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설악산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는 공룡능선 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11. 06.12 (일)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강원도 속초시와 양양군·인제군·고성군 일원
♧ 산행인원 : 경주코오롱산악회 일일회원으로 참여
♧ 산행코스 : 소공원-비선대-마등령-공룡능선(나한봉-1275봉-신선봉-무너미고개)-천불봉계곡-비선대-소공원
♧ 산행시간 : 12시간 20분 (식사, 휴식 및 세족과 사찰 관람 포함)
▣ 설악산 공룡능선
용트림하듯 기묘한 화강암 봉우리들로 내설악과 외설악의 경계를 이루는 공룡능선의 가파른 등줄기는 빼어난 경관이 밀집한 대표적 능선이다, 신선봉 천화대와 범봉 1275봉 칠 형제봉이 천불동을 향해 위용을 자랑하고 있고 설악골, 잦은 바위골등 깊은 계루를 형성하고 있다, 능선의 동편으로 운해를 자주 이루는 장관이며, 내설악 방향의 용아장성과 하늘과 맞닿은 서북 주릉을 조망되는 설악산 코스의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는 코스이다.
◈ 산행기
가끔씩 들러보는 '경주코오롱산악회' 카페의 문을 두드렸다가 정기산행지로 설악산 공룡능선을 간다는 공지에 망설임없이 신청을 하고서 주말이 오기를 기다려 준비해둔 배낭을 차에 싣고 서천 둔치로 달려가 주차를 해두고 대기하고 있던 관광버스에 올라서니 낯익은 얼굴의 산악회 총무님과 인사를 나누고 비어있는 좌석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출발시간을 기다린다.코오롱산악회의 초기 시절 지리산, 대둔산 등 몇 군데를 따라 다닌 적이 있어 임원진 대부분은 안면이 있는 분들이라 낯설지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출발한 버스 안에서 가는 내내 비몽사몽 뒤척이다가 잠시 눈을 붙이고 나니 칠흑같은 어둠이라 어디가 어딘지 구분도 안가 잠이나 자 둬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꿈나라로 찾아든다. 버스는 7번 국도를 쉼없이 달려 소공원입구에 도착을 하니 2시가 좀 넘었다. 얼마나 빨리 달렸는지 4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김밥 대신 내어주는 따끈한 시래국에 밥을 말아 뚝딱 해치우니 속이 든든해져 온다. 경향 각지에서 찾아온 타 산악회의 산꾼들은 새벽 3시도 채 안되었는데 산행을 시작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3시 20분 경에 출발하기로 정한 터라 스트레칭과 체조를 하며 몸을 풀고나서 A,B조로 나눠 산행을 하기로 한다.
A조는 공룡능선 코스이고, B조는 마등령에서 오세암을 거쳐 백담사로 하산하는 9시간 코스이다. 각자 이마에 불을 밝히고 스틱을 양손에 쥐고서 설악산매표소를 통과하며 대장정의 첫걸음을 내딛는다.(03:20)
△ 산행지도
△ 설악산매표소에 입장료(문화재관람료)를 지불하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들어서니 신흥사 일주문이 반겨주네요.
△ 비선대를 지나자마자 나오는 양폭, 마등령 갈림길에서 본격적인 오름을 시작합니다.
아무 것도 보이는 것이 없는 길에 유난히도 초롱초롱하게 반짝이는 별만이 산꾼을 반갑게 맞이한다. 신흥사 일주문 앞에서 합장 반배로 산문을 통과하며 비선대를 향해 힘찬 행보를 해 나간다.
어둠을 뚫고 들려오는 물소리를 벗삼아 부지런히 걸음을 옮기니 비선대 상가지역을 지나게 되고 산행을 시작한지 45여분만에 마등령, 금강굴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당도하여 잠시 후미를 기다렸다가 가파른 된비알이 시작되는 마등령 오름길로 올라선다.(04:07)
보이는 것은 암벽과 하늘의 별빛뿐... 게으른 눈이라면 감히 올라가기를 포기해야 될 된비알을 부지런한 발은 말없이 산꾼을 도와 한발 한발 내디뎌 나간다.
지난 여름 우중산행으로 공룡능선을 종주했다가 이곳으로의 지루한 내림길을 걸어보았으니 가파른 경사도는 이미 짐작을 하고 있어 내심 긴장을 하고 있지만 다행히 산행대장을 앞지르지 말고 함께 속도조절하며 오르자는 말에 한결 수월하게 오를 수가 있다.
전보다 체력이 좋아진건지 아니면 설악의 맑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오르는 탓인지 모를 일이지만 평소 헉헉거리던 가쁜 숨은 오늘따라 조금은 고른 소리가 난다.
매주 산을 찾으면서 점점 내공이 쌓여져 가는 모양이다.
워낙 가파른 오름길인데다 어두운 등로라 적절히 휴식을 취하게 해주는 산행대장의 노련한 리더에 따라 선두권인 10명 조금 넘는 산우들과 보조를 맞춰가며 여명이 밝아오는 설악의 속살 깊숙이 빠져들어 간다. 불을 밝히지 않아도 좋을 만큼 등로가 눈에 보여 이마의 랜턴을 끄고 산행을 지속해 나간다.
구름이 조금 낀 날씨라 멋진 일출은 기대하기 힘들다 싶었는데 허리를 펴고 뒤를 돌아보니 구름을 뚫고 올라오는 해를 바라보며 오늘 산행의 무사함을 마음속으로 기원해 본다.
△ 여명이 밝아오는 등 뒤로 고개를 돌려보니 화채능선이 기지개를 펴고 있습니다.
△ 지난번 우중산행 때 제대로 못봐서 많이 아쉬웠는데 오늘은 깨끗한 모습으로 반겨주네요.
△ 드디어 공룡의 모습이 그 골격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 구름 사이를 뚫고 올라오는 아침 햇살을 보며 무사산행을 기원해 봅니다.
지루하게 펼쳐진 돌길을 하염없이 오른다.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돌들이 흙길에 뿌리를 내리고 흩어져있다.
아무렇게나 틀어박힌 돌멩이 같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이 수월하도록 넓은 면이 위쪽으로 향해 가지런히 놓여있다.
등산로 정비사업 등을 통해 기본적으로 정리를 했겠지만 무엇보다 오랜 시간, 이 길을 지나다닌 수많은 사람들의 힘겨운 걸음걸이를 통해 다져졌으리라.
한두 명의 장인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라 몇 세대의 손을 거친, 자연과 시간이 빚은 투박한 골동품 같아 정겹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런 감상이 흐르는 땀을 식혀주지는 못했다.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는 굵은 땀방울은 두 눈을 따갑게 찌르고, 발부리에 걸린 노란 돌멩이 위로는 암회색의 땀방울이 가득하다. 또한 첨단의 등산복도 빨랫줄에 걸린 물먹은 수건으로 변해 버렸다.
목을 축이며 한숨 돌리자 그제야 주변경관이 눈에 들어온다. 엄청난 바위 절벽이 머리 위에서 내달리고 있었고 등 뒤로는 수많은 암봉들이 군락을 이루며 능선에 박혀있다.
거대한 무기고를 메운 예리한 창날들처럼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지난번 운무속에서 잃어버렸던 설악산의 실체를 제대로 확인하는 것 같다.
아마도 수만 년에 걸친 자연의 침식으로 오늘의 모습을 이뤘으리라. 홍수나 산사태와 같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생성된 지형과는 확연히 구별되어 보인다.
△ 금마타리
△ 정향나무
△ 물참대
△ 금강문
△ 붉은병꽃나무
△ 등로 좌측으로 공룡능선 상의 1275봉이 철옹성처럼 다가옵니다.
△ 꽃개회나무
△ 뿌연 연무속에 세존봉 뒤로 햇살에 반사되는 부분이 동해바다 입니다.
마등령 오름길을 지나니 약간 길이 좋아지다 다시 너럭길이 이어지다 계단이 나타난다. 안부에 도착하니 어슴프레 길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공룡이 그 모습을 드러내보인다.
전망바위에 오르니 공룡능선이 서서히 위용을 자랑하면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우측으로는 세존봉의 당당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등로는 마침내 세존봉 주변을 통과해 산줄기에서 물이 흘려 식수를 보충할 수가 있는 장소가 나타난다.
며칠 전부터 냉동실에 넣어두었던 얼음물을 포함해 4리터의 물을 준비해 짊어지고 가니 아직은 충분할 것 같아 물이 부족한 산우들에게 식수를 보충하라고 권유한다.
전망판을 설치해 놓은 난간위 전망대에 서니 공룡능선 너머로 대청봉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산허리로 뻗은 철재계단을 오르며 마지막 힘을 지그재그로 꼬인 계단에 모아본다.
잭이 콩나무를 타고 오르듯 신중한 걸음을 옮겼다. 오를 때는 얼마 되어 보이지 않던 계단도 뒤를 내려다보자 아찔하게 다가온다.
차가운 난간을 움켜쥔 손아귀에 마지막 힘을 불어넣는다. 넷, 셋, 둘, 하나, 마지막 계단을 오르자 수풀에 가려있던 하늘빛이 일순간에 쏟아진다.
계곡을 휘감으며 올라온 산바람 역시 뜨거워진 땀방울을 식혀준다. 마등령! 너무 가팔라 산턱을 어루만지며 올라야 된다는 마등령에 올라선다.(06:48)
△ 마등령
△ 함께한 산우들과 마등령에서...
△ 나한봉, 1275봉 뒤로 설악의 최고봉인 대청봉이 어렴풋하네요.
△ 마등령 전망터에서 한 컷 남겨봅니다.
△ 오세암 갈림 이정표
△ 우측부터 나한봉, 1275봉과 우측 범봉이 보이고 그 너머 멀리 화채봉이 어렴풋합니다.
저 멀리로는 이른 아침 박무를 뚫고 실루엣으로 다가오는 연푸른색 대청봉이 보인다. 좌우로 넓게 펼쳐진 백두대간의 능선은 고개를 들고 하늘로 비상하는 봉황처럼 웅장하다. 그 밑으로는 주식 챠트의 꺾은선그래프 같은 공룡능선이 날을 세우며 달려오고 있다. 설악산의 안과 밖을 나누며 촘촘히 박혀있다.
유구무언이란 말은 이럴 때 사용하는 모양이다.
이곳에서 후미조를 기다리며 간식을 나눠먹고 주변 경관을 감상하며 사진에 담는다. 20여분을 마등령에서 노닐다가 공룡능선길로 내려가니 오세암갈림길(비선대 3.7km, 희운각대피소 5.1km, 오세암1.4km) 이정표가 반갑게 산꾼을 맞는다.
여기서 B조는 오세암을 거쳐 백담사로 하산하는 관계로 안전한 산행을 마음속으로 기원하며 본격적인 공룡능선길에 들어선다.
설악의 품안에 간직한 두 개의 보물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공룡능선이다. 공룡릉은 용아장성릉과 나란히 달리면서 정말 설악다운 품격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바위의 제국을 이룬다.
공룡능선은 설악산의 척추 같은 존재로 마등령에서 신선봉까지의 5.1Km의 암릉구간을 말하는데 외설악과 내설악을 나누는 기준인 동시에 속초시와 인제군의 경계를 이루는 곳이다. 마치 공룡의 기괴한 등뼈를 연상시키듯 험봉이 줄기차게 솟아 이어져 있는 설악산 최대의 암릉으로서 산행하는 이를 압도하고도 남는다.
1275봉, 나한봉, 신선봉 천화대와 범봉 같은 빼어난 바위봉우리가 빚어내는 장쾌한 암릉의 아름다움이야 말로 이곳을 찾는 이들의 뇌리에 지울 수 없는 절경으로 각인되기 마련이다. 공룡능선 그 자체의 아름다움만으로도 일품인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
아무튼 마등령은 공룡능선을 타기 위한 시작점이자 종점이 되는, 기준점 같은 곳으로 어찌 보면 오늘 산행의 진정한 시작은 마등령부터인 셈이다.
△ 용아장성릉과 서북능선을 바라보지만 뿌연 연무에 온전한 모습이 아니라 아쉬운 마음입니다.
△ 공룡능선의 4개의 정체구간 중 하나인 침니구간이지만 오늘은 한산합니다.
△ 두루미꽃
△ 기차바위
△ 킹콩바위
△ 괴불나무
△ 금강봄맞이꽃
△ 산조팝나무
△ 1275봉 오름길에 돌아본 나한봉의 웅장한 암릉
△ 스님이 합장하고 있는 모습이라는 '나한봉' 뒤로 멀리 마등령이 조망이 됩니다.
△ 1275봉 안부
마등령을 출발하여 오름길로 서니 큰 너덜지대를 지나 나한봉(1,276m)(마등령0.5km, 희운각4.6km)에 도착한다. 나한봉에서 15분여를 가니 긴 침니구간으로 유격훈련을 방불케할 정도로 특히 비가 내리거나 눈이 오는 날엔 힘이 드는 구간인데다 오르내리는 등산객이 정체가 되면 시간도 많이 지체되고 미끄러운 구간이니 조심 또 조심을 하며 내리막을 내려간다.
(희운각대피소4km, 마등령1.1km지점)을 지나니 다시 긴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공룡능선의 산길은 안부를 지나면 연거푸 오르 내리막이 이어지지만 지상낙원을 연상케하는 장쾌한 능선산행은 기이한 형상의 암봉들과 우뚝 솟은 능선 그리고 능선 양옆으로 천불동과 가야동을 향해 내리닫는 암릉 등 한국의 산수를 대표하는 절경으로 산꾼들의 기억속에서 오래동안 남아있을 것이다.
마등령1.7km,희운각대피소3.4km지점에 이르니 울산바위가 어슴프레 조망되며 한 폭의 동양화로 펼쳐지는 그림 앞에 잠간의 휴식시간을 갖는다. 이곳을 지나 10여분을 가니 오늘 산행중 가장 긴 오르막 암릉길 구간에 접어든다. 돌계단 길에 가파른 오름이라 조금은 힘이 드는 구간이지만 간간이 나타나는 들꽃들을 사진에 담으면서 잠간의 휴식이 보약이 된다.
1,275m봉(희운각대피소3.0km,마등령2.1km)에 마등령을 출발한지 1시간 34분만에 도착을 한다.(08:57)
△ 천화대 너머로 신선봉이 살며시 고개를 내밀고 있네요.
△ 1275봉 경사면의 웅장한 남근석 뒤로 천화대가 절경을 뽐내고 있습니다.
△ 멀리 울산바위도 희뿌연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 승마
△ 나한봉과 1275봉의 뾰족한 암봉을 넘은 자신이 참으로 대견스러워지는 오늘입니다.
△ 공룡의 등뼈에 올라서서 다녀간 흔적을 남겨봅니다.
△ 비구름속에서 보았던 코끼리바위가 오늘은 완전한 모습으로 보게되어 참으로 행복합니다.
△ 용의 이빨을 닮은 '용아장성릉'도 가보고 싶은데 출입금지 구역이라 입맛만 다셔봅니다.
△ 누가 저곳에 돌을 얹어 놓았는지...
△ 천화대에서 바라본 공룡의 절경
△ 범봉
△ 큰앵초
△ 신선대에서 바라본 공룡능선의 멋진 풍광입니다.
△ 다시 보아도 멋진 절경에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네요.
여기서부터 신선봉까지는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면서 힘겨운 등로를 이어 가다 무릉도원에서나 볼수 있는 장쾌한 암릉들을 보노라니 자칫 지치기 쉬운 산길에 큰 힘을 보태주기에 충분하다.
산행을 시작한지 7시간 10분만에 신선봉(1,218m)(희운각대피소1.1km,마등령4.0km)에 도착을 하니 그런대로 위안이 된다.(10:30) 무너미고개가 얼마남지 않았으며 앞으로 산길은 내리막길로 이어지는 길이기 때문이다.
공룡능선을 타다 보면 어느 한곳 시선을 멈출 수가 없다. 다시 보기 힘든 비경을 오래오래 간직하기 위해 머릿속과 카메라에 모두 다 담아가고 싶지만 생각뿐 어찌 다 내것으로 만들수 있단 말인가. 비경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신선봉에 올라서서 지나온 마등령 방향을 돌아보니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눈에 보이는 절경 밑에 한달 31일을 그려 넣으면 그대로 달력이 된다는 어느 산님의 말처럼 이리도 멋진 진경산수화가 또 어디 있으랴!
신선봉의 사통팔달 조망은 오늘의 전망을 종합한 하이라이트라 할수 있다. 대청, 중청봉에서 귀때기청봉, 안산이 있는 서북능선, 그 앞으로 용아장성, 지나온 1275봉을 비롯한 공룡능선, 범봉, 천화대, 울산바위 등등...
△ 신선대에서...
△ 대청, 중청, 소청의 3형제가 나란히 정겹게 키재기를 하고 있네요.
△ 앞으로 보이는 능선 안부에 자리잡고 있는 희운각대피소를 목표로 내림길을 시작합니다.
지난 여름 이곳을 찾았을 때 비구름에 안개가 자욱한 탓에 아무 것도 볼수 없었던 안타까움에 아쉬움이 컸었는데 오늘에야 그 원을 풀게 되었으니 참으로 감개무량하기 그지없다. 대청봉과 중청봉이 눈 앞에 우뚝하고 건너편으로는 용아장성릉이 용의 이빨을 드러낸 채 북으로 달리고 있다. 용아릉 너머에는 서북능선의 최고봉인 귀때기청봉이 다녀가라고 손짓을 한다. 서북능선을 달려 대승령 아래의 오래 전 올라보았던 12선녀탕 계곡으로의 등로도 다시 밟아보고픈 생각도 들지만 언제쯤 가능할지...
넋을 놓고 설악의 속살들을 오래도록 감상하고서 저 아래 희운각대피소가 바라보이는 마루금을 따라 등로를 이어간다.
신선봉에서 하산하는 길은 희운각대피소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과 교행이 잦아지는데 협소한 등로라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하며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즐겁고 안전한 산행을 기원하는 덕담을 나누니 보는 자신도 흐뭇한 마음이 든다. 신선봉을 내려서 정체구간인 난간대 구간을 지나니 바로 밑에 예전에 없던 샘터가 나온다. 바위 틈사이 조그만 수량이 나그네에게 청량제 구실을 함은 물론이다. 얼마안가 로프가 설치된 슬랩구간을 지나니 희운각대피소로 올라가는 계단과 천불동계곡으로 내려가는 계단길이 있는 무너미고개에 도착을 한다.(11:04)
△ 무너미고개 이정표
△ 함박꽃나무
△ 천불동 계곡의 기암
희운각까지 가려던 계획을 수정하여 무너미고개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하여 도착하는 대로 자리를 잡고 준비해간 점심을 먹는다.
후미조를 기다리며 천천히 느긋하게 오찬을 즐기고 나니 한숨 자자고 산대장이 농을 건넨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일행들을 기다리며 그리하고도 싶지만 천불동계곡을 빨리 보고픈 마음에 천천히 사진 촬영 하면서 내려가겠다고 얘기하고 육순이 훌쩍 넘은 노부부 산님과 함께 천불동계곡으로 발걸음을 들여 놓는다.(11:55)
천불동계곡은 계곡 양쪽의 기암절벽이 천개의 불상이 늘어서 있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천불동이라는 이름이 붙은 계곡이다. 웅장한 기암절벽과 톱날같은 침봉들 사이로 깊게 패인 V자 협곡에 폭포와 소가 연이어져 있어 설악산의 가장 대표적인 코스이자 우리나라 계곡의 대명사로 꼽히는 지역이다.
무너미고개를 지나 30여분 내려가면 길고 긴 철계단과 좌우 불상같은 암봉들이 연이어 나타나며 천불동의 진면목을 서서히 드러낸다. 특히, 가을 핏빛같은 단풍이 만개할 시즌에 오면 단풍과 암봉과 구름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가히 신선놀음 같은 비경이 펼쳐지는 곳이 바로 천불동계곡이다. 지금은 천불동계곡을 설악산 등로중 가장 쉬운 코스로 여기지만 50여년전 철계단등 안전시설물이 전무하기전에는 전문가나 록 클라이머가 아니면 발을 못디딜 정도로 험하고 깊은 골짜기로 함부로 들어섰다가는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험난했던 곳이라 하여 '문닫이골'이라 불리웠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설악의 수많은 골짜기 가운데 가장 먼저 개발한 골짜기가 천불동계곡이다. 아마도 그것은 역시 험난한 과정을 거치더라도 골 안에 들어서고픈 유혹을 끌 정도로 매혹적인 비경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게다.
실제 천불동계곡은 골 초입의 비선대에서부터 문수담, 귀면암, 오련폭, 천당폭등 협곡속에 수많은 비경들이 펼쳐져 있는 데다 토막골, 잦은바위골, 설악골, 칠성골, 용소골, 건천골, 염주골 등 대청봉에서 흘러내린 죽음의 계곡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지계곡이 만날 때마다 웅장함을 과시하는 골짜기인 것이다.
△ 무명폭포
△ 천당폭포
△ 양폭
계곡을 계속 내려가면 이따금 길게 이어지는 철계단과 폭포가 나오는데 처음 맞이하는 폭포는 이름이 없는 무명폭포이고 무명폭포에서 조금더 내려가면 비선대에서 올라가면 천당에 온 것 같다는 천당폭포가 나온다.
천불동 계곡의 백미는 아마도 천당폭포가 아닌가 싶다. 크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은 설악의 명소로 충분했다. 골골이 좁은 수로를 만들며 흐르는 물길에는 힘찬 생명력이 넘치는 것 같았고, 옥색으로 물들어있는 연못에선 설악의 영롱함이 배어 있는 듯하다. 어떻게 이런 조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신이 아니면 좀처럼 만들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멋진 곳이니 산신령과 선녀들이 목욕을 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손길이 닿은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렇게라도 비경과 만날 수 있음은 우리들에게는 큰 행운이라 생각된다.
수량이 풍부할 때 폭포 주위에서 보면 우렁찬 소리와 함께 하늘은 더 작아지고 주위는 바위숲과 물 뿐이어서 세속의 때는 다 씻겨진듯 개운해지고, 마치 자기 몸이 자연의 일부가 되는듯한 착각마저 든다는데 오늘은 그 정도는 안되어도 제법 폭포수의 수량과 굉음이 오르내리는 산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천당폭포를 지나고 또 다른 긴 철계단과 너덜바위 지대를 지나 계속 내려오니 계단 아래로 양폭산장의 양폭포가 나온다.(12:35)
△ 양폭산장
△ 천 개의 불상을 좌우로 도열해 놓은 듯 기기묘묘한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천불동의 모습입니다.
△ 층층나무
△ 일반 병풍에서 보는 산수화와 진배가 없죠? ^^*
△ 깎아지른 기암절벽은 떠있는 구름과 멋진 조화를 이뤄 수많은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 귀신의 얼굴을 닮았다는 '귀면암'
여전히 우렁차고 기개 넘치는 폭포의 긴 여운이 귓전을 때리는 가운데 근 1년만에 다시 찾은 양폭산장에는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산님들이 간간히 보인다. 땀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쉼없이 하산길을 재촉해 나간다. 탁족은 비선대를 지나 등로 막바지 쯤 계곡에서 하리라 마음먹고 절경을 눈에 담고 사진에 담으며 하산길을 이어간다.
오련폭포 옆으로 긴 철계단과 너덜길을 지나는데 수풀에 가려 다섯폭포가 연결되어 하나로 이어지는 오련폭포의 진면목을 볼 수가 없지만 수량이 풍부하고 조망권이 살아날 때는 돌산의 깎아지른 협곡 틈에 5개의 폭포가 연이어 떨어지는 장관을 이룬다.
오련 폭포를 지나 쉼없이 내려가다가 약간의 오름길을 오르니 귀신의 형상을 닮았다는 귀면암에 다다른다. 귀신의 얼굴이 어떤 얼굴인지도 모르겠지만 바위의 생긴 모습이 귀신의 형상 같다고 하여 이름이 붙여진 귀면암 주변의 수직으로 된 암벽은 천불동계곡 상류까지 이어지는데 주변의 계곡물이 지금은 많은 수량이 아니어서 잘은 모르지만 많은 비가 내릴 경우 계곡물이 등산로까지 차올라 자칫하면 조난의 사고도 발생할 우려가 있는 지역이라 한다.
문수보살이 목욕했다는 문수담에 이르니 정말 정갈한 물속에서 어느 누구라도 풍덩하고픈 마음이 절실하다. 잦은바위골(좌) 입구를 지나고 설악골(좌)입구를 지나니 앞에 커다란 비선대가 웅장하게 버티고 있는데 바로 록 클라이머들의 훈련장소로 이용되는 적벽과 장군봉이다.(13:55)
△ 다시 만난 갈림길
(좌-천불동계곡, 우-마등령, 금강굴)
△ 비선대의 삼형제봉(좌-장군봉, 우-적벽)
적벽을 오르는 클라이머가 보이나요?
안 보이면 사진을 확대해 보시길...^^*
△ 높낮이가 거의 없는 평지성 등로에 가속도를 붙여 봅니다.
바위를 미끄러진 물줄기는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둥근 못을 만들었고, 이를 호위하듯 지켜선 장군봉과 적벽의 위세는 하늘을 찌른다.
언제 봐도 우람한 장군봉과 적벽은 설악산을 지키는 최고의 수문장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어 보였다. 마침 적벽의 수직절벽에 매달려 암벽등반을 즐기는 클라이머들이 자그맣게 올려다 보이는데 많은 산객들이 탄성을 내지른다. 보는 이로 하여금 오금이 저릴 정도의 아찔한 적벽인데 스파이더맨처럼 착 달라붙어 기어오르는 모습이 참으로 대단하게 여겨진다.
아담한 경치에 정신을 빼앗기며 등로를 잇다보니 어느 듯 비선대 상가를 지나게 되고 산행은 막바지 단계로 접어든다.
적당한 곳을 찾아들어 커다란 바위를 넘어 찾아든 계류에 발을 담그고 윗통을 벗어 제끼고 땀으로 절인 열기 가득한 머리를 차가운 물속에 쳐박고 숨을 참으며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발도 깨끗이 씻고 겉옷과 양말을 갈아입고 가뿐한 마음으로 하산길을 나서니 지친 어깨도 다시 추스리고 뜨거워진 발도 식혀주어 걷기가 한결 수월하다.
평지성 등로를 부지런히 걸어 내려와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 본사인 신흥사를 들르기로 한다. 다들 그냥 소공원으로 가고 있었지만 여기까지 와서 신흥사 부처님께 무산산행에 대한 감사의 인사는 하고 가야하지 않겠나 싶어 산사로 발걸음을 옮긴다.
△ 신흥사 사천왕문
신흥사 [神興寺]
강원도(남한) 속초시 설악동(雪嶽洞) 설악산에 있는 사찰.1984년 6월 2일 강원문화재자료 제7호로 지정되었다. 《사적기(寺蹟記)》에 따르면 653년(신라 진덕여왕 7) 자장(慈藏)이 창건하고 석가의 사리(舍利)를 봉안한 9층사리탑을 세워 향성사(香城寺)라고 불렀다. 고기(古記)에 자장이 637년(선덕여왕 6) 왕명으로 당(唐)나라에서 불도를 닦고 귀국하여 건립한 사찰이라고도 전한다.
이 향성사는 701년(효소왕 10) 수천칸(間)의 대사찰이 하루 아침에 소실되고 앞뜰의 9층석탑도 화재로 파손되어 3층탑만 남았다. 그후 의상(義湘)이 이곳 부속암자인 능인암(能仁庵) 터에 다시 절을 짓고 선정사(禪定寺)라고 하였다.
선정사는 1000년간 번창했는데, 조선 중기 1644년(인조 22)에 다시 소실되고 말았다. 선정사가 불타자 많은 승려가 떠났으나 운서(雲瑞)·연옥(連玉)·혜원(惠元) 세 승려만은 유서 깊은 절이 폐허가 된 것을 가슴 아프게 여겨 재건을 논하던 중, 하루는 세 승려가 똑같은 꿈을 꾸었는데, 꿈에 향성사 옛터 뒤의 소림암(小林庵)으로부터 신인(神人)이 나타나 이곳에 절을 지으면 수만 년이 가도 삼재(三災)가 범하지 못할 것이라 말하고 사라졌다.
그래서 다시 절이 세워졌으며, 신의 계시로 창건하였다고 하여 신흥사라 부르게 되었다. 불상은 선정사 때 봉안된 것으로 의상이 직접 조성한 3불상의 하나이다. 당시 지은 법당·대웅전·명부전·보제루·칠성각 등의 건물이 현존한다.
△ 신흥사 극락보전 [神興寺極樂寶殿]
신흥사 극락보전 [神興寺極樂寶殿]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에 있는 신흥사의 법당.
1971년 12월 16일 강원도유형문화재 제14호로 지정되었다. 신흥사의 본전으로 1648년(인조 25)에 창건하였으며 1750년(영조 26)과 1821년(순조 21)에 중수하였고, 최근 1977년에 보수하였다.
정면 3칸, 측면 3칸의 다포식 겹처마 팔작지붕 건물이다. 잘 다듬어진 화강암으로 쌓은 높은 기단 위에 세워져 있다. 공포는 3출목이며 쇠서(전각 기둥 위에 덧붙이는 소의 혀모양으로 된 장식)는 끝이 위로 올라간 앙서이다. 소로(小累)와 첨차의 아랫부분이 직면으로 사절되어 조선 후기의 일반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전면 어칸 사분합문(四分閤門)의 꽃살문양과 협칸의 빗살문양이 돋보이며, 전면 계단은 하나의 돌로 되어 있고 양끝에 용두를 새겼고, 옆면에 귀면상을 조각하였다.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좌우에 봉안되어 있다. 공포의 아름다움과 단청의 다양한 문양은 다른 건물의 추종을 불허한다.
△ 극락보전은 아미타여래(무량수불)를 주불로 모시고 좌측에 관세음보살,
우측에 대세지보살을 협시한 아미타삼존불을 봉안하여 극락세계의 광경을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 권금성의 케이블카는 오늘도 변함없이 관광객을 실어 나르느라 쉴 틈이 없네요.
△ 설악산 신흥사 통일대불
통일대불 청동좌불상 몸 안에는 또 다른 부처님의 세상인 내원법당이 조성되어 있고
높이는 14.6m이고 소요된 청동이 108톤에 이른다고 합니다.
△ 개회나무
△ 소공원을 빠져 나오며 돌아본 세존봉과 마등령에는 밝은 햇살만 빛나고 있습니다.
신흥사의 본당인 극락보전에 들러 삼배로써 부처님을 알현하고 경내를 간단히 둘러본 후에 바쁜 걸음으로 절집을 빠져 나온다. 행여 후미조가 도착하여 나 하나 때문에 많은 이들이 기다리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빠른 걸음으로 소공원을 향해 걸어간다.
가는 동안 우측에 높이 솟아있는 권금성을 바라보며 오늘 산행을 반추해 본다. 제대로 못 보았던 공룡의 등뼈를 다시 보고 싶어서 무작정 신청하고 기다렸지만 막상 떠날 시간이 다가오니 조금은 망설여진 것도 사실이다. 작년 우중산행에도 다녀오긴 했지만 늘 완주가 가능한건 아니지 않겠는가...
하지만 산이 갖고 있는 우직함과 성실함, 꾸준히만 오르면 어떤 산이든 오를 수 있다는 점 역시 잘 알고 있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산행준비를 할 수 있었고 마침내 큰 무리없이 소망하던 공룡릉을 제대로 둘러보았으니 스스로에게 대견해 하고 수고했다는 자축을 해본다.
산행은 참으로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하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행위임에는 틀림이 없는 듯하다.
이번 산행에서도 난 또다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얻었으며,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를 몸으로 느낀다. 서로가 배려해야 함을 느끼고, 서로가 아껴야 함을 배낭 가득 담아서 귀로의 버스에 몸을 싣고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며 경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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