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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달이 사는 집

둘레길이 극기훈련장으로 변해버린 장기읍성-묘봉산 산행 본문

◈ 산행이야기/☆ 2012년도 산행

둘레길이 극기훈련장으로 변해버린 장기읍성-묘봉산 산행

해와달^^* 2012. 11. 9. 19:45

♣ 산행일자 : 2012. 11. 6 (화)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포항시 남구 장기면, 오천읍 일원

♣ 산행인원 : 나홀로...

♣ 산행코스 : 장기읍성-동악산-망해산-길등재-삼봉산-행군로-묘봉산-방산1리(평동교)

♣ 산행시간 및 거리 : 7시간 3분, 20.5km (알바 40분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당직근무 마치고 으례껏 떠나는 산으로의 나들이에 출근하기 전에 꾸려온 배낭을 차에 싣고 직장을 빠져 나온다.

오늘의 행선지는 이미 정해졌지만 소요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수 없어 서둘러 차를 몰아가지만 머리속으로 짐작할 뿐...

며칠 전에 먼저 다녀온 카페 친구의 '장기읍성 둘레길'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좀더 넓게 돌아보라는 지상명령(?)을 성실히 수행하기 위해 근교산 세 곳을 놓고 저울질 한 끝에 맨 먼저 찾아나선 코스지만 장기읍성은 그동안 세번 정도 찾아보았기에 망설임없이 장기면소재지까지 한걸음에 내달린다.

장기읍성의 성곽이 있는 꼭대기까지 차를 몰아가 공터에 파킹을 해놓고 제법 쌀쌀한 바람을 온 몸으로 느끼며 둘레길을 알리는 작은 표지판 위로 나있는 성곽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지도

 

 

장기읍성 입구

 

 

맑은 날씨이지만 싸늘한 찬바람에

떨고 있는 '쑥부쟁이'와

 

 

'감국'을 사진에 담고서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푯말은 무시하고 성곽으로 올라야 한다는

선답자의 안내대로 새마을 깃발을 향해 걸음을 옮깁니다.

 

 

이제부터 '장기읍성 길' 2.5km가 시작되네요.

 

 

장기읍성(사적 제386호)

 

 

성곽을 벗어나 본격적인 트레킹 코스로 접어듭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은빛 억새가 무성한 삼거리에서

동악산을 먼저 다녀와야겠기에 좌측으로 길을 들어섭니다.

 

 

'산부추'

 

 

동악산 정상에서...

 

 

산불감시초소와 무인감시시스템이 있는 동악산정의 모습입니다.

 

 

푸르른 동해바다와 양포항이 시야에 잡히네요.

 

 

가운데 멀리 동해면에 있는

호미지맥 상의 조항산이

방송국 송신탑과 함께 가물거립니다.

 

 

'구절초' 삼남매

 

 

늦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오솔길을 되내려와

 

 

바람에 일렁이는 은빛물결 억새의 향연을 사진에 담고

 

 

 

 

마음속에 깊이 새겨둘 만한 멋진 글들이 반겨주는 둘레길로 접어듭니다.

 

 

실로 몇년 만에 만나는 친구의 반가운 흔적입니다.

요즘은 뭘하고 지내는지...

 

 

노란 야광테이프를 등로 곳곳에 붙여놓아

야간에도 식별이 용이하게 해놓은 점이 마음에 드네요.

 

 

간간히 쉼터도 마련해 놓아 앉아서 간식이라도

먹고 가게끔 마련해 놓은 세심한 배려가 돋보입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출생지와 유배지가

공교롭게도 똑같이 마현리라는게 아이러니 합니다.

 

 

조선시대 최고의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 선생의 길입니다.

 

 

사각거리는 낙엽 밟는 소리를 들으며

청정 오솔길이 오붓하게 이어지는 길...

 

참으로 행복한 길입니다.

 

 

우암 선생도 이곳 장기로 유배를 왔었나 봅니다.

 

 

 

 

'장기읍성 감사나눔 둘레길'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호젓한 산길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어볼 수 있는

산행 내내 숲이 우거진 웰빙 숲길입니다.

 

 

'단풍취'

 

 

 

 

평동교, 방산1리 갈림길

 

 

 

 

쉼터 의자에 다리쉼을 하면서 간식을 챙겨먹고

다시 망해산을 향해 갑니다.

 

 

 

 

조망이 멋진 곳에 당도하니

우측 멀리 가야할 묘봉산이 손짓을 하고 있습니다.

 

 

바위전망대 발 아래로 고석사 절집을 비롯해

평동교가 있는 방산마을 일대가 훤하게 내려다 뵙니다.
이곳이 아마 오늘 산행에서는

최고로 멋진 장소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지나온 자취가 한 눈에 보이지만

산행을 완벽히 마무리 하지 못하고

우측으로 보이는 도로 끝까지

내리는 가랑비를 맞으며

밤길을 걸어야만 했던 쓰라린

경험을 하게 될지 뉘 알았겠습니까...

 

 

이곳의 쉼터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묘령의 두 여인을 만나 인사를 건넸더니

 

"해달님! 아니신가요?" 하는 목소리에 고개를 드니

같은 카페 친구인 '서리'님이 친구분과 산행을 나왔네요.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무지 반갑더구만요.^^*

 

 

그간의 안부를 묻고 즐산하라는 말과 함께

정기산행 때 만나자는 인사를 나누고

갈길 바쁜 걸음 옮겨갑니다.

 

 

 

 

망해산 정상석

 

지도 상에는 이곳이 망해산 정상이 아닌데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네요.

 

아마도 실제의 망해산은 숲에 가려 바다가 잘 보이지 않아

이름 그대로 바다가 잘 보이는 곳이라는 의미를 살려보려고

이곳에 정상석을 세워놓았지 않나 싶네요.

 

 

 

 

인적 뜸한 솔옷한 낙엽길을 걷다가 만난 임도에서

잠시 방향을 잃어 주변 산세를 돌아보고

GPS를 따라 걷지만 궤적이 없어

지도 상의 망해산을 향해 가는 걸음은

미지의 세계를 찾아가는 것 같습니다.

 

길을 몰라 우측으로 진행했었지만

결국엔 다시 만나게 되는 것 같군요.

 

 

대곡리 가장 깊은 골짜기의 이름모를 소류지를 담고

 

 

등 뒤로 펼쳐지는 대곡리 방향의

맑은 가을하늘을 향해 심호흡 한번 해보고서

 

 

황갈색 잎들이 널부러진 산길을 낙엽에 발을 묻고

 

 

노란 단풍에 덩달아 노랗게 물이 들어버린 어설픈 산꾼은

 

 

기억에 가물가물한 등로를 잃어버릴까 노심초사하며 걸었지만...

 

 

이곳에서 20여분 동안 다람쥐 쳇바퀴 돌듯

첫 번째 알바를 경험하게 됩니다.

 

제대로 된 등로는 우측으로 진행해야 하고

좌측은 고석사 방향에서 이어져 온 제대로 된 등로이며,

직진길은 방산저수지로 내려서는 길입니다.

 

 

조금 전 사거리에서 우측으로 진행을 계속하다

시야가 터지는 곳에서 바라보니

우측으로 능선이 이어지고 있어 되돌아나오다

좌측 오름으로 길 흔적이 있어 진행하니

숨어있던 등로가 나타나고 밧줄이 있는 경사로를 올라서니

그제서야 제대로 된 등로를 만나게 됩니다.

 

 

드디어 삼각점이 있는 지도상의 망해산에 당도하게 되고

주변 적당한 곳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을 꺼내 늦은 점심을 해결합니다.

 

 

길등재를 향한 등로에서 바라본 조항산 방향의 조망입니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홀로 걷다가

무엇에 홀렸는지

아무 생각없이 뚜렷한 등로만 정신없이 따르다가

언뜻 이상하다 싶은 생각에 주변을 돌아보고

지도를 펼쳐드니 아뿔싸!!

엉뚱한 방향임을 깨닫고 서둘러 발길을 되돌립니다.

왕복 20분의 두번 째 알바를 경험하게 되네요.

 

 

길등재 표석과 쉼터인 팔각정

 

 

최근에 포장이 된듯 깔끔한 모습의 길등재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방산리 방향은 아직 비포장이네요.

 

 

조망이 터지는 곳에서 바라본

영일만과 신항만 방파제가 눈에 들어오네요.

 

 

만추의 계절이지만 이곳은 아직 충분히 눈을 즐겁게 해줄

 

 

빛깔 고운 단풍이 온 산을 수놓고 있었답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해병산악행군로.

호미지맥의 삼봉산을 찾아보려고

가운데의 산길로 접어듭니다.

 

 

지맥종주꾼들의 흔적인 시그널들이 무수히 매달려 있는 '삼봉산'

 

 

가까이 다가온 오천읍 전경과 철강공단이 보이고

그 뒤로 멀리 포항시가지의 모습도 조망이 됩니다.

 

 

건너편 묘봉산이 지척인 듯 하지만 아직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등로 가득 쌓여 시를 쓰고 있는 빛바랜 수많은 낙엽들...
가을이 저만치 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방산저수지 갈림길

 

 

가을은 보는 것만으로는 안돼요.
왠지 가을에게 미안해 지거던요...

 

낙엽길은 걸어줘야 예의랍니다.

사부작 사부작...

 

 

삼거리 갈림길

 

(↖ 묘봉산, 석남사. ↗ 만리성재, 성황재)

 

 

몇년 만에 다시 찾은 묘봉산엔

인적은 온데간데 없고

예쁜 정상석만이 반겨줄 뿐이네요.

 

 

묘봉산에서 바라본 포항시 전경

 

 

빨간 립스틱으로 화장을 한 단풍의 환송을 받으며

기나긴 하산길을 시작해 봅니다.

 

 

긴 내림을 내려서 만난 계곡 입구의 이정목이

오늘따라 반갑게 느껴집니다.

 

 

임도를 따라 내려오니

어느 민가 입구에 당도하게 되지만

문을 닫아놓아 갈 수가 없네요.

다리 좌측 아래로 등로는 이어집니다.

 

 

방산 2리(괴정마을) 쉼터와 당산나무

 

 

해가 저물어가는 포장도로를 따라 걷다보니

건너편 망해산 정상석이 있는 봉우리가 눈에 들어오네요.

물론 고석사 뒷산이지요.

 

 

도로 옆의 바위 모양이 특이해서 담아봅니다.

 

 

평동교 입구 당도하며 실질적인 산행을 마무리 합니다.

이후 40분 가량 장기읍성으로 오르는 산길을 찾으려고 헤멨지만

깜깜한 어둠에 막혀 포기하고 맙니다.

 

 

 

평동교 입구에 당도하며 다시 산으로 길을 들어 장기읍성까지 가야 하는데 어둠이 짙게 드리워지는 산길의 초입을 찾지 못해 이마에 불을 밝힌 채 몇번이나 이곳저곳을 헤메다 결국엔 도로로 되내려와 털레털레 걷다가 장기면소재지까지 걸어가기엔 너무 먼 길이라 다시 산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해보았지만 어디가 어딘지 도무지 분간이 안가는 칠흑같은 어둠에 비까지 내리기 시작하니 대략 난감한 지경이다. 하는 수없이 배낭카바를 덧씌우고 비닐 우의까지 착용하고서 걷다가 지나가는 차를 히치해 보려 하지만 모두 그냥 지나쳐버린다.

장기유료낚시터를 지나 걷다가 마침 농장에서 일을 마치고 차를 돌려 출발하려는 트럭을 세우니 흔쾌히 태워주신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몇번이고 하면서 장기면사무소 앞까지만 태워주십사 했더니 그 먼 길을 걸었으니 읍성으로 오르는 길이 많이 힘들거라 하시며 주차해놓은 읍성 꼭대기까지 태워주신다.

산행도 가끔 다니신다는 말씀에 '홀아비 마음은 과부가 안다'더니 역시 산꾼만이 그 마음을 알아주시나 보다 싶다.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애마에 올라타니 그제서야 맥이 탁 풀린다. 두 번의 알바로 조금의 체력은 소모되었겠지만 걸었던 코스가 너무 길어서 지친 탓이 더 큰 탓이리라. 출발할 때 얼마나 소요될지 가늠할 수 없어 제대로 된 준비없이 무작정 떠난 산행이라 앞으로 두고두고 교훈으로 남을 오늘의 산길이다.

도로를 따라 걸으면서 민가에 들어가 읍성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를 물으니 이 밤에는 절대 가지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통에 포기를 했었지만 초반에 컴컴한 산으로 들어갔다가 등로가 막혀 되돌아나온 두어 번의 겁없는 행동은 차라리 만용을 부린게 아닌가 싶다. 일찌감치 막차 버스라도 타고 나왔으면 밤길을 그렇게 헤메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반성을 하면서 저녁먹으러 가겠다고 연락해놓은 처가로 차를 몰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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