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봄의 마지막 전령사 철쭉을 만나러 떠난 합천 황매산 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12. 05. 04 (금)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합천군 가회면, 산청군 차황면 일원
♤ 산행인원 : 홀로...
♤ 산행코스 : 영암사지 입구 주차장-모산재-철쭉군락지(황매평전)-베틀봉-황매산-자생식물원-철쭉군락지-모산재-순결바위-국사당-영암사지
♤ 산행시간 및 거리 : 7시간 30분, 10.62km(GPS기준, 놀며 쉬며 사진 300여장 촬영 포함)
▣ 황매산 (1108m)
경남 합천군 가회면에 속하는 황매산은 큰골, 작은골, 천왕재, 느리재로 나뉘어져 있는데, 큰골 중앙 정상에 세 개의 봉우리가 솟아 있어 상삼봉이라 불리기도 한다. 1983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황매산은 합천호의 푸른 물에 하봉, 중봉, 상봉이 산 그림자 되어 내려앉으면 세 송이 매화꽃이 물에 잠긴 듯하다 하여 '수중매(水中梅)'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합천호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주봉(1,180m)을 비롯하여 예리한 산들이 종횡으로 뻗어 있고, 크고 작은 바위들이 누적되어 기암절경을 이루고 키가 작은 관목과 식물이 번성하고 있다. 황매산에서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는 곳은 영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모산재이다. 그 빼어난 자연전경으로 인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곳이다. 모산재는 해발 767m의 암봉으로 삼라만상형의 기암괴석으로 형성되어 있어 어느 방면에서 쳐다봐도 아름다운 바위산 절경에 도취되어 한없이 오르게 만드는 곳이다.
황매산 산자락에 위치한 영암사지(사적 제131호)에는 영암사지귀부(보물 제489호), 영암사지 쌍사자석등(보물 제353호), 무학대사 사적지 등의 문화유적이 있어 유적답사 산행지로도 적당하다.
정상 부근의 약 6만 평에 이르는 철쭉군락지는 전국 최대의 규모를 자랑한다. 합천군청에서는 매년 5월 초순경이 되면 황매산 정상 부근에서 철쭉제를 개최하고 있다. 진홍빛 철쭉이 아름답게 수놓은 황매산 철쭉제에는 가족 등반대회, 사진촬영대회 등의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 산행기
May Day(노동절)인 5월 1일. 비슬산 참꽃산행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선홍빛이 주는 강렬함을 이어가고 싶어 철쭉이 지면 봄도 끝난다는 말에 우리나라 최대의 참꽃군락지가 있는 합천 황매산을 찾고 싶어 휴무일인 오늘 일찍 잠에서 깨어 주섬주섬 장비를 챙기고 성동시장에 들러 김밥 두어줄에 과일 몇개 사서 챙겨넣고 무작정 고속도로를 빠져나온다. 스마트폰의 티맵을 가동하여 합천 가회면 모산재식당으로 네비에 입력하고서 신나게 달려가니 평일의 한적함이 느껴지는 덕만주차장을 지나 낯익은 모산재식당 앞 주차장에 당도한다. 6년전 이곳을 한번 찾아온 탓에 영암사지 입구에 차를 댈만한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망설임없이 좁은 도로로 진입하여 산행들머리를 지나 우측 약간의 오름을 올라서니 과연 나무 숲그늘이 좋은 널찍한 공터가 나오고 그늘 좋은 곳을 골라 주차를 해둔다.
왔던 길을 잠시 되내려오면 좌측으로 이정표가 하나 서있고 모산재를 향해 삿대질하는 손모양의 이정목에 끌려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지도
영암사 입구 공터에 파킹을 하고 되내려와 만난 모산재 입구(들머리)
아무데나 널부러진 바위들은
벌써 더위를 머금어 후끈 달아 약이 오를 대로 올랐습니다.
청양고추 매운맛처럼...
눈을 감고 편안히 잠을 청하고 있는
노인장의 머리에는 예쁜 철쭉 리본이 달려있네요.
자그마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바위 틈에서
화사한 꽃을 피운 철쭉의 모습이 참으로 신기하기만 합니다.
하산길에 만날 순결바위능선을 올려다보니
마치 철옹성처럼 버티고 있는 모습이 장관입니다.
예전에 없던 등로의 밧줄 난간이 눈에 띄고
그 위로 돛대바위가 올려다 보입니다.
제법 팍팍하게 이어지는 오름길을 따르게 되니 곧 바위지대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이즈음부터 건너편 순결바위쪽 암릉이 시선을 사로잡기 시작한다. 가쁜 숨을 몰아 쉬게 하는 오름길이지만 순간순간 펼쳐지는 전경은 그 어느 유명산에 비하여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가운데 계곡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나란히 돛대바위암릉능선과 순결바위암릉능선이 정상(모산재)쪽으로 향하고 있다. 결국은 이 두 암릉능선이 무지개터에서 만난다.
주변은 소나무뿐이다. 암벽 사이로 소나무가 강한 생명력을 과시하며 새순을 피우고 있다.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니 계곡에는 다양한 나무가 형형색색의 꽃을 피워내며 신록을 전하고 있다.
등산로에는 분재 같은 소나무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또 소나무만큼 다양한 모양의 바위들이 산객을 반긴다. 돛대바위·공룡바위·코끼리바위·사람바위 등 각양각색이다.
얼마쯤 올랐을까? 엄청난 높이의 철계단이 나를 맞이한다. 호흡을 가다듬고 오르는데 약간 힘이 들 정도로 급경사다.
가파른 바위벽에 붙은 80 철계단을 올라서게 되니 널찍한 암반이 펼쳐지고 그 끝자락에 돛대모양을 한 "황포돛대바위"가 아슬아슬하게 가부좌를 틀고 앉아 인간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다. 가히 예술이 아닐 수 없다. 바위 옆을 돌아 난간에 서게 되면 아래로는 아찔한 절벽지대다. 건너편 순결바위쪽 암릉 또한 손에 잡힐 듯 지척간으로 다가선다.
대기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암릉에 올라서니
바위 사이로 보이는 풍광은 어떨지...
잠시 내려가 들여다 보니
거기엔 또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네요.
못보던 목재계단을 따라 한발한발 올라서니
오랜만에 만나는 철계단을 빡세게 올라갑니다.
마주 보는 순결바위능선
장중한 암릉미가 돋보이는 하산길에 만날 순결바위 능선이 펼쳐집니다.
모산재의 명물인 '황포돛대바위' 앞에서...
대기저수지 주변의 풍광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멀리 의령의 명산인 자굴산, 한우산이 조망됩니다.
너무나 멋진 풍광에 쉬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다시 한번 사진에 담아봅니다.
돛대바위 뒤로는 허굴산(681m)이 눈에 들어오네요.
조금만 틈이 있어도 비집고 들어가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는 철쭉의 생명력도 참으로 대단합니다.
돛대바위 상단부 암릉을 에돌아 등로를 이어가니
천하명당 '무지개터'를 지나 모산재와 황매산으로 나뉘어지는 삼거리에 당도를 합니다.
★무지개터 : 한국 제일의 명당자리로 알려져 있는 곳으로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용마(龍馬)바위가 있어 예로부터 이곳에 묘(墓)를 쓰면 천자(天子)가 태어나고 자손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리는 반면에 온 나라가 가뭄으로 흉작이 든다하여 묘를 쓰지 못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다시 찾은 모산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모습 그대로입니다.
★ 모산재 : 영암사터를 품에 안고 있는 모산재(767m)는 그 모양이 기암괴석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등산로가 개설되어 있으며 등산애호가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또한 모산재를 등반하다보면 무지개터, 황매산성, 순결바위, 국사당을 잇는 산행코스는 쳐다보기만 해도 또 오고 싶은 충동을 준다.
그때 그 포즈로 다시금 사진 한장 남겨봅니다.
이후 완만해진 암릉을 따라 300m 가량 나서게 되니 산정에 자그마한 연못이 있는 무지개터에 이른다. 이곳은 한국제일의 명당 터로 알려진 곳이며 이곳에 묘를 쓰면 천자가 태어나고 자손 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리지만 나라에 가뭄이 들어 비록 명당이라 하지만 결코 무덤을 쓸 수 없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무지개터에서 모산재까지는 불과 270m 거리로 모산재 돌탑이 빤히 건너다 보인다. 5분 다리품에 화강암 표석과 돌탑이 서 있는 모산재(767m)에 이른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모산재 정상에 이르러 기념촬영을 한 후 북서쪽을 바라보니 황매산이 올려다 보이고 중봉, 하봉을 거쳐 삼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이 어서 오라고 부른다.
봄이 아름다운 것은 어디선가 새 잎이 돋고 꽃이 피기 때문일 것입니다.
황매평전을 향하는 발걸음에 활짝핀 철쭉이 맨 먼저 반겨주네요.
며칠 전 보았던 비슬산 참꽃과는 또다른 감흥으로 다가옵니다.
참꽃(진달래)보다 꽃이 더 크고 꽃잎 모양도 더 뾰족하네요.
모산재를 넘어 황매산으로 이어지는 꽃길...
두 눈이 호사를 누리며 초여름 날씨같은 산길을 부지런히 올라서니
요염한 자태로 유혹을 하고 있는 '각시붓꽃'을 사진에 담고 돌아서는 등 뒤로
지는 꽃이 아닌가유? 하며 찍어달라고 꼬셔대는 통에 그냥 갈 수가 있어야죠.^^*
화사한 철쭉과 황매산을 배경으로 넣으니 한 폭의 그림이 펼쳐집니다.
모산재 이정표를 뒤로 하고 황매산을 향한다. 모산재를 지나면서부터 길은 지금까지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활엽수림 사이로 난 부드러운 오솔길로 이어진다.
무지개터, 황매산성을 지나 모산재 정상을 찍고 황매산으로 가는 길은 한 바탕 내리막길로 이어지다 다시 고개 쳐드는 길을 따라 가쁜 숨 고를 즈음이면 철쭉밭에 서게 된다.
등로 주변으로 피어난 철쭉의 환영을 받으며 따가운 햇살아래 열심히 꽃을 피우기 위해 모가지를 치켜뜨는 철쭉군락지 너머로 황매산, 중봉, 하봉, 삼봉을 연결짓는 능선이 자못 당당한 기세로 다가선다.
수줍게 입 다문 봉오리들이 대부분이지만 게중에는 활짝 웃는 꽃들이 산의 색깔을 바꾸어 놓고 있다.
꽃밭 사이를 오가는 산객들의 표정은 꽃보다 더 밝다. 꽃보다 사람이 더 아름다운게지...^^*
황매산에는 '구슬붕이'가 엄청 많네요.
황매산은 봄, 꽃의 존재를 즐기기에 더 없이 좋은 산이라 찾았지만
피지않은 몽우리가 많아 아직 만개하려면 일주일 이상 더 기다려야 할듯...
그래도 이만하기 다행이다 생각하고 열심히 셔터를 눌러댑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온 산이 붉게 물들어 파란 하늘과
앙상블을 이루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쉽게 떨쳐버리기 힘드네요.
오랜만에 보는 '금붓꽃'이 그나마 작은 위안이 됩니다.
목장이 있던 광활한 터에 새로이 터를 닦고 자리잡은 주차장과
하얀 고깔같은 천막은 철쭉제 행사장을 위한 먹거리장터랍니다.
나무와 풀이 자라고 꽃을 피어야 할 자리인데...
지자체의 이익을 위해 환경은 이렇게 파괴되고 있습니다.
계절이 봄이라고 해서 꽃이 제멋대로 피는 것은 아니겠지요.
꽃은 종족번식을 위한 존재의 결정체입니다.
생명이란 고통을 치렀을 때
더욱 아름답게 변화하고 성장하듯이 꽃이 피어나기 위해서는
철쭉평원의 베틀봉 전망대
여름날의 가뭄과 뙤약볕,
겨울의 찬바람과 눈보라를 참고 견딘 결과물 일것입니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베틀봉을 오르며...
산꼭대기에 웬 화장실이냐며 웃음보를 터트렸던 기억을 되살리며 올라선 베틀봉엔 나무계단이 새로이 설치되어 있고 초소 옆엔 번듯한 팔각정전망대가 터를 잡고 있다. 이곳에서의 조망 또한 일품이라 넓디 넓은 황매평전이 한 눈에 들어온다.
팔각정전망대 위나 아래 그늘이 진 곳이면 산님들이 차지하고 앉아 점심을 먹고 있다. 하는 수없이 천황재 방향의 자그마한 소나무 아래로 자리를 옮겨 준비해간 점심을 챙겨먹는다.
마치 한여름의 뙤약볕 같은 무더운 날씨가 벌써부터 그늘을 찾게 만든다. 커피와 과일로 후식을 즐긴 후에 팔각정전망대 옆을 지나 부드러운 융단을 펼쳐 놓은 듯한 초원지대를 향해 걸음을 옮겨간다.
잘록이인 천황재와 감암산 그리고 그 너머 부약산이 다가옵니다.
지천으로 널린 철쭉이 시간만 되면
일제히 꽃망울을 터트리려고 잔뜩 움츠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느낌입니다.
베틀봉 내림길에서 바라본 황매평전과 황매산
베틀봉을 내려오며 되돌아 본 하늘은 참으로 맑아서 보기에 참 좋았답니다.
예전 영화 '단적비연수'를 촬영했던 초가집 세트장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그 자리엔 영상테마파크라는 이름으로 변모해 있는 모습입니다.
그렇게 초원에 심취하여 풀밭을 걷고 있는 동안 왼쪽 아래로 시설물들이 내려다보인다. 산청군 차황면 방향으로 예전 영화배우 '이미숙'씨와 지금은 고인이 된 '최진실'씨가 주연했던 "단적비연수"가 촬영된 곳이다. 어쩌면 젊은 연인이 이 부드러운 초원을 함께 걷게 된다면 그 사랑이 1000년은 이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은 영화테마파크로 새롭게 단장되어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모양이다. 신촌마을로 내려서는 초입으로 이정표가 서 있다.(신촌마을:3.4km, 부암산 정상:5.3km, 황매산 정상:1.1km)
왼쪽 아래로는 영화테마파크, 오른쪽으로 산청군에서 세워놓은 깃발의 물결속에 목재데크를 걷는 길, 봄의 철쭉이 아직은 만개를 하지 않아 진홍색의 향연을 볼수 없음에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앙증맞은 우리네 들꽃들이 소복소복 군락을 이루며 피어있고, 때마침 불어오는 산들바람을 온 몸에 맞으며 황매봉을 향해 걷는 발걸음은 마치 꿈속을 거니는 듯하다.
신촌마을 갈림 이정표
산청군에서 조성해 놓은 영상테마공원을 따라 목재데크를 걸어가는 길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멋진 능선길이었지요.
산청군에서 세운 철쭉제단
528개의 계단이 기다리고 있는 황매산 오름길
정상을 오르며 바라본 지리산 천황봉
코 앞에 다가온 황매산 정상부엔 선점한 산님의 모습이 보이네요.
영화테마파크를 지나 평지성 데크길이 계단으로 변한다. 가파른 오름을 올려다보니 전의가 저절로 불타 오른다. 한발한발 내딛는 발걸음에 힘이 절로 들어가고 숨소리 또한 비례하며 거칠어지지만 견디어 낼 여력은 아직 충분하다. 혼자 가는 걸음에 바람이 슬며시 다가와 어깨를 껴안는다.
전위봉으로 이어지는 나무계단길에서도 바람의 위로가 걸음을 가볍게 한다.
하산하는 사람과 교행하면서 인사를 나누며 부딪히지 않게 조심하며 오르는 길임에도 날개라도 달았는지 몸이 가볍다.
고개를 들어 좌측으로 바라보니 산청 방향으로 지리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린다. 멀리서 이렇게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쿵쿵뛰는데 만약 매일 가까이서 지리산을 본다면 가슴이 터져 죽을지도 모른다. 지리산은 그런 산이다.
그래서일까. 목재계단을 오르며 바라보는 풍경이 더욱 아름답다.
급하게 치솟은 된비알을 오르며 몇 번이나 숨을 고르는 사이 뒤돌아 본 황매평전 일대는 여전히 평화롭기 그지없고 차황리 신촌마을에 들어선 테마파크의 건물이나 세워놓은 차량들이 마치 장난감처럼 자그마하게 내려다보인다. 급한 오르막을 치고 오르니 바로 건너로 황매산 정상이 코앞으로 다가온다. 이 일대도 암릉으로 이어진다. 모산재쪽의 매끈한 화강암 바위와는 상당히 대조적인 다소 투박하고 거친 기운을 내비치는 날등을 따라 발걸음을 재촉하니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암봉으로 이루어진 황매산 정상(1,108m)에 도달한다.
황매산(1,108m) 정상에서...
황매봉에서 바라본 중봉, 하봉 방향 뒤로 합천댐이 조망이 되네요.
서북쪽으로 눈을 돌리니 황석, 거망, 금원, 기백의 산군(山群)이 아련히 펼쳐지고
남서쪽 방향에는 지리산 천왕봉을 비롯해 중봉, 하봉, 웅석봉이 조망이 됩니다.
남동쪽 방향은 철쭉군락지와 모산재가 보이는
일망무제의 조망이 가히 황매산의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네요.
황매산을 내려와 테마파크 좌측으로 나있는 예전 목장이 있던
그러나 지금은 자생식물원이 있는 곳으로 등로를 변경해 봅니다.
잘 닦아놓은 황토포장길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네요.
과거 목장의 폐축사가 흉물스럽게 있던 자리에 자생식물원이 들어서 있네요.
역시 이르다 싶네요.
꽃망울을 활짝 터트리기엔
아직 더 기다림의 미학(美學)을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주 쯤이 되어야 온 산이 얼굴을 마구마구 붉히겠다~ 싶습니다.
그래도 온 산에 붉은 기운이 도는 것이
마악 피어나는 처녀들의 홍조 띤 얼굴색과 같아 충분히 봐줄만 합니다.
가슴속 저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형언하기 힘든
감동을 맛보기 위해서는 다시 찾아와야 할것 같은데...
시간이 허락할지...
이리도 예쁜 꽃을 보면서 작은 위안을 삼고 내년을 기약해야 할지...
잠시 고민이라도 해봐야겠습니다.
무더운 뙤약볕을 왼종일 받은 탓인지 오전보다 꽃이 더 핀 것 같습니다.
오뉴월 하루 땡볕이 무서운걸 실감하는 순간입니다.^^*
모산재와 돛대바위 갈림길로 되돌아와
모산재 주변을 다시금 돌아보고
돛대바위능선으로 올라왔으니 하산은 순결바위능선으로...
곧장 나있는 등로를 따라 내려서니
'황매산성터'였음을 알리는 안내문을 끼고 우측 아래로 등로는 이어집니다.
★황매산성터 : 임진왜란 당시 의병활동의 근거지로서 이곳에 성을 쌓아 왜병과 싸운 격전지로 알려져 왔으며 외적의 침략에 항거하여 피흘리며 싸웠던 곳으로 지금도 이곳에서 싸우다 순국한 이들의 이름 없는 무덤들이 널려있다.
돛대바위와 철계단 그리고 대기저수지...
한 폭의 그림이 따로없네요.
모산재에 다시 서니 산과 들 주변 풍광이 새롭게 한 눈에 들어온다.
산 속에 있어도 주변 산들이 잘 보여야 명산의 소리를 듣는데 황매산은 명산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숲과 그늘이 없어서 뙤약볕에 걷는 것은 고역일 것 같다. 등산로는 메말라서 밟으면 먼지가 풀풀날린다.
건너편엔 오전에 올라왔던 돛대바위와 철계단이 기막힌 자태를 뽐내고 있다.
돛대바위의 거울은 순결바위이다. 이렇게 거울보듯 바라볼 수 있는 순결바위능선이 좋다.
너럭바위가 많아 아무데서나 퍼질러 앉아 게으름 피며 산놀음에 빠지기 좋다.
본격적인 암릉이 계속 이어진다.
6년전 아내와 이곳을 찾았을 때는 암릉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운무속 등로를 걷다보니 오늘처럼 멋진 풍광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는데 오늘 그 본전을 다 뽑을 수 있을 것 같다.
한참을 내려가니 순결바위가 나온다. 사생활이 순결하지 못한 사람이 들어가면 바위가 오므라들어서 못 빠져 나온다나? 일부러 바위에 올라가 보았지만 바위가 오므라들 리가 없다.
순결바위능선에서 바라보는 돛대바위가 있는 곳의 풍광.
6년 전에는 비가 와서 운무에 휩쌓였었는데
오늘은 온전한 모습으로 반겨주는 '두꺼비바위'입니다.
좌측부터 황매전위봉, 황매봉, 가운데가 중봉,
그리고 하봉, 우측 삼봉으로 이어지는 황매산 마루금의 모습입니다.
암릉속에 핀 철쭉
황매산 어느 한 곳 철쭉이 아름답지 않는 곳이 없었지만 순결바위 능선에 핀 철쭉이 아련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어쩌면 흙 한 줌 없어 보이는 바위틈 속에서 철쭉이 자라고 꽃을 피울 수 있을까...
흙이라곤 찾기 힘든 마사토 바위들 뿐인데도 능선 곳곳에 바위 틈을 뚫고 나와 꽃을 피운 철쭉...
오늘 이 꽃을 피우기 위해 철쭉은 얼마나 긴긴날 동안 자신을 지켜왔을까 생각하니 경이로운 마음 뿐이다. 이 한그루 안에 우주의 삼라만상이 다 들어 있으리라...
바위틈 구석구석.. 척박하고 메마른 환경이지만 철쭉은 아름답고 고운 자태로 구석구석에서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꽃을 피우기 위한 철쭉의 몸부림이 처절하기 까지 하다. 그래서 순결바위보다 철쭉이 더욱 순결해 보이는지 모르겠다.
철쭉이 바위틈새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우듯이 우리도 이렇게 꽃을 피울 수 있을까...
꽃이 우리의 눈만 즐겁게 하는 것은 아니다. 꽃이 피지 않는 땅이라면 우리 인간도 살아가지 못할 것이다. 이렇듯 꽃은 우리의 눈을 열어 내면을 들여다보게도 해준다. 이들이 살아가는 환경에서 우리 인간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꽃이란 그들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순결바위가 있는 암릉길이 어서 오라고 재촉을 합니다.
마땅히 붙일만한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는데...
어디 한번 작명 부탁드려 볼까요?
보기만해도 아찔한 낭떠러지를 끼고 걷는 암릉길이 스릴 만점입니다.
돛대바위 철계단과 순결바위능선을 욕심껏 넣어봅니다.
되돌아보니 어느 새 길을 다 삼켜버렸네요.
순결바위
★순결바위 : 남녀의 순결을 시험할 수 있는 곳으로 이 바위는 평소 사생활이 순결치 못한 사람은 들어갈 수가 없으며 만약 들어간다 해도 바위가 오므라들어 나올 수 없다는 전설이 있다.
순결바위 이정표
(← 영암사 0.9km, 모산재 0.7km →)
암릉길이 끝날 즈음 가파른 내림길이 시작됩니다.
도착지인 영암사 터가 내려다보이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들이 평화롭기 그지없네요.
맞은편 하늘금을 그리는 능선은
덕만주차장에서 대병으로 삼봉을 지나 하봉으로 연결되는 능선입니다.
지대가 낮은 곳에는 만개를 한 철쭉이 군데군데 피어있어 거친 내림길에 큰 힘이 됩니다.
순결바위 능선을 내려오는 가파른 등로는 조심하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만큼 험로다. 예전 이곳을 찾았을 때도 같은 길이었는데도 이렇게까지 험했었는지 기억 저편에 숨어서 가물가물하기만 하다. 발목을 접지르지 않기 위해 조심해가며 내림길을 이어가니 활짝핀 철쭉꽃이 그나마 반겨주어 한결 힘이 쏟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왼쪽에 돌무더기가 보이고 국사당 안내판이 나온다. 국사당이라고 해서 무슨 건물인줄만 알고 있었는데 돌을 쌓아놓고 제사를 지내는 성황당 비슷한 구조물이다.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의 등극을 위해 기도했다는 안내문을 읽어보고 소나무가 우거진 이전과는전혀 다른 부드러운 등로를 내려오니 지은 지가 얼마 안된 영암사가 나온다.
국사당(國師堂)
★국사당(國師堂) : 태조 이성계의 등극을 위하여 천지신명에게 기도를 올렸다는 곳으로 지방관찰사로 하여금 매년 사찰토록 하였으며 그후 고을 현감, 면장으로 이어져 왔으며 지금도 음력 3월 3일에는 평안을 기원하고 있다.
부드러운 등로가 암릉길에 시달렸던 발목을 편안하게 해주네요.
올봄 처음 만나는 '애기나리'를 대하니
바야흐로 여름이 다가왔음을 느낍니다.
덕만주차장 갈림 삼거리
(↑ 모산재, → 덕만주차장, ↓ 영암사)
못본 사이에 번듯하게 단청을 한 모습이 세월이 제법 흘렀음을 실감하게 되네요.
★영암사지(사적 131호)
경남 합천군 가회면 둔내리 1659번지 소재.
황매산의 남쪽 기슭에 있는 절터 이다. 처음 지어진 연대는 정확히 모르나, 고려 현종 5년(1014)에 적연선사가 이 곳에서 83세에 입적했다는 기록이 있어 그 이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홍각선사비의 조각 중에도 ‘영암사’라는 절의 이름이 보이는데, 홍각선사비가 886년에 세워졌다는 점에서 영암사의 연대를 짐작할 수 있다. 발굴을 통해 조사해본 결과, 불상을 모셨던 금당·서금당·회랑터·기타 건물터가 확인되어 당시 절의 규모를 알 수 있었고, 금당은 3차례에 걸쳐 다시 지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절터에는 통일신라시대에 만든 쌍사자석등(보물 제353호)·삼층석탑· 귀부 ·당시의 건물 받침돌·각종 기와조각 등이 남아있다. 특히 금동여래입상은 8세기경의 것으로, 절의 창건연대를 살피는데 중요하다. 영암사의 건물터는 일반 사찰 건물과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금당이 있는 상단 축대의 중앙 돌출부 좌우에 계단이 있는 점, 금당지 연석에 얼굴 모양이 조각되었고 후면을 제외한 3면에 동물상을 돋을새김한 점, 서남쪽 건물터의 기단 좌우에 계단이 있는 점이 특이하다. 이러한 특징과 더불어 절터 안에 흩어져 있는 석조물은 이색적인 느낌마저 준다. 조형의 특이함과 입지 조건, 서남쪽 건물의 구획 안에서 많은 재가 나오는 점으로 보아 신라 말에 성행한 밀교의 수법으로 세워진 절로 보인다.
아직도 발굴조사중인 '영암사지'의 삼층석탑과 쌍사자석등
예전엔 법당 하나만 덩그러니 있었고 단청도 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지금은 화려한 모습의 극락보전이 가운데 자리하고 좌우로 요사채를 짓고 있어 그동안 불사모금을 많이 한 모양이다. 법당을 들러 부처님을 뵙고 나와 시원한 감로수를 서너 바가지 들이키고 한창 발굴 조사중인 듯 출입을 금하는 금줄이 쳐져있는 곳을 지나 삼층석탑이 있는 곳으로 진행한다. 과거에 큰 규모의 사찰이었음을 짐작케 하듯 꽤 넓은 터가 발굴되어 있다.
영암사지 귀부(龜趺)/보물 제489호와 삼층석탑(보물 제480호), 쌍사자 석등(보물제353호)...
천천히 시간을 갖고 옛 선인들의 그 시절을 잠시 느껴보면서 절터를 한참동안 돌아보고 산행을 마무리한다.
왼종일 주인을 기다리느라 지쳤는지 뽀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애마에 몸을 싣고 귀로에 오른다.
진홍색, 연분홍색 철쭉이 현란하게 춤사위를 벌이고 있는 황매평전을 보기 위해 두시간 넘게 차를 몰아 달려간 황매산엔 철쭉은 비록 만개하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따가운 햇살아래 산들바람과 함께 노닐다 온 산길이었고 황매산 모산재의 바위능선이 유난히 그리워 떠난 길이었기에 마음 한가득 만족감을 안고 돌아온 기분좋은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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