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영알의 맹주 가지산 북릉을 찾아서... 본문
☆ 산행일자 : 2011. 02. 26 (토) 맑음
☆ 산행장소 : 경남 밀양시 산내면, 울산 울주군 상북면 일원
☆ 산행인원 : 오늘도 나홀로...
☆ 산행코스 : 밀양 삼양교(단식원·제일관광농원) - 용수골 - 가지,운문산 주능선 전망대 - 가지산 정상 - 가지 북릉(청도 귀바위) - 북서릉 초입 헤메다 되돌아 나옴 - 가지 북릉 - 가지산 정상 - 용수골 갈림길 - 용수골 - 밀양 삼양교(원점회귀 산행)
☆ 산행시간 : 7시간 20분 (식사 및 휴식과 북서릉 길에서 헤멘거 포함)
◈ 산행기
주말 오후 늦게부터 많은 비가 쏟아진다는 일기예보에 갑자기 마음이 바빠진다. 하루라도 산행 다녀올 요량으로 배낭에 이것저것 챙겨 넣다보니 어느 새 배낭 가득이다.오늘 산행지는 영알의 맹주 가지산이다. 코스는 블로그 친구인 울산의 '늘푸른'님이 다녀온 가지 북릉과 북서릉 코스를 밟아보기로 한다.
국도 35호선을 따라 언양까지 진행하여 24번 국도로 갈아타고 석남사를 지나 석남터널을 통과하여 달려가면 호박소계곡 상단부에 위치한 삼양교에 도착한다.
제일농원 입구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해놓고 배낭 들쳐메고 쇠줄이 쳐져있는 농원 안으로 진입을 하며 산행을 시작한다.(08:38)
△ 산행지도
△ 들머리인 밀양 삼양교 제일농원 앞에 주차를 해놓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 제일가든 주차장과 매점을 지나 만난 계곡 입구에서 직진으로 진행해 갑니다.
(좌측은 구룡소폭포를 거쳐 백운산 오르는 길이고 우측 가파른 오름길은 진달래능선으로 가는 길입니다.)
△ 싸늘한 기온에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돌돌돌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니 차가움은 봄눈 녹듯 사라져 버리네요.
△ 처음 만난 이정표에서 좌측 전망대 방향으로 진행을 합니다.
농원에서 키우는 시베리안 허스키 종의 커다란 개 한마리가 바로 뒤에서 따라 붙는다. 또 한마리는 사나운지 목줄에 매어 있어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데 워낙 덩치가 커서 은근히 겁이 난다. 주차장까지 진행하는 동안 계속 졸졸졸 따라오는 개가 성가셔 가라고 뭐라 그래도 당최 가질 않으니...
널찍한 주차장을 지나 계곡 건너기 전 화장실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직진으로 나있는 계곡으로 빠져들어 간다.
등로 우측 오름길에 펄럭이는 시그널이 많이 달려있는 길은 중봉을 향한 오름길로 진달래능선길이다.
조금은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산을 오르는 등산객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신발끈을 조여매고 따라오던 늑대개를 멀리 쫓아버리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며칠 따뜻한 날씨가 지속된 탓인지 용수골 계곡에는 물소리가 제법 크게 들려온다. 머지않아 이곳에도 봄이 완연하리라는 기대를 안고 10분 가까이 진행을 하니 스텐레스 이정표가 서있는 갈림길에 도착하게 되는데 직진길은 용수골을 올라 가지산으로 오르는 길이고 좌측 오름길이 오늘의 산행코스인 베틀바위로 가는 길이라 사진 한장 담고서 망설임없이 빡센 오름길을 올라선다.
△ 집채만한 바위를 에돌아 올라서니 멋진 전망대가 기다리고 있었네요.
△ 첫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제일농원과 능동산-천황산으로 이어진 마루금이 참으로 멋져 보입니다.
△ 암릉미가 멋진 백운산의 근육질 능선이 빛나고 있고 천황산 정상부는 구름이 점령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 우람한 베틀바위 뒤로 구름모자를 쓰고 있는 가지산 정상과 중봉의 모습이 다가옵니다.
초입부터 가파른 오름길을 오르자니 금새 숨이 가빠온다. 집을 나서 시장통에 들러 가끔씩 찾는 아침을 해결할 수 있는 가게에 들러 인심좋은 주인아주머니가 내어주는 갖가지 먹거리를 뱃속에 담았더니 이리도 힘이 드는가 보다.
다행히 이른 시각이라 녹지않은 등로가 오르기에 큰 도움이 된다. 조금 더 늦은 시각이면 질퍽한 등로에 꽤나 고생을 했을텐데 하는 안도감을 위안삼아 조망이라곤 없는 팍팍한 오름길을 아무 생각없이 기어올라간다.
우측으로 나무사이로 보이는 베틀바위를 올려다보며 20여분 치고 오르니 좌측으로 전망터가 나온다. 아직 잔설이 남아있는 암봉들이 햇볕에 빛나는 백운산이 근육질의 남성미를 뽐내고 있고 그 너머 능동산에서 천황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하늘금을 그리고 있는데 산행시작하기 전 올려보았을 때 보았던 건축물이 눈에 거슬리게 다가온다. 아마도 밀양시에서 얼음골주차장에서 출발하는 케이블카 시설공사를 시행하고 있는 모양인데 닭벼슬능선 옆으로 해서 능선까지 오르면서 가마불협곡과 용아 A-B코스의 멋진 암릉을 관관상품화 하려는 것 같다. 이미 시작된 공사에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는 것 같고 통영 미륵산의 그것처럼 성공적인 모범사례로 남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815봉을 넘어 안부를 향해 내려가다 올려다 본 가파른 오름길 뒤로 주능선 전망바위가 보이네요.
△ 안부를 지나 불어오는 세찬 바람을 음악삼아 숨이 턱에 차오르는 가파른 오름길을 오릅니다.
다시 5분을 올라서니 앞을 가로막는 집채만한 바위를 에돌아 올라서니 탁 트인 전망에 힘겹게 올라온 산꾼의 마음을 위로해 준다.
들머리인 제일관광농원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고 능동산에서 이어지는 스카이라인이 하얀 잔설과 어우러져 너무나 멋진 모습이 펼쳐진다. 천황산은 구름에 가려 산정이 보이질 않는다. 좌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베틀바위가 우람한 골격을 드러내고 있는 뒤로 가지산 정상부와 중봉 꼭대기엔 구름이 덮혀있지만 그 너머로 파란 하늘이 빼꼼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용수골을 끼고 양쪽의 능선 마루가펼쳐지는 시원스런 풍광은 언제 보아도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가던 걸음 6~7분을 이어가니 815봉을 지나게 되고 우측 아래로 베틀바위 상단부가 내려다 보이는데 다녀올까 생각하다가 갈길이 멀다 싶어 다음 기회로 미루고 내리막길을 내려가니 가지-운문산 주능선 상의 전망바위가 까맣게 올려다 보인다. 지금껏 힘겹게 올라왔는데 또 오름길이 기다리고 있으니...
하지만 어차피 올라야 할 길이라 안부사거리에서 사진 한장 담고 직진의 가파른 오름을 시작한다. 좌측으로 나있는 길은 아마도 구룡소폭포 방향에서 올라오는 길인듯 싶다. 30여분 백운산에서 오르는 능선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팍팍한 오름길을 쉼없이 올라간다. 아마 오늘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북서릉길이 어떠할지... 너무 힘들어 잠시 멈춰서서 가뿐 숨을 몰아쉬며 지나온 길을 되돌아본다. 산행 중에 가끔씩 뒤를 돌아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전혀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산야의 모습이 산행의 즐거움을 배가시켜 줄 때도 있다. 지나온 등로를 훑어보며 스스로에게 대견해 하는 즐거움도 누려보면서... 그러면 앞으로 가야 할 길에 용기를 주는 한결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청량제 역할도 해주니 앞만 보고 가지말고 가끔씩 뒤돌아보길 추천해 본다.
건너다 보이는 능선을 바라보니 백운산으로 올라 가지산을 돌아 중봉, 진달래능선으로 둘러보았던 지난 날의 기억이 새롭게 떠오른다. 어디선가 사자울음 같은 소리가 들려 둘러보니 세찬 바람소리가 휘몰아친다. 주능선 상에 불어대는 바람이 무지 센 모양이다. 오름길엔 나무들이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고는 있지만 능선에 올라서면 온전히 불어오는 바람을 다 맞아야 되니 겉옷이라도 꺼내 입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남은 등로를 힘차게 올라간다.
△ 영남알프스 주능선에 올라서 바라본 남명리 방면 전경
(천황산 산정엔 여전히 구름으로 덮혀있고 도래재 우측엔 구천산이 자리잡고 있나요.)
△ 올라온 능선 너머로 백운산이 보이고 그 너머 천황산으로의 마루금이 시원스럽게 다가옵니다.
△ 바위조망터가 나타날 때마다 올라서서 환상적인 조망을 바라보는 산꾼의 마음은 마냥 행복하기만 합니다.
815봉 안부를 떠나 40분 남짓 올라선 주능선에는 불어오는 세찬 바람이 온 몸을 휘감는다. 하지만 올라오며 쏟아낸 열기에 추운 줄도 모를지경이다.
올라온 등로를 내려다보며 사진에 담고 언제 보아도 시원스런 마루금을 마음껏 눈에 담아본다.
전망바위 끝단까지 나아가 내려다보는 풍광은 스릴만점이다.
건너편 영남알프스의 산줄기가 어서 오라 손짓한다. 발밑으로 들머리 주차장이, 정면으로 능동산, 그 우측으로 천황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길게 누워있고 그간 안 보이던 밀양 쪽의 영남알프스 남서쪽 베이스캠프 격인 산내면 남명리와 도래재, 그 우측으로 구천산, 정승봉이 조망이 된다.
전망대로서의 구색을 갖춘 제대로 된 전망바위 주변에는 세찬 바람에도 끄떡없는 모습으로 부처손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에 생명의 끈질김을 배운다. 발밑 베틀바위 위에는 명당인 듯 무덤이 자리잡고 있어 우리네 장묘문화를 다시한번 생각케 한다.
가지산 정상을 향하여 걸음을 옮겨가는 동안 어느새 몰려온 안개로 인해 주변의 풍광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지만 예상치 못한 설화를 만난다. 장관이 따로없다.
차가운 공기에 물방울이 나무 등의 물체와 만나 생기는 상고대가 펼쳐져 환상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나무서리라고도 하는 상고대를 이 계절에 다시 볼수 있으니 오늘 산행을 나온 보람은 벌써 다 찾은 것 같다. 이런 상고대의 장관은 가지산 정상 직전 헬기장까지 쭈욱 이어진다.
등로 내내 펼쳐지는 눈꽃의 화려한 군무를 카메라에 담느라 시간은 자꾸만 지체되어 가지만 아랑곳 하지않고 이곳저곳을 오르내리며 열심히 사진을 찍어댄다.
벼랑 끝에 서서 자욱한 안개속에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주변 풍광을 맘껏 감상한 후에 충만해진 에너지를 품은 채 가지산정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를 볼수 있는 두 눈과 튼튼한 두 다리를 주심에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 전망바위 끝단에서 내려와 돌아본 풍광 역시 너무 좋으네요.
△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상고대의 향연은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입니다.
△ 올해 마지막이 될 상고대의 향연을 연말에나 다시 볼수 있을테니 실컷 눈에 담아 봅니다.
△ 설화가 만발한 능선 너머 지나온 길은 이미 구름이 점령을 해 버렸네요.
△ 가야할 가지산 정상에도 구름에 가려져 있지만 밀가루를 흩뿌려놓은 듯한 상고대의 향연은 그야말로 압권입니다.
△ 가야할 북릉과 북서릉의 암릉을 보며 다시 한번 결의를 다져봅니다.
△ 우람한 골격을 드러낸 운문산과 범봉, 그 뒤로 억산과 구만산이 조망이 되는 멋진 풍광입니다.
△ 상고대와 어우러진 가지산의 주능선을 걷는 산꾼은 참으로 행복하답니다.
자욱한 구름으로 뒤덮혀 있던 지역에 당도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 말끔하게 구름이 걷워지고 새하얀 순백의 눈꽃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는 그야말로 환상의 풍광이 펼쳐지고 있다. 지나온 등로에는 구름속에 잠겨버리고 모습을 감추었던 운문산의 우람한 자태와 범봉,억산으로 이어지는 웅장한 자태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이 터질 듯한 감흥을 준다. 동쪽으로 눈을 돌리니 가야할 가지북릉이 특유의 모습으로 다가오고 가까이 구름이 몰려가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멀리 구름이 하늘금과 맞물려 마치 바다에 떠있는 느낌을 주고 있고 그 아래 희미하게 온갖 산들이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는 듯한 모습이 환상적이 아닐 수 없다.
아직도 구름속에 잠겨있는 가지산 정상부 아래로 펼쳐지는 하얀 상고대의 향연을 사진에 담느라 연신 바쁜 손가락을 놀리고서 아직은 멀기만한 정상으로의 발걸음을 옮겨간다.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등로는 쌓여있는 눈의 양이 많은데다 영하의 기온에 얼어붙어 미끄럽기조차 해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다. 다시 몰려온 구름이 시야를 가리지만 눈곷의 아름다운 자태를 감상하며 헬기장을 지나 올라선 산정엔 가지산 명물 누렁이가 먼저 반겨준다.
가지산 정상 바로 아래에 있는 휴게소에 살고 있는 누렁이는 이곳을 찾는 산악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데 그려놓은 눈썹이 백미 중의 백미다. 볼 때마다 웃음이 절로 나와 오늘은 사진 한장 담아보려고 카메라를 들이대니 그동안 많이 찍혀본 듯 떡하니 포즈를 잡아준다.
조망이라곤 전혀없는 가지산 정상에 도착(11:25)하여 먼저 자리잡고 있던 산객에게 부탁하여 흔적 하나 남겨보고 잠시 머물며 영알의 맹주 가지산의 정기를 맘껏 들이마시고 북릉을 향한 걸음을 이어간다. 휴게소 뒤로 나있는 내림길을 내려서니 초입부터 쌓여있는 눈의 양이 장난이 아니다. 볕이 들지 않는 음지라 그런지 발목이 빠지는건 예사라 스패츠를 착용할까 하다가 다행히 건조한 상태라 그냥 진행하기로 한다.
△ 마치 설탕을 발라 튀김을 만들어 놓은 듯 바삭바삭한 느낌이라 한입 깨물었으면 좋을 듯 하네요.
△ 이곳은 봄이 오려면 꽤나 먼 곳에 있는지 아직도 동토(凍土)의 나라인듯 합니다.
△ 가지산 정상에 있는 휴게소의 마스코트인 누렁이랍니다.
△ 가지산 정상에서...
△ 탐스런 설화를 사진에 담으며 북릉으로 출발합니다.
△ 조릿대와 상고대가 어우러진 설원을 걸어가는 길은 그야말로 환상의 터널이 따로 없네요.
△ 가지마다 하얀 설탕가루를 뿌려놓은 듯 마치 심설산행을 하는 분위기네요.
북릉으로의 등로는 그야말로 환상의 터널이 따로 없다. 지난 연말 다친 발가락 때문에 폭설이 와도 산을 찾지못해 눈다운 눈구경을 못해서 아쉬워하다가 지난 주에 면봉산 자락을 둘러보며 눈밭을 원없이 헤메었었지만 나뭇가지에 피어난 설화는 아직 제대로 못본 터에 오늘의 가지북릉길은 그 아쉬웠던 마음을 맘껏 위로해 주고 있다.
가느다란 가지마다 하얗게 소복이 내려앉은 상고대의 아름다움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으랴.
올 겨울 처음 대하는 설화를 맘껏 눈에 담으며 키높이까지 웃자란 산죽밭을 헤쳐나간지 30분 가까이 지나 올라선 북릉 정상에는 따스한 햇볕만이 내리쬐는 고즈넉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12:02) 오래 전에 누군가 훼손하여 치워진 정상석이 있던 자리에 배낭을 세워놓고 인증샷을 남기고서 올려다 본 가지산 정상은 아직도 구름속에 가려져 그 모습을 보여주질 않는다. 삼계리를 출발하여 배너미재를 넘어 학심이골과 심심이골 합수점에서 치고 올라왔던 지난 날의 등로가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무작정 올라본 북릉길에 지금 생각해도 참 겁이 없었구나 생각하며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진다.
△ 너무 잘 만들어진 순백의 상고대 너머로 운문산이 늠름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 가지북릉에서의 인증샷
△ 가야할 북서릉 암릉 너머로 아랫재가 보이고 그 너머 정각산과 정승봉, 실혜봉이 눈에 들어오네요.
△ 운문산의 우람한 모습과 함께 억산의 깨진 바위와 구만산이 조망이 되네요.
△ 우측 능선끄트머리로 지룡산이 자리하고 좌측으로는 호거대, 방음산, 까치산으로 이어지는 청도 운문의 풍광입니다.
북릉 정상에서 주변을 돌아보며 사진에 담고서 북서릉 들머리로 이동을 한다. 시그널도 없는 북서를 들머리를 가져간 안내문을 읽어가며 찾아들어 몇 발자국 들어서다 되돌아 올라와 북릉으로 돌아온다. 암릉 끝에 올라서서 다시 주변을 둘러보며 지형을 살펴보는데 등로가 장난이 아니다. 저 아래 심심이골의 깊은 계곡이 큰 입을 드러내놓고 얼른 오라고 손짓을 하지만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아래로 내려가 진입을 시도해 본다. 그렇게 쌓여있는 눈을 헤치며 전진을 해가니 가면 갈수록 길은 험해지고 눈밭에 감춰진 등로를 찾아가려니 여간 힘든게 아니다. 아이젠도 하지 않아서 그런지 미끄럽기도 하거니와 시그널도 보이지 않은 그야말로 공포감이 찾아드는 산길이다. 아무래도 여기서 포기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조금은 남아있는 도전의식에 좀더 앞으로 전진을 해보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등로에 낭떠러지의 연속이라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되돌려 오름길로 방향을 바꾼다. 오름길 또한 힘겹긴 마찬가지다.
따뜻한 날씨에 심심이골에서 올라와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안간힘을 쓰며 다시 올라온 북릉에서는 진이 다 빠져버려 녹초가 되어버린 것 같다.
배도 고프고 힘도 빠져버려 볕이 잘 드는 곳을 골라 앉아 준비해간 전투식량으로 요기를 한다. 장거리산행 할때 요긴하게 쓸 요량으로 구매해 두었던 진공건조 비빔밥을 하나 가져왔는데 물만 부어 10분 정도 지나 동봉되어 있는 고추장과 참기름으로 비벼 먹으면 그런대로 한끼 식사로는 충분하여 배낭 무게를 줄이는데 괜찮은 것 같다.
가지산 정상을 올려보며 구름이 가려 있기는 매 한가지였는데 먹는 도중 바람에 휩쓸여 구름이 사라지고 있어 얼른 카메라를 꺼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솟아있는 정상을 담아본다. 산정엔 제법 많은 산님들이 모여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와 줌으로 당겨본다.
커피에 과일까지 곁들여 에너지를 보충하여 다시 가지산 정상을 향하여 진군을 계속한다. 자동차만 없다면 천문사 방향으로 하산하면 좋으련만 차량회수를 위해서는 어쩔 수없이 가지산을 한번 더 올라야하는 수고로움을 겪어야 한다. 그 이후의 등로는 산정에서 생각하기로 하고...
△ 점심 먹을 때 가지산 정상엔 구름에 휩싸여 있었는데
△ 언제 그랬냐는 듯 깨끗한 하늘이 열려 얼른 담아봅니다.
△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본 등 뒤에는 가지북릉과 북서릉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 가지북릉의 위영을 다시금 담아봅니다.
△ 정면의 황등산 좌측으로 옹강산, 우측 저멀리 문복산이 그 너머 아득히 경주 단석산이 아스라합니다.
△ 쌀바위와 상운산을 거쳐 운문령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 마루금이 펼쳐지고 있네요.
△ 언제 보아도 시원스럽기 그지 없는 상북면 너른 벌판 뒤로 울산의 문수산과 남암산이 어렴풋하네요.
△ 중봉 너머로 능동산, 배내봉, 간월산, 신불산이 잇달아 펼쳐지고 그 너머 영축지맥이 하늘금을 그리고 있습니다.
△ 용수골 좌측엔 진달래 능선, 우측엔 백운산이 도열해 있고 그 너머 천황산과 재약봉이 조망이 됩니다.
△ 하루에 두번 오른 가지산 정상에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다시 한번 포즈를 잡아봅니다.
30여분 힘겹게 오름길을 올라선 가지산 정상엔 단체산행을 온 산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정상 주변에서 점심식사를 하는지 시끌벅적한데 들려오는 말씨나 억양이 이곳 분들이 아닌듯 하여 배낭에 매달려있는 표찰을 보니 강원도 동해시의 묵호산악회에서 온 단체산객들이다.
안개 자욱하여 조망은 구경도 못했던 아침 나절에 비하면 황공스럽기 그지없는 주변 풍광을 돌아보며 사진에 담고서 저마다 정상에서의 기념촬영을 하느라 연신 바쁜 모양이라 방 빼주기를 기다렸다가 부탁하여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 한장 남겨본다. 그동안 가지산 정상에서 찍은 사진 중에 가장 잘 나온듯 싶어 흡족한 마음이다.
울산 방향으로 눈을 돌려보면 쌀바위에서 상운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넘어 고헌산, 문복산, 언양 백운산까지 시야에 들어오고 멀리 경주 단석산에다 상북면 너른 들판을 넘어 울산의 문수산과 남암산이 어렴풋하다. 북쪽으로는 지나온 북릉 너머로 옹강산과 지룡산이 자리잡고 있고 그 왼쪽으로 귀천봉과 호거대에서 방음산을 거쳐 까치산으로 이어지는 고향 땅의 능선이 정겹게 펼쳐지고 그 너머 학일산과 대왕산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모습이다.
서쪽으로 눈을 돌리니 또 다른 영알의 명산 운문산이 우람한 자태를 드러내고 그 뒤로 범봉을 거쳐 억산, 문바위 너머로 청도 화악산과 남산이 아스라히 눈에 들어온다.
몸을 남쪽으로 돌려 바라본 영알의 남쪽 줄기는 웅장함 그 자체다. 바로 앞 중봉과 능동산 너머 간월산과 신불산이 다가오고 우측으로는 아침 내내 구름에 가려져 있던 천황산과 재약산이 기세 당당한 모습으로 버티고 있다.
사방팔방 막힘없이 펼쳐지는 조망에 '과연 가지산이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나온다. 예전 동해바다까지 훤히 내려다 보이던 때와는 못미치지만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다 싶다. 언제나 욕심처럼 되지 않은게 세상사란걸 깨달으면 이만큼 보여주는 조망에도 그저 감지덕지하며 감사할 따름이다.
넋놓고 바위에 기대앉아 이 황홀한 순간을 오랫 동안 즐기려 했지만 마냥 시간만 죽일 수는 없는 일이라 하산 길에 나서본다.
올라온 운문산 방향으로 내려가 백운산 능선을 타고 갈 것이냐, 아니면 중봉으로 해서 능선이나 계곡을 따라 갈 것인가 잠시 고민하다가 정상석 뒤로 나있는 중봉을 거쳐 석남고개로 향하는 내림길로 하산길로 접어든다. 일단 밀양재까지 가서 나머지 등로를 결정하자고 내심 작정하면서 힘겹게 가뿐 숨을 몰아쉬며 올라오는 등산객들에게 수고하셨다는 인사를 건네며 바위투성이인 내림길을 조심스레 이어간다.
△ 가지북릉을 다시금 카메라에 담으며 '꼭 다시 오마'라고 약속을 남깁니다.
△ 심심이골의 깊은 계곡에도 꼭 다시 찾을 것을 다짐해 봅니다.
△ 밀양재의 삼거리 이정표
△ 용소골을 내려가며 올려다 본 주능선의 암봉들
△ 꽤 긴 너덜겅이 하산길을 힘들게 합니다.
10분 가량 내림길을 이어가 만난 밀양재에서 잠시 고민을 한다. 중봉을 거쳐 진달래능선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이곳에서 용수골로 내려갈 것인가...
잠시 망설이디가 아직 한번도 가보지 못한 용수골로 내려가 보기로 하고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골짜기로 내려선다.
얼었던 등로가 녹아 약간은 질퍽한 등로를 내려서며 올려다 본 하늘은 참으로 파랗다.
학심이골, 심심이골과 더불어 가지산의 3대 계곡으로 불리워지는 용수골을 내려서니 산죽길에 이어 뜻밖의 복병 너덜길을 만난다. 천황산에서 얼음골로 내려오는 너덜보다는 덜 험하지만 하여튼 여간 곤혹스러운 길이 아니다. 발목이 시원찮은 몸이라 천천히 내림길을 이어가니 반가운 시그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진달래능선을 내려올 때도 만났었는데 바로 '산친구들'카페의 '솔바람'님의 표지기다. 오래 전 안강 무릉산을 함께 산행한 이후 만나뵙질 못했는데 여전히 잘 지내시리라는 생각을 해보며 늘 안전한 산행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밀양재를 떠난지 30여분쯤 뒤 너덜이 끝이 나면서 저 멀리서 물소리가 들려온다. 하산 방향은 같지만 두세갈래 길이 갈라져 헷갈리지만 물소리를 듣고 싶어 계곡 가까이 나있는 우측길로 진행해 나간다. 아직은 얼음이 남아있지만 졸졸졸 흘러내리는 계류를 따라 걷는 발걸음은 저절로 흥이 돋아난다. 곧 완연한 봄이 찾아와 온갖 들꽃으로 주변을 아름답게 장식할 날이 머지않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다. 계류를 건너 스텐테스로 만든 이정표를 뒤로 하고 계류를 좌측으로 두고 등로는 줄곧 이어진다. 발길 옮길 때마다 비스듬히 누운 폭포와 너른 소가 자태를 달리하며 등장해 산꾼의 발걸음을 자주 멈추게 한다.
내린 눈이 두껍게 쌓여 있지만 얼어붙어 마음놓고 계류를 다시 건너며 얼음속을 뚫고 흘러내리는 물소리를 음악삼아 내딛는 발걸음은 막바지 산행에도 아랑곳 없이 활기차기만 하다.
△ 두껍게 얼어붙은 얼음장 아래에는 이미 봄은 찾아오고 있었답니다.
△ 반가운 '솔바람'님의 시그널을 만나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담아 보았네요.
△ 콸콸 쏟아지는 6단폭포의 위용(?)에 발걸음은 저절로 멈춰집니다.^^*
△ 다시 만난 이정표를 담는 것으로 오늘의 산행은 막바지에 접어드네요.
골짝마다 두꺼운 얼음장을 뚫고 흘러내린 계곡물은 어느새 계류를 이루고 흘러내려 우렁찬 화음을 울리며 암반 위를 미끄러지다 바위를 넘어 수직 낙하를 거듭하는 계곡의 곡예를 벗삼아 등로를 이어가니 어느 덧 첫 갈림길이었던 영남알프스 주능선의 전망바위로 오르는 이정표를 다시 만나니 석양이 되어 쏟아지는 햇살이 마냥 부드럽기만 하다. 비록 당초 목표했던 가지북릉을 넘어 가지북서릉을 타고 심심이골로 내려와 아랫재를 올라 다시 가지산을 향한 빡센 오름길을 이어 백운산 능선으로 해서 구룡소폭포를 거쳐 제일관광농원으로 원점회귀하는 코스는 못 걸었지만 하루에 두번이나 가지산 정상을 밟아 보았고 마지막 눈꽃과 새봄의 기운을 동시에 감상하는 절호의 기회를 얻어 맘껏 눈에 담으며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다음 기회에 꼭 그 길을 다시 밟아보기를 갈구하며 도착한 농원 주차장엔 산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산님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뤄 다정한 모습으로 걸어가고 있다. 농원을 빠져나와 주차해 놓았던 애마에 몸을 싣고 석남터널을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내려다보는 상북면 너른 들엔 석양으로 붉게 물들어가는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한 겨울 동토의 나라를 헤집고 다니다 따스한 봄의 문턱을 넘나들며 맘껏 노닐다 온 산꾼을 축하라도 해 주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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