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가을 햇살따라 원없이 걸어본 비슬산-앞산 종주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11. 10. 03 (월)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대구광역시 남구, 달서구, 달성군 가창면, 화원읍, 옥포면, 유가면, 청도군 각북면 일원
♤ 산행인원 : 오늘도 변함없이 홀로...
♤ 산행코스 : 비슬산자연휴양림(소재사)~대견사지~조화봉~비슬산대견봉~880봉~용문사갈림길~675봉~청룡산~달비고개~산성산~앞산~안지랑골~안일사
♤ 산행시간 및 거리 : 10시간 10분 (식사 및 휴식, 사진 촬영 198매 포함), 도상거리 : 25.5km
▣ 산행지 요약
♣ 대구 달성군 유가면과 가창면의 경계에 있는 비슬산은 대견봉(해발 1,083.6m)을 중심으로 좌우에 조화봉(해발1,058m)과 관기봉(해발 990m)을 거느린 산이다. 정상에 올라서면 상상을 초월하는 초원이 눈앞에 펼쳐지고 철마다 피어나는 야생화로 산상화원을 방불케 하는 산이다. 특히 정상에서 남쪽 조화봉까지는 진달래 군락지대로 100ha 정도의 진달래 군락지가 있어 4월 말쯤이면 산 전체가 불붙은 듯 온통 시뻘겋다. 5부 능선까지는 주로 침엽수림이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어 연중 푸르름을 나타내고 있으며, 6-9부 능선까지는 괴암괴석과 활엽수림이 조화를 이루어 가을철 단풍이 들면 온 산이 오색으로 치중된다.
♣ 기운찬 산세와 다양성에서 비슬산과 견줄 만한 산은 그리 흔치 않다. 정상부의 바위가 신선이 앉아 비파나 거문고를 타는 형상 같다 하여 ‘비파 비(琵), 거문고 슬(瑟)’ 자의 이름이 붙은 이 산은 북쪽 대구 앞산에서 남쪽 창녕 화왕산(756.6m)과 관룡산(739.7m)~부곡 종암산(546m)을 거쳐 낙동강에 잠기기까지 남북으로 길게 뻗은 긴 산줄기의 주산이다. 능선 정상의 비교적 완만한 고원에는 수만 평의 억새군락이 장관을 이루고 있어 가을 산행의 적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 산중에는 유가사와 도성암이 들어앉아 있고, 비슬산자연휴양림(053-614-5481)이 소재사 옆의 매표소에서부터 조화봉 방면 계곡을 따라 콘도형 산막, 통나무집, 청소년수련장, 취사장, 잔디광장 등이 줄지어 자리 잡고 있어 지역 주민의 휴식처로 알려져 있다. 특히 비슬산자연휴양림에는 집채 만한 바위들이 곳곳에 군락을 이룬 암괴류와 애추가 눈길을 끄는데 암괴류는 둥근 맛을 지닌 바위이고 애추는 각이 진 바위로 이들은 마지막 빙하기의 산물이다. 또한 대견사지 주변에 흩어진 다양한 형상의 화강암들을 토르라고 부르는데 암괴류와 애추, 토르는 비슬산의 지형을 더욱 빼어나게 만들어주고 있는 대자연의 산물이다. (자료 인용)
◈ 산행기
오래 전부터 한번은 걸어보고 싶었지만 너무 먼 거리에 체력 부담이 있는데다 기회가 닿지 않아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앞산-비슬산 종주산행.최근 일요일마다 장거리산행을 몇 번 다녀 어느 정도 체력 보강이 된것 같아 도전해 보고픈 마음이 용솟음친다. 더 이상 미루다가는 영영 못 가볼 것 같은 조바심에 연휴 마지막날 장도에 오른다. 국군의 날인 토요일은 당직근무를 한 터라 일요일 아침에 퇴근을 해서 집에 가니 약초산행을 가자는 아내의 말에 피곤하지만 모처럼 함께 가자는데 군말없이 따라 나선다. 근교산으로 네 시간이 넘도록 약초를 캐러 헤멘데다 전날 당직근무의 여파로 조금은 피곤하지만 가고픈 종주길을 행여나 망칠까봐 일찌감치 자리에 들어 맞춰놓은 알람 소리에 눈을 뜨니 새벽 3시 40분.
용수철 튕기듯 발딱 일어나 전날 갈무리해 두었던 배낭에 아내가 만들어 놓은 먹거리들을 챙겨넣고 조용히 집을 빠져 나오니 새벽 4시 30분이다.
바깥은 아직도 어둠속에 잠겨 있고 온도는 섭씨 6도를 가리킨다. 완연한 쌀쌀한 가을의 아침이라 한기가 느껴져 절로 옷깃을 여미게 한다.
고속도로를 달려 구마고속도로 남대구 IC를 빠져 나와 서부시외버스터미널 옆에 있는 관문시장 주변의 적당한 주차공간을 찾아보지만 마땅히 댈만한 공간이 없다.
근 30분 넘도록 몇번을 헤메다 겨우 남의 집 담벼락에 간신히 주차를 하고 관문시장 건너편 버스정류장에서 600번 버스에 몸을 싣고 현풍으로 향한다.
1시간 가까이 가야하는 먼 길이라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 위해 눈을 감으니 금새 골아 떨어져 버린다.
현풍 시외버스터미널 앞에 내려 길 건너편의 개인택시에 올라타고 비슬산 자연휴양림으로 향한다.
애초 계획은 대구 앞산에서 출발하여 비슬산으로 향하려고 하다가 아무래도 비슬산에서 대구 쪽으로 산행을 하면 귀가길의 교통편이 용이할 것 같아 산행 출발지점을 비슬산으로 정하였고 이왕 나선 걸음이라면 제대로 된 종주를 하고 싶어 유가사가 아닌 소재사에서 출발하여 조화봉까지 돌아보고자 코스를 수정하게 된 것이다.
아침 햇살에 반사된 비슬산의 근육질의 암봉이 눈부시게 빛이 나고 예전 이곳을 찾았을 때 공사중이던 조화봉의 건축물도 멀리서도 잘 올려다 보인다.
8,000원의 택시요금을 지불하고 신발끈을 조여맨 뒤 상쾌한 바람이 코끝을 스치는 아스팔트 길을 따라 자연휴양림으로 길을 찾아 들어간다.
5분 가량 걸어 들어가니 '비슬산자연휴양림'이라 새겨져 있는 커다란 빗돌이 양쪽으로 세워져 있는 곳에서 사진을 찍는 것으로 비슬산-앞산의 대장정에 들어간다.(08:00)
△ 산행지도
△ 비슬산자연휴양림 입구의 빗돌이 찾아온 산꾼을 반겨줍니다.
△ 비슬산 소재사(琵瑟山 逍災寺)
소재사 [逍災寺]
대구광역시 달성군 유가면 용리 비슬산(琵瑟山)에 있는 사찰.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의 말사이다. 신라 때 창건되었다고 한다. 1358년(고려 공민왕 7) 진보(眞寶)가 중창한 뒤 1457년(조선 세조 3) 활륜(活輪), 1510년(중종 5) 외암(外巖)이 각각 중건하고 1857년(철종 8)에 법로(法盧)가 중수한 바 있다. 건물로는 대웅전과 명부전·요사채 등이 있다. 이 중 대웅전은 1978년에 보수했고 명부전은 근래에 허물어져 다시 중수하였다.
유물로는 절 뒤편에 있는 달성용봉동석불입상이 유명하다. 화강암에 조각한 불상으로 약사불로 추정된다. 높이 2.8m이며, 대구광역시 유형문화재 제35호로 지정되었다. 조각 수법으로 보아 통일신라시대 작품으로 보인다. 절 근처에는 피부병에 효험이 있다는 약수가 솟아나는데, 샘의 물 표면에 금가루 같은 작은 먼지가 떠 있어 금물정[金水井]이라고 부른다. 한편 이 절이 들어선 비슬산은 산 정상의 바위 모습이 마치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형상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신라 때에는 포산(包山)이라고 불렀으며, 예로부터 정성대왕(靜聖大王)이라는 산신이 사는 성지로 알려져 있다. (네이버 백과 발췌)
△ 천연기념물 제435호로 지정된 비슬산 암괴류
자연휴양림 입구 표지석을 지나 다리를 건너 소재사(消災寺)에 당도한다.
소재사는 절 이름에서 보듯이 일체의 재앙을 소멸한다는 뜻을 가진 지장도량으로 비슬산 조화봉 남서 중턱 해발 430m에 위치한 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의 말사이다. 일주문을 지나며 오늘 산행의 무사함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합장 반배로 예를 올리고 명부전 불사가 한창인 절집을 잠시 돌아보고 일주문을 빠져나와 좌측의 휴양림으로 발걸음을 옮겨가니 매표소를 지나 줄지어 자리잡고 있는 콘도형 산막, 통나무집, 청소년수련장, 취사장, 잔디광장 등 자연휴양림시설지구를 천천히 지나면 자연이 비슬산이 준 선물인 애추와 암괴류가 눈길을 끈다. 천연기념물 제435호로 지정된 비슬산 암괴류(巖塊流 Block stream)는 약 1만~10만년전 마지막 빙하기에 형성된 지형으로 비슬산 암괴류는 길이 2㎞, 사면경사 15도로 세계에서 가장 큰 암괴류이다.
팔공산과 더불어 대구의 양대 명산으로 손꼽히는 비슬산엔 항상 등산객들이 붐빈다. 하지만 오늘은 사람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다. 연휴 마지막 날 탓인데다 이른 시각인 때문이다. 덕분에 혼자 비슬산을 독차지하며 오른다. 대견사지까지 오르는 동안 연세 드신 등산객을 딱 한 분 본게 전부다.
맑고 신선한 아침의 공기도, 영롱하고 투명한 새들의 합창소리도 나만의 전유물이다. 산이 주는 온갖 혜택이 다 내 것이 된양 불어오는 바람에 온 몸을 내맡긴 채 마음껏 숲이 뿜어내는 맑은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 마신다.
△ 휴양림 상단부 연못 삼거리에 있는 산행안내판
△ 시원한 바람을 타고 대견사지삼층석탑을 알현하러 가는 산꾼의 발걸음은 마냥 가볍기만 합니다.
△ 세계 최대의 암괴류가 있는 곳이라 그런지 등로에도 커다란 바위들이 지천입니다.
△ '토르' 에서 올려다 본 대견사지삼층석탑이 마치 천상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네요.
△ 배초향
△ 대견사지삼층석탑과 부처바위
△ 기암 1
△ 조화봉에 새로이 들어선 강우량측정관측소
△ 대견사지...
드라마 '추노' 찰영지이기도 하며, 기암들이 병풍처럼 둘러진 넓은 터로서
정상엔 삼층석탑이 있고 장쾌한 조망이 열려있습니다.
능선에 올라서면 참꽃 군락지가 있어 매년 4월 중순이면 장관을 이루고 있지요.
△ 비슬산 전체를 기단으로 삼고 삼라만상을 굽어 보고 있는 부처님의 세계를 보고 있는 것 같네요.
대견사지삼층석탑(大見寺址三層石塔)
대구광역시 달성군 유가면 용봉리에 있는 신라시대의 석탑.
1995년 5월 12일 대구유형문화재 제42호로 지정되었다. 비슬산 주봉에서 남쪽으로 약 2km 떨어진 해발 1000m 위치에 있는 탑으로, 9세기 신라 헌덕왕 때 중국 당의 황제가 이곳에 절과 3층석탑을 짓고 대국에서 본 절이라 하여 대견사라 이름 지었다고 전한다.
임진왜란 때 소실되어 지금은 빈터에 주춧돌과 석축만 남아 있으며, 석탑도 도괴되어 부재가 흩어져 있던 것을 1988년 달성군에서 복원하였다. 석탑은 이중기단으로 암반을 지대석으로 하여 1매 석에 조각한 하대기단을 얹었으며, 그 위에 상대면석과 상대갑석을 별개의 석재로 다듬어 구성하였다.
각층의 옥개와 탑신은 각각 하나의 돌로 되었으며, 옥개받침은 4단이고 위에는 2단의 괴임을 조각하였다. 탑신에는 우주를 새겼는데 상륜부는 떨어져나갔다.
△ 기암 2
△ 멀리 희미하게 합천의 명산 가야산이 눈에 들어옵니다.
△ 진달래군락지 전망대에서 바라본 대견사지삼층석탑
신비의 암괴류를 1시간쯤 거슬러 오르면 돌강(암괴류)의 발원지 대견사지다. 운동장처럼 넓은 대견사지는 2010년 방영된 KBS특별기획드라마 '추노'의 최종회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더하고 있다.
지난 밤 이곳에서 비박을 한 듯한 두쌍의 산님들이 뒷정리를 하고 있는 곳을 지나 절벽 끄트머리에 서있는 대견사지 삼층석탑으로 다가가 주변 경관을 감상하며 사진 담기에 바쁘다.
햇살이 눈부신 조화봉 정상에는 예전 이곳을 찾았을 때 공사중이던 둥근 지붕의 건물이 이제는 번듯한 모습으로 시선을 끈다. 마치 하얀 성 같은 건물은 비슬산 강우레이더관측소다.
강우레이더관측소는 국토해양부가 강우예측 및 홍수예보 등의 목적으로 2009년 6월에 완공하였으며, 관측소 맨 위 축구공처럼 생긴 직경 10m의 원형 돔 안에 직경 8.5m의 빔안테나를 설치하고 2분30초마다 반경 100km이내의 강우상황을 실시간으로 관측한다.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아늑한 곳을 찾아 아내가 정성껏 만들어 준 주먹밤을 꺼내 아침을 해결한다. 산행을 하면서 주먹밥의 효용가치는 참으로 대단하다.
산행할 때 필요한 영양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만든 주먹밥은 먹기에도 편리하고 맛 또한 좋아 특히 추운 날씨에 그 위력을 발휘한다. 만들기에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자주 만들어 달라는 소리는 못하지만 시간절약을 요하는 장거리 산행에는 긴요한 방법이라고 할수 있다.
△ 비슬산 최고봉 대견봉이 눈 앞에 펼쳐지고 그 우측으로 종주길이 펼쳐집니다.
전망대서 올려다 본 비슬산이 병풍 위의 천상고원으로 다가오고
발 아래 진달래 군락은 연분홍꽃색을 치마폭에 숨겨버리고
흐느적거리는 은빛 억새의 물결만이 가슴에 안겨옵니다.
△ 파란 하늘과 멋진 앙상블을 이루고 있는 은빛 억새의 향연에 두 눈이 호사를 누리네요.
△ 오랫만에 다시 만난 조화봉의 '톱(칼)바위'
△ 조화봉 정상에서...
△ 월광봉 우측으로 앞산까지의 종주길이 펼쳐지고 우측에는 군사시설이 있는 최정산이 조망이 됩니다.
△ 삼거리 이정표
간편한 식사를 마치고 전망대로 올라가 진달래군락지로 눈을 돌려본다.
북쪽 참꽃군락지 너머로 하늘에 맞닿은 봉우리는 비슬산 정상 대견봉이다. 정상 아래쪽의 바위 절벽, 산속으로 뛰어내리는 다이빙대 같은 암벽은 '병풍듬'이다. 병풍을 두른 것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대견사지는 앞산을 향산 능선의 시작점이다. 이곳에서 앞산까지 주능선 길이 20km. 이는 지리산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의 25.5km 주능선길이와 거의 맞먹는 거리이다. 어찌 긴장되지 않을까. 마음을 단단히 먹고 능선에 올라탄다. 이정표가 '대견봉 4km(1시간)'을 가리키는 방향이다.
대견봉은 잠시 후에 찾아보기로 하고 조화봉을 올라보기 위해 햇살이 눈부시게 내리쬐는 강우레이더관측소로 진행을 한다. 등로 곳곳에 구절초와 쑥부쟁이 그리고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내맡긴 채 흐느적거리는 억새의 향연을 보면서 관측소 오름의 구조물을 지나니 '애추'라 불리워지는 '톱(칼)바위'가 찾아온 산꾼에게 보란듯 위용을 뽐내고 있다. 관측소 입구에서 우측의 작은 돌계단을 올라 찾은 조화봉엔 비슬산 해맞이 제단이 마련되어 있고 자그마한 정상석만 찾아온 산꾼을 반겨주고 있다. 스틱을 세워놓고 다녀간 흔적을 남기고 곧장 돌아서 올라온 길을 따라 되내려간다.
능선상의 삼거리 이정표로 돌아와 비슬산 대견봉을 향하여 참꽃군락지 사이로 빠져 들어가며 본격적인 비슬산종주산행에 들어간다.
△ 용담
△ 대견봉 정상부와 병풍듬의 위용이 다시 보아도 참으로 대단하네요.
△ 쓴풀
△ 마령재
(비슬산 정상 1.0㎞, 대견사지 2.5㎞, 유가사 2.6㎞, 용천사 2.5㎞)
△ 청룡지맥 분기점인 헐티재 갈림길
△ 대견봉 정상부에 피어있는 억새 군락
△ 대견사지가 있는 전망대(가운데) 좌측으로 조화봉, 우측 능선으로 관기봉이 조망이 됩니다.
△ 비슬산 대견봉 정상석
빽빽한 참꽃 군락지 사이로 난 길을 이리저리 돌아가며 월광봉(1004.9m) 옆으로 돌아 내려서면 네거리 갈림길인 마령재에 당도한다. 왼쪽은 유가사, 오른쪽은 용천사로 내려가는 길이다.
마령재를 지나 완만한 오름길을 오르내리며 지나다 오른쪽의 헐티재 갈림길을 지나고 이어 헬기장을 지나 펑퍼짐한 억새능선을 잠시 가면 비슬산 정상인 대견봉에 당도한다. 사방 거침이 없는 조망을 자랑하는 대견봉에는 억새가 한창이라 눈이 호사를 누린다. 바람이 제법 쌀쌀하지만 정상석 주변엔 찾아온 등산객들이 옹기종기 모여 식사들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비슬산 정상 대견봉은 비슬산이란 이름을 갖게 한 바위 봉우리다. 대견봉 바위의 모습이 신선이 비파나 거문고를 타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비파 비(琵)와 거문고 슬(瑟)자를 사용 비슬산(琵瑟山)이다.
비슬산 명칭에 대한 유래는 두 가지 더 있다. 천지개벽으로 온 세상이 물에 잠겼을 때 오직 물에 잠기지 않은 대견봉에 배를 매어두었는데 그 형상이 비둘기를 닮아 '비들산'이라 부르던 것이 '비슬산'으로 변화된 것이라는 설과 비슬산의 옛 명칭 포산(苞山)을 인도 범어의 발음 그대로 옮겨 '비슬'이라 표기했다는 설이 그것이다.
거문고 타는 신선인 양 대견봉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선다. 사방 거침없는 조망이 전개된다.
지나온 능선과 발아래 현풍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고, 북쪽으로는 가야할 능선이 장쾌하게 뻗었다. 아득히 먼 능선의 끝, 신기루처럼 가물거리는 저 산이 바로 앞산이다. 예서 16km 밖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앞산으로의 종주길이라 가슴 설레임으로 초행인 등로로 접어든다.
△ 대견봉에서 내려다 본 구지공단 조성현장
△ 본격적인 앞산으로의 종주길이 시작됩니다.
△ 길은 한적하고 부드러워 먼 길 떠나는 싼꾼의 마음은 오늘따라 차분하기 그지없네요.
앞산으로 향하는 능선은 완만한 오르내림의 연속이며, 하늘이 보이지 않는 숲 터널이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고즈넉한 오솔길의 축제며, 사색하기 좋은 산책길이다.
200m 간격으로 세워진 이정표만이 앞산까지의 거리가 좁혀지고 있음을 알려줄 뿐 그저 산속에 푹 파묻힌 느낌이다. 무상무념으로 한없이 걷기에 알맞다. 굴곡이 없는 아늑하고 평화로운 능선은 그야말로 걷고 싶은 아름다운 산길이다.
복잡한 심경과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어내기엔 이런 길이 딱이지 싶다. 귓속을 파고드는 음악소리에 보폭을 맞춰가며 빠른 걸음으로 쉼없이 등로를 이어간다.
△ 산부추
△ 옥포김흥 갈림길
완만하게 계속 하강하는 느낌은 옥포김흥마을 분기점에 이르러 안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 용연사 갈림길
(용연사2.5km, 정대잿들2.8km, 비슬산정상2.8km, 청룡산7.5km, 앞산13km)
△ 880봉 내림길에서 바라본 청룡산은 아득하기만 하고 그 너머 앞산의 철탑이 까마득합니다.
△ 솔향기 그윽한 능선길을 따라 걷노라니 분에 넘치는
산행의 향락을 만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입니다.
△ 용연사 약수터 갈림길에 서있는 목판 등산안내도
△ 곧이어 만나게 되는 갈림길
(정대초곡2.5km, 비슬산정상4.2km, 청룡산6.0km, 앞산11.5km)
△ 용문사 갈림길
(용문사2.1km, 청룡산5.5km, 앞산10.9km)
△ 무명봉에는 종주산꾼들이 달아놓은 시그널들만이 부는 바람에 펄럭이고 있네요.
배꼽시계가 울려대고 있어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합니다.
△ 새소리, 바람소리 벗이 되고 다람쥐, 청설모가 동행이 되는
우거진 솔숲 사이를 걸어가니 마치 걷는게 아니라
무협지에서나 나올 법한 경공술을 펼치고 있는 착각을 느끼게 합니다.
△ 마비정 갈림길
(마비정1.5km, 용연사3.1km 청룡산3.4km, 앞산8.8km)
△ 첫번째 도원지 정대초곡 갈림길
이곳을 찾는 등산객들이 많은 듯 널찍한 무덤가에서 식사들을 하고 있는 산객들이 제법 보입니다.
△ 도원동 보훈병원 앞에 있는 삼각형 모양의 도원지가 수풀 사이로 조망이 되네요.
△ 앙증맞게 꽃을 피운 '누리장나무'가 산꾼의 시선을 붙듭니다.
△ 두번째, 도원지 정대초곡 갈림길
두 번째 도원지 갈림길을 지난 지 3분 만에 페인트로 "앞산 두시간 반"이라고 씌어있는 바위를 만난다. 청룡산을 향해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해 나간다. 길이 약간 우측으로 꺾어지면서 전면에 높이 솟은 암봉이 보이는데 고도감이 이상하다 싶다.
빤히 보이는 암봉이 청룡산이라면, 현재의 내 위치 고도가 600여 미터 밖에 되지 않아 금방 오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청룡산 고도를 잘못 기억하고 있나 싶다. 하지만 암봉의 경사면에 오르자 아직 정상이 한참 멀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비슬산을 떠난 이후 가장 긴 오르막인데다 종반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의 가풀막이라 힘이 많이 든다. 유가사에서 출발했다는 젊은이들 대여섯 명은 바로 앞을 지나더니 저만치 올라서는데 발걸음이 자꾸 무거워지는 자신은 점점 쳐져만 간다.
그래봤자 5분 내지 10분 차이 밖에 안 날텐데... 스스로에게 위안을 하며 한발한발 청룡산으로의 발걸음을 이어간다.
△ 청룡산 정상부가 가까이 올려다 보이지만 아직 갈 길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 청룡산에서 바라본 지나온 등로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스스로에게 대견해 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 아래로 도원지가 내려다보이고 달성군 화원면, 다사면 일대와 낙동강이 휘돌아가는 그림같은 풍경입니다.
△ 청룡산 정상
고도를 높혀가던 발걸음 앞에 훤히 시야가 트이더니 사면의 암봉에 다다르게 되고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지금껏 걸어온 산릉이 줄지어 도열해 있다. 아득한 저 멀리 조화봉의 시설물과 비슬산에서부터 쉼없이 이어져 온 산길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으니 종주산행하는 맛을 만끽하게 된다.
드디어 청룡산 정상에 선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먼저 올라왔던 젊은 종주꾼들과 해후를 하고 정상석을 사진에 담고서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둘러본다.
사방으로 탁 트인 조망이 일품이고 비로소 철탑이 있는 앞산 정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득한 저멀리 비슬산 대견봉이 시야에 들어오고 이곳까지 걸어온 길이 한 눈에 펼쳐진다.
청룡산에서 바라본 비슬산은 참으로 멀었다. 저 길을 걸어왔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까마득하다.
마치 천왕봉에서 노고단을 바라보았을 때처럼...
△ 산성산 갈림 이정표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산성산까지 다녀오기로 합니다.
△ 산성산
△ 시멘트도로를 따라 진행하다보면 좌측으로 올라서는
비포장 도로를 따라 앞산 정상으로의 등로가 열려 있습니다.
청룡산을 지나 너른 오솔길을 약4km 가량 진행하니 앞산, 산성산 갈림길에 당도하게 되어 이왕 이곳까지 왔으니 가까이 있는 산성산에 다녀오기로 하고 우측의 시멘트도로를 따라 약1km의 오름을 올라간다. 산성산 정상은 안테나와 시설물이 차지하고 있어 정상을 밟아보지는 못하지만 오래 전 고교 동창들과 올라왔던 기억이 새롭다. 약간의 실망을 안겨주는 대신 멋진 조망을 선물받고 올라온 길을 되내려와 삼거리이정표에 당도하니 늦게 출발했던 젊은 종주꾼들과 다시 합류를 하고 앞산으로 가기 위해 등로를 이어간다.
시멘트도로를 따라 진행하다가 좌측에 이정표가 있는 지점에서 산길로 접어들어 오르니 예전에 찾아왔었던 헬기장이다.
이곳에서의 조망 또한 일품이라 대구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가까이 다가온 앞산의 철탑은 빼꼼이 고개를 내밀고 있지만 아직은 한참 더 가야할 것 같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야말로 언제나 멋진 모습으로 다가온다. 서산에 걸쳐있는 석양을 바라보며 일몰을 걱정해야 하지만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가슴에 가득 담아본다.
△ 헬기장에서 바라본 앞산 정상부
앞산(658m)
앞산공원은 비슬산에서 뻗어나온 앞산(6백58m)을 주봉으로 산성산(6백53m), 대덕산(4백61m) 등 3개봉이 5백 13만평에 걸쳐 굴곡을 이룬 도시자연공원이며 대구 시내를 남쪽에서 성벽처럼 둘러싼 시민공원이다.
옛 이름인 성불산(成佛山)에 걸맞게 은적사, 안일사, 임휴사, 법장사등 전통사찰을 포함, 18개 사찰과 대덕산성, 삼층석탑, 왕굴, 석정 등 유적지가 산재하다.
산자락 골자락마다 각종 유희·체육시설과 심신수련장이 있고 길어야 2시간, 넉넉잡아 3시간 걸 리는 9개 등산로가 골마다 뻗어 가족등산의 최적 조건을 구비한 체육공원 이기도하다.
그 이름 만큼이나 대구시민들에게 친밀한 앞산은 도시의 빌딩숲을 벗어나 한발 더 다가갔을 때 이렇듯 또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 헬기장 봉우리에서 바라본 대구 시내 전경
멀리 우측의 초례봉, 환성산에서 부터
팔공산 주능선이 성벽처럼 두르고 있는 전형적인 분지의 모습입니다.
△ 앞산 정상부를 차지하고 있는 통신탑
△ 아침햇살을 받으며 걸었던 산길이 이젠 석양으로 붉게 물든 노을로 변해버렸네요.
△ 국기봉(?)
통신탑이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앞산 정상부 가까이 다가서니 경고문에 감시카메라만 설치되어 있는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어 할수 없이 사면을 돌아 암릉을 타고 내려서니 대구시가지가 좀더 가까이 눈앞에 펼쳐진다. 참으로 아름답다. 팔공산의 주능선이 길게 실루엣으로 다가오고 그 아래 자리잡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 대구가 한 눈에 보인다. 빌딩에 하나 둘 불이 켜지고 어둠이 찾아와 불빛이 불야성을 이루는 밤이면 앞산에서 내려다보이는 야경은 정말 환상적이다. 아주 아주 오래 전 앞산공원에 올라 내려다 보았던 그때처럼 환상속의 파노라마를 경험하고 싶지만 이마에 불 밝히며 어두운 산길을 홀로 내려가고 싶지는 않아 하산을 서두른다.
태극기가 나부끼는 국기봉(?)을 사진에 담고 서쪽의 하늘을 바알갛게 물들어가는 노을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사방을 돌아본다.
아득한 저 멀리 조화봉 강수량측정관제소가 한 점으로 보일 정도로 먼 그곳에서 아침부터 해가 저무는 이곳까지 온갖 자연의 소리를 벗삼아 걷다가 사색에 빠지기도 하고 때로는 일상에서의 복잡한 심정을 떨쳐버리려 내딛는 발걸음에 마냥 속도를 올려보기도 하며 하루 왼종일 원없이 걸어본 그 길을 차근차근 돌아보며 애마를 주차해둔 서부시외버스터미널 부근으로 하산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겨보지만 안지랑골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면서 망설임에 잠시 걸음을 멈춰선다.
헤드랜턴이 있어 그리 부담은 되지 않지만 곧 일몰이 닥치리라는 생각에 조급한 마음이 앞서 일단 어디로든 하산을 완료하고 주차해둔 곳까지 택시라도 타고 가리라 마음먹고 망설임없이 되돌아 안지랑골로 내려선다.
△ 전망바위에서 다시 한번 태어나고 자란 대구의 전경을 내려다 봅니다.
△ 앞산 정상부와 우측 멀리 가창의 최정산도 함께 바라보고
△ 꼭 한번은 걸어보고팠던 산길을 완주한 벅찬 가슴으로 족적을 남긴 지나온 등로를 바라봅니다.
△ 더 어두워지기 전에 하산을 서둘러야 했기에 안일사 방향의 안지랑골로 내림길을 이어봅니다.
△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안일사에는 저녁예불이 시작되고 있었네요.
제법 거친 내림길을 지그재그로 내려서며 어린 시절 안지랑골을 찾았던 기억을 떠 올려본다. 약물탕이 있었던 안지랑골(그때는 '안지래이'라고 불렀던 것 같다)을 부모님과 함께 찾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마도 우리 세대는 기억을 하겠지만 사십대는 글쎄 기억을 하려나?
부지런히 급한 내림길을 스틱에 의지한 채 내려서니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려온다. 아마 안일사의 범종소리인듯 한데 저녁 예불 시간이 된 모양이다.
절 마당 입구에 있는 감로수로 목을 축이고 대웅전에 들러 무사산행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예불을 올리는 스님들을 뒤로 하고 절집을 빠져 나온다.
시멘트도로를 따라 함께 내려가며 말 걸어오는 운동나온 듯한 중년의 신사와 함께 걸으며 이런저런 얘기 나누니 커피 한잔 사주면 차 있는 곳까지 자기 차로 데려다 주겠다는 제의를 해온다. 그저 감사한 마음이라 흔쾌히 응하고 쉼터에서 커피와 배낭속에 남아있던 빵을 꺼내 나눠먹고서 일어서니 그 사이 세워둔 차에 시동을 걸고 본인 앞에 갖다 댄다. 개인택시를 하시는 분이었는데 하루 왼종일 묵언수행 아닌 홀로산행에 얘기 나눌 상대도 거의 없었는데 막바지 산행길에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울 수 있음에 차 한잔 대접 못할까만 혹여 부담스러워 할까봐 일부러 차 한잔 사달라고 했다는 참으로 지혜로운 분이 아닌가 싶다.
정확한 주차지점을 몰라 아침에 떠나오면서 문패의 주소를 핸드폰에 담아온게 전부였지만 그나마 눈썰미가 있어서 그런지 어두운 밤길을 갔어도 용케 찾아내어 거듭 감사하다는 인사를 나누고 종일 주인을 잃고 타지에서 외로이 서 있었을 애마에 배낭을 내려놓고 가벼운 신발로 갈아신고 오던 길을 되짚어가며 집으로 향한다.
비슬산에서 앞산까지의 종주산행. 멀고 힘든 만큼 보람과 성취감 또한 크다고 할수 있다.
10시간이 넘는 긴 산행에 다리도 뻐근하고 피로도 몰려 오지만 언제나처럼 산행 후의 느낌은 잔잔한 행복감으로 다가온다.
한없이 걷고만 싶었던 능선 길을 미친듯이 신나게 다 걷고 나니 피곤함이 몰려들지만 그래도 이제 어디로 갈까? 또 머리 속엔 산으로 갈 생각뿐이다.
하루 온종일 걷다보면 그 속에 있는 내가 느껴지고 남은 인생의 길 또한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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