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억새 찾아 떠나본 영축산과 신불평원 본문
☆ 산행일자 : 2012. 10. 13 (토)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경남 양산시 하북면, 원동면과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남면, 상북면 일원
☆ 산행인원 : 언제나처럼 홀로...
☆ 산행코스 : 청수골산장-청수좌골-단조산성터-영축산-신불재-신불산자연휴양림-청수골산장(원점회귀)
☆ 산행시간 : 5시간 40분 (억새와 함께 노닐다보니 시간가는 줄...^^*)
◈ 산행기
추석 연휴에 주말마다 생긴 개인사정 때문에 산행을 못한지 벌써 3주가 지나니 온 몸이 좀이 쑤신다.
이번 주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산을 찾아보고자 마음먹고 계절이 계절이니 만큼 은빛 억새가 넘실대는 영알로 방향을 잡아본다.
억새군락지로는 전국에서 최대 규모인 신불평원과 영축산을 찾아 너른 산정의 품에 맘껏 안겨보기로 하고 당직근무 마치고 차를 몰아 언양방면으로 내달린다. 언양의 사거리 모퉁이에 있는 수제 햄버거 집에 들러 두어 가지 사서 챙겨넣고 석남사 방향으로 차를 돌려 진행하니 가지산을 비롯한 영알의 고봉들 꼭대기에는 벌써 여름날 푸르렀던 신록이 불그레하게 변해가고 있는 모습들이라 조만간 붉은 단풍이 들겠다 싶다.
배내고개 방향으로 진입하니 억새 구경하러 나온 행락객과 등산객들이 몰고 온 차량들로 입구부터 딱 붙어버렸다.
배내터널을 지나니 단체로 산행을 나온 버스가 줄지어 서있고 부지런히 산님들을 토해내고 있는 모습에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이 오늘 하루 몸살을 앓겠다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도로 곳곳마다 산행객들이 세워놓은 차량들로 줄을 잇고 있는 도로를 따라 내려오니 눈에 익은 베네치아산장을 지나 종점상회를 좌로 끼고 진행하여 청수골산장 입구의 사설주차장에 도착한다. 버스와 승용차들로 뒤섞인 주차장엔 하나 둘 자리를 채워가는 차량들로 점점 좁아져만 가고 늘어나는 산객들의 수효에 동네 장터로 변해가는 모습이다. 얼른 준비를 마치고 청수골산장 입구의 다리를 건너기 전 우측길로 접어들며 영축산으로의 억새산행을 시작한다.
산행 개념도
청수골산장 안으로의 들머리가 폐쇄된 이후 새로이 개척한 산길은
다리 건너기 전 우측으로 나있습니다.
들머리에서 진입하여 계류를 따라 진행하면
시그널들이 안내해주는 합수점에 당도하게 되고
계곡을 건너 등로를 이어갑니다.
참고로,
우측으로 곧장 이어지는 계곡은 청수우골이고
사진 정면으로 보이는 방향은 청수좌골 방향으로
좌골에서 우측으로 나있는 등로는 중앙능선으로 가는 길입니다.
청수골산장 철조망 옆으로 나있는 등로를 들어서면
바로 나타나는 갈림길로 좌측 오름은 백팔등 가는 길이고,
직진은 청수좌골로 오르는 등로입니다.
원래 계획은 백팔등으로 올라 청수좌골로 내려서기로 했는데
억새를 제대로 구경하고자 신불재로 하산하기로 변경하기로 합니다.
'이고들빼기'
성큼 다가와 버린 붉은 빛에 산꾼의 마음은 벌써부터 흥분되기 시작합니다.
'까실쑥부쟁이'
산정(山頂)에는 붉은 기운이 제법 감돌기 시작했나 봅니다.
난이도가 높지 않은 등로에 돌밭길은 그나마 난코스라 칭해도 될것 같네요.
소리없이 내려앉은 가을을 만나 살며시 눈을 맞춰봅니다.
우거진 숲을 빠져나와 하늘이 열리기 시작하니
곧장 억새의 향연이 시작되고 있네요.
'산부추'
조금 더 일찍 찾아왔었으면....
하는 작은 아쉬움이 남지만
바람이라도 불어 올라치면 수 만평의 대지 위에서
억새의 군무를 보는 즐거움은 그 어디에도 비할바 없지요.
세상사 모든 고뇌와 인간사 모든 인연
툴툴 털어버리고
억새와 바람이 파란 하늘과 동화되는
신불평원을 마냥 걸어봅니다.
바람은 동해를 지나 영남알프스 둔덕을 넘어
억새의 귓전을 속삭이듯 지나가며
생명의 환희를 노래하고 있는 듯한 모양새입니다.
단조성터
단조성(丹鳥城)
신불산에서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상에 위치한 고성(古城)이다.
산세가 험한 해발 1,200여m에 기암절벽으로 치솟아 있어 허공 중에 뜬 성이라고 한다.
단조란 붉을 단(丹)자와 새 조(鳥)자를 쓰는데 학(鶴)을 의미한다.
'용담'이 지천이라 눈이 호강을 누린 하루였네요.
'산오이풀'
가까이 다가온 영축산 정상부
영축산 정상
영축산(취서산, 영취산) 1,081m
양산시는 그동안 영축산과 영취산, 취서산 등으로 쓰여 혼선을 빚어왔던 산 이름을 영축산으로 통일하였다고 한다.
석가모니가 인도에서 법화경을 설파했던 곳이 영축산이므로 통도사를 품은 산 이름으로는 잘 어울린다.
영축산 정상에서 능선들을 가득 채운 억새꽃을 바라보니 척박한 땅을 점령한 그들의 숨은 힘이 느껴져 쉬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이곳에 서면 언제나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멋진 풍광으로
함박등, 채이등, 죽바우등이 줄을 잇고 있고
저 멀리 오룡산도 조망이 되네요.
서쪽으로는 재약산(좌)과 천황산이 건너다보이고
우측으로는 운문산이 아득합니다.
영축산에서 신불산으로 이어진 주능선은 하늘 억새길이랍니다.
내년에는 필히 비박을 겸한 하늘억새길을 걸어보리라 마음먹어 봅니다.
영축산정에서 바라본 신불산으로 이어지는
광활한 신불평원의 장쾌한 모습은
언제 보아도 마음이 편안해져 옴을 느끼게 됩니다.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 먹고서
느긋하게 커피와 후식을 즐기며
영축산 정상부에서의 망중한을 즐깁니다.
각도를 달리해서 바라본 풍광은 또다른 감흥으로 다가옵니다.
영축산 동쪽 끝 독수리바위를 찾아보기로 합니다.
독수리바위에서 내려다 본 풍광으로 낙동정맥 마루금을 따라
우측은 양산시 상북면, 좌측은 울주군 상북면으로 나뉘워지며
멀리 문수산과 남암산 너머로 울산시가 아련하게 다가옵니다.
신불산의 유명한 릿지코스인 아리랑릿지, 쓰리랑릿지,
그리고 에베로릿지 코스가 아래로 펼쳐집니다.
서걱서걱 거리는 가을 억새의 노래는
붉은 단풍과는 다른 묘미를 안겨다 주고 있네요.
단풍은 색깔만큼이나 밝고 정열적이거나
혹은 화려한 치장을 자랑하지만
억새는 솜털처럼 잔잔하고 그윽하기만 합니다.
진한 가을빛을 풍기며 억새들이 바람에 걸려 춤을 추고,
햇빛에 반사된 억새들은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이고 있네요.
가을의 전령사 '구절초'
코 끝을 스치는 상쾌한 바람...
하늘거리며 속삭이는 억새의 노래가 들리시나요?
행여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수 만평의 대지 위에서
억새의 군무를 보는 즐거움...
아마도 이 가을이 다 가도록
쉽게 잊혀지지 않을 감동으로 남을 듯 하네요.
마치 하얀 솜사탕나라에 온 듯한 기분입니다.
가을의 정취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신불평원의 억새.
바람에 하늘거리는 모습이 정말 멋집니다.
신불산 삼봉능선
삼봉능선을 아래에 두고 바위 끝에서 폼 한번 잡아봅니다.
억새 평원의 풍광에 취해 연신 카메라 셔터을 눌러댑니다.
내 심장의 비밀스러운 방에 있던
생명의 기운이 크게 요동치듯
억새가 들려주는 가을의 노래를 즐깁니다.
억새평원을 거닐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시인이 되고 문학가 되고,
자신이 이 지구상에 살아 있음의 감사함을 느끼는
행복한 산꾼이 됩니다.
여름날 대밭에서 듣는 바람의 소리가 건강함이라면
가을날 억새는 다가올 겨울을 알려주며
겨울의 고독을 미리 느끼게 해줍니다.
푸른 하늘은 찬란한 빛으로
억새를 하얗게 물들이며
지난 여름의 수고로움을 인사합니다.
언제 어느 때 찾아와도 마음 평온해져 오는 신불재의 모습입니다.
물론 마주보이는 산은 신불산이겠지요.
단풍이 빨갛게 물들어 갈 때가 되면
들판 한 쪽에선 억새가 가을을 노래합니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받으며 바람결을 타던
억새들이 손짓하며 노래를 하고 있네요.
어디든 몸을 던져 드러누우면 더없이 편하고 그윽한...
서걱거리는 억새의 노래와 은빛 날개는
해 저무는 길의 신불재와 신불공룡에 은빛물결은
불그스럼한 해와 같이 푸근하게 다가옵니다.
신불재에서 휴양림 방향으로
한무리의 산님들과 뒤섞여 내림길을 이어가다
갈수기로 줄어든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억새에게서 묻어온 찌꺼기들을 깨끗이 씻어냅니다.
파래소폭포 갈림길
(↑ 파래소폭포, → 신불재)
신불산자연휴양림에 당도하며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당도한 신불재에는 제법 많은 산님들이 자리를 잡고 비박준비하는 팀이 있는가 하면 먹거리를 내어놓고 건배로써 우정을 다지는 술판이 벌어지는 곳도 있고, 사진에 담느라 분주히 포즈를 취해주는 산님들... 다들 열심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소시민들이 아닌가 싶다.
신불재에서 가천리 방면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나오는 약수터에 당도하니 물이 딱 끊어져 버려 시원하고 맛난 약수를 한 통 받아가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 저으기 실망감을 안고서 역광으로 빛나는 억새밭을 카메라에 담고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이젠 억새를 내려놓고 조금 지루할 것 같은 내림길을 따라 내려가며 행여나 발목을 접질리게 될까 여간 조심스럽지 않지만 푸른 숲 사이로 비추이는 힘을 잃은 햇살을 온 몸으로 받으며 한 무리의 산님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휴양림을 향한 조금은 바쁜 걸음을 이어간다.
몇번 다닌 길이라 조금은 눈에 익은 내림길을 부지런히 걸어 파래소갈림길인 임도에 도착하게 되니 드디어 오늘 산행을 마무리 할 때가 온 듯하다.
가을의 정취에 흠뻑 취하다 문득 자신을 돌아보고 자연이 나에게 전해주는 신비하고 귀한 선물에 행복함을 확실하게 느껴본 오늘은 최근의 산행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을 만한 하루가 아닌가 싶다. 시원스럽기 그지없는 능선 조망과 신불평원 억새를 알뜰하게 둘러보고 왔으니 오늘 밤 꿈엔 아마도 저 푸른 초원을 헤메고 있지나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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