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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달이 사는 집

아름다운 숲을 지켜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 금학산-소금강산 본문

◈ 산행이야기/☆ 2012년도 산행

아름다운 숲을 지켜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 금학산-소금강산

해와달^^* 2012. 11. 13. 21:01

♤ 산행일자 : 2012. 11. 12 (화)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경주시 동천동, 용강동 일원

♤ 산행인원 : 나홀로...

♤ 산행코스 : 탈해왕릉-151봉-부대앞 도로-금학산주능선-금학산-궁상각치우-소금강산주능선-소금강산-표암(탈해왕릉) <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2시간 43분, 7.94km (GPS기준)

 

 

▣ 산행지 소개

경주 벌판에 야트막하게 솟은 산이 소금강산(178m)이다.

경주의 남쪽에는 남산이 장엄하게 벌리어 있고, 서쪽에는 선도산과 송화산이 솟아 있으며, 동쪽에는 명활산과 토함산이 있다.
신라의 북쪽을 지킨다 하여 북악 이라고도 불렸다.

사로국의 여섯 마을 중 양산촌의 촌장이며 시조인 알평공과 그 야촌의 촌장이며 설씨의 시조인 호진공이 모두 소금강 품 안에서 탄생했으며, 불교 공인을 위해 죽음을 택한 이차돈의 목이 소금강에 떨어진 이후로는 불교의 성지로 높이 받아들여졌다.

 

 

◈ 산행기

당직근무를 하는 날이라 산행은 생각지도 않았었는데 집에만 있지 말고 운동 삼아 동네 뒷산에라도 다녀오라는 말을 남기고 출근하는 아내의 말을 듣고 가볍게 다녀오자고 나섰지만 짧게만 가려니 두시간도 채 안 걸릴 것 같아 집 근처 소금강산의 산불로 찾지 못했던 곳을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궁금함도 한몫을 하여 금학산을 포함해서 한바퀴 돌아보기로 마음먹고 늦은 아침이라 점심 먹기도 귀찮아서 삶은 계란 두알에 귤 두알 챙겨넣고 집을 나서 탈해왕릉 앞에 당도하여 산행을 시작한다.(12:51)

 

 

산행지도

 

 

석탈해왕릉

 

 

모양은 제각각이지만 조화롭게

오랜 세월 견디어 온 우리네 소나무입니다.

 

 

간이 운동시설이 곁에 있는 '151봉'

 

 

산불로 인해 불에 탔거나 열기에 말라 죽은 나무들이

아직도 정리되지 않고 있는 모습에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동네에서 가까운 곳이라 가끔씩 아내 혼자 운동삼아 가는 모양인데 정작 본인은 먼곳으로만 쏘다니다보니 찾은 지도 꽤 된것 같다.

주민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 그런지 등로는 푹신하지만 반들반들할 정도로 닳아 있다. 오랜 세월 온갖 풍상을 견디며 지내왔을 노송들이 즐비한 숲길을 지나 군부대 방향으로 길을 들어 도로를 건너 금학산 자락으로 올라붙는다. 조금 올라서니 부러져 있는 나무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어 헤쳐나가려니 이번엔 가시덤불이 눈 앞에 다가온다. 도깨비바늘 씨앗이 옷에 달라붙어 성가시게 하고 가시가 옷 속을 파고들어 상처가 나는 악전고투를 한바탕 치루고 '유인김해김씨묘'가 있는 너른 터에 올라서게 된다.

 

 

계절을 잊은 듯 철없는 진달래가 눈길을 끄네요.

 

 

몸은 비록 서있지만 이미 죽은 목숨들이라

기라곤 없는 폐허의 현장입니다.

 

 

 

그제서야 허리를 펴고 경주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조망을 구경하고 주위를 돌아보니 온통 고사목 천지가 아닌가. 산불로 인해 다 타버리고 없을 줄 알았던 나무들이 타거나 열기에 말라 죽은 채 흉물스런 모습으로 서있는게 너무도 가슴아프다. 처음엔 지나던 운전자가 던진 담배꽁초가 원인이 되어 불이 난줄 알았는데 올 봄에 방화범이 잡혔다고 한다. 3년전 당시 고교생이던 범인을 잡고보니 방화 전력이 있었고 그 피해액이 11억 여원이었다는 사실에 왜 진작 막지 못했나 하는 원망섞인 푸념도 내뱉어본다. 훼손된 자연을 원상복구 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이 드는지 누구든지 아는 사실인데...

 

 

조망이 터지는 곳에서 바라본 경주남산

 

 

금학산(317m) 정상

 

 

금학산정에서 바라본

경주 근교의 산들과 경주 시내 전경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인데도

바람에 불씨가 날아와

이곳의 수목들도 태워버린

산불의 위력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예산부족으로 아직도 방치되어 있는 소금강산의 고사목들을 보고 개운치 못한 마음 안고서 등로를 이어가니 그제서야 화마의 피해를 당하지 않은 예전의 호젓한 숲길이 나온다. 워낙 많은 갈림길이 있지만 마루금을 따라 나서면 되는지라 빠른 발놀림으로 진행하니 금학산 정상에 당도하게 되고 그 사이 이정표도 하나 세워져 있다.

주변을 잠시 돌아보고 궁상각치우 방향의 가운데 등로로 진행하니 잡풀이 무성하다.

얼마 안가 산불의 불씨가 이곳까지 날라왔었는지 죽은 나무들이 지천이다. 또 가슴이 아프다. 화마의 흔적을 얼른 지워내고 새로이 묘목들을 심어 푸르렀던 예전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램을 안고 솔숲으로 빠져들어간다. 이어지는 등로는 뛰어도 좋을 만큼 부드러운 융단길이라 속보로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하며 울창한 삼림에서 뿜어져나오는 피톤치드를 맘껏 마시며 걸으니 힘든 줄도 모를 지경이다.

 

 

이후의 등로는 그야말로 양탄자를 깔아놓은 오솔길입니다.

 

 

 

 

무덤 4기가 있지만 '영양남씨묘'에만 비석이 있었는데

무덤이 끝나는 좌측 내림으로 등로는 이어집니다.

 

 

철탑을 세우기 위해 조성한 임도급 등로를 따라 내려가니

 

 

'가선대부 월성이씨묘'를 만나게 되고

 

 

 

오랜만에 만나는 오래된 듯한 비석이 서있는'가선대부월성이씨묘'를 지나 널찍하고 편한 등로를 내려서니 '궁상각치우'식당이 나온다. 건너편에는 풋살경기장과 구곡지가 보이는 도로를 가로질러 풋살경기장 뒤로 돌아가면 볼썽사나운 폐가같은 채소밭을 지나 무덤이 즐비한 곳을 지나 소금강산 주능선으로 올라선다. 옛날부터 경주 남산을 비롯하여 주변 야산에는 무덤이 부지기수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1970년대 이후 조성된 분묘를 이장하라는 안내문이 있어도 뿌리깊은 유교문화에 젖어있는 우리나라의 관습상 쉽사리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승삼마을 도로에 내려서게 됩니다.

 

 

풋살경기장 뒤로 돌아 소금강산 초입을 찾아드니

개 한마리가 쫓아와 앙칼지게 짖어댑니다.

 

 

 

 

드디어 소금강산 주능선에 올라서게 되고

 

 

용강동 주민체육시설을 곧장 통과하니

 

 

온 몸을 파고드는 세찬 바람에

종종걸음 내딛게 만드는 등로입니다.

 

 

조망이 터지는 곳에서 내려다보니

황성동 아파트단지와 멀리 직장도 눈에 들어오네요.

 

 

사거리 갈림길

 

(← 다불마을, ↓ 용강동, 승삼마을. →황성동, 용강동. ↑ 소금강산, 백률사)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키 큰 소나무들의 열병식을 받으며 세찬 바람이 불어대는 능선을 걸으니 운동나온 주민들이 삼삼오오 추운 날씨에도 제법 눈에 띈다.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폰을 갖다대지만 워낙 세찬 바람이 불어대는 통에 모자가 날릴 지경이라 한 손으로 사진찍기가 곤혹스러울 지경이다. 용강동 체육시설과 삼각점만 덩그러니 있는 소금강산 정상을 밟고 동천동 체육시설에 당도하여 가져간 물로 갈증을 해소하고 삶은 계란 두알을 게눈 감추듯 해치우고 가던 길 재촉한다. 등로는 거미줄처럼 얽혀있어 초행길인 사람은 애를 먹겠지만 전체적인 등로를 꿰뚫고 있는 동네사람에게는 식은 죽 먹기인지라 석탈해왕릉 방향으로 바쁜 걸음 옮겨간다.

 

 

뒹구는 낙엽속에 외로이 서있는 삼각점이

오늘따라 쓸쓸해 보입니다.

'소금강산'이라고 씌어진 나무로 된

정상목은 떨어졌는지 보이질 않네요.

 

 

산불감시초소와 동천동 주민체육시설

 

 

갈림사거리 이정표

 

 

올라올 때 걸었던 길이지만

소나무숲이 보기좋아 한번 더 담아봅니다.

 

 

서산으로 뉘엇뉘엇 넘어가는 햇살이 힘을 잃어버린 듯

탈해왕릉에도 붉은 색으로 변해가고 있네요. 

 

 

경주이씨 탄생 설화가 깃든 '표암제'

 

 

신라 6촌 가운데 알천 양산촌의 시조 알평이

이 바위에 내려와 세상을 밝게 하였다고 해서

표암(瓢巖)이라고 합니다.

 

표암은 경주시 동천동 석탈해왕릉의 서편에 있는

표암제 뒤에 있는 바위로 박바위, 밝은바위를 의미하며

신라시대 화백회의를 통해

신라 건국을 의결한 역사적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모처럼 나선 동네 뒷산으로의 나들이에 3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으니 변화된 모습을 기대하고 올라본 금학산 자락이 황폐화된 모습으로 다가와 적잖이 충격을 받았고 마음 아파한 오늘이 되어버린 탓에 산을 찾는 산꾼의 한사람으로 좀더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가꾸긴 어려워도 훼손은 순식간이라는 말처럼 우리 모두 한순간의 실수로 오랜 세월 우리들에게 유,무형의 혜택을 주는 아름다운 숲을 잃어버리지 말고 잘 가꾸고 지켜가자는 말을 남기면서 출근하기 전에 샤워라도 하고 가야겠기에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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