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두메산골 두마리 둘레 한바퀴 (곰바위산-베틀봉-면봉산-작은보현산) 본문
♠ 산행일자 : 2011. 02. 20 (일) 맑음
♠ 산행장소 : 포항시 죽장면, 영천시 자양면, 화북면, 청송군 현서면, 현동면 일원
♠ 산행인원 : 나홀로...
♠ 산행코스 : 두마리표지석 - 무학대 - 곰바위산 - 망덕고개 - 베틀봉 - 곰내재 - 면봉산 - 밤티재 - 보현산 차도 - 갈미봉 갈림길 - 작은보현산 - 대태고개 - 두마리표지석
♠ 산행시간 : 8시간 45분(식사 및 휴식 포함)
◈ 산행기
어제 초등학교 친구 세명과 함께 경주남산으로의 산책성 산행이 성에 차질 않고 복잡한 머리속을 비우기 위해 장거리 산행을 계획하고 영알로 갈까 하다가 한동안 찾지 않았던 면봉산으로 가고자 일찍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안강 방면 자동차전용도로를 따라 진행하다 달성사거리 우측에 있는 만두집에서 요기를 할 요량으로 찾았으나 이른 시각인지 문을 닫은 상태다. 자칫 아침을 굶을 처지라 '이를 어쩐다~' 궁리 끝에 기계면 소재지로 들어가 24시간 편의점에 들러 햄버그와 삼각김밥으로 간단히 아침으로 때우고 죽장면 소재지를 지나 낯익은 표지판이 반겨주는 봉계리, 두마리 방면으로 접어든다.한참을 달려 무학사를 지나 만나게 되는 오늘의 산행 들머리인 무학대 주변에 마땅히 주차할만한 곳이 없는데다 날머리와 거리가 제법 떨어져 있어 중간 지점에 주차를 하고자 그냥 지나쳐 두마리를 알리는 커다란 표지석 바로 옆 경사진 오르막에 파킹을 하고 배낭을 들쳐메고 오던 길을 향해 걸음 옮긴다.(08:54)
도로 좌측에는 첫번째로 올라야 할 곰바위산의 가파른 오름길이 버티고 있어 초반부터 기를 죽이고 있다.
그동안 이곳 두마리 주변의 산들은 몇번씩 올라본 터라 이번에 한꺼번에 둘러보고자 꾸며보았는데 쉽지 않은 코스라 긴장감이 엄습해 온다.
한동안 장거리산행을 못했었는데 체력단련도 할겸 제대로 된 설산을 밟아보고자 나선 길이니 끝까지 완주해 보기로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채찍질하며 코 끝에 전해져 오는 차가운 기운을 약간은 무거워져 오는 눈커풀의 피로 해소용으로 느끼며 한발한발 내딛는다.
10분 남짓 시멘트도로를 따라 걸어가 도착한 무학대에서 사진 한장 남기고서 하얀 눈밭이 펼쳐지는 계곡으로 내려간다.
▲ 산행지도
▲ 하늘 아래 첫동네 두마리 마을 표지석을 사진에 담으며 산행을 시작합니다.
▲ 실질적인 들머리인 무학대 입구
▲ 산행안내판(제 1코스인 산악인 코스)
▲ 눈덮힌 무학대의 풍광입니다.
무학대 주변을 휘 둘러보며 잠시 감상하고서 시그널이 펄럭이는 건너편 오름으로 들어서니 낯익은 빨간 표지기가 나를 반긴다.
마치 '해달님 어서 오이소~'하며 늘 웃는 얼굴에 푸근한 인상이 멋진 '옛길'님의 시그널이다. 오늘은 '옛길'님과 동무하며 가면 되겠다 싶어 홀로가는 등로에 심심하진 않겠다 싶어 용기백배의 마음이다.
초입부터 팍팍한 오름길이라 금새 온 몸이 더워오고 등줄기에 땀이 배어 나오지만 간간이 나타나는 오늘 산행의 동무가 나타나 격려를 해주니 빙그레 미소로 답하며 씩씩거리며 오름길을 이어간다. 계곡 아래 외딴 민가에서 들려오는 견공이 짖는 소리도 오늘은 신나는 음악처럼 들린다. 복잡한 머리를 비우기 위해 나선 길이니 가파른 오름길이 오히려 득이 되는 것 같다. 아무 생각없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숨을 헐떡이며 오르다보면 온갖 잡념으로 차있던 머리속은 온데간데 없이 깨끗이 비워져 있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니 산행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싶다.
▲ 가파른 오름길이 초입부터 숨을 헐떡이게 만드네요.
▲ 숙부인(淑夫人)의 직첩을 받은 '평해황씨'묘
▲ 녹아내리는 눈에 낙엽까지 겹쳐 오름길이 꽤 미끄러운 등로입니다.
▲ 하얀 눈을 밟으며 한발한발 내딛는 발걸음에는 힘이 넘쳐 납니다.
나뭇가지에는 이미 녹아버린 눈으로 인해 앙상한 나뭇가지를 드러내어 놓았지만 등로에는 아직도 쌓여있는 눈으로 인해 스패츠를 착용하고 등로를 이어간다. 아이젠은 아직 필요치 않은 것 같고 급내림길에 들어서면 착용하리라 마음먹고 된비알을 부지런히 올라보지만 눈과 낙엽이 뒤섞여 있는 오름길이 꽤나 힘들다. 한발 오르면 두 걸음 미끄러지니 양손에 의지하고 있는 스틱에 저절로 힘이 들어간다.
근자에 눈이 오고나서는 찾은 이가 아무도 없었는지 사람의 발자국은 하나도 없고 간혹 멧돼지나 고라니 종류의 발자국만 더러 보인다.
오래 전에 산불이 났던 곳인지 주변 나무들이 시커멓게 변해버린 지역을 통과하니 그제서야 주변 조망이 트인다.
산 아래로는 올라왔던 무학대 주변 도로와 건너편 수석봉엔 벌목현장이 하얀 눈에 덮혀 흉물스런 광경을 가리고 있고 그 옆으로 오늘의 날머리로 잡은 대태고개가 보이고 작은보현산이 길게 동서로 드러누워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너머 기룡산도 당당한 모습으로 한번 다녀가라는 듯 자못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주변 풍광을 카메라에 담고 다시 오름길을 이어 20여분 올라서니 나무기둥에 이정표가 달려있는 곰바위산 정상에 당도한다.(10:29)
좌우로 시그널들이 펄럭이고 있어 살펴보니 봉계리 방향에 또다른 반가운 표지기가 보인다. '오지리'님 시그널이다. 아마도 두마환종주 때 매달아놓은 것인가 보다.
감히 엄두도 못낼 정도의 거리를 그것도 오지 산행을 주로 하는 분이라 그저 대단하다는 말과 함께 후답자를 위한 자세한 궤적과 설명에 경외감을 느끼곤 한다.
곰바위산 정상에서 보는 보현산과 면봉산 그리고 베틀봉의 웅장한 마루금에 올라온 보람을 백배 보상을 받은 듯하여 가슴이 울렁거린다.
시원스런 풍광을 연신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잠시 쉬면서 눈의 즐거움을 누리고 아이젠을 꺼내 착용하고서 베틀봉을 향한 힘찬 걸음을 내디디며 급사면을 미끄러져 내려간다.
▲ 처음으로 조망이 트이는 지점에서 건너다 본 수석봉의 벌목지역이 흉물스럽게 보입니다.
▲ 작은보현산이 우측으로 누워있고 그 너머 기룡산이 우뚝한 모습입니다.
▲ 곰바위산 정상(895m)
▲ 곰바위산정에서 바라본 보현산 형제
▲ 가야할 베틀봉과 면봉산의 마루금이 펼쳐지네요.
▲ 보현,면봉 두 거봉이 나란히 서있는 아래로 두마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 발목이 푹푹 빠지는 설원을 홀로 걷는 산꾼의 마음은 어느 새 복잡했던 마음이 순백의 도화지로 변해 버렸네요.
무학대에서 올라온 등로는 가파른 오름길이었지만 그래도 꾸준한 오름길이었는데 망덕고개 방면 내림길은 그야말로 쏟아지는 내리막의 연속이다.
예전 눈보라가 치던 날 베틀봉을 처음 찾았을 때 망덕고개에서 곰바위산을 거쳐 봉계리로 돌아가는 코스로 찾았었는데 봉계리에서 베틀봉을 오르면서 알바를 너무 많이 해버려 시간이 늦어 망덕고개에서 봉계리로 내려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 코스로 곰바위산을 올랐으면 꽤나 고생을 했으리라는 생각에 지금도 고소를 금치 못할 지경이다. 종아리까지 차오르는 눈밭을 헤집으며 정신없이 쏟아지는 내림길을 내려오니 잠시 평지성 등로가 이어지고 이어 많은 시그널이 바람에 펄럭이고 낯익은 이정표가 반겨주는 망덕고개에 당도한다.(10:58)
▲ 망덕할매바위
▲ 망덕고개 이정목
▲ 곰내재 - 베틀봉 갈림 능선마루(←곰내재, →베틀봉)
망덕고개의 명물 망덕할매바위를 찾아 카메라에 담고서 베틀봉을 향한 바쁜 걸음을 이어간다.
20분 가까이 눈밭을 가로질러 부지런히 올라가니 경주최씨묘를 비롯한 4기의 묘를 지나게 되고 망덕고개를 떠난지 35분 만에 곰내재와 베틀봉을 잇는 주능선에 당도하게 된다. 이곳 또한 작은 에피소드가 있어 실소를 터트려본다. 베틀봉을 내려와 망덕고개를 향해야 하는데 이곳 갈림길을 지나 곰내재까지 내려가버려 다시 되돌아 올라온 기억이 떠오른 탓이다. 그때도 오늘처럼 눈이 잔뜩 쌓였던 때였고 지금처럼 시그널이 많이 달려있지 않아 시야를 놓쳐버린 탓에 알바를 경험했었다. 알바 또한 산행의 일부라 생각되기에 훗날 다시 찾을 때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는 좋은 경험이 되는 것이라 생각이 든다.
10여분 남짓 오름길을 치고 올라선 바위에서 바라본 전망은 역시 명불허전이다. 보현산, 면봉산의 웅장한 산세가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다시 조금 더 올라서면 베틀봉임을 알리는 '준.희'님이 달아놓은 팻말과 시그널들이 반겨주는 베틀봉 정상에 당도한다.(11:53)
▲ 첫 전망바위에서 건너다 본 곰바위산과 수석봉
▲ 베틀봉 정상
▲ 가야할 면봉산 정상과 그 너머로 보이는 보현산에는 아직 눈이 많아 보입니다.
▲ 베틀바위 위에서 조망을 즐기고 있는 산님들.
▲ 베틀봉에서의 인증샷
멋진 주변 풍광을 맘껏 감상하며 사진에 담고 있으니 건너편 베틀바위 방향에서 올라온 산님 한분을 만나게 되니 반가운 인사를 건네며 사진 한장 찍어 달라고 부탁하여 베틀봉 인증샷을 남겨본다. 뒤따라오는 일행들은 베틀바위에 올라 조망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어디에서 오는 길이냐고 물었더니 꼭두방재에서 오는 길이란다.
대단하다는 말과 함께 안전한 산행이 되길 빌어주며 이별을 하고서 면봉산을 향한 발걸음을 시작한다.
곰내재를 향한 쏟아질 듯한 내림길을 내려가면 또다시 면봉산을 향한 가파른 오름길이 기다리고 있을 터이니 오늘 산행의 어려움이 눈에 선하다.
망덕고개 갈림길을 지나 눈밭을 미끄럼타듯 10여분을 내려가니 왁자지끌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마도 곰내재에 등산객들이 있는 모양이라 생각하고 도착해보니 단체 산객들이 곰내재 부근 묘터에 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12:18)
▲ 쏟아지는 내림길을 내려가 다시 면봉산의 오름길을 오르려니 에휴~ 소리 절로 납니다.
▲ 곰내재
▲ 잣나무조림지를 따라 걷는 산길은 언제보아도 멋진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내려선 곰내재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은 모습이라 반가움이 앞선다.
곰내재는 죽장면 두마리와 청송군 현동면 월매리를 연결하는 고개길로 여기서부터 포항시 경계 산길, 보현지맥과 합류하게 된다.
마침 부부인 듯한 두사람이 면봉산을 향한 오름을 시작하고 있어 함께 가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내 여자 분이 주저앉고 만다.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아 미끄러운 모양이다. 면봉산 오름길은 가파른데다 겨울철에는 쌓인 눈의 양이 적지 않은 곳인데 준비를 해오지 않은 모양이다. 아마도 오르려면 꽤나 힘들지 싶다. 제법 고도를 높이며 올라서는 길은 좌측 참나무, 우측 잣나무 조림지의 경계를 따라 오르게 되는데 바람이 워낙 세게 부는 곳이라 나뭇가지가 모두 남쪽 방향을 향하는 볼만한 광경을 제공해준다.
5분 가량이면 오르막이 끝나고 완만한 평지길이 한동안 편안하게 이어지게 된다. 평지성 등로를 조금 지나다보면 샘터 이정표를 만나게 되고 7~8분 지나 847봉을 통과하면 곧이어 두번째 샘터이정표를 지난다. 내려가 보려고 하지만 눈이 쌓여 있어 어디가 어딘지 분간도 되질 않고 마실 물이 있을지 의구심도 들어 그냥 지나쳐간다.
▲ 가파른 오름길을 오르며 되돌아보니 저 만치서 베틀봉이 내려다 보고 있네요.
▲ 면봉산의 전위봉인 1024봉에서 바라본 지나온 등로가 한 눈에 조망이 됩니다.
▲ 월매봉, 성재리 갈림 이정표
샘터 이정표를 지나면서부터는 제법 된비알이 시작된다.
15분 가량 200m의 표고차를 극복하여 올라서면 헬기장을 이룬 면봉산 전위봉(1074m)에 올라서게 된다. 억새와 초원지대를 이룬 이곳 전위봉은 작은면봉산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쯤만 올라서도 주변의 모든 산들이 발 아래에 있다.
곰바위산에서부터 베틀봉을 거쳐 올라온 등로가 한 눈에 펼쳐지고 수석봉, 작은보현산, 기룡산, 운주산 등이 조망이 되고 그 너머 희뿌연 날씨 탓에 조망이 시원찮지만 도덕산, 천장산 그리고 비학산과 침곡산 등 수목원 방향의 산들도 눈에 들어온다.
그새 새로 세워놓은 이정표가 산뜻한 모습으로 반겨준다. 월매봉, 성재리 방향을 알리는 이정목인데 "포항산친구들"카페의 회원인 '오지리'님이 다녀온 코스라 생각되니 다시금 눈길이 간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걸어봐야할 코스라 눈여겨 봐두고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철쭉군락지임을 알리는 안내판을 지나 정상에서 내려오는 산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올라선 면봉산 정상에는 세찬 바람만 불어대고 인적은 간데없이 커다란 정상석만 덩그러니 서있는 다소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다.(13:28)
▲ '1074봉'임을 알려주는 '준.희'님 팻말 뒤로 면봉산 레이더기상관측소가 시야에 잡히네요.
▲ 청송군에서 세운 면봉산 정상석(1,121m)
▲ 언제나 멋진 조망을 보여주는 곳인데 오늘은 조금 아쉬운 마음입니다.
▲ 두메산골의 어원이 되었다는 두마리가 주변의 고산아래 아늑한 모습으로 앉아있네요.
▲ 작은보현산 자락의 갈미봉 너머로 기룡산이 옹골찬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 가야할 능선길 위로는 보현산 천문대가 건너다 보입니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압권이라는 말 외엔 달리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재작년 겨울 이곳을 찾았을 때 날씨가 너무 좋아 동해바다가 훤히 보일 정도였는데 오늘은 그때처럼은 아니지만 일망무제의 조망을 보여주고 있어 힘들여 올라온 보상은 이미 다 찾은 듯하다.
배낭을 세워놓고 정상에서의 인증샷을 남겨보지만 제대로 나오질 않아 포기하고 포항시에서 세워놓은 또 다른 정상석으로 내려가 점심요기를 할 요량으로 눈이 녹아 질퍽한 등로를 조심스레 내려간다. 도착한 포항 정상석에서 사진 한장 남기고 주변 바위에 올라앉아 두마리가 내려다 보이는 멋진 풍광을 구경하고 있으니 마치 신선이라도 된 기분이다. 느긋하게 주변 풍광을 감상하며 준비해간 빵과 컵라면으로 배를 채우고 따끈한 커피 한잔 곁들이고서 밤티재를 향한 내림길을 이어간다.
재작년 가까운 지인들과 이곳으로 하산을 하면서 눈썰매를 신나게 타던 즐거웠던 시간들을 되새기며 잠시 회상에 빠져본다. 비료포대를 준비못해 미끄럼은 못 타지만 마음은 하이원리조트 스키장 못지않게 빠른 속도로 내려간다. 정상을 떠난지 20분 정도 내려서니 안부에 도착하게 되는데 바로 밤티재다.(14:31)
▲ 포항시에서 세운 면봉산 정상석
▲ 전망바위에 서서 내려다 보는 두마리의 풍광은 한폭의 그림이 따로 없네요.
▲ 눈썰매를 타기에 좋은 내림길에 비료포대가 없어서 아쉬운 마음입니다.
▲ 밤티재 안부(← : 두마 임도, ↑ : 보현지맥)
▲ 눈으로 뒤덮힌 가파른 오름길을 올려다보니 억~ 소리가 저절로 나오네요.
늘 이곳에서 좌측 임도로 내려가곤 했는데 오늘은 직진으로 나있는 가파른 오름길이 올바른 방향이다. 햇살에 반사되어 눈부신 보현산 방향의 오름길이 너무 가팔라보여 잠시 망설여진다. 좌측으로 내려가 만나는 임도를 따라 올라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럴수는 없다는 생각에 다시금 전의를 다지고 걸음을 옮기니 이번엔 '솔바람'님의 시그널이 반겨준다. 힘든 오름길에 큰 도움이 되겠구나 싶어 용기백배하고 시작부터 된비알인 등로를 힘차게 올라선다.
얼마 안가 바로 숨이 차 오른다. 된비알에 쌓인 눈으로 인해 힘이 몇배는 더 드는 것 같아 무척 힘들게 느껴진다.
사방이 눈밭이라 주저앉을 수도 없으니 그저 가만히 서서 가뿐 숨을 몰아쉬며 몇 십초 쉬었다가 또다시 한발한발 내딛는 가장 힘든 코스가 아닌가 싶다.
능선에 쌓인 눈의 깊이가 허리가 잠길 정도여서 간벌한 나뭇가지가 쌓여있는 곳을 따라 오르니 훨씬 힘이 더 든다. 무릎까지 빠져드는 눈을 헤치며 나가니 더 많은 체력을 요구하고 있어 오름길 도중 몇번이고 가뿐 숨을 몰아쉬며 헉헉거리는 자신을 보면서 '왜 이러고 있는지' 하는 자문도 해보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니 누구를 탓하랴~
▲ 무릎까지 빠지는 설원을 헤쳐나가려니 여간 힘이 드는게 아니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야만 합니다.
▲ 작은보현산과 보현산으로 갈라지는 능선 삼거리
▲ 좌측으로 고개를 돌려 올려다 본 면봉산 정상부
▲ 좌측 곰바위산에서 부터 우측 작은보현산까지의 등로가 펼쳐지고 그 아래 두마리가 평화로운 모습으로 조망이 됩니다.
▲ 능선을 따라 내려와 만난 보현산 차도 너머로 이어지는 마루금을 따라 산행을 계속해 갑니다.
▲ 두 번째 만난 차도에서 마루금을 따라 내려가는 초입에 달려있는 '오지리'님의 시그널
그렇게 45분 가량을 가파른 경사의 눈밭을 헤메다 올라선 능선마루에서 좌측으로 나있는 시그널을 따라 내려서니 좌측으로 면봉산이 수고했다는 듯 굽어보고 있다.
앞서간 선답자의 발자국을 따라 내림길을 내려가 만난 보현산 차도에는 산행을 마치고 하산하는 몇몇 산님들을 만나게 되고 가드레일 아래로 무작정 내려서 눈밭으로 들어가니 등로는 어디인지 모르겠고 그저 작은보현산을 향하는 능선을 가늠하며 진행해 나간다. 다시 만난 차도에 올라서니 '오지리'님의 시그널을 다시 만나게 되고 반가운 마음에 사진 한장 남겨본다. 마루금을 따라 이어지는 등로를 부지런히 이어가다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바라본 보현산 아래 절골마을의 풍광과 갈미봉으로 이어지는 능선도 카메라에 담으며 아무도 없이 혼자서 가는 산길을 불어오는 찬바람이 가끔씩 옷깃을 여미게 한다.
오른쪽으로 도로를 두고 곧장 능선을 이어 30분 가까이 내려서면 무덤을 지나 임도가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두마임도 갈림길로 내려서게 된다.(15:54)
건너편 산자락으로 "임도기념식수" 표석이 있고 곧장 임도를 가로질러 가는 길이 작은보현산, 갈미봉 방향이다.
▲ 보현산 아래 아늑한 마을 절골의 모습입니다.
▲ 작은보현산 자락의 832봉에서 갈미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모습입니다.
▲ 두마 임도에 내려서서 편편한 바위에 걸터앉아 타오르는 갈증을 해소하고 길을 떠납니다.
▲ 임도에서 올려다 본 보현산 정상부
▲ 갈미봉 갈림 이정표가 서있는 832봉
▲ 다시 만난 '사랑목'은 늘 그대로의 모습으로 반겨줍니다.
임도에서 잠시 쉬면서 과일 하나 꺼내 먹으며 천문대가 올려다 보이는 보현산을 사진에 담고 휴식을 취한 후 산행을 계속해 나간다.
20분 걸려 도착한 갈미봉 갈림 삼거리인 832봉에는 해거름이 찾아들고 있어 나무가지의 그림자가 길게 드러눕기 시작한다. 뜨끈한 누룽지를 먹던 때가 문득 떠오른다.
작은보현산까지는 아주 편안하고 분위기있는 산길로 이어진다. 전혀 굴곡이 없이 유순한 산세를 이룬 가운데 시종 쭉쭉 뻗은 송림들이 운치있게 자리잡고 있는 탓이다.
온 종일 걷는다 해도 마냥 좋은 길... 찾을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다. 작은보현산의 명물인 일명 '사랑목'에도 들러 오랫만에 찾아온 흔적을 남기고 20분 가량 진행하니 아담한 정상푯말이 반기는 작은보현산에 도착한다.(16:46)
조금 옆에는 구조표지목과 함께 삼각점이 있는 예전 정상표지목이 있던 자리다. 주변은 나무에 가려 조망은 없어 지체없이 대태고개를 향한 걸음을 재촉해 나간다.
▲ 가족 단위의 산행지로 적합한 곳이라 그런지 제법 많은 산님들이 다녀간 흔적입니다.
▲ 범바위
▲ 작은보현산 정상부에 조그맣게 서있는 정상표지목
▲ 삼각점과 전에 없던 구조표지목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 시야가 조금 트이는 좌측을 건너다 보니 아침 나절 걸었던 곰바위산과 베틀봉이 눈에 들어오네요.
▲ 거동사 갈림길
작은보현산에서 대태고개까지 300m의 고도를 내려야 하기에 다소 무릎에 신경이 쓰이지만 눈밭인데다 산길이 워낙 푹신하고 비교적 완만하게 고도를 낮추기에 크게 신경은 쓰이질 않는다.
9분 후 우측으로 거동사 방향 갈림길을 만나게 되고 직진으로 나있는 대태고개 방향으로 곧장 진입을 하니 이어지는 산길은 그야말로 호젓하기 이를데 없다.
처음 밟아보는 산길이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걷노라니 11분 후 동지중추부사를 지낸 '영양천씨'묘에 도착하게 되고 문인석에 망주석까지 갖춘 분묘를 들러보며 비석의 비문을 들여다보려 하지만 어두워진 날씨에 마멸이 진행되고 있어 읽지가 쉽지 않아 그냥 지나쳐간다. 수석봉이 올려다 보이는 문중묘를 내려서다 두어번 미끄러져 미끄럼 아닌 미끄럼을 타게 되고 마지막 내림길을 내려서면 1차선 시멘트포장길이 가로 지르는 대태고개에 도착하게 된다.(17:17)
산행 도중 땅에 떨어져 있는 '옛길'님의 시그널을 하나 주워 바지주머니에 넣어 둔 것을 꺼내 날머리 나뭇가지의 국제신문 표지기 옆에 함께 달아놓고서 아이젠을 벗어 배낭에 매달고 도로를 따라 털레털레 내려간다.
▲ 문인석에 망주석까지 갖춘 사대부의 묘소라 그런지 제법 위엄을 갖추고 있는 '영양천씨'묘
▲ 눈밭을 미끄러지듯 내려오며 올려다 본 수석봉에는 힘을 잃은 햇살만 가득합니다.
▲ 파란물통이 포인트인 대태고개 날머리. 좌측 오름길은 수석봉 들머리랍니다.
▲ 도로를 따라 걸어오며 올려다 본 곰바위산과 베틀봉이 석양에 붉게 물들고 있네요.
▲ 일찍 해가 떨어지는 산골마을이라 벌써 해거름이 찾아드네요.
▲ 두마리농산물직판장에 도착하니 드디어 산행을 무사히 마침에 안도감이 찾아듭니다.
시멘트도로를 따라 내려서는 길 건너편에는 아침에 올랐던 곰바위산이 우뚝 솟아있고 좌측으로는 베틀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베틀봉이 특유의 모습으로 서있다.
석양을 등지고 멀리서 내려다 보고있는 보현산, 면봉산을 올려다보며 잠시 걸음을 멈춰서서 오늘 산행한 산들을 둘러보며 힘들었던 지난 시간들을 반추해본다.
가파른 오르내림이 반복된 산길에 모처럼의 제대로 된 산행을 해냈다는 만족감과 이젠 발가락이 완쾌된 듯한 안도감에다 갑자기 엄습해오는 피곤함까지 겹쳐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마음만은 해냈다는 자부심으로 날아갈 듯한 기분이다.
두마리공동작물직판장이 있는 차도를 지나 마을표지석까지 5분 가량 진행하여 하루 왼종일 주인을 기다리고 있던 애마에 올라타고 집으로 향하는 등 뒤에는 아침부터 줄곧 함께 했던 태양이 떠나 보내기가 아쉬운 모양으로 석양이 되어 길게 드리워지고 있다. 수고했다는 듯 손을 들어 전송이라도 하는 모습으로...
'◈ 산행이야기 > ☆ 2011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푸마와 함께 돌아본 문경 주흘산(主屹山) (0) | 2011.03.08 |
---|---|
영알의 맹주 가지산 북릉을 찾아서... (0) | 2011.02.26 |
산내들 친구와 경주 남산 산행 (0) | 2011.02.20 |
기동회 친구들과 간단히 몸 풀어본 가산산성 한바퀴 (0) | 2011.02.15 |
폭설이 남겨준 경주남산 눈꽃화원으로... (0) | 2011.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