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영천 수성리에서 올라본 운주산 본문
☆ 산행일자 : 2012. 11. 14 (수)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포항시 북구 기계면과 영천시 자양면, 임고면 일원
☆ 산행인원 : 오늘도 홀로...
☆ 산행코스 : 수성리 중리마을-영전마을-주능선-삼면봉-운주산-김해김씨묘-상신방마을 입구-구만저수지-구만마을-수성교-중리마을 (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4시간 30분, 10.37km (GSP 기준)
▣ 산행지 소개
포항시 기계면의 너른 들판을 가로질러 난 우회도로가 끝날 무렵 왼쪽으로 품세가 제법 넉넉하게 올려다 보이는 산이 운주산(雲住山)이다. 고스락에는 항시 구름이 주위를 감싸고 있어 이름 그대로 "구름이 머물러 살고 있는 산" 처럼 올려다 보이기도 한다. 운주산은 포항과 영천의 경계를 이루는 낙동정맥의 산으로 고스락은 정맥의 마루금에서 200m 정도 살짝 빗겨나 영천땅에 속해 있다.
임진왜란 때는 산세 덕에 외적을 방어하기 좋아 김백암장군이 이곳에 성을 쌓고 진터를 설치하기도 했으며 이로 인해 산 남쪽아래의 영천군 임고면에는 수성리(守城里)라는 마을이 있고, 구한말에는 의병조직인 산남의진(山南義陳)이 이곳을 근거지로 일제에 대한 항쟁을 펼쳤으며 임진왜란과 6.25때는 주민들의 피난처가 되기도 했던 전흔의 역사를 품고 있는 산이기도 하다.
호젓한 주능선을 거니노라면 한여름 뙤약볕을 가려주는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고, 가을이면 발 아래로 두런거리는 낙엽을 밟는 재미가 솔솔하다. 특히 눈이 귀한 포항땅에서는 심심찮게 눈산행을 곁들일 수 있는 가족산행지로 적합하다.
운주산 고스락에 서면 사위조망이 시원스럽기 그지없다. 북으로는 주왕산을 지나온 산줄기가 가사령을 넘어 침곡산으로 이어지고 운주산을 넘어선 후 도덕산, 한티재로 달려나가는 낙동정맥의 모습이 굽이치며 맥을 잇고 있다. 그 외에도 남서쪽 어래산을 지나 기계들녘으로 잔뜩 고개를 낮추는 포항시 경계가 어림되고 다시 고개를 서서히 쳐들던 지맥은 비학산을 일궈내고 그 여세는 이어져 괘령산~향로봉까지 치닫는 모습이 아스라하다. 북서로는 기룡산 너머로 보현산 천문대, 면봉산, 베틀봉이 또렷이 조망될 만큼 사방 팔방으로 일망무제의 바로 그것이다.
또한 서쪽 아래 자양호의 푸른 호수를 내려다 보노라면 절로 마음이 평온해지고 물빛 만큼이나 청정해짐을 느낄 수 있다.
산행로로는 포항쪽 남계리, 인비리가 많이 이용되고 영천쪽으로는 수성리쪽이 주로 이용되지만 이리재 또는 한티재에서 이어지는 낙동정맥 구간도 권할 만하다. 최근에 설치된 정상부의 안내간판에는 운주산(雲柱山)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국립지리원 발행지도에는 운주산(雲住山)으로 표기되어 있기도 하다.
◈ 산행기
습관처럼 떠나는 산으로의 여정은 당직근무를 마치는 다음 날 어김없이 이어진다. 배낭을 꾸려 차에 싣고 출근한터라 결재 몇건 하고 인수인계 사항 몇 가지 전달하고서 직장을 나서니 시간은 꽤 흘러 9시 20분을 지나고 있다. 오늘의 산행지는 실로 몇년 만에 찾아가는 길인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만 4년이 넘었지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실은 지난 10월 29일 홀로 운주산을 찾았다가 초입을 잘못 잡아 두시간을 가시덤불 속을 헤메다 결국엔 포기하고 내려온 쓰라린 기억을 만회하기 위해 다시 찾아가는 길이다. 단구사거리에서 기계면 소재지 방향으로 진행하니 멀리 면봉산 방향의 산들이 하얀 털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이 시야에 잡힌다. 순간 그쪽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일어나지만 눈산행 장비를 챙겨오지 않아 미련은 남지만 깨끗이 포기하고 원래의 계획대로 진행해 나가기로 한다.
이리재를 넘어 수성리 중리마을의 농협창고 앞마당에 파킹을 하고 어제부터 제법 심해진 바람을 맞으며 산행을 시작한다.
이미 2주 전에 다녀간 곳인데다 초입은 확실히 알아두었으니 순풍에 돛단 듯 밝은 햇살을 온 몸으로 받으며 영전마을을 향해 힘찬 행보를 내딛는다.
산행지도
중리마을에서 영전마을로 들어가는 어귀에 입간판이 있어 찾기는 수월하네요.
지난 번에는 청아한 독경소리가 울려퍼지더니
오늘은 쥐죽은 듯 고요한 '운암사'를 지납니다.
중리마을, 영전마을 등 이곳의 부락에는
아직도 토속신앙이 뿌리깊이 박혀있는 모양인지
당산나무마다 제단을 마련해 놓았네요.
지난 번에 없던 정자도 뚝딱 만들어 놓았구요.
부락과 어울리지 않게 갤러리가 들어서 있어
의아스럽기는 하지만 엄연한 문화공간입니다.
영전마을을 빠져나와 시멘트도로를 걸으며
올라야 할 등로를 바라봅니다.
가운데 능선 우측으로 오를 예정입니다.
문제의 장소에 도착하게 되네요.
우측이 정상적인 등로인데
지난 번에는 좌측으로 빠지는 바람에
가시덤불 속을 헤메며 생고생만 하다 왔네요.
영천소방서에서 세워놓은
표지목이 길라잡이가 되어주어
길 잃을 염려는 없을 듯합니다.
큰 비가 내려 임도가 씻겨 내려간 탓인지
등로 상태가 엉망이라 진행하는데 차질이 생깁니다.
이리재-운주산 간 주능선에 합류가 됩니다.
산 냄새가 좋아 산길을 마냥 걷습니다.
그 길은 걸으면 걸을수록 그냥 좋기만 하지요.
현실의 못마땅함, 짜증나는 세상사(世上事)를
얼마쯤은 잊을 수 있기에 더욱 좋은 지도 모르겠습니다.
산은 늘 침묵을 지키고 있지요.
항상 온화함과 위엄을 지닌 그런 모습으로 말입니다.
거대한 자연과 함께 공존한다는 사실에
무한한 감사와 기쁨을 느끼며
늘 감사하는 마음과
생활의 기쁨을 일깨워 주는
'산'은 그런 존재랍니다.
지도 상에는 '탁자바위'로 나와있는데...
자연의 오묘한 신비는
산이 주체가 되어 창조하는 하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상안국사와 하안국사 사이의 주차장으로 내려서는 갈림길.
상안국사로 내려서는 갈림길
오랜만에 찾아왔으니 근위장군 '정시담'장군 묘소도 다녀와야겠지요.
영천시 자양면과 임고면,
포항시 기계면의 삼면이 접해있다 해서
삼면봉으로도 불리우는 797.4봉
삼면봉에서 내려다 본 구지리 들판 뒤로 기북 땅의 '은천지'가 보이네요.
운주산에서 삼면봉과 이리재 방향으로 나뉘어지는
삼거리 갈림 이정표가 반겨줍니다.
운주산 정상 직전의 헬기장입니다.
4년 만에 다시 찾은 운주산 정상
3개씩이나 되던 정상석을 한꺼번에 정리해놓고
새로 하나 더 세워놓았네요.
영천시에서 조성해놓은 '제천단'이 눈길을 끄네요.
주변의 나무들을 베어내어 조망이 탁월해진 탓에
사방을 돌아보며 눈을 즐겁게 하니 한참을 머물러 봅니다.
영천댐이 아래로 펼쳐지고
팔공산이 흐릿하지만 시야에 잡히더군요.
보기만 해도 가슴이 울렁거리게 만드는
영천, 포항의 이름난 산들입니다.
낙동정맥 구간의 삼성산이 건너보이고
그 뒤로 멀리 단석산이 아련합니다.
자도봉어 구간의 봉좌산, 어래산, 도덕산이 바라보이고
멀리 무릉산도 시야에 들어오네요.
정상에서 라면을 끓여 점심을 해결하고
하산길에 접어들어 만난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서
좌측 내림길로 등로를 잡아 나갑니다.
가파른 내림이라 질척거리는 등로일 때는
로프에 의지하지 않고는
무척 힘들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파른 급내림을 내려설 즈음 탁 트인 조망에
영천댐의 푸른 물이 시야에 들어오네요.
'김해김씨묘'
등로 좌측으로 조망이 터지는 곳에서 내려다 본
구만저수지와 대구-포항간 고속국도가 시원스럽습니다.
이번엔 좌측으로 눈을 돌리니
도덕산(좌)과 삼성산이 가까이 다가온 모습입니다.
가파른 내림을 쉼없이 내려선 뒤 돌아본
운주산의 모습에 고도감이 느껴지네요.
영천의 꼬깔산과 기룡산의 마루금이 시원스럽고
아래로는 상신방마을의 상단부가 내려다 보입니다.
'운주산 가-02' 이정표를 만나게 되고
우측엔 상신방마을이 보이네요.
차량이 다닐만한 널찍한 임도로 내려서면서
실질적인 산행은 마무리하고
구만저수지를 향해 임도를 따라 걸어갑니다.
저물어가는 가을이 아쉬운 듯
밝은 햇살 아래 패션쇼를 하고 있는 단풍입니다.
등산객을 위한 쉼터인가 봅니다.
구만저수지
구만저수지 제방에서 올려다 본 운주산 정상부
구만마을에는 까치밥으로 남겨 두었는지
노랗게 익은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네요.
구만마을을 빠져나와 도로를 따라 걷다 만난 교량인 '수성교'
출발지였던 수성리 중리마을의 농협창고에 도착하면서
오늘의 산행은 끝을 맺게 됩니다.
구만저수지를 지나 마을로 내려오며 뒤돌아 바라보는 산봉우리들...
내가 넘어온 산길, 까마득하게 먼 길처럼 느껴지는 그 길은 언제나 뒤돌아보아도 정겹게 느껴진다. 내가 살아온 작은 삶의 덩어리를 저 봉우리에 걸어놓고 거울처럼 바라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듯, 삶의 재조명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다.
내일도 산길따라 꿈을 쫓는 소년처럼 걸으리라... 한분 한분마다 소중한 해와달을 아는 모든 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면서........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주인을 기다리던 애마가 감기라도 걸릴까봐 서둘러 시동을 켜고 언 몸을 데운다. 그리곤 먹지도 않고 배낭속에서 산행 내내 잠만 자고 있던 삶은 계란 두개를 꺼내 퇴근하면서 받아둔 우유와 함께 먹으며 허기를 때우고 나니 차 안이 따듯해져와 그제서야 중리마을을 떠나 이리재를 넘어 집으로 향한다.
짧은 산행에 해는 아직 중천이라 한결 여유로운 마음으로 음악을 틀어놓고 신나게 달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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