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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달이 사는 집

멋진 조망과 폭닥한 오솔길에 반해버렸던 포항 봉좌산 숲길 본문

◈ 산행이야기/☆ 2012년도 산행

멋진 조망과 폭닥한 오솔길에 반해버렸던 포항 봉좌산 숲길

해와달^^* 2012. 11. 18. 22:27

♣ 산행일자 : 2012. 11. 18 (일)   날씨-맑음

♣ 산행장소 : 포항시 기계면 봉계리, 경주시 안강읍 일원

♣ 산행인원 : 아내와 함께 둘이서...

♣ 산행코스 : 치동입구-보리수삼거리-전망대-봉좌산-지게재-성산사거리-마봉산-선돌메바위-치동입구(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4시간 40분, 8.7km (GPS 기준)

 

 

▣ 산행지 소개

봉좌산(鳳座山:600m)은 포항시 기계면 봉계리와 경주시 안강읍의 경계에 위치해 있으며 한티재쪽에서 내려오는 낙동정맥이 운주산 옆을 지나 이리재로 내려선 후 도덕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상에서 약 0.7km 정도 벗어나 있다. 맥은 계속 이어져 안강과 기계면의 경계를 가르며 어래산으로 이어진다.
봉좌산 꼭대기에는 봉좌암(鳳座岩)이라는 봉황 모양의 바위가 있고 포항시내에서 가까운 관계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봉좌암 암봉 위에 서면 주변의 올망졸망한 봉우리를 둘러보는 맛이 시원하다. 대부분 산행들머리를 봉계리 치동마을로 들어서지만 자옥산~도덕산~봉좌산~어래산을 잇는 아기자기한 능선코스도 권할 만하다.

 

 

◈ 산행기

휴일이라 아침 일찍 장거리코스로 꾸며볼까 싶어 알람을 맞춰놓고 잠자리에 들었었지만 두 번의 알람이 울릴 때마다 피곤한 탓인지 일어나질 못해 먼 곳으로의 산행은 물 건너 가버리고 만다. 전날 처가 식구들과 경주 실내체육관에서 이승철콘서트를 관람하며 신나게 놀다 왔으니 무리는 아니지 싶다.

그렇다고 산과의 데이트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라 배낭을 꾸리고 있는데 가까운 곳에 가면 같이 가자는 아내의 말에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을 물색하기 위해 바쁘게 머리를 굴려본다. 얼마 전 카페 친구인 '푸르네'님이 다녀온 포항의 봉좌산이 생각이 나서 그곳으로 차를 몰아간다.

'푸르네'님의 궤적을 다운받아 트랙을 따라가면 길 잃을 염려는 없을테니 느긋한 마음으로 즐기며 가는 산길을 걷다가 올 요량으로 기계면소재지로 들어서니 날씨는 구름 한점 없는 쾌청한 날씨라 조망 하나는 끝내주겠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작은 흥분이 밀려온다. 봉좌산기도원 방향으로 들어서 포스코 외주협력사 연수원을 지나 우측으로 우거진 숲이 있는 작은 다리 입구 조그만 공터에 차를 세워놓고 다리를 건너면 '치동입구'라 쓰여있는 봉좌산 산행 이정표가 나타나고 시멘트도로를 따라 등로는 이어진다.

약간은 쌀쌀한 날씨이지만 폐부 깊숙이 파고드는 상쾌한 공기가 정신을 맑게 하고 밝게 빛나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보무도 당당히 포장도로를 따라 걸으며 봉좌산과의 데이트를 시작한다.

 

 

산행궤적

 

 

'치동 입구' 이정표 앞으로 나있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합니다.

 

 

도로를 따라 걸으며 올려다 본 봉좌산 정상부.

우측 능선으로 오를 예정입니다.

 

 

전면의 공장 좌측으로 등로는 이어집니다.

 

 

임도급 등로를 따라 진행을 하니

 

 

안내판이 있는 삼거리가 나오는데

봉좌산으로의 등로는

이정표 뒤로 나있는 직진길로 가야합니다.

 

 

나뭇재 입구 우측에 있는 말(斗)바위

 

 

'나뭇재'

 

 

청록파 시인이었던 박목월님의 시비(詩碑)있어

한번 읽어보고 떠납니다.

 

 

오늘의 산길은

아마도 근래 들어 가장 푸근한 마음으로

걷는 길이 아닐까 싶네요.

 

 

왜냐구요?

사진으로 보실 수 있잖아요.

너무나 멋진 숲길입니다.

보기만 해도 기분좋은 폭닥한 길이거던요.

 

 

그래서 오늘은 그냥 즐기며 가렵니다.

그리고 생각하며 하고팠던 얘기들을 풀어놓으며 걷고자 합니다.

 

 

슬하에 둔 아들과 딸.

 

지금은 장성하여 사회인으로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어

고마운 마음이 들지만

아이들이 어릴 때 함께 산을 찾지 못했던 게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드는 오늘입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이 없어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못해서

아이들에게 만은 대물림 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도록 채근했던

지난 날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릅니다.

 

 

다행히 별탈없이 잘 자라주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제 몫들을 하고 살지만

늘 오늘처럼 멋진 오솔길을 함께 걸으며

오붓한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하는

작은 바램을 가져봅니다.

 

 

참샘이 고개

 

(봉좌산기도원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합류가 되는 지점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에게...

정겨운 정경을 그려보며 걷는 인생길에

그들에게 삶의 지혜와 총명함이 스며들라고...
나처럼 우매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나만의 독백을 되씹어봅니다.

 

 

전망바위에서 건너다 본 지난 주 올랐었던 '운주산'

 

 

세상은 때로 불공평할 때가 있습니다.

합리보다 불합리가 정당화될 때도 있답니다.
물욕에 앞을 가려 오류를 범하는 경우도 있지요.

 

 

진리 아닌 진리가 활개를 치는 경우도 있고,
자연의 섭리가 사람들의 어리석음 때문에

짓밟히는 일도 종종 일어납니다.
그럴 때면... 나는 어김없이 산길을 걷습니다.

 

 

주능선 삼거리에서 전망대를 다녀 와야겠기에...

 

 

 

산은 언제나 말이 없답니다.
인간의 우매함과 방종과 파괴에도 묵묵부답이랍니다.

언제나 고요를 지키며 관용을 베풀기만 합니다.

 

 

'봉좌산전망대'

 

 

 

즐겁다고 웃고...

슬프다고 호들갑떠는 인간을 탓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나도 산길을 걸으며 침묵의 철학을 배웁니다.

 

 

'운주산'

 

 

 

침묵을 지키노라면 피곤을 절감할 때도 있지만,

침묵처럼 철학다운 철학이 더 없음을 터득했으니 어찌하겠습니까...

 

 

대구-포항간 고속도로

그 뒤 좌측으로 낙동정맥이 흐르고,

오른쪽엔 비학산이 날개짓을 하고 있습니다.

 

 

한 해의 끝자락을 향해 달려갈 때면...

덧없이 보낸 나날들...

돌이켜 볼 때마다 이루어 놓은 일 없이

세월을 좀 먹는 좀벌레 같은 삶이 된게 아닌지 자책을 해봅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봉좌산' 정상부

 

 

봉좌산 산정에 설치되어 있는 종.

올라오는 등산객들이 저마다 한번씩 쳐대는 통에

소란스럽기 그지 없어 어떤 연유로 설치하였는지 몹시 궁금해집니다.

 

 

 

 

이곳에서면 언제나 장쾌한 조망의 시원스러움에

답답한 가슴도 후련해지는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지요.

 

 

우측엔 어래산에서 이어지는

소위 '안강대간'이라 일컬어지는 마루금이 펼쳐지고,

멀리 희미하게 포항시와 영일만이 조망이 됩니다.

 

 

경주 땅의 도덕산이 가까이 다가오고

그 뒤로 자옥산이 다소곳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남서쪽 방향에는 천장산이 특유의 가파름을 보여주고 있네요.

 

 

이번엔 서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운주산이 다가와 있고

그 너머 좌측으로 영천댐이 보입니다.

더 멀리 팔공산도 시야에 잡히네요.

 

 

지게재를 향하며 돌아본 봉좌산 정상부.

 

오늘은 실로 쾌청한 날씨에

먼곳까지 탁월한 조망을 보여주고 있어

영남알프스의 가지산과 운문산까지

시야에 들어오는 두 눈이 호사를 누린 하루입니다.

 

 

안강 땅 옥산지를 지나 깊숙이 들어와 자리하고 있는

민내마을이 내려다보이고

고개를 들면 어래산이 건너다보입니다.

 

 

가파른 급내림을 내려와 유순한 등로로 바뀌어

 

 

늦가을의 정취가 오롯이 남아있는 숲길을 걷노라면

 

 

예전 '동자방안부'로 불리워지던 '지게재'에 당도하게 됩니다.

쉼터에서 라면을 끓여 밥과 함께 요기를 하고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다 마봉산을 향한 걸음을 이어갑니다.

 

 

지게재 안내판

 

 

지게재 이후의 등로 역시 부드럽기 그지 없어

트레킹코스로 적극 추천해도 손색이 없는 멋진 숲길입니다.

 

 

이리도 멋진 코스를 선답하여 소개해준

카페 친구인 '푸르네'님에게

지면을 빌어 감사한 마음 전해야겠네요.

 

 

 

 

성산사거리

 

(직진길은 새마을전망대 방향으로 학야리로 떨어지게 되고,

좌측은 무학사가 있는 문성리 방향입니다.)

 

 

유순하기 그지없는 등로에

또다시 마음속 하고픈 얘기보따리를 끄집어 내어봅니다.

 

 

듬직한 나의 아들아...

 

시계추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생활속에서
가끔 산길을 걸어보았으면 좋겠구나.
세상은 살만한 곳.
세태를 탓하지 말고
아름다운 곳이라 생각하려므나.

 

 

언제나 이쁜 나의 사랑하는 딸아...


산길은 인생의 길
언제나 마음의 고향.
산이 있기에
산길이 있기에
세상은 살만한 곳.
더러운 곳은 보지말고
추한 세상이라 말하지 말거라.

 

 

얘들아...
산길을 걷다가
산길에서 들리는
맑은 새소리 지저귐에
자연의 시심(詩心)도 담아보자꾸나.

 

항상 자연을 경외하며

그 속에서 삶의 지혜를 배워나간다면

험한 세상 살아가기에 버겁겠지만

온전하고 맑은 정신만은 잃지 않지 싶구나.

 

 

'유인신광진씨묘'를 지나 내려오면 만나는 삼거리에서

우측 아래로 이어지는 등로를 이어야 마봉산을 향하게 됩니다.

 

 

외말고개 삼거리.

 

본인 또한 이곳에서 '푸르네'님 가신 길을 따라가느라

말두봉은 통과하고 말안장고개로 갑니다.

 

 

'말안장고개'

 

말두봉을 빼먹었으니

다시 찾을 구실은 마련한 셈입니다.

 

 

꼭대기엔 겨울이 성큼 다가왔지만

아래쪽엔 아직도 만추의 계절이 밍기적거리고 있습니다.

 

 

마봉산전망대

 

 

 

 

마봉산전망대에서 바라본 기계 들녘

 

 

하산길에 올려다 본 봉좌산

 

 

'선돌메 바위'

 

 

 

 

너른 기계 들녘 너머로

대구-포항간 고속국도가 신나게 달리고 있고,

 

 

도착점 근처에 있는 '봉계리고분'에 들러

안내판을 읽어보고 사진에 담고서

즐거웠던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바라보는 산봉우리들, 내가 넘어온 산길, 까마득하게 먼 길처럼 느껴지는 그 길은 언제나 뒤돌아보아도 정겹게 느껴진다.
내가 살아온 작은 삶의 덩어리를 저 봉우리에 걸어놓고 거울처럼 바라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듯, 삶의 재조명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다. 내일도 산길따라 꿈을 쫓는 소년처럼 걸으리라는 다짐을 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느긋한 마음으로 발걸음도 가볍게 한바퀴 후딱 해치우고 기계 장터로 가서 아이들에게 보내줄 요량으로 사과 한 박스 사서 싣고 아내의 일터로 달려간다.

산행 중 걸려온 고객을 만나기 위해 시간에 늦지 않도록 열심히 액설레이터를 밟아가지만 머리 속 생각은 아직도 봉좌산 어느 호젓한 숲길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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