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초등친구들과 함께 걸어본 계룡산 종주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10. 11. 21(일) 날씨 : 맑음, 뿌연 연무가 심함
♧ 산행장소 : 충청남도 공주시·논산시·대전광역시 일원
♧ 산행인원 : 초등학교 벗들과 함께(11명)
♧ 산행코스 : 주차장 - 갑사 - 금잔디고개 - 삼불봉 - 자연성릉 - 관음봉 - 은선폭포 - 동학사 - 주차장(12.5㎞, 5시간 57분)
▣ 계룡산(鷄龍山, 845m)
계룡산(845m) 이란 산명은 조선조 초기에 이태조가 계룡산 아래에 도읍을 정하려고 이 지역을 답사하였을 당시 동행한 무학대사가 이산의 형국은 金鷄抱卵形(금계포란형:금빛 닭이 알을 품은 형국)이며 飛龍昇天形(비룡승천형:나르는 용이 하늘로 오르는 형국)이라 하였는데 이 두 주체인 계(鷄)와 용(龍)의 글짜를 따서 계룡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국립공원관리공단)고 하며 혹은 능선이 닭의 볏을 머리에 쓴 용의 모습과 닮았다고 하여 닭계자(鷄),용룡자(龍)를 써서 계룡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다고도 하는데 충남 공주시 반포면 학봉리 777번지에 위치하며 1968년 12월 31일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계룡산은 대전광역시, 공주시, 논산시에 걸쳐있는 충남 제일의 명산이다.
금남정맥(만학골재-수정봉-무명봉-자연성릉-관음봉-천황봉)의 위치한 산으로 풍수지리에서도 명산이며, 무속신앙과 관계 깊은 신비스러운 산이다. 주봉인 천황봉(845.1M)을 비롯하여 삼불봉, 연천봉, 관음봉 등 열댓개의 봉우리, 기암괴석과 서쪽에 용문폭포, 동쪽에 은선폭포, 남쪽에 암용추, 숫용추 폭포를 아우르고 있는 명산명소이다.
계룡산은 멀리서 보면 평범한 여늬 산과 그리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그곳에 가서 곳곳에 숨겨진 아름다운 골짜기와 바위와 나무를 둘러 보게 되면 그 산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에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산봉우리가 줄지어 날카롭게 솟아 있고,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와 울창하게 들어선 나무들이, 곳곳의 깊디깊은 골짜기와 그 골짜기에서 흐르는 쪽빛 내와 한데 어울려, 뛰어난 경지를 이루어 놓았다.
이중환의 “택리지”에서 이 나라에서 가장 경치가 뛰어난 산으로 넷을 꼽았는데, 그것들이 곧 오대산과 삼각산, 구월산과 계룡산이었다. 그는 계룡산이 웅장함이나 수려함에는 다른 산에 좀 못할지 모르나 그 깊숙한 골짜기와 넓고 깊은 못은 다른 산에 없는 것들이라고 했으며 또 갑사와 동학사 같은 오래된 절과 기이한 명승지가 많다고 했다.
봄에는 동학사 진입로변의 벚꽃터널, 여름에는 동학사 계곡의 신록, 가을에는 갑사와 용문폭포 주위의 단풍, 겨울에는 삼불봉과 자연성능의 설경이 장관을 이룬다. 계룡산에는 유서 깊은 절과 전설이 담긴 유적들이 도처에 많다. 동쪽의 동학사, 서북쪽의 갑사, 서남쪽에 신원사, 동남쪽에 용화사가 있고 갑사삼신괘불탱 등 국보 2점, 쇠로 된 당간과 당간지주 등 보물 7점과 신원사 오층석탑 등 지방문화재 9점이 있다.
◈ 산행기
언제 만나도 그저 반갑고 마음 편한 초등학교 벗들과의 모처럼의 산으로의 나들이를 충남 공주에 있는 계룡산으로 정하고 코스는 갑사에서 동학사로 걸어보고자 지도를 구해 카페에 공지를 하고서 오늘이 오길 기다려 새벽바람 맞으며 대구로 달려가 약속장소인 전자관에 도착하니 쌀쌀한 날씨에도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던 벗들과 반가운 해후를 나눈다. 언제 어디서 만나도 부담이 없는 그야말로 막역지우인 친구들과 계룡산으로의 나들이길 차 안에서 오고가는 농담속에 걸쭉한 웃음이 떠나지 않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가는 내내 이어진 즐거운 여정을 끝내고 유성I.C를 빠져 나와 공주 방면으로 길을 틀어 갑사를 향해 차를 몰아가 주차장에 도착하니 밝은 아침 햇살이 멀리서 새벽같이 달려온 일행들을 반겨준다. 간단히 행장들을 챙기고 다시 찾아온 계룡산으로 숨어 들어간다.(10:20)
▲ 산행지도
▲ 주차장에 파킹을 하고 밝은 햇살을 받으며 산행을 시작합니다.
▲ 계룡산 갑사 일주문
▲ 멀어져가는 가을의 끝자락을 아쉬워하는 듯 마지막 날개짓이 화려하기만 합니다.
▲ 갑사의 명물인 낙엽이 깔린 고즈넉한 오리 숲길입니다.
▲ 사천왕문
황금빛으로 물든 나무숲길을 보도블럭으로 된 도로를 따라 걸으니 수많은 산님들이 물려들지만 짜증스럽기 보다 즐거움이 앞서고 철지난 단풍이 을씨년스럽지만 만추의 끝자락을 장식이라도 하듯 멋스런 분위기를 만들어 그 유명한 '갑사 오리길'을 걷는 기분 상쾌하기 그지없고 소풍나온 어린아이처럼 마냥 즐겁기만 하다.
사천왕문을 통과하여 얼마안가니 갑사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선방 어디선가 두드리는 목탁소리가 신선하게 산사를 울려퍼진다.
계룡산 서북쪽 기슭 해묵은 노송과 느티나무 숲이 우거진 곳에 자리한 갑사는 화엄종 10대사찰의 하나이며 5개의 암자를 거느리고 있다. 고구려의 구이신왕 원년(420년) 고승 아도화상이 신라에 불교를 전하고 귀국길에 계룡산을 지나다가 이곳 배석대에 주춧돌을 놓았다는 설화가 있다.
대웅전을 향해 합장 반배로 부처님께 절하고 바쁜 걸음 옮겨간다.
▲ '계룡갑사'라는 현판이 특이한 강당
▲ 계룡산 갑사 대웅전
▲ 빠알간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이 참으로 먹음직스러워 보였네요.
▲ 연천봉(우)과 금잔디고개 갈림길
갑사계곡은 계룡산 국립공원의 7개 계곡중 "춘마곡 추갑사"(봄에는 마곡계곡, 가을에는 갑사계곡)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단풍이 빼어난 곳이다. 5리숲 이라고도 부르는 갑사 진입로는 특히 장관이다.
속세를 떠나 불도에 들어가는 첫 관문인 계룡산갑사 일주문을 통과하여 매표소앞 계룡산 국립공원 안내도 앞에서 폼 한번 잡고서 매표를 한후 갑사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니 가끔씩 나타나는 붉은 단풍은 찾아온 산꾼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길옆으로 난 자연관찰로가 운치있고 멋스런 길을 만들어 역시 기쁨을 선사한다.
갑사를 지나니 "금잔디고개 2.3km, 용문폭포0.6km, 연천봉2.4km, 관음봉3.3km"의 갈림길에 도착을 하고 이곳에서 연천봉 길을 버리고 금잔디고개길로 산길을 이어가니 산길은 돌길로 이어지고 하늘에서는 불어오는 바람에 낙엽비가 쏟아져내리고 쏟아진 낙엽비는 길과 계곡을 낙엽세상으로 만들어 버린다.
낙엽이 수북이 쌓인 용문폭포앞에 도착을 하니 이곳 또한 낙엽이 폭포수아래 소를 덮어 즐겁게 노는 물고기의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다. 갑사계곡의 구곡 중 팔곡에 해당하는 용문폭포는 가을이라 그런지 물의 양이 적어 그리 멋진 폭포로 보이지는 않는다. 바위에 '용문폭'이라 새겨진 돌을 보고서야 용문폭포임을 알게 되었지만 그냥 지나칠 수가 없기에 친구들을 세워 넣고 사진에 담아 보고서 가던 걸음 재촉해 나간다.
용문폭포는 해발260m지점으로 "갑사0.6km, 삼불봉2.3km"지점이다. 용문폭포를 지나면 돌계단이 이어지고 다리를 2개 건너면 신흥암으로 가는 임도에 도착을 한다.
▲ 말라버린 '용문폭포'
▲ 신흥암 뒤쪽의 천진보탑이 있는 멋진 암봉이 자꾸만 눈길을 끕니다.
임도에서 조금가면 "신흥암0.1km, 남매탑0.8km, 금잔디고개1.1km, 갑사1.2km"라고 씌어진 이정표에 도착을 하고 이곳에서도 신흥암의 목탁소리가 고즈넉한 산사에 올려퍼진다. 신흥암 뒤켠에는 깎아지른 듯한 암봉이 멋진 천진보탑이 찾아온 산꾼의 발걸음을 붙들어 맨다. 역시 국립공원 답다는 감탄사가 연발이다.
잠시 쉬면서 뒤따라 오는 일행들을 독려하며 금잔디고개를 향해 걸음을 이어가니 거친 돌밭의 연속인 된비알이 시작된다. 한발한발 돌길을 올라서 헬기장이 있는 금잔디고개를 향해 발걸음을 내디디니 산을 자주 찾지 않는 친구들은 하나 둘씩 뒤로 처지기 시작한다. 점점 힘들어진다면서 푸념섞인 투정을 하는 벗들을 다독거리며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가니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한다.
공주 계룡산은 태조 이성계가 도읍지의 후보로 삼았을 뿐 아니라 정감록에도 점지된 명산이다.
지금까지도 계룡산 도사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 것은 계룡산의 정기가 그만큼 웅혼하고 순수해서 영혼을 맑게 하고 혜안이 열리게 하는 건지 모른다.
▲ 금잔디고개를 향한 마지막 오름짓을 해봅니다.
▲ 금잔디광장 초입
▲ 삼불봉고개 이정표
산길에는 가끔씩 돌무덤이 나타나면서 이곳이 무속신앙과 관계깊은 신비스런 산임을 알리고 있다. "갑사2.3km, 남매탑0.7km"지점에 도착을 하면 능선위에 하늘이 빙긋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다.
곧이어 금잔디능선인 헬기장에 도착을 하니 먼저 올라온 산님들이 군데군데 둘러앉아 이른 점심을 즐기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듯 나누는 대화속에 터져나오는 사투리가 제각각이라 귀동냥을 하고 있으니 금새 어디서 온 분들인지 짐작이 간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자켓을 꺼내입고 헬기장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를 잡고 앉아 식탁보를 내어놓고 벗들이 올라오기를 기다린다. 한참 후에 숨을 헐떡이며 도착한 벗들에게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식사시간을 갖자고 얘기한다. 여자친구들이 정성스레 마련해 온 음식들을 내어놓고 하나 하나 맛을 보며 주고받는 술잔속에 조금씩 웃음보는 늘어가고 쌓여가는 우정은 정비례하고 있다. 즐거운 식사시간을 마치고 다리가 불편한데도 이곳까지 힘들게 올라온 친구 2명에게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주차장으로 내려 보내고 등로를 이어가 삼불봉고개에 당도하니 이곳에서 자연성릉을 걷고 싶다는 친구 셋을 뒤에 세우고 나머지 다섯명의 벗들과 동학사에서 만나자는 말을 건네고 남매탑길로 내려 보내고 삼불봉으로 향하니 곧이어 조망이 트이기 시작하는데 뿌연 연무로 인해 계룡산의 최고봉인 천황봉 중계탑이 멀리 희뿌옇게 다가온다. 곧이어 철계단을 힘겹게 올라서면 건너편 계룡산의 주릉이 이어지는 멋진 조망을 제공하는 삼불봉에 도착을 한다.
▲ 천황봉, 쌀개봉, 관음봉, 문필봉, 연천봉으로 이어지는 주릉의 모습입니다.
▲ 올라왔던 갑사 방면
계룡 8 경(鷄龍八景)
○ 제 1 경 天皇峰日出(천황봉일출)
상봉이라고 불리는 계룡산 최고봉으로 한국통신 중계탑이 세워져 있고,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입산이 금지되어 있는 곳이다. 이곳에 서면 계룡산뿐 아니라 대전을 비롯해 공주, 논산 일원의 산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러한 풍광의 정상에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면 경이롭기 그지없다.
○ 제 2 경 三佛峰 雪花(삼불봉 설화)
천황봉이나 동학사에서 바라보면 세 부처님의 모습을 닮았다 하는 삼불봉에 서면 자연성능을 거쳐 쌀개봉 - 천황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비롯해 황적봉 능선, 연천봉 능선이 마치 용이 꿈틀거리는 듯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동학사계곡과 갑사계곡도 한눈에 들어와 계룡산의 전모를 볼 수 있다. 사시사철 아름다움 풍광을 맛볼 수 있으나 그 중 설화가 피었을 때가 압권을 이룬다.
○ 제 3 경 連天峰 落照(연천봉 낙조)
연천봉은 자연성능이 시작되는 관음봉에서 갑사계곡과 신원사계곡을 가르며 서쪽으로 뻗은 산줄기에 솟아 있는 봉으로, 계룡산의 서쪽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봉이다. 서쪽으로 펼쳐진 논산과 공주 일원의 들녘을 바라보는 맛도 일품으로, 특히 저녁 노을이 물들 때는 산야는 붉게, 멀리 백마강 물줄기가 은빛으로 반짝이는 등 절경이 펼쳐진다.
○ 제 4 경 觀音峰 閑雲(관음봉 한운)
관음봉은 계룡산의 중앙에 위치한 봉으로 정상에 전망대가 세워져 있다. 계룡산을 대표하여 공주 10경에도 포함된 이곳에서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을 보면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 제 5 경 東鶴寺溪谷 新綠(동학사계곡 신록)
동학사계곡은 자연성능과 쌀개봉 능선, 장군봉 능선, 황적봉 능선 등 계룡산을 대표하는 능선들 사이에 깊게 패어 있는 계곡으로 수림이 매우 울창하다. 특히 신록에 물든 동학사계곡을 걷노라면 나이에 관계없이 젊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제 6 경 甲寺溪谷 丹楓(갑사계곡 단풍)
예부터 "춘 동학, 추 갑사"라 했듯이 갑사계곡의 가을 단풍은 아름답기로 이름높다. 가을철 갑사에서 금잔디 고개로 오르다 보면 몸과 마음 모두 단풍에 물들고, 자연성능에서 갑사계곡을 내려다 보노라면 울긋불긋한 단풍에 취해 단풍바다에 몸을 던지고픈 마음까지 들게 한다.
○ 제 7 경 隱仙瀑布 雲霧(은선폭포 운무)
동학사계곡 상류에 있는 폭포로 옛날 신선들이 폭포의 아름다움에 반해 숨어 지냈다 하여 은선폭포라 불린다. 절벽과 녹음이 어우러져 절경을 자아내는 이 폭포는 특히 안개가 자욱할때의 풍광이 압권이다.
○ 제 8 경 男妹塔 明月(남매탑 명월)
남매탑이라고도 불리는 오뉘탑은 계명정사 부근, 옛날 청량사터에 위치해 있다. 멸망한 백제의 왕족과 호랑이가 업고 온 여인과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전하는 탑으로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달빛이 가슴 저미도록 아름답게 느껴진다.
▲ 우측부터 연천봉, 문필봉, 관음봉이 차례로 도열해 있습니다.
▲ 삼불봉에서 바라본 천황봉
▲ 삼불봉 전망터에서...
▲ 삼불봉을 되돌아 올려다 본 모습입니다.
▲ 벼랑에 내걸린 소나무들이 바람에 흔들이며 아름다운 춤을 추고 있으니 보는 이의 눈은 그저 즐겁기만 합니다.
▲ 황적봉, 치개봉 방면의 멋진 능선에 걸어보고픈 심한 충동을 느낍니다.
▲ 잘 그린 동양화 한폭을 보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하는 절경 그 자체입니다.
▲ 성곽처럼 두른 천길 낭떠러지 위에서 폼 한번 잡아봅니다.
천황봉이나 동학사에서 멀리 올려다보면, 마치 세 부처님의 모습을 닮아 삼불봉(해발775m)이라 부른다. 삼불봉 정상에 서면 동학사와 더불어 동학사계곡, 갑사계곡이 친근하게 내려다보이고 관음봉, 문필봉, 연천봉과 쌀개봉, 천황봉이 솟아 올라 그 위용을 자랑한다.
삼불봉에서 철계단을 타고 하산을 하여 전망대에 서면 천황봉 송신탑. 삼불봉과 관음봉 그리고 계룡산의 산그리메가 물결치듯 시야에 들어온다. 해발715m인 자연성능길을 타고 가면 관음봉이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하고 "관음봉1.0km, 삼불봉0.6km" 지점을 지나 철계단을 올라 "관음봉0.8km, 삼불봉0.8km"지점을 지나면 관음봉으로 오르는 산님들의 행렬이 눈에 들어온다.
공주 계룡산은 태조 이성계가 도읍지의 후보로 삼았을 뿐 아니라 정감록에도 점지된 명산이다.
지금까지도 계룡산 도사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 것은 계룡산의 정기가 그만큼 웅혼하고 순수해서 영혼을 맑게 하고 혜안이 열리게 하는 건지 모른다.
자연성릉 탐방로는 대부분이 암릉을 옆에 두고 반듯하게 이어지는 길이다.
오르내림길에는 모두 계단이 설치되어 있고 조금 험한 암봉은 출입이 금지되어 우회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암릉을 타고 오르내리는 재미는 오히려 남해의 계룡산보다 떨어진다고 할수 있다.
▲ 계룡산 자연성릉의 웅대한 모습과 관음봉을 오르는 철계단도 조망이 되네요.
▲ 가파른 절벽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 소나무의 끈질긴 생명력에 새삼 감탄을 해 봅니다.
▲ 이 길을 보니 오래 전 돌아보았던 코스가 머리속에 그려지더군요.
▲ 관음봉에서 바라본 지나온 자연성릉의 모습입니다.
▲ 관음봉에서...
▲ 문필봉(앞)과 연천봉의 모습입니다.
외길인 관음봉으로 오르는 된비알길은 교행을 하는 많은 산님들 때문에 지체가 된다. 하지만 조금씩 배려하며 기다려주는 미덕을 발휘하니 한결 마음 가볍고 오가는 인삿말에 웃음으로 답하니 정체구간도 가볍게 넘길 수 있는데다 멋들어진 자연성릉의 절경을 구경하느라 지루한 줄도 모를 정도다. 멋진 풍광이 펼쳐지는 곳에는 어김없이 발걸음 멈춰서서 사진에 담느라 연신 바쁜 손놀림이고 아래를 내려다 보면 그저 아찔하다는 느낌만 드는 벼랑 끝에서 포즈를 취하며 계룡산을 찾은 보람을 한껏 누려본다.
이윽고 가파른 외길의 된비알길을 따라 올라서니 오래전 아내와 함께 찾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는 동학사에서 관음봉을 거쳐 이곳 자연성릉을 넘어 남매탑으로 하산했던 기억이 새롭다. 이어지는 철계단을 한발한발 힘차게 내딛으며 오름길을 이어가니 팔각정의 정자가 반겨주는 관음봉에 도착을 한다.
천황봉, 쌀개봉으로 이어지는 계룡산의 주봉의 하나로서 관음봉이라고 부르며 해발816m로 서 관운봉의 한운은 계룡산을 대표한 공주십경의 하나이기도 하다.
동학사 계곡과 신원사계곡을 앞뒤로 하고 쌀개봉과 관음봉, 문필봉, 연천봉 등이 지척에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관음정에 편하게 누워 하늘에 떠다니는 한가한 구름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들의 인생을 새롭게 느끼게 해주어 이를 계룡산의 제4경으로 꼽고있다.
관음봉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후 관음정에는 많은 산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한쪽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커피 한잔씩 마시고나서 하산길로 접어든다. 나무데크를 따라 내려서니 "관음봉0.2km, 은선폭포0.8km, 연천봉0.9km"인 능선에 도착하게 되고 이곳에서 좌측 방향의 내림길인 은선폭포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 연천봉과 은선폭포 갈림 이정표
▲ 거친 돌밭길을 내려가며 다시 한번 자연성릉의 웅장한 모습을 담아 봅니다.
▲ 속이 관통상을 입은 듯 뻥 뚫리고 온 몸이 뒤틀려도 오랜 세월 모진 목숨 이어온 특이한 모습의 나무
경사도가 심한데다 거친 돌길이라 자칫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등로에 발목이 약한 본인은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다. 스틱을 적절히 사용해 가면서 조심스레 지루한 내림길을 이어가니 특이한 모습의 고목이 갈길 바쁜 산꾼의 발걸음을 붙든다.
나무의 모양이 참으로 독특하다. 어떻게 자라면 이런 모양이 될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나무에 묻어있는 세월의 흔적을 헤아려 보며 100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의 삶에 비하면 참으로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즈넉하고 한적한 낙엽이 적당히 깔린 돌길을 따라 부지런히 내려선 동학사 계곡길은 때늦은 단풍철이지만 계룡산의 명성 탓인지 등산복이 아닌 평상복에다 운동화 차림의 행락객들이 느지막한 시간인데도 올라오는 모습이 보인다. 태반이 배낭도 없는 비무장인데다 어린애를 동반한 이들이 오가고 있으니 산이 작고 길이 좋기 때문일 터이다.
내려오는 자가 있으면 오르는 자가 있고 오르는 자가 있으면 내려오는 자가 있는 게 바로 인생이 아닐까 싶다.
무조건 오른다는 것이 좋은 것만도 내려온다는 것이 나쁜 것만도 아닌 오묘한 인생이 살만하지 않은가...
▲ 건기라 그런지 물 한방울 없는 은선폭포의 을씨년스러운 모습입니다.
▲ 쌀개봉
(디딜방아의 쌀개를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쉼없이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 걸음이 늦은 친구를 챙기며 서다가다를 반복하며 등로를 이어가니 어느덧 동학사 대웅전 용마루가 눈에 들어오고 절집 주변에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역시 유명한 사찰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더구나 대전에서 가까운 곳이라 주말 나들이를 나온 행락객들이 특히 많이 보인다.
주변 풍광을 사진에 담으며 대웅전에 참배하러간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 곁에 있던 다른 친구와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워본다.
가을이 무르익어 끝을 향해 달려가는 시점에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무심한 하늘을 쳐다보며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해보는 것도 좋았지 않나 싶다.
올해 수능시험을 치룬 수험생을 둘씩이나 두었으니 지극정성을 담아 좋은 결과 있기를 부처님께 간구하고 법당에서 나오는 친구를 데리고 절집 마당 한켠에 버티고 서있는 화려한 단풍나무 아래에서 다녀간 흔적을 남기고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와 일주문을 빠져 나오며 되돌아 본 계룡산의 최고봉인 천황봉에는 석양이 턱걸이를 하고 있다.
▲ 동학사 입구에는 유난히 화려한 단풍나무 한 그루가 익어가는 가을 한 귀퉁이에서 화려한 모습으로 반겨줍니다.
▲ 동학사 대웅전
▲ 동학사의 만추(晩秋)
▲ 되돌아 본 계룡산 천황봉
▲ 동학사 일주문
남매탑으로 하산한 다른 친구들과 통화를 해보니 이미 주차장에 당도해서 금잔디고개에서 하산하여 갑사주차장에서 차를 몰고온 친구의 차에 타고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단다. 기다려준 친구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 가슴에 안고서 주차장을 빠져 나와 나머지 차량 한대를 회수하기 위해 박정자삼거리를 지나 갑사를 향해 달려간다.
'박정자'라는 이름의 거리가 있을 정도로 '박정자'라는 사람이 그리도 유명한가 하며 벗들과 얘기를 나눠보지만 아무래도 사람 이름은 아닌 것 같아 집에 와서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어 잠시 소개해 본다.
공주에서 불리어지는 박정자(朴亭子)라는 이름은 사람이름도 마을이름도 아니다.
또한 한자의 뜻대로 해석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지은 무슨 정자(亭子)의 이름도 또한 아니다. 그것은 옛날 이 곳에서 정자의 역할을 했던 느티나무의 이름이란다.
32번 국도를 타고 대전에서 공주로 가는 길에 보면, 삽재고개를 넘어 내리막이 끝나는 지점에 계룡산 국립공원(동학사)으로 들어가는 삼거리가 있는데, 이 곳에 오래된 정자나무가 있어 박정자 삼거리라고 부른다고 한다.
박정자(보호수)는 수령 300년 정도에 둘레가 5M정도 되는 고목의 느티나무인데 옛날에 학봉리에 살던 밀양박씨 노인이 수해를 막기 위해 이곳에 심어놓았다고 한다.
공주에서 대전(유성)을 가려면 삽재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1900년 경에는 이 고개를 넘을 때에 도적이 많아서 사람들이 혼자서 넘지를 못하자 이곳 나무 아래에 모여 기다렸다가 함께 넘어가기 위한 정자구실을 하게 된 것이고, 이후 사람들이 박씨가 심은 정자나무가 있는 곳이라 해서 박정자(朴亭子)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정자나무는 특별한 나무가 아니라 그늘이 큰 나무이면 정자역할을 한다 해서 그렇게 부르는 것이고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등이 있는데 주로 느티나무가 빨리 자라고 가지가 넓게 퍼져 그늘을 쉽게 만들기 때문에 정자나무로 느티나무를 많이 심은 것이라 한다.
단양 제비봉 산행 이후 초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한 산길이지만 각자 바쁜 생활 가운데서도 시간을 내어 참여해준 모든 벗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내달 번개산행 때에도 즐거운 시간을 가져볼 수 있도록 협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는 두 친구를 떠나보내는 아쉬운 마음속엔 언제나 지금의 모습 그대로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 이어지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올라온 길을 되돌아 내려가는 차 안에서 피곤한 몸이지만 우스개 소리로 박장대소를 터트리며 재미난 시간이 이어져 가니 몰려오던 졸음은 언제 그랬냐는 듯 저만치 물러가고 한바탕 웃음소리만 달리는 차창밖으로 밤하늘을 날아 멀리멀리 퍼져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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