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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달이 사는 집

단풍과 함께 떠난 설악산 서북능선 - 공룡능선 종주산행 (2) 본문

◈ 산행이야기/☆ 2011년도 산행

단풍과 함께 떠난 설악산 서북능선 - 공룡능선 종주산행 (2)

해와달^^* 2011. 10. 17. 22:15

10월 13일. 목요일 새벽 4시 30분.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이 깬다.

마루바닥이 차가워서 그런지 한기를 느껴 조용히 일어나 내의를 꺼내 입고 상의는 오리털 파카까지 껴입고 나니 한결 낫다. 일출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5시 30분에 알람을 맞춰놓고 잠시 눈 좀 붙이려고 했지만 새벽 일찍 먼길 떠나는 등산객들의 발자국 소리에 마루바닥에 잠자는 이들 대부분이 잠에서 깨어난 모양이다.

대피소 비좁은 자리에서 힘겹게 밤을 지새다 네시가 넘어가자 잠과 함께 모든 것이 말갛게 깨어난다. 벌써부터 뒤척이는 잠결에 견디지 못하고 일어나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 들려오고, 어둠속에서 배낭을 꾸리는 이들도 있다.

희미한 어둠속에서 배낭을 챙기고 산행준비를 한다. 대청봉에 올라 일출의 장엄함을 두 눈으로 지켜보고 공룡능선으로 떠나기로 한 터라 아직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일행들을 깨우고 서두르라고 채근한다. 준비를 마치고 가만히 자리를 빠져 나와 밖으로 나와 올려다 본 밤하늘엔 환한 달빛이 중청봉 머리 위에서 교교히 빛나고 있다. 날이 밝으려면 아직 멀었는데, 대청을 오르내리는 불빛이 간간히 이어지고 있다. 이미 아침 준비를 하는 이들도 있다.
날씨는 쾌청하여 별빛은 머리 위에서 가깝게 떨어지고, 생각보다는 기온이 내려가지 않아서 오히려 훈훈한 느낌이 든다.
아직 일출시간이 넉넉하여 새벽 다섯시 삼십분경 취사장으로 내려가니 이미 만원이다. 이럴줄 알았으면 진작부터 서두를걸 그랬다 싶다. 대피소 바깥에 있는 야외식탁에서 버너에 불 피우고 세개 남은 라면을 끓이고, 햇반까지 곁들여 든든하게 아침을 먹는다.

잠을 설쳐서 입속이 깔깔하여 통 음식을 넘길 것 같지 않지만, 오늘 공룡능선길을 가자면 억지로라도 먹어 두어야 한다.

이 참에 점심으로 부족하지만 주먹밥으로 만들어 가자는 의견이 있어 솜씨를 발휘한 일행 분 덕택에 12인분의 점심까지 준비한다. 버너와 코펠을 준비해 간 탓에 마지막까지 배낭 정리를 하느라 시간을 지체하여 가장 늦게 대청봉을 향해 종종걸음을 옮겨간다. 배낭은 대피소 안쪽에 놔 두고서...

 

 

새벽같이 일어나 대피소를 나와 올려다 본 하늘엔 휘영청 둥근 달이 온누리를 비추고 있었답니다.

 

 

여명의 대청봉에서...

 

 

벅찬 감동으로 다가오는 대청봉에서의 일출!

 

 

해수면 위에 떠있는 짙은 구름이 점점 바알갛게 물이 들어가더니 동녘이 희붐하게 밝아져 온다. 먼 동해바다 수면 위로 불을 토하듯 떠오르는 일출은 아니라 해도 이미 동녘은 붉게 타오르고 사방의 산군들은 빨갛게 단풍이 들듯 물이 들어가고 있다.
빼꼼이 고개를 내밀 즈음 여기저기서 탄성 소리가 터져나오고 점점 퍼지는 아침햇살이 금빛은빛으로 우리 몸을 감싸준다. 자신도 모르게 이미 두손은 모아지고 태양을 향해 간절한 기도를 올리고 있다. 가족의 건강과 주변 모든 이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설악의 제일봉, 남한 육지에서 지리산 천왕봉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봉. 내 인생 처음으로 맞이한 '대청봉일출'이었다.

 

 

대청봉에서 바라본 서북능선

 

(귀때기청봉을 가운데 두고 좌측으로는 가리봉이, 우측에는 중청 너머 응봉이 조망됩니다.)

 

 

아침 햇살에 잠에서 깨어나는 공룡능선

 

 

일출을 구경하고 하산하는 길에 중청봉도 기지개를 펴고 있네요.

 

 

공룡능선을 향한 대장정에 앞서 단체사진으로 결의를 다져봅니다.

 

 

끝청갈림길

 

 

소청가는 계단길에서 내려다 본 공룡능선

 

 

소청봉

 

 

사실 공룡능선은  쉽지 않은 산행길이다.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강행군을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하루 동안에 할 수 있는 산행길의 두배 정도는 걸을 수 있는 체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우선은 공룡능선에 접근하는 것조차  어렵다. 오색이나, 설악동이나, 용대리에서 출발하여 공룡능선 들머리까지 도달하는데만 넉넉히 하루길이다. 무박산행이 아니면 하룻밤을 산에서 지내야 한다. 그래서 공룡능선 산행길을 쉽게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장엄한 대청봉의 일출을 맞이하고 대피소로 돌아와 화장실을 다녀와서 대피소 앞 마당에 집결한 일행들은 단체사진으로 결의를 다진 후에 환한 아침햇살의 전송을 받으며 대피소를 떠나 소청 언덕을 내려선다. 벌써부터 산행객들이 줄을 서 이어진다. 소청에서 희운각으로 내려오는 길은 상당한 급경사다. 평일인데도 단풍철이어서 그런지 산행을 나온 등산객이 제법 많다.
50여분 걸려 도착한 희운각 대피소는 아침 식사를 하는 사람들로 늘 분주하다. 소청에서 내려오는 길에 이미 물병이 바닥이 난 사람들은 식수대에서 물을 받는데 줄을 서서 받아야 할 정도다.
이렇게 이른 시각에 어디서 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 것일까?
희운각에서 잠시 휴식을 하며 간식을 챙겨 먹고 기운을 되살려 다시 산행길에 나선다. 무너미 고개로 향하는 길목에서 바위등에 올라 바라본 신선봉의 자태는 참으로 장관이다. 금강산 만물상 한자락을 빌려다 펼쳐놓은 듯, 수많은 침봉과 절리로 까마득한 암벽을 일으키며 부챗살을 펼친 듯 치솟아 오른 암릉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위세로 당당하다.

 

 

무너미고개

 

(↖ 공룡능선, 마등령. ↗ 천불동계곡)

 

 

신선봉을 오르는 등로에 매어있는 밧줄을 잡고 힘겹게 올라서니

 

 

붉게 물든 단풍이 반겨주어 힘든 줄 모르고 돌계단을 올라섭니다.

 

 

 

 

신선봉 이정표

 

 

신선봉은 공룡능선으로 들어서는 들머리, 설악산 전경의 중심부 쯤에 솟아 있는 봉이다. 침니와 침봉 등 수천의 암봉들이  빚어낸 풍광은 절로 경탄을 자아내게 하고, 천불동 계곡으로 떨어뜨린 험준한 암벽은 보는 것만으로도 전율을 느끼게 한다. 마치 맹수가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듯 포효하는 소리는 양폭과 천당폭을 건너서 화채봉으로 메아리지고 죽음의 계곡을 타고 올라 대청으로 치솟는다.
많은 사람들이 무너미고개에서 천불동으로 내려서고 그 중 몇몇이 떨어져 나와 공룡능선 산행길로 들어선다.
작년 유월에 이 길을 밟았었고, 올 유월에는 역방향으로 이곳을 지나왔지만 해마다 공룡능선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이 몇 배나 많아진 것 같다.
산기슭을 돌아 나가는 길, 골짜기에는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다. 신선봉 자락을 왼편으로 돌아 가파른 산비알 암반을 타고 오른다. 오르막이 꽤나 가파르다. 매어놓은 밧줄을 잡고 간신히 몸을 끌어 올려야 할 정도다. 30여분의 힘든 사투 끝에 신선봉의 뒤편 능선으로 올라선다.
숨을 몰아쉬며 신선봉  언덕 막바지에 올라서자 '와아!'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초록빛이 완연할 때 보았던 공룡의 등뼈를 가을에 다시 보니 또다른 풍광으로 다가온다. 모두들 힘들여 올라온 보람을 느끼는 듯 얼굴빛이 환해진다. 공룡능선은 어느 곳이든, 상상을 초월하는 비경들이 발길을 사로 잡는다. 그중에서도 신성봉의 언덕은 초입부터 눈길을 놀라게 한다.

 

 

신선봉에서 바라본 공룡능선의 비경

 

 

 

 

계속해서 오르고 내리고 걷고 또 오르고 또 내리고...하면서

 

 

멀리 대청, 중청의 부드러운 선으로부터

 

 

용아장성의 비경 그리고 수많은 암봉들, 계곡과 능선들

 

 

지도상에 명명된 이름들만 이곳에 기록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북이가 아니라 애기공룡이라 부르는게 맞겠죠?

 

 

바라만보아도 황홀한 아름다운 우리의 금수강산입니다.

 

 

바위 전망대에 올라서 바라본 공룡능선의 경관은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의 물결로 가슴속에 메아리쳐 온다. 능선 가득히 도열한 수많은 암봉들의 파노라마, 마천루처럼 치솟은 암봉들이 언덕을 메운 경관이 눈길을 얼어붙게 한다.
우뚝 치솟은 1275봉을 중심으로 대장군을 호위하듯, 수많은 암봉들이 천군만마의 기상으로 1275봉을 옹위하며 둘러선다. 산정에 용립한 암봉의 능선은 천불동을 향하여 뻗어내리면서, 천화대를 하늘꽃으로 장식하는데, 천화대 능선 막바지에 우뚝한 범봉의 자태는 신예 무사처럼 당당하다. 조물주의 조화가 참으로 놀랍다.
이 언덕에 서면, 공룡능선은 탁 트인 시야속에 능선 상의 큰 그림을 한꺼번에 보여준다. 그리고 길을 가는 동안 숨겨진 비경들을 마술사의 카드처럼 하나씩 하나씩 펼쳐놓는다.

 

 

자연이 펼치는 풍경은 언제고 같은 법이 없습니다.

 

 

늘 새롭게 변하기에 같은 사진을 내미는 법이 없지요.

 

 

때문에 그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잊지 못하는 것일겁니다.

 

 

범봉과 천화대 너머로 달마봉이 조망이 되네요.

 

 

신선봉 언덕의 감동을 뒤로 하고 내리막을 내려선다.
된비알을 힘들게 올라오면 올라온 만큼 다시 내리막이다. 그리고 내려오면 다시 오르고... 오르막의 끝에는 어김없이 새로운 비경으로 다시 눈길을 놀라게 한다. 공룡능선은 수고한 만큼의 대가를 얻을 수 있다.
신선봉 언덕으로부터 20여분 거리, 오르막길에서 길섶 암릉에 올라서자, 천불동으로 뻗어내린 잦은바위골의 경관이 다시 눈길을 사로잡는다.

칠형제봉 능선과 천화대 능선 사이 협곡을 이룬 잦은바위골에는 기이한 형상의  암봉들이 골짜기에 가득하다. 암릉능선과 산자락을 부채살처럼 펼친 암봉이 마치 골짜기에 맹수의 형상으로 웅크리고 있다. 건너편 범봉이 아침 햇살에 빛나는데, 천불동의 만경대는 천길 수직의 벼랑을 벽처럼 일으켜 협곡속에 우뚝하다.
공룡능선에서 가야동 골짜기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이른다. 탐방로가 아니라는 팻말로 길을 막았으나, 사람들이 지난 자취가 분명하다.
길은 산비알을 돌아 나가고, 눈 앞에는 가야동 골짜기의 경관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금강산 가던 길에 주저앉았다는 울산바위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1275봉을 오르며 되돌아 본 대청봉과 중청봉.

 

 

공룡능선의 기둥이 되어주는 등대...
천화대의 천상화원이 시작되는 곳. 천화대의 범봉, 왕관봉, 희야봉 등이 아름답게 조망되는 조망지...

이 천화대를 보지 않고는 공룡의 허리를 논하지 말라.
"설악산의 절경은 공룡에 있다. 공룡의 절경은 천화대로부터 나온다." 라는 말이 있다.

이쯤 들어 천화대에 대한 부연설명을 안할 수가 없다.
天花臺. 그 이름만으로도 그 의미가 설명되어지는 천화대는 설악골과 잦은바위골 사이의 범봉능선에서 천불동으로 빠지는 암릉이다.
천화대의 지존 범봉에 서면 그 조망이 황홀하기까지 하다. 천화대는 여러 갈래의 지암능을 거느리고 있는데 흑범길, 염라길, 석주길, 청화길 등이 이곳 속살에 그 들머리를 두고 있다.

 

 

바라보는 곳 모두가 절경 그 자체라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를 지경입니다.

 

 

 

 

말 하지 않아도 말 하는 법을 일러주고 있는 의연한 공룡이랍니다.

 

 

공룡능선 중간 지점에 당도하니 교행하는 산님들로 조금의 혼잡구간이 발생이 되네요.

 

 

1275봉을 오르며 바라본 남근석과 천화대의 단풍이 장관입니다.

 

 

쉼없이 이어지는 공룡 등뼈의 오르내림에 힘겨워지는 시점이라 내딛는 걸음 역시 더뎌져 가네요.

 

 

그나마 예쁘게 물이 들어 눈을 즐겁게 해주는 단풍이 있음에 힘을 얻나 봅니다.

 

 

골짜기 건너 역광 속에 그림자빛 바위벽으로 솟아오른 용아릉의 자태에 몸을 움추린다. 용아릉은 가야동 계곡과 구곡담계곡 사이에 험준한 바위봉으로 뻗어나간 능선이다. 난공불락의 성곽처럼 험준한 자태로 치솟은 용아능선이 공룡능선 산행길 내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저곳 어느 봉우리에서 핏빛 단풍으로 물든 계곡으로 꽃잎처럼 산화한 산사나이가 생각나 마음이 무거워져 온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명복을 빌어본다. 본인 역시 홀로 산행을 즐기는 편이라 가끔은 위험하고 아찔한 순간을 맞이하곤 하지만 출입금지 구역은 안 가는게 상책이라 믿고 싶다.

출입을 금하는 만큼 위험하리라는 것은 불문가지일테니까...
용아릉과 어우러져, 골짜기에 좌우로 도열하며 용립하는 암봉들과 기암괴석의 자태가 한폭의 진경산수화를 그려 놓는다. 용아릉 넘어 장대하게 뻗어나간 서북능선 끝으로는 안산이 봉긋 치솟아 있다.
산과 하늘은 맑고 투명한데, 깊은 골을 지나온 바람은 오늘따라 어디로 마실을 갔는지 여름날의 뙤약볕이라 무덥기 그지없다.
산의 정기를 음미하면서 거대한 바위가 협곡을 이룬 사이길로 다시 내리막길을 내려간다.

 

 

1275봉 안부

 

 

공룡능선!
산에 든 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은 다녀오고 싶어하는 곳. 이곳을 한번 다녀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고 공룡의 문앞에서 차마 문을 두드리지 못하고 천불동으로 발걸음을 되돌리며 다음 기회를 엿보고자 하던 산객들이 그 얼마나 많았는가.
암봉을 오르내리고 미끄러져 구르기도 하며 길 위에 서서도 그 고도감에 쉬이 발걸음을 내딛지 못하던 그 길, 자신에게 도전하는 자, 땀흘린 자에게만 그 위용을 드러내며 자태를 뽐내는 공룡의 중앙에 자리한 맹주 1275봉은 그 얼마나 감격스러운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는 그대로 보는 법을 말없이 가르치고 있는 공룡, 우리 산하에 우뚝 솟아 더많은 산객이 자신에게 도전하길 기다리며 땀 흘리고 지친 몸을 절경으로 감싸주고 성취감을 안겨줄 공룡능선과 공룡의 맹주 1275봉은 언제나 감동으로 다가온다.
1275봉 안부 언덕으로 오르는 암반길은 까마득한 오르막이다. 가뿐 숨 몰아쉬며 힘겨운 발걸음으로 가파른 경사길 1275봉 왼편 언덕 안부로 올라선다.
1275봉은 공룡능선의 거의 절반 지점에 가장 우뚝하게 치솟아 있는 봉이다.
언덕 안부에서 잠시 쉬면서 파노라마 처럼 펼쳐지는 경관을 돌아 보면서 땀을 식히고... 언덕 너머에는 나한봉 능선이 가깝게 다가와 있다.

 

 

1275봉에서 건너다 본 나한봉

 

 

정신없이 아래로 떨어져 저 높은 나한봉을 올라서면 그제야 공룡의 끝이 보이겠지요.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고 깊어가는 가을을 노래하는 단풍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다시 만난 킹콩바위는 변함없는 모습으로 반겨줍니다.

 

 

햇볕에 반사되어 검게 보이는 용아릉과 그 뒤의 대청, 소청이 웅장한 모습으로 도열해 있네요.

 

 

공룡능선의 또다른 명물 '기차바위'입니다.

 

 

가장 정체가 심한 곳 중의 하나인데 오늘도 조금의 정체는 있네요.

또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곳이기도 하답니다.

 

 

특유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세존봉 뒤로 울산바위의 하얀 암릉이 유난히 눈에 띕니다.

 

 

나한봉 오름의 협곡이 오늘은 원활한 소통이라 한결 오르기가 편하네요.

 

 

공룡의 등뼈를 다시 보는 산꾼의 눈에는 보면 볼수록 경이롭게만 다가옵니다.

 

 

능선 앞머리에 황소의 뿔처럼 당당한 두 개의 암봉이 이채로운 나한봉은 마치 스님이 합장을 하고 있는 듯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등령은 이쯤에서 바라보면 뒤편 황철봉으로 뻗어간 능선이 마치 말등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말등이라기 보다는, 능선 전체가 앞머리에 세 개의 뿔이 돋아난 거대한 코뿔소의 등허리를 보고 있는 듯하다.
1275봉 언덕을 내려서 나한봉을 향한다.
이제는 어지간히들 지쳐서 그런지 발걸음이 느려지고 내려가는 길에서 다시 올라갈 것을 걱정하게 된다.
멀리 황철봉에서 내리닫는 능선에 세존봉이 우뚝하다. 세존봉 너머로 햇살속에 빛나는 흰빛 암릉은 울산 바위다. 암봉을 돌아 나가자 나한봉이 눈앞에 있다.
단풍이 골짜기에 핏빛으로 물들어 있다.
나한봉을 향하는 길목 전망대에 올라선다. 뒤돌아본 공룡능선은 참으로 장관이다. 1275봉이 하늘을 찌를 듯 기세가 당당한데 침봉에서 내리닫는 암릉자락은 설악골을 따라 천불동으로 내달리면서 겹겹이 골골이 뻗어내려 암릉 능선이 주름치마 자락을 펼쳐놓은 듯하다. 송곳같은 침봉은  더 높이 치솟고 골은 더욱 끝없이 깊어진다. 1275봉의 위세가 장쾌하다.

 

 

화채봉에서 칠성봉, 집선봉으로 이어지는 암릉 끄트머리에는 권금성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대청에서 이곳까지 지나온 등로를 다시 가라하면? 죽었다 깨어나도 더는 못갑니다.^^*

 

 

가야동 계곡으로 내려서는 만경대 능선이 한 폭의 동양화처럼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

 

 

나한봉을 지나 너덜겅을 지나면 곧 오세암으로 내려서는 안부를 만나게 됩니다.

 

 

마등령 안부 갈림길

 

오세암까지 1.4km, 백담사 7.4km, 비선대까지는 3.7km, 약 2시간 거리입니다.

 

 

마등령 정상

 

 

나한봉 오르막의 막바지는 양편으로 수직 암벽의 좁은 협곡 사이에 가파른 벼랑에 매놓은 밧줄에 매달려 오른다. 등산객이 많을 때나 양편에서 오고가는 사람들이 마주칠 때에는 이곳에서 정체가 제일 심하다. 평일이라 그런지 원활한 소통이라 내심 반갑기 그지없다.
가야동 계곡으로 내려서는 만경대 능선 역시 동양화의 화폭처럼 아름답다. 암릉과 노송과 단풍빛으로 어우러진 산경에 실루엣을 드러낸 산줄기가 겹겹이 겹쳐지며 환상적 비경을 펼쳐 놓는다.

조그마한 너덜 위에 앉아 있는 나한봉에 올라 주변 경관을 바라보니 구름 한점 없는 날씨에 조망이 압권이다.
서북능선에서는 귀때기청봉이, 정면으로는 대청봉이 좌우로 화채봉과 중청을 거느리고 보무도 당당하게 서있다. 너덜에 있는 바위들이 모든 번뇌를 끊고 진리를 깨달은 성자처럼 보이는 것은 이 봉우리의 이름 때문이리라.

나한봉에 도착하자 속세의 온갖 번뇌가 사라지는 것 같다. 16나한의 모습이 온갖 모습을 하고 있는 것처럼...

여기서 바라보는 형 울산바위와 동생 달마봉이 사이좋게 서 있다.

 

 

웅장한 천화대 뒤로 화채봉(좌)과 대청, 중청봉이 올려다 보이네요.

 

 

성채처럼 두른 암봉 사이를 통과하는 금강문입니다.

 

 

마등령을 내려서니 온통 핏빛으로 물든 단풍의 향연이 시작되고 있었네요.

 

 

햇살을 받은 단풍빛이 참으로 곱습니다.

 

 

 

 

그저 탄성만 내지를 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네요.

 

 

형형색색의 기묘한 바위들이 천개의 불상같다 하여 이름 붙여진 '천불동계곡'과

화채능선의 웅대함이 다시 찾아온 보람을 만끽하게 합니다.

 

 

 

 

가까이 당겨본 울산바위의 위용

 

 

다시 보아도 질리지 않고 그저 그 위세에 압도되어 눈요기만 할 뿐입니다.

 

 

 

마등령 언덕에 당도하여 모두에게 배낭을 내려놓게 하고 전망대로 오게 한후 공룡능선을 배경으로 개인, 단체사진을 찍는다. 일행 대부분이 공룡능선 산행이 초행이라 봉우리 하나 넘을 때마다 주변 봉우리와 알려진 바위들을 설명하며 가이드산행 하듯 진행하니 도움이 된 모양이다. 마지막으로 마등령 포토존으로 인도하여 사진 촬영을 하고 비선대를 향하여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선다.
사실 나한봉에서부터 일행 일부는 물이 거의 바닥이 나서 걱정들을 하고 있어 마등령까지만 참으라고 일렀는데 최근 비가 내리지 않아 내심 걱정은 되기 시작했었다. 마등령에 당도하자마자 제일 먼저 주변에 있던 산님에게 마등령 약수의 수급부터 물어보니 다행히 물이 나온다고 한다. 해서 남은 물을 맘껏 들이키고 빈 통으로 비선대로의 내림길을 이어가 목재데크 아래에 있는 약수터에서 물을 공급받는다.
마등령에서 비선대까지는 힘든 길이다. 경사는 급한데다 공룡능선을 타느라 힘이 소진하여 더욱 어려운 길인데 일행 몇 분은 힘들어 하는 눈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산행동료들은 오랜 시간동안 산행을 해온 분들이라 그런지 전체적으로 산행속도는 평균 이상은 되는지라 처지는 분이 없는게 큰 다행이다 싶다.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세존봉의 뒷모습입니다.

 

 

설악산 전체가 커다란 하나의 수석이라는 말이 실감나듯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산행 내내 발길을 붙잡네요.

 

 

 

 

금강굴 입구

 

(산행 막바지에 가파른 철계단이 부담스러운지 그냥 지나치자고 해서 아쉽지만 통과합니다.)

 

 

드디어 길고 긴 급내림길을 마치고 천불동 비선대로 내려섭니다.

 

 

장구한 세월을 견뎌온 장군봉, 형제봉, 적벽은 오늘도 변함없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고

적벽을 클라이밍하는 바윗꾼들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었답니다.

 

 

신흥사 통일대불

 

 

햇살이 힘을 잃은 권금성엔 케이블 카만 유난히 바쁜가 봅니다.

 

 

이틀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환한 웃음으로 자축을 하는 그대들은

진정 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산인들입니다.

 

 

2시간이 넘도록 이어지는 급내림을 쉬엄쉬엄 내려서며 기묘한 바위가 나타나면 어김없이 멈춰서서 눈을 즐겁게 하고 앞서 가는 이는 뒤처지는 이를 위해 기다려주는 미덕을 발휘하고 뒤처진 이는 기다려주는 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니 서로를 배려하며 함께 가는 산길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등로 내내 이어진다.

비선대가 있는 천불동계곡에 당도하여 적벽을 오르는 클라이머들의 암벽타는 모습도 구경하고 휴게소에서 시원한 냉커피로 갈증을 해갈하고 평지성 등로를 따라 소공원으로 향하니 신흥사가 가까워질 즈음 기계음 소리가 들려오는데 신흥사 일주문 앞에 큰 공사를 하는 모양이다. 산중에 중장비가 들어서 굉음을 울려대고 많은 관광객들과 뒤섞여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조금은 눈살이 찌푸려진다. 소공원 입구에 당도하여 올려다 본 권금성의 케이블카는 탐방객을 실어 나르느라 여전히 바쁘게 오르내리고 있다.

단 한 사람의 낙오도 없이 무사히 종주산행을 마치게 됨을 자축하는 의미로 권금성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남기는 것으로 산행을 마감하고 관광을 마치고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버스를 향해 매표소를 빠져 나와 버스에 올라서니 수고했다는 덕담을 건네는 관광팀과 반가운 해후를 나누고 설악동을 빠져나와 양양의 어느 사우나에 들러 이틀동안 세수 한번 못한 육신을 깨끗이 씻어내고 강릉바우길의 하나였던 헌화로가 있는 심곡항에 들러 맛보았던 망치탕을 저녁으로 든든히 채우고 포항을 향해 달려간다.

언제 어느 때 찾아보아도 늘 웅장하고 빼어난 모습을 보여주는 설악산이지만 단풍이 든 가을 풍광이 역시 최고이기에 불타는 설악의 단풍을 만끽하기 위해 공룡으로 찾아들었으니 멋진 산님들과 같은 길을 함께 걷고 함께 웃으며 함께 땀흘리고 역경과 즐거움을 함께한 그 시간은 아마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즐거운 추억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시 함께 할 그 시간을 기다리며 장거리 산행 후의 피로를 잠으로 씻어내기 위해 서둘러 의자 깊숙이 몸을 맡긴다.

꿈 속에서 한번 더 공룡을 만나볼 요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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