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영알의 맹주... 가지산으로 떠난 송년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12. 12. 24 (월)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영남알프스 가지산
♧ 산행인원 : 변함없이 홀로...
♧ 산행코스 : 공비토벌작전기념탑 - 중봉 - 가지산 - 중봉 - 석남고개 - 813봉 - 입석대 - (구)가지산휴게소
♧ 산행시간 및 거리 : 5시간 15분, 8.7km (식사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당직근무 마치는 날이면 습관처럼 산을 찾아나서는 일상속에서 올들어 가장 추운 날씨라는 기상예보에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올해 마지막 산행이 될지도 모를 일이라 영알의 맹주 가지산에 올라 한 해를 마무리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언양방면으로 차를 몰아간다.
가지산의 여러 코스 중에 다녀온 코스를 혼합해서 엮어보고자 석남사를 지나자마자 나오는 사설주차장에 애마를 세워놓고 이천원의 주차비를 지불한 뒤 '공비토벌작전기념비'를 사진에 담으며 맹렬하게 기승을 부리는 한파속으로 힘찬 진군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공비토벌작전기념비 우측으로 열려 있는
등로를 따라 진행하면서
몇해 전 이 길을 걸었을 때의 우거졌던 숲을 생각하며
황량함에서 묻어나오는 쓸쓸함을 애써 지워봅니다.
가지산 119지점
처음으로 조망이 터지는 곳이지요.
가지산의 또다른 이름이기도 한 '석남산'이라는 말처럼
시종 울퉁불퉁한 돌과 바위가 이어지는 골산입니다.
가파르기 그지없는 된비알을 차근차근 올라서며
차오르는 숨을 내뿜기 위해 잠시 서서 돌아본 등 뒤에는
막힘없는 시원스런 조망이
힘겹게 올라온 수고로움을 보상해 주고 있네요.
뚜벅 뚜벅 걷는 길이 힘이 들지만
쉬지 않고 올라서기로 한 이상 땀이 나도록 올라섭니다.
그렇게 한발 한발 올라서니...
능동산과 밀양 방향 석남터널 삼거리 입니다.
지금까지는 간간히 바위 사이사이로
내린 눈이 얼어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는데
이제부터는 완전히 눈밭이네요.
하지만 얼어버린 눈이라 아이젠이 없어도
진행하는데는 무리가 없습니다.
등로를 약간 벗어나있는 조망터에 올라가 내려다 본
석남사가 있는 덕현리와 고헌산의 풍광입니다.
가까이 당겨본 석남사
가지산 오름길에 올려다 본 쌀바위 - 상운산 능선
가야할 중봉과 가지산
아직도 몇고비 더 치고 올라야겠네요.
철쭉군락지를 알리는 안내판과
간이 식당이 있는...
가지산114지점의 구조목도 있고....
그리고 이정표 팻말에 누군가가 써놓은
계단 숫자가 눈에 들어 옵니다.
595개....
누군가가 야무치게 헤아렸나 봅니다.
다시 올라섭니다.
아곳부터 중봉까지는 거의 외줄입니다.
목재데크를 만나게 되고
595개의 계단을 밟으며 오름짓을 이어갑니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한발 한발 올라선 데크 끝에는
잠시 쉬어가는 산객들이 선점하고 있어
사진만 담고 곧장 등로를 이어갑니다.
계단이 끝이 났지만 또 지루한 경사길이 쭈욱 이어집니다.
심한 경사도를 조심스레 올라
진달래능선 갈림길 초입에서 바라본 중봉의 정상부입니다.
서쪽으로 눈을 돌려 바라본 풍광으로
눈에 익은 정겨운 모습들이라 하나하나 담아가며
언젠가 다시 걸어보리라 다짐해 봅니다.
중봉에서 바라본 가지산 정상부.
워낙 세찬 바람이 불어 몸을 가누기가 쉽지 않네요.
쌀이 나온다 해서 이름 붙여진 쌀바위.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은
인간의 욕심에 대한 전설이 전해지는 바위입니다.
상운산을 거쳐 문복산까지
한걸음에 내달리고 싶은 진한 충동을 느끼지만
오늘은 조용히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싶어지네요.
중봉에서 이어지는 내림길은
아이젠을 착용하고 가야할 만큼 미끄러워
조심스레 용수골 갈림길을 통과해
쉬 허락치 않을 것 같은 가파른 가지산의 정상을 향해
막바지 오름짓을 파닥거려 봅니다.
에베레스트의 어느 고봉에 비할 바는 안되지만
사진상으로는 그래도 멋진 모습이네요.
오랜만에 찾은 가지산 정상에서
우리나라 189개소에 설치되어 있는
1등삼각점중 하나인 삼각점을 정상석과 함께 담아봅니다.
세찬 바람에 넥워머를 착용한 채 폼 한번 잡아봅니다.
또 하나의 정상석이 있는 동쪽 방향에는
울산 시가지가 문수산, 남암산 뒤로 희미하게 잡히네요.
헬기장 방향으로 이어지는 가지산 서릉 뒤로 밀양 백운산이...
그 뒤로 천황산과 재약산이 보이고
우측으로는 영산(구천산)과 정각산도 시야에 들어오네요.
남동방향의 산군들이 맑은 날씨 덕에 깨끗한 모습으로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또다른 숙제를 하고픈 마음이 드는 운문산 방향의 조망입니다.
기회를 보아 내년에 올라보려고 내심 마음먹고 있는 중입니다.
언제나 대단한 그 위용에 압도당하는 가지북봉.
그 뒤로 청도 운문면의 이름난 산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하지만 팔공산을 보고 싶었는데
먼 곳까지의 조망은 허락치 않네요.
쌀바위를 비롯한 상운산을 거쳐
고헌산, 울주 백운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 마루금이 한 눈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곳에 서게 되면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쾌감을
맘껏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얻는 곳이랍니다.
가지산 3대 계곡 중의 하나인 용수골로 내려서는 삼거리.
중봉을 내려서면 바로 나타나는 용수골 방향 진달래능선 갈림길.
진달래능선 초입의 전망터에서 내려다 본
가야할 813봉(돌탑봉)과 입석대
화려하게 단장했던 이파리들을 다 떨구고
삐뚤빼뚤 늘어선 나목들이
혹한의 겨울을 잡아 당기고 있습니다.
다시 만난 석남사 갈림길에서
이번에는 곧장 나있는 능동산 방향으로 길을 듭니다.
하산길로 잡은 입석대가 산복도로 모퉁이 위로 보이네요.
조망이 멋진 바위전망터에서 두 눈을 즐겁게 하고
돌아서며 관람료 대신 사진 한장 남겨봅니다.
돌탑이 있는 '석남령'
예전 석남터널이 없을 때 언양에서 얼음골로 넘어가던 옛길이었다네요.
두터운 옷 속까지 뚫고 들어오는
혹한의 세찬 바람을 온 몸으로 받으며 걷는 등로에
벌거벗은 채로 찾아온 산꾼을 맞아주는
겨울 나무들은 석남터널 갈림길에서
열병식을 거행하고 있네요.
뒤돌아 본 가지산의 모습입니다.
중봉, 가지산, 쌀바위...
내년에도 변함없이 찾겠다고 무언의 약속을 건넵니다.
순백의 설원을 홀로 걷는 산꾼의 앞길에 펼쳐지는건
앞서간 산객들의 어지러운 발자국들 뿐이지만
상념에 젖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어
다없이 호젓한 산길이어서 좋기만 합니다.
드디어 입석대로 내려서는
갈림봉인 813봉에 당도하게 되고
다시 만난 돌탑봉을 사진에 담아봅니다.
참고로 돌탑봉 직전의 곧장 나있는 등로로 가게 되면
능동산으로 진행하게 되니
주변 시그널을 눈여겨봐야 할듯 하네요.
가파른 내림이 시작되는 전망터에서 바라본 입석대의 암릉들
건너편으로 눈을 돌리면
배내봉에서 이어진 능선으로
오두산이 건너보입니다.
가까이 다가온 입석대와 한층 낮은 눈높이로 반겨주는
덕현마을과 궁근정리, 그리고 고헌산의 모습입니다.
가지산의 또다른 숨은 명물 - 입석대
입석대에서 바라본 가지산과 상운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
입석대의 암릉 풍광
응달이라 두터운 눈으로 덮혀있는 등로를 따라 우회로를 에돌아 들면
거대한 힘에 의해 두조각이 난 것 같은
입석대의 위용을 다시 감상하게 되지요.
멋드러진 그 모습을 두고 떠나기 아쉬워
몇번이고 되돌아보며 사진에 또 담고 또 담아봅니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암릉 끝단에서
시원스런 조망을 맘껏 담고
바위 끝자락에서 산복도로를 지나칠 때면
올려다보던 기암들을 오늘은 내려다보게 됩니다.
꼬불꼬불한 도로를 가뿐 숨을 몰아쉬며 올라서면
영남알프스 종주산행의 중간기착지인
배내고개를 만나게 됩니다.
예전 이곳을 찾았을 때 들머리였던 산복도로가 나타나고
도로 건너에 있는 지금은 문이 닫혀있는
가지산 휴게소 도착을 하면서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애당초 목표했던 산행코스는 살티마을로 내려서서 차를 세워놓은 주차장까지 원점회귀형 등로였는데 가지산휴게소에서의 하산길을 찾지못해 이리저리 다니다 울산에 살고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넣어 물어보니 휴게소에서는 하산길이 없다면서 석남터널 입구에서 산으로 다시 올라가 석남령에서 살티마을로 내려가야 한다며 히치를 하던지 아니면 도로를 따라 하산을 하는게 더 낫다는 것이다.
이미 시간은 4시 40분이 지나고 있어 다시 산을 올라 하산을 하게 되면 지난번 팔공산 산행 때처럼 이마에 불 밝히며 산행을 하게되는 불상사를 겪게 될 것 같아 친구의 권유대로 진행하기로 하고 연말인사를 겸한 덕담을 나눈 뒤 전화를 끊고서 아이젠을 벗어 갈무리하고 털레털레 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한다.
얼마 안가 통행이 뜸한 도로에서 차 한대가 내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도로 가장자리로 자리를 옮겨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으로 조심스레 손을 드니 가까이 다가와 멈춰선다. 석남사주차장까지 좀 태워달라는 간청에 선뜻 타라신다. 감사한 마음을 표하면서 차량 뒷좌석에 앉아 편안히 주차장 입구에 당도하여 거듭 감사를 표하고 주차해놓은 차에 올라타고 귤 하나를 꺼내어 갈증을 달래본다.
분명히 있을 줄 알았던 가지산휴게소에서의 하산길이 엉뚱하게도 석남령에서 살티마을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으니 만일 히치를 하지 않았더라면 양장구곡같은 꾸불꾸불한 산복도로를 어둠이 내려앉을 때까지 걸었으리라는 생각에 두 다리에 힘이 쭉 빠진다.
하지만 입석대를 내려오면서 또 하나의 코스를 얻었으니 수확이라 할수 있으리라. 이번 산행에서 얻은 두 가지의 코스를 내년에는 필히 걸어보리라 생각하며 언양을 거쳐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좀더 준비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교훈으로 삼고 내년에는 안전하고 즐거운 홀로산행이 되길 바라는 반성의 장(場)이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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