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라푸마와 함께 돌아본 문경 주흘산(主屹山) 본문
★ 산행일자 : 2011. 03. 06 (일) 맑음, 연무로 조망은 별로임.
★ 산행장소 : 경북 문경시 문경읍 일원
★ 산행인원 : 포항라푸마산악클럽회원 46명과 함께...
★ 산행코스 : 주차장-제1관문(주흘관)-여궁폭포-혜국사-안정암-대궐터-주흘주봉(▲1,075m)-주흘영봉(▲1,106m)-꽃밭서덜-제2관문(조곡관)-영남대로-교귀정-조령원터-KBS 촬영장-제1관문(주흘관)-주차장(산행시간 : 약 6시간 남짓)
▣ 산행지 소개
♠ 주흘산 [主屹山] - 1,106m
경북 문경시 문경읍 북쪽에 위치한 산.
백두대간이 소백산을 거쳐 죽령을 만들고 도솔봉, 황장산, 문수봉, 대미산을 거쳐 조령산을 지나면서 주흘산 사이에 문경새재를 만들어 놓고는 유서깊은 문경관문을 자리잡게 하고 있다.
주흘산이 솟아 오를 때에 산 밑에 도읍을 정하리라 생각하고 솟아올라 보니 서울의 삼각산이 먼저 솟아있어서 삼각산을 등지고 앉았다는 설화가 있으며 주흘산의 우뚝솟은 웅장하고 장엄한 산세는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하며 골짜기마다 역사의 향기가 남아있고 4개의 멋진 등산로가 잘 개설되어 있으며 야생화의 보고이기도한 조선조 문경현의 진산이었다.
조령산, 포암산, 월악산 등과 더불어 소백산맥의 중심을 이루는 주흘산은 아름다운 산세 속에 옛날 7선녀가 구름을 타고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높이 10m의 시원한 여궁폭포와,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은혜를 입었다는 데서 유래가 나온 혜국사, 팔왕폭포, 역사의 애환과 수많은 사연을 지닌 문경 1,2,3관문 등을 간직한 풍광좋은 산이다. 특히 주흘산 오색 단풍은 내장산을 방불케할 정도로 아름다워 특히 가을철에 인기다.
주흘산과 조령산의 사이로 흐르는 조곡천 동쪽면에는 주흘관(조령 제 1관문), 조곡관(조령 제 2관문), 조령관(조령 제 3관문)의 세 관문과 원터, 성터 등 문화재가 많으며 주막도 있어 관광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산길에는 산죽지대와 꽃밭너들, 박달나무 군락지대 및 대문같은 암벽과 영남의 선비들이 과거보려 다니던 새재옛길이 정겹다.정상과 1079봉에 오르면 월악산, 운달산을 비롯 백두대간의 명산들과 문경시내가 내려다보이고 울창한 수림으로 수량이 풍부하여 가을과 여름 풍경이 특히 좋다.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문경새재는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의 관문과 아울러 자연보도로도 유명하다. 근래에는 여기에 드라마 왕건 세트장과 산악영화제가 보태졌다.
◈ 산행기
올들어 처음 함께하는 포항라푸마산악클럽의 정기산행일에 참여하기 위해 이틀 연속 늦은 시간까지 직장의 업무처리를 마무리해 놓고 마트에 들러 산행 때 가져갈 준비물을 마련해서 집에 들어가 배낭을 꾸리니 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겨버리고 잠깐 눈좀 붙이다가 맞춰놓은 알람소리에 벌떡 일어나 행여 식구가 깰 새라 간단히 세면을 마치고 밥통의 밥을 퍼서 보온도시락에 담고 반찬과 과일 등 몇가지 더 챙겨넣고 살금살금 현관문을 빠져 나와 어둠이 내려앉은 7번 국도를 달려 포항으로 향한다.산이 좋아 산을 찾은 지가 까마득한 오래 전의 일이지만 먼 곳으로의 산행은 이렇게 새벽녘에 도둑고양이처럼 살짜기 빠져나와 눈 비벼가며 새벽을 달리는 생활이 반복되지만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싫증도 나지 않은 걸 보면 아직도 단단히 산에 빠져있긴 한 모양이다.
포항북구청 주차장에 애마을 내려두고 저녁에 다시보자며 작별을 하고서 육거리 중앙상가 입구에 당도하니 낯익은 '라푸마'버스가 시동을 켜 놓은 채 밤을 밝히고 서있다.
클럽장과 총무와 반가운 해후의 인사를 나누고 탑승을 하니 함께할 산님들 몇 분이 먼저 선탑을 하고 있었다. 인사를 나누며 기다리는 동안 속속 도착하는 낯익은 분들과 반가운 악수를 나누며 그간의 안부를 물으니 다들 이제 다친 발은 괜찮으냐며 염려들을 해 주시니 따스한 그 마음씀씀이에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출발한 버스의 따뜻한 온기에 자신도 모르게 아침 식사를 하고갈 영천휴게소까지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어 버린 모양이다. 집행부에서 마련한 뜨끈한 시래기국에 밥을 말아 김치를 곁들여 먹으니 싸늘한 아침 기온에 그저 그만이다. 화장실에 다녀오니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다 싶어 물어보니 버스의 앞바퀴가 펑크가 났단다.
이런~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하필이면.... 그렇지만 미리 발견했으니 망정이지.. 하는 안도감도 들지만 수양이 부족한 인간인 탓에 자꾸만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하게 느껴져만 가고 차츰 지루해지기 시작한다. 정비차가 도착해서 타이어를 갈아 끼우고 다시 출발하니 그 사이 2시간 이상 훌쩍 지나쳐 버렸다.
그런 탓에 산행코스까지 변경이 되어버리는 출발부터 꼬이기 시작하는 일 들에 오늘은 무조건 조심하고 볼 일이다.
다시 출발한 버스는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중부내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선산휴게소에서 잠시 다리쉼을 한후 문경새재 I.C를 빠져나와 문경읍을 지나 월복사로 진행하여 산행들머리에 도착하니 '입산금지'라는 입간판이 보인다. 언뜻 이상하다 싶은 생각도 잠시 산불감시원이 나타나더니 통제구역이라며 입구를 막아선다.
하는 수없이 제 1관문을 통해 주흘산을 오를 수밖에 없어 기수를 돌려 문경새재 방향으로 진행해 간다.
주차장에 도착하여 간단히 몸을 풀고 상가를 지나며 늦은 산행을 시작한다.(11:44)
▲ 산행지도
▲ 문경새재 주차장에 도착하여 간단히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봅니다.
▲ 3관문에서 매표소 입구까지 맨발로 걸어도 좋을 만큼 잘 꾸며진 도로가 먼저 눈에 들어오네요.
▲ 옛길박물관
▲ 과거보러 한양으로 가던 옛길이라는데 지금은 영화촬영중이라 우회로를 따라 진행합니다.
경쾌하게 발끝으로 전해져 오는 촉감좋은 도로를 따라 진행하니 주흘관(제 1관문)이 나타나 옛적 과거보러 가던 길이라는 표석이 있어 바라보니 말을 탄 군사들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와 얼른 카메라를 들이대니 가까이 있던 통제요원이 막아선다. 영화촬영 중이라 사진 찍는 것을 금하는 모양이다. 1관문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우회로를 따라 성벽 아래를 통과하니 성 위에도 제법 많은 수의 군졸들이 도열해 있다. 엑스트라인 듯한 그네들은 각기 다양한 포즈로 쉬고 있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깔끔하게 단장된 1관문 앞을 지나 성문 위의 현판에 '영남제일문'라고 씌어진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뭔가 옛것을 잃어버린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온고이지신이라는 말이 있듯이 언제까지나 옛것만을 고집할수는 없으리라. 1관문(주흘관)을 지나 이정표가 가리키는 주흘산을 향해 우측으로 진행해나가 촬영장비를 실은 차량들을 통과하며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든다. 따뜻한 날씨 탓에 겉옷을 벗어버리고 셔츠바람으로 등로를 이어도 추운 줄 모를 정도이니 봄이 오긴 온 모양이다. 하지만 정상 부근엔 잔설이 남아 있다하니 오는 봄을 시샘하는 겨울의 마지막 추위를 느껴봐야 할 것 같다. 1관문을 떠난지 18분 정도 등로를 이어가니 멋진 풍광으로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여궁폭포가 일행을 맞는다.
약 20m의 높이에서 끌로 판 듯 좁게 패인 홈으로 맑은 물이 쏟아지고 있는데 옛날 7선녀가 구름을 타고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곳으로 밑에서 올려다보면 그 형상이 마치 여인의 하반신과 같다하여 여궁폭포(일명 여심폭포)라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일행 모두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폭포수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다.
▲ 여궁폭포
▲ 깎아지른 절벽 위로 혜국사로의 등로는 이어집니다.
▲ 본격적인 오름길을 열심히 오르고 있는 라푸마산악클럽 회원님들
▲ 멀리서 사진에만 담아본 고찰 혜국사
▲ 대궐샘
(추운 날씨 탓에 얼어붙어 물은 없었네요)
여궁폭포를 떠나 오름길을 이으니 지금까지와는 판이하게 다른 된비알이 시작된다. 그래도 다들 산행 경험이 풍부한 분들이라 쳐지는 기색없이 씩씩하게 오르는 모습들이다.
1관문을 떠난지 50분 정도 계곡을 따라 오르면 혜국사가 나온다. 고려 말 홍건적의 난 때 공민왕이 이곳에서 피난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땐 서산 대사 휘하의 승병들이 크게 공을 세워 조정으로부터 혜국사(나라에 은혜를 베푼 절)라는 이름을 얻었다. 혜국사 경내를 구경하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지만 일행은 그냥 정상을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어 아쉬운 마음 가슴속에 담아두고 오름길을 이어간다.
적송이 우거진 송림을 지나 가파른 오름을 올라서 잠시 숨고르기를 한 후에 다시 등로를 이으니 안정암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게 되고 우람하고 멋진 소나무를 지나 20여분 거리에 있는 대궐터에 당도 하게 되니 공민왕이 행재소(임시대궐터)를 지어 집무를 보던 곳이다. 900고지 산악지대에 이런 평지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큰 규모로 펼쳐져 있다. 길 옆에는 당시 성안사람들의 목을 축여 주었을 대궐샘이 600년 세월을 넘어 "주흘산 백번 오르니 이 아니 즐거우랴!" 라는 글귀가 반겨준다. 겨울철이라 얼어붙어 맑은 샘물의 차가운 물맛을 못 보는게 아쉽기만 하다. 주변에 앉을 만한 터가 많아 식사를 하고 가기로 하여 자리를 꺼내 깔고 준비해간 음식을 내어놓고 맛난 점심을 먹는다. 때가 때이니 만큼 미나리를 가져온 분들이 많아 된장에 찍어서 먹는 맛이 상큼하기 이를데 없다. 풍성한 오찬을 즐기고 나서 깔끔하게 뒷정리를 마친 후에 정상으로의 등정을 이어가 대궐터능선에 당도하게 되고(14:22), 그늘진 곳이 많아 제법 많은 눈이 쌓여 있는데다 얼어있는 구간이 많아 조심스레 등로를 이어간다.
▲ 대궐터능선 이정목
▲ 응달진 곳에는 아직도 잔설이 많이 쌓여있어 미끄러운 등로를 조심스레 이어갑니다.
▲ 산뜻하게 만들어진 목재데크를 따라 정상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옮겨 갑니다.
능선을 따라 진행하다 주흘주봉을 오르기전 나타나는 2관문으로 바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 약간은 가파르게 이어지는 목재데크를 따라 올라서니 연무에 가려 멋진 풍광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가까이 보이는 경치를 감상하기에는 조금의 부족함이 없는 주흘산 주봉 정상(1,075m)에 도착한다.(14:35)
수십 길 벼랑 아래로 작은 능선들이 아름다운 물결로 일렁인다. 그 끝자락에 문경시내가 살짝 내려앉은 듯 걸쳐 있다.
정상에서 좌우를 돌아보니 밑에서 보던 것과 달리 웅산의 면모가 느껴진다.
서쪽과 남서쪽 사면을 제외하면 대체로 급경사를 이루며, 깎아지른 듯한 거대한 암벽으로 이루어져 기암절벽이 아름다워 "토라져서 남쪽으로 돌아앉은 산" 이란 말이 실감나는 아름다운 명산임을 짐작케 한다.
정상석을 끼고서 다녀간 흔적들을 남기고 단체사진으로 사진 촬영을 마무리한다.
▲ 주흘산 주봉에서의 단체사진
▲ 주봉에서 바라본 관봉(꼬깔봉) 너머로 희미하게 백화산이 조망이 되네요.
▲ 정상에서 이어지는 능선들이 아름답게 내려 앉아 있고 골짝마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들이 정겹게 보입니다.
▲ 암릉이 멋진 성주봉과 운달산의 모습이 건너다 보입니다.
▲ 깎아지른 듯한 벼랑길이 이어지고 암릉이 멋진 백두대간 포암산의 모습이 나뭇가지 사이로 언뜻 비치고 있네요.
이곳에서 목재데크를 내려서서 올라온 좌측으로 내려가 만나는 삼거리에서 2관문으로 하산하는 팀과 데크에서 우측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영봉을 거쳐 하산하는 2개의 팀으로 나누어 진행하기로 하여 눈길에 얼음이 얼어 미끄러운데다 등로 우측에는 천길 낭떠러지가 이어지고 있어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등로를 이어가려니 여간 신경이 쓰이는게 아니다. 보다 못한 클럽장이 내어주는 아이젠을 받아 착용하니 한결 걷기가 낫다. 적어도 3월말까지는 높은 산을 산행할 때는 아이젠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말이 실감이 나는 순간이다. 햇볕이 드는 양지를 지날 때면 눈이 녹아 질척거리는 등로를, 음지를 지나면 얼어붙어 미끄럽기 그지없는 결코 쉽지않은 눈길을 조심스레 이어가면서 가슴까지 차오르는 헐떡이는 숨을 몰아쉬며 이마에 땀을 훔치고 걷다보면 날등을 타듯 이어지는 능선에서 굽이굽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산들의 향연과 비록 연무에 가려 멋진 풍모를 자랑함에 조금은 못 미치지만 산수화 같이 넓은 풍광으로 펼쳐지는 월악산 방향의 능선을 끼고 쭉 나가면 주흘산 최고봉 영봉과 만나게 된다.(15:24)
영봉은 해발 1,106m로 주봉보다 30m가 높다. 그럼에도 조망과 산세가 뒤진다는 이유로 주봉자리를 넘겨주고 말았다. 산에 무슨 우열이 있겠냐마는 영봉의 비운에서 인간에 의해 재단된 산의 슬픔이 느껴진다.
▲ 주흘산 최고봉 영봉(1,106m)에서...
▲ 가파른 내림길이 쉼없이 이어지고 녹아내린 질퍽한 진창길을 정신없이 내려오니
▲ 주봉에서 꽃밭서덜로 내려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인 계곡에 도착하게 됩니다.
영봉에서 단체사진으로 흔적을 남기고 제2관문으로의 하산길로 접어 든다. 원래 계획되었던 코스인 부봉으로의 산행은 아침 나절타고 온 버스의 타이어 펑크로 날아가 버렸으니 하산하는 발걸음이 조금은 무겁게 느껴진다. 제 2관문인 조곡관 뒤에 우뚝 솟아 있는 바위산으로 6개의 암봉이 마치 가마솥(釜)을 엎어 놓은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부봉을 언젠가 기회가 오면 다시 꼭 찾아보리라 생각하며 쏟아질듯 이어지는 등로에 질척거리는 진창을 40분 남짓 쉼없이 내려서니 차가운 냉기가 골짜기를 타고 올라온다. 아직도 제법 많은 눈이 쌓여 있고 두꺼운 얼음장이 계곡을 뒤덮고 있는 꽃밭서덜에 당도하니 수많은 돌탑들이 반겨준다.
꽃밭서덜의 돌탑들, 너덜의 사투리인 서덜이라 그런지 오히려 정감이 간다. 과연 이 탑들은 누가 쌓았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진찰길을 걸어오다 보니 옷이랑 신발이며 장비가 온통 흙덩이라 얼음장을 뚫고 흐르는 계곡물에 쪼그리고 앉아 대충 세척을 하고서 한결 편해진 등로를 따라 조곡관을 향해 걸음을 옮겨간다.
▲ 두꺼운 얼음이 계곡을 뒤덮고 있어 이곳에서의 봄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 하얀 눈 아래로는 얼음이 얼어 있어 걷기에 아주 조심스러웠네요.
▲ 꽃밭서덜
(주흘산을 찾은 수많은 산님들이 하나 둘 쌓아올린 돌탑이 이젠 예술품으로 승화한 것 같습니다.)
▲ 꽃밭서덜에서 보이는 부봉의 멋진 봉우리들
▲ 제2관문을 향하여 조릿대가 정겨운 저 길을 살방살방 걸어갑니다.
▲ 제 2관문(조곡문)
40분 가까이 얼음이 잔뜩 언 계곡에는 얼음도 지치고 조릿대(산죽)이 좌우로 펼쳐져 제법 운치가 있어보이는 등로엔 호젓한 산길을 여유롭게 걸으며 힘을 잃어가는 햇살이 산마루에서 떨어지기 아쉬운 듯 몸부림을 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하루를 온통 산에서 보낸 오늘을 돌이켜가며 걷다보니 어느새 제2관문이 눈 앞에 나타난다.(16:58) 조곡교 앞에서 사진 몇 장 남기고 잘 만들어진 도로를 따라 문경새재의 역사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과거에는 고구려와 신라의 경계를 이루기도 했으며, 조령산과 주흘산 가운데의 계곡 길을 따라 문경관문(사적 147호)이 세워졌는데, 제2관문은 1594년(선조 27)에, 제1·3관문은 1708년(숙종 34)에 세워졌다. 이곳은 영남지방과 중부지방을 잇는 교통의 요지였다. 제2·3관문은 현재 복원되어 관광명소와 산책로로 잘 알려져 있다.
♠ 문경과 문경새재
경상북도 문경지방은 명산의 고장이다. 우리 국토의 대동맥인 백두대간은 이 문경지방을 거의 S자 형태로 지나간다. 대미산에서 남하하던 백두대간은 포함산에서 하늘재로 내려앉은 후 월항삼봉·부봉·마폐봉을 지나 조령(제3관문)으로 고도를 낮추었다가 다시 깃대봉·신선암봉·조령산을 거쳐 이화령을 넘게 된다.
이와 같이 문경지방은 백두대간상에 위치한 산만 해도 조령산·부봉·주흘산 등을 포함하여 모두 16개이며, 백두대간 주변의 산만해도 운달산·천주산 등 16개에 달한다.
문경(聞慶)은 그 말뜻을 풀이해 보면 경사스러운 일을 듣는다는 말이다. 옛날 과거급제를 위해 청운의 뜻을 품고 한양으로 오가던 영남 선비들이 고향에 좋은 소식을 듣게 한다는 동네이다. 문경새재 길은 남쪽의 선비들이 가장 많이 한양으로 가던 주된 길목이었는데, 그 이유는 추풍령 길을 이용하면 과거에 낙방한다는 징크스가 있었던 반면, 죽령 길은 너무 멀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산세가 워낙 험준해 나는 새도 쉬어간다는 "조령(鳥嶺)"(우리말로는 "새재")의 문경새재 길은 조령산과 주흘산 사이로 흐르는 조령천을 따라 조성된 길을 말하는 데, 제1관문에서부터 제3관문에 이르기까지 많은 역사와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유서 깊은 장소로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거닐고 싶은 산책로중의 하나라고 한다.
또한 영남(嶺南)지방이라 할 때의 영남이란 충청도와 경상도를 나누는 조령(鳥嶺)을 기준으로 영(嶺)의 남쪽에 있다하여 부른 이름이라고 한다.
▲ 소원성취탑
제2관문부터 1시간 가량은 완만한 탐방코스로 되어있어 쉽게 하산할 수 있다. 조령천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그 옛날 문경새재를 지나는 길손들이 이 길을 지나면서 한 개의 돌이라도 쌓고 간 선배는 장원급제 하고, 몸이 마른 사람은 쾌차하고, 상인은 장사가 잘 되며, 아들을 못 낳는 여인은 옥동자를 낳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소원성취탑"이 있고, 바위 밑에는 송아지를 잡아먹을 정도의 큰 꾸구리가 살고 있어 바위에 앉아있으면 물속의 꾸구리가 움직여 바위가 움직이고, 아가씨가 지나가면 희롱을 하였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꾸구리 바위", 기름을 짜는 지름틀 처럼 생긴 "지름틀 바위", 조선시대 임금의 명을 받은 경상 감사가 업무 인수인계를 하던 교귀정과 출장하는 관리들에게 숙식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공익시설인 "조령원터", 정조 때 산불조심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세운 "산불됴심비" 등등 역사속의 숨결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 청아한 물소리가 들려오는 계곡으로 내려가니
▲ 옥비취색 맑은 청류가 우렁차게 바위 틈을 휘돌아 조곡천을 흐르고 있습니다.
▲ 경상 감사가 업무 인수인계를 하던 교귀정의 모습입니다.
▲ 기름을 짜던 지름틀을 닮아 이름 붙여진 '지름틀바위'
▲ 예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사극 '태조 왕건'을 찍었던 KBS 촬영세트장의 모습입니다.
▲ 영화촬영이 아직 끝나지 않은 듯 군졸 역을 맡은 엑스트라들이 성벽 위에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 제1관문인 '주흘관' 너머로 내주흘의 마루금이 펼쳐져 있습니다.
▲ 선비의 고장답게 '선비의 상'이란 조형물이 세워져 있네요.
산행이나 여행을 떠나는 즐거움은 보고(새로운 것을 보는 견문), 먹고(여러 지방의 색다른 음식을 맛봄), 즐기고(지역의 특산물 쇼핑)등 3가지가 충족되어야 잘 다녀왔다고 한다. 제1관문을 나와 조령천과 산책로를 따라 내려오다 보면 문경 특산주인 문경미녀의 붉은 입술처럼 향기로운 색깔의 문경 특산 오미자 막걸리와 안주로는 고추장 숯불구이와 약돌 돼지고기 구이로 막걸리 한잔하면 이런 3락(三樂)을 100% 충족시켜줄 수 있다고 하니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들은 한번쯤 고려해 봄직한 솔깃한 이야기일 것이다. 멀리서 보아도 범상치 않은 모습의 주흘산을 직접 올라보았고 맛난 음식을 먹어봐야 겠다는 속내를 알아차리기라도 한듯 정성껏 차려 내온 버섯전골에다 닭도리탕으로 푸짐한 저녁을 먹고 오미자막걸리로 목을 잠시 축여 보았으니 두 가지의 즐거움을 누린 오늘의 산행은 비록 100%의 만족을 느끼지는 못했지만(산행일정의 차질로 인해) 2락(二樂)을 즐긴 것으로 위안을 삼고 돌아오는 길은 내내 곤한 잠에 빠져드는 달콤한 꿈길의 연속이다. 꿈속에서는 못 가본 부봉의 여섯 봉우리들을 차례로 오르고 있는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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