다.

잠시 감상에 젖어 있는 산꾼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사진 찍는다고 빨리 오라는 클럽장의 손짓에 바쁜 걸음으로 올라서니 큼직한 정상표석과 등산로 안내도가 나란히 서 있는 보령군에서 세운 오서산 정상에 당도하게 된다.(13:48)
정상표석 뒷면에는 "허리를 휘감는 억새능선을 헤쳐 나가다 문득 뒤돌아보면 유난히 아름다운 낙조로 온갖 시름에서 벗어나 황홀경을 맛볼 수 있다"라고 새겨져 있고, 등산 안내도에는 "억새꽃과 바다가 있는 곳, 서해의 최고봉 오서산"이라고 적혀 있다.
안내도 남측에는 사각의 돌에 烏棲山(오서산)이라고 적힌 다른 표석이 보인다.

△ 보령 오서산(790.7m) 정상

△ 단체사진으로 흔적은 남겨봅니다.

△ 주능선 좌측으로 펼쳐지는 홍성 장곡면 일대의 모습입니다.

△ 금북정맥이 흐르는 내륙의 마루금 역시 시원스럽기는 매 한가지입니다.

△ 뒷쪽으로 억새군락지가 바라보이는 지나온 등로를 다시 한번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봅니다.

△ 보령 땅 너머 천수만이 보이고 그 뒤로 안면도가 희미하게 눈에 들어오네요.

△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마치 남해로 산행을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합니다.

△ 보령시에서 세운 정상석과 사각형의 또다른 정상석이 반겨주는 오서산 산정(山頂)

 

 

정상에 서서 광활한 억새능선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이 다 내것 인양 부러울게 하나도 없고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소유하고 있는 지주같은 착각에 빠져버리면서 세상의 근심과 걱정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리니 산은 나에게 늘 행복과 기쁨을 선사하는 천사같은 존재이다.
산에 오르는 이유가  이보다 더 더한 것이 어디있단 말인가? 정상에 서면 나는 잠시 세상에서 가장 축복받는 사람이 된다.

능선을 넘나들면서 좌우 경관을 헤집기에  눈동자가 다람쥐처럼 분주하다.
산의 규모에 알맞게 펼쳐진 억새 능선은 이미 철을 지나 빛을 잃었지만 시기를 맞춘다면 장관이리라.......

오서산은 보령을 대표하는 산으로 우리나라 서해연안의 산 중에서도 가장 높으며 백두대간 차령산맥 끝자락인 금북정맥의 최고봉(790.7m)이다.
보령시를 비롯하여 홍성군, 청양군에 걸쳐 3개 시군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산으로서, 울창한 숲과 맑은 물이 어우러져 천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다.
정상에서 보면 수채화처럼 펼쳐진 억새물결과 서해의 수평선 그리고 서해낙조를 조망할수 있을 뿐 아니라 남으로는 성주산, 북으로는 가야산, 동으로는 칠갑산, 계룡산까지 관망할 수 있어 육해공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몇 안가는 소중하고 진귀한 산으로 평가받고 있단다.

누구라도 가벼운 맘으로 한번 오면 반할 만한 그런 곳이다.

△ 말라버린 억새가 내년의 풍요로움을 기약하지만 언제쯤 다시 찾게 될지...

△ 국가시설물이 있는 오서산휴양림 갈림길

△ 시원스런 조망을 즐기며 시루봉을 향하여 하산길로 접어듭니다.

△ 임도와 만나게 되는 오서산 날머리

(우측 오름길의 임도로 가야 합니다)

 

사방 막힘없는 조망을 감상에 젖어 넋을 놓고 즐기는 동안 하산을 서두른 산우들은 저만치 내려가 버리고 뒤따라 내려가는 발걸음엔 모터가 달린듯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함께 가던 여성 산우분들과 유머스러운 말들을 나눠가며 내림길을 이으니 나즈막한 돌탑이 반겨주는 시루봉(559m)에 닿는다.

조망도 없고 별 특징이 없는 곳이라 그냥 통과하고 오름길처럼 경사가 심한 내림길을 조심스레 내려오니 양지바른 곳에 “제주 도씨” 부부를 합장한 묘 1기가 나타나 다정했던 부부의 흔적을 알리며 산꾼의 시선을 붙잡고 계단을 따라 내려서니 "등산로(시루봉)0.7km, 신암터(주차장)1.8km"의 이정표가 있는 곳에 임도길에 도착을 한다.(14:35) 먼저 내려간 산님들이 어느 곳으로 가야할지 몰라 기다리고 있어 의논하던 차에 임도를 거슬러 올라간 산님으로부터 이 길이 맞다는 전갈을 받고 후미에게 연락을 취하고 시그널을 나뭇가지에 하나 매달아놓고 임도를 거슬러 올라간다.

모퉁이를 돌아들어 진행하니 오서산으로 직등을 하는 코스와 우측 아래로 <→성골주차장 0.6km>를 알리는 이정표가 나타나 우측에 다시 시그널 한장 달아놓고 내림길을 이어가 밤나무 숲으로 들어간다.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가는 가을날에 이곳을 찾으면 눈부신 억새의 향연에 취하고 내림길에 만나게 되는 밤나무 숲에서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어 이쪽 지방으로 여행올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한번 올라보고픈 마음이 간절하다.

시멘트도로를 따라 아늑한 고향의 맛을 느끼기에 충분한 조용하기 그지없는 성연마을을 내려오니 신암터로 해서 오서산을 오르는 또다른 등산로 갈림길을 지나게 되고 이윽고 오서산등산안내소가 있는 작은 공터가 나타난다.(14:55)

△ 밤나무 숲을 가로질러 하산을 서두르는 산님들 너머로 용못(성연저수지)이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네요.

△ 막바지 등로에 아쉬운 마음으로 한번 더 고개들어 풍광을 담아봅니다.

△ 말라버린 밤송이와 빛바랜 나뭇잎에서 눈 내리는 겨울을 그려봅니다.

△ 매달려 있는 물지게를 보니 잠시 어린 시절 시골에 온 듯한 착각을 느끼게 만드네요.

△ 카페 동창 모임 같다고 하는데...^^*

△ 조그마한 공터에 <오서산등산로 안내도>와 화장실, 오서산 등산안내소와 커다란 표석이 있는 곳 - 바로 날머리의 모습입니다.

 

 

안내소 앞엔 생활비에 보태려고 직접 농사를 지은 농작물을 내어놓고 호객을 하는 촌로 몇 분이 매상에는 관심이 없는듯 담소를 나누기에 바쁘신 모양이고 길 건너편 쉼터에는 먼저 산행을 마친 다른 지역의 산님들이 술 한잔 걸치며 걸쭉한 농담을 주고 받으며 파안대소를 터트리고 있다.

좌측 표석 아래에 설치되어 있는 수돗가에서 땀을 씻어내고 목을 축인 다음 안내소 옆에 보령군에서 세운 한시(漢詩)가 새겨진 표석에서 기념촬영 한장 남기고 주차장으로 걸어가 기다리고 있던 버스에 올라 배낭을 내려놓고 주차장 바닥에 주저앉아 내어놓은 과메기를 맛보며 하산주를 나눈다.

4시간 남짓 산행하기 위해 무려 9시간을 도로 위에 쏟아버리며 다녀온 오서산. 이곳은 분명 우리에겐 너무나 비효율적인 산행지이다.
그러나 산행 내내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즐거워하는 일행들의 모습과 또 산행 후 맛보는 과메기의 진득한 맛에 위안거리를 삼아본다.

늘 겪는 일이지만 매번 산에 오르는 일은 어렵고 힘들다. 그러나 그것을 알면서도 오르고자 함은 무슨 연유일까? 
숲이 주는 경이로움 때문일까?  인간의 하찮은 도전의식 일까? 아니면 자기 삶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시일까?

광천의 명물인 젓갈을 사 들고 돌아오는 귀로에서도 문제의 해답을 찾지 못한 채 무거워져 오는 눈꺼풀을 애써 막아보지만 감겨오는 두 눈은 저절로 감겨져 버리고 어쩔 수 없이 꿈속으로의 여정을 떠나가고 만다. 설마 꿈속에서는 정답을 찾을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감을 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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