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첫눈과 함께 산성길따라 걸어본 치키봉-가산바위 둘레 한바퀴 본문
♣ 산행일자 : 2012. 12. 02 (일) 날씨 - 흐림, 눈
♣ 산행장소 : 칠곡군 가산면, 동명면 일원
♣ 산행인원 : 친구와 둘이서...
♣ 산행코스 : 진남문주차장-휴게정자삼거리-치키봉-가산-유선대-중문-가산바위-남포루-해원정사-진남문주차장
♣ 산행시간 및 거리 : 6시간, 9.62km (쉬엄쉬엄 밥 묵고 눈밭을 거닐다보니...)
▣ 가산(901.6m)
경북 칠곡군 가산면과 동명면 경계를 이룬 가산(901.6m)은 대구의 진산인 팔공산(1,192.9m)과 맥락을 같이하는 산이다. 팔공산 정상인 비로봉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산릉이 약 5km 거리인 파계사에서 잠시 가라앉는다. 이어 다시 산세를 높여 약 1.8km 더 나아가 한티재에서 숨을 고른 다음, 약 5km 거리에 이르러 빚어 놓은 산이 가산이다.
팔공산 도립공원 가산산성지구에 속해 있는 이 산은 그동안 팔공산 그늘에 가려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구 시민들에게는 매우 인기있는 근교산행 코스다.
대구 시내에서 산으로 가는 길과 거리도 팔공산 들목으로 가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 산자락에는 가산산성(사적 제216호), 도선국사가 지기를 눌렀다는 가산바위, 할아버지,할머니바위, 기성리 삼층석탑(보물 제510호), 한티재 활공장 등 볼거리가 많다.
▣ 가산산성
경북 칠곡군 가산면 가산리 산98-1번지에 있는 조선시대의 산성.
산골짜기를 이용하여 쌓은 석성으로, 1974년 3월 26일 사적 제216호로 지정되었다.
임진왜란(1592)과 병자호란(1636)을 겪은 후 잇따른 외침에 대비하기 위해서 세워진 성이다.
성은 내성·중성·외성을 각각 다른 시기에 쌓았고, 성 안에는 별장을 두어 항상 수호케 하였다.
하양, 신령, 의흥, 의성, 군위의 군영과 군량이 이 성에 속하며 칠곡도호부도 이 산성내에 있었다. 내성은 인조 18년(1640)에 관찰사 이명웅의 건의로 쌓았으며, 칠곡도호부가 이 안에 있었다. 중성은 영조 17년(1741)에 관찰사 정익하가 왕명을 받아 쌓은 것으로 방어를 위한 군사적 목적이 크다. 중요시설은 내성 안에 있으며, 중성에는 4개 고을의 창고가 있어 비축미를 보관해서 유사시에 사용하게 하였다. 외성은 숙종 26년(1700)에 왕명에 의해서 쌓았다.
성은 외성 남문으로 들어가게 되고, 성의 주변에는 송림사를 비롯한 신라때 절터가 많이 남아있다. 1960년의 집중 폭우로 문 윗쪽의 무지개처럼 굽은 홍예문이 파손되고 성벽의 일부가 없어졌으나 그 밖에는 원형대로 보존되어 있다.
가산산성은 험한 자연지세를 이용한 조선 후기의 축성기법을 잘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산성이다.
◈ 산행기
쉬는 일요일 저녁에 대구로 긴한 볼 일이 있어 가는 길에 산행을 하고자 배낭을 꾸려 고속도로를 달려나간다. 일기예보에 비나 눈이 온다는 소식에 올해 첫눈을 과연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안고 차를 몰아가다 친구에게 전화를 넣어본다. 오랫동안 못보았던 친구와 함께 산을 오르면서 그간의 쌓였던 얘기보따리도 풀어놓을 겸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을 시작하면서 설산(雪山)을 걷고픈 진한 유혹을 느껴보기 위함이다.
진남문주차장에 도착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당도한 친구와 반가운 악수를 나누며 함께 진남문을 들어서며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진남문
생각만 해도 가슴 떨리는 단어...
첫눈!
겨울이 되면 수도 없이 내리는 눈이지만
첫눈은 왠지 특별하게 생각되는 것 같네요.
'처음'이라는 단어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첫눈 오는 날에는
별 것 아닌 일도 아름다운 추억이 되곤 하지요.
오늘은 친구와 함께
첫눈을 맞으며 걷는 행복한 등로여서
그 어느 때보다 뜻깊다 할수 있겠지요.
어느 덧 야트막한 오르막을 올라
치키봉이 가까이 다가왔음을
이정표가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능선을 걸으며
달달한 첫눈의 추억 속으로 빠져 들어갑니다.
변변한 정상석도 없이 삼각점과
이정목만 외로이 서있는 치키봉에서
한티재 방향을 바라보며
다시금 종주산행에 도전하고픈
진한 유혹을 느껴봅니다.
하얀 밀가루를 흩뿌려 놓은 듯 하얗게 쌓여 있는
순백의 눈을 보면서 걷다보니
마음도 깨끗하게 정화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만난 할아버지, 할머니 바위가
눈 앞에 나타나 반가운 마음이었는데
난데없는 염소 두마리는 불청객이었네요.
등로를 떡하니 막고 서있는 녀석들을
스틱을 두드리며 몰아내니 비켜주네요.
몇년 전 가팔환초 종주 때 만났던
집 나온 그 녀석들이 아닌지...
날씨가 추워지면
'이제 슬슬 겨울이 오는구나' 생각이 들지만
'눈을 봐야 겨울이다'라고
느껴지는건 비단 저만의 생각은 아니겠지요.
가슴이 울렁이는 첫눈...
항상 이맘 때쯤 내리는 눈이지만
첫 여인을 대하는 것처럼...
맞이하는 첫눈은 신비하고 가슴 설레기만 합니다.
나무가 흰 옷으로 갈아입고 바위나 길가 돌들도...
또한 그러합니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지요.
첫 눈을 그저 즐기면 되는 것을..^^*
연중 끊이지 않고
많은 등산객이 찾는 산 치고는
변변한 정상석이 없는게 많이 아쉽습니다.
가산바위로 바로 가려다 미끄러운 내림길이지만
예까지 왔으니 조망은 없을지라도
유선대까지는 다녀오자며
조심스레 등로를 이어갑니다.
유선대
직접 두 눈으로 본 것만큼
담아내지 못하는 사진술에 안타까움을 담고서...
카드에나 나올 법한 나목(裸木)들의 처연한 아름다움이
자꾸만 발걸음을 더디게 만듭니다.
바람도 불고 추웠지만 멋진 첫눈을 보면서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며 걷다보니
어느 새 낯익은 중문에 당도하게 되고
주변 평평하고 아늑한 곳을 골라
준비해간 라면을 끓여
점심요기를 하고 가기로 합니다.
가산바위 입구의 철계단
사방이 짙은 운무에 휩싸여 조망은 기대할 수 없지만
자주 보았던 풍광이어서 그리 아쉽지는 않았네요.
바위 끝자락에 서서
기념사진 한장 남겨봅니다.
아주 잠깐동안 속살을 드러내 보이더니
이내 감춰버리는 학명리 계정사 방향의 조망.
가팔환초 종주의 시발점이기도 하지요.
차가운 구름이 가산산성 성벽을 타고 올라
가산을 향해 진군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눈이 녹아 진창이 된 등로를 걸어와 만난
중문 성벽입니다.
짙은 운무속에 당당히 온 몸을 벗어 던진 채 서있는
고목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오네요.
여릿재 갈림길
왜란과 호란의 큰 전란을 겪고 나서
군사적 목적으로 축성된 가산산성.
부역에 나섰던 민초들의 피와 땀이
돌 하나하나에 배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길이 길이 잘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조선시대 가산산성(架山山城)의 포대(砲臺)가 있던 자리였던
남포루(南砲樓).
보이는 바위 너머로는 목재데크가 새로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예전에는 바위를 타고 올라와야 할 만큼 쉽지 않은 등로였는데 말입니다.
전망바위에서 내려다 보는 시원스런 풍광입니다.
이후부터의 등로는
그야말로 폭닥하기 이를데 없는
소나무 우거진 숲길이라
하산길로 택하길 잘했다 싶네요.
조망바위
벌써 1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버린
작년 가을 걸었던 응해산-도덕산 구간을 보면서
새삼 세월의 유수같음을 실감해 봅니다.
이끼가 낀 바위들을 지나 솔가리가 푹신한 등로를 내려서
계곡을 건너면서 신발과 장비를 깨끗하게 씻어내고
아침 나절 만났던 삼거리를 반가운 마음으로 재회하고
탐방지원센터를 빠져나오며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하산 후에 들러볼 요량으로 남겨두었던
해원정사(解圓精寺)를 찾아 부처님께
안전산행의 감사함으로 삼배를 올립니다.
고사목을 깎아 포대화상을 조각한 작품이었는데
천진난만한 아이같은 웃음이 눈길을 끄네요.
진남문 바로 위에 있는 해원정사는 원래 1965년 용성사란 이름으로 창건하였다가 81년에 해원정사로 개칭되었다고 합니다.
법당 2동과 요사체 1동, 산신각 1동이 건물의 전부이나 주변에 분재, 물획 등으로 조경에 신경 쓴 모습이 보이며 둥글고 모난 일반 돌을 5개 탑모양으로 높다랗게 쌓은 형상이 정겨워 보입니다. 금강역사상, 석탑 등의 재료가 화강암이지만 아주 흰색을 띄고 있어 사찰의 역사가 짧음을 대변해주는 듯합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가산산성을 친구와 함께 얘기꽃을 피우며 걷던 길에 하얀 가루가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어 행여나 눈을 볼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현실로 나타나니 기쁘기 한량없다. 게다가 혼자가 아닌 사랑하는 벗과 함께 하는 산행이어서 더욱 뜻깊고 기쁨은 배가 된다.
첫눈을 맞으며 함께 산행하게 됨을 축하하며 서로에게 덕담을 건네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느림의 미학을 몸소 실천하려는 듯 하얀 눈을 온 몸으로 느끼며 걸었던 그 길에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첫 눈은 그저 즐기며 가면 되는 것을 알기에...^^*
그 아름다운 산행으로 오늘 또 하나의 추억으로 남긴 뜻깊은 산행을 마무리하고 주말 팔공산 골짝골짝을 찾은 등산객들이 일제히 집으로 향하는 혼잡한 도로를 산행에서 얻은 느림의 미학을 한번 더 체험하면서 맛난 저녁으로 오늘 함께한 벗과의 데이트를 마무리하고 어둠이 짙게 깔린 고속도로를 달려 귀로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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